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녀의 역습

궁녀의 역습

By:  정담In-update ngayon lang
Language: Kore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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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생에 한영은 온귀비의 심복이었다. 그녀는 냉궁 신세였던 온답응을 보좌하여 갖은 고생을 겪으며 귀비의 자리까지 올렸다. 그렇게 10년이 지나 출궁할 나이가 되었고 그녀는 이제 가족들과 상봉하여 평온한 삶을 꿈꾸고 있었다. 하지만 그렇게 믿었던 온귀비는 그녀의 가족들을 몰살하고 그녀에게 약을 먹여 내관의 노리개로 보냈다. 회한을 안고 회귀한 한영은 귀비가 주는 약을 마시고 황실 서고의 문을 열었다. 어차피 사내와 밤을 보내야 한다면, 가장 존귀한 이를 택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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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abanata 1

제1화

대제 경풍 3년, 겨울의 어느 깊은 밤.

밤새 내린 큰눈은 황궁의 곳곳에 수북이 쌓였다.

경화궁으로 가는 복도에 흩뿌려진 피 묻은 발자국은 흰 눈과 극명한 대조를 이루며 으스스한 분위기를 풍겼다.

한영은 미친 사람처럼 경화궁을 향해 달리고 있었다. 눈꽃이 피 묻은 그녀의 머리카락에 수북이 내려앉았다.

청순한 얼굴에는 깊은 상처가 나 있었다.

그녀는 너덜너덜 찢긴 얇은 속옷 한 벌만 걸치고 있었는데 온몸 곳곳에 채찍 자국들이 선명하게 남았다. 왼팔은 기이하기 휘어져 있었는데 아마 누군가가 외력으로 뼈를 부러뜨린 듯했다.

“악!”

그렇게 미친듯이 달리던 한영은 돌부리에 걸려 넘어지고 말았다.

그녀는 혀가 잘려 말도 할 수 없는 상태였다.

‘어떻게든 경화궁으로 가야 해! 경화궁에 도착하기만 하면 살 수 있어!’

한영은 힘겹게 경화궁을 향해 기어갔다.

그녀는 일반 궁녀가 아니었다.

10년 전, 고향에 재해가 들면서 온가족이 길거리에 나앉게 되자, 한영은 집안을 살리겠다고 스스로 자청해서 궁녀가 되었다.

그때 그녀의 소원은 오로지 하나, 좋은 주인을 만나 나이가 되면 출궁하여 자유의 몸이 되는 것이었다.

그렇게 입궁한지 어언 10년, 그녀의 필사적인 노력으로 아무런 집안 뒷받침도 없이 냉궁 신세였던 온희정은 귀인에서 귀비의 자리까지 오를 수 있었다.

한영 역시 온귀비의 심복이 되어 한 상궁으로 불리게 되었다.

귀비는 그녀에게 나이만 차면 궁밖으로 내보내 주겠다고 약조했다.

그런데 궁을 떠나기 3일 전, 작별연에서 한영은 최음제가 든 술을 마시고 말았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내시 총관 이태복의 침상이었다.

그렇게 3일 동안 온갖 수난이 이어졌다.

이태복은 짐승만도 못한 인간이었다.

어느덧 도착한 경화궁, 대문이 천천히 열리더니 하얀색 모피 망토를 걸치고 화려한 궁복을 입은 여인이 밖으로 나왔다.

한영은 눈을 반짝이며 그쪽을 향해 기어갔다.

그녀는 온귀비의 치맛자락을 잡고 말을 할 수도 없으니 울음소리를 내며 애원했다.

온귀비는 천천히 허리를 숙이고 한영의 얼굴을 쓰다듬었다. 붉은색 긴 손톱이 한영의 살갗을 찢었다.

한영은 경악한 표정으로 온귀비를 바라보았다.

수년간 궁중 암투에 몸담은 한영이었기에 굳이 말하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그녀를 심연으로 떨어뜨린 사람은 다른 누구도 아니고 평소에 그녀를 친동생처럼 대해주던 온귀비였다.

‘왜? 왜 이렇게 된 거지?’

지난 10년 동안 한영은 온귀비를 대신해 수많은 물매를 맞고 어둠 속에 숨은 적을 제거하며 최선을 다해 온귀비를 보좌했다.

생사의 고비가 수도 없이 많았지만 그녀는 한 번도 귀비를 배신하지 않았다.

‘분명 약조하셨는데….’

이제 온희정은 귀비의 자리까지 올랐고 황후는 후대를 보지 못하는 몸이니 그녀가 원하던 자리까지 딱 한발 남기고 있었다. 그래서 더 이상 한영의 보좌가 필요 없었다.

그런데 왜? 왜 이렇게까지 하는 거지?

“한영아, 내 옆에서 계속 나를 도와 일하는 게 그리도 싫었어?”

온귀비는 담담한 미소를 지으며 말을 이었다.

