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INA국 인터컨티넨탈 호텔 그랜드 볼룸 대연회장.
높은 층고를 자랑하는 연회장 천장에는 수만 개의 크리스털이 밀집된 거대한 은빛 샹들리에가 눈부신 빛을 흩뿌리고 있었고, 완벽하게 밀려진 고급 대리석 바닥은 반사되는 조명으로 화려하게 일렁였다. 단상 뒤편에는 최고급 앤티크 월넛 원목 벽면 위로 남미의 깊은 푸른 원석을 상징하는 블루 수국과 델피
A국 인터컨티넨탈 호텔 그랜드 볼룸 대연회장.높은 층고를 자랑하는 연회장 천장에는 수만 개의 크리스털이 밀집된 거대한 은빛 샹들리에가 눈부신 빛을 흩뿌리고 있었고, 완벽하게 밀려진 고급 대리석 바닥은 반사되는 조명으로 화려하게 일렁였다. 단상 뒤편에는 최고급 앤티크 월넛 원목 벽면 위로 남미의 깊은 푸른 원석을 상징하는 블루 수국과 델피니움, 짙은 푸른빛의 옥시페탈룸이 흐르듯 연출된 오아시스 벽면 장식이 화려하게 자리를 채우고 있었다.단상 양옆에 설치된 방탄 유리 쇼케이스 안에서는 남미 광산의 최고급 원석을 다듬은 CB 그룹의 '남미 에메랄드 하이주얼리 컬렉션'이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짙고 영롱한 초록빛을 발산했다.수십 개의 메이저 언론사 취재진이 터뜨리는 플래시 세례와 생중계 카메라 불빛 속에서, 강도진이 단상 중앙으로 걸어 나갔다. 은은한 광택이 흐르는 블랙 다마스크 원단 위, 스탠드 칼라에서 라펠을 따라 금빛 스티치 자수가 미세하게 엮인 CB의 이번 시즌 신상 자수 정장이 그의 오만한 자태를 더욱 돋보이게 만들었다.도진은 전시된 에메랄드 쇼케이스를 손짓으로 가리키며 카메라를 향해 자신만만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A국 레이디스 갤러리 파티가 열리기 며칠 전, J'Aura 대표이사 집무실.은은하게 깔린 차분한 조명 아래, 이지수의 패블릿 화면 위로 두 갈래의 비밀스러운 보고서가 투영되고 있었다. 하나는 사라가 다크넷의 암시장 정보망을 탈탈 털어 입수한 남미 현지 문서였고, 다른 하나는 아스테리아 지현을 통해 전달받은 유럽 지질 연구소의 정밀 분석서였다.지수는 은은한 재스민 향이 풍기는 집무실 소파에 깊숙이 묻혀 앉아 두 보고서를 교차 대조했다.다크넷에서 흘러나온 기밀문서의 내용은 가히 충격적이었다. 도진이 CB 그룹의 사활을 걸고 독점 채굴권을 확보했다며 환호하던 남미 광산은, 이미 수년 전 대형 갱도 무너짐 사고로 수십 명의 광부가 고립되어 사망한 뒤 공식 폐쇄된 '죽음의 폐광산'이었다.게다가 지현이 보내온 아스테리아 측 지질 보고서 역시 서늘한 진실을 가리키고 있었다. 해당 광산 구역뿐만 아니라 인근 주변 광산들까지 연쇄적인 지반 균열과 붕괴 참사가 이어져, 현지 정부 차원에서조차 위험 지역으로 분류되어 채굴이 전면 중단된 상태였다.지수의 입꼬리가 서늘하게 틀어올랐다."강도진…… 넌 회사의 사활이 걸린 사업이라면서 이런 치명적인 정보조차 전혀 모르고 있던 건가?"도진은 눈앞의 화려한 겉포장에 눈이 멀어, 앤더슨 교수의 경고는커녕 이미 수십 명의 목숨을 앗아간 죽음의 덫에 제 발로 걸어 들어가고 있었다.지수는 패블
박진우에게 CB 그룹의 경영권 담보 지분을 강제로 넘겨주고 온 날부터, 강도진의 신경은 사정없이 곤두서 있었다.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을 품은 것처럼 날카로워진 도진의 기세에 CB 그룹 본사 전체는 매일 살얼음판을 걷는 듯한 서막의 긴장감이 감돌았다. 비서실 직원들은 숨소리조차 조심했고, 조그마한 실수에도 도진의 불호령이 떨어졌다.그 팽팽하게 죄어오던 공기를 일순간 바꾼 것은 남미 광업부 차관의 A국 입국 소식이었다.차관의 입국 정보를 확인한 도진은 직접 공항으로 마중을 나갔다. 귀빈용 VIP 승강장 앞에서 차관을 맞이하는 도진의 서슬 퍼런 눈빛은 판을 완전히 틀어쥘 수 있다는 헛된 기대감으로 조금씩 유해지기 시작했다.