เข้าสู่ระบบ“너희들 참... 쓸데없는 소리 좀 그만해.”곽동현은 부끄러운 듯 일부러 무심하게 웃어넘겼다.‘미래의 사모님이라...’생각해보면 탁유미는 분명 괜찮은 여자였다.그런 사람과 함께 뭉쳐 살며 같이 버티며 일한다면 삶은 분명 나아질 수 있을 테니까.하지만 곽동현은 알고 있었다.탁유미는 그를 연인으로 여기지 않았고 마음속에는 이미 다른 사람이 자리하고 있다는 걸.그 이름은... 이경빈.그 사람 때문에 탁유미는 깊게 상처받았고 그 상처는 여전히 회복되지 않았다.그때 직원이 가게 입구를 향해 소리쳤다.“손님! 뭐 찾으세요?”곽동현도 고개를 들어 입구를 바라봤고 걸어 들어오는 한 남자의 실루엣을 보고 순간 굳어버렸다.그의 눈앞에 선 남자... 이경빈이었다.수년이 흘렀지만 한눈에 알아볼 수 있었다.그가 가진 위압적인 기품과 차가운 아우라는 쉽게 잊히지 않았으니까.이경빈은 곧장 곽동현 앞으로 다가왔고 차갑고도 날카로운 눈으로 곽동현을 응시했다.그리고 조금 전 탁유미와 웃으며 나서던 장면이 되살아나자 그의 가슴에는 갑작스러운 질투가 파도처럼 밀려오며 숨이 막힐 듯 답답했고 가슴은 바늘이 수없이 찌르는 듯 아파왔다.맞다. 질투였다... 집요한 질투였다!탁유미는 이 남자와 같이 밥을 먹고 웃고 떠들며 지낼 수 있었다.하지만 자신에게는 단 1분 1초도 내주지 않으려 했다.마치 그와 함께하는 모든 시간 모든 순간이 숨이 막힐 만큼 혐오스럽기라도 한 것처럼.“이경빈 씨, 무슨 일로 오셨나요?”곽동현이 먼저 말을 꺼냈다.이경빈은 눈을 가늘게 뜨며 차갑게 그를 응시했다.“내 이름을 기억하네요.”“잊기 힘들죠. 그런 강렬한 인상을 가진 사람은.”곽동현이 담담하게 받아쳤다.“그럼 나가서 얘기하죠. 여긴 대화하기 좋은 곳이 아니니까요.”이경빈은 짧게 말했고 곽동현은 잠시 생각한 뒤 고개를 끄덕였다.“좋습니다. 시장 옆에 식당이 있어요. 안에 단독 룸도 있고요.”이경빈은 더 말하지 않고 먼저 몸을 돌렸고 곽동현도 그 뒤를 조용히 따랐다....
아들의 학교를 조사한 자료들 역시 책상 위에 놓여 있었다.거기에는 어린 아들을 상대로 한 잔혹한 현실이 그대로 박혀 있었다.많은 아이들이 아들의 청각 장애를 이유로 그를 따돌리고 조롱했다.그리고 그 아이들의 부모들 대부분은 아들의 엄마가 과거 감옥에 있었다는 사실만 기억했다.비록 그 모든 것이 억울한 누명이라 재판에서 뒤집혔음에도 사람들은 진실 따위엔 관심이 없었고 오로지 멸시만 남겼다.그 모든 편견과 상처를 그는 똑똑히 알고 있었다.그 비참함의 근원이 바로 자신이라는 것까지도.“공수진은?”자료를 덮은 뒤 이경빈이 낮게 물었다.“이미 출소했고 며칠 전 S시에 들어온 게 확인됐습니다. 아직 정확한 거처는 잡지 못했지만 도시를 벗어난 흔적은 없습니다.”이경빈의 눈빛이 매섭게 서늘해졌다.“찾아내. S시 전체를 뒤집어서라도 그 여자를 찾아내.”공수진...그 여자가 아니었다면 그들이 이렇게까지 부서졌을까?사랑이 짓밟혀 아무것도 남지 않은 채, 서로에게 상처만 남긴 채 이 지경에 이르렀을까?겨우 5년 감옥살이 그걸로 끝이라 생각한다면 아직 멀었다.