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은영은 그렇게 고민하다 잠들어버렸다.그리고 이튿날, 배준우의 알람 소리에 깨어났다.하지만 비몽사몽으로 눈을 뜬 그녀는 눈 크기를 키운 눈앞의 남자를 보며 숨을 멈췄다.고은영이 다시 배준우의 침대 위로 기어 올라왔던 것이었다."대표님."고은영이 고개를 숙이고 얼른 이불 속으로 기어들어 갔다.지금의 그녀는 배준우의 얼굴을 마주할 용기가 나지 않았다.그리고 이불 속으로 들어간 고은영은 자신이 다리를 배준우의 다리 위에 올려놓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고은영은 자신을 뺨을 갈기고 싶었다.게다가 배준우의 손이 조금 튀어나온 고은영의 아랫배를 덮고 있었다.그 따뜻한 느낌에 고은영은 감전이라도 된 것 같았다. 그녀는 배준우가 혹시라도 힘을 줄까 봐 걱정되었다."안 일어나?"그때, 머리 위에서 차가운 배준우의 목소리가 들려왔다."네, 지금 일어나겠습니다."고은영이 말을 하며 배준우의 몸 위에서 얼른 몸을 일으켰다. 그랬다, 그녀는 배준우의 몸 위에서 내려와야 했다. 그녀의 몸 절반이 그의 몸을 덮고 있었다.고은영이 도망치듯 침대에서 내려왔고 덕분에 그녀의 배가 잠시 노출되었다.배준우는 살짝 튀어나온 고은영의 배를 보며 여자는 살이 찌면 배부터 찌는 건가 하고 생각했다.반 시간 뒤, 식탁.아주머니께서는 배준우가 오늘 출장 간다는 걸 알고 아침 일찍이 아침을 준비하러 왔다. 바깥은 아직 조금 어두컴컴했다.고은영이 만두 하나를 집어 들었을 때, 배준우가 갑자기 말했다."요즘 먹는 것 좀 주의해.""네?"그녀는 아직 먹지도 않았는데…"먹으면 안 되는 거예요?""너 살쪘어."그 말을 듣는 순간, 고은영은 머릿속이 어지러워졌다.어느 여자도 남자가 자기에게 살이 쪘다고 얘기하는 걸 듣고 싶어 하지 않았다. 그건 고은영도 마찬가지였다.배준우의 진지한 얼굴을 보며 고은영은 참아보려고 애썼지만 결국 실패하고 말았다."저 살 안 쪘는데요."그 말을 들은 배준우가 멈칫했다."너 배 나왔어, 그런데 살이 안 쪘다고?"고은영은 그 말
두 사람이 아침을 먹고 별장을 나섰을 때, 하늘이 서서히 밝아오기 시작했다.기사님은 이미 밖에서 대기 중이었다.고은영이 캐리어를 끌고 천천히 나오자 배준우가 그런 그녀를 기다려 줬다."역시 느리군."배준우는 고은영이 걷는 속도가 영 마음에 들지 않았다.고은영은 손에 무언가를 들기만 하면 발걸음이 느려졌다."무거워서 그래요."고은영이 숨을 몰아쉬며 말했다.배준우는 고은영의 캐리어를 빼앗아 들었지만 전혀 무겁게 느껴지지 않았다."대표님, 제가 할게요."고은영이 난감한 얼굴로 배준우에게서 캐리어를 가져오려고 했다.다른 대표님 비서들은 대표를 대신해 짐을 끌어주기 바빴지만 고은영은 대표에게 물건을 옮기게 하고 있었으니.기사는 그 모습을 보곤 얼른 차에서 내렸다.그리고 배준우의 손에서 캐리어를 가져오며 의미심장하게 고은영을 바라봤다.회사에는 아직 많은 이들이 배준우와 고은영이 결혼했다는 사실을 잘 모르고 있는 듯했다.고은영은 배준우의 비서였지만 지금 배준우 혼자 캐리어를 든 모습을 보고 기사는 무의식적으로 고은영에게 시선을 둔 듯했다.고은영은 기사의 그 눈빛이 조금 불편했다."안 타?"차에 올라탄 배준우가 추운데 밖에 서 있는 고은영을 보며 물었다.고은영은 그 목소리를 듣더니 정신을 차리고 얼른 차에 올라탔다."추워?"고은영이 안전벨트를 하다 배준우와 손이 부딪혔고 배준우가 물었다.그는 그제야 고은영의 코가 추위에 새빨개졌다는 것을 발견했다."네, 추워요."고은영이 코를 훌쩍이며 말했다."그러게 왜 옷을 그렇게밖에 안 입었어?""너무 많이 껴입으면 불편하잖아요."지금 고은영은 배준우의 와이프였지만 그저 월급을 받는 와이프에 불과했다.그랬기에 밖에서는 일해야 했다."옷 많이 안 껴입어도 일 처리는 영 별로 던데."배준우가 고은영을 보며 말했다.고은영은 배준우가 자신을 이렇게 생각하고 있을 줄 몰랐다. 그런데 그는 왜 그녀를 지금까지 옆에 둔 것인지?고은영이 배준우를 바라봤다. 그녀는 다시 아무 말도 감히 하지 못했
