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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69화

Author: 꼬미 요괴
식사 후에는 방에 돌아가 씻고 잠깐 휴대폰을 보다가 일찍 잘 생각이었다.

그런데 거실을 지나며 소파에서 책을 보는 정윤슬을 발견했다. 탁자에는 자료가 잔뜩 펼쳐져 있었다.

지태일은 저도 모르게 소파로 다가가 조금 떨어진 자리에 앉아 휴대폰을 꺼냈다.

정윤슬은 그가 있는 줄도 모르고 연구에 집중했다.

지태일도 자리를 뜰 생각이 없었다. 뉴스를 보다가 사건 보고서를 읽었다.

시간이 흘렀다. 거실에는 책장 넘기는 소리와 정윤슬이 가끔 필기하는 소리만 들렸다.

두 사람은 각자 할 일에 집중했다.

한참 뒤 어깨가 뻐근하고 눈이 피곤해진 정윤슬이 고개를 들었다. 지태일이 소파 반대편에서 휴대폰을 보고 있었다.

그는 무심코 주먹으로 입을 가리고 작게 하품했다.

“태일 오빠, 늦었는데 안 주무세요?”

정윤슬은 책을 덮고 나직이 물었다.

“아직 안 졸려.”

“전 좀 졸려요.”

정윤슬은 손에 든 자료와 탁자 위 책을 가지런히 쌓아 품에 안았다.

“그럼 먼저 들어갈게요.”

“그래, 들어가.”

지태일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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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5년 만의 재회, 그의 폭주   제684화

    키가 크고 건장한 지태일은 작고 가녀린 정윤슬에게 거대한 존재처럼 느껴졌다.강한 팔에 꽉 안긴 정윤슬은 꼼짝할 수 없었고, 지태일은 고개를 숙여 깊이 입을 맞췄다.입맞춤마저 지태일답게 거침없고 강렬했다.첫 키스인 정윤슬은 폭풍처럼 몰아치는 입맞춤에 속수무책이었다. 입술이 아플 정도였다.숨이 막히고 다리에 힘이 풀릴 즈음 정윤슬이 주먹으로 그의 어깨를 두드렸다. 그제야 지태일이 입술을 떼었다.정윤슬은 얼굴이 새빨개진 채 고개를 숙이고 가쁘게 숨을 골랐다. 그의 눈을 마주할 수 없었다.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점심을 만들겠다던 사람이 왜 갑자기 끌어안고 입을 맞춘 걸까? 무슨 일이라도 생긴 건가?’지태일은 뺨을 쓰다듬다가 손가락을 뒤통수로 옮겨 얼굴을 들도록 했다.그와 뜨거운 시선이 마주치자 정윤슬의 심장이 더 빠르게 뛰었다. 부끄럽고 혼란스러운 감정이 한꺼번에 밀려와 아무 생각도 할 수 없었다.“넌 쉬어. 점심은 내가 할게.”정윤슬이 입맞춤으로 얼얼해진 입술을 살짝 열었다.“오빠, 저 아직 아픈데요.”지태일이 낮게 웃었다.“괜찮아. 난 면역력이 강해.”“그렇지만 오빠는...”왜 입을 맞췄느냐고 물으려다 말을 삼켰다. 그렇게 묻는 건 거절한다는 뜻처럼 들릴지도 몰랐다. 차라리 묻지 않는 편이 나았다.어차피 처음부터 그녀는 지씨 집안과 지태일에게 보답하고 싶었다.입맞춤을 원하면 받아들일 생각이었다. 잠자리를 원한다면 그것도, 아이를 원한다면 아이를 낳는 것도 마찬가지였다.마음에 다른 남자가 없었다. 정윤슬에게 이 결혼은 은혜에 보답하기 위해 건 도박이었다.지태일이 결혼 생활을 이어 가고 싶다면 자신도 진심으로 대하며 평생을 함께할 생각이었다.그가 다시 혼자가 되고 싶다면 망설임 없이 자유롭게 보내 주고 미련 없이 떠날 터였다.지태일이 손을 놓고 쉬러 가라고 재촉했다.정윤슬은 거실 소파로 돌아와 책을 폈지만 아무리 집중하려 해도 글자가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머릿속에는 조금 전의 거친 입맞춤뿐이었다.식사할 때도 지태일의

