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suk유빈은 목이 메인 채 다급히 말했다.“폐하, 신첩은 옥빈을 물에 밀지 않았사옵니다!”“옥빈이 스스로…… 스스로 발을 헛디딘 것이옵니다!”유빈은 옥빈을 바라보며 따져 물었다.“옥빈, 나는 줄곧 그대를 자매처럼 여겨 왔는데, 어찌 이리 나를 모함하시는 것이오?”옥빈도 눈시울을 붉히며 맞받아쳤다.“내가 언제 그대를 모함했다는 것이오? 그토록 악독한 짓을 저질러 놓고, 설마 내가 입을 다물고 있어야 한다는 말이오? 오늘 운이 조금만 나빴어도 나는 벌써 물에 빠져 죽었을 것이오!”옥빈은 곧 황제를 바라보며 애처롭게 호소했다.“폐하, 부디 신첩의 억울함을 풀어 주시옵소서!”그러자 유빈 역시 붉어진 눈으로 황제에게 아뢰었다.“폐하, 옥빈이 신첩에게 누명을 씌우고 있사옵니다. 부디 신첩의 결백을 밝혀 주시옵소서.”금영은 황제의 낯빛이 갈수록 어두워지는 것을 보며 속으로 생각했다.오늘 이들 앞에 있는 이가 그나마 지금의 황제이니 망정이지, 예전의 어느 폭군이었다면 어찌 되었을까.두 여인이 이렇게 서로 물어뜯고 있는 꼴을 보다 못해 아예 둘 다 호수에 던져 버리고 일을 끝냈을지도 몰랐다.금영은 황제를 바라보며 조용히 말했다.“폐하, 당장 누구의 말이 옳은지 가리기 어렵다면 두 사람을 모두 구금한 뒤 차근차근 심문해 보시는 것이 어떠하시옵니까?”황제가 대답하기도 전이었다.서 황후가 먼저 입을 열었다.“폐하, 신첩이 보기에는 이번 일은 분명 유빈의 소행이옵니다.”금영은 속으로 냉소했다.서 황후가 이렇게까지 나서는 것을 보니 옥빈을 지켜 주겠다는 뜻이 분명했다.다만 현비가 그것을 순순히 두고 볼지가 문제였다.그런 생각을 하며 금영은 멀지 않은 곳으로 시선을 돌렸다.마침 여러 사람이 등롱을 들고 이쪽으로 다가오고 있었다.그들을 이끌고 오는 사람은 다름 아닌 현비였다.현비는 서 황후의 말을 들은 듯 곧바로 말했다.“황후마마, 아무런 증거도 없이 유빈이 옥빈을 물에 밀었다고 단정하시는 것은 공정하지 못한 처사이옵니다. 중궁의 자리에 계신 만큼
물론 구경거리를 보러 간다는 말은 그저 농담일 뿐이었다.금영의 진짜 목적은 서 황후가 대체 무슨 꿍꿍이를 꾸미고 있는지, 또 이 궁 안에서 무슨 소동이 벌어지려는지 직접 확인하는 것이었다.황제는 당연히 금영의 뜻을 마다하지 않았다.그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그러는 것도 좋겠구나.”황제는 금영의 손을 잡고 전각을 나섰다.두 사람이 궁 안의 호숫가에 도착했을 때에는 이미 적잖은 사람들이 모여 있었다.나무마다 등롱이 걸려 있어 주변은 대낮처럼 환했다.황제가 금영을 이끌고 다가오자 사람들은 일제히 땅에 무릎을 꿇었다.“폐하를 뵈옵니다! 원 귀비마마를 뵈옵니다!”사람들이 모두 엎드리고 나자, 금영은 호숫가에 무릎을 꿇은 채 몸을 덜덜 떨고 있는 여인을 볼 수 있었다.머리카락은 흠뻑 젖어 물이 뚝뚝 떨어지고 있었다.몸에는 마른 외투를 하나 걸치고 있었지만, 그 아래 바닥에는 이미 물이 흥건하게 고여 있었다.바로 옥빈이었다.