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 로맨스 / 그가 놓아준 여자 / 제612장 – 의심

Share

제612장 – 의심

Author: L'encre
last update publish date: 2026-10-21 14:53:13

그는 차분하고 침착한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당신은 출판사를 감동시키거나 상을 받기 위해 이 책을 쓴 것이 아닙니다. 당신은 하고 싶은 말이 있었기에, 중요하고 진실된 무언가를 위해 이 책을 썼습니다. 그리고 그것은 누구도 당신에게서 빼앗을 수 없습니다."

"하지만 글이 형편없이 쓰였다면 어떡하죠? 아무도 출판하고 싶어 하지 않는다면요?"

"그러니 어쨌든 당신은 그것을 글로 적어둘 것입니다. 당신은 자신이 경험한 것을 말로 표현할 것이고, 다른 사람들이 어떻게 생각하든 그 말들은 존재할 것입니다."

그녀는 시선을 아래로 떨구고 서로 얽힌 두 손을 응시했다. "줄리앙, 난 두려워. 판단받는 게 두려워. 거절당하는 게 두려워."

"전처럼요? 알렉산더랑 같이 있을 때처럼요?"

그녀는 대답할 수 없어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그녀의 얼굴을 두 손으로 감싸 부드럽게 자신을 바라보게 했다. "엘리제, 내 말을 들어봐. 너는 더 이상 예전의 네가 아니야. 더 이상 고개를 숙이고 침묵하는 희생자
Continue to read this book for free
Scan code to download App
Locked Chapter

Latest chapter

  • 그가 놓아준 여자   제615장 – 출판사 찾기

    엘리제는 수화기를 귀에 대고 아무 말도 할 수 없이 멍하니 서 있었다. 출판사 사장은 증언의 힘, 간결하면서도 가슴을 울리는 문체, 그리고 이 이야기에 목소리를 부여하는 것의 중요성에 대해 계속해서 이야기했다. 그의 목소리는 감정에 떨렸고, 그 어떤 말보다도 그 감정이 엘리제에게 그의 진심을 확신시켜 주었다.전화를 끊고 나서 그녀는 긴장한 표정으로 기다리고 있는 줄리앙에게로 돌아섰다. "그가 그걸 출판하고 싶어해." 그녀는 나지막이 말했다.줄리앙의 미소가 방 전체를 환하게 비췄다. 그는 그녀를 품에 안고 거의 땅에서 들어 올릴 뻔한 다음 거실을 빙글빙글 돌며 웃었다.그날 저녁, 그들은 소피, 캐서린, 그리고 다른 딸들과 함께 기쁜 소식을 축하했다. 작고 소박한, 즐겁고 간소한 파티였는데, 그들이 딱 좋아하는 방식이었다. 엘리제는 눈시울이 촉촉해진 채 잔을 들어 자신을 지지해준 모든 사람들, 편지를 보내준 모든 사람들, 그리고 여전히 투쟁하고 있는 모든 여성들에게 건배를 했다. 그리고 마음속으로는 몇 년 전 자신의 눈을 뜨게 해준 작은 약사에게 감사했다. 그녀가 없었다면 이 모든 것은 불가능했을 것이다.잠자리에 들기 전, 그녀는 공책에 이렇게 적었다.수개월간의 의심과 거절 끝에, 작은 출판사 레 에디시옹 뒤 린(Les Éditions du Lin)에서 제 원고를 받아주었습니다. 열정적인 편집자분이 제 글을 단번에 읽고 출판하고 싶어 하셨습니다. 오늘 밤, 저는 행복하고 감사하며 그 어느 때보다 더 강한 의지를 갖게 되었습니다. 제 이야기가 읽히게 될 것입니다. 책 페이지 사이에 제 이야기가 실제로 존재하게 될 것입니다. 그리고 제 이야기가 다른 여성들이 용기를 내어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도움이 되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 그가 놓아준 여자   제614장 – 출판사 찾기

