형수는 아이를 간절히 원했지만 매번 실패의 고배를 마시고 낙심할 뿐이었다. 그런 형수의 모습을 지켜볼수록 내 마음은 이상하게도 그녀를 돕고 싶은 충동에 휩싸이는데... 형수는 나더러 자기 친구를 유혹하라 한다. 이게 대체 무슨 상황이지?
View More그 말에 형수도 의심하지 않았다.나와 고수연은 함께 형수를 애교 누나의 집으로 옮겼고, 남주 누나는 형수가 옮겨진 뒤에야 나타났다.“누나, 어떻게 할 생각이에요?”남주 누나는 차가운 얼굴을 한 채 눈에서 분노의 불길을 내뿜었다.“태연이가 저렇게 된 것도 불쌍한데, 아버지란 작자가 딸을 팔다니. 절대 가만두지 않아. 그리고 그 황 사장인지 뭔지 하는 양반은, 흥. 40살 넘는 나이에 애 둘 딸린 이혼남이 감히 태연을 넘봐? 이따가 오기만 하면 제대로 혼내줄 거야.”“너희 둘이 방법을 생각해서 그 황 사장이란 사람만 방에 들여보내.”그 말을 들으니 나는 걱정이 앞섰다.“남주 누나, 제가 어디 숨어서 도와주기라도 할게요.”남주 누나는 손을 휘휘 저었다.“필요 없어. 그딴 쓰레기 처리하는 건 나 혼자서도 거뜬해.”남주 누나는 자신만만하게 말하면서 나와 고수연 중 그 누구도 집에 남아 있지 못하게 했다.결국 우리는 할 수 없이 남주 누나의 뜻을 따랐다.그로부터 30분도 안 되어 고태식은 얼굴도 못생긴 데다 딱 봐도 중년으로 보이는 남자를 데리고 나타났다.고수연도 황 사장을 처음 보는지 일그러진 얼굴로 말했다.“헐, 정말 40살도 훨씬 넘었잖아. 왠지 우리 아빠보다 더 늙어 보이는데.”“와 얼굴 어디 가서 빻았나?”남자인 내가 봐도 이건 심한 정도였다.하지만 고태식은 싱글벙글 웃으며 그 황 사장이 자기 친아들이라도 되는 것처럼 친근하게 굴었다.두 사람은 웃음꽃을 피우며 엘리베이터에서 나왔다.“움직여요.”고수연은 곧장 밖으로 뛰쳐나가 우연한 만남을 가장했다.“아빠, 여긴 왜 왔어요?”“뭔 당연한 소리를 하고 그래? 황 사장을 데리고 네 언니 보러 왔어.”“언니는 안에 있어요. 아빠, 황 사장님 혼자 들여보내고 아빠는 잠깐 이리 와 봐요. 할 얘기 있어요.”고수연은 고태식을 또다시 엘리베이터 안으로 끌어당겼다.그 순간 혼자 남게 된 황 사장은 비릿한 미소를 지었다.“하. 재밌네. 나 혼자 장애인 있는 곳에 들여보낸다고? 그럼 내
“진짜 나빴어. 혼자 즐길 거 다 즐기고 와서 나를 나 몰라라 해?”형수는 씩씩거리며 나를 노려봤다.다음날.나는 형수 때문에 잠결에서 깨어났다.“형수, 왜요?”“수호 씨, 나 화장실 가고 싶어요. 배 아파요. 나 좀 도와서 이동식 변기 가져다줘요.”형수의 표정은 아주 고통스럽고 다급해 보였다.이에 나는 얼른 이동식 변기를 가져와 형수 여에 내려놓았다.“나, 나가요.”“왜요?”“볼일 보는 모습 보여주게 싫어요.”형수는 내 마음속에서 자기 이미지가 망가질까 봐 무척 신경 쓰고 있었다.나는 싱긋 웃으며 말했다.“형수, 괜찮아요. 먹고 싸는 건 인간 본능이잖아요. 저도 먹고 싸요. 그게 뭐가 어때서요?”“안 돼요. 나가요. 이따 냄새나요.”“정말 괜찮아요. 전 상관하지 마요.”형수는 내가 나가려 하지 않자 더 이상 참지 못하고 포기했고, 나는 형수를 옆에서 도와줬다.