เข้าสู่ระบบ도심의 소음이 완벽히 차단된 H&M 호텔 최상층 스위트룸.
그 우아하고도 폐쇄적인 공간에서는 지금껏 그 어디에서도 본 적 없는 기묘하고 위험천만한 비서 선발 심층 면접이 막을 올리려 하고 있었다.
헤르만은 목을 조여오는 답답함에 넥타이를 느슨하게 풀었다.
토요일 밤, 한바탕 지인들과 담소를 나눈 끝에 내린 결론을 이렇게 빠르게 추진하게 될 줄은 자신도 의외였다.
회사 직원들의 자극적인 수군거림을 피해 자신의 은밀한 거처로 사용 중인 이곳을 면접장으로 택했으나, 도리어 그 결정이 지독하게 묘한 밀실의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었다.
응접실 한편에는 거대한 보안 스크린이 자리 잡고 있었고, 리아나 한 사람만을 위한 의자가 마치 정밀한 심문실의 중앙처럼 덩그러니 놓였다.
카메라는 그녀의 아주 미세한 눈 떨림이
헤르만은 갑작스러운 엘에프의 말에 입가에 미세하고 서늘한 호선을 그렸다.“뭘?”— 헤르만. 그럼 일단 이렇게 판을 짜봐. 그 여자의 본성을 끌어낼 아주 달콤한 함정을 알려주지.첫인상의 강렬함보다 중요한 것은 함께 쌓아가는 시간과 경험이라고 현신이 알려 주었는데.갑자기 엘에프도 의욕을 갖고 헤르만을 향해 비책을 전수했다.그때 가만히 있던 주효진도 거들기 시작했다.'마무리 지으려고 했는데.'뭘 이리 다들 신나서 난리인지.하지만 지인들의 은밀한 조언이 이어질수록 헤르만의 입꼬리는 점점 올라가고 있었다.그것은 피곤하고 귀찮은 것이 아니라, 앞으로 펼쳐질 위험천만하고 치명적인 유희에 대한 지독한 흥분 때문이었다.***잠시 뒤.모든 모의가 끝나고 헤르만이 옆 객실의 문을 천천히 열었을 때, 리아나는 은빛으로 쏟아지는 달빛 아래 응접실 소파에서 책을 읽고 있었다.귀중한 시간을 너무 빼앗았다는 미안함과 더불어 어떤 상황에서도 평정심을 유지하는 그 정적인 자태에 헤르만은 리아나의 또 다른 매력을 느꼈다.“결과를 알려주지.”“네.”리아나는 읽던 책을 덮지도 않은 채 고개만 살짝 돌려 깊은 눈동자로 그를 바라보았다.“비서 채용은······ 불합격이다. 할 말 있나?”그때 리아나의 도톰하고 관능적인 입술이 살짝 벌어졌다 이내 굳게 다물렸다.아쉬움이나 비굴함 따위는 단 1밀리그램도 찾아볼 수 없는, 완벽하게 정돈된 침묵이었다.그녀는 미련 없이 자리에서 일어나 책을 토트
6월의 하순, 일요일 밤. 이탈리아 로마 H&M 호텔 최상층 스위트룸의 공기는 방금 전보다 한층 더 뜨겁고 날카로운 긴장감에 휩싸였다.— 코드명 '나나'가 확실해요. 라ON에서 선배님과 분명 같이 있었어요. 이제 생각났어요.현신의 단호한 확언은 헤르만의 심장 중앙에 묵직한 파동을 일으켰다. 정체 모를 불확실함의 안개가 걷히고, 그 자리에 선명한 과거의 실체가 형태를 드러내기 시작했다.“그래?”— 한국에서 아나 선배는 도서관에 틀어박혀 최소한의 라벨전만 치렀던 것으로 기억해요.한국의 라ON 시스템. 학생들끼리의 격렬한 배틀을 통해 라벨을 쟁취하고 그에 따른 경제적 보상을 얻어내는 약육강식의 세계에서, 리아나는 지극히 이례적이고 이질적인 존재였다는 뜻이었다.“에스, 알고 있는 걸 더 말해봐. 아주 사소한 거라도 좋아.”— 라ON의 생태계에서 버티려면 매일 링 위에서 배틀을 치러야 하거든요. 그런데 도서관 창가에 매일 공부만 하던 학생이었기에 희미하게 기억에 남았었죠.“왜 처음부터 못 알아본 거지?”— 그때는 머리색이 부드러운 밀빛 갈색이었어요. 안경도 쓰지 않았고요.엘에프가 흥미진진하다는 눈빛으로 현신을 향해 물었다.— 그게 언제쯤이야?— 제가 1학년 때요. 아나 선배는 3학년이었을 텐데, 블랙 라벨 소유자가 아니었기에 평범한 라ON 사람들은 잘 몰랐을 수도 있어요. 전혀 호전적이거나 공격적인 성향이 아니었거든요.헤르만은 깊은 의아함에 휩싸였다. 도서관의 정적인 햇살 아래 고전 소설을 읽던 갈색 머리 소녀가, 어쩌다 빅토리아의 서늘한 요원이 되어 망설임 없이 총을 쏘는 사냥개로 변했단 말인가.—
