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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7화

مؤلف: 희나리K
last update تاريخ النشر: 2026-07-06 21:25:01

회의실 안에 긴장감이 가득했다.

미국에서 꽤나 큰 투자회사와 화상 미팅이 잡힌 날, 준호와 석현이 눈빛을 교차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무언의 응원이었다.

“연결됩니다.”

스피커에서 안내 음성이 흘렀고, 화면이 전환됐다.

상대의 얼굴들이 떠올랐고, 각자의 미소는 예의 바른 선에서 멈춰 있었다.

준호는 숨을 한 번 고르고 입을 열었다.

“Good morning. Thank you for your time.”

말투는 차분했고, 목소리는 흔들리지 않았다.

석현은 바로 옆에서 자료 화면을 넘길 타이밍을 맞췄다. 숫자, 그래프, 그리고 위험 요소 관리에 대한 슬라이드들.

이 판에서 가장 중요한 건 성장보다도 통제력이라는걸 둘은 이미 알고 있었다.

그때, 투자자의 목소리가 나직하게 흘러나왔다.

“투자 조건은 간단합니다. 넥사이드가 가진 안면 인식 프로그램의 라이선스. 그게 다입니다.”

준호가 곧바로 고개를 저었다.

“그건 상업용으로 만들어진 프로그램이 아닙니다.”

“저희 역시 상업용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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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나는 공범이었다   제172화

    준호는 어이가 없었다. 괜히 그랬겠어? 내가 괜히 그랬겠냐고!“야! 네가 먼저 괴롭혔잖아! 머리카락도 싹둑 자르고! 손가락에 이상한 매니큐어나 덕지덕지 처발라 놓고!”“나는 그냥 공주 놀이 한건데! 오빠가 바락바락 날뛰니까 더 그런 거지! 더 열받게 하려고 그런 거라고!”“그러니까 그 심보가 더럽게 못돼 처먹었다고!”숙경도, 영이도. 머리가 지끈지끈 아팠다. 이게 무슨 개싸움인가, 왜 이리도 서로가 서로에게 창피한 걸까. “그리고, 너 때문에 부모님은 맨날 싸우기만 하는데 어떻게 잘 지내? 어떻게 좋아해? 우리 가족이 얼마나 화목했는데.. 엄마는 맨날 한숨만 쉬고. 아빠는 화만 내고. 어쨌든. 그래서 싫었다고.. 그래서 미웠다고....”영이는 보람이의 마음을 조금은 이해할 것 같았다. 어느 날 갑자기 집안에 생긴 크나큰 변화들. 그 변화를 어른답지 못한 설명으로 일관한 부모님까지.어린 나이에 감당하기엔 힘들었겠지. 오빠를 빼앗긴 질투심. 그것도... 사랑을 깨달은 지금은 안다. “그래도요 언니, 사람이 사람에게 상처를 입혀선 안 되는 거잖아요. 아! 어제 일은 말고요.”“회사에 찾아가서 그랬던 건... 그건...”“....”“잘못했어.”영이가 고개를 끄덕였다. “네. 괜찮아요.”준호는 가슴이 답답해 죽을 지경이었다. 무슨 사과랑 용서가 이렇게 쉬워? 세상에 이렇게 멍청한 바보 천치가 어디 있냐고.“영아, 저 기지배 지금 쇼하는 거라니까?”“아니라고! 차 키도, 카드도 다 안 받기로 했다고!”어젯밤, 보람은 숙경에게 모든 사실을 털어놓았다.사실은 친구 하나 없는 인생이 늘 외로웠다고. 왜 자신만 늘 혼자인지 억울했다고.그래서 유부남인 걸 알면서도 위로받고 싶었고, 그 한심한 선택을 들켜버렸고, 유영은 그런 자신을 구하기 위해 차도로 뛰어들었다고.밤새 지난날을 되돌아봤다. 왜 친구 하나 없는 인생인 건지, 왜 누구에게도 사랑받지 못하는 건지. 모든 원인이 자신에게 있다는 사실을 깨닫기까지, 참 멀리도 돌아왔다는 생각이