그리고 배준우에게 고은영은 술자리에서만 쓸모 있는 존재가 아니었다.술을 대신 마셔줄 수 없으면 아무런 쓸모도 없는 것도 아니었다.고은영은 고민하는 표정으로 배준우를 쳐다보았다.배준우는 그녀를 흘겨보며 말했다.“왜?”“아니에요!”고은영은 술을 마실 수 없다는 얘기를 감히 말하지 못했다.만약 그녀의 가치가 그 정도밖에 안 된다면 술을 못 마신다고 말하면 해고당할 수도 있지 않을지 걱정했다.나름으로 열심히 일했다고 생각했는데. 성실하고 본분을 잘 지켰다고 생각했는데 이렇게 부정당할 순 없었다.고은영은 억울했지만 뭐라고 말할 용기는 없었다.두 사람은 함께 비즈니스석에 탔다.승무원이 작은 간식들을 건넸다. 고은영은 이런 간식들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는데 오늘은 왠지 먹고 싶었다. 배준우는 별로 신경 쓰지 않았다.고은영은 간식 봉지를 뜯어 과자 하나를 입속에 넣었다.“와그작~!”이 소리에 눈을 감고 있던 배준우가 순간 그녀를 쳐다보았다.고은영은 그의 눈빛에 침을 삼키며 낮은 소리로 물었다.“제가 대표님을 방해했나요?”배준우가 대답했다.“내가 아침에 말하지 않았어? 너 살쪘다고.”간식을 들고 있던 고은영의 손이 굳어버렸다.‘이런 심한 말을 아무렇지 않게 하다니!’고은영은 먹고 싶었지만, 그의 말에 더 먹을 수 없었다. 배준우의 말에 삐친 듯 간식을 내려놓으며 말했다.“그럼 안 먹을게요.”그의 말이 그녀의 가슴에 꽂혔다. 이 말을 들으면 그 어떤 여자라도 그럴 것이다. 더 먹고 싶은 마음이 사라질 것이다.배준우의 살쪘다는 말에 고은영은 점심 기내식도 먹지 않았다.호텔에 도착했을 때는 뱃가죽이 등에 달라붙을 지경이었다.그녀의 무기력한 모습에 배준우가 물었다.“너 왜 그래?”고은영이 대답했다.“배고파서요.”배준우는 의아했다.“근데 아까 왜 밥 안 먹었어?”고은영은 따지듯 말했다.“대표님이 저 살쪘다면서요!”두 사람의 오가는 대화에 호텔 복도의 공기도 조용해졌다.고은영은 세상에서 가장 억울한 표정으로 배준우를 쳐
고은영은 숨을 크게 들이쉬며 물었다.“제가 이렇게 일도 잘 못하고 하는데 왜 저를 계속 대표님 곁에 남겨두시는 거예요?”고은영 이전의 비서들은 배준우 곁에 그리 오래 머물지 못했다. 제일 길어봤자 3개월이었다. 배준우에게 어떻게든 수작을 걸어보려고 하는 바람에 다들 잘렸다.하지만 그들과 비교했을 때 고은영의 업무 능력은 정말 평범했다. 업무를 질서정연하게 처리하긴 하지만 뛰어나게 잘하는 데 속하진 않는다. 심지어 조금 뒤떨어진다.겉으로는 노련해 보이지만 실수가 잦은 편이라 안심할 수가 없다.배준우는 그녀의 질문에 생각에 빠졌다.배준우가 아무 대답이 없자 고은영은 숨을 크게 들이쉬며 말했다.“제가 술을 잘 마셔서요?”그녀의 말에 배준우는 잠깐 멈칫하며 고민이 섞인 표정을 한 고은영을 쳐다보았다.생각해 보면 진짜 그런 것 같기도 했다.“응, 그렇지.”배준우가 고개를 끄덕였다.고은영은 억울한 마음이 몰아쳤다. ‘걱정했던 일이 진짜 사실이었다니.’진짜 그녀가 술을 잘 마시기 때문이었다.배준우가 물었다.“왜? 뭐 다른 능력이라도 있어?”“아니요!”고은영은 더욱더 억울한 말투로 대답했다.다른 능력이 있는 건 아니었지만, 그가 단지 그런 이유만으로 자기를 곁에 두고 있다니 고은영은 매우 서운했다.배준우가 말했다.“그래, 자기 인식이 정확하네.”고은영은 할 말이 없었다.“......”자기 인식이라고?사실 그녀는 자기가 동영그룹 보다 더 좋은 일자리를 얻을 수 없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배준우의 말에 고은영은 이미 동영그룹을 떠나면 어떤 일자리를 찾을 수 있을지 생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 봐도 동영그룹을 떠나서는 좋은 일자리를 구하기는 어려울 것 같았다.룸서비스가 도착했다. 배준우는 먹을 생각이 없었고 계속해서 업무를 처리하고 있었다.다이어트를 한다던 고은영은 디저트를 엄청나게 많이 먹었다.30분 동안 먹는 그녀의 모습에 배준우가 물었다.“안 느끼해?”고은영이 대답했다.“아니요. 너무 배