공항에서 차관과 산토스 회장을 태운 리무진이 최고급 호텔 펜트하우스로 이동하는 길. 도진의 달라진 기류를 유심히 살피던 산토스 회장이 은근한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강 대표님, 그간 마음고생이 심했던 일이 있으셨던 모양입니다. 저번 현지 답사 때보다 인상이 조금 날카로워지신 것 같습니다?"산토스가 던진 말에 도진의 눈매가 순간 차갑게 미세하게 일그러졌다. 박진우와의 지분 양도 계약이 떠올라 속이 뒤틀린 탓이었다. 도진의 표정 변화를 눈치채게 감지한 산토스 회장이 특유의 영악한 언변으로 슬그머니 덧붙였다."아, 나쁜 뜻은 아닙니다. 뭐라고 해야 할까요…… 이전보다 한층 더 거대한 재계 수장다운 아우라가 강하게 느껴진다고 해야 할까요?"산토스
환영회가 끝난 다음 날 오전, 산토스 회장의 개별 접견실.산토스 회장은 화려하게 인쇄된 광산 개발 정식 계약서를 테이블 위에 내밀며 도진에게 펜을 건븄다."자, 강 대표님. 어제 말씀드린 대로 오늘 이 계약서에 서명하시고 착수금 800억 원을 입금하시면 됩니다."그러나 계약서를 정밀하게 훑어내려가던 도진의 눈매가 서늘하게 가라앉았다. 전날 환영회에서 술과 환대에 취해 흘려 웃던 허술한 모습은 온데간데없고, 본래 재계 거물다운 날카로운 혜안이 도진의 눈빛에 감돌고 있었다. 도진은 펜을 테이블 위에 툭 내던지며 계약서의 특정 조항들을 차갑게 손가락으로 집어냈다."회장님, 저로서도 회사의 사활이 걸린 거액의 프로젝트입니다. 독점 조항을 명확히 수정하고, 정부 측 책임자와 직접 대면하여 확답을 듣지 않고서는 오늘 계약서에 서명할 수 없습니다."도진이 잇따라 몇몇 조항을 계속해서 손가락으로 집어내며 나지막하게 말을 이었다."그리고 여기, 여기…… 아, 이 조항도 지금까지 우리와 이야기했던 내용과 다르군요. 독점 채굴권이라 해놓고 타사와 계약을 분할할 수 있다는 유효 조항이 슬그머니 들어가 있습니다. 그러니 여기도 전면 수정이 필요합니다. 게다가 계약 당사자 명의도 남미 광업부 정부 직인이 아니라 회장님의 현지 법인으로 되어 있군요."도진의 매서운 집어내기에 순간 접견실 내부의 공기가 차갑게 경직되었다. 전날의 부드러운 물주 같던 태도와 상반되는 도진의 날카로운 지적에, 산
구치소 독방의 서늘한 바닥에 누워 있던 찰스는 눈을 차갑게 빛내며 이를 악물었다. 신출내기 변호사를 통해 올린 뒤늦은 SNS 해명글마저 대중의 냉소와 비웃음으로 끝이 나자, 찰스는 이제 품격이나 명예 따위는 모두 던져버리기로 결심했다.그 와중에 CB 그룹이 공식 성명서를 통해 '찰스 CP의 표절 행위에 대한 정밀 내사에 착수했으며, 표절이 사실로 확인될 경우 강력한 처벌과 함께 거액의 손해배상을 청구하겠다'며 실제 내사 팀을 가동했다는 소식이 접견실 변호인을 통해 전해졌다.사건의 모든 원인을 자신이 표절했다는 전제하에 내사를 시작했다는 소식을 접한 순간, 찰스는 마침내 차가운 현실을 깨달았다. 강도진이 자신을 위해 립서비스나 흉내만 내는 것이 아니라, 진짜로 자신에게 모든 혐의를 덮어씌워 감옥으로 쳐넣고 매장시키려 한다는 사실을 깨달은 찰스의 이성이 사정없이 산산조각 났다."내사……? 내가 남의 스케치를 베꼈다고 전제하고 내사를 진행해?! 강도진 그 새끼가 나를 완벽하게 버리고 사지로 밀어 넣어?!"찰스는 변호인을 통해 강도진에게 끊임없이 면담을 요구했다."이건 강도진한테 똑바로 전해! 죽어도 나 혼자는 절대 안 죽는다고! CB가 표절 사실을 몰랐다고? 정말 몰랐을까? 계속 그렇게 나를 무시해 봐. 내가 아무것도 없이 이러고 있다고 생각하면 아주 큰 오산이야!"찰스는 서늘한 독을 품은 경고만을 도진에게 날렸다.찰스의 협박을 전달받은 강도진은 겉으로는 코웃음을 쳤지
