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IN차가 제산방송센터 주차장에 들어서자 지은영은 서둘러 내렸다.“우빈 오빠, 데려다줘서 감사해요. 전 일하러 가 볼게요. 다음에 또 만나요.”김우빈도 차에서 내려 문을 닫았다.“나도 같이 올라갈게. 딱히 할 일도 없으니까.”“하지만...”지은영이 멈칫하자 김우빈은 차 앞을 돌아 그녀에게 다가와, 흔들림 없는 눈빛으로 거절할 틈도 없이 말했다.“가자.”그러고는 엘리베이터 쪽으로 걸어갔다.지은영은 급히 뒤따랐다.엘리베이터에 들어서자 김우빈이 물었다.“몇 층?”“12층이요.”김우빈은 버튼을 누르고 한 걸음 물러나 그녀와 나란히 섰다.지은영은 천천히 고개를 돌려 김우빈을 올려다봤다.옆모습은 조각처럼 잘생겼고 이목구비가 뚜렷했다. 서늘하면서도 수려한 얼굴, 곧고 탄탄한 체격, 산처럼 묵직한 존재감이 느껴졌다. 옆에 가만히 서 있기만 해도 숨이 막힐 만큼 위압적이었다.더운 여름인데도 하얀 셔츠에 검은 정장 바지를 입었다. 단정한 옷차림이 업무 공간과도 잘 어울렸다.엘리베이터 문이 열리자마자 지은영은 앞에 서 있는 사람들을 보고 굳어 버렸다.상사인 문현석과 그를 따르는 직원 몇 명이었다.그들은 환한 미소를 지으며 허리를 살짝 숙이더니 김우빈에게 다가와 악수를 청하며 지나치게 공손한 목소리로 인사했다.“김 대표님, 여기는 어쩐 일이십니까? 직접 와 주시다니 정말 영광입니다. 아까 전화를 받고도 믿기지 않아서 계속 기다리고 있었습니다.”김우빈은 문현석과 악수하며 담담하게 대답했다.“여자 친구가 대신 근무하러 온다기에 데려다줬어요.”‘여자 친구?’지은영의 심장이 덜컥했다. 무슨 말인지 바로 받아들일 수 없었다.문현석은 엘리베이터 안에서 멍하니 서 있는 지은영을 보고 놀란 척했다.“지은영 씨는 예쁘고 똑똑한 데다 일도 잘해서 제가 늘 눈여겨보는 직원입니다. 그런데 대표님의 여자 친구일 줄은 몰랐네요!“지은영은 어색한 웃음을 지으며 엘리베이터에서 나와 상사들에게 고개를 숙여 인사했다.평소에는 자신을 신경도 쓰지 않던 사람이 인제 와서 눈
바로 그때 휴대전화가 울렸다.지은영은 전화를 받아 귀에 댔다.다급한 동료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은영 씨, 저 대신 근무 좀 해 줄 수 있어요? 갑자기 급성 장염 때문에 병원에 왔어요. 조금 있다가 정말 중요한 인터뷰가 있거든요.”“저 오늘 쉬는 날인데요.”동료는 고통스러운 듯한 목소리로 간청했다.“제발 부탁이에요. 은영 씨, 정말 대신해 줄 사람을 못 찾겠어요.”지은영은 난감해서 김우빈을 돌아봤다.김우빈은 그녀의 고민을 눈치챈 듯했다.“그 마을은 다음에 가도 돼. 일부터 처리해.”“고마워요.”지은영은 김우빈에게 인사한 뒤 동료에게 말했다.“주소랑 인터뷰 내용 보내 줘요.”동료가 환호했다.“고마워요. 은영 씨! 정말 최고예요. 제가 제일 사랑하는 천사라니까요!