어쨌든 조보은은 아직 안에 있고, 고은지 쪽에서도 그러고 있으니, 돈을 달라고 할 수 없었다. 지금 그가 유일하게 기댈 수 있는 건 고은영뿐이었다. 돈을 좀 아껴 써야 해야 했는데, 지금 돈이 하나도 없어서 어떻게 할지 몰랐다. 고은영이 차갑게 말했다.“그게 나랑 무슨 상관인데? 네가 어떻게 하는지 나랑 상관있어?”“아니, 누나는 내 친누나잖아. 나한테 이러면 안 돼!”서정우는 더욱 다급해졌다.만약 고은영이 돈을 보내주지 않으면 이 번화한 강성에서 살아남을 길이 없었다.친누나라는 말에 고은영은 더욱더 어이가 없는 듯 말했다.“네가 날 친누나 취급해?”“무슨 말이야, 내 친누나잖아.”서정우는 점점 더 다급했다.고은영이 대답했다.“아쉽네. 난 널 동생으로 생각한 적이 없는데.”“뭐, 야 고은영...”고은영은 전화를 끊어버렸다.어이가 없었다.하긴 고은영은 정말로 조보은과 서정우를 친엄마, 친동생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전화를 끊자마자 서정우가 또다시 전화를 걸어왔지만, 고은영은 무시하고 받지 않았다.서정우도 열 몇 번을 걸고서야 포기했다.고은영은 안지영에게 문자를 보냈다. 서정우가 회사에 가서 소란을 피우지 않게 주시하라고 말이다.안지영이 물었다.“감히 회사에 와서 소란을 피운다고? 그럼 그 대가가 뭔지 똑똑히 알려줄 거야.”‘조보은의 그 소란을 피우는 방식을 여기에도 써먹는다고? 후회하게 할 거야!’안지영의 반응에 고은영도 마음이 놓였다.“그래. 그럼, 너한테 맡길게.”“걔한테 차릴 예의 따위 없어.”안지영이 또 한마디 거들었다.고은영이 대답했다.“그래! 절대!”서정우에게 예의 따윈 사치다.안지영이 그를 때려서 병원에 입원시킨다 해도 고은영은 전혀 아무렇지 않았다.고은영의 태도에 안지영은 안심했다. 왜냐면 고은영도 저번 고은지처럼 상황 구분을 제대로 하지 못할까 봐 두려웠기 때문이다. 자신을 갉아먹는 가족에게 매번 타협하며 그들에게 휘둘리는 것이다.지금은 그 가족이 완전히 흩어졌다.세상에서 제일 하지 말아
고은영은 진지한 표정으로 물었다.“아니. 귀여워.” 배준우가 대답했다.‘귀, 귀엽다고?’배준우 입에서 나올 수 없는 말이었다.고은영은 자신이 환청이 생겼다고 느꼈다. 그처럼 무심한 사람의 입에서 귀엽다는 소리가 나왔으니 말이다. 그는 다른 여자에 대해 평가는 커녕 말도 별로 하지 않았다.‘근데 지금은...?’고은영을 반복해서 이러쿵저러쿵 평가하고 있다.‘정말 그 정도로 별로인 사람인가?’고은영은 억울한 얼굴로 배준우를 쳐다봤다.“그럼, 저 밥 먹어요? 안 먹어요?”배준우의 말에 고은영은 밥을 먹을지 말지 혼란스러웠다.배준우는 그런 그녀의 볼을 살짝 꼬집으며 말했다.“그래서 언제 일어날 거야?”“무슨 일 있어요?”고은영은 아직 잠에서 덜 깨서 정신이 없었다. 지금 무엇을 해야 할지 몰랐다.배준우가 시계를 확인하더니 말했다.“곧 6시야, 지금 출발해야 해.”고은영은 멍했다.“...... ‘‘출, 출발이라니!’저녁 약속이 있다는 사실을 까맣게 잊고 있었다.‘근데, 지금 술을 못 마시는데.’배준우의 차가운 눈빛에 고은영은 꾀병을 부리기에 아직 늦지 않았는지 생각했다.“밖에서 기다릴게.”고은영이 대답도 하기 전에 배준우는 일어나 방 밖으로 나갔다.고은영은 당황스러웠다.“......”멍하니 침대에 앉아 어떻게 하면 좋을지 도무지 생각이 나지 않았다.고은영이 옷을 차려입고 화장하고 나오자, 소파에 앉아 책을 읽고 있는 배준우가 보였다.이미 깔끔한 차림새로 그녀를 기다리고 있었다.고은영이 그에게 다가가기도 전에 초인종이 울렸다.“띵동 띵동”고은영은 배준우를 쳐다보았다.“또 뭐 주문하셨어요?”“아니, 가 봐.:“네.” 고은영이 고개를 끄덕였다.고은영은 바로 문을 열지 않고 보안경으로 내다보았다. 밖을 확인하자마자 깜짝 놀라 목을 뒤로 젖혔다.그녀의 순간적인 긴장감에 배준우도 눈살을 찌푸리며 물었다.“무슨 일이야?’“이, 이, 이미월 씨에요.”고은영은 놀란 표정으로 배준우를 쳐다봤다.지금 그들 방문