게다가 그 여자가 감히 여기까지 온 건 분명 또 다른 꿍꿍이가 있는 것.그래서 그는 결심했다.공수진은 끝까지 그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었다....며칠 뒤.탁유미는 시장에서 물건을 들여온 김에 곽동현의 가게에 들렀다.곽동현은 직원들과 무언가를 논의하던 중 그녀를 보자마자 반갑게 다가왔다.“오늘도 물건 들이러 온 거예요?”그의 시선이 탁유미의 두 손 가득 든 짐으로 향했다.“네. 물건 챙겨서 나가는 길에 잠깐 들렀어요.”탁유미가 다정하게 말했다.“지난번에 스쿠터 고쳐준 건... 그 두 사람이 다시 시비 걸진 않았죠?”“아니요. 그 가게는 요즘 크게 단속받았고 시장 경비랑 관리 직원 몇 명도 경찰에 끌려갔다는 소문이 있어요. 덕분에 요즘은 함부로 설치는 놈들이 없죠.”곽동현이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잘됐네요.”탁유미도 웃음을 지으며 가방에서 작은 상자를 꺼냈다.“이거 연아 거예
청명하게 터져 나온 한 대의 따귀 소리가 차 안을 울렸다.이경빈은 얼굴이 옆으로 틀어졌고 탁유미의 손바닥은 뜨겁게 얼얼했다.“이경빈... 난 다 끝난 줄 알았어. 우린 서로 더 이상 간섭하지 않기로 했고 너도 동의했잖아. 그런데 너 지금 이러는 거... 도대체 뭐 하자는 거야?!”“뭐 하자는 거냐고?”이경빈은 자소적인 웃음을 흘렸다.“널 너무 사랑해서. 그래서 놓을 수가 없어서 그런다!”“난 이제 널 사랑 안 해. 이미 놓아줬어.”탁유미가 버둥거리며 몸을 빼려 했지만 이경빈의 손아귀는 여전히 그녀를 꽉 잡고 있었다.“그럼 넌 이제 곽동현이랑 함께 하겠다는 거야?”그의 목소리가 날카롭게 울렸고 탁유미는 두 눈을 부릅뜨며 말했다.“내가 누구랑 살든 네가 상관할 바 아니야!”그러자 이경빈의 눈빛은 순식간에 날카로워지며 얼굴에는 냉기가 서렸다.“곽동현 같은 남자가 뭘 줄 수 있는데? 그게 네가 바라는 거야?”“그런 남자가 뭐가 어때서! 적어도 날 다치게 한 적 없었고 적어도 날 감옥에 보낸 적은 없잖아!”그 말이 떨어지자 이경빈의 얼굴빛이 창백하게 변하며 꽉 쥐었던 손의 힘이 느슨해졌다.탁유미는 그 기회를 놓치지 않고 재빨리 그를 밀쳐내며 차에서 뛰어내렸다.그리고 도망치려는 그녀의 발길이 한층 빨라졌을 때.“유미야.”뒤에서 낮고 건조한 목소리가 들렸다.“곽동현과는 안 돼.”그 말에 탁유미는 발걸음을 멈추고 천천히 돌아보았다.차 옆에 서 있는 그의 모습은 쓸쓸함과 위혐감이 뒤섞여 있었고 그가 하는 말은 마치 결정된 사실을 선언하듯 담담히 흘러나왔다.그러나 탁유미는 이를 악물었다.“내 인생은 내가 결정해. 네가 함부로 끼어들 수 있는 일이 아니야! 너는 신이 아니고 나 또한 아무렇게나 짓밟혀도 되는 벌레가 아니야. 내가 누구랑 살지는 내가 선택해.”그 한마디를 남기고 그녀는 뒤돌아 걷기 시작했고 이경빈만이 홀로 쓸쓸히 그 자리에 남겨졌다.한참 뒤 이경빈은 천천히 손을 들어 탁유미가 남긴 따끔한 손자국을 쓸어내렸다.얼얼한 통증