  • 5년 만의 재회, 그의 폭주   제683화

    ‘부모님이 좋은 분들이니 그 밑에서 자란 자식들도 훌륭한가 보네.’컵을 씻은 지태일이 돌아오자 정윤슬은 시선을 거두고 다시 책을 펼쳤다.지태일은 옆에 앉아 휴대전화를 들여다봤다. 늘 그렇듯 정윤슬은 책을 읽고 공부했고, 지태일은 휴대전화를 봤다. 별다른 대화가 없어도 함께 조용히 앉아 있는 시간이 무척 편안했다.잠시 후 휴대전화가 울렸다. 발신자는 강도진이었다.정윤슬은 별생각 없이 전화를 받았다.“선배, 무슨 일이세요?”옆에 있던 지태일의 손가락이 굳었다. 몸에도 은근히 힘이 들어갔다.정윤슬은 한참 상대의 말을 듣다가 대답했다.“네, 알겠어요.”다시 조용히 들으며 가끔 그렇다고 하고 맞장구를 쳤다.“좋아요. 주소 보내 주세요. 꼭 갈게요.”“선배, 안녕히 계세요.”통화를 끝내고 휴대전화를 탁자 위에 내려놓은 정윤슬은 다시 책을 펼쳤다.그때 지태일의 차가운 목소리가 들려왔다.“그 사람이랑 어디 가려고?”고개를 드니 그는 휴대전화를 내려다보며 굳은 표정을 짓고 있었다.“모레가 지도 교수님 생신이에요. 선배들이랑 다 같이 돈을 모아 선물도 사고 식당에 방을 예약해서 생신을 축하해 드리기로 했어요.”지태일이 휴대전화를 허벅지 위에 놓고 그녀를 바라봤다.“그 사람한테 꼭 그렇게 다정하게 말해야 해?”“네?”정윤슬은 어리둥절했다.‘언제 다정하게 말했다는 거지? 평소 말투대로 이야기했을 뿐인데 왜 이렇게 가시 돋친 소리를 하지?’“가족도 데려갈 수 있어?”“그건 좀 어려울 것 같은데요.”“정확한 시간 알려 줘. 내가 데려다줄게.”“출근하셔야 하잖아요.”“특별히 중요한 일이 없으면 시간을 조정할 수 있어.”일에 지장을 줄까 걱정된 정윤슬이 말했다.“안 그러셔도 돼요. 요즘은 택시도 편하고 지하철도 잘돼 있어서...”말이 끝나기도 전에 지태일이 일어섰다.“시간하고 주소, 카톡으로 보내.”그 말을 남기고 거실을 나갔다.정윤슬은 지태일이 갈수록 이상하다고 느꼈다.거실에서 책을 보다가 점심때가 가까워져 요리하러 일어섰다가

  • 5년 만의 재회, 그의 폭주   제682화

    다음 날 아침.잠에서 깬 정윤슬은 여전히 머리가 멍하고 몸이 무거웠지만 기운은 조금 돌아와 있었다.그녀는 눈을 비비며 힘겹게 몸을 일으켰다. 커튼이 햇빛을 가린 방 안에는 희미한 빛만 들어왔다.협탁 위의 물컵과 약상자를 보고서야 전날 밤 지태일이 자신을 안고 병원에 다녀왔다는 사실이 떠올랐다. 하지만 고열 때문에 기억이 뚜렷하지 않았다.이마를 짚고 눈을 감은 채 기억을 더듬던 정윤슬은 갑자기 어젯밤 꿈이 떠올라 얼굴이 달아올랐다.아무래도 열이 심해 이상한 꿈을 꾼 모양이었다. 지태일과 입을 맞추는 꿈이라니, 말도 안 되는 일이었다.‘태일 오빠는 나를 여동생처럼 생각할 뿐인데...’정윤슬은 이불을 걷고 일어나 욕실에서 씻은 뒤 거실로 나왔다.대충 아침을 만들어 먹으려던 그녀는 탁 트인 주방에 서 있는 지태일의 뒷모습을 보고 놀랐다.그는 좀처럼 쉬는 날이 없었다.‘오늘은 주말도 아닌데 왜 집에 있을까?’“태일 오빠.”“일어났어?”연회색 실내복에 앞치마를 두른 지태일이 숟가락을 내려놓고 돌아봤다.“아침 거의 다 됐어. 조금만 기다려.”“고마워요.”정윤슬은 아일랜드 식탁 앞에 앉아 두 손을 포개고 냄비를 바라봤다. 죽을 끓이는 것 같았다.지태일이 다가와 식탁 너머로 손을 뻗어 이마를 짚었다. 너무나 자연스럽고 다정한 손길이었다.예고 없는 접촉에 정윤슬의 몸이 굳었다. 이마에 닿은 따뜻한 손바닥 때문에 심장이 세차게 뛰었다. 그녀는 긴장한 채 침을 삼키며 지태일을 올려다봤다.“열은 내렸네.”안도한 지태일이 손을 내렸다.“아침 먹고 약도 챙겨 먹어. 금방 좋아질 거야.”“오빠, 오늘 쉬세요?”“응. 근무를 바꿨어.”지태일은 돌아서서 냄비 뚜껑을 열고 고기죽을 천천히 저었다.‘근무까지 바꿨다고?’정윤슬은 가슴이 뭉클했다.잠시 후 지태일은 다진 고기가 들어간 죽 한 그릇을 그녀의 앞에 놓고 빵과 요거트도 꺼냈다. 그러고는 조용히 그녀의 맞은편에 앉았다.정윤슬은 뜨거운 죽을 저어 한 숟가락 뜬 뒤 입가로 가져가 후후 불었다.