“왜 굳이 그 시골로 돌아간다는 거야? 시골에 있는 천박한 네 아비 어미와 남동생 때문에? 네 마음에는 내가 그들보다 못한 존재인 거니?”

“여봐라!”

온귀비가 가볍게 손뼉을 치자 한 내관이 피 묻은 마대를 들고 다가왔다.

털썩!

마대를 바닥에 던지자 안에서 세 사람의 머리가 튀어나왔다.

‘안 돼!’

한영은 엉금엉금 기어서 그곳으로 다가가 머리들을 감싸안고 통곡했다.

이들은 그녀의 가족이었다.

황궁에 온 이유도 가족을 살리기 위해서였고 10년 동안 온갖 궂은 일을 해가며 참고 인내한 것도 언젠가는 가족들과 상봉할 수 있을 거라는 기대 때문이었다.

한영은 시뻘겋게 충혈된 눈으로 온귀비를 노려보다가 그녀에게 달려들었다.

“천박한 것! 어디 감히 주인한테!”

사람을 거느리고 달려온 이 내관이 그녀를 발로 차서 바닥에 쓰러뜨렸다.

한영은 이 내관에게 머리를 짓밟힌 채로 온귀비를 노려보았다.

온귀비는 눈썹을 살짝 치켜올리더니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한영아, 너를 이 내관에게 보낸 건 널 위한 일이었어. 비록 이 내관이 나이가 좀 있어도 나이 많은 사내가 여인을 아끼는 법은 더 잘 안다지 않느냐. 어린 내시들보다는 차라리 이 내관이 나을 테지.”

“그래도 한때는 날 보좌하던 사람인데 나도 널 챙겨주고 싶었다고. 내가 그 자리까지 오르려면 폐하의 심복 내관인 이 내관의 도움이 필요해.”

온귀비는 가증스러운 얼굴을 한영의 가까이에 들이밀며 무해한 미소를 지었다.

“한영아, 넌 날 많이 도와줬잖아. 그러니 마지막으로 나 좀 도와주렴?”

다시 몸을 일으킨 온귀비는 이 내관을 바라보며 말했다.

“이 내관, 이 아이는 데려가서 잘 돌봐주게. 그리고 폐하 앞에서 내 얘기 자주 하는 거 잊지 말고.”

“그럼요, 마마. 살펴 가세요!”

이태복은 아부 섞인 미소를 지으며 온귀비를 배웅했다.

한영은 멀어지는 그녀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증오를 불태웠다.

그녀는 최선을 다해 보좌해서 끝내는 귀비의 자리까지 올린 사람이 은혜도 모르는 짐승일 줄은 꿈에도 생각지 못했다.

이 순간 그녀에게 남은 것은 깊은 절망뿐이었다.

이 내관은 한영의 머리채를 잡더니 검을 빼들고 한영의 눈동자를 겨누며 말했다.

“아직 재미를 채 보지도 못했는데 감히 도망을 쳐? 당장 그 눈깔을 도려내주지. 걱정 마, 내가 흥미를 잃으면 내 제자들에게 보내줄 터이니!”

이 내관은 황제의 보좌관으로, 내시 총관의 자리까지 오른 사람이었다.

하지만 사적으로는 변태로 소문이 났는데 그의 손에 죽어 나간 궁녀들이 셀 수 없이 많았다.

그는 일찍부터 수려한 외모를 가진 한영을 눈독들이고 있었다. 그러니 쉽게 한영을 풀어줄 리 없었다.

이 내관은 날카로운 검으로 한영의 눈을 찔렀다. 그 순간 한영은 기회를 틈 타 이 내관을 밀치고 그의 손에서 검을 빼앗아 가슴에 찔러 넣었다. 그와 동시에 등 뒤에 있던 내관의 검이 그녀의 몸을 관통했다.

주변이 소란스럽고 어지러운 발소리가 들려왔다.

사람들이 분주히 움직이는 가운데, 한영은 큰 웃음을 터뜨렸다.

눈은 점점 더 크게 내리고 있었다. 그녀는 고개를 들고 높이 솟은 담벼락을 바라보았다.

‘내 반평생을 이곳에서 나가려고 노력했는데 결국엔 나갈 수 없게 됐네!’

한영의 두 눈에서 피눈물이 흘렀다.

너무도 억울한 일생이었다….

————

귓가에 악대의 연주소리와 궁녀들이 소근거리는 소리, 울음 섞인 목소리가 간간이 들려왔다.

“한영이 네가 내 곁으로 온지도 벌써 10년이 되었구나. 이제 궁 밖으로 나갈 나이가 되었는데 나는 왜 이리도 아쉬울까? 자, 내가 술 한잔 부어주마!”

한영은 고개를 번쩍 들고 상석에 앉은 온귀비를 빤히 바라보았다.

익숙한 얼굴을 보고 있자니 사무치는 증오를 주체할 수 없을 것 같아, 그녀는 이내 고개를 숙였다.