“보안은 훌륭했습니다.”리아나의 음성은 정적에 감싸인 호수의 수면처럼 잔잔했으나, 그 안에 담긴 무게감은 밀실 안의 좌중을 압도하고도 남았다.그녀는 스크린 속 인물들을 향해 차분하게 시선을 던진 뒤, 쓰고 있던 안경테 쪽에서 눈으로 좇기조차 힘들 만큼 눈부신 손놀림으로 얇은 철사 심을 빼냈다.단순한 장신구가 아니었다. 정교하게 갈아낸 살상용 특수 도구이자, 각종 기계 부품을 분해하고 조립하는 마스터키였다.— 어머!주효진의 나지막한 비명이 스피커를 타고 흘러나왔다. 리아나는 대답 대신 손가락 끝으로 서늘한 총신을 미끄러지듯 더듬었다. 금속과 금속이 스치는 매끄러운 마찰음이 고요한 스위트룸 안에 미세한 진동을 일으켰다.“넘버들은 저를 철저히 수색했죠. 하지만 부품 단위로 산산이 흩어진 철 덩어리까지 잡아내진 못했습니다. 조금 전 화장실에서 조립해 들어온 겁니다.”말을 마친 리아나는 마치 오랫동안 훈련된 마술이라도 부리듯, 순식간에 총기를 조립 역순으로 해체해 나가기 시작했다.차가운 강철 조각들이 그녀의 하얗고 기다란 손가락 사이에서 장난감처럼 유연하게 굴러다녔다.그녀는 흩어진 부품 중 일부를 집어 들어 올려 묶은 머리카락 사이에 정교하게 밀어 넣었다. 비단 같은 흑발이 똬리를 틀며 치명적인 흉기를 흔적 없이 집어삼켰다.백미는 그다음이었다. 리아나가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실크 블라우스의 윗단추를 두어 개 풀어 내렸다. 찰나의 순간이었으나, 헤르만의 시선은 그녀의 은밀한 쇄골 아래 부드러운 곡선을 그리는 드러난 하얀 가슴골을 스쳤다.리아나는 그 시선을 아는지 모르는지, 남은 총기 부품을 그 깊은 골짜기 사이로 덤덤히 밀어 넣었다. 목에 걸린 얇은 금속 줄이 펜던트처럼 부품을 지탱하자 은밀한 흉기는 금세 자취를 감추었다. 그
리아나의 직설적인 도발이 시작되자, 헤르만은 기가 찼는지 입매를 굳힌 채 차가운 눈빛으로 그녀를 응시했다.그러나 화면 너머의 엘에프는 유쾌하다는 듯 나지막한 탄성을 터뜨렸다.— 재미있네.— 어머나, 그러게요! 세상에 어느 대표가 비서 면접을 이런 밀회 장소 같은 호텔 스위트룸에서 보겠어요? 이건 명백한 심문이 아니라 노골적인 로맨스 아닌가요? 정말이지 화끈해서 눈을 뗄 수가 없네요!주효진이 손뼉을 치며 흥분을 감추지 못했지만, 가계영의 시선은 여전히 만년설처럼 차갑고 묵직했다.— 그쪽이야말로 평범한 여성이었다면 이런 음험한 자리는 단칼에 거절하는 게 정상 아닌가? 다른 위험한 의도를 품고 헤르만에게 접근하는 게 아니라면 말이지.가계영의 뼈 있는 일침에 현신이 설핏 미소를 지으며 그의 넓은 어깨를 가볍게 두드렸다.— 그 회사에 꼭 들어가야만 하는 목적이 있고, 오너가 직접 재면접이라는 기회를 제안했다면 저라도 당장 응했을 것 같은데요?현신은 화면 너머 리아나의 얼굴을 기민하게 살피며 말을 이었다. 과거 요원 시절의 인맥이나 음지의 기록 중에 그녀와 겹치는 잔상이 있는지 확인하려는 눈빛이었다.가계영은 땅이 꺼질 듯한 깊은 한숨을 내쉬며 현신을 그윽하게 바라보았다.— 현신, 세상엔 겉모습만 그럴싸한 악마들이 천지야. 검증되지 않은 위험한 인물을 제 안식처로 끌어들이는 건 명백한 자살 행위라고.— 계영 님도 절 제대로 알지도 못하셨을 때 선뜻 제 손을 잡고 집에 초대해 주셨잖아요.모두가 다정하게 티격태격 대화를 나누는 사이, 헤르만은 수런거리는 마음을 가까스로 진정시키며 리아나를 가만히 응시했다.웃어넘길 수도, 무작정 화를 낼 수도 없는 지독한 대치 상태. 헤르만이 무겁게 다물고 있던 입술을 뗐