하지만 여전히 오만했고 고은영에게 인사도 하지 않고 바로 방으로 들어갔다.이미월은 고은영의 옆을 지나갈 때 그녀를 세게 밀쳐버렸다.고은영의 등은 어쩔 새도 없이 차가운 벽 쪽에 부딪혔다.진승연도 눈을 부릅뜨고 고은영을 노려보고는 이미월의 뒤를 따라 방으로 들어갔다.“준우야, 전화했는데 왜 안 받아?”이미월은 배준우의 맞은편에 앉으며 다소 언짢은 말투로 말했다.배준우의 얼굴은 어두웠다. 그는 손에 든 담배를 한 모금 피우고는 이미월의 질문에 직접 대답하진 않고 낮은 소리로 되물었다.“여기는 왜 왔어?”이미월이 대답했다.“너 만나러 왔지.”조금 화가 난 듯한 말투였다.배준우는 눈살을 찌푸렸다.진승연은 여전히 문 앞에 서 있는 고은영을 보고 얄미운 목소리로 말했다.“우리 언니한테 마실 거 한 잔 갖다 줘요. 레몬네이드로요.”진승연의 말에 고은영은 정신이 번쩍 들었다.‘레몬네이드?’방에는 없고 룸서비스를 불러야 했다.고은영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방에는 없고 룸서비스 불러 드릴게요.”“룸서비는 맛없어요. 가서 직접 사와요.”진승연이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진승연의 말에 고은영은 곤란한 듯 배준우를 쳐다보았다.이런 고급 호텔 근처에 레몬네이드를 파는 가게를 찾기도 어려웠다.게다가 저녁 약속 시각이 다가오고 있는데 레몬네이드를 사러 가야 한다.고은영이 제자리에서 움직이지 않고 배준우를 쳐다보는 모습에 진승연은 짜증 난 듯한 말투로 말했다.“얼른 갔다 와요.”그녀는 배준우가 나서주길 바랐다.레몬네이드를 사 오라고 한 것뿐인데, 서운했다.고은영이 배준우를 멍하니 쳐다보는 모습에 진승연은 더 화가 났다.‘자신의 위치를 파악하지 못하고 그냥 합의된 관계인 주제에 자신을 진짜 사모님 취급하는 건가?’진승연의 마음속에서 배씨가문 사모님 자리에 어울리는 건 이미월뿐이었다.이미월도 고은영이 배준우를 쳐다보는 모습을 보고 굳은 표정으로 말했다.“은영 씨, 가기 싫으면 가지 마요.”이를 악물고 말하는 듯한 느낌이었다.고은영
이미월은 조심스레 말했다.배준우는 차가운 눈빛으로 그녀를 흘겨보았다.이미월은 이토록 차갑고 냉담한 눈빛을 한 번도 본적이 없었다. 다른 사람들에게만 그랬던 그의 얼음장 같은 냉정함이 정확히 언제부터 그녀에게도 향하기 시작했는지.이미월은 서러웠다. 하지만 배준우의 눈빛이 하도 냉담해서 감히 뭐라고 하지 못했다.“미안해. 얼른 가!”“나 실장한테 방 예약하라고 할게.”배준우는 차갑게 한마디만 하고 고은영을 데리고 나가려 했다.배준우가 걸음을 멈추고 말했다.“여기서 기다리면 안 돼?”이미월은 벌떡 일어서서 배준우의 뒷모습을 보며 말했다.“불편해.”그의 말투는 아무런 온기 없이 냉담했고 그를 따라가던 고은영마저 긴장하게 했다.이미월도 제자리에 멍하니 서 있었다.‘불편하다고?’그가 그녀에게 불편하다고 말했다.‘도대체 그들 사이에 어떤 변화가 있었던 걸까?’이미월은 가슴이 아팠다.배준우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고은영을 데리고 나갔다.방에는 이미월과 진승연 둘이 남았다. 진승연의 오만함이 순식간에 사라졌다.이미월은 걱정스럽게 이미월을 쳐다보았다. 눈물을 글썽이는 그녀를 위로하며 말했다. “언니, 준우오빠랑 그 여자 진지한 사이가 아닐 거야. 언니 화하게 하려고 일부러 그러는 거야.”진승연을 쳐다보는 순간 이미월은 눈물이 흘렀다. 그러고는 씁쓸하게 웃으며 말했다.“그래. 나한테 화가 많이 났어. 3년 전에 내가 말도 없이 떠나서 그러는 걸까?”3년 전 얘기를 꺼내니 이미월은 더 억울했다.3년 전 량천옥과 배준우의 상속권에 대한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었다. 사실 일을 이렇게 만든 건 다 량천옥이었다.이미월도 어쩔 수 없는 입장이었는데 그가 지금 그녀를 원망하고 있다.생각할수록 이미월은 마음이 아팠다.“근데 언니 3년 전에 왜 떠났어?”이미월의 씁쓸한 말투에 진승연이 물었다.당시 이미월과 배준우가 사귀고 있을 때 다들 그들을 완벽한 한 쌍이라고 말했다. 두 사람의 관계를 아는 사람이라면 둘이 당연히 끝까지 가리라 생각했다.