  • 나는 공범이었다   제171화

    믿기지 않는 말에, 준호의 표정이 세상 살벌해졌다.“너 방금 뭐라고 했어?”“사람 일은 모르는 거잖아!”영이가 변했다.아니다. 내가 변한 건가. 나만 자꾸 쪼잔해지고 옹졸해지는 건가. 이게 다 사랑해서 그러는 건데. 왜 내 마음을 몰라주냐고!“그러니까 누가 다치래!”“같은 말 자꾸 반복하게 할 거야?”“아니! 그래도 짜증 나! 다친 것도 짜증 나고! 그래서 그냥 재운 것도 열받아 죽겠어!”영이는 이제야 제대로 깨달았다. 준호의 짜증이 이렇게나 길어진 이유를.이건 뒤끝이 아니라, 호캉스가 망해버려서 가득 찬 불만이구나.“오빠 설마... 어젯밤에 그냥 자서.. 이렇게 툴툴거리는 거야?”앗, 걸렸다. 걸려버렸다.근데 뭐? 당연히 열받지. 이번 호캉스를 얼마나 기다렸는데.“그.. 음.. 어.”“오빠는 나를 사랑하는 거야? 아니면 나랑 하는 섹스를 사랑하는 거야?”“영.. 영아. 너... 방금 한 말은 좀 심했어.”“오빠가 그런 생각이 들게 만들잖아.”평범한 커플들에겐 싸움의 원인으로 자주도 등장하는 유치한 이유 중 하나지만, 정작 당사자들에겐 꽤나 심각한 문제다. 게다가 첫사랑이자 첫 연애였으니, 얼마나 서투르고 어리숙한가. “사랑하니까 안고 싶고, 한시도 가만두기 싫은 거잖아.”“펜션에서도, 집에서도, 호텔에서도. 오빠는 나만 보면 그 생각뿐이지?”“너니까 그런 거라고! 너니까!”“됐어. 나 장 안 봐.”“유영!”두 사람의 거친 숨소리가 차 안을 가득 메웠다. 처음으로 다툰 두 사람은 이미 감정이 상할 대로 상해 있었다. 집으로 돌아와서는 각자의 방으로 향했다. 방 안에서도 그저 씩씩씩. 떨어져 있을수록 서운함은 쌓여가고, 대화의 기회조차 찾지 않았다.이불을 머리끝까지 올린 영이가 혼잣말을 중얼거렸다.“와, 진짜 말도 안 거네.”준호 역시 같은 모습이었다.“내가 이상한 거야? 나만 못된 놈이지?”일요일의 반나절이 그렇게 의미 없이 흘러만 갔다. 갑작스러운 방문객이 등장하기 전까지는. - 띵동, 띵동.영이

  • 나는 공범이었다   제170화

    준호는 보람의 상처에 마지막으로 반창고를 붙여주고는, 곧바로 핸드폰을 꺼내 들었다. 적어도 어머니는 이 사실을 아셔야 할 것 같아서.“지금 보람이랑 같이 있는데. 작은 사고가 좀 있었어요.”“뭐? 사고? 무슨 사고...!”“걱정하실 정도는 아니에요. 바로 택시 태워 보낼 테니까, 이 기지배 주말 내내 아무 데도 못 나가게 하세요.”끙... 보람의 입이 앙 다물어졌다. “나와.”“혼자 갈 수 있거든?”“또 어디로 튀려고.”풀이 죽은 보람이 준호의 뒤를 쪼르르 따르자, 자리에서 일어난 영이가 보람의 옷깃을 살짝 붙잡았다.“언니. 아까 그 사람은... 다시 만나지 마요.”“이게 진짜...”“언니가 훨씬 훨씬 아까워요. 얼굴도, 나이도, 몸매도요.”준호가 헛웃음을 터뜨리며 영이와 보람을 번갈아 바라보았다.“영아. 그런 말 하지 마. 진짠 줄 알고 착각해.”“진짜예요.”보람에게선 어떠한 대답도 없었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로비로 향하면서도 입은 내내 다물려있었다. 캐리어를 찾고, 체크인을 취소하는데 어찌나 민망하던지. 그리고 택시에 올라탔을 때, “짜증 나 진짜!”그게 다였다. 준호는 그것조차 익숙한듯 기사님을 향해 눈웃음을 지었다.“기사님, 잘 부탁드립니다. 아주아주 골치 아픈 요주인물이라서요.”쿵, 문이 닫히고 준호는 택시가 호텔을 벗어날 때까지 한참을 서 있었다. 룸으로 돌아와서는, 당연히 영이를 보자마자 한숨이 새어 나왔다. “네가 무슨 민중의 지팡이야? 히어로야?”“아니? 나 영이.”“장난하지 마. 그럴 기분 아니니까.”“언니는? 잘 태워 보냈어?”“너도 그냥 입 다물어.”끄응... 꽤나 가라앉은 목소리에 영이의 입도 다물렸다. 흘러가는 분위기상, 지금은 분명 다물어야 할 분위기였다. “다리 꼴이 이게 뭐냐고. 다 나은지 얼마나 됐다고.”“미안.”“미래가 보이든 안 보이든, 넌 생각 없이 몸부터 날리는 습관부터 고쳐야 돼.”“생각이 있어서 날린 건데.”“입 다물라고 했어.”“오빠가 말 걸었잖아.”