  • 5년 만의 재회, 그의 폭주   제681화

    정윤슬이 약을 먹지 않으려 할 때면 할아버지도 늘 이런 말투로 달래 주셨다.‘우리 윤슬이, 착하지...'정윤슬은 얌전히 입을 벌렸다. 따뜻한 숟가락에 담긴 좁쌀죽이 입안으로 들어왔다. 부드럽고 고소한 죽을 삼키자 지태일은 다시 한 숟가락을 떠서 먹여 주었다.한 숟가락, 또 한 숟가락...먹으면 먹을수록 눈물이 날 것 같았다. 기억이 닿는 어린 시절부터 이렇게 누군가가 직접 밥을 먹여 준 적은 없었다. 아플 때조차 할아버지는 스스로 먹어 보라며 달래셨을 뿐, 이렇게 살뜰히 죽을 떠먹여 주지는 않으셨다.몇 숟가락을 먹자 더는 넘어가지 않았다. 눈꺼풀도 천근만근 무거웠다.“이제 안 먹을래요.”정윤슬이 고개를 저었다. 지태일은 약을 집어 그녀의 입에 넣어 주었다. 그의 손끝이 입술에 닿았고, 정윤슬은 약을 입에 물었다.“착하지. 물 마시고 삼켜.”그녀는 입가까지 내민 컵을 받아 두 모금 크게 마신 뒤 약을 삼켰다.“약도 먹었으니 누워서 푹 쉬어.”지태일은 물컵을 협탁에 내려놓고 어깨를 받쳐 그녀를 눕히려 했다.그 순간 정윤슬이 몸을 돌려 두 팔로 그의 목을 감싸 안고 얼굴을 목덜미에 묻었다.갑작스러운 포옹에 지태일의 몸이 굳었다. 손끝이 떨리고 목울대가 크게 움직였다. 숨을 가볍게 내쉰 그는 입을 열고 쉰 목소리로 속삭였다.“윤슬아, 누워서 푹 쉬어. 약 먹었으니 금방 나을 거야.”“태일 오빠... 고마워요.”“고마워할 필요 없어. 당연히 해야 할 일이야.”“세상에 당연히 해야 하는 일은 없어요. 의무로 하는 일도 없고요. 그냥 하고 싶으냐, 하고 싶지 않으냐의 차이죠.”“맞아. 난 널 돌보고 싶어서 그러는 거야.”지태일이 거의 들리지 않을 만큼 작게 대답했다. 그녀의 팔을 풀어 보려 했지만 잘되지 않자 그대로 몸을 숙여 침대에 눕혔다.두 사람은 숨결이 닿을 만큼 가까웠다. 지태일은 정윤슬에게서 풍기는 은은한 향기를 선명하게 느꼈다. 정신을 아찔하게 만드는 향이었다.한쪽 팔꿈치로 침대를 짚고 다른 손으로 정윤슬의 팔을 잡은 그는