잠시 뒤 형수는 얼굴이 시뻘게져서 말했다.“이렇게 가장 더러운 모습도 보였는데 앞으로 수호 씨 얼굴 어떻게 보라고 그래요?”나는 이동식 변기를 치운 뒤 돌아와 싱긋 웃었다.“저번에 제가 입원했을 때 형수도 병원에서 저 며칠 돌봐줬잖아요. 그때 형수도 저 귀찮아하지 않았잖아요.”그때 형수는 힘든 것도 마다하지 않고 나를 지극정성 보살폈다.형수도 나를 싫어하지 않고 귀찮아하지 않았는데, 내가 형수를 싫어할 리가 있을까?하지만 형수는 여전히 쑥스러워했다.“그건 달라요. 그때 수호 씨는 그냥 움직일 수 없었던 거고 난 지금 그냥 폐인이잖아요.”나는 형수의 두 다리를 주무르며 말했다.“누가 폐인이래요? 형수 다리는 잠시 움직이지 못하는 것뿐이에요. 앞으로 제가 매일 마사지해 주고 침도 놔줄게요. 그러면 얼마 안 돼서 나을 거예요.”“수호 씨...”형수는 내 말에 감동했는지 눈가가 촉촉해졌다.나는 형수의 눈물을 가볍게 닦아주었다.“뭘 울고 그래요? 너무 감동했어요?”“네.”형수는 힘껏 고개를 끄덕였다.이에 나는 웃으며 말했다.“제 마음속에 형수는 이미 제
“나 집에 바래다줘. 내일 해야 할 일 있어.”남주 누나는 역시나 하려는 의도는 없어 보였다.이에 나는 싱긋 웃으며 물었다.“어디 사는데요?”“애교네 집.”“켁...”나는 너무 놀라 사레가 글렸다.‘남주 누나가 애교 누나네 집에서 한다고?’나는 믿기지 않는 눈빛으로 남주 누나를 바라봤다.“왜 애교 누나네 집에서 하는데요?”“내 친구 집에서 사는 건데 왜 안 돼? 애교가 본가 갔으니 원래 집도 마침 비어 있고 해서 이용하는 건데 왜? 나 지금 창업 초기라 돈 써야 할 곳 많아. 아낄 수 있으면 아껴야지.”맨 처음 남주 누나의 말을 들었을 때 나는 깜짝 놀랐다. 무엇보다 가장 놀란 것은 남주 누나가 형수네 옆집에 사는데 내가 몰랐다는 것이었다.하지만 잘 생각해 보니 그것도 나쁠 건 없었다. 가까이에서 지내면 앞으로 가고 싶을 때 마음대로 갈 수 있는 거니까.게다가 나는 워낙 애교 누나네 집 열쇠를 갖고 있으니 더 편리하다.나는 얼굴에 미소를 띤 채 차를 운전했다.그러자 남주 누나가 눈웃음을 지으며 나를 바라봤다.“푸들. 너 지금 뭐 웃어?”“아무것도 아니에요.”“흥. 내 눈 속일 생각 하지 마. 지금 내가 네 형수 옆집에 살아서 원할 때 찾아올 수 있다고 생각한 거지? 심지어 예전처럼 베란다로 넘어올 수도 있고.”그 말을 들은 나는 순간 뜨끔했다. 그도 그럴 게, 남주 누나는 내 마음을 훤히 들여다본 듯 정확히 읽어냈으니까.하지만 나는 오히려 농담조로 말했다.“그래도 돼요? 누나가 예전처럼 저 대해줄 거예요?”남주 누나는 한 손으로 얼굴을 받친 채 매혹적인 눈빛으로 나를 바라봤다.“그건 너 하는 거 봐서.”“어떻게 하는 거요?”“뭘 것 같아?”남주 누나의 손은 천천히 내 허벅지를 타고 올라왔다.한 시간 뒤, 우리는 애교 누나가 사는 아파트 단지로 돌아왔다.남주 누나는 하품하며 말했다.“너무 늦었다. 나 피곤해서 먼저 돌아갈게.”나는 싱긋 웃으며 남주 누나의 허리를 감싸안았다.“누나, 일찍 나요.”“나쁜 놈,