옥빈은 본래 단아하고 청초한 인상이었으며, 눈길 하나에도 은근한 정이 묻어나는 여인이었다.지금은 억울함을 참지 못한 듯 연신 흐느끼고 있었다.황제는 사람들에게 일어나라 명한 뒤 싸늘한 목소리로 물었다.“대체 어찌 된 일이냐?”서 황후가 먼저 대답했다.“조금 전 신첩이 이미 자초지종을 물어보았사오나, 옥빈이 반드시 폐하께서 오신 뒤에야 진상을 아뢰겠다고 하였사옵니다. 하여 부득이 폐하를 이곳까지 모셨으니 부디 용서하여 주시옵소서.”황제는 딱히 서 황후를 탓할 생각은 없는 듯했다.그의 시선이 옥빈에게 향했다.서 황후가 옥빈을 바라보며 말했다.“폐하께서 오셨으니, 방금 무슨 일이 있었는지 사실대로 아뢰거라. 폐하께서 반드시 네 억울함을 풀어 주실 것이다.”그제야 옥빈이 눈물을 머금은 채 입을 열었다.“폐하! 유빈이옵니다! 유빈이 신첩을 물에 밀어 넣었사옵니다!”그 말을 듣는 순간, 금영은 대강 사정을 짐작했다.자리는 둘뿐인데 후보는 셋이었다.아니나 다를까.서 황후와 현비가 벌써 서로 물고 뜯기 시작한 것
금영은 웃으며 말했다.“돌아가거라.”아직 모든 일이 정리된 것은 아니었다. 지금 림 소의와 자신이 남다른 관계라는 사실을 다른 이들이 알아서는 안 되었다.림 소의는 공손히 예를 올린 뒤, 천천히 뒤로 물러났다.돌아가는 길에 서묵이 걱정스러운 얼굴로 물었다.“마마, 정말 원 귀비 쪽에 서시려는 것이옵니까?”후궁은 모두 여인들뿐인 곳이었다.하지만 전장과 마찬가지로 이곳에도 각자의 편과 세력이 존재했다.림 소의는 손에 든 영춘화를 바라보며 조용히 말했다.“나는 이미 스물여덟이 되었느니라. 더는 헛되이 세월을 보내고 싶지 않다.”열여덟에 입궁한 뒤, 벌써 십 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십 년의 세월은 이 궁 안에서 눈 깜짝할 사이 지나갔다.살아남기는 했다.하지만 이런 방식으로 살아가는 것이 정말 자신이 원했던 삶이었을까.림 소의가 다시 입을 열었다.“게다가 나는 줄곧 느끼고 있다. 원 귀비는 조금 다른 사람인 것 같구나.”서묵은 참지 못하고 말했다.“어찌 다르시겠사옵니까? 이 후궁의 여인들은 결국 총애를 다투고 권세를 얻으려 하는 법이옵니다. 높은 자리에 있는 사람들은 언제나 아래 있는 이들의 목숨을 마음에 두지 않사옵니다. 마마께서는 부디 더욱 조심하셔야 하옵니다.”“그 안빈과 용빈이 바로 그 예가 아니옵니까.”서묵이 거듭 권했다.남의 손에 든 바둑돌이 되어 보아야, 결국 좋은 끝을 맞이할 수 있겠느냐는 뜻이었다.하지만 림 소의는 고개를 저었다.“되었다, 서묵아. 쓸데없는 말을 하지 말거라.”“노비는 그저 마마께서 언제나 정신을 바짝 차리시길 바랄 뿐이옵니다. 모든 일을 원 귀비마마께 맞추기보다는, 마마 자신을 위한 여지도 조금은 남겨 두셔야 하옵니다.”서묵이 다시 말했다.림 소의는 고개를 끄덕였다.“그것은 당연한 일이니라.”그제야 서묵은 조금 안심한 듯했다.“그렇다면 다행이옵니다.”*그때 금영 역시 소녕전으로 돌아와 있었다.서묵이 자신의 주인을 걱정한 것처럼, 해수 역시 금영을 걱정하고 있었다.“마마, 그 림