““푹 쉬고 빨리 나아요.”지은영은 전화를 끊고 카톡을 열었다.곧 동료에게서 주소와 인터뷰 대본이 도착했다.지은영은 주소를 읽어 주고 물었다.“내비게이션 켤까요?”김우빈은 앞에서 차를 돌렸다.“괜찮아. 제산시 길은 다 잘 알아.”지은영은 더 말하지 않고 인터뷰 대본을 읽기 시작했다.그런데 다 읽고 나자 기분이 엉망이 됐다.한때 인기를 누렸지만 지금은 잊힌 남자 배우를 인터뷰하는 내용이었다. 질문은 지나치게 공격적이고 속물적이었다. 상대의 아픈 과거와 사생활을 집요하게 파고들었고, 모든 질문이 약점만 골라 찌르고 있었다.그제야 동료가 왜 갑자기 급성 장염으로 입원했다는 건지, 방송국에 출근한 사람이 그렇게 많은데도 왜 대신할 사람을 못 구해 굳이 자신에게 부탁했는지 이해됐다.이 대본은 화제와 조회 수를 끌어모으기 위해 만든 것이었다. 마치 그 배우를 괴롭히려고 일부러 쓴 것 같았다.인터뷰 도중 상대가 참지 못해 폭발하면 얻어맞을 수도 있었다. 방송이 나간 뒤에는 배우의 팬들에게 공격당할 위험도 있었다.지은영은 눈을 감고 등받이에 몸을 기댄 채 길게 한숨을 내쉬며 힘없이 두 손을 늘어뜨렸다.절망스러웠다.김우빈이 물었다.“무슨 일인데?”지은영이 화난 목소리
공연이 끝날 무렵에는 모든 걱정과 스트레스가 사라진 기분이었다. 온몸과 마음이 가볍고 후련했다.김우빈은 웃지 않는 사람인 줄 알았는데 그렇지도 않았다.공연을 보는 동안 김우빈도 몇 번 웃었다. 다만 웃음이 적고 취향이 까다로워 사람들이 박장대소할 때도 입꼬리만 살짝 올리며 희미하게 웃는 정도였다.그래도 즐거워하는 모습이 보였다.공연장을 나온 지은영은 한결 편안해져, 김우빈과 나란히 차로 걸어가며 물었다.“우빈 오빠도 이런 공연 좋아해요?”“네 덕분에 처음 봤는데 좋아졌어.”“전에는 한 번도 안 봤어요?”“응.”“그럼 제가 좋아하는 건 어떻게 알았어요?”“네 둘째 오빠가 내 가장 친한 친구잖아. 네 취미를 알아내는 건 어렵지 않아.”지은영은 절로 미소가 났다.그러고 보니 둘째 오빠는 그녀에 대해 모르는 게 없었다.“그럼 이제 어디 가요?”“수십 킬로미터 떨어진 오래된 마을에 가서 구경도 하고 길거리 음식도 먹자.”지은영의 눈이 반짝였다. 입가에 떠오른 미소도 한층 환해졌다.“좋아요!”발걸음이 가벼워진 지은영은 저도 모르게 김우빈 쪽으로 가까이 붙었다. 처음 두 사람 사이에 반 미터나 거리를 뒀던 것과는 딴판이었다.기대에 찬 표정과 즐거워하는 모습이 숨김없이 드러났다. 미소도 눈부시게 밝았다.차에 다다른 지은영이 뒷좌석 문을 열려고 손을 뻗는데, 김우빈이 이미 조수석 문을 열고 있었다.“지은영, 여기 앉아.”지은영은 뒷문 손잡이에 손을 얹은 채 조수석을 바라봤다가 그를 봤다.말수가 적고 성격이 차가워도 막상 함께 있어 보니 그렇게 무섭지는 않았다. 그래서 처음보다 긴장이 많이 풀렸다.“네, 고마워요.”지은영은 조수석에 앉아 안전벨트를 맸다.김우빈이 문을 닫아 주었다.마을로 향하는 차 안은 다시 조금 조용해졌다.지은영은 계속 창밖을 바라봤다.그때 김우빈이 말했다.“지은영, 카톡 친구 신청 좀 받아 줘.”“카톡이요?”지은영은 급히 휴대전화를 꺼내 카톡을 열었다. 어젯밤 김우빈에게서 친구 신청이 와 있었는데 미처