“나태웅이 두려워하는 게 뭐 있어요!”안지영이 화를 내면서 얘기했다.나태웅은 장선명이 좋은 사람이 아니라고 했다. 하지만 안지영에게 있어서 나태웅도 좋은 사람은 아니었다.게다가 나태웅이 좋아하는 사람을 대하는 태도를 보면 이게 사람 맞나 싶을 정도였다.“나태웅은 극단적인 거지 멍청한 건 아니야.”나태웅은 본인에게 유리하고 불리한 것을 잘 아는 사람이었다. 하지만 오늘 안지영 앞에 나타난 걸 떠올리면... 장선명은 그런 나태웅을 가만히 둘 수 없었다.“그래도 이 사진들은 다 사실이죠.”“네가 이 사진 때문에 화를 내는 건 기쁜 일이지만 너한테 제대로 얘기해야 할 게 있어.”거기까지 얘기한 장선명이 말을 끊었다.안지영이 고개를 들고 물었다.“뭐요?”장선명과 결혼 준비를 하면서 안지영은 이 모든 것이 비현실적으로 느껴졌다.소문 속의 장선명은 냉철하고 칼같은 사람이라고 했지만 안지영 앞의 장선명은 항상 웃는 얼굴로 자상하게 안지영을 대해주었다.그래서 안지영은 장선명이 도대체 왜 본인과 결혼한 건지 이해할 수 없었다.분명 비즈니스 때문에 시작한 부부 연기인데 말이다!사실 처음부터 안지영은 장선명이 왜 본인을 도와주는 건지 알 수 없었다.나태웅이 가져온 사진을 보기 전까지는 말이다.장선명은 안지영의 목을 부드럽게 감싸고 코끝으로 안지영의 코끝을 가볍게 눌렀다.“그 사람이 살아있다고 해도 내가 사랑하는 건 너야.”“...”그 말을 들은 안지영은 심장이 순간 멎는 것 같았다.“정, 정말이에요?”‘잘못 들은 건가? 그 사람이 선명 씨한테 엄청 중요한 사람이라고 했던 것 같은데...’“과거는 과거일 뿐이야. 현재의 나는 네가 없으면 안 돼. 그 사람을 이미 다 잊었으니까 너랑 다시 시작할 수 있는 거야.”장선명은 진지한 말투로 얘기했다. 안지영은 믿지 못하겠다는 눈으로 장선명을 쳐다보더니 심호흡을 한 후 얘기했다.“그렇게 많은 여자들이랑...”“나랑 그 사람들은 아무 사이도 아니야. 안열이 전에 얘기해줬을 텐데.”“그래도 남자들
“얘기해 봐. 어떻게 해야 화를 풀 거야.”“하, 다른 사람을 위해서 목숨을 걸 정도였다면서요! 내가 화를 안 내고 배겨요?”안지영이 차갑게 얘기했다.“...”장선명은 약간 어리둥절해하면서 물었다.“내가 누구를 위해서 목숨을 걸었다는 거야? 나는 왜 모르겠지.”“이...”안지영은 인정하지 않는 장선명의 모습을 보면서 더욱 화가 났다.“정말 화가 난 거야?”“당연하죠. 난 대용품이 되고 싶지 않다고요!”장선명은 화가 난 안지영을 보면서 본인이 왜 안지영에게 빠진 것인지 다시 한번 깨닫게 되었다.안지영은 느낀 것을 그대로 얘기하는 솔직한 사람이었다. 가식적으로 돌려 말한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그래서 장선명은 그런 안지영이 좋았다.“누가 그래, 네가 대용품이라고. 나태웅이 그래?”장선명이 안지영의 두 볼을 가볍게 꼬집으면서 얘기했다.그 말투는 마치 딸을 대하는 아버지처럼 부드러웠다.안지영은 장선명을 힐긋 보더니 얘기했다.“수많은 사진이 증명하고 있잖아요.”그 사진만으로도 모든 것을 설명할 수 있었다.“그 사진들은 아무것도 아니야. 절대 나태웅을 믿지 마. 응?”“흥.”“아직도 화가 난 거야? 제발 내 말 좀 들어줘.”“안 들을래요!”안지영은 아예 고개를 홱 돌렸다.안지영은 너무나도 솔직하고 가감 없는, 상대방에게 본인이 왜 화가 났는지 잘 알려주는 사람이었다.장선명은 화가 나 등을 돌린 안지영을 보면서 작게 한숨을 쉬었다.원래는 좀 더 놀려주고 싶었지만 반응을 보니 그만해야 할 것 같았다.“알았어. 설명할게.”한숨 자고 일어났지만 여전히 이 일로 화를 내는 걸 보면 그냥 넘어갈 수 있는 일이 아닌 것 같았다.안지영은 장선명의 말을 듣고 그대로 굳어버렸다. “아니요. 됐어요. 설명하지 마요. 듣고 싶지 않으니까요.”진실이 두려워서 듣고 싶지 않을 정도였다.장선명은 웃으면서 얘기했다.“왜? 내가 널 잡아먹을까 봐 무서워?”그 말에 안지영은 또 참지 못하고 장선명을 가볍게 때렸다.오전에 있었던 일을 생각