이 말이 떨어지자, 세 빈의 자리에 있는 세 사람은 모두 서로를 향해 적의 어린 시선을 보냈다.현비와 서 황후 역시 서로 마주 보았다.금영은 가볍게 웃었다.자리는 고작 두 개뿐이었다.이 세 사람이 다투기 시작한다면 머지않아 꽤 볼 만한 일이 벌어질 것이 분명했다.그리고 그 소란이 일어나고 나면 자연스럽게 자리가 비게 될 터였다.그렇다면 소의들 가운데서 다시 한 번 골라 올리면 되는 일이었다.물론……사실 금영은 이렇게까지 번거롭게 일을 꾸밀 필요는 없었다.그저 황제에게 직접 말한다면 황제 역시 허락했을 것이다.그럼에도 이렇게 하는 이유는 단 하나였다.현비와 서 황후가 그 두 자리를 두고 서로 다투는 모습을 보고 싶었기 때문이다.결국 세 빈 가운데 누가 남고 누가 사라지든 금영에게는 손해 될 것이 하나도 없었다.여비는 이 말을 듣고 비꼬는 듯한 목소리로 말했다.“어느 두 분이 그리 복이 많으실지 모르겠군요.”금영은 허리를 숙여 맞은편에 핀 영춘화 한 가지를 꺾었다.그리고 꽃향기를 가볍게 맡으며 말했다.“본궁도 알고 싶구나.”금영이 이 말을 한 뒤.현비의 표정은 무언가 생각하는 듯 변했다.얼마 지나지 않아 현비가 입을 열었다.“황후마마, 신첩은 먼저 물러가겠사옵니다.”그렇게 말한 현비는 유빈을 데리고 자리를 떠났다.서 황후 역시 더 이상 꽃을 감상할 마음이 없어졌다.사람들은 곧 흩어졌다.그 자리에는 금영만 홀로 남았다.금영은 사람을 보내 림 소의를 다시 불러 세웠다.림 소의는 금영을 바라보자마자 무릎을 꿇고 예를 올렸다.“림 소의.”금영이 부르자.림 소의가 고개를 들어 금영을 바라보았다.그 얼굴에는 불안함이 가득했다.“마마, 무슨 분부이시옵니까?”“본궁은 알고 있다. 네가 이 궁 안에서 부귀를 바라는 것이 아니라, 그저 살아남기만을 바라고 있다는 것을.”금영은 잠시 말을 멈추었다.그리고 낮고 차분한 목소리로 물었다.“하지만 본궁이 오늘 너에게 한 가지 묻고 싶은 것이 있다.”“정녕 평생 이렇게 살아가
황제는 감동한 눈빛으로 금영을 바라보았다.금영은 너무나 사려 깊었다.그래서 오히려 더욱 마음이 아팠다.금영은 잠시 생각하다가 자신이 가장 궁금했던 것을 물었다.“폐하께서 이미 태후마마의 뜻을 따르겠다고 하셨으니, 결국 새로운 비를 들이셔야 하는 것이옵니다.”황제가 그렇게 대답한 것도 이상할 것은 없었다.그저 모자간의 정 때문만은 아니었다.만약 황제가 계속 거절하고, 태후가 계속 병을 핑계 삼는다면 그 일이 문무백관과 온 세상 사람들의 귀에 들어갔을 때 황제는 어떤 사람이 되겠는가.그 일로 인해 금영 역시 나라를 어지럽히는 요녀라는 오명을 쓰고, 태후를 거의 죽음으로 몰아넣은 악녀라는 비난까지 받게 될지도 몰랐다.“폐하께서는 혹시 정해 두신 사람이 있으시옵니까?”금영이 물었다.하지만 황제에게 무슨 정해 둔 사람이 있겠는가.황제가 아무 말도 하지 않자 금영이 다시 입을 열었다.“폐하, 이 일을 신첩에게 맡겨 주시는 것은 어떠하시옵니까?”황제가 금영을 바라보았다.“금영아?”금영은 웃으며 말했다.“신첩이 폐하의 근심을 덜어 드리고 싶다고 말씀드렸사옵니다.”이번 일에 있어서 황제는 스스로 금영에게 미안한 마음이 있었다.그녀가 억울하게 마음고생을 했다고 생각했다.그런 금영이 직접 말했으니, 황제로서 거절할 이유가 없었다.