  • 5년 만의 재회, 그의 폭주   제680화

    비 오는 날의 바람은 유난히 차가웠다.우산으로도 빗물을 다 막을 수 없었다. 정윤슬은 역에 도착할 때까지 셔츠와 바지가 젖었고, 지하철 안에는 냉방이 강하게 틀어져 있었다.지하철을 두 번이나 타고 왕복하는 동안 정윤슬은 몸이 차갑게 식어 감기에 걸렸다.집에 돌아와 젖은 옷을 벗고 따뜻한 물로 샤워했다. 그 뒤 기운 없이 침대에 누워 쉬었다.공부할 기운도 없었다.비몽사몽 잠든 사이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깊은 잠에서 깨어 보니 방 안은 온통 어두워져 있었다.정윤슬은 이불을 걷고 침대에서 내려왔다. 몸이 몹시 춥고 머리가 무거웠다. 다리에 힘도 들어가지 않았다.정신이 몽롱한 채 머리맡 불을 켜고 문으로 걸어갔다.문을 열었다. 고개를 들지 않아도 지태일인 줄 알았다. 문짝에 손을 짚고 반쯤 감긴 눈으로 중얼거렸다.“태일 오빠, 선물은 선배한테 돌려드렸어요. 저녁은 안 먹을래요. 오빠는 배달시켜 드세요.”“오늘 왜 이렇게 일찍 자?”지태일의 가벼운 목소리에 걱정이 묻어났다.“너무 졸려요. 낮부터 계속 잤어요.”“그럼 점심도 안 먹었어?”“네.”“오늘 비 엄청 왔는데 밖에도 나갔어?”“네.”정윤슬은 눈을 감고 문에 기대 다시 졸았다.“몸이 안 좋은 거 아니야?”“그냥 그래요.”정윤슬은 몸과 머리가 무겁고 기운이 하나도 없었다.지태일이 한 걸음 다가와 이마에 손을 얹었다.차가운 손바닥이 이마에 닿자 정윤슬은 조금 정신이 들었다. 갑작스러운 접촉에 긴장됐다.지태일은 몇 초간 이마를 짚어 보다가 얼른 손을 거두고 굳은 목소리로 말했다.“가자. 병원 가야겠어.”“괜찮아요. 좀 쉬면 나아요. 병원 안 가도 돼요.”지태일은 엄하게 말했다.“열이 너무 높아. 사십도 가까이 되는 것 같은데.”정윤슬이 피식 웃었다.“태일 오빠, 농담도 잘하시네요.”지태일은 표정을 굳히고 정윤슬을 지나 방으로 들어가 옷장에서 외투 하나를 서둘러 꺼냈다.정윤슬은 의아해서 돌아봤다.바로 그 순간 지태일이 외투를 어깨에 걸쳐 주더니 허리를 숙여

  • 5년 만의 재회, 그의 폭주   제679화

    지태일이 차갑게 물었다.“선물이 그렇게 부족해? 누가 뭘 주든 다 받을 거야?”정윤슬은 말문이 막혔다.“그건...”“그럼 받은 만큼 답례해야 할 텐데, 그 남자한테는 뭘 줄 생각이야?”“저는...”지태일의 목소리에 불쾌감이 더해졌다.“그 남자는 네가 유부녀인 줄 몰라?”“네?”정윤슬은 그대로 얼어붙었다.생각해 보니 자신조차 결혼한 여자라는 사실을 잊을 때가 많았다.지금의 생활은 독신일 때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그저 남자 룸메이트 하나가 생겼을 뿐이었다.하지만 결혼한 사람이라는 입장에서 보면 남자에게 선물을 받는 게 적절하지 않을 수도 있었다.지씨 집안 남자들은 유난히 원칙을 중시했다. 지태일도 예외가 아니었다.‘사랑 없는 결혼이라도 혼인 관계인 아내가 선을 넘는 행동은 용납하지 않을 생각일까?’정윤슬은 잠시 생각하다 유리병을 안고 또박또박 말했다.“태일 오빠, 마음에 안 드는 게 있으면 말씀하세요. 제 물건을 마음대로 버리시면 안 되죠. 그건 저를 존중하지 않는 행동이에요.”“미안해.”지태일은 망설임 없이 즉시 사과했다.뜻밖의 사과에 정윤슬은 잠시 멍해졌다.그런데 정신을 차릴 틈도 없이 지태일은 진지하고 단호하게 덧붙였다.“그건 버리든지 돌려줘. 그리고 네가 남편 있는 여자라는 것도 알려 주고.”정윤슬의 가슴에 묘한 떨림이 일며, 심장 박동이 흐트러졌다.남자의 선물을 받았다는 이유로 이렇게 화를 내다니,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다.“태일 오빠, 혹시 질투하세요?”정윤슬은 조심스럽게 물었다. 심장이 두근거려, 기대에 찬 눈빛으로 그를 바라봤다.지태일은 피식 웃고 손을 바지 주머니에 넣었다. 시선을 다른 곳으로 돌려 눈을 마주치지 않았다.“하! 농담해? 내가 왜 질투를 해?”정윤슬의 들뜬 마음이 순식간에 가라앉았다. 그녀는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혼자 착각한 모양이었다.“알겠어요. 꽃송이 버섯은 선배에게 돌려드릴게요.”지태일은 차분하고 진지하게 말했다.“앞으로 선물 받고 싶은 게 있으면 나한테 말해. 다른 남