‘어떻게 된 거지?’

한영은 놀란 눈으로 멀쩡한 손과 상처 하나 없이 매끈한 팔다리를 바라보았다. 채찍을 맞은 흔적도, 맞아서 멍이 든 흔적도 보이지 않았다.

‘나… 작별연회를 하던 그날로 돌아온 건가?’

“한영아? 왜 그러니?”

술잔을 든 온귀비가 미간을 찌푸리며 그녀를 불렀다.

어쩐지 오늘따라 눈앞의 한영이 평소와는 다르게 보였다.

반면 한영은 사무치는 분노와 희열을 애써 억눌렀다.

‘내겐 아직 기회가 있어!’

지금 부모님과 남동생은 대궐 문 밖에서 그녀를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아직은 이태복에게 유린을 당하지 않은 때이고 그녀의 몸상태는 멀쩡했다.

한영은 다급히 온귀비에게 고개를 조아리며 말했다.

“마마, 이 연회가 끝나면 소인은 마마의 곁을 떠나게 되겠지요. 소인도 많이 아쉽습니다. 그래서 방금 실례되는 모습을 보였으니 죄를 사하여 주시옵소서.”

그제야 온귀비의 표정이 다소 편안해지더니 한영의 손을 잡으며 말했다.

“그 동안 내 곁에 있어줘서 고마웠어. 이 술은 작별의 의미로 내가 하사하는 술이니 이 술만 마시고 떠나렴.”

한영은 귀비가 내민 술잔을 빤히 바라보았다.

전생의 모든 악몽은 이 술 한잔에서 비롯되었다. 하지만 마시기를 거부한다면 온귀비는 갖은 방법을 다 써서 그녀를 이 내관에게로 보낼 것이다.

아직 귀비에게 심경 변화를 들키기 전이라 괜찮지만 만약 조금이라도 귀비가 눈치를 챈다면 어떤 고난이 펼쳐질지 상상도 할 수 없었다.

“한영아, 왜 그러고 서 있어?”

온귀비가 음침하게 굳은 얼굴로 그녀에게 물었다.

“내가 준 술에 무슨 문제라도 있다는 거니?”

한영은 가슴이 철렁해서 예리한 눈초리로 자신을 노려보는 귀비와 시선을 맞추었다.

무슨 일이 있어도 이 술은 마실 수밖에 없었다.