“알았어요. 아빠.”지은영은 풀이 죽어 빵을 베어 물었다. 잠시 후 김우빈과 데이트할 생각을 하니 벌써 긴장됐다. 재미없고 막막할 것만 같았다.지강산이 웃으며 달랬다.“은영아, 우빈이를 제대로 알게 되면 생각이 달라질 거야. 사람도 재미있고 사는 방식도 흥미로워. 일 처리도 깔끔하고 남한테도 배려 깊지. 웃음이 적고 무뚝뚝하긴 하지만 배우자로는 정말 믿을 만한 사람이야.”지은영은 억지웃음을 지으며 오빠를 노려보고는 이를 악문 채 말했다.“둘째 오빠, 이렇게 좋은 맞선 상대 소개해 줘서 정말 고마워.”가족들은 지은영의 잔뜩 화난 얼굴을 보고 웃음을 참지 못했다.아침 식사를 마친 지은영은 방으로 돌아가는 길에 김우빈 옆을 지나쳤다. 그녀는 밝은 미소를 지어 보이며 부드럽게 말했다.“우빈 오빠, 오래 기다리셨죠? 옷 갈아입고 가방만 챙겨서 바로 나올게요. 금방이에요.”“천천히 해.”“네.”지은영은 웃으며 고개를 끄덕이고는 곧바로 발걸음을 재촉했다. 어릴 적 학교 선생님 앞에서도 이렇게 긴장한 적은 없었다.김우빈을 어떻게 오래 기다리게 하겠는가.늘 잘생긴 얼굴을 차갑게 굳히고 다니는 남자였다. 진지해지면 큰오빠보다 더 무서웠다.상장 기업의 대표인 데다 압도적인 분위기까지 풍겨, 함께 있으면 사장님을 수행하는 말단 직원 같고, 선생님 뒤를 따라가는 초등학생처럼 긴장해서 마음을 놓을 수가 없었다.지은영은 최대한 빨리 옷을 갈아입고 가볍게 화장한 뒤 배낭을 메고 나왔다.김우빈이 그녀를 보자 자리에서 일어났다.지은영은 환하게 웃었다.“준비됐어요. 가요.”김우빈은 가족들을 향해 정중히 고개를 숙였다.“아버님, 어머님. 그럼 은영이 데리고 나가겠습니다.”하선희가 활짝 웃었다.“그래, 둘이 재미있게 놀아.”지상훈도 고개를 끄덕였다.“네. 다녀오겠습니다.”김우빈은 인사를 마치고 지은영과 집을 나섰다.집 밖에 세워 둔 고급 승용차 앞에서 김우빈이 조수석 문을 열었다. 그런데 돌아보니 지은영은 이미 뒷좌석에 타고 있었다.잠시 굳어 있던
다음 날 아침.강령원에는 장미와 함박꽃이 흐드러지게 피어 있었고, 한여름의 햇살이 화창했다.씻고 나온 지은영은 잠옷 차림에 머리도 조금 헝클어진 채 느릿느릿 방을 나섰다.식탁에서는 부모님과 둘째 오빠 부부가 아침을 먹고 있었다.“좋은 아침!“지은영이 웃으며 인사하고 자리에 앉았다.“우리 은영이, 잘 잤어?”허서령이 반갑게 대꾸했다.지강산이 물었다.“오늘 출근도 안 하는데 왜 이렇게 일찍 일어났어?”“맞선 보러 가야지!“지은영은 빵 하나를 집어 입에 넣고 엄마를 바라봤다.“엄마, 오늘은 몇 명 만나기로 했어요?”가족들은 모두 당황한 얼굴로 지은영을 쳐다봤다. 눈치를 주고받는 모습에 긴장감까지 엿보였다.