เข้าสู่ระบบ심가의 약방은 동쪽 별채와 서원당 사이, 봄볕이 잘 드는 작은 후원에 있었다. 문 가까이 둥근 소쿠리마다 길경과 감초, 말린 귤껍질이 얇게 펼쳐져 볕을 머금었다.
부드러운 약재 냄새 안쪽에, 불 위에서 오래 졸아든 탕약의 쓴 김이 섞여 있었다. 월령이 문턱을 넘자, 안에서 약재를 고르던 계집종 하나가 흠칫 몸을 굳혔다.
은매였다.
스무 살이 조금 넘은 나이. 눈꼬리가 처져 순해 보이고, 손끝에는 약재 물이 배어 있었다.
예전의 월령은 그 얼굴을 제대로 보지 못했다. 어머니를 병들게 한 독은 뒤늦게 알았으면서, 독을 들고 온 손은 끝내 보지 못했다.
"아가씨께서 여기는 어쩐 일로…"
은매가 급히 고개를 숙였다.
"어머니의 탕약을 보러 왔어요."
월령은 천천히 약방 안으로 들어섰다.
"마님 약은 거의 달여졌습니다. 곧 서원당으로 올릴 참이었어요."
월령은 약로 위의 검은 사기그릇을 보았다.
얇은 김이 피어올랐다.
감초와 생강, 길경의 냄새가 먼저 났다. 겉으로는 병든 사람에게 올리기 알맞은, 따뜻하고 무해한 기침약이었다.
그러나 그 밑에, 아주 희미한 단내가 섞여 있었다. 달다 하기엔 눅눅하고, 쓰다 하기엔 지나치게 부드러운 — 혀가 아니라 피 속으로 먼저 스며드는 냄새.
월령은 그 냄새를 알고 있었다. 붉은 담 안쪽에서는 사람이 향으로 병들었다.
차로 잠들었고, 웃는 얼굴 아래에서 천천히 숨이 가늘어졌다. 그곳에서 배운 것은 늘 늦었지만, 한 번 배운 냄새는 몸이 잊지 않았다.
적련초.
처음에는 몸을 데우는 약재처럼 보인다. 그러나 오래 끓이면 피를 삭이고 장부를 망가뜨린다.
기침이 있는 사람에게 쓰면 병세가 깊어진 것처럼 보여, 가장 들키기 어려운 독. 어머니는 병으로 죽은 것이 아니었다.
월령의 손끝이 차갑게 식었다.
"은매. 이 약은 누가 지어 주었느냐."
은매의 어깨가 작게 떨렸다.
"둘째 부인께서 의원에게 처방을 받아오셨다고 들었습니다."
"들었다."
월령이 조용히 되받았다.
"직접 받은 것이 아니냐."
은매는 입술만 달싹였다.
월령은 옅게 웃었다.
열여섯 소녀의 얼굴에 떠오른 웃음치고는, 지나치게 차분했다.
"손을 펴 보아라."
"아가씨."
"펴라."
은매가 머뭇거리다 두 손을 내밀었다. 손톱 밑에 검푸른 가루가 끼어 있었다.
약재를 손질하면 흔히 남는 흔적처럼 보였으나, 월령은 그것이 적련초의 뿌리 가루임을 알았다. 붉은 담 안에서 너무 늦게 배운 것들이, 지금은 그녀를 늦지 않게 했다.
"청아. 문을 닫아라."
청아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지만, 손은 빨랐다. 문이 닫히자 약방 안의 김과 향이 한층 짙어졌고, 바깥의 살구꽃 향은 종이 한 장 너머로 밀려났다.
은매의 얼굴에서 핏기가 빠졌다.
"아가씨, 왜 이러십니까. 제가 무슨 잘못이라도…"
"살고 싶으냐."
은매의 말이 뚝 끊겼다.
월령은 약로 곁에 앉아 조용히 불을 낮췄다. 타오르던 불길이 작아지자, 사기그릇 안의 탕약도 깊은 소리를 내며 가라앉았다.
"네가 이 약에 무엇을 넣었는지 안다."
"저는…"
"거짓은 한 번만 봐주마."
월령이 고개를 들었다.
"두 번째부터는, 네 혀를 믿지 않겠다."