그녀는 천천히 술잔을 받아 고개를 젖히고 술을 입안에 털어넣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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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 Kabanata
제1화
대제 경풍 3년, 겨울의 어느 깊은 밤.밤새 내린 큰눈은 황궁의 곳곳에 수북이 쌓였다.경화궁으로 가는 복도에 흩뿌려진 피 묻은 발자국은 흰 눈과 극명한 대조를 이루며 으스스한 분위기를 풍겼다.한영은 미친 사람처럼 경화궁을 향해 달리고 있었다. 눈꽃이 피 묻은 그녀의 머리카락에 수북이 내려앉았다.청순한 얼굴에는 깊은 상처가 나 있었다.그녀는 너덜너덜 찢긴 얇은 속옷 한 벌만 걸치고 있었는데 온몸 곳곳에 채찍 자국들이 선명하게 남았다. 왼팔은 기이하기 휘어져 있었는데 아마 누군가가 외력으로 뼈를 부러뜨린 듯했다.“악!”그렇게 미친듯이 달리던 한영은 돌부리에 걸려 넘어지고 말았다.그녀는 혀가 잘려 말도 할 수 없는 상태였다.‘어떻게든 경화궁으로 가야 해! 경화궁에 도착하기만 하면 살 수 있어!’한영은 힘겹게 경화궁을 향해 기어갔다.그녀는 일반 궁녀가 아니었다.10년 전, 고향에 재해가 들면서 온가족이 길거리에 나앉게 되자, 한영은 집안을 살리겠다고 스스로 자청해서 궁녀가 되었다.그때 그녀의 소원은 오로지 하나, 좋은 주인을 만나 나이가 되면 출궁하여 자유의 몸이 되는 것이었다.그렇게 입궁한지 어언 10년, 그녀의 필사적인 노력으로 아무런 집안 뒷받침도 없이 냉궁 신세였던 온희정은 귀인에서 귀비의 자리까지 오를 수 있었다.한영 역시 온귀비의 심복이 되어 한 상궁으로 불리게 되었다.귀비는 그녀에게 나이만 차면 궁밖으로 내보내 주겠다고 약조했다.그런데 궁을 떠나기 3일 전, 작별연에서 한영은 최음제가 든 술을 마시고 말았다.정신을 차리고 보니 내시 총관 이태복의 침상이었다.그렇게 3일 동안 온갖 수난이 이어졌다.이태복은 짐승만도 못한 인간이었다.어느덧 도착한 경화궁, 대문이 천천히 열리더니 하얀색 모피 망토를 걸치고 화려한 궁복을 입은 여인이 밖으로 나왔다.한영은 눈을 반짝이며 그쪽을 향해 기어갔다.그녀는 온귀비의 치맛자락을 잡고 말을 할 수도 없으니 울음소리를 내며 애원했다.온귀비는 천천히 허리를 숙이고 한영의 얼굴을 쓰다듬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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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화
한영이 술잔을 비우자 그제야 온귀비의 표정이 편안해졌다.귀비가 옆에 있던 궁녀에게 눈짓을 하자 궁녀가 다가와 한영을 부축해서 일으켰다.“상궁 마마, 시간도 늦었으니 제가 대궐 밖까지 모시겠습니다.”한영은 온귀비에 큰절을 올리며 작별인사를 한 뒤에 귀비의 심복인 은지를 다라 경화궁을 나섰다.복도 모퉁이를 지나자, 한영은 불현듯 걸음을 멈추었다.“상궁 마마, 왜 그러십니까?”은지가 다급히 물었다.“내 비녀가 안 보이는데? 혹시 오다가 떨어진 것 아니야? 난 이쪽을 찾아볼 테니 은지 넌 저쪽으로 가서 좀 찾아보렴.”한영이 사방을 둘러보며 다급히 말하자 은지도 덩달아 비녀를 찾기 시작했다.귀비의 지시는 이 내관의 사람이 태화 연못 근처에서 기다리고 있으니 한영을 그곳까지 데려가라는 것이었다.이 시점에서 은지는 시끄러운 일을 만들기 싫어 한영이 하자는 대로 따라주었다.한편, 한영은 몰래 큰 돌멩이를 하나 챙겼다.은지는 조급한 마음에 다급히 말했다.“상궁 마마, 이곳에 떨어뜨린 게 확실한가요? 왜 아무리 찾아도….”탁!은지는 경직된 자세로 고개를 돌렸다. 평소에 온화하고 단정하던 한 상궁이었는데 마치 지옥에서 돌아온 악귀의 얼굴을 하고 등 뒤에 서 있었다.뜨거운 피가 은지의 이마를 타고 흘러내렸다.은지는 말도 못하고 입만 뻐금거리다가 옆으로 쓰러졌다.한영은 처량한 미소를 지으며 중얼거리듯 말했다.“너희가 날 내보내주지 않겠다면 칼춤을 시작하지. 너부터 시작이야!”그녀는 피 묻은 돌덩이를 풀밭에 버리고 은지를 거대한 바위 옆으로 끌고가서 숨긴 후에 재빨리 경화궁으로 돌아갔다.사람을 잡아먹는 궁궐을 더 이상 나갈 수 없다면 그녀는 이곳에 남기로 했다.‘온희정, 내가 다시 돌아올 줄은 절대 예상하지 못했을 거야!’오늘은 나이가 찬 궁녀들이 궁을 떠나는 날이었다. 대제는 매년 이날이 되면 나이 든 궁녀들을 밖으로 내보냈다.출궁하기 전에는 작별연회를 베풀어서 사방이 어수선하니 한영에게는 오히려 기회였다.최음제의 약효가 점점 올라오고 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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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화
