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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2장. 전환점

Author: 라이사
그 말은 정확히 가장 아픈 곳을 꿰뚫고 들어왔다.

셀렌은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당장 반박할 말이 떠오르지 않았고, 억지로 입을 열어 본다 해도 시그의 말을 부정할 만큼 확신에 찬 대답이 나올 것 같지 않았다. 그저 가슴속에서 욱신거리는 통증만이 점점 더 선명한 존재감을 드러내며 그녀를 짓누를 뿐이었다.

시그는 길게 숨을 들이마신 뒤 천천히 입을 열었다.

“어쩌면 처음부터 부인과 공작의 결혼 생활이 무너진 이유는 제3자 때문도 아니고, 누군가의 배신 때문이 아니었을지도 모릅니다.”

그는 셀렌을 똑바로 바라보았다. 도망칠 곳도, 시선을 피할 틈도 주지 않는 눈빛이었다.

“어쩌면 두 분 사이에는... 처음부터 진정한 신뢰가 존재하지 않았기 때문인지도 모릅니다.”

그 말은 오랫동안 허공에 남아 있는 듯했다.

셀렌은 목이 바싹 마르는 것을 느꼈다.

입을 열었다가 다시 다물었고, 무언가를 말하려고 할 때마다 생각은 흐트러졌다. 어떤 말도 충분하지 않았고, 어떤 변명도 올바르게 들리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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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속삭임은 한 지점에서 조용히, 거의 형태조차 갖추지 못한 채 시작되어 고요한 수면 위로 번지는 물결처럼 서서히 퍼져 나갔다.처음에는 목소리가 하나뿐이었다.그리고 두 개.이윽고 수십 개가 되었다.불과 몇 초 만에 대연회장 전체가 서로 겹쳐지는 웅성거림으로 가득 찼고, 그 미세한 소음은 방 안 구석구석까지 스며들며 잔잔한 웅웅거림을 만들어 냈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우아하고 당당한 자세로 서 있던 귀족들은 이제 더 이상 평정을 유지하지 못하고 있었다.속삭임은 더 이상 단순한 소리가 아니었다.그것은 걷잡을 수 없는 거센 흐름으로 변해 귀족들의 행렬 사이를 파고들었고, 마치 죽음의 소식을 전하는 차가운 바람처럼 사람들 사이를 빠르게 휘돌았다.“맙소사… 저건 정말…”“머리… 황제의 머리…?”“말도 안 돼… 그럴 리가…”목소리들은 끊어지고 흐트러진 채 흘러나왔으며, 저마다의 두려움에 목이 막힌 듯 제대로 이어지지 못했다. 누구도 그 말을 온전히 입 밖으로 내뱉을 용기를 내지 못했다. 마치 문장을 끝까지 완성해서 말하는 순간, 그것이 더욱 현실적인 것이 되어 더욱 끔찍한 사실로 다가올 것 같았기 때문이다.한 귀부인이 들고 있던 부채를 떨어뜨렸다. 부채는 바닥에 가볍게 부딪혔지만, 팽팽한 침묵 속에서는 그 작은 소리조차 지나치게 크게 울려 퍼지는 것처럼 느껴졌다.