찰스의 상해 및 살인미수 현행범 체포 속보가 터지자마자, 사전에 법무팀을 소집해 만반의 준비를 마쳐 두었던 강도진은 지체 없이 긴급 기자회견 대신 'CB 그룹 대표이사 강도진' 명의의 공식 성명서를 언론에 발표했다.[CB 그룹은 이번 찰스 CP(Chief Producer)의 불미스러운 개인 범죄 및 표절 논란에 대해 깊은 유감을 표합니다. 경영진으로서 개별 디자이너의 세세한 창작 과정까지 모두 감독하지 못하고, 찰스 CP를 과도하게 신뢰했던 점에 대한 책임을 통감합니다.현재 CB 그룹은 자체 내사를 정밀하게 진행 중이며, 만약 찰스 CP의 표절 및 디자인 약탈 행위가 사실로 확인될 경우 그에게 가장 강력한 법적·인사적 처벌을 내릴 것입니다. 아울러 이로 인해 발생한 CB 그룹의 브랜드 이미지 실추 및 재정적 손실 역시 찰스 개인에게 엄중히 손해배상을 청구할 방침입니다.또한, 본인은 오늘 남미 현지 정부와의 남미 광산 개발 최종 정식 계약 체결을 위해 출국합니다. CB 그룹은 단순한 패션·보석 디자인 브랜드를 넘어, 원자재 채굴부터 제조 및 유통까지 직접 총괄하는 글로벌 종합 기업으로 도약할 중요한 기로에 서 있습니다. 근거 없는 과한 억측이나 악의적으로 기업 이미지를 손상시키는 소문에 대해서는 법무팀을 통해 무관용 원칙으로 강력 대응할 것임을 밝깁니다.]도진의 속전속결 성명문 발표는 즉각 언론과 대중의 여론을 사정없이 갈라놓았다.찰스 CP의 야만적인 폭행 행위에 대해서는 전 국민적인 비난이 일치했지만, CB 그룹과 강도진 대표를 향한 시선은 인터넷
진우가 근무하는 HN은행 근처의 조용한 카페. 진우는 초조한 표정으로 맞은편에 앉은 슬비를 바라보았다. 슬비는 지현의 비서답게 흐트러짐 없는 모습으로 서류 봉투 하나를 내밀었다."갑작스러운 연락에 놀라셨을 거라 생각합니다. 박진우씨"진우는 서류를 열어보려다가 멈칫하며 슬비를 응시했다."저를 어떻게 아시는지, 그리고 이지현태표님의 비서께서 왜 저를 찾으시는지 궁금합니다. 저희 은행은 GS와 관련이 없는 것으로 아는데요?" 슬비는 차갑지만 예의바른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저으며 서류봉투를 눈짓했다. 거기에는 슬비가 미리 준비한
지수는 사무실 문 앞에서도 도진과 수진의 적나라한 대화를 듣고 있었다. 노크 소리와 함께 문이 열리고, 수진은 기다렸다는 듯 도진의 목에 팔을 감으며 지수를 반히 쳐다봤다. 도진은 그런 수진을 보며 한 번 씩 웃고는, 손으로 수진의 허리를 쓸며 차갑게 지수를 쳐다봤다" 왜 왔어? 여기가 니가 오고 싶으면 오는 놀이터야?"지수는 당황하지 않았다. 오히려 수진이 이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자신을 불렀다는 사실을 간파하고 있었다.지수는 도진의 물음에 대답대신 들고 온 서류봉투를 책상 위에 툭 던져두고 차갑게 돌아서려했다. 그런 지수
A국에 도착한 슬비는 K국과 다른 차갑고 축축한 공기를 마시며 어디론가 전화를 했다," 박진우씨 맞으신가요? 저는 GS그룹의 박슬비라고 합니다. 제안드리고 싶은 일이 있어서 그런데 만날수 있을까요?"갑작스러운 전화에 진우는 얼떨떨한 표정을 지었다, '그 GS? 내가 아는 그 GS 맞아? 그 큰 회사에서 나를 왜?'라는 생각을 하며 대답했다."피싱 아닌가요? 요즘도 이런 사기에 걸리는 사람이 어디 있어요?"하며 거칠게 전화를 끊어 버렸다.슬비는 황당한 표정으로 끊어진 전화를 한참 보다가 진우에게 메세지와 자신의 명함을 전송
이지현은 비서 슬비가 가져온 서류를 검토하다거 결국 참지 못하고 헛웃음을 터뜨렸다. 서류 봉토 안에는 동생 지수의 처절한 결혼 생활과 강도진의 외도 증거들이 빠곡히 담겨 있었다. "하, 이지수,, 이딴 남자 때문에 그렇게 속상해하고 있었던 거야?" 지현은 화가나고 속상한듯 서류를 구기며 슬비를 봤다."박비서님은 지수의 친구이기도 하니 당분간 A국에서 가서 지수 옆에 있어 주실수 있다요? 이건 상사로서 명령이라기 보다는 지수 오빠로서의 부탁입니다. 아 그리고 지수가 부탁한 사람은 이 이사람이 좋겠군요""네 그렇게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