  • 5년 만의 재회, 그의 폭주   제7화

    공기가 얼어붙은 것처럼 정적이 내려앉았다. 주변의 소음이 잦아들고 세상의 색채가 빛을 잃어가는 가운데 오직 지강산만 선명하게 눈에 들어왔다.연한 블루 반팔 셔츠에 블랙 바지 차림의 지강산이 청량하면서도 멋진 기운을 뿜어내고 있었다.평범한 출근룩이었음에도 조각 같은 이목구비, 탄탄한 몸매와 훤칠한 키 덕분에 우아하고 기품이 흘러넘쳤다.그가 깊고 어두운 눈으로 빤히 쳐다보자 허서령은 저도 모르게 긴장감에 휩싸였다.소유하가 슬리퍼를 가져와 지강산의 앞에 놓으며 살갑게 굴었다.“오빠, 신발 갈아 신어.”하지만 지강산은 아무 반응

  • 5년 만의 재회, 그의 폭주   제6화

    다음 날.업무를 마친 허서령이 휴대폰을 들어 심인혜에게 메시지를 보냈다.[인혜야, 깼어?][어, 깼어.][시욱 씨랑은 어떻게 됐어?][얘기 잘 끝냈어. 시욱 씨가 양보하기로 해서 결혼식은 예정대로 진행해.][미안해서 어떡하지? 지금 손에 엄청 중요한 사건이 하나 있거든. 다음 달에 출장 가야 할 것 같아. 들러리 못 서줄 것 같은데... 이번 한 번만 봐주면 안 될까?][양쪽의 비주얼 담당 두 사람이 다 못 온다고? 둘이 짰어?][그게 무슨 소리야?][지강산 씨도 일이 생겨서 못 온대.]지강산 역시 허서령을 만나고

  • 5년 만의 재회, 그의 폭주   제5화

    허서령은 진심으로 겁이 났다.지난번 사람들이 북적이는 호텔에서도 허서령에게 키스를 퍼부었던 지강산이었다.지금은 새벽 두 시가 넘은 시간인 데다가 아파트 복도에 인적도 끊겼다. 지강산이 또 무슨 짓을 할지 장담할 수 없었다.“강산 씨도 여기에 올 줄은 몰랐어요.”허서령이 떨리는 목소리로 현관문에 몸을 바짝 붙였다. 당장이라도 문을 두드리며 살려달라고 소리칠 기세였다.“강산 씨 눈앞에 일부러 나타난 게 아니에요.”지강산의 눈빛이 어둡게 가라앉았다. 말없이 구석에 있는 쓰레기통으로 걸어가더니 피우던 담배를 비벼 꺼서 던져 넣었

  • 5년 만의 재회, 그의 폭주   제4화

    병원 안.허서령이 수납을 마치고 영수증을 챙겨 병원을 나섰다. 그때 진성호가 뒤쫓아와 허서령의 팔을 거칠게 붙잡았다.“지난번에 내가 얘기했던 거 생각해 봤어?”허서령이 불쾌한 기색을 숨기지 않고 진성호의 손을 뿌리치며 째려봤다.“미친놈.”진성호의 얼굴이 순식간에 험악하게 일그러지더니 어금니를 꽉 깨물었다. 그러고는 두 손을 허리에 얹고 오만한 태도를 취했다.“허서령, 나한테 시집오면 배상금 1억 6천만 원을 주지 않아도 돼. 우리 아버지 병원비도 낼 필요 없고. 게다가 너의 엄마가 원하는 대로 은행에서 1억 원 대출받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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