안지영은 오후 두 시에 중요한 회의가 있었다. 하지만 안열은 사무실에서 안지영을 발견하지 못했다.‘설마 내가 한눈판 사이에 두 분이 나간 건가?’1시 30분이 되었지만 여전히 사람이 보이지 않았다. 안열은 급한 마음에 얼른 안지영에게 전화를 걸었다.하지만 전화를 받은 건 장선명이었다.“무슨 일이야.”그 말에서 안열은 이미 장선명의 짜증을 읽어냈다.안열은 약간 놀랐다.“선, 선명 도련님? 30분 뒤 안 대표님이 참석하셔야 하는 중요한 회의가 있습니다. 지금 안 대표님은 어디에...”휴게실에 있는 장선명은 고개를 숙이고 품에서 자고 있는 안지영을 쳐다보았다.오전에 너무 과했던 탓일까, 안지영은 계속 쭉 자고 있었다.“그냥 회의를 취소해.”“네? 그건...”“무슨 문제라도 있어?”“아, 아니요. 오늘 회의는 부승호도 참석하는 회의라... 알잖습니까.”부승호는 바로 하늘 그룹을 배신한 사람이다. 그러니 이번 회의가 얼마나 중요한지 장선명은 바로 알 수 있었다.장선명이 차가운 눈빛으로 얘기했다.“부승호한테 얘기해. 오늘 저녁 날 만나러 오라고.”“직접 나서서 안 대표님을 대신하실 생각입니까?”안열이 놀라서 물었다.예전에는 안지영이 성장할 수 있게 혼자 내버려두지 않았던가.그래서 안열과 장선명 다 안지영의 뒤에서 묵묵히 안지영의 성장을 지켜보고 있었다.그동안 안지영은 많은 일을 혼자서 해결했다.부승호와 마주하는 것도 안지영에게 있어서는 그동안의 실력을 검증할 가장 좋은 기회다.“무슨 문제라도 있어?”그 말에 안열은 바로 입을 다물었다.“아닙니다!”안열은 여전히 장선명의 의도를 알 수 없었다. 그래서 그저 장선명이 원하는 대로 움직이기로 했다.안열은 얼른 눈치껏 전화를 끊었다. 장선명은 전화가 끊긴 것을 확인하고 바로 폰을 꺼버렸다.안지영은 이미 그들의 목소리를 듣고 잠에서 깼다.장선명은 안지영의 머리를 부드럽게 쓰다듬어 주었다.“지금 몇 시예요?”“피곤하면 그냥 자.”장선명이 부드러운 목소리로 얘기했다.안지영은 눈
테이블에는 다른 사진이 더욱 많았다.나태웅은 정말 이를 갈고 해외로 간 것이 틀림없었다.이것까지 다 알아내다니...이건 장선명의 가장 어두운 과거이자 다시는 들추고 싶지 않은 일들이다.하지만 그 일들이 지금은 나태웅 때문에 다시 밝혀지게 되었다.그동안 장선명이 마주하고 싶지 않았던, 마주할 수 없었던 과거들이었지만, 안지영이 건네준 사진을 보면서 장선명은 어느새 그 일에 대한 스트레스를 내려놓았다는 것을 발견했다.지금 와서 과거의 일을 돌이켜보니 아무런 감정도 없었다.“그 여자가 누구인지 얘기하라고요!”안지영이 화가 난 목소리로 얘기했다. 그러면서 장선명의 품에서 나오려고 안간힘을 썼다.하지만 장선명은 여전히 안지영을 꾹 잡고 도망치지 못하게 했다.그리고 라이터를 꺼내 불을 붙이더니 안지영의 앞에서 사진을 바로 불태워버렸다.“뭐, 뭐 하는 거예요!”안지영이 당황한 표정으로 물었다.장선명은 불에 탄 사진을 그대로 재떨이 속으로 던져버렸다.담배를 피우는 장선명을 위해 안열이 준비해 둔 재떨이였다.안지영 앞에서는 담배를 피우지 않아 그동안은 쓸모가 없었지만 지금은 아주 유용했다.테이블 위의 사진은 다 재떨이 안으로 들어가 활활 타올랐다.안지영은 멍해서 물었다.“그렇게 변명도 하고 싶지 않다는 거예요?”“변명? 이건 다 지나간 일일 뿐이야. 너무 오래전 일이라서 다 잊었고. 뭐 어떻게 변명해야 할지 생각도 안 나네.”“...잊었다고요?”안지영은 믿을 수 없었다.안열이 그러지 않았던가.장선명에게 아주 중요한 사람이었다고.사진 속의 여자들이 모두 비슷하게 생긴 걸 보면 장선명은 정말 그 여자를 아주 사랑한 것 같았다.그런데 그걸 잊다니.안지영은 믿을 수 없었다.그런 안지영의 모습을 본 장선명은 환하게 웃으면서 안지영의 머리를 쓰다듬더니 또 입술을 맞췄다.“읍... 아니, 읍...”‘미남계를 쓰겠다는 거야?’안지영은 약간 화가 났다. 원래 이런 건 그냥 두면 찝찝한 편이다. 사실을 알지 못하면 마음에 걸리니까 말이다.
사무실에 들어간 장선명은 안지영이 그를 등지고 의자에 앉아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이미 뒷모습에서부터 안지영의 화난 모습이 보였다.앞으로 다가가 의자를 돌린 장선명이 두 손으로 의자의 손잡이를 잡았다.그리고 웃는 눈으로 안지영을 바라보았다.안지영이 화가 나서 씩씩 대는 모습을 보았을 때도 더욱 환하게 웃었다.하지만 안지영은 그런 장선명을 보면서 더욱 화가 났다.“웃겨요?”“질투하는 거야?”두 사람이 거의 동시에 입을 열었다.안지영은 장선명의 말을 듣고 약간 놀랐다.“화 안 났어요. 난 화를 잘 안 내는 사람이에요.”“그래?”“...”질투냐고?안지영은 질투가 뭔지 몰랐다.하지만 눈앞의 이 남자가 다른 여자를 위해서 목숨을 걸었다는 것을 떠올리면 속이 좋지 않았다.생각에 잠겨있을 때 갑자기 안지영이 놀라서 소리를 질렀다.장선명이 안지영을 번쩍 안아 들고 의자에 앉은 것이었다.장선명은 웃음기 가득한 시선으로 안지영을 바라보고 있었다.안지영은 놀라서 허둥대면서 얘기했다.“이거 놔요!”하지만 장선명은 움직이는 안지영을 놔주지 않고 그대로 입술을 가져갔다.안지영이 버둥댈수록 장선명은 더욱 깊게 안지영의 입술을 머금었다.