“계약할 수 있을까요?”남주 누나는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그러자 곽현철은 또 얼렁뚱땅 넘기려고 했다.“계약하려면 우선 우리 팀과 의논해 봐야 해서 며칠 기다려 봐야 해.”“그럼 됐습니다.”남주 누나는 곧장 기획안을 가져왔다.그러자 곽현철은 멍한 표정이었다.“최 사장, 그게 무슨 뜻이야?”“AE 님이 성의를 보이시지 않으니 오늘 협력 건은 없던 일로 하죠.”남주 누나는 말을 마치자마자 곧장 자리에서 일어섰다.그 순간 곽현철은 버럭 화냈다.“최 사장, 지금 나 바람맞히겠다는 건가?”남주 누나는 그런 협박에 조금도 위축되지 않고 오히려 강경하게 맞대응했다.“제가 바람맞히는 거라고요? AE 님이 저 어떻게 해보려는 게 아니라요?”“저를 어떻게 해보고 싶으면 적어도 성의라도 보여야지, 성적 욕구만 채우고 싶고 협력은 하기 싫죠? 제가 아직도 어리숙한 십 대로 보이세요?”남주 누나의 카리스마 있는 모습은 마치 조직 보스의 느낌이 났다.그 순간 곽현철은 기세가 한풀 꺾여 바로 꼬리를 내렸다.“누가 협력 안 한다고 했나? 내가 말했잖아. 우리 팀과 상의해 봐야 한다고...”“하, 제가 비록 사업 시작한 지 얼마 안 됐지만 바보는 아니에요. 팀과 상의해서 결정해야 할지, AE 님이 혼자 결정해도 될지 본인이 더 잘 아시잖아요.”“AE 님, 우리 빙빙 돌려 말하지 맙시다. 저 AE 님이 무슨 속셈인지 다 알아요. 하지만 AE 님은 제 속을 모를걸요.”“저 최남주가 가게 오픈한 건 사업하기 위해서예요. 협력만 할 수 있다면 뭐든 좋게 얘기할 수 있어요. 하지만 협력은 하지 않으려 하면서 더러운 속내를 품었다면 죄송하지만 전 그런 사람과 낭비할 시간 없어요.”곽현철도 이 지경이 되니 더 이상 아닌 척 발뺌하지도 않고 단도직입적으로 말했다.“하. 최 사장도 시원시원한 사람이니 사실대로 말하지. 난 우리 제품 새내기 회사에 광고 디자인 맡길 생각 추호도 없어.”“최 사장네 회사 창립한 지 고작 며칠도 안 되잖아. 내가 최 사장 믿는다고 해도 우
나는 남주 누나와 팔짱을 낀 채로 술집에 들어섰다. 그러자 부스 쪽에 양복 차림을 한 남자 한 명이 앉아 있었다. 그는 겉으론 멀끔하게 생겼지만 왠지 모르게 음침한 느낌이 드는 중년 남자였다.남주 누나는 생글생글 웃으며 중년 남자에게 인사했다.“AE 님, 저 왔어요.”곽현철은 미려한 화장품 회사의 AE다. 미려한 브랜드는 아주 작은 브랜드지만 강북에서는 아주 유명하다.그런데 이제 갓 회사를 차린 남주 누나가 미려한과 협력한다니 정말 대단하다.곽현철은 웃으며 남주 누나에게 인사했다. 물론 내 쪽을 한번 흘끗 보는 것도 잊지 않았다.“최 사장, 이분은...”남주 누나는 내 팔짱을 끼며 싱긋 미소 지으며 소개했다.“제 의붓동생이에요. 이따가 제가 취해서 운전 못 할까 봐 불러왔어요.”곽현철은 교활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최 사장이 술 취하면 내가 어련히 알아서 데려다주지. 동생은 필요 없으니 돌려보내.”“에이, 안 될 것 같아요. 제 동생이 먼 곳에 살아서 동생이 차 타고 가버리면 저는 어떡하라고요?”