그녀의 손이 떨렸다.“대체 누가 이런 짓을…?” 그녀가 거의 들리지 않을 정도로 작게 속삭였다.대연회장 반대편에서는 한 노인이 두 걸음 뒤로 물러났고, 손에 쥔 지팡이가 덜덜 떨리고 있었다.“이건… 이건 반역이야… 반란이고… 이건…”그러나 그의 말은 끝내 이어지지 못한 채 허공에 매달렸다. 입술은 새하얗게 질려 있었고, 시선은 바닥에 놓인 머리에서 떨어지지 않았다. 마치 자신이 알고 있던 세상이 눈앞에서 한순간에 무너지는 광경을 방금 목격한 사람처럼 보였다.몇몇 젊은 귀족들은 서로 가까이 몸을 붙인 채 더욱 빠르고 다급한 목소리로 속삭였다.“황제가 이미 죽었다면… 그럼 누가 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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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처음에는 물 위에 잔잔하게 번지는 작은 물결처럼 웃음소리가 조용히 터져 나왔다. 그러나 불과 몇 초 만에 그 소리는 점점 커지기 시작했고, 서로 겹쳐지며 마침내 대연회장 전체를 가득 메웠다. 더 이상 단순한 속삭임이나 은근한 조롱이 아니었다. 이제는 그 누구도 숨기려 하지 않는 노골적인 웃음소리가 사방에서 거리낌 없이 터져 나오고 있었다.“디리안 레벤티스…”그 이름은 몇 번이고 반복해서 불렸다. 하지만 그 안에는 경외심이라고는 조금도 담겨 있지 않았다. 오히려 이름을 비틀어 조롱거리로 만들고, 수많은 사람들 앞에서 마음껏 웃음거리로 삼아도 될 만한 무언가로 만들어 버린 듯한 어조였다.셀렌은 그 말을 들었다.그녀는 여전히 자신이 서 있던 자리에 그대로 서 있었고, 몸은 꼿꼿했으며 표정 역시 이전과 다르지 않게 평온했다. 겉으로 드러나는 뚜렷한 변화는 없었고, 그녀를 지켜보는 사람이라면 누구도 읽어 낼 수 있을 만한 반응 역시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그녀의 내면에서는 생각이 한순간도 멈추지 않은 채 끊임없이 움직이고 있었다.그 이름, 자신의 남편 이름이 점점 더 커져 가는 웃음소리 사이에서 계속해서 메아리치고 있었다.그녀의 곁에서 렉산 공작이 낮게 킥킥 웃었다. 그의 웃음소리는 낮았지만, 그 안에 담긴 만족감만큼은 조금도 숨기지 않았다. 그는 지금의 분위기를 마음껏 즐기고 있는 것처럼 보였고, 마치 지금 벌어지고 있는 모든 일이 처음부터 자신이 계획한 대로 흘러가고 있다는 듯한 모습이었다.“내가 말했잖습니까.”그가 아직 완전히 가라앉지 않은 웃음소리 사이로 여유롭게 말을 이었다.“이 여자를 손에 넣으려면 나도 꽤 열심히 해야 한다고요.”그의 말이 끝나자 더욱 많은 웃음이 터져 나왔다.알리저는 여전히 셀렌에게 시선을 고정한 채 활짝 웃고 있었고, 몇몇 귀족들은 서로의 어깨를 두드리며 마치 자신들이 대단한 업적이라고 여기는 무언가를 인정해 주기라도 하듯 반응했다.“대단하군…”“공작은 역시 범상치 않아…”“누가 이런 일이 있을 거라고