안지영은 그런 장선명에게서 벗어날 수가 없었다.결국 안지영이 숨을 쉬지 못하자 장선명이 안지영을 풀어주었다.안지영이 손을 들어 장선명의 뺨을 치려고 할 때, 장선명이 안지영의 손목을 잡고 웃으면서 물었다.“화났어?”“흥.”안지영은 화가 났다.그것도 단단히 화가 났다.안지영은 장선명이 점심 전에 도착한 것이 분명 그 일 때문이라고 생각했다.안열이 알려줬을 테니까 말이다.그런데 와서 아무 해명도 하지 않고 입술부터 들이미니, 너무 미웠다.장선명은 그런 안지영을 보면서 짜증스러운 기색을 내비치지 않았다.오히려 속 편히 웃으면서 안지영을 바라보았다.그리고 마지막에는 한숨까지 푹 내쉬었다.“그렇게 화가 난 거야?”말을 마치고는 안지영의 이마에 가볍게 키스했다.안지영은 이제 더는 참을 수 없었다.“오자
“네? 그게 무슨 뜻이에요?”안지영은 어리둥절한 얼굴로 안열을 바라봤다. 안열은 그제야 정신을 차리고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말했다.“어휴, 됐어요. 더 얘기해 봤자 짜증만 나요.”더 말했다간 정말 참지 못하고 화를 낼 것 같았다.나태웅에 대해 할 욕은 이틀 밤을 새워도 모자랄 정도였다.“...”사람을 화나게 만드는 법은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말을 하다가 마는 것이고...안지영은 뾰로통해진 채로 안열의 상처를 치료해 주었다.안열은 휙 돌아서 사무실을 나갔다.지금 안열의 머릿속에는 나태웅에 대한 욕뿐이었다.그런 일이 있었는데도, 감히 또 안지영을 찾아오다니.도대체 무슨 낯짝으로 온 건지......사무실에 홀로 남겨진 안지영은 아까 안열이 한 말을 떠올렸다.그게 도대체 무슨 뜻이지?평소에는 똑 부러지고 영리한 안지영이지만, 이번만큼은 안열의 말에 머릿속이 복잡해졌다.뻔뻔하다는 뜻이라면... 나태웅은 원래부터 그렇게 뻔뻔했다.하지만 이번은...안열은 복잡한 생각에 머리를 휙 털었다.그리고 사무실을 나오자마자 장선명에게 전화를 걸었다.원래는 장선면은 점심쯤에 안지영을 데리러 올 예정이었지만, 안지영의 전화를 받고 바로 달려왔다.안지영의 사무실에 들어가기 전, 장선명은 안열이 자리에 앉아 아이스팩을 발 위에 올려놓은 것을 발견했다.“다리는 왜 그래?”갑작스러운 목소리에 안열은 깜짝 놀라 손에 쥔 아이스팩을 떨어뜨릴 뻔했다.장선명을 보자, 안열은 얼른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읏...!”하지만 고통을 참지 못하고 신음을 흘리고 말았다.“어떻게 된 거야?” 그렇게 묻는 장선명의 목소리는 차가웠다.안열을 이렇게 만든 사람이 있다는 것 자체가 믿기 힘들었다.안열은 고개를 숙였다. 차마 나태웅 때문이라는 말은 꺼내지 못해 그저 둘러댔다.“그냥... 실수로 넘어진 거예요.” “어떻게 넘어졌길래 거기만 그렇게 다치는 거야?” 장선명의 시선은 예리했다.보통 넘어진다면 무릎이 먼저 다치기 마련인데 안열은 무릎은 멀쩡하
나태웅은 믿을 구석 하나 없는 사람이긴 하지만 나태웅이 가져온 정보 때문에 안지영은 더욱 속이 복잡해졌다.안열은 결국 고통을 참지 못하고 얘기했다.“약 좀 바르고 올게요.”그 말에 안지영은 생각이 끊겨버렸다.정신을 차린 안지영은 안열의 발등이 부어올랐다는 것을 발견했다. 장선명이 사랑하는 사람...하지만 그 생각도 잠시, 안열은 본 안지영은 결국 또 나태웅에게 화가 났다.“왜 이렇게 된 거예요. 정말 나태웅을 못 이기는 거예요?”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일방적으로 맞을 것 같지는 않은데 말이다.밖에서 싸우는 소리도 듣지 못했는데 이런 일이 일어나다니.안열은 아파서 제대로 걷지도 못했다.“제가 만약 나태웅과 싸워서 이길 수 있었다면 진작 죽여버렸을 겁니다.”“...”진작 죽여버린다니.그 ‘진작’은 과연 언제일까?다시 생각해도 나태웅은 정말 독설만 퍼붓는 사람이었다. 안열을 볼 때마다 개라고 욕하니까 말이다.그래도 전에 동영 그룹에서 출근할 때는 이렇지 않았던 것 같은데 말이다.안지영은 우물쭈물하면서 안열에게 물었다.“두 사람, 전에도 안 좋은 사이였어요?”안열과 나태웅이 만날 때마다 안열은 대수롭지 않아 했고 나태웅은 화를 냈었다.그러니 두 사람 사이에 아무 일도 없었다는 건 말이 안 되었다.그렇게 물으면서 안지영이 구급상자를 가져와 상처를 처리해 주었다.안열이 거의 소리를 지르면서 얘기했다.“앗... 아파요... 아파...”“...”안열은 평소에 고통에도 끄떡없는 사람이었다. 하지만 이렇게 아파하는 것을 보니 나태웅이 얼마나 아프게 때린 것인지 알 수 있었다.“제가 무슨 원한이 있겠어요! 한 것도 없는데...”“...”“굳이 꼽자면... 안 대표님 일로 원한이 있는 거죠.”“나요?”“네. 저는 안 대표님이 선명 도련님과 결혼하기를 바랐으니까요. 아마도 그것 때문에 저를 싫어하는 게 아닐까요?”안열을 말을 들은 안지영은 약간 마음이 복잡했지만 또 본인의 선택이 틀린 건 아니라고 생각했다.안열은 장선명의 부하로
