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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편도, 아들도 내 발밑에 매달렸다
전남편도, 아들도 내 발밑에 매달렸다
ผู้แต่ง: 주광

제1화

ผู้เขียน: 주광
이혼을 결심한 그날, 고예진은 유치원 화재 현장에서 죽을 뻔한 일을 겪었다.

아들 부이안을 구하기 위해, 예진은 마지막 힘까지 끌어모아 이안을 바깥쪽으로 밀쳐냈고, 자신은 무너진 책장 밑에 깔려 숨이 끊어질 듯한 고통에 짓눌렸다.

그리고 그런 예진이 목숨 걸고 구해낸 친아들 이안은 그녀의 안위에는 관심조차 없었다.

오히려 친아들은 불과 몇 발짝 떨어진 곳에서 다른 여자의 안부를 확인하고 있었다.

“고모, 괜찮아? 이안이 놀랐어... 너무 무서워...”

류아린은 팔에 경미한 화상을 입었을 뿐이지만, 마치 생명이 위독한 사람처럼 바닥에 주저앉아 멍하니 있었다.

“고모 괜찮으니까, 이안이 무서워하지 마.”

예진의 기억 속 이안은 아버지 부윤제를 꼭 빼닮았다.

감정을 쉽게 드러내지 않는, 조용하고 차분한 아이였다.

하지만 지금의 이안은 아린을 부둥켜안고 엉엉 울고 있었다. 온몸을 부들부들 떨 정도로 겁에 질려 있었다.

‘왜... 왜 하필 저 여자야... 내 아들이...’

예진의 가슴 깊은 곳이 날카로운 비수가 꽂힌 듯 아팠다.

바로 그 순간, 예진의 남편 부윤제가 불길 속을 뚫고 들어왔다.

윤제의 시선은 쓸진 책장 밑에 있던 예진을 그냥 지나쳐서 곧장 아린을 향했다.

그는 곧장 아린에게 달려가 이안을 안아 들었다.

“이안아! 아린아!”

“아빠, 고모 먼저 도와줘! 고모가 나 구하려다 다친 거야!”

윤제는 아린과 이안의 상처를 다급하게 살폈다.

예진은 그 장면을 똑똑히 지켜봤다.

셋이 서로를 감싸 안은 모습은... 누가 봐도 완벽한 가족이었다.

그 가운데 있던 자신은, 마치 불청객처럼 어울리지 않는 그림자일 뿐이었다.

‘아파. 숨이 막혀. 그래도... 살고 싶어.’

예진의 본능적인 생존 욕구가 겨우 목소리를 내게 했다.

“살려줘요... 제발 살려줘요.”

그제야 세 사람의 시선이 예진에게 향했다.

예진은 분명히 봤다. 아들과 남편의 걱정 어린 얼굴은, 자신을 보는 순간 싸늘하게 변했다.

“엄마... 고모 몸이 약하니까 먼저 도와줘야 해. 엄마는 조금만 참아, 곧 소방관 아저씨들이 올 거야.”

“아린이가 이안이를 구했어. 이대로 그냥 두고 볼 순 없어. 아린아, 우리 먼저 가자.”

그렇게 말한 윤제는 아린을 조심스럽게 안고, 이안은 그의 옷자락을 붙잡았다.

셋은 그대로 등을 돌려, 예진을 남겨두고 떠나려 했다.

“이러지 마. 너무 위험해. 예진 씨를... 제발 좀 도와줘...”

아린은 걱정스러운 얼굴로 말했다.

하지만 윤제와 이안은 단 한 번도 뒤돌아보지 않았다.

“저 사람, 괜찮을 거야.”

“맞아, 엄마는 맨날 아픈 척하잖아. 이번에도 뻔해. 소방관 아저씨들이 금방 올 거야.”

그 말이 끝나자마자 윤제는 아린과 이안을 데리고 유치원을 빠져나가기 시작했다.

불길은 점점 거세졌고, 곧 온 유치원을 집어삼켰다.

예진은 멍한 눈으로 세 사람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그 순간, 그녀의 마음은 완전히 무너져 내렸다.