편벽한 곳에 위치한 장서각 밖에서는 쓸쓸한 바람소리만 들려올 뿐이었다.장작이 타면서 열기가 올라와 좀 더 후끈한 분위기가 이어졌다.“선경이니?”소문현은 인상을 찌푸리며 재차 물었다. 갑자기 뛰어온 여인은 완전히 그의 마음을 흔들어 놓았다.그는 꽤나 술을 많이 마신 상태였다. 그래서 이게 헛된 꿈일까 봐, 두려웠다.“말해!”소문현은 점점 짜증이 치밀었다.“너는 대체 누구냐?”하지만 한영은 사실을 고할 수 없었다. 여기서 사실을 고한다면 구족을 멸할 대죄였다!그녀는 그저 자신의 목숨을 걸고 도박을 하고 있을 뿐이었다.10년이라는 시간 동안 온귀비를 보좌하며 황실의 비밀에 대해서도 많이 알고 있는 그녀였다.언젠가 우연히 온귀비를 따라 양심전에 갔다가 초상화 하나를 본 적이 있었다.그날 처소로 돌아온 그녀는 심장이 쿵쾅거리고 두려워서 잠이 오지 않았다. 그녀의 맨얼굴은 초상화 속의 여인과 너무도 닮아 있었다.그래서 그녀는 더 조용히 지냈고 절대 황제 앞에서 진짜 모습을 보여주지 않았다.황제의 눈에 든다면 절대 이 궁을 떠날 수 없음을 잘 알기 때문이었다.하지만 이제는 두려울 것이 없었다.약혼녀가 급발작으로 사망한 이후, 소문현은 꽤 긴 시간동안 슬픔에 빠져 살았다. 그러다가 나중에는 점차 바람둥이로 변해가기 시작했다.하지만 한영은 황제의 마음 속에 아직도 첫사랑을 잊지 못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사람은 갖지 못하는 것을 더 열망하기 마련이고 황제도 결국에는 사람이었다.현재 소문현은 많이 취한 상태였고 한영이 그렸던 모든 조건이 맞춰졌다.한영은 오늘 황제의 품에 안기지 못하면 돌아오는 것은 죽음뿐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수천 후궁을 거느린 황제라지만 황궁의 비빈들은 궁중법도의 틀에 갇혀 예의만 중시할 뿐이고 황제에게는 색다른 자극이 필요할 것이다.한영은 도망치지 않고 황제의 품에 안겨 사내의 목덜미에 입을 맞추었다.“제가… 당신이 찾던 사람입니다! 그러니… 제발 도와주세요!”그녀는 가녀린 목소리로 유혹하듯 말했다.“선경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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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화
온귀비는 상주현 현령의 딸로 학식도 없고 식견도 짧아 처음 입궐했을 때 따돌림을 당하며 겉돌다가 결국 냉궁 신세가 된 적이 있었다.한영이 필사적으로 계획하고 한발 한발 길을 터주지 않았더라면 오늘 날의 영광은 없었을 사람이었다.온희정은 다급한 마음에 이미 이성을 잃은 상태였다.이 내관은 그 말을 듣고 이마에 식은땀이 돋았다.반면 온귀비는 하얗게 질린 한영의 얼굴을 보고 기세가 올라갔다.그녀는 한영을 손가락질하며 비난을 퍼부었다.“저 천한 것은 궁중 법도를 어지럽히고 불경을 저질렀습니다. 나이가 들어서 뵈는 게 없었나 봅니다.”“신첩은 저것이 사고를 칠까 봐 두려웠고 저것이 이 내관을 무척 흠모하는 것 같아서 둘의 사이를 허락하였사온데 감히 간덩이가 부어서 폐하까지 홀릴 줄은 정말 몰랐습니다!”온귀비는 바닥에 무릎을 꿇고 큰절을 올렸다.“이 모든 것은 신첩이 아랫것을 잘못 다스린 죄이니, 신첩을 벌하여 주시옵소서!”소문현은 음침한 눈을 하고 온귀비를 노려보았다.반면 한영은 그의 안색을 살피며 속으로 비웃음을 지었다.더 이상 신변에 귀띔을 해주는 사람이 없으니 온귀비는 역시나 멍청한 수를 두고 있었다.소문현은 대제의 군주이고 한영은 그런 사람의 여인이 되었는데 온귀비는 그녀를 이 내관과 부적절한 관계라고 몰아가고 있으니 이는 소문현의 얼굴에 대고 침을 뱉는 것과 다름이 없었다.‘너무 화가 나서 아예 이성을 잃었나 보네.’한영은 다급히 무릎을 꿇고 소문현에게 공손히 절을 올렸다.“폐하, 소인은 이 내관 어르신과 전혀 접점이 없었습니다. 귀비 마마께서 왜 저런 말씀을 하시는지 저는 정말 모릅니다. 소인은 경화궁에서 일하고 이 내관 어르신은 양심전에서 일하시는 분인데 소인이 아무리 간덩이가 부었어도 어찌 양심전 사람과 부적절한 관계로 엮이겠나이까.”소문현의 얼굴이 음침하게 굳었고 이성이 약간 돌아온 온귀비도 그녀의 말을 알아들었다.‘이년이 지금 나를 죽일 작정이야?’후궁의 비빈과 황제의 신변에서 시중을 드는 내시 총관과 밀접한 관계라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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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화