은매는 그대로 무릎을 꿇었다. 약방 바닥에 이마가 닿을 듯 숙여졌다.
"아가씨, 살려 주십시오. 저는 시키는 대로 했을 뿐입니다. 정말입니다."
"누가 시켰느냐."
은매는 대답하지 못했다.
월령은 서두르지 않았다.
사람은 공포가 목을 조일 때 스스로 가장 약한 곳을 드러낸다. 그녀는 그것을 너무 늦게 배웠고, 황후의 관을 쓰고도 늘 한 박자 늦었다.
이번에는 아니었다.
"남쪽 별원에, 병든 어미와 어린 동생이 있지."
월령이 나직이 말했다.
"네가 매달 은자 세 냥을 보내고 있고."
은매가 번쩍 고개를 들었다.
"아가씨께서 그걸 어떻게…"
"네가 입을 다물면, 오늘 밤 너는 우물에 빠져 죽는다. 동생은 사라지고, 어미는 약값이 끊겨 죽겠지. 이 일을 시킨 자가, 네 입을 살려 둘 만큼 어리석지 않으니."
은매의 입술이 파랗게 질렸다.
"허나 네가 내게 진실을 말하면."
월령은 손끝으로 약그릇 가장자리를 쓸었다. 뜨거운 사기의 열이 손끝에 닿았다 사라졌다.
"나는 너를 살려 둘 수 있다."
은매의 눈에 눈물이 고였다. 그러나 월령은 흔들리지 않았다.
불쌍하다는 얼굴을 믿었다가, 그녀는 너무 많은 것을 잃었다. 그 눈물이 죄를 지우지는 못했다.
월령은 다만, 이 떨리는 손을 어디에 쓸지를 가늠하고 있었다.
북에서 세 번째 서신이 온 날, 남에서도 한 가지가 왔다.두 가지가, 같은 저녁에 왕부에 닿았다.*북의 서신은, 여전히 한 줄이었다.'골짜기 둘을 되찾았다. 봄이, 조금 가까워졌다.'월령은 그 한 줄에 잠깐 웃었다. 봄이 가까워졌다는 말은, 그가 무사하다는 말이기도 했다. 다친 데를 적지 않는 사람이라, 그녀는 그 짧은 안부에서 무사만을 읽어 냈다.그러나 그 웃음은, 함께 온 군보 앞에서 곧 걷혔다.그 아래, 군보 한 장이 함께 있었다.되찾은 마을에서 흑령의 진막을 뒤지다, 낯선 물건 하나가 나왔다는 것이었다. 이 땅의 눈과 길을 그린 지도였다. 흑령의 거친 글씨가 아니었다. 도성의 손이 그린 지도였다.그 지도의 귀퉁이에, 향을 먹인 자국이 있었다.향을 먹인 종이는 오래 두어도 좀이 슬지 않았다. 귀한 문서에나 쓰는 손질이었다. 국경 밖으로 나가는 지도에 그 손질을 한 자는, 그 지도를 오래 쓰려 한 자였다. 한 철의 노략이 아니라, 여러 해의 셈을 그린 자였다.월령은 그 군보를 읽고, 남쪽 절터의 향을 떠올렸다.북의 능선 뒤에 선 그림자와, 남의 절터에서 향을 대는 그림자가, 한 그림자일지도 몰랐다. 두 개의 봄이, 하나의 그늘 아래 있었다.*같은 저녁, 마 어멈이 통에서 새것 하나를 꺼내 왔다.이번에는, 종이가 아니었다.마른 꽃 한 송이였다.여러 번 접힌 종이 대신, 마른 붉은 꽃 한 송이가 통 바닥에 놓여 있었다.월령은 그 꽃을 보았다.그리고, 숨이 한 박자 멎었다.적련초였다.*붉은 다섯 잎이, 마른 채로도 그 빛을 잃지 않았다. 여느 꽃이라면 마르며 빛이 죽었다. 적련초는 독을 품은 채로 말라, 붉은빛만 남았다.월령은 그 꽃을 전생에 딱 한 번 보았다. 어머니의 약사발 곁에, 마른 잎 몇이 떨어져 있던 날. 그날 그녀는 그것이 무슨 꽃인지 몰랐다. 알았을 때는, 어머니가 이미 없었다.전생에, 그 꽃이 어머니를 죽였다.유씨는 그 붉은 꽃의 독을 먹고, 딸보다 먼저 갔다. 이번 생에, 월령은 그 꽃이 피기 전에