황제는 곧 말했다.“좋다. 이 일은 금영이가 직접 사람을 정하도록 하거라.”금영은 눈앞의 황제를 바라보며 눈빛을 굴렸다.서 황후가 아무리 많은 계획을 세운들 어찌하겠는가.결국 이 일의 주도권은 자신의 손에 들어온 것이나 다름없었다.황제는 금영을 소녕전까지 데려다준 뒤 다시 정무를 보러 갔다.금영은 전각 안에 앉아 차를 마시고 있었다.해수가 걱정스러운 얼굴로 말했다.“마마, 이번 일 때문에 마음이 상하지 않으시옵니까?”모든 사람은 금영이 이 일로 마음이 상할 것이라고 생각했다.하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았다.금영은 웃으며 말했다.“유빈이든, 가빈이든, 아니면 옥빈이든 결국 후궁의 신분을 등에 업고 권세
“요즘 들어 잠들 때마다 네 아바마마가 떠오르는구나. 네 아바마마께서는 늘 나를 꾸짖으셨지…… 이 어미가 태후의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고 말이다.”태후는 한숨을 내쉬었다.황제는 침상에 누워 있는 태후를 바라보았다.표정은 여전히 온화했지만, 금영은 황제가 애써 감정을 억누르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황제는 총명한 사람이었다.어찌 태후가 자신을 압박하고 있다는 것을 눈치채지 못하겠는가.하지만 황제에게 있어 태후의 존재감은 너무나 컸다.황제가 어렸을 때부터 수많은 사람이 황제에게 말해 왔다.태후가 얼마나 목숨을 걸고 황제를 낳았는지.황제가 조금 더 자란 뒤 서 황후를 맞이했을 때에도, 태후는 황제가 태자의 자리를 차지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온갖 심혈을 기울였다.태후는 황제를 바라보았다.그 눈빛에는 몇 분의 결연함이 담겨 있었다.“요즘 내 몸이 좋지 않으니, 궁 안에도 경사가 있어야 하지 않겠느냐. 황제가 당장 선발을 원하지 않는다면 새로운 비를 들이는 것도 괜찮을 것이다.”한참이 지나서야 황제가 입을 열었다.“짐이 어마마마의 뜻을 따르겠사옵니다. 부디 어마마마께서는 반드시 몸을 돌보시옵소서.”말을 마친 황제는 다시 입을 열었다.“소자에게 아직 처리해야 할 일이 있으니 먼저 물러가겠사옵니다.”황제는 말을 모두 끝내기도 전에 그대로 걸음을 옮겨 떠났다.금영은 서 황후와 태후를 바라본 뒤, 물러나겠다는 예를 올리고 밖으로 향했다.다행히 이때 서 황후와 태후 역시 금영과 이야기를 나눌 마음이 없었다.금영을 붙잡고 괴롭힐 생각도 없는 듯했다.황제가 떠나고, 전각 안에 외인이 사라지자 서 황후는 안도의 숨을 내쉬며 말했다.“폐하께서 결국 허락하셨습니다.”새로운 비가 들어온다면 그것도 나쁘지 않았다.황제가 새 비의 전각에 들를 명분이 생길 테니.만약 금영과 총애를 나눌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았다.설령 총애를 나누지 못한다고 해도, 자신의 사람이 두 명 더 생긴다면 현비와 맞서 싸우게 하기에 충분했다.하지만 태후의 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