지은영은 영문을 몰라 눈을 깜빡이며 가족들을 둘러봤다. 빵을 가득 문 탓에 볼이 빵빵했다.“왜 다들 그렇게 쳐다봐요?”하선희가 의아하게 물었다.“너 어제 강산의 친구랑 사귀기로 했다며?”지은영이 멈칫했다.“누구요?”지강산이 답했다.“김우빈.”지은영이 급히 고개를 저었다.“아니야! 내가 왜 우빈 오빠랑 사귀어?”지강산이 못마땅한 얼굴로 젓가락을 내려놓았다.“그럴 생각도 없으면서 왜 좋다고 했어?”“오빠가 그걸 어떻게 알아?”허서령이 턱짓으로 거실 쪽을 가리켰다.지은영은 의아하게 고개를 돌렸다.그 순간 몸이 움찔했다. 담임 선생님을 마주친 학생처럼 벌떡 일어나 입에 든 빵을 허겁지겁 씹어 삼키고 목을 가다듬으며 어색하게 웃었다.“우빈 오빠, 안녕하세요. 좋은 아침이에요.”거실 소파에 앉아 차를 마시고 있던 김우빈은 지은영을 향해 고개를 끄덕였다.“좋은 아침.”지은영은 어쩔 줄 몰라 머리카락을 손으로 몇 번 쓸어 넘겼다. 그러고는 빨개진 얼굴로 천천히 자리에 앉더니 허서령에게 몸을 기울였다.“새언니, 우빈 오빠가 왜 여기 있어요?”“네가 어제 사귀기로 했다고 하더라. 그래서 아침부터 선물을 잔뜩 들고 와서 데이트하러 가자던데? 우리는 밥 먹는 중이고, 우빈 씨는 이미 먹었다면서 같이 앉지는 않고 거실에서 차
지은영은 잠깐 멍하니 있다가 서둘러 고개를 끄덕였다.“그럼요. 우빈 오빠 정말 잘생겼죠. 늘 무표정인 톱스타 같아요.”“키는 183.5㎝. 합격이야?”지은영은 자신도 모르게 ‘풋’ 하고 웃었다가 실례했다 싶어 얼른 입을 다물었다.“당연히 합격이죠.”‘소수점까지 정확히 말하다니.’꼼꼼하고 고지식한 데다 조금 별난 사람임이 틀림없었다.“상장사도 있고, 차와 집, 예금도 있어. 돈 걱정 없이 살 수 있는데, 이것도 합격?”“합격이요.”“부모님 두 분 다 건강하시고 난 외아들이야. 건강에도 문제 없고 나쁜 습관도 없어. 담배 안 피우고 술도 거의 안 마셔. 가끔 적당히 마시는 정도지. 도박이나 성매매도 안 하고 온라인 게임에 빠지지도 않아. 전 여자 친구도 없고 연애 경험도 없어. 썸 타는 여자도 없고 부적절한 관계도...”지은영은 당황해 급히 말을 끊었다.“우빈 오빠, 왜 이렇게까지 진지하세요?”김우빈은 대답 대신 다시 물었다.“합격이야?”“오빠는 어떤 조건으로 봐도 완벽해요. 합격 정도가 아니라 백 점 만점이에요. 하지만 우리 십 년 넘게 알고 지냈잖아요. 게다가 둘째 오빠의 가장 친한 친구인데 어떻게 서로 맞선을 봐요?”“내가 마음에 안 들어?”김우빈의 표정에는 흔들림이 없었다.“그런 뜻이 아니에요. 둘째 오빠가 억지로 부탁해서 오신 거니까 이렇게 진지하게 하실 필요는 없다는 거죠.”김우빈의 눈에 알아채기 힘든 그늘이 스쳤다.“아직도 송원준이랑 결혼하고 싶어?”지은영의 가슴이 무거워졌다. 슬픔이 밀려와 씁쓸하게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송원준이 싫다면 어떤 남자와 결혼하고 싶은데?”“모르겠어요.”“모르겠으면 사람을 보지 말고 조건을 봐.”“네.”“내 조건은 네 배우자 기준에 맞아?”‘배우자라니, 그것도 우빈 오빠가?’두 단어가 한 문장에 등장하자 지은영의 심장이 쿵 내려앉았다.“맞아요.”“그럼 일단 만나 보자.”김우빈의 목울대가 움직였다. 말을 마치자마자 그는 커피를 크게 들이켰다. 얼음처럼 차가운 커피로 남몰