탁유미가 아들의 얼굴을 바라보며 물었다.“너 연아 많이 좋아해?”“응. 연아 진짜 귀여워. 현이 만큼 귀여워.”탁윤이 미소를 지으며 답했다.“다음에 연아랑 현이 만나면 아마 둘도 친한 친구가 될 거야.”“그럴지도. 그런데 너 숙제 아직 안 했지? 얼른 방에 들어가서 해.”탁유미가 다정하게 재촉했다.탁윤이 방으로 들어가 숙제를 시작하자 김수영이 딸 곁으로 다가와서는 은근히 말을 꺼냈다.“곽동현 씨 참 괜찮은 사람 같더라. 딸 혼자 키우기 힘들 텐데도 성실하고... 너희 둘... 진지하게 생각해 보면 어때?”“엄마, 또 중매하실 생각이죠? 그래서 오늘 일부러 식사까지 같이하자고 하신 거고?”탁유미는 바로 김수영의 의도를 눈치챘다.“감정이라는 건 부딪히고 쌓아서 생기는 거야. 얼굴 보고 말도 해보고 그래야 싹이 트지.”김수영은 그런 딸을 진지하게 설득했다.그러나 탁유미는 씁쓸히 미소만 지을 뿐이었다.그녀에게 사랑은 ‘한눈에 빠지는’ 거였으니까.그렇지 않으면 억지로 같이 시간을 보낸다고 해도 감정은 생기지 않는 것이었다.그리고 머릿속에 스쳐 지나가는 단 한 사람... 이경빈.그를 떠올리는 순간 가슴 한 켠이 저릿하게 아파왔다.‘그때 감옥에 들어갔을 때... 모든 감정이 다 타버렸는데...’“엄마, 쓰레기 버리고 올게요. 제 일은 걱정하지 말아요. 전... 곽동현 씨 그냥 친구예요.”탁유미는 그 말만 남기고 쓰레기봉투를 들어 밖으로 향했다.곧 바깥의 밤바람이 불어와 그녀의 두 뺨을 스치며 탁유미는 무의식적으로 목을 움츠렸다.그리고 김수영이 왜 그러는지 그녀는 알고 있었다.훗날 자신이 먼저 세상을 떠난 뒤 딸이 혼자 탁윤을 키우며 얼마나 힘들지... 그게 두려운 것이었다.하지만 탁유미는 도저히 상상할 수 없었다.한 남자와 평생을 함께해야 한다니...사랑에 관한 모든 감정은 그녀가 감옥에 들어가던 날 이미 완전히 소진되어 버렸으니까.이제 쓰레기를 버리고 분식집 쪽으로 돌아가던 그 순간.갑자기 누군가 뒤에서 그녀의 손목을 거
그 따뜻한 눈빛... 그녀는 알고 있을까.그가 얼마나 애타게 갈망해 왔는지.그 온기란 바로 그때...그가 아직 탁유미와 결별하지 않았고 그녀가 공수진을 해친 오해도 없던 시절에만 그녀가 그를 향해 보였던 것이었다.그 뒤로 그녀가 그를 바라볼 때 남은 것은 오직 차가운 기색뿐이었다.이경빈은 컴퓨터 화면에 떠 있는 사진을 한참 바라보다가 손가락을 들어 사진 속 탁유미의 얼굴을 살며시 쓸었다.“우린 서로 깔끔하게 청산했다고 했지. 더는 빚도 인연도 없다고. 그런데 왜...”그의 입술이 떨렸다.“왜 나는... 아직도 너를 아직도 놓지 못하는 거야?”사진 속 탁유미의 눈빛은 부드럽고 따뜻했다.하지만 그 온기는 이제 자신을 향한 것이 아니었다....며칠 뒤 작은 분식집.놀이방 사건 이후 곽동현은 딸 곽연아를 데리고 종종 분식집을 찾아오곤 했다.매번 곽연아가 탁윤을 보러 가겠다고 조르니 자연스레 들르게 된 것이었다.“참 이상해요. 연아가 윤이를 그렇게 좋아할 줄은... 맨날 오빠 보러 간다고 난리예요. 자꾸 귀찮게 해서 죄송합니다.”곽동현이 멋쩍게 말했다.