강무진이 그 밤 왕부에 들었을 때, 그의 얼굴에는 좀처럼 없던 것이 있었다.과묵한 자의 얼굴에, 서두름이 있었다.강무진이 서두르는 것을, 월령은 처음 보았다. 저잣거리 그림자로 사는 자였다. 급보를 옮길 때조차 걸음을 고르던 사람이었다. 그가 걸음을 고르지 못했다는 것은, 본 것이 예사롭지 않다는 뜻이었다."약방 골목에서, 석중이 다른 하나 앞에서 갓을 벗었습니다.""누구지.""금군의 교위입니다."월령의 손끝이 잠깐 식었다.*금군은 궁성을 지키는 군이었다. 궁문을 여닫고, 어전을 지키고, 후궁 처소를 드나드는 걸음을 살피는 자들이었다.그 금군의 교위가, 성 밖 절터 심부름꾼의 앞이 아니라 그 심부름꾼의 윗자리에 서 있었다.'연'의 실이 성 밖 역참과 남쪽 절터를 지나, 궁성의 문을 여닫는 자리에까지 닿아 있었다.궁의 밤 가마가 표를 떼고도 성문을 자유로이 드나든 까닭이, 거기 있었다. 문을 지키는 자가 한편이면, 표는 애초에 필요하지 않았다.성 밖의 향집이 성 안의 처소와 잇닿고, 그 사이를 금군의 교위가 지킨다면—그것은 자녕궁의 그늘이 다시 궁성의 문을 쥐기 시작했다는 뜻이었다. 지난겨울, 섭정왕에게 순검이 돌아가며 자녕궁의 손이 문에서 밀려났다. 그 손이 순검이 반쯤 예부로 돌아간 이 봄을 틈타, 다시 문으로 다가오고 있었다.섭정왕이 북에 있는 동안, 도성의 문 하나가 조용히 열리고 있었다.*"그 교위의 이름은.""방준이라 합니다."월령은 그 이름을 처음 들었다. 그러나 강무진이 옮긴 그 얼굴의 생김—왼 눈썹을 가르는 오래된 흉—은, 처음이 아니었다.전생의 마지막 밤.폐위된 그녀를 냉궁으로 끌고 간 것은 석중이었다. 그리고 그 냉궁의 문을 밖에서 잠근 것은, 왼 눈썹에 흉이 있는 금군의 교위였다.같은 흉이 이 봄에, 성 밖 절터와 궁성 사이를 오가고 있었다.월령은 그 흉을 오래 들여다보았다. 전생의 그 밤, 냉궁의 문이 밖에서 잠기던 소리를 그녀는 아직 기억했다. 빗장이 내려가던 둔한 소리. 그 소리를 낸 자의 왼 눈
세임을 당하는 사람이, 세는 사람이 되는 방법이 하나 있었다.저쪽이 물어 온 물음에, 고른 답을 내주는 것이었다.월령은 마 어멈을 통해, '연'에게 한 가지를 흘렸다. 왕부의 안주인이 사흘 뒤 저녁, 남쪽 어느 약방에 든다는 것이었다. 지어낸 걸음이었다. 그러나 지어낸 걸음일수록, 저쪽이 어떻게 움직이는지가 선명하게 드러났다.미끼를 숨기지 않고, 미끼인 줄 알면서 내놓은 미끼였다.저쪽이 그 미끼를 물면, 두 가지를 알 수 있었다. 저들이 아직 왕부의 눈을 제 것이라 믿는다는 것과, 왕부 안주인의 걸음을 실제로 노린다는 것.물지 않으면, 그것대로 답이었다. 저쪽이 이미 왕부의 눈이 돌아선 것을 알아챘다는 답.*그 사흘 동안, 유씨가 왕부에 다녀갔다.딸이 홀로 왕부를 지키는 것이 마음에 걸린 어미였다. 손에는, 딸이 어릴 적 좋아하던 약과 한 함이 들려 있었다."혼자 있느라, 끼니를 거르지는 않느냐.""방어멈이 오히려 저보다 잘 먹어요."월령이 웃었다. 유씨도 옅게 웃었다.두 생을 건너, 어미가 딸의 왕부에 약과를 들고 오는 봄이었다. 전생에는 없던 봄이었다.