“난 대체 누구의 대용품이었어요?”안지영이 바로 물었다.안열은 장선명과 오랜 시간 함께 했으니 사진 속의 사람이 누구인지 다 알 것이다. 그러니 장선명이 진짜 사랑하는 사람이 누구인지도 알 것이다.안열은 안지영의 말을 듣고 표정이 그대로 굳어버렸다.“그건...”“두 사람은 왜 헤어진 거예요?”안지영이 또 물었다.“...”안열을 그 어느 질문에도 대답할 수 없었다.안열은 이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는 것을 느꼈다.안지영이 얼마나 칼 같은 사람인지, 안열은 잘 알았다.물론 안지영과 장성명의 사이가 안지영 때문에 시작한 것이라고 하지만 장선명에게 설레지 않았다면 안지영은 장선명과 결혼하지 않았을 것이다.안열은 결국 또 속으로 나태웅을 욕했다.“그렇게 생각하지 말아요. 선명 도련님이 안 대표님과 결혼하려는 건 안 대표님을 사랑해서지, 다른 사람의 대용품으로 생각하는 게 아니니까요.”“사진 속의 여자들과 아직도 연락해요?”“절대 아닙니다. 제가 맹세할게요!”안열이 진지하게 얘기했다. 안지영이 괜히 장선명을 이상하게 생각할까 봐 무서웠기 때문이다.안지영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안열을 쳐다보았다. 안열은 그런 눈빛을 마주하고 약간 긴장했다.“진짜예요. 사진 속의 여자들과 아무 사이도 아닙니다. 선명 도련님이 얼마나 칼 같은 분인지 잘 알잖아요.”“하긴, 안열 씨는 선명 씨 사람이니까 그편을 들겠죠.”“아니요, 전 안 대표님 편입니다. 같은 여자로서요.”“나도 그 어떤 여자의 대용품이었겠죠.”“그건 다른 거죠! 그 사람은 이미 죽었으니까요. 나태웅이 왜 갑자기 이 일을 들춘 건지는 모르겠지만... 죽은 사람까지 들먹일 줄은 몰랐어요!”안열은 정말 나태웅을 죽여버리고 싶었다.요즘 나씨 가문에 생긴 일을 보면 나씨 가문 사람들은 다 하나같이 쓰레기였다.“죽었다고요?”안지영이 깜짝 놀라서 물었다.안열이 고개를 끄덕였다.“하지만 다들 모르는 일이잖아요!”안지영이 놀라서 얘기했다.장씨 가문 남자들은 하나같이 차갑고 냉정하다는 소문을
안지영은 약간 생각하더니 얘기했다.“그런데 그렇게 욕한 게 오늘이 처음인 건 아니지 않아요?”“...”안지영이 그렇게 얘기하자 안열은 더욱 화가 났다.“저를 볼 때마다 저한테 개라고 욕해요. 개자식... 개같은 건 본인이면서! 나씨 가문 전체가 그냥 다 개예요!”안지영은 이마를 짚으면서 그 말을 들었다.“안열 씨를 그렇게 욕하고서도 잘 살아있다니... 신기할 정도네요.”안열이 얼마나 성격이 더러운지, 이제는 안지영도 잘 알았다.하지만 나태웅은 번마다 안열을 욕하면서 멀쩡히 살아있으니, 안지영은 약간 놀라웠다.“못 이긴다니까요!”“...”도대체 나태웅의 실력이 얼마나 좋기에 안열도 상대할 수 없는 걸까.“됐어요. 나태웅 얘기하면 기분이 잡치니까 그만 해요.”나태웅은 그런 존재다.언급만으로도 눈살이 찌푸려지게 하는 사람이다.“그건 맞아요. 짜증 나는 사람이죠.”안지영은 나태웅이 정말 너무 싫었다.“그러니까 무조건 승소해요!”너무 화가 나니 아무리 나태웅 얘기를 꺼내지 말자고 해도 결국 나태웅 얘기를 꺼내게 된다.안지영은 고개를 끄덕였다.“걱정하지 마요. 분명 승소할 겁니다!”안지영이 두 주먹을 꼭 쥐었다.안열뿐만이 아니라 안지영도 화가 난 상태다.안지영은 머릿속이 너무 복잡했다. 너무 화가 나서 이 화를 전부 나태웅에게 쏟아버리고 싶었다.안열은 안지영의 말을 듣고 고개를 끄덕였다.“걱정하지 마요. 꼭 이기게 해줄게요!”나태웅을 고소하려던 건 안지영이었다.하지만 지금은 든든한 아군이 생겼다.그 뜻인즉슨 나태웅은 여태껏 살아오면서 많은 사람들을 건드렸다는 것이다.안열은 안지영 앞에 있는 사진을 슬쩍 보았다. 안에는 장선명도 있는 것 같았다.“뭘 보는 거예요?”그렇게 물으면서 사진을 확인하려던 때, 안지영이 빠르게 사진을 가져가려고 했다.하지만 안열이 그 중 한 장을 손에 넣었다.사진을 본 안열은 놀라서 입을 다물지 못했다.안지영의 표정도 그대로 굳어버렸다.안 그래도 아까 일 때문에 화가 났는데, 나태웅이 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