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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버린 정왕이 형수님에게 집착한다
나를 버린 정왕이 형수님에게 집착한다
작가: 설월

1화

작가: 설월
last update 게시일: 2026-10-29 02:05:11

윤소하가 정왕부에서 마지막으로 들은 말은 남편의 이별 통보가 아니었다.

“발목부터 묶어라. 저 여자가 달아나면 너희 목이 달아날 줄 알아.”

마차 안으로 밀려 들어간 소하는 호위들이 자신의 발목에 새끼줄을 감는 모습을 내려다보았다. 사흘 동안 갇혀 있던 별채에서 끌려 나오는 동안에도 남편 이태윤은 끝내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으며, 정왕비의 신분을 증명하던 옥패와 혼례 때 받은 가락지는 이미 빼앗긴 뒤였다.

“전하께서 저를 어디로 보내라고 하셨습니까?”

맞은편에 앉은 호위는 대답하지 않았다. 소하가 다시 물으려는 순간 마차가 출발했고, 발목에 감긴 줄이 팽팽하게 당겨지면서 그녀의 몸이 좌석 아래로 기울었다.

소하는 바닥을 짚고 몸을 일으키며 호위에게 간청했다.

“친정으로 보내시는 것이라면 제 발로 가겠습니다. 그러니 이것만 풀어 주십시오.”

“도착하면 알게 되실 겁니다.”

“전하께서 직접 내리신 명입니까?”

호위는 대답 대신 창밖으로 시선을 돌렸고, 소하는 더 묻지 않은 채 무릎 위에 두 손을 모았다. 정왕부의 하인들은 남편의 명령을 거스르지 않았으며, 자신이 아무리 애원해도 그들의 입을 열 수 없다는 사실을 지난 오 년 동안 충분히 배웠기 때문이다.

그래도 친정으로 가는 길이기를 바랐다.

아버지 윤상필이 자신을 반기지 않더라도 돌아가신 어머니의 혼수 장부만은 찾을 수 있을 터였다. 청운상단에 남아 있는 어머니의 지분을 정리할 수만 있다면, 남편에게 기대지 않고 살아갈 방법도 마련할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

그러나 마차는 윤씨 가문의 대문이 있는 동쪽 길로 가지 않았다.

사람들이 오가는 큰길을 벗어나자 바퀴 아래에서 진흙이 튀었고, 창틈으로 썩은 생선과 오물 냄새가 밀려들었다. 술 취한 사내들이 고함을 지르는 소리와 노름판에서 돈을 잃은 사람의 욕설이 가까워지더니, 마침내 마차가 저잣거리 뒤편의 좁은 골목에서 멈춰 섰다.

창밖을 내다본 소하는 자신도 모르게 몸을 굳혔다.

도랑에는 썩은 채소와 짐승의 내장이 쌓여 있었고, 막힌 하수구에서 넘친 검은 물이 길바닥으로 흘러나왔다. 담장 밑에서는 쥐가 음식 찌꺼기를 물고 달아났으며, 술에 취한 사내 하나가 주막 문턱에 쓰러져 있었다.

골목 끝에는 기울어진 대문이 서 있었는데, 붉은 글씨가 거의 지워진 현판 아래로 술 냄새와 눅눅한 곰팡이 냄새가 흘러나왔다.

“내리십시오.”

호위가 마차 문을 열었지만 소하는 선뜻 움직이지 못했다.

“여기가 어디입니까?”

“기루입니다.”

“잘못 오셨습니다. 저는 이곳에 올 사람이 아닙니다.”

그녀가 마차 문틀을 붙잡자 호위가 팔을 잡아끌었다.

“정왕부에서 지정한 곳입니다.”

“그럴 리 없습니다. 저는 정왕비입니다.”

“저희는 명을 따를 뿐입니다.”

“그렇다면 전하를 뵙게 해 주십시오. 무엇을 잘못했는지 듣고 떠나겠습니다.”

호위는 더 이상 대꾸하지 않고 뒤에 선 병사에게 눈짓했고, 두 사람이 소하의 양팔을 붙잡아 마차 밖으로 끌어내렸다. 발목이 묶여 있어 제대로 디딜 수도 없었던 그녀는 마차 아래로 떨어지면서 무릎을 돌바닥에 세게 부딪혔다.

그때 기루의 대문이 열리더니 기름때 묻은 치마를 입은 여자가 모습을 드러냈다. 얼굴에 바른 분은 땀과 섞여 얼룩졌고, 손톱 밑에는 검은 때가 끼어 있었다.

“돈부터 보여 줘.”

금옥이라는 여자는 소하의 얼굴을 살피기도 전에 호위가 건넨 나무 함부터 열어 보았다. 함 안에 가득한 은전이 서로 부딪치며 둔탁한 소리를 내자, 금옥은 그중 하나를 집어 이로 깨물어 보고 만족스러운 웃음을 지었다.

“오백 냥이라더니 정말 오백 냥이네.”

소하는 아픈 무릎을 짚고 일어서며 물었다.

“무슨 돈입니까?”

“네 몸값이지.”

“누구의 몸값이라고 하셨습니까?”

금옥은 은전 함을 닫으며 태연하게 대답했다.

“정왕이 버린 마누라가 너라며. 귀한 몸이라 그런지 돈도 많이 들었어.”

소하는 믿을 수 없다는 얼굴로 호위를 돌아보았다.

“거짓말이라고 하십시오.”

그러나 호위는 대답 대신 품에서 문서를 꺼내 금옥에게 건넸다.

“인수 확인을 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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