경화궁 상궁 한영이 폐하의 승은을 입고 하룻밤 사이에 연속 세 계급을 건너뛰어 귀인이 되었다는 소문은 하루아침에 후궁 전체에 퍼졌다. 비빈들은 불만이 생길 수밖에 없었다.다행인 점은 영귀인이 그나마 본분을 지킬 줄 아는 사람이라 스스로 한 궁의 주인이 될 기회를 거절하고 경화궁에 머물기로 했다고 전해졌다.아마 그것마저 안 했더라면 조정에서 폐하의 심지를 어지럽히는 요물이라고 영귀인을 탄핵하라는 상소문이 올라왔을 것이다.영귀인은 최대한 겸손하게 처신했지만 황제의 포상은 그리 겸손하지 못했다.비록 한영이 지내는 곳이 편전이기는 했지만 아주 우아하게 꾸며졌고 황제의 하사품도 쉴 새 없이 들어오고 있었다. 경화궁의 주인인 온희정은 그것들을 다 불태워 버리고 싶은 심정이었다.황제의 하사품 말고도 각 궁의 비빈들도 선물을 보내왔다.한영은 몸이 안 좋다는 핑계로 선물만 받고 사람들은 모두 돌려보냈다.한영의 신변을 돌보는 궁녀는 란심이었다. 한영이 황제에게 특별히 부탁하여 보내온 사람이었다.란심은 전에 경화궁에서 잡일이나 하던 아이였다.품성이 단정하고 침착하고 부지런한 성격에 주인에게 아부하지 않는 사람이라 온귀비 앞에서 한번 실수를 저질렀다가 물매를 맞고 신자고로 유배되었던 아이였다.란심은 자신의 목숨을 구해준 새 주인을 조심스럽게 바라보며 말했다.“마마, 찾아온 비빈들을 모두 문전박대하면 후궁에서 따돌림을 당하지 않을까요?”한영은 금가루가 함유된 부용고 상자를 열고 연고를 손으로 찍어 목덜미에 발랐다. 하얀 목덜미에는 황제가 남긴 흔적들이 가득 남아 있었다.10년 동안 사무쳤던 고인에 대한 그리움으로 어젯밤 소문현은 완전히 이성을 잃은 상태였다.한영은 거울에 비친 아름다운 얼굴을 싸늘한 눈으로 바라보며 담담히 말했다.“사람을 잡아먹는 수인은 굳이 무리와 어울리지 않는 법이야.”“네 사촌 오라비가 어의원에서 일한다고 들었어. 넌 아무도 모르게 그리로 가서 일시적으로 두드러기가 돋는 약을 가져와. 두드러기를 핑계로 잠시는 시침을 피해야겠어. 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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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화
영귀인의 얼굴이 망가졌단 얘기는 이미 듣고 온 소문현이었다.다른 비빈이었으면 아침부터 달려올 일 없었겠지만 선경을 꼭 닮은 얼굴이지 않은가!소문현은 한영의 어깨를 꽉 잡고 하염없이 바라보았다. 순간 힘을 너무 줘서 한영의 눈시울이 새빨개졌다.하얗고 말갛던 얼굴에는 빨간 두드러기가 가득 돋아 있어서 보고만 있어도 소름이 돋을 지경이었다.분노한 소문현이 물었다.“어쩌다가 이렇게 됐지? 너희들은 대체 시중을 어떻게 들었느냐?”란심을 비롯한 내시와 나인들을 비롯해 따라온 어의들마저 무릎을 꿇었다.“폐하! 소인은… 소인은 감히 말씀드릴 수 없습니다!”란심이 떨리는 목소리로 고했다.그 말을 들은 소문현은 더 큰 분노가 치솟았다.“말해! 대체 이게 어떻게 된 일이냐? 한치의 거짓이라도 있을 시 끌어내서 목을 칠 것이다!”“폐하! 목숨만 살려주시옵소서!”란심은 연신 바닥에 고개를 조아리더니 울며 말했다.“마마께서는 어제 경화궁으로 돌아오셨을 때까지만 해도 멀쩡하셨는데… 저녁에 귀비 마마께서 오시더니 마마의 얼굴을….”“란심아! 무례하다! 어찌 한낱 궁녀 따위가 귀비 마마의 흉을 보는 것이냐!”한영은 힘을 주어 란심의 귀뺨을 때린 후에 소문현의 앞에 무릎을 꿇고 말했다.“폐하! 신첩이 아랫것들을 잘못 다스려서 무례를 범하였으니 처벌은 달게 받겠습니다!”소문현의 눈매가 매서워졌다.문밖에서 다급한 발소리가 들리더니 곧이어 귀비가 종종걸음으로 안으로 들어왔다. 그녀는 소문현을 본 순간 급기야 바닥에 무릎을 꿇었다.“신첩, 폐하께 문안드리옵니다!”고개를 든 그녀는 쑥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말을 이었다.“안 그래도 오늘 아침에 까치가 그리도 울어대더니 폐하께서 경화궁으로 걸음하실 줄 알았나 봅니다.”온귀비는 자신이 귀비의 자리로 오를 수 있었던 것은 순수함과 솔직한 모습이 황제를 감화시켰다고 여기고 있었다.한때 소문현은 그녀와 함께 있으면 평범한 부부처럼 예의 법도를 따질 일 없이 편안하다고 말한 적 있었다.그런데 그랬던 소문현이 싸늘한 눈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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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화