“죄송할 게 뭐가 있어.”“윤이도 연아 참 좋아해. 아이들끼리 잘 맞는 건 그냥 인연인걸.”탁유미가 대답하기도 전에 옆에서 탁유미가 먼저 말문을 열었다.그 사이 안쪽에서는 탁윤이 곽연아에게 글자를 가르치고 있었다.가르치는 글자는 딱 두 개의 이름.곽연아 그리고... 탁윤.원래 탁윤은 곽연아 이름만 알려주려 했지만 곽연아가 억지로 탁윤의 이름까지 외우겠다고 고집을 부렸다.그래서 탁윤은 자신의 이름도 써서 같이 가르쳐 주었다.“탁윤. 윤이. 윤이 오빠...”곽연아는 그 이름들을 쉬지 않고 되뇌었다.자기 이름을 외우는 것보다 더 열심히 반복하더니 마침내 탁윤에게 다짐하듯 말했다.“나 윤이 오빠 이름 절대 잊어버리지 않을 거야! 어디서 봐도 바로 알아볼 거야!”그 모습에 탁윤은 살며시 웃었다.“그래. 다음에 보면 오빠가 시험해 볼 거야. 진짜 기억했는지.”탁유미는 아들이 곽
“나는 다른 사람들처럼 귀로 바로 소리를 들을 수가 없어. 보청기 없으면... 그냥 귀머거리야.”탁윤이 담담하게 말했다.그리고 그 말 속에 담긴 차갑고 체념한 감정이 탁유미의 가슴을 깊고 날카롭게 찔렀다.세상이 장애를 바라보는 시선이 얼마나 잔인한지 그 작은 아이는 이미 알고 있었다.그래서 자기 자신을 그렇게 잔인하게 정의하고 있었다.“그럼 나도 귀머거리 할래! 그래야 윤이 오빠랑 똑같잖아!”곽연아가 울먹이며 말하자 탁윤은 깜짝 놀라며 바라보았다.곽연아의 반짝이는 큰 눈이 눈물에 젖은 채 흔들리고 있었고 그 얼굴에는 아직 마르지 않은 눈물자국이 번져 있었다.하지만 그 꼬마 아이의 눈빛은 세상 그 무엇보다 진지했다.그 순간 탁윤은 심장이 쿵 하고 가라앉는 기분이었다.마치 가슴 깊은 곳 어딘가가 세게 건드려진 것처럼.곽연아는 겨우 세 살이고 듣지 못한다는 게 무엇인지 그 아이는 사실 아무것도 몰랐다.보청기를 떼어내는 순간 세상은 온통 침묵뿐이라는 것.그 침묵이 사람을 얼마나 불안하게 만드는지.마치 세상에 혼자 남겨진 것처럼 차갑고 끝없는 고독만이 남는다는 것.그런 걸 이 아이는 아직 몰랐다.그런데도 자신과 같아지겠다고 말해준다니... 탁윤은 그 사실 하나만으로 숨이 벅차올랐다.“너는... 나처럼 되지 마.”탁윤은 차오르는 감정을 가다듬으며 차분히 말했다.“나처럼 되면... 너도 무시당할 거야.”“난 안 무서워! 누가 윤이 오빠 괴롭히면 내가 다 패버릴 거야!”콧물과 울음이 뒤섞였인 그 말에는 이상하리만큼 용감한 위세가 담겨 있었고 모순된 두 감정이었지만 곽연아의 결심은 분명했다.그 덕분일까. 탁윤의 눈빛 속에 고여 있던 자조와 얼어붙은 어둠이 서서히 녹아내렸고 탁유미는 울컥하는 감정을 삼키며 곽연아를 바라보았다.이 작은 아이가 마치 곽동현처럼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사람의 마음 깊은 곳을 따뜻하게 만들고 있었다.그 모습을 지켜보던 곽동현이 옆에서 조용히 입을 열었다.“걱정하지 마세요. 윤이는 아주 뛰어난 아이예요. 앞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