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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도진>
“어쭈, 좋아 보인다?”
영웅이의 물음에 대체 어디의 어떤 부분이 그렇게 보이는지, 거울로 몰골을 확인했다. 아무리 봐도 좋아 보이는 모습은 아닌데.
“나는 내 배우가 파업 선언해서, 원치 않게 여친이랑 휴가를 잔뜩 즐기고 있는데!”
“그래. 그래 보여.”
좋아 보인다는 말은 자신에게 하는 말인 듯했다. 해외여행을 다녀온 건지, 피부가 새까맣게 타서 돌아온 모습에 혀를 내둘렀다. 그러고는 자기 집처럼 들어와서 익숙하게 사 온 선물을 펼쳐 놓고, 제대로 살고 있었는지 확인하듯 집안을 힐끗 둘러봤다.
그리고 의아한 듯 고개를 갸웃거렸다.
“누나는?&
“죄, 죄송해요. 계속 이야기해 주세요.”홍시혁의 옷자락을 잡고, 한 번만 더 끼어들면 죽여버리겠다는 눈빛으로 바라보자, 그 눈빛을 용케도 읽은 건지 착석하고는 구시렁거리며 뒤로 홱 돌아버린 덕분에 회의는 순조롭게 진행됐다. 그렇게 이리저리 피드백하고, 구상하고 몇 시간이 지난 후에야, 진이 빠진 채로 의자에 앉아 있다 무심코 나는 예정에도 없던 홍시혁의 앨범에 참여하게 됐다는 사실을 뒤늦게 인지해 옆을 홱 돌아봤다.이번 회의 최고 빌런인 홍시혁은 어느새 나를 바라보고 있었고, 자기 잘못은 없다는 듯 어깨를 으쓱였다.“하… 그래, 네 놈이 성장했을 거로 생각한 내 잘못이야. 내 잘못.”“효재 형, 너무 그러지 말고… 한 대 태우러 가자.”“현우야, 나 이번 앨범 준비하다가 죽는 건 아닐까? 나, 아직 결혼도 못 했는데….”“또, 또, 그런 소리 하지.”울 것 같은 표정과 목소리로 나가버린 둘을 바라보다, 텅 비어버린 회의실에 남아 지쳐 새하얀 천장만 바라보던 내 옆에서는 나의 완성되지 않은 멜로디를 반복해서 틀며 구시렁거리는 목소리가 흘러나왔다.“대체 뭐가 이상하다는 거야? 효재 형도 귀가 맛이 갔나?”“아니야, 일리 있어.”“뭐라고~?”“전부 비슷비슷한 건 사실이잖아.”정말로 그렇게 생각하냐는 얼굴로 바라보는 얼굴에 고개를 끄덕였다. 입지가 꽤 있는 작곡가에게서 그런 피드백을 받을 기회는 드물다
당시 시준이의 여친이었던 스타일리스트의 고급 정보로 MV 촬영장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서, 화보 촬영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입수했다. 마침, 촬영은 쉬고 있고, 감시하는 형들은 잠들어 있다. 이보다 좋은 타이밍은 없었다.무엇보다 HH엔터에서 이도진을 신비주의로 만들기 위해 여러모로 함구하고 노력하던데, 그 스타일리스트는 깡이 큰 건지, 이 바닥을 잘 모르는 건지 혀를 쯧쯧 차면서도 내가 알 바는 아니기에 발은 정직하게 시준이의 뒤를 따라 화보 촬영장으로 향했다.물론 그렇다고 가까이서 볼 수 있는 것은 아니었지만, 여러 스텝들에게 인사를 꾸벅하며 몰래 들여 본 촬영장, 수없이 많은 카메라 속에서 특출나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카메라에 잡아먹히지도 않고 은은하게 존재감을 나타내는 것에 나도 모르게 홀린 듯이 그 현장을 바라봤다.‘역시, 유니콘은 다르지? 대본도 한 번도 틀린 적 없다더라?’