밤이 깃든 양심전, 용연향 향이 진하게 풍기고 있었다.어린 내시는 비빈들의 명패를 갖고 와서 공손히 소문현의 앞에 무릎을 꿇었다.“폐하! 명패를 뒤집으시지요!”소문현은 명패가 담긴 상자로 손을 뻗으며 최근에 총애를 주었던 몇몇 귀인들의 명패 사이에서 오가다가 결국 영귀인의 명패로 손을 가져갔다.뜨거웠던 그날 밤을 떠올리면 지금도 몸이 후끈거렸다. 10년을 그리워했던 여인의 얼굴을 한 사람이 있는데 오죽했을까?하지만 그의 손이 영귀인의 명패에 닿기도 전에 옆에 있던 이 내관이 조용히 입을 열었다.“폐하, 영귀인은 얼굴에 두드러기가 났는데 아직까지 원인을 찾지 못했으니 옥체의 건강을 생각해서라도 최근에는….”소문현의 인상이 순식간에 찌푸려졌다. 두드러기가 가득 돋은 그 얼굴을 떠올리니 짜증이 치밀었다.그는 무심한듯 손귀비의 명패를 뒤집었다.최근 서북에 외적들이 침범하고 있는 상황이니 손귀비의 아버지 정국 대장군의 역할이 아주 중요했다.“기향궁으로 가자!”“예!”이 내관은 만면에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조아렸다.내시 두 명이 재빨리 뒤를 따르는 사이, 이태복은 명패 상자를 힐끗 보더니 영귀인의 명패를 잡아서 던져버렸다.“영귀인은 휴양 중이니 명패를 치우도록 해!”상자를 들고 있던 내시 상희는 황급히 고개를 떨어뜨렸다.최근 이 내관은 점점 선을 넘고 있었다. 황제가 명을 내리지도 않았는데 자기 마음에 들지 않는 비빈들의 명패를 치워버린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이러니 그 동안 후궁들에게서 받아먹은 금은보화도 상당했다.한영의 총애는 하룻밤 사이에 피어난 안개꽃과도 같았다. 그리고 총애를 잃은 것도 한순간이었다.다행히 온귀비는 최근 며칠 동안 시비를 걸어오지 않았다.그러나 내무부에서 보내오는 땔감은 귀한 은상탄에서 일반 목탄으로 바뀌었다.란심은 목탄을 들고 들어오며 울상을 지었다.“마마, 상희 내관이 말을 전해왔는데 역시나 마마가 예상했던 대로 이 내관이 마마의 명패를 치워버렸다네요.”한영은 붓글씨 연습에 집중하며 담담한 미소를 지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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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화
황후가 화를 내는 일은 흔치 않았기에 옆에 있던 후궁들은 저마다 깨고소한 표정을 지었다.경화궁 궁녀가 총애를 받고 있는다는데 귀족 출신인 그들이 자존심이 상하지 않을 수 없었다.사람들은 황후도 한영의 기강을 잡으려 일부러 화를 낸다고 생각했다.한영은 무릎을 꿇고 큰절을 올리며 담담히 말했다.“신첩은 얼굴에 두드러기가 나서 마마의 눈을 어지럽힐까 봐 면사포를 쓰고 왔사오니 너그러이 양해해 주십시오.”말을 마친 그녀는 조심스럽게 면사포를 벗고 고개를 들어 황후를 바라보았다.황후는 몸을 곧게 세우더니 경악한 표정으로 한영을 바라보다가 바로 정신을 차리고 자리에 앉았다.황후뿐만 아니라 다른 비빈들도 한영의 얼굴을 보고 거친 숨을 들이켰다.이때, 앙칼진 웃음소리가 들려왔다.“폐하가 왜 저런 애한테 홀렸는지 이제 이해가 가네요. 소양군주와 똑같은 얼굴을 하고 있다니.”목소리를 낸 사람은 최근에 승은을 입은 옥귀인이었다. 사랑스럽고 귀여운 외모로 꽤나 황제에게 사랑받았었는데 마침 한영이 나타나면서 황제의 관심이 모두 한영에게로 기울었다.그녀는 정사품 예부시랑의 딸로, 자존심이 엄청 강한 여인이었다. 그래서 비천한 시종 따위에게 밀렸다는 사실을 용납할 수 없었다.그래서 화가 났던 참에 그만 말실수를 해버린 것이다.황후의 얼굴이 음침하게 굳었다.“옥귀인, 처신을 조심하거라. 또 헛소리를 지껄였다간 그냥 넘어가지 않겠다.”옥귀인은 황급히 입을 다물고는 눈에 힘을 주어 한영을 노려보았다.황후도 놀랐던 표정을 거두고 평소의 온화한 표정을 되찾았다.폐하를 홀려 나라를 망칠 요물이 아니라면 다 괜찮았다.그녀는 한영을 바라보며 정색해서 말했다.“폐하에게 은총을 입을 수 있었던 것도 네 행운이니, 후궁의 비빈들은 폐하의 후대를 낳는 것에 최선을 다해야 할 것이다. 폐하의 총애를 등에 업고 하지 말아야 할 짓을 벌인다면 내가 가만히 좌시하지 않을 거니 명심하거라.”경고의 의미가 다분한 말이었다. 어쨌거나 품계를 삼급이나 뛰어넘어 귀인으로 책봉되었고 황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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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화
