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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화

작가: 월야
last update 게시일: 2026-10-23 23:50:11

정태식이 대원들을 이끄는 동안 이안과 준호는 갈림길에 남아 추격하는 적을 견제했다. 총성이 좁은 수로 안에서 울릴 때마다 귀가 먹먹해졌고, 탄환이 벽에 부딪히면서 날카로운 돌조각이 튀어 올랐다.

준호가 탄창을 교체하며 물었다.

“대위님, 기석 형이 남긴 기록 말입니다.”

“지금은 앞을 봐.”

“정말 본부에서 우리 위치를 지운 겁니까?”

이안은 대답 대신 적이 접근하는 방향으로 두 발을 쏘았다. 앞서오던 남자가 바위 뒤로 몸을 숨기는 것을 확인한 뒤에야 준호를 돌아보았다.

“우리가 살아 있다는 보고를 본부에 보냈어. 그런데 폭격 승인 기록에는 아군이 없다고 되어 있었지.”

준호의 얼굴에서 핏기가 사라졌다.

“그럼 구조기는…….”

“오지 않아.”

그는 잠시 입술을 다물었다.

“강 중령님도 알고 계셨습니까?”

이안은 총을 다시 겨누었다.

“그래.”

준호는 더 묻지 않았다.

그의 시선이 흔들렸지만, 이내 총을 고쳐 쥐고 뒤쪽을 경계했다. 그 모습을 보던 이안은 잠깐 가슴이 저렸다.

스물셋.

아직 여동생 졸업식에 가겠다는 약속 하나가 세상에서 가장 중요할 나이였다.

“준호야, 네가 해야 할 일은 살아서 돌아가는 거야.”

그녀가 그의 어깨를 가볍게 두드리자 준호는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대위님도 같이 가셔야 합니다.”

두 사람은 서로의 움직임을 확인하며 오른쪽 통로로 후퇴했다.

***

물길은 점점 좁아졌다.

통로가 낮아지는 구간에서는 허리를 굽혀야 했고, 바닥이 깊게 파인 곳에서는 물이 가슴까지 차올랐다. 부상자들은 거의 끌려가다시피 했으며, 대원들은 서로의 전투복을 붙잡고 한 걸음씩 앞으로 나아갔다.

그렇게 얼마를 이동했을까.

앞쪽에서 정태식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대위님, 길이 끊깁니다!”

이안이 대원들 사이를 지나 앞으로 나아가자 수로의 마지막 구간이 드러났다.

바닥이 갑자기 사라지는 곳이었다.

물은 그 아래로 쏟아지고 있었고, 어둠 속에서는 폭포처럼 떨어지는 소리만 들렸다.

이안은 벽에 몸을 붙인 채 아래쪽으로 손전등을 비췄다. 몇 미터 아래에 바위가 있었고, 그 너머로 물길이 이어지고 있었다.

부상자를 그대로 떨어뜨릴 수는 없었다.

“줄 내린다. 한 명씩 내려보내고, 먼저 내려간 대원이 아래에서 받아.”

대원들은 남은 안전줄을 모아 암벽의 고정 가능한 지점을 찾았다. 이안은 철제 지지대가 심하게 녹슬어 있는 것을 확인하고 보조 줄까지 연결하도록 지시했다.

첫 번째 대원이 아래로 내려가 바닥을 확인한 뒤 신호를 보냈다.

“착지했습니다! 부상자 내려보내십시오!”

최 상사가 먼저 내려갔다.

정태식과 다른 대원이 줄을 조절하는 동안 아래쪽에 있던 대원이 그의 몸을 받아 바위턱으로 옮겼다. 두 번째 부상자도 어렵게 내려보냈지만, 세 번째 부상자를 준비시키던 순간 뒤쪽에서 폭발이 일어났다.

충격파가 수로를 훑고 지나갔다.

천장에 박혀 있던 돌들이 떨어지면서 대원들은 머리를 감쌌고, 줄을 고정해 둔 철제 지지대에서는 날카로운 금속음이 났다.

이안이 고개를 들었다.

녹슨 고정 부위가 조금씩 벌어지고 있었다.

“정 상사, 줄 잡아!”

정태식이 구조물에 몸을 기대며 줄을 붙잡았고, 다른 대원도 달려와 힘을 보탰다. 그러나 부상자의 체중에 물살의 힘까지 더해지자 철제 고정 부위는 점점 더 벌어졌다.

이안은 보조 줄을 바위 돌출부에 다시 걸었다.

“이쪽으로 하중 옮겨! 천천히!”

준호가 그녀의 지시에 맞춰 줄을 잡아당겼다. 물에 젖은 장갑이 미끄러졌지만 그는 이를 악물고 버텼고, 마침내 아래쪽에서 부상자가 바닥에 닿았다는 신호가 올라왔다.

정태식이 안도의 숨을 내쉬려던 순간, 철제 구조물이 벽에서 완전히 떨어져 나갔다.

굉음과 함께 쇳덩이가 수로 바닥으로 굴러떨어졌고, 그 충격에 바위 가장자리가 크게 갈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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