  • 공작님, 부인께서 이혼을 요구하셨습니다!   768장. 쫓길까 두렵지 않은가

    그 말은 단순했고, 듣기에는 거의 가벼운 말처럼 들렸다. 그러나 그 의미만큼은 오해할 수 없었다.셀렌은 더 이상 선택지가 아니었다. 이미 결정된 사람이었다.그 말을 끝낸 알리저는 잠시 입을 다물었다. 이미 팽팽해진 분위기 속으로 자신의 말이 충분히 스며들 시간을 주려는 듯했다. 그러나 그 침묵은 오래가지 않았다. 그는 서두르지 않은 채 천천히 앞으로 걸음을 옮겼지만, 그 움직임은 이 방 안에 있는 모든 사람의 시선을 끌어당기기에 충분할 만큼 확실했다.한 걸음.그리고 또 한 걸음.마침내 그는 셀렌의 바로 앞에 멈춰 섰다.두 사람 사이의 거리는 이제 상당히 가까워져 있었고, 그 주변의 공기마저 달라진 듯 느껴졌다. 더욱 무겁고 짙은 압박감이 감돌았지만, 셀렌은 뒤로 물러서지 않았다. 고개를 숙이지도 않았고, 시선을 돌리지도 않았다.그녀의 눈빛은 여전히 차분했고 조금도 흔들리지 않았다. 마치 눈앞에 서 있는 남자가 자신에게 아무런 힘도 행사할 수 없다는 듯이.“푸른 눈을 가진 여자를 보는 건 처음이군.”알리저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그의 목소리는 더욱 낮아져 거의 속삭임에 가까웠고, 갑자기 멀어진 것처럼 느껴지는 사람들 사이에서 오직 셀렌에게만 들려주려는 말처럼 들렸다.“이 여자를 내게 줘.”더 이상 흥정하려는 기색도, 예의로 포장한 말장난도 없었다. 그저 자신의 욕망을 노골적으로 입 밖에 내놓았을 뿐이었고, 방 안은 다시 침묵에 잠겼다.조금 전까지 공기를 가득 채우고 있던 속삭임이 순식간에 사라지고, 그보다 훨씬 더 숨 막히는 정적이 그 자리를 대신했다. 모든 사람이 두 사람을 지켜보며 시선을 이쪽저쪽으로 옮겼고, 앞으로 무슨 일이 벌어질지를 기다렸다.모두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것은 더 이상 귀족들 사이의 단순한 대화가 아니었다.빼앗고 빼앗기는 싸움이었다.그 중심에는 단순한 한 가지가 있었다. 그들 사이에 조용히 서 있는 한 사람의 소유권을 둘러싼, 힘과 힘의 팽팽한 줄다리기였다. 아무 말없이 서 있을 뿐인 그 여자가 어느새

  • 공작님, 부인께서 이혼을 요구하셨습니다!   767장. 이것은 내 것이다

    웅장한 대연회장은 사방에서 황금빛으로 반짝이고 있었다. 높은 천장에 장엄하게 매달린 크리스탈 샹들리에에서 쏟아져 내린 빛이 거울처럼 반들반들하게 빛나는 대리석 바닥을 비추고 있었고, 귀족들이 손에 들어 올린 와인잔에서도 황금빛이 일렁이고 있었다. 모든 것이 너무나 아름답고, 너무나 완벽해 보였다. 그리고 그만큼이나 차가웠다.그 화려함의 한가운데에 셀렌이 서 있었다. 연회의 일부로서 그곳에 있는 것이 아니었다. 그녀 자신이 모든 시선의 중심이었다.셀렌의 손이 렉산 공작의 팔을 가볍게 감싸고 있었다. 거의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가벼운 손길이었지만, 그 남자의 곁에 자신이 어떤 위치로 서 있는지를 보여주기에는 충분했다. 그녀의 움직임은 차분하고 우아했으며, 마치 이런 장소에 오래전부터 익숙했던 사람처럼 자연스러워 보였다.하지만 그녀의 깊은 내면에서는 모든 것이 낯설게 느껴졌다.너무나도 낯설었다.그녀는 거의 움직이지 않았다. 그저 가만히 서 있었다.셀렌의 시선이 서두르지 않고 천천히 방 안을 훑었다. 사방을 가득 채운 것은 낯선 얼굴들이었다. 화려한 옷차림의 귀족들, 위엄 있는 태도를 몸에 밴 고위 관료들, 그리고 다른 사람들의 고통 위에서 살아가는 것에 익숙해진 사람들이었다.하지만 오늘 밤 관심의 중심은 그들이 아니었다.바로 셀렌이었다.셀렌은 자신에게 향하는 모든 시선과, 자신을 평가하고 비교하며 심지어 원하는 눈빛까지도 모두 느낄 수 있었다.그리고 이내 속삭임이 들려오기 시작했다.처음에는 조용하고 거의 들리지 않을 정도였다. 하지만 점차 목소리가 늘어나더니 하나로 뒤섞여, 연회장 전체를 가득 채우는 파도처럼 퍼져 나갔다.“저 여자야…”“공작과 결혼한다는 사람이…”“정말 아름답군…”“소문보다 훨씬 더…”“진짜일까…?”셀렌은 그 모든 말을 하나도 빠짐없이 들었다. 하지만 그 어떤 말도 그녀의 표정을 바꾸지는 못했다.그녀의 얼굴은 여전히 차갑고 평온했고, 무슨 생각을 하는지 읽을 수 없었다. 마치 그 모든 속삭임이 아무런 의미