당시 연기에 관심이 많던 시준이가, 제 인맥을 총동원해 미친 듯이 정보를 입수할 때니 틀릴 리가 없을 거다. 확실히 곱상한 얼굴과 달리, 완벽주의자 같은 모습이 로봇처럼 보이기는 했다.‘그 정도면 HH엔터 대표가 만든 어디의 무슨 로봇 아니냐?’‘제발 개소리 좀 작작 해라.’‘야…! 너희…! 진짜…!!!’뒤늦게 온 정훈이 형의 손에 질질 끌려가면서도 처음 본 이도진의 모습에 분했다. 은율이가 왜 좋아하는지 알 것 같아서 더욱, 분했다.‘그래도 세트장은 우리가 더 커!’‘갑자기 무슨 소리야!?’&
<이도진>“어쭈, 좋아 보인다?”영웅이의 물음에 대체 어디의 어떤 부분이 그렇게 보이는지, 거울로 몰골을 확인했다. 아무리 봐도 좋아 보이는 모습은 아닌데.“나는 내 배우가 파업 선언해서, 원치 않게 여친이랑 휴가를 잔뜩 즐기고 있는데!”“그래. 그래 보여.”좋아 보인다는 말은 자신에게 하는 말인 듯했다. 해외여행을 다녀온 건지, 피부가 새까맣게 타서 돌아온 모습에 혀를 내둘렀다. 그러고는 자기 집처럼 들어와서 익숙하게 사 온 선물을 펼쳐 놓고, 제대로 살고 있었는지 확인하듯 집안을 힐끗 둘러봤다.그리고 의아한 듯 고개를 갸웃거렸다.“누나는?”‘네가 혼자 밖으로 보낼 리가 없잖아.’라는 확신에 가득 찬 눈빛으로.“영웅아.”“왜…? 나는 네가 그렇게 부를 때마다, 긴장돼.”“홍시혁.”“홍시혁?”죄 없는 손등을 손가락으로 꾹 눌렀다. 아무리 새빨갛게 물든 손등이라고 한들, 지금 자기 심장만큼 물들지는 못했을 것이다.“걔… 다시 활동할 건가 봐.”“아? 뭐야! 너도 이미 들었어!? 아쉽긴 하잖아. 이번에 노래 낸 것도 좋더만~ 여친이 이번에 여행 가서 그것만 주야장천 듣더라. 옛날에 걔 팬이었다더라. 사인받아 달라고 어찌나 난리던지….”“
아마 나를 부른 이유는 ‘홍시혁’ 때문일 것이다. 아니, 그것밖에 없다. 홍시혁은 형은 유명세로 함께 유명해진 홍지혁의 SNS로 방송 복귀 계획은 없다고 밝혔지만… 아무래도 이 신생 엔터는 핵심 멤버였던 청호의 복귀로 함께 시작하고 싶은 듯해 보였다. 그리고 그런 홍시혁을 설득하기 위해, 나를 이용하기 위해 부른 것이 분명했다.뭐, 전에 최 작곡가가 한 번 말하기는 했지만… 홍시혁의 스타성을 생각하면 활동을 하지 않는 게 매우 아쉽기는 했다. 솔직히 성격이 좀 그래서 그렇지, 천상 연예인이니까.“아니, 정말 미안. 이 녀석… 한 시간 전에 있었거든? 그런데 네가 온다니까 급하게 나가버리더라고.”설마, 그때 울었던 것이 부끄러워서… 도망간 건가?이상한 곳에서 이상한 부분을 부끄러워하네.그 철판에….“그 녀석을 계속 기다릴 수는 없으니까, 단도직입적으로 말… 아니, 부탁할게.”“네… 네?”꽤 진지한 눈으로 나를 바라봤다.“나는 그 녀석을 정식으로 복귀시키고 싶어. 그 자식… 마지막에 엄청나게 사고를 치기는 했는데… 당시 소속사가 언론 플레이는 하나는 기가 막히게 잘했거든. 그래서 나름 영웅이 된 부분도 있어서… 정식 복귀에 큰 잡음은 없을 것으로 생각해.”“사고요…?”“아, 그 부분은 크게 신경 쓰지 않아도 돼. 하여간… 이번 OST나 싱글도 반쯤 성공이잖아.”“그런데… 홍시는 복귀 생각 전혀… 없어 보이던데요…?”“그래서 부탁하고 싶어서.”쓰던 안경을 내려놓고, 정중한 표정과 말투… 그리고 행동으로 말하는 모습은 내가 알던 쾌남의 모습과 많이 달라 낯설었다.“설득 좀 해주라.