  • 나는 공범이었다   제169화

    “제정신이야? 하다 하다 이제 유부남을 만나?”“무슨 상관인데! 그냥 밥이나 먹을까 했던 거라고!”“그게 말이 돼? 너 체크인 했어, 안 했어.”체크인을 하긴 했지. 근데.. 막상 올라가진 못하고 있었고. 근데 어쩌라고? 과장님이랑은 아무것도 안 했는데? 아무 일도 안 일어났는데?“내가 가서 확인해?”“그거야... 짜증 나는 집에서 나왔으니까!”“이 미친 기지배가 진짜.”준호의 언성이 높아지자, 이제야 영이가 나서 말리기 시작했다.“오빠, 화내지 마.”당연히 보람은 영이의 목소리가 들리자마자 길길이 날뛰었다.“낄데 껴. 네가 뭔데 나서고 지랄이야.”영이는 흠칫하긴 했지만, 이번에는 입을 다물지 않고 자신의 뜻을 분명히 전했다.“언니도 그만하세요. 여기서 오빠가 안 말렸으면... 분명 후회하셨을 거예요.”“후회? 그래! 존나게 후회된다! 너 같은 건 산속에서 혼자 뒤지게 내버려뒀어야 했는데!” 찰싹!참지 못한 준호의 손이 결국 보람의 뺨을 향했다. 말릴 새도 없이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었다. 보람은 얼얼한 뺨을 감싸며 두 눈을 부릅떴다.“미.. 미쳤어?”“신보람. 대체 바닥이 어디냐?”“하... 진짜 싫어.. 진짜 지긋지긋해.”그대로 등을 돌려 도망치듯 뛰었다.적어도 유영 앞에서 질질 짜긴 싫어서. 아니, 지금의 상황이 너무너무 쪽팔리고 스스로가 한심해서.영이는 이대로 보람이를 보낼 수 없었다.늦은 시간 캐리어도 전부 두고 어딜 가는 건지. 게다가 집까지 나왔다면서.“언니..! 보람 언니! 잠깐만요!”멀어지는 보람을 따라 영이도 달렸다. 준호 역시 머리를 털어내며 그저 뛰었다.“신보람!”잠시 후, 끼이이익─!좁은 2차선 도로 위, 자동차 바퀴가 아스팔트를 긁는 소리가 찢어질 듯 울려 퍼졌다. 정신없이 길을 건너던 보람을 향해 달려오던 차 한대. 영이가 보람을 끌어안고 도로를 나뒹굴고 있었다.“영.. 영아!”차창을 내린 운전자가 욕설을 내뱉었다.“뒤지고 싶어서 환장들 했어? 어?”다행히 큰 사고는 아니

