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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약방

Auteur: moominkiller
last update Date de publication: 2026-05-23 23:37:14

심가의 약방은 동쪽 별채와 서원당 사이, 봄볕이 잘 드는 작은 후원에 있었다. 문 가까이 둥근 소쿠리마다 길경과 감초, 말린 귤껍질이 얇게 펼쳐져 볕을 머금었다.

부드러운 약재 냄새 안쪽에, 불 위에서 오래 졸아든 탕약의 쓴 김이 섞여 있었다. 월령이 문턱을 넘자, 안에서 약재를 고르던 계집종 하나가 흠칫 몸을 굳혔다.

은매였다.

스무 살이 조금 넘은 나이. 눈꼬리가 처져 순해 보이고, 손끝에는 약재 물이 배어 있었다.

예전의 월령은 그 얼굴을 제대로 보지 못했다. 어머니를 병들게 한 독은 뒤늦게 알았으면서, 독을 들고 온 손은 끝내 보지 못했다.

"아가씨께서 여기는 어쩐 일로…"

은매가 급히 고개를 숙였다.

"어머니의 탕약을 보러 왔어요."

월령은 천천히 약방 안으로 들어섰다.

"마님 약은 거의 달여졌습니다. 곧 서원당으로 올릴 참이었어요."

월령은 약로 위의 검은 사기그릇을 보았다.

얇은 김이 피어올랐다.

감초와 생강, 길경의 냄새가 먼저 났다. 겉으로는 병든 사람에게 올리기 알맞은, 따뜻하고 무해한 기침약이었다.

그러나 그 밑에, 아주 희미한 단내가 섞여 있었다. 달다 하기엔 눅눅하고, 쓰다 하기엔 지나치게 부드러운 — 혀가 아니라 피 속으로 먼저 스며드는 냄새.

월령은 그 냄새를 알고 있었다. 붉은 담 안쪽에서는 사람이 향으로 병들었다.

차로 잠들었고, 웃는 얼굴 아래에서 천천히 숨이 가늘어졌다. 그곳에서 배운 것은 늘 늦었지만, 한 번 배운 냄새는 몸이 잊지 않았다.

적련초.

처음에는 몸을 데우는 약재처럼 보인다. 그러나 오래 끓이면 피를 삭이고 장부를 망가뜨린다.

기침이 있는 사람에게 쓰면 병세가 깊어진 것처럼 보여, 가장 들키기 어려운 독. 어머니는 병으로 죽은 것이 아니었다.

월령의 손끝이 차갑게 식었다.

"은매. 이 약은 누가 지어 주었느냐."

은매의 어깨가 작게 떨렸다.

"둘째 부인께서 의원에게 처방을 받아오셨다고 들었습니다."

"들었다."

월령이 조용히 되받았다.

"직접 받은 것이 아니냐."

은매는 입술만 달싹였다.

월령은 옅게 웃었다.

열여섯 소녀의 얼굴에 떠오른 웃음치고는, 지나치게 차분했다.

"손을 펴 보아라."

"아가씨."

"펴라."

은매가 머뭇거리다 두 손을 내밀었다. 손톱 밑에 검푸른 가루가 끼어 있었다.

약재를 손질하면 흔히 남는 흔적처럼 보였으나, 월령은 그것이 적련초의 뿌리 가루임을 알았다. 붉은 담 안에서 너무 늦게 배운 것들이, 지금은 그녀를 늦지 않게 했다.

"청아. 문을 닫아라."

청아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지만, 손은 빨랐다. 문이 닫히자 약방 안의 김과 향이 한층 짙어졌고, 바깥의 살구꽃 향은 종이 한 장 너머로 밀려났다.

은매의 얼굴에서 핏기가 빠졌다.

"아가씨, 왜 이러십니까. 제가 무슨 잘못이라도…"

"살고 싶으냐."

은매의 말이 뚝 끊겼다.

월령은 약로 곁에 앉아 조용히 불을 낮췄다. 타오르던 불길이 작아지자, 사기그릇 안의 탕약도 깊은 소리를 내며 가라앉았다.