‘내가 열 달 동안 품었다가 낳은, 목숨 걸고 구한 아들이 맞나?’

‘내가 8년을 사랑한, 하루도 잊지 못했던 남편 맞냐고?’

세상 누구보다 사랑한다고 믿었던 남편과 아들이, 아무런 망설임 없이 자신을 버려둔 채 다른 여자를 구하고 떠나버렸다.

예진은 불 속에 홀로 남겨졌다.

눈물조차 나오지 않았다.

‘뜨거워서 그런 걸까... 아니면, 이미 절망감이 바닥을 쳐서일까...’

그 순간, 예진은 지금까지 살아온 자신의 인생이 참 우스웠다.

‘정말, 우습지도 않네.’

그리고 자신도 모르게, 조소 같은 웃음이 터져 나왔다.

그 순간 다시 눈앞이 흐릿해졌다.

짙은 연기가 폐를 파고들며 숨을 멎게 했다.

의식이 점점 멀어져 가는 찰나, 예진의 머릿속엔 단 하나의 생각만이 남았다.

‘만약... 살아서 나갈 수만 있다면, 다시는 나를 이렇게 비참하게 내버려두지 않겠어.’

얼마나 잤는지도 모를 오랜 시간이 흘렀다.

예진은 아주 기나긴 꿈을 꾸었다.

꿈속에서, 예진은 마치 낯선 관객처럼 한발짝 떨어져서 자신의 결혼 생활을 돌이켜보았다.

처음엔 설렘이었고, 그다음은 기다림이었고, 결국엔... 무너진 기대였다.

‘내가 왜 저렇게 바보처럼... 저 사람들만 바라보고 살았을까?’

...

열여덟 살, 고씨 가문과 부씨 가문은 사업적 이해관계를 이유로 혼약을 맺었다.

고예진의 성년식 날, 그녀는 처음으로 부윤제를 만났다.

그때 윤제는 스물두 살, 대학을 갓 졸업하고 부씨 가문의 가업을 물려받기 시작한 시기였다.

패기와 자신감으로 빛나던 남자.

예진은 윤제를 처음 본 순간 알았다.

‘이 사람이... 내 남편이 될 사람이구나.’

그날 이후, 소녀의 순도 100퍼센트 첫사랑은 단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오로지 윤제에게로 향했다.

하지만, 윤제의 마음속엔 언제나 ‘자신의 첫사랑’이 있었다.

바로 부씨 가문이 입양한 양녀, 류아린.

아린의 어머니와 윤제의 어머니 도순희는 어릴 적부터 의자매라 불릴 만큼 각별한 사이였다.

몇 해 전, 아린의 어머니가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나고, 아린은 부씨 가문으로 들어와 윤제와 함께 자랐다.

‘그렇게 오랫동안 곁에 있었으면... 당연히 오누이처럼 각별한 관계겠지.’

예진은 늘 그렇게 스스로를 다독였다.

스무 살이 되던 해, 윤제의 나이는 스물여섯.

의사는 현장 점검 중 사고로 다리를 크게 다친 윤제가 평생 장애를 안고 살아야 할지도 모른다고 했다.

그때 아린은 조용히 짐을 싸서, 유학을 떠났다.

윤제의 옆을 지킨 사람은 예진뿐이었다.

윤제가 절망에 빠져있던 순간, 예진은 끝없이 윤제에게 말을 걸고, 그의 운동을 도우며 재활 치료 과정에서 같이 울고 웃으며 지옥 같은 나날을 버텨냈다.

그리고 결국, 윤제는 다시 일어섰다.

그 후, 윤제는 예진에게 프러포즈했다.

예진은 자신이 꿈꾸던 사랑의 결말을 믿었다.

‘이제 윤제 씨는 진짜 나만을 사랑해 주는 사람이 되었구나.’

그렇게 예진은 스물두 살에 윤제의 아내가 되었고, 같은 해에 아들 이안을 낳았다.

그때의 예진은 자연분만을 위한 진통 끝에 결국 제왕절개로 아들을 출산했다.

그야말로 난산이었다.

그렇게 힘겨운 출산 과정에서도 그녀는 밤낮없이 곁을 지키던 윤제의 모습에, 모든 고통이 보상받은 듯 느껴졌다.