한영은 고개를 들고 손귀비를 빤히 바라보았다.옥귀인도 잠시 당황하는 듯하더니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왜? 싫어? 너 전에 온귀비 궁에서 주인 발이나 닦아주는 시종이었잖아? 우리 귀비 마마의 존귀한 발을 핥으라고 하면 영광인 줄 알아야지!”손귀비는 얼음장처럼 차가운 눈으로 한영을 빤히 노려보고 있었다.한영은 그녀 앞에서 언제든 발에 걷어차일 수 있는 강아지 신세가 된 것 같았다.손귀비는 한영이 움직임이 없자 눈빛에 살기가 스쳤다.그녀가 얼굴 두드러기 때문에 요 며칠 총애를 잃었으니 이 정도로 넘어가는 거지, 그게 아니라면 날개가 채 돋치기 전에 죽여버렸을 것이다.손귀비는 자세를 숙이고 한영을 빤히 바라보며 말했다.“미천한 너 같은 비빈 따위, 내 오늘 여기서 네 목을 쳐도 폐하께선 날 벌하지 않을 거야.”한영의 어깨가 흠칫 떨렸다.그랬다. 손귀비는 그럴 만한 힘이 있었다.오늘 이곳에서 그녀를 쳐죽여도 소문현에게는 그저 선경을 닮은 귀인이 한 명 갔을 뿐이다.그는 절대 품계가 낮은 비빈 때문에 대장군 가문과 척을 지려 하지 않을 것이다.그렇다고 고개를 완전히 숙이면 평생 오점으로 남을 것이다.한영은 길게 숨을 들이마시고 천천히 고개를 숙였다.“마마!”란심이 울음을 터뜨리며 한영의 옷깃을 잡고 고개를 미친듯이 흔들었다.한영은 그런 란심의 손을 밀쳤다. 오늘 어쨌거나 살아남는 게 우선이었다.후궁에서 날개가 제대로 돋지 않은 여인은 살아 있는 것마저 사치라는 것을 그녀는 잘 알고 있었다.한영이 고개를 숙이자, 손귀비는 의기양양한 표정으로 발을 그녀의 앞으로 내밀었다.그런데 한영은 그걸 보고 연신 뒷걸음질치더니 하얗게 질린 얼굴로 신발을 가리켰다.“너 뭐 하자는 거지?”손귀비는 순식간에 표정이 굳으며 싸늘한 눈초리로 한영을 노려보았다.“또 무슨 수작을 부리려고? 정말 죽고 싶어?”“아닙니다. 마마, 이걸 보세요.”한영은 손귀비의 신발에 수놓인 꽃무늬를 가리키며 말했다.“마마, 이 신발은 문제가 있습니다.”한영이 하도 급박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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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화
처음 금족령이 내려졌을 때, 온희정은 그래도 한영을 경계하고 있었다.어쨌거나 한영이 가진 패를 알 수 없어 섣불리 건들 수 없었다.하지만 이어지는 며칠간 한영은 얼굴에 난 두드러기 때문에 점차 총애를 잃어갔다.온희정도 그제야 위안을 찾았고 손귀비가 한영을 짓밟고 신발을 핥으라 했다는 소문이 퍼지자 때가 왔다 싶었다.비록 손귀비는 마음에 들지 않지만 그녀가 한 일은 마음에 들었다.온희정은 그제야 총애를 잃은 한영에게 더 이상 패가 없다고 판단했다. 그러니 이번이 한영을 제거하기 절호의 기회라고 생각했다.한영은 한점 두려움 없는 얼굴로 담담히 온희정을 응시했다. 그녀가 10년을 모신 사람이고 어디를 찔러야 상대가 발끈하는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그리고 이미 홍이에게 예리한 칼을 쥐여주었고 오늘 다른 누구도 아닌 홍이가 온희정의 등에 칼을 꽂게 될 것이다.한영은 아무것도 없는 허리춤을 만지작거렸다. 향낭을 떨어뜨렸으니 소문현은 분명 그것을 보고 찾아올 것이다.지금 대문을 지키는 사람은 홍이였다. 홍이가 이번에 어떤 선택을 할지 그녀도 궁금해졌다.한영은 담담한 미소를 지으며 예를 취했다.“걱정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마마. 어제 큰눈이 내려서 마침 설경을 보기 적당한 날이지요.”“설경을 감상해?”온희정은 피식 냉소를 지었다.“방금 누가 봤는데 너 봉의궁 근처에서 사내랑 밀회했다며?”한영은 멈칫했다가 이내 미소를 지었다.하필 오늘 소문현은 황후를 보러 가면서 용포가 아닌 평범한 비단옷을 입고 갔었는데 누가 지나가다가 그들을 본 것 같았다.역시나 온희정은 몰래 사람을 보내 그녀를 감시하고 있었다. 다만 경화궁에 금족령이 내려진 몸이니 사람을 부리기에도 변변치 않아 좀 덜떨어진 애를 보낸 것 같았다.한영은 이해할 수 없다는 듯이 온희정을 바라보며 말했다.“마마, 무슨 그런 말씀을 하세요? 저는 단지 황후궁 근처의 매화림이 풍경이 아름답다고 하여 그곳에서 비파를 연주하고 있었을 뿐이에요. 사내와 밀회요? 저 그런 적 없습니다!”온희정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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