유씨는 오래 머물지 않았다. 딸의 살림에 참견하지 않는 것이, 시집보낸 어미의 예였다. 다만 돌아가기 전, 딸의 안색을 한 번 오래 보았다."낯빛이 여위었다.""봄이라 그래요.""…봄이라 그렇다면, 봄이 지나면 낫겠지."유씨는 그 이상 캐지 않았다. 딸이 무엇을 세고 있는지 다 알지는 못했으나, 무언가를 세고 있다는 것만은 어미의 눈으로 알았다.월령은 그 약과를 한 조각 물었다. 단맛이 입에 도는 동안만은, 남쪽 절터도 궁의 밤 가마도 잠깐 뒤로 물러났다.*사흘째 저녁, 월령은 그 약방에 들지 않았다.대신, 강무진이 그 약방 골목을 멀리서 지켰다.저녁이 깊자, 골목 어귀에 낯선 자 둘이 들었다. 병을 얻은 자의 걸음이 아니었다. 누군가 들기를 기다리는 걸음이었다.강무진은 그 둘을 오래 보았다. 하나는 골목 어귀에서 드는 사람을 살폈고, 하나는 약방 처마 그늘에 몸을
북의 봄은, 골짜기마다 눈이 녹는 속도가 달랐다.위지헌은 그 속도를 셈에 넣었다. 눈이 먼저 녹는 골짜기는 길이 열렸고, 늦게 녹는 골짜기는 아직 저들의 방패가 되었다. 지난겨울 살구골에서 저들을 몰아넣던 셈을, 이번 봄에는 거꾸로 저들이 쓰고 있었다.누군가, 저들에게 이 땅의 눈을 가르쳐 준 자가 있었다.*흑령이 지키던 마을 하나를, 북경군이 사흘 만에 되찾았다.싸움은 겨울보다 길었다. 저들은 약탈하고 물러나는 대신, 담을 쌓고 버텼다. 담을 깨는 데, 사람이 상했다.되찾은 마을의 우물가에, 북경군 열둘의 주검이 뉘였다.위지헌은 그 열둘의 이름을 군보에 적게 했다. 지난겨울 회암역의 일곱을 월령이 이름으로 지켰듯, 그도 이 열둘을 이름으로 남겼다.숫자로 세면 열둘이었으나, 이름으로 세면 열두 집이었다.열두 집에는, 아직 그 소식이 닿지 않았다. 봄이 되면 돌아올 아비를, 아들을 기다리는 집들이었다. 위지헌은 그 집들이 소식을 받는 날을 알았다. 이름을 적는 붓이, 그 날을 미리 무겁게 적었다.전장을 오래 오간 사람이었다. 그러나 이름을 적는 일에는, 오래되어도 무뎌지지 않는 데가 있었다.*심도윤이 그 우물가에 함께 섰다."저들이 달라졌습니다."노장이 낮게 말했다."흑령은 본디 셈을 모르는 자들이었습니다. 눈이 어디서 녹는지, 담을 어디에 쌓는지, 이제 저들이 압니다. 누가 가르쳤습니다."위지헌의 눈이 북쪽 능선으로 향했다.능선 너머에, 저들의 뒤에 선 자가 있었다. 그자가 흑령의 창을 직접 쥔 것은 아니었다. 다만 흑령에게 이 땅의 셈을 쥐여 준, 도성 쪽의 그림자였다.도성의 남쪽 절터에서 향을 대는 자와, 북의 능선 뒤에서 흑령에게 눈을 가르치는 자가, 한 그림자인지 다른 그림자인지—위지헌은 아직 알지 못했다.다만, 봄이 깊어질수록 그 그림자의 무게가 무거워지고 있었다.흑령은 창을 들었고, 그 그림자는 셈을 들었다. 창은 막을 수 있었으나, 셈은 막는 법이 달랐다. 위지헌은 그 셈을 쥔 자를 아직 보지 못했다. 다만 그