‘우리... 앞으로는 정말 행복할 수 있을 거야. 우리 세 식구가 늘 함께.’

하지만 그 믿음은 오래가지 않았다.

이안이 백일을 맞던 날, 아린이 귀국했다.

그리고 윤제에게 진짜 사랑은 결국 예진이 아닌, 그의 첫사랑이었다.

윤제가 아린을 다시 만난 그 순간부터, 모든 것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예진을 대하는 윤제의 온도는 서서히 차가워졌고, 퇴근 시간이 지나서도 밤늦게까지 돌아오지 않기 일쑤였다.

이와 동시에 고씨 가문의 사업은 내리막길을 걷기 시작했다. 몇 년 사이에 거의 모든 계열사가 무너져 내렸다.

그 와중에 윤제의 아버지마저 병세가 악화하여 세상을 떠났다.

이제 집에는 윤제의 어머니, 도순희만 남았다.

고씨 가문이 더 이상 도움도, 가치도 없어진 시점에서 도순희는 이안을 자기 집으로 데려갔다.

“새아가, 네가 산후조리를 제대로 못 해서 몸이 약해진 것 같구나. 아이는 내가 데려다 잘 키워주마.”

처음엔 그런 말로 시작됐지만, 곧 아린과 도순희가 함께 이안을 키우기 시작했다.

예진은 스스로를 위로했다.

‘류아린은 이미 과거야. 어머님은 이안이 할머니잖아.’

‘설마... 아이에게 나쁜 영향을 끼치진 않으시겠지?’

하지만, 그때의 예진은 너무 순진했다.

그렇게 4년이 흘렀다.

오늘, 예진은 정말 오랜만에 어렵게 기회를 얻어 유치원으로 이안을 데리러 갔다.

하지만 유치원에 불이 났다.

그리고 그 불길 속에서, 이안과 윤제가 아린을 데리고 뛰쳐나가는 장면을 본 순간, 예진은 그제야 깨달았다.

‘내가... 얼마나 바보 같은 착각을 하고 살았던 거지?’

결국 거센 불길은 결국 예진을 집어삼켰고, 그 속에서 예진은 절규했다.

“살려줘... 제발...”

“...”

예진이 갑자기 눈을 번쩍 떴다. 눈앞에 펼쳐진 건 시뻘건 불길이 아닌, 하얀 병실의 천장이었다.

한참을 멍하게 바라보다가 현실을 인지했다.

‘아... 내가 아직 살아 있구나.’

병실엔 아무도 없었다.

예진의 온몸은 붕대로 감겨 있었고, 오른쪽 다리는 깁스를 한 상태였다.

방금 꾼 꿈 때문인지, 환자복은 땀으로 흠뻑 젖어 있었고, 숨을 쉴 때마다 목구멍이 따갑게 타들어 갔다.

예진은 누군가를 부르려 했지만, 목소리는 나오지 않았다.

‘연기 때문에 성대를 다쳤나 봐...’

그녀는 힘겹게 침대 옆의 목발을 짚고 일어나 탁자 위의 물을 겨우 한 모금 삼켰다.

그제야 타는 듯한 목이 조금 가라앉았다.

그리고 본능적으로 아들 이안을 떠올랐다.

예진은 목발을 짚으며 병실 밖으로 나갔다. 아이의 상태를 확인해야 했다.

하지만 병실을 막 벗어난 순간, 옆 병실에서 들려오는 웃음소리에 발이 멈췄다.

웃음소리는 따뜻하고, 평화롭고, 무엇보다... 익숙했다.

예진은 천천히 다가갔다.

문이 조금 열려 있었고, 그 틈으로 안이 훤히 보였다.

아린은 병상에 누워 있었고, 도순희는 그 병상 옆에서 사과를 깎고 있었다.

이안은 아린의 이불 위에 몸을 기대고, 아린을 꼭 껴안고 있었다.

“고모... 아직 아파요?”

이안의 목소리는 작고 조심스러웠다.

하지만 그 속엔 따뜻한 걱정이 가득 담겨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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