"네가 이 약에 무엇을 넣었는지 안다."

"저는…"

"거짓은 한 번만 봐주마."

월령이 고개를 들었다.

"두 번째부터는, 네 혀를 믿지 않겠다."

은매는 그대로 무릎을 꿇었다. 약방 바닥에 이마가 닿을 듯 숙여졌다.

"아가씨, 살려 주십시오. 저는 시키는 대로 했을 뿐입니다. 정말입니다."

"누가 시켰느냐."

은매는 대답하지 못했다.

월령은 서두르지 않았다.

사람은 공포가 목을 조일 때 스스로 가장 약한 곳을 드러낸다. 그녀는 그것을 너무 늦게 배웠고, 황후의 관을 쓰고도 늘 한 박자 늦었다.

이번에는 아니었다.

"남쪽 별원에, 병든 어미와 어린 동생이 있지."

월령이 나직이 말했다.

"네가 매달 은자 세 냥을 보내고 있고."

은매가 번쩍 고개를 들었다.

"아가씨께서 그걸 어떻게…"

"네가 입을 다물면, 오늘 밤 너는 우물에 빠져 죽는다. 동생은 사라지고, 어미는 약값이 끊겨 죽겠지. 이 일을 시킨 자가, 네 입을 살려 둘 만큼 어리석지 않으니."

은매의 입술이 파랗게 질렸다.

"허나 네가 내게 진실을 말하면."

월령은 손끝으로 약그릇 가장자리를 쓸었다. 뜨거운 사기의 열이 손끝에 닿았다 사라졌다.

"나는 너를 살려 둘 수 있다."

은매의 눈에 눈물이 고였다. 그러나 월령은 흔들리지 않았다.

불쌍하다는 얼굴을 믿었다가, 그녀는 너무 많은 것을 잃었다. 그 눈물이 죄를 지우지는 못했다.

월령은 다만, 이 떨리는 손을 어디에 쓸지를 가늠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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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나를 죽인 황제에게 돌아가지 않겠습니다   15. 안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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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나를 죽인 황제에게 돌아가지 않겠습니다   14. 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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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나를 죽인 황제에게 돌아가지 않겠습니다   13. 매듭

    비가 그친 뒤의 새벽은 지나치게 맑았다.밤새 지붕을 두드리던 물소리가 멎자, 심가는 잠시 숨을 잃은 집처럼 조용해졌다. 처마 끝에는 아직 물방울이 매달려 있었고, 뜰 가운데 고인 얕은 물에는 회색 하늘이 얇게 비쳤다. 행랑채 쪽에서는 젖은 짚을 뒤집는 소리가 늦게 깨어났고, 부엌에서는 불씨를 살리려 부싯돌을 치는 소리가 두어 번 낮게 울렸다.비가 지나간 자리는 늘 사람보다 먼저 말을 했다.기와 밑에 떨어진 진흙, 담장 아래로 밀려온 풀씨, 회랑 끝에 비스듬히 남은 발자국. 맑은 날에는 누구의 것인지 묻지 않아도 될 흔적들이,

  • 나를 죽인 황제에게 돌아가지 않겠습니다   12. 틈

    비는 밤새 그치지 않았다.새벽녘에는 처마 끝에서 떨어지는 물소리가 실을 감는 소리처럼 가늘게 이어졌다. 처음에는 한 방울씩, 곧이어 두 방울씩, 나중에는 어느 것이 먼저 떨어졌는지 구분하기 어려울 만큼 잦아졌다.심가의 아침은 젖은 냄새로 열렸다.행랑채 아이들은 짚신 밑창에 진흙을 묻힌 채 창고 앞을 오갔고, 부엌에서는 젖은 장작에 불을 붙이느라 연기가 낮게 깔렸다. 말린 생강은 다시 대청 안으로 들여졌고, 약방의 작은 종은 창포 묶음을 처마 아래에 걸며 연신 코를 훌쩍였다.비가 오는 날에는 집안의 틈이 먼저 보였다.기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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