    "그렇게 생각하세요?""확실해요. 모든 작가는 거절을 경험하죠. 아무리 훌륭한 작가라도 말이에요."그녀는 그의 변함없는 낙관주의에 감동하여 희미하게 미소 지었다. "마치 제가 작가인 것처럼 말씀하시네요.""당신도 작가입니다. 책을 썼잖아요. 그러니 당신은 작가인 겁니다."그 후 몇 주 동안 거절 편지가 쌓여갔다. 그녀는 여섯 군데 출판사에 원고를 보냈는데, 모두 온라인 조사와 소피에게 수차례 전화를 걸어 문학계 인맥을 활용한 끝에 신중하게 고른 곳들이었다. 답장은 하나둘씩 도착했는데, 거의 모두 똑같았다. 원고가 출판사의 편집 방향에 맞지 않는다거나, 출판 계획에 포함되지 않는다거나, 이런 종류의 회고록은 시장 상황이 좋지 않다는 등, 정중하지만 감정 없는 내용이었다. 거절당할 때마다 마치 바늘에 찔린 듯한 고통을 느꼈고, 그 고통은 점차 쌓여 결국 포기하고 싶은 무거움으로 변해갔다.11월의 어느 저녁, 또 한 번의 거절을 들은 그녀는 소파에 털썩 주저앉아 줄리앙의 품에 안겨 엉엉 울었다. "끝났어." 그녀는 흐느낌 사이로 중얼거렸다. "아무도 그를 원하지 않아. 내가 실수했어."줄리앙은 그녀를 꼭 껴안고 머리카락을 쓰다듬었다. "네 말이 맞아. 네 이야기는 읽힐 가치가 있어. 다만 적합한 사람을 찾아야 해.""만약 이 사람이 존재하지 않는다면 어떨까요?""존재합니다. 곧 알게 될 겁니다."마침내 해결책을 찾은 건 소피였다. 12월의 어느 오후, 그녀는 구겨진 종이 한 장을 손에 든 채 승리의 미소를 지으며 협회 사무실에 도착했다. "찾았어요! 리옹에 있는 작은 출판사인데, 개인적인 이야기, 인생 이야기, 사회 비판적인 에세이를 출판하는 곳이에요. 출판사 사장님과 전화 통화를 했는데, 바로 소피 씨 같은 원고를 찾고 있대요."엘리스는 심장이 쿵쾅거리는 채로 신문을 집어 들었다. 에디시옹 뒤 린. 처음 들어보는 출판사였다. "아주 작은 출판사야." 소피가 말했다. "하지만 훌륭한 책들을 많이 냈어. 그리고 출판사 대표가 열정적인 것 같아."

  • 그가 놓아준 여자   제613장 – 출판사 찾기

    봉투는 사흘 동안 현관 테이블 위에 놓여 있었고, 마침내 엘리즈는 부치기로 마음먹었다. 매일 아침, 그녀는 발걸음을 늦추고 손가락 끝으로 갈색 종이를 살짝 만져본 후, 집어 들지 않고 다시 발걸음을 옮겼다. 마치 이 무감각한 물체가 그녀의 모든 두려움, 모든 의심, 그녀의 모든 이야기를 담고 있는 듯했고, 그것을 놓아주기 위해서는 초인적인 용기가 필요한 것 같았다. 말없이 이 모습을 지켜보던 줄리앙은 어느 날 아침, 엘리즈가 다시 한번 봉투 앞에서 머뭇거릴 때, 그녀의 어깨에 손을 부드럽게 얹었다."있잖아요, 최악의 상황은 거절당하는 거잖아요."그녀는 입술을 꽉 다문 채 고개를 끄덕였다. "바로 그게 제가 두려워하는 부분이에요."“하지만 거절당했다고 세상이 끝나는 건 아니잖아요. 그냥… 거절일 뿐이죠. 문이 닫히는 것뿐이에요. 다른 기회는 또 있을 거예요.”그녀는 심호흡을 하고 봉투를 집어 가방에 넣었다. 오늘 꼭 부칠 거라고 스스로에게 다짐했다.3주 후, 파리의 유명 출판사 로고가 찍힌 하얀 봉투에 담긴 첫 번째 거절 편지가 도착했다. 엘리즈는 후원자들과의 약속 사이에 협회 사무실에서 그 편지를 받았다. 떨리는 손으로 편지를 열어 몇 줄 적힌 내용을 훑어보았다. " 귀하의 원고를 검토했지만, 장점에도 불구하고 저희 편집 방침과 맞지 않습니다…" 그리고는 가슴이 철렁 내려앉으며 편지를 다시 봉투에 넣었다. 단 한 번의 거절, 어쩌면 앞으로 더 받을지도 모르는 거절이었지만, 마치 뺨을 맞은 듯한 기분이었다. 모든 의심이 다시금 밀려왔다. 나는 작가가 아니야, 제대로 된 작가가 아니야, 아무도 내 이야기를 원하지 않을 거야.그녀는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고 편지를 서랍에 넣어두고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일상생활을 이어갔다. 하지만 그날 저녁, 줄리앙은 무언가 잘못됐다는 것을 직감했다. 그녀는 웃으며 아이들과 농담을 주고받고 부엌에서 분주하게 움직였지만, 줄리앙은 그녀의 시선이 어딘가 다른 곳에 가 있고, 남에게 말하지 않는 생각에 잠겨 있음을 알아챘다.