“그건 더 쉽지. 내가 차로 데려다줄게.”“하하하. 그러면 우선 고마워요.”남주 누나는 이번에 확실히 교활한 늙은 너구리한테 잘못 걸린 듯했다. 늙은 너구리는 남주 누나가 한마디 하면 도망가지 못하도록 퇴로를 모두 차단했다.하지만 나는 여전히 자리를 차지하고 앉았다.그러자 곽현철이 곱지 않은 눈빛으로 나를 바라봤다.“이봐. 아직도 안 가나?”나는 웃으며 말했다.“누나가 너무 취하면 안 돼서 제가 대신 좀 마셔주려고요.”나는 그곳에 남을 이유를 찾았다.그러자 곽현철의 얼굴이 순식간에 어두워졌다.“젊은 친구가 술 잘하나 보네? 그럼 내 술 먼저 석 잔 받아 봐.”“에이, 어떻게 그래요? 제가 AE 님께 술 따라 드려야죠.”곽현철은 일부러 나를 취하게 할 심산이었지만 나는 그런 도발이 무섭지 않았기에 흔쾌히 받아 주었다.그렇게 몇 잔 마시다 보니 곽현철의 얼굴은 점점 붉어졌지만 내 얼굴은 조금도 변하지 않았다.사실 오기 전에
“아니면 너 이제 여자가 너무 많아서 나는 아예 떠오르지도 않아?”나는 다급히 해명했다.“아니에요. 어제 금방 돌아왔고 오늘 하루 종일 너무 바빠서 연락할 시간이 없었어요.”“그런데 애교한테 연락할 시간은 있고?”그 질문에 나는 할 말을 잃었다.하지만 솔직하게 대답할 수는 없었다. 여자를 대할 때 남자는 가끔 어르고 달랠 필요가 있다.때문에 나는 뻔뻔하게 말했다.“애교 누나가 먼저 연락한 거예요. 진짜예요. 못 믿으면 대화 기록 보여줄게요.”나는 핸드폰을 꺼내 내 결백을 증명하려고 했다.그러자 남주 누나는 아예 내 핸드폰을 빼앗아 옆으로 던져버렸다.“안 봐. 관심 없어. 아무튼 오늘 저녁에는 시간 없어.”“그렇게 나랑 헤어지기 아쉬우면 같이 고객 만나러 가든가. 고객 다 만나고 나면 같이 천천히 어울려줄게.”나는 바로 진지하게 대답했다.“좋아요. 그런데 지금 무슨 일 해요?”“광고 회사 차려서 다른 회사를 위해 홍보해 주고 있어.”나는 신속히 옷을 차려입고 남주 누나와 함께 밖으로 나갔다.“누나 그런 것도 할 줄 알아요?”“사람 너무 무시한 거 아니야? 나 공무원 되기 전에 광고 디자인을 전공했어.”“그럼 광고 찍으려면 모델 필요하겠네요.”“왜? 소개해 주게?”“제 친구가 프로 모델이거든요. 사람도 예쁘고 가격도 합리해서 누나가 말하면 소개해줄 수 있어요.”나는 그 순간 하정현을 떠올렸다.어찌 됐든 나한테는 한마디만 하면 되는 일이니 둘을 연결해 줄 수만 있다면 서로에게 좋은 일이다.남주 누나 역시 내 말에 시원하게 대답했다.“좋아. 연락처 줘봐. 내가 직접 연락할게.”나는 얼른 하정현의 연락처를 누나에게 건네고 하정현에게 따로 말해두었다.그러자 하정현한테서 곧바로 고맙다는 문자가 날아왔다.그걸 본 나는 얼른 핸드폰을 호주머니에 넣었다.남주 누나는 나더러 자기 차를 운전하게 하고 본인은 조수석에 앉았다. 하지만 내가 운전하는 내내 자꾸만 나에게 손장난을 치는 게 몹시 수상했다.“아까 호텔에 있을 때 다치게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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