세임을 당하는 사람이 할 수 있는 일은, 두 가지였다.숨거나, 보여 주고 싶은 것만 보이거나.월령은 마 어멈을 통해, 저쪽이 물어 온 종이에 답을 돌려보냈다. 왕부의 안주인은 요즘 내명부 다회에 든다는, 사실이되 무해한 답이었다. 감출 것을 감추려면, 감춰도 될 것 하나는 먼저 내주어야 했다.그러고는, 제가 세일 차례를 세는 대신 저쪽을 세러 궁으로 들었다.*두 번째 다회에서, 월령은 지난번보다 더 오래 앉았다.말은 여전히 아꼈다. 다만, 지난번에 그려 둔 자리의 지도를 다시 폈다. 누구의 처소가 밤에 조용하고, 누구의 처소가 밤에 문을 여는지.류담희가 그 곁에서, 여전히 웃음을 감추지 못하고 재잘거렸다."왕비마마, 저는 밤에 잠이 없어서요. 청화각 뒤뜰에 앉아 있으면, 가끔 다른 처소 가마 나가는 소리가 들려요.""가마가, 밤에 나가더냐.""예. 한 처소가 사흘에 한 번쯤, 밤에 가마를 내보내요. 표도 없이요. 저는 그게 신기해서, 세어 봤어요."류담희는 그 말을 아무 셈 없이 했다. 신기한 것을 신기하다 말하는 얼굴이었다.월령은 그 말을 아무 무게 없이 받았다. 다만, 사흘에 한 번이라는 말을 마음에 눌러 두었다.석중이 남쪽 절터에 드는 것도, 사흘에 한 번이었다.우연일 수도 있었다. 궁의 어느 처소가 밤에 가마를 내보내는 사흘과, 성 밖의 사내가 절터에 드는 사흘이 그저 나란히 놓인 것일 수도 있었다.그러나 월령은 우연을 셈에 넣지 않는 법을 오래전에 배웠다. 두 개의 사흘이 같은 걸음으로 도는 것을, 우연이라 부르기에는 걸음이 너무 고왔다.*월령은 그 처소를 바로 짚지 않았다.류담희의 뒤뜰에서 보이는 처소는 하나가 아니었다. 밤에 가마를 내보내는 처소가 어디인지를 짚으려면, 한 번의 다회로는 부족했다.다만, 궁 안에 사흘에 한 번 밤 가마를 내보내는 처소가 있고, 그 가마가 표를 떼고 남쪽 절터에 든다는 것만은 두 개의 점으로 이어졌다.월령은 그 두 점을 장부에 적지 않았다. 궁 안의 일을 종이에 적으면, 그 종이가
강무진이 남쪽 절터를 멀리서 지킨 지, 이레가 지났다.이레 동안, 절터에는 사람이 끊이지 않았다. 병을 얻은 자들이 향 대는 어른을 찾아 들었고, 그 앞에서 갓을 벗었다. 석중은 그 문을 지키는 자들 가운데 하나였다.강무진은 그 어른의 얼굴을 아직 보지 못했다. 향 대는 어른은 낮에 나오지 않았다. 사람을 들일 때도, 발을 드리운 안쪽에서만 말했다.강무진은 조바심을 내지 않았다. 그림자로 사는 자의 이레는, 조바심으로 세는 이레가 아니었다. 그는 절터 건너 마른 갈대밭에 몸을 낮추고, 드는 자와 나는 자를 하루하루 세었다.병을 얻어 드는 자들의 얼굴에는 절박함이 있었다. 나오는 자들의 얼굴에는, 절박함 대신 옅은 홀림이 있었다. 향 한 대에 병이 낫는 것이 아니라 향 한 대에 마음이 기우는 것임을, 강무진은 그 얼굴들에서 보았다.*이레째 저녁, 절터에 가마 하나가 들었다.병을 얻은 백성의 가마가 아니었다. 휘장이 깨끗했고, 가마꾼의 걸음이 훈련된 걸음이었다.강무진은 그 가마를 오래 보았다.궁에서 나온 가마였다. 다만 궁의 어느 처소에서 나왔는지를 알리는 표는, 떼어 내고 있었다. 표를 뗀 가마는, 보이면 안 되는 걸음을 하는 가마였다.가마가 절터 앞에 멎자, 향 대는 어른의 발 안쪽에서 사람이 나와 그 가마를 맞았다. 백성을 맞을 때와 걸음이 달랐다. 허리가 더 깊이 숙여졌다.병자를 맞던 향집이, 그 가마 하나에만은 예를 갖추고 있었다. 병을 고치러 온 가마가 아니라, 향집이 받드는 윗사람의 가마라는 뜻이었다.