<서은율>홍시혁이 낸 노래는 생각보다 뜨거운 반응이었다. 홍시혁의 드라마 OST 천하를 끝낸 것이 홍시혁의 신곡이라니,혹시 지금 내가 과거로 돌아온 건가?그저 웃음만 나오는 상황이었다. 돌아가는 상황을 보니, 그 작곡가가 유독 홍시혁과 작업하고 싶어 하는 이유를 조금은 알 것 같았다. 뭐, 홍시혁이 활동한 세대와 같은 세대기에 파급력은 직접 봤고, 겪었기에 어림짐작은 했지만… 그래도 지금도 먹힐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해 더 놀랄 따름이었다.고교 시절.도진이는 반 이상 학교에 나온 적 없지만, 조용하고 평범하게 보낼 수 있었고… 도진이가 그렇게 보낸 만큼 홍시혁과 윤시준도 마찬가지였다. 인기 아이돌 멤버라는 사실을 알고 난 후에, 인터넷 포털에 그들의 이름을 검색해 본 결과 나도 모르는 이 학교 밖의 그들의 인기를 더욱 실감할 수 있었다.물론 연관 검색어도 당시 활동하던 아이돌과 달리 색다른 맛이긴 했다. 각종 기록, 스캔들, 화제… 온통 시끌시끌 소란이었다. 같은 연예계지만 조용한 도진이 쪽과는 달리, 같은 연예계임에도 불구하고 둘은 다른 세계에 있는 느낌이었다.‘우리 멤버 중에 누가 제일 잘생겼냐고! 누가, 제일 괜찮은데!?’언젠가 그렇게 묻는 홍시혁에 골똘히 생각하다, 그나마 도진이와 이미지가 가장 비슷한 은호(박하늘, 리더)라고 대답하자, 불같이 날뛰는 모습에 자신의 이름이 듣고 싶은 거면 너무 뻔뻔한 거 아닌가 싶었다.아니, 홍시혁은 원래 뻔뻔했다.*****‘아니, 이 유명한 나도 몰랐으면서… 이도진은 어떻게 아는데!?
<서은율>늦은 새벽, 갑자기 전화가 왔다.녹음 파일이 몽땅 날아갔다고, 급하다고 나를 불러낸 홍시혁은, 뜨거웠던 체온만큼 뜨거운 눈물을 뚝뚝 흘리며 나에게 미안하다고 울었다.대체 뭐가 그렇게 미안해서 우는 거지?시간이 이만큼이나 흘렀는데. 너는 내게 심한 말과 심한 짓을 했다고 사과했지만, 결국 하지 말라는 말에 멈췄고, 네가 한 말에 틀린 말은 없었다.홍시혁, 네 말처럼 나는 더러웠다. 동생을 사랑한 더러운 것이 맞았다.“어디 다녀와?”술에 잔뜩 취한 홍시혁을 달래주자, 어느새 해가 떴다. 조심스레 들어오자, 아마 내가 나간 순간부터 소파에서 기다리고 있었던지, 덩그러니 앉아 있는 도진이를 보고 숨이 멎을 뻔했다. 떨어질 뻔한 심장을 부여잡은 것처럼 가슴팍을 부여잡고 겨우 놀란 숨을 골랐다.“일… 때문에.”‘일’이라는 말이 실수였을까?‘일?’이라고 말을 되짚으며 눈썹이 추켜 올라간 도진이는 성큼성큼 다가와 나의 머리부터 발끝까지 훑는 눈이 불쾌했다. 게다가 코는 얼마나 좋은지 ‘술 마셨어?’라고 묻는 것에 마른침을 삼키며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왜….”그리고 어깨에 홍시혁의 눈물자국이 아직 젖어있었던 것인지, 그것을 빤히 바라보던 도진이의 표정은 미묘하게 굳었다. 무언가 묻고 싶은 표정인데, 쉬이 말을 꺼내지 않았다. 아마 그 영리한 머리로 대충 무슨 상황일지 시뮬레이션을 돌리고, 내가 거짓말을 할지 안 할지 쉽게 판단하기 위해 머리를 굴리고 있겠지.내가 너를 몰라?“나, 들어가도 돼?”먼저 말을 꺼내자, 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