  • 나는 공범이었다   제168화

    대문을 나선 보람은 택시에 올랐다. 술기운에 짜증을 너무 낸 건가, 아빠도 아픈데.뒤늦은 후회가 몰려오긴 했지만, 입술만 깨물었다. “왜 나한테만 난리냐고.”핸드폰을 확인해 보니, 메시지 한 통이 도착해 있었다.- 신 사원, 주말인데 뭐해? 그냥 생각나서.뭐지? 평소에 친하지도 않던 이강민 과장이 갑자기 왜?고개를 갸웃하며 답장을 보냈다.- 과장님, 무슨 일이세요?- 말했잖아. 생각나서 연락했다고.그러니까 유부남이 왜 이딴 문자를 보내냐고.차마 무어라 답장을 써야 할지 몰라 망설이던 중, 이강민에게 전화가 걸려 왔다. “네 과장님.”“혹시 불편했어?”“당연히 불편하죠.”“그냥 저녁이나 먹을까 해서. 혼자 먹으려니까 영 지루하네.”“혼자요? 아내분은요?”젠장, 스스로도 왜 이런 질문을 한 건지 알 수 없었다.“해외 출장.”“아..”고민 없이 떨어지는 대답에 더 불쾌하고 더 짜증이 났다. 괜히 대체품이 된 것 같아서. “어디야? 집은 아닌 것 같은데.”“택시 안이요.”“응? 어디 가는데? 혹시 무슨 일 있어?”이상하게 또 눈물이 났다. 그 자상한 목소리에, 무슨 일이 있다는 걸 알아차려 줬다는 자그마한 사실 하나에. “울.. 울어? 우는 거야 지금?”“아니요.. 그런 게 아니라...”“어디야. 금방 갈게.”“저.... OO호텔로 가고 있어요.”알 수 없는 마음이었다. 이러면 안 된다는 걸 알면서도, 또 아무나한테 위로받고 싶다는 욕구 같은 것.호텔에 도착해 체크인을 하고, 로비에 앉아 괜히 핸드폰만 만지작거렸다. 방 안에서 기다리는 건 왠지 좀 민망하고, 가벼워 보일까 봐서.그때,“신보람.”익숙한 목소리에 고개를 돌려보니, 신준호와 유영. 두 사람이 자신을 향해 걸어오고 있었다. 지금 이 순간, 가장 꼴도 보기 싫은 인간들이 나타난 것이다. 준호와 영이 역시는 그저 의문이었다.한참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늦은 저녁을 먹으러 내려온 건데. 이곳에서 보람이를 마주칠 거라곤 예상하지 못했다. “네가 왜

  • 나는 공범이었다   제167화

    준호의 성기가 파고들 때마다, 풀장 안의 물이 넘실거렸다. 영이는 세상 야릇한 신음을 흘리며 준호의 어깨를 끌어안았다. 한쪽 다리는 이미 그의 허리를 휘감은 뒤였다."하으, 하, 아아, 응!""이래도 귀여워?""읏, 아, 아니야, 하아, 흐..."따뜻한 물 속에서 하는 섹스는 황홀경이었다.영이의 질구는 미친듯이 조여들며 옴죽거렸고, 그때마다 준호의 입에서는 탄식이 터져 나왔다."아, 왜 이렇게 조여, 영아, 아.""좋아서, 응, 좋아서그래, 흐응, 응.."귀엽다는 말이 싫어 사납게도 박아대는데, 좋다며 까무러치는 영이의 모습을 보고 있자니 가학심이 들끓었다.심지어 허리춤에 걸린 아이보리 색 수영복은 영이의 몸매를 더 돋보기에 만들었다.성기를 꽂은 채 영이를 품에 안고, 풀장 밖으로 걸음을 옮겼다. 바닥에 깔린 커다란 비치타올 위에 영이를 눕혀놓고는 다시금 허리를 처박기 시작했다.찰박, 찰박─!넓게 벌어진 다리 사이, 제 성기가 넘나드는 광경이 이제야 적나라하게 보이는 순간이었다."예쁘다, 하, 진짜 예쁘다 영아.""응, 아, 오빠아앙, 하으으..!"그러면서도 두 손은 영이의 말랑한 젖가슴을 조몰락거렸고, 젖꼭지는 손가락 사이에 끼워져 한껏 유린당했다. 터질듯이 차오르는 쾌감에 영이의 허리가 툭툭 끊겼다. 오르가즘이 온몸을 덮친 것이다.그 아찔한 광경을 바라보던 준호는 성급하게 자궁구를 찔러대기 시작했다."으, 아... 크윽..."정액이 터져나오는 순간, 그는 바르작거리는 영이를 옭아매듯 끌어안으며 엉덩이를 떨었다."오빠, 하, 오빠... 하아..."영이 역시 마찬가지였다.준호의 등허리를 꽉 끌어안으며 저도 모르게 엉덩이를 들썩거렸다. 마치 그가 쏟아내는 모든 걸 받아내겠다는 듯이.***비틀비틀. 초저녁부터 술에 잔뜩 취해 귀가한 보람이의 모습에 숙경은 한숨을 푹 내쉬었다. 버스를 타고 출퇴근을 하고, 자유롭게 쓰던 카드도 사라졌는데. 요즘은 떽뗵거리긴 커녕 통 목소리도 듣기 힘들었다.“보람아, 누구랑 그렇게