  • 공작님, 부인께서 이혼을 요구하셨습니다!   1장. 우리 이혼하자

    "부… 부인!" "부인!"아래에서 외침이 터져 나왔다. 성의 가장 높은 탑 쪽으로 모두의 시선이 쏠렸다. 그곳에는 핏물에 젖은 하얀 드레스를 입은 한 여인이 가장자리 끝에 서 있었다.셀렌 모로 레벤티스.공작 부인. 늘 조용하고 순종적이던 그녀가 지금은 가장 위험한 곳에 서 있었다. 뒤에 있던 경비병들은 섣불리 다가갔다가는 그녀가 정말로 뛰어내릴까 두려워 조심스럽게 움직였다.셀렌의 처절한 울음이 터졌다. 셀렌은 아픈 배를 움켜쥐었다. 그녀는 방금 다섯 번째 유산을 했다. 이번만큼은 확신했다. 그 모든 비극은 병 때문도,

  • 공작님, 부인께서 이혼을 요구하셨습니다!   9장. 가짜

    오데트의 목소리는 너무도 우렁차서, 디리안은 그저 침묵할 수밖에 없었다. 그는 자신이 가장 존경하는 어머니에게 감히 맞설 수 없었다.“이렇게 멍청한 자식을 두다니, 내 팔자도 참 사납구나!”오데트는 그렇게 소리치고는 디리안과 할머니를 남겨둔 채 떠나버렸다.할머니가 조용히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이 일에 대해서만큼은, 나도 네 어머니 말에 동의해. 너는 이렇게 행동해서는 안 됐다.”말투는 부드러웠지만, 뜻은 분명했다.“할머니…”디리안이 조심스럽게 불렀다.할머니는 그를 바라보았다.“사람의 마음은 억지로 가질 수 없는 거

  • 공작님, 부인께서 이혼을 요구하셨습니다!   8장. 공작 가문의 며느리는 오직 셀렌뿐

    일라드 집사가 나간 후, 셀렌은 책상에 앉아 모든 서류를 하나하나 꼼꼼하게 확인했다.곧 성을 떠날 그녀는 단 하나의 실수도 해서는 안 됐다. 모든 내용을 완벽히 숙지해야만 했다.시간이 흘러, 해가 기울 무렵 다시 노크 소리가 들렸다.“부인, 왕부인과 대부인께선 이미 도착하셨습니다.”일라드 집사가 알렸다.셀렌은 곧장 방을 나가 두 사람을 정중히 맞이했고, 응접실로 안내했다.늘 그렇듯 시어머니 오데트는 시선을 이리저리 굴리며 작은 것 하나까지 점검했다. 그녀는 사소한 실수도 용납하지 않는 사람이기에, 셀렌은 언제나 그가 좋아

  • 공작님, 부인께서 이혼을 요구하셨습니다!   7장. 스와아룬델

    오늘 아침은 셀렌에게 유난히 다르게 느껴졌다.아침 식사 시간에 디리안이 성 안에 있는 것도 드문데, 같은 식탁에 앉아 있는 건 더더욱 흔치 않았다.평소라면, 그가 집에 있더라도 서재나 자신의 방에 틀어박혀 있었고, 셀렌은 다가가는 일을 이미 포기한 상태였다. 무엇을 하든 그는 불편해할 뿐이라는 것을 그녀는 알고 있었다. 가슴의 상처는 그녀의 발걸음을 묶었고, 노력하려던 마음을 멈추게 했다.“…오늘 할머니와 어머니가 오실 거다.”디리안이 숟가락을 내려놓으며 말했다.셀렌은 그를 바라보며 차분히 물었다.“내가 아직 회복 중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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