  • 그가 놓아준 여자   제612장 – 의심

    그는 차분하고 침착한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당신은 출판사를 감동시키거나 상을 받기 위해 이 책을 쓴 것이 아닙니다. 당신은 하고 싶은 말이 있었기에, 중요하고 진실된 무언가를 위해 이 책을 썼습니다. 그리고 그것은 누구도 당신에게서 빼앗을 수 없습니다.""하지만 글이 형편없이 쓰였다면 어떡하죠? 아무도 출판하고 싶어 하지 않는다면요?""그러니 어쨌든 당신은 그것을 글로 적어둘 것입니다. 당신은 자신이 경험한 것을 말로 표현할 것이고, 다른 사람들이 어떻게 생각하든 그 말들은 존재할 것입니다."그녀는 시선을 아래로 떨구고 서로 얽힌 두 손을 응시했다. "줄리앙, 난 두려워. 판단받는 게 두려워. 거절당하는 게 두려워.""전처럼요? 알렉산더랑 같이 있을 때처럼요?"그녀는 대답할 수 없어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그녀의 얼굴을 두 손으로 감싸 부드럽게 자신을 바라보게 했다. "엘리제, 내 말을 들어봐. 너는 더 이상 예전의 네가 아니야. 더 이상 고개를 숙이고 침묵하는 희생자가 아니라고. 너는 생존자이자 투사야. 지옥을 경험하고 돌아왔어. 이 책은 네가 승리했다는 증거야. 무슨 일이 있어도, 누구도 , 심지어 너 자신조차도 , 네 생각을 바꾸도록 내버려 두지 마."그녀의 뺨에는 눈물이 흘러내렸지만, 그녀는 닦아내지 않았다. 그녀는 그를 바라보았고, 그의 눈에서 그녀에게 부족했던 힘을 얻었다.다음 날, 엘리제는 소피에게 전화를 걸어 자신의 의심과 불안감을 털어놓았다. 소피는 엘리제의 이야기를 듣다가 갑자기 웃음을 터뜨렸다. 비웃는 웃음이 아니라 애정이 가득한 웃음이었다. "불쌍한 엘리제, 모든 걸 의심하는구나, 심지어 네 승리까지도! 내가 네 원고를 읽어봤는데, 정말 감동적이야. 네가 보내지 않으면 내가 대신 보내줄게."엘리스는 눈물을 흘리면서도 미소를 지을 수밖에 없었다. 소피는 언제나처럼 솔직하고, 언제나처럼 충실했다.그날 저녁, 그녀는 책상에 앉아 두꺼운 종이 폴더에서 제본된 원고를 꺼내 한참 동안 바라보았다. 그러고 나서 컴퓨터를 켜고 출판

