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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숙모

Author: moominkiller
last update publish date: 2026-05-24 00:35:15

방 안에는 약한 햇살이 고여 있었다. 침상에 기대 앉은 유씨는 창백했지만 살아 있었다.

아직 눈빛이 꺼지지 않았고, 손끝에 온기가 남아 있었다. 월령은 그 얼굴을 보는 순간 무너질 뻔했다.

하지만 무너지지 않았다.

이 방에는 지켜야 할 사람이 있고, 잡아야 할 사람이 있었다.

"어머니."

"월령아."

유씨가 고개를 돌렸다.

그 부름 하나에 월령의 눈가가 뜨거워졌다.

"네가 웬일로 약방까지 다녀왔니. 몸이 약한 아이가."

"어머니 약이라서요."

월령은 침상 곁에 앉았다.

유씨가 그녀의 얼굴을 가만히 보았다.

어머니는 늘 그랬다.

월령이 웃어도 울음을 알아보았고, 아무 말 않아도 상처를 먼저 보았다.

"무슨 일이 있었니?"

"아무 일도요."

거짓말이었다.

그러나 이번 거짓말은 어머니를 살리기 위한 것이었다. 둘째 부인 한씨는 이미 방 안에 앉아 있었다.

짙은 자색 치마에 단정한 비녀를 꽂고, 걱정스러운 얼굴로 유씨를 바라보던 중이었다. 향낭에서 매화와 침향을 섞은 향이 났다.

너무 정갈해서, 오히려 병든 방의 냄새와 어울리지 않았다.

"월령이가 효심이 깊구나. 아픈 몸으로 직접 약을 가져오다니."

한씨의 목소리는 부드러웠다.

"숙모께서 좋은 약을 보내 주셨다 들었습니다."

월령은 고개를 숙였다.

"내가 한 일이 뭐가 있겠니. 네 어머니께서 어서 나으셔야지."

한씨가 손수건으로 눈가를 눌렀다. 그때의 월령은 그 눈물을 믿었다.

지금은 그 손수건 끝에 묻은 향까지 의심스러웠다.

서윤이 한 걸음 나섰다.

"큰어머니, 어머니께서 밤새 의원 처방을 다시 살피셨어요. 꼭 드셔야 해요."

"고맙구나, 서윤아."

유씨가 희미하게 웃었다.

월령은 탕약 그릇을 들었다. 그 순간 한씨와 서윤의 시선이 동시에 그녀의 손으로 향했다.

초조함, 기대, 그리고 아주 깊은 곳의 두려움.

월령은 그 모두를 보았다.

"어머니, 약이 조금 뜨겁습니다. 제가 먼저 식혀 볼게요."

월령은 숟가락으로 탕약을 떠 올렸다. 한씨의 입술이 살짝 벌어졌고, 서윤은 숨을 멈췄다.

그러나 월령은 숟가락을 어머니의 입가로 가져가는 대신, 문득 손을 멈췄다.

"아. 제가 예를 잊었습니다."

방 안의 시선이 그녀에게 꽂혔다. 월령은 한씨를 향해 몸을 돌렸다.

"숙모께서 어머니를 위해 귀한 약을 구해 주셨으니, 먼저 향을 봐 주셔야 하지 않겠습니까."

한씨의 얼굴이 굳었다.

아주 짧은 순간이었으나, 방 안의 햇살이 한 치쯤 물러난 듯했다.

서윤이 급히 웃었다.

"언니도 참. 약을 어찌 어머니께서 먼저—"

"왜?"

월령이 물었다.

그 한 글자에 서윤의 웃음이 멈췄다.

"숙모께서 직접 구해 주신 약이라 들었어. 어머니를 위한 정성이니, 향이 제대로 우러났는지 보시는 게 이상한 일이니?"

"그건…"

한씨가 손수건을 움켜쥐었다.

"월령아, 나는 기침이 없으니 약향을 보아도 잘 모를 것이다."

"드시라는 것이 아닙니다."

월령은 숟가락을 천천히 한씨 앞에 내밀었다.

"그저 향만 보시면 됩니다."

한씨는 숟가락을 바라보았다.

탕약은 독이 아니었다.

하지만 한씨는 그것을 몰랐다.

서윤도 몰랐다.

그들이 아는 것은 오직 하나 — 어머니가 마시면 죽어야 할 약이라는 것. 그러므로 지금 그들의 얼굴이 증거였다.

"어머니!"

서윤이 갑자기 한씨의 팔을 붙잡았다.

"향이 너무 짙어요. 큰어머니 몸에 맞지 않을 수 있으니 의원을 다시—"

"서윤아."

월령이 조용히 불렀다.

"너는 왜 겁을 내니?"

서윤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제가요?"

"나는 숙모께 향을 봐 달라고 했을 뿐이야."

"언니, 저는 그저 큰어머니가 걱정되어…"

"그래."

월령이 미소 지었다.

"나도 어머니가 걱정되어 이러는 거야."

침묵이 길어졌다.

유씨는 말없이 월령을 바라보고 있었다.

눈빛이 깊었다.

무언가를 눈치챘으나, 아직 묻지 않았다. 한씨는 결국 숟가락을 받아 들었다.

그 손이 떨리고 있었다.

향만 맡으면 되는 일이었고, 마실 필요도 없었다. 그런데도 이마에 식은땀이 맺혔다.

"향이… 괜찮구나."

"정말입니까?"

"그래."

"그럼 어머니께 올리겠습니다."

월령이 숟가락을 돌려받으려 하자, 서윤이 갑자기 앞으로 나섰다.

"잠깐만요. 제가… 제가 다시 데워 오겠습니다. 식은 약은 효험이 떨어지니까요."

목소리는 여전히 부드러웠으나, 끝이 미세하게 떨렸다.

아직 어리구나.

월령은 생각했다.

곤원전의 밀서를 훔치던 서윤은 이보다 훨씬 능숙했다. 지금의 서윤은 악의를 품었으되, 아직 궁중의 칼날처럼 단련되지는 않았다.

그러니 지금 부러뜨릴 수 있다. 아니 — 부러뜨리기엔 이르다.

누가 이 아이에게 칼을 쥐여 주었는지 먼저 알아야 했다.

"그러면 네가 데워 오렴."

월령은 뜻밖에도 순순히 탕약 그릇을 내밀었다. 서윤의 얼굴에 안도가 번졌다.

그 순간, 월령은 그릇을 놓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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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나를 죽인 황제에게 돌아가지 않겠습니다   14. 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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