가마는 향 대는 어른의 발 안으로 들었다가, 향 한 대가 탈 동안 머물고 나왔다.강무진은 그 가마를 뒤쫓지 않았다. 뒤쫓으면, 절터가 왕부의 눈을 알아챘다. 다만 그 가마가 성문 어느 쪽으로 드는지만, 멀리서 세었다.가마는, 궁성 쪽으로 들어갔다.*그 밤, 강무진이 왕부에 낮게 옮겨 왔다."절터에 궁의 가마가 들었습니다. 표를 뗀 가마였습니다."월령은 그 말을 오래 들었다.향 대는 어른의 절터에, 궁의 사람이 몰래 다녀
허도겸은 약속한 시각보다 이른 때에 왔다.아침 안개가 아직 대문 밖 버드나무 잎에 걸려 있을 때였다. 심가의 하인들은 물을 뿌린 마당을 쓸고 있었고, 부엌에서는 찹쌀을 씻는 소리가 낮게 났다. 심 부인의 약을 달이는 냄새가 서원당 쪽에서 천천히 흘러나왔다. 집은 깨어나고 있었으나, 아직 하루의 얼굴을 완전히 갖추지는 못했다.그 틈에 온 사람은 늘 급한 일을 품고 있다.허도겸은 정청이 아니라 서고 앞 작은 툇마루에서 월령을 보겠다고 했다. 둘째 숙부는 불쾌한 얼굴을 감추지 못했으나, 호부 낭중의 말은 예법을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아이의 이름은 은호였다.은매가 처음 그 이름을 부를 때, 목소리는 거의 소리라기보다 숨에 가까웠다. 은호야. 그 두 글자가 입술 밖으로 나오자마자 은매는 다시 울 것처럼 얼굴을 일그러뜨렸으나, 울지는 않았다. 동생이 깰까 봐 참는 울음이었다.은호는 작았다.일곱 살이라 들었지만, 마른 몸은 그보다 더 어려 보였다. 손목에는 회색 실이 묶여 있던 붉은 자국이 남아 있었고, 기침을 참을 때마다 혀끝으로 이를 쳤다. 딱, 딱. 작은 소리는 방 안 사람들의 숨을 매번 붙잡았다.왕부 의원은 은호의 맥을 짚고 오래 말이 없었다.청아는
회색 실은 따뜻한 물 위에 놓이자 조금씩 풀어졌다.청아는 작은 사기 대접에 손을 얹고 앉아 있었다. 물이 식지 않도록 대접 아래에 천을 두 겹 깔았고, 옆에는 깨끗한 마른 수건을 세 장이나 준비해 두었다. 평소 같으면 필요보다 많은 준비라며 스스로 민망해했을 아이가, 오늘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은매는 그 앞에서 숨만 쉬었다.실은 동생의 손목에 있던 것과 같았다. 어미가 낡은 속곳 자락을 꼬아 만들었다던 빛. 희지도 검지도 않은 회색. 약하게 한 번, 세게 한 번 묶는 버릇까지 같았다.하지만 손은 없었다.그 사실이 방 안
북문으로 가는 역참길은 대연의 목처럼 길고 단단했다.경성에서 북쪽 변경까지 이어지는 길은 처음에는 넓고 평평했다. 황실의 마차와 호부의 군량 수레가 오가야 했으므로, 돌은 깊게 박혔고 길가에는 관목이 낮게 다듬어져 있었다. 그러나 하루만 더 올라가면 길은 곧 좁아졌다. 산기슭이 다가오고, 바람은 말의 갈기 사이로 칼끝처럼 스며들었다.그 길을 아는 사람들은 북문로라 불렀고, 장부를 쓰는 사람들은 병량 제삼로라 적었다.같은 길이었다.누구에게는 남편과 아들을 삼키는 길이었고, 누구에게는 창고의 숫자가 줄어드는 줄이었다.은매의 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