  • 그가 놓아준 여자   제611장 – 의심

    그 후 며칠 동안 그녀는 끊임없는 의심과 절망 사이를 오가며 결정을 내리지 못했다. 아침에 눈을 뜨면 원고를 출판사에 보내야 한다고, 반드시 그렇게 해야 한다고, 포기할 권리가 없다고 스스로에게 다짐했다. 밤에 잠자리에 들면서는 정반대의 생각을 했다. 아무도 이 책을 원하지 않을 거야. 너무 개인적이고, 너무 어둡고, 너무 은밀한 이야기니까. 누구에게 보내야 할지도 몰랐다. 출판계 에 아는 사람도 없고, 책이 어떻게 출판되는지 전혀 몰랐다. 원고가 거절당하거나, 아무런 답장도 없이 반송되거나, 더 나쁘게는 혹평과 조롱을 받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그녀는 완전히 마비되었다.그녀는 줄리앙에게 바로 말하지 않았다. 자신의 의심이 부끄러웠고, 나약함이 부끄러웠다. 지옥 같은 시간을 견뎌내고, 법정과 협박, 죽음의 위협까지 헤쳐 나온 그녀가, 단지 거절당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무너져 내리고 있었다. 얼마나 어리석은 일인지, 그녀는 알고 있었다. 하지만 비웃음으로는 두려움을 잠재울 수 없었다.어느 날 저녁 식사 후, 줄리앙이 먼저 침묵을 깼다. 그는 일주일 내내 그녀를 관찰했고, 그녀의 침묵, 멍한 눈빛, 잠 못 이루는 밤들을 보았다. 그는 소파에 그녀 옆에 앉아 그녀의 손을 잡고 간단히 말했다. "나에게 말해봐."그녀는 애써 화제를 돌리려 했고, 모든 게 괜찮은 척, 그저 피곤할 뿐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그만의 방식으로 부드럽고 인내심 있게 끈질기게 다가왔다. 그리고 마침내, 댐이 무너졌다. 그녀는 울음을 터뜨렸고, 흐느낌이 어깨를 들썩이게 했다. 그리고 그에게 모든 것을 털어놓았다. 자신의 의심, 두려움, 부족함에 대한 감정까지. 그녀는 자신을 괴롭히는 내면의 목소리, 끊임없이 자신이 충분히 훌륭하지 않다고, 실패할 거라고 속삭이는 목소리에 대해 이야기했다.줄리앙은 그녀의 손을 잡은 채 말을 끊지 않고 들었다. 그녀가 지쳐서 침묵에 잠기자, 그는 잠시 침묵을 지키다가 부드럽게 물었다. "엘리제, 왜 이 책을 썼나요?"그녀는 질문에 놀라 고개를 들었다.

  • 그가 놓아준 여자   제610장 – 의심

    잠자리에 들기 전, 그녀는 공책에 이렇게 적었다.책을 거의 완성했습니다. 몇 달 동안의 작업, 의심, 눈물. 하지만 은혜와 해방, 평화의 순간들도 있었습니다. 글쓰기는 저를 과거의 기억 속으로 깊이 파고들어 다시 마주하게 했습니다. 고통스러웠고, 때로는 견딜 수 없을 정도였습니다. 하지만 오늘, 저는 제가 얼마나 멀리 왔는지 깨닫습니다. 이 책은 단순한 증언 그 이상입니다. 그것은 자유를 향한 행위입니다. 저는 더 이상 과거의 포로가 아닙니다. 저는 과거의 기억을 글로 바꾸어, 이 글을 필요로 하는 모든 여성들에게 전합니다. 곧 원고를 출판사에 보낼 것입니다. 그리고 어떤 결과가 나오든, 저는 제가 해야 할 일을 해냈을 것입니다. 제 이야기를 하고, 증언하고, 자유롭게 하는 것 말입니다.***원고 가 완성되었다. 엘리스는 세 번이나 다시 읽고, 수정하고, 주석을 달고, 몇몇 구절은 다시 쓰고, 몇몇 구절은 삭제했다. 책상 위에는 빽빽하게 쌓인 300장의 원고가 그녀의 삶 전체 , 적어도 가장 어두운 부분, 수년간 떨쳐내려 애썼던 부분을 담고 있었다. 지난 몇 주 동안 그녀는 거의 강박적인 정밀함으로 모든 문장, 모든 단어, 모든 쉼표를 꼼꼼하게 다듬었다. 그리고 이제 모든 것이 끝났고, 마지막 마침표가 찍혔을 때, 그녀는 묘하게 공허함을 느꼈다. 마치 몇 달 동안 그녀를 지탱해 주었던 모든 것이 갑자기 사라져 버리고, 그녀는 해변에 홀로 남겨져 더 이상 한 발짝도 나아갈 수 없는 것 같았다.단순히 피곤해서 그런 것만은 아니었다. 더 깊고 교활한 무언가가 있었다. 마음속 깊은 곳에서 작은 목소리가 속삭였다. 이 책을 절대 쓰지 말았어야 했다고. 그녀는 작가가 될 자격이 없고, 제대로 된 작가가 아니며, 결국 바보나 다름없을 거라고. 그녀는 그 목소리를 알고 있었다. 알렉상드르의 목소리, 그가 끊임없는 비판과 경멸로 그녀 안에 심어놓은 목소리였다. 계모의 목소리, 끊임없이 그녀가 어디에도 속하지 못한다고 상기시키는 목소리였다. 평생 동안 그녀에게 충분히