  • 나는 공범이었다   제10화

    지하실이라는 공간은 소리가 없다기보단 억눌린 공간 같았다.벽과 바닥에 스며든 습기, 낮은 천장, 숨을 깊이 들이마시면 가슴이 먼저 답답해지는 공기.먼지 쌓인 테이블 위, 아이를 조심스레 내려놓자 담요 사이로 아이의 얼굴이 드러났다.작았다. 모든 게 너무 작고 여려서 이런 공간과는 도무지 어울리지 않았다.“....”다시 한번 자신의 결정을 되짚었다. 6개월, 그 숫자를 머릿속에서 몇 번이고 되뇌었다.짧다면 짧은, 길다면 긴. 하지만 이 모든 일을 정리하기에 가장 안전한 기간.그때, 아이의 눈꺼풀이 열렸다. 형광등 불빛에

  • 나는 공범이었다   제9화

    몇 시간 전, 하늘이 유독 흐렸다. 금방이라도 무언가가 쏟아질 것처럼 공기가 낮게 가라앉은 아침이었다.번듯한 제복을 차려입은 ‘신태호’의 어깨엔 오늘도 반짝이는 은색 별 하나가 박혀 있었다. 1성 장군(將軍), 준장을 의미하는 별.그의 아내 ‘이숙경’이 견장 위를 다정스레 어루만졌다. 손길엔 오래된 습관 같은 온도가 섞여 있었다.“여보, 오늘은 퇴근하고 바로 오실 거죠?”“응.”숙경은 더 묻지 않겠다는 듯 익숙한 미소를 지으며 남편을 배웅했다. 그건, 하루도 빼놓지 않는 익숙한 루틴이었다. 태호가 익숙한 듯 현관문을 열

  • 나는 공범이었다   제8화

    한참을 멍하니 앉아있던 중, 침대 옆에 높인 협탁. 그 서랍을 무심코 열어보았다. 안에는 투명한 아크릴 케이스에 담긴 핸드폰이 가지런히 놓여있었다. 충전기는 연결되어 있었고, 화면은 어두웠다. 문제는 상자에 보란 듯이 채워진 자물쇠였다. 외부와의 소통을 아예 선택지에서 지워버린 방식임이 분명했다.“아....”그래서 스마트워치를 채운 거였구나. 그저 수신되는 전화만 받게 하려고.전화가 오면 지시를 듣고, 그 외의 세상은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그렇게 사람 하나를 세상에서 완벽하게 고립시킨 거였다.준호는 다시 한번 영이의

  • 나는 공범이었다   제7화

    묶는 걸 좋아한다니? 말 같지도 않은 말에 준호의 눈빛이 돌변했다. 그는 이성을 잃어버린듯 방 안을 헤집기 시작했고, 붙박이장 문을 여는 순간 그 자리에 돌처럼 굳어버렸다.안에는 수많은 성인 용품들이 즐비했고, 종류와 수가 그야말로 상상 이상이었다.영이는 입양된 게 아니었다. 누군가에 의해 이 곳에 가둬지고, 끔찍한 시간을 견뎌가며 죽지 못해 살아온 것이다.그리고, 준호는 그 누군가의 정체를 알 것 같았다.“오빠, 준호 오빠....!”욕설이 목구멍을 막아버렸다. 차마 내뱉지 못한 채 후들거리는 다리에 애써 힘을 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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