다음 날.업무를 마친 허서령이 휴대폰을 들어 심인혜에게 메시지를 보냈다.[인혜야, 깼어?][어, 깼어.][시욱 씨랑은 어떻게 됐어?][얘기 잘 끝냈어. 시욱 씨가 양보하기로 해서 결혼식은 예정대로 진행해.][미안해서 어떡하지? 지금 손에 엄청 중요한 사건이 하나 있거든. 다음 달에 출장 가야 할 것 같아. 들러리 못 서줄 것 같은데... 이번 한 번만 봐주면 안 될까?][양쪽의 비주얼 담당 두 사람이 다 못 온다고? 둘이 짰어?][그게 무슨 소리야?][지강산 씨도 일이 생겨서 못 온대.]지강산 역시 허서령을 만나고
허서령은 진심으로 겁이 났다.지난번 사람들이 북적이는 호텔에서도 허서령에게 키스를 퍼부었던 지강산이었다.지금은 새벽 두 시가 넘은 시간인 데다가 아파트 복도에 인적도 끊겼다. 지강산이 또 무슨 짓을 할지 장담할 수 없었다.“강산 씨도 여기에 올 줄은 몰랐어요.”허서령이 떨리는 목소리로 현관문에 몸을 바짝 붙였다. 당장이라도 문을 두드리며 살려달라고 소리칠 기세였다.“강산 씨 눈앞에 일부러 나타난 게 아니에요.”지강산의 눈빛이 어둡게 가라앉았다. 말없이 구석에 있는 쓰레기통으로 걸어가더니 피우던 담배를 비벼 꺼서 던져 넣었
병원 안.허서령이 수납을 마치고 영수증을 챙겨 병원을 나섰다. 그때 진성호가 뒤쫓아와 허서령의 팔을 거칠게 붙잡았다.“지난번에 내가 얘기했던 거 생각해 봤어?”허서령이 불쾌한 기색을 숨기지 않고 진성호의 손을 뿌리치며 째려봤다.“미친놈.”진성호의 얼굴이 순식간에 험악하게 일그러지더니 어금니를 꽉 깨물었다. 그러고는 두 손을 허리에 얹고 오만한 태도를 취했다.“허서령, 나한테 시집오면 배상금 1억 6천만 원을 주지 않아도 돼. 우리 아버지 병원비도 낼 필요 없고. 게다가 너의 엄마가 원하는 대로 은행에서 1억 원 대출받아
지강산이 몸부림치는 허서령의 손목을 잡고 머리 위 벽에 고정시킨 뒤 이성을 잃은 맹수처럼 키스를 퍼부었다.참아왔던 눈물이 허서령의 감긴 눈꺼풀 사이로 속절없이 흘러내렸다. 하지만 지강산은 멈출 기색이 전혀 없었다.도저히 참을 수 없었던 허서령이 그의 아랫입술을 있는 힘껏 깨물었다.“윽.”날카로운 통증에 지강산이 입술을 뗐다.허서령이 기억하는 지강산은 언제나 한없이 다정한 사람이었다.그런 그가 이토록 사납게 구는 건 분명 그녀를 뼛속 깊이 증오하기 때문일 것이다. 그 생각에 허서령은 심장이 바늘에 찔린 것처럼 아팠다.지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