일요일 저녁의 공기는 유난히 묵직하게 가라앉아 있었다.도심의 소음이 완벽히 차단된 H&M 호텔 최상층 스위트룸.그 우아하고도 폐쇄적인 공간에서는 지금껏 그 어디에서도 본 적 없는 기묘하고 위험천만한 비서 선발 심층 면접이 막을 올리려 하고 있었다.헤르만은 목을 조여오는 답답함에 넥타이를 느슨하게 풀었다.토요일 밤, 한바탕 지인들과 담소를 나눈 끝에 내린 결론을 이렇게 빠르게 추진하게 될 줄은 자신도 의외였다.회사 직원들의 자극적인 수군거림을 피해 자신의 은밀한 거처로 사용 중인 이곳을 면접장으로 택했으나, 도리어 그 결정이 지독하게 묘한 밀실의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었다.응접실 한편에는 거대한 보안 스크린이 자리 잡고 있었고, 리아나 한 사람만을 위한 의자가 마치 정밀한 심문실의 중앙처럼 덩그러니 놓였다.카메라는 그녀의 아주 미세한 눈 떨림이나 숨소리조차 놓치지 않겠다는 기세로 렌즈를 차갑게 번뜩이고 있었다.화면 속에는 세계 각지에 흩어진 그의 지인들이 보안 화상 회의 형태로 접속해 있었다. 현신, 가계영, 주효진, 그리고 엘에프까지. 그 이름들만으로도 국제 정세와 음지의 판도가 요동칠 만한 거물들이 단 한 명의 ‘비서 후보생’을 검증하기 위해 귀중한 시간을 할애하고 있었다.— 참, 요란도 이런 요란이 없군. 헤르만, 오래 살길 잘했다 싶군.엘에프가 깊은 한숨을 내쉬며 느긋하게 팔짱을 꼈다. 그의 서늘한 눈매는 평소보다 날카롭게 빛나며 스크린 너머의 헤르만을 정밀하게 압박했다.특유의 화사한 미소를 짓고 있었으나, 그 깊은 눈동자 속에는 뒤틀린 흥미가 잔인하게 일렁이고 있었다.—어머 당신, 더 오래 살면 재미난 꼴 많이 볼 거예요.—하하, 엘에프 선배, 효진 님. 진짜 저도
헤르만은 엘에프와의 화상 회의 화면에 주효진까지 불쑥 난입하자 관자놀이를 꾹꾹 누르며 머리를 짚었다.— 내가 지금 곧장 영국으로 넘어가려던 참이었는데, 세상에, 우리 오빠가 헤르만 씨를 잘 부탁한다고 엘에프에게 말했다고요. 헤르만 씨, 위험한가 봐요.화면 너머에서 흥분을 감추지 못하고 조잘거리는 주효진을 바라보며 헤르만이 비스듬히 입꼬리를 올려 웃었다.“뭐, 내가 표적이 되어 위험해졌다는 소릴 할 거라면 이 화상 회의는 이만 끊읍시다. 이미 몇 달 전부터 타깃이 되었으니 대단한 것도 아니니까 말입니다.”잠시 입을 다물고 생각에 잠긴 주효진이 곁에 있던 엘에프를 흘끗 바라보자, 엘에프는 느긋하게 어깨를 으쓱해 보일 뿐이었다.— 한비단 요원들이 빅토리아 측과 접촉하고 있는 모양이야. 헤르만, 그 동네에서 너 혼자만 재미를 보게 생겼군.주효진은 손에 쥔 오이를 아삭아삭 씹어 먹으며 자연스럽게 엘에프의 옆자리를 차지하고 앉았다.오늘도 붉은 시스루 원피스를 차려입은 그녀는 한껏 꿈을 꾸는 듯 매혹적인 눈빛으로 헤르만을 응시했다.— 그나저나 헤르만 씨, 또다시 치명적이고 흥분되는 느와르 영화의 한 장면이라도 연출하려는 건가요?서류를 뒤적거리던 헤르만은 더는 시답잖은 대화를 이어갈 가치를 느끼지 못한 채 건성으로 응수했다.“미스 효진, 당신 안 바쁩니까?”— 어머, 내가 지금 얼마나 바쁜데요? 그보다 그 여자 문제는 깔끔하게 해결됐나요?— 그러게 말이야. 우리 헤르만이 생각보다 너무 순진해서 탈이지.살다 살다 제 입으로 ‘순진하다’는 소리를 들을 줄이야.온갖 음지와 양지의 군상들이 넘쳐나는 유럽 전역에서 ‘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