  • 그가 놓아준 여자   제7장 – 깨어나기 전의 부재

    노인이나 하는 짓이지." 그래서 그녀는 정원 가꾸기를 그만두었다. 그림을 그리는 것도, 책을 읽는 것도, 꿈꾸는 것도 그만둔 것처럼.그녀는 다시 한 모금 마시며 맞은편 빈 의자에 시선을 고정했다. 저 의자는 그의 것이었다. 매일 아침 그가 손에 휴대전화를 든 채 딴 곳을 바라보며 앉던 자리였다. 그녀는 그가 없을 때조차 그 자리에 앉은 적이 없었다. 그곳은 그의 자리였다. 그녀에게는 그녀의 자리가 있었다. 정해진 자리, 그녀가 선택한 것도 아니고, 움직일 수도 없는 자리.그녀는 모든 것을 잃었다. 친구들, 직업, 자유. 삶의

  • 그가 놓아준 여자   제6장 – 깨어나기 전의 부재

    그녀 앞에 있는 얼굴은 그녀의 얼굴이 아니었다. 더 이상 알아보지 못할 여자의 얼굴이었다. 짙은 다크서클, 창백한 피부, 아무렇게나 묶은 머리카락. 그녀는 한때 자신을 가꾸던 시절을 떠올렸다. 머리를 손질하고, 화장을 하고, 옷을 고르는 데 몇 시간씩 공을 들이던 시절. 매력적이었고, 웃음이 넘쳤고, 진정으로 삶을 즐기던 시절을.그 시절은 이미 지나갔다. 5년간의 침묵과 하얀 알약 아래 묻혀버렸다.그녀는 멍하니 이를 닦았다. 시선은 딴 곳에 가 있었고, 마음은 딴 데 가 있었다. 앞으로 다가올 하루는 여느 날처럼 공허하고 길게

  • 그가 놓아준 여자   제5장 – 깨어나기 전의 부재

    그건 단순한 정보가 아니었다. 단언이었다. 그녀는 아무 대답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부엌을 나와 복도를 가로질러 현관문을 열었다. 문이 쾅 닫히는 소리가 집안 전체에 울려 퍼졌고, 그 후 더욱 무겁고 답답한 침묵이 다시 찾아왔다.앤은 한참 동안 미동도 없이 맞은편 빈 의자에 시선을 고정했다. 컵 속 커피는 점점 식어갔다. 밖은 날이 밝아오기 시작하는 무렵이었고, 그녀의 삶처럼 흐리고 우울했다. 그녀는 초대장, 회의, 자신을 기다리는 동료들을 생각했다. 아버지, 스웨터, 그리고 그 스웨터가 주는 편안함도 생각했다. 찬장에 보

  • 그가 놓아준 여자   제4장 – 여느 때와 다름없는 아침

    그녀의 목소리에는 분노도, 조급함도 없었다. 마치 개에게 앉으라고 명령하는 것처럼 건조하고 무미건조한 명령이었다. 앤은 일어나 싱크대 위 찬장을 열고 두 개의 상자를 꺼냈다. 알약들은 칸막이에 가지런히 놓여 있었다. 작고 하얀 병정들처럼 둥글고 매끄러워 보였지만, 겉보기에는 무해해 보였다."건강을 위해서요." 그는 처음부터 계속 그렇게 말했었다. "몸에 불균형이 좀 있어요. 이 비타민이 도움이 될 거예요." 그녀는 그의 말을 믿었다. 왜 그를 의심했겠는가? 그는 의사였다. 그는 그녀에게 무엇이 좋은지 알고 있었다. 그는 그녀를

More Chapters
Explore and read good novels for free
Free access to a vast number of good novels on GoodNovel app. Download the books you like and read anywhere & anytime.
Read books for free on the app
SCAN CODE TO READ ON APP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