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IN제향의 날, 종묘에 황실이 모였다.아직 오지 않은 아이의 경사를, 조상에게 고하는 자리였다. 경화제와 황후가 앞에 섰고, 후궁들이 위계에 따라 늘어섰다. 섭정왕 위지헌과 월령도, 그 자리에 들었다.향이 피어올랐다. 종묘의 향은 짙었다. 월령은 그 향에 잠깐 속이 울렁였으나, 곁의 위지헌이 조용히 그녀의 걸음을 받쳤다.짙은 향에도, 월령은 물러서지 않았다. 이 제향은 아이의 경사를 조상에게 고하는 자리였고, 그 아이를 두 생에 걸쳐 겨눠 온 얼굴이 이 자리에 있었다. 경사를 고하러 온 자리가, 적의 얼굴을 보러 온 자리이기도 했다.*위지헌의 눈은, 제향 내내 후궁들의 자리를 훑었다.위계 높은 후궁들이 앞에 섰고, 총애를 잃은 후궁들이 뒤에 섰다. 뒤쪽, 아무도 눈여겨보지 않는 자리에 늙은 후궁 하나가 서 있었다.주름진 얼굴이었다. 오래 잊힌 얼굴.위지헌의 눈이, 그 얼굴에 닿았다.처음에는, 그저 늙은 후궁이었다. 여느 잊힌 얼굴과 다르지 않았다. 그런데 그 얼굴을 오래 볼수록, 위지헌의 안에서 무언가가 천천히 맞아 들어갔다.*그 순간, 두 생이 겹쳤다.전생의 형장. 굵은 비. 붉은 옷. 그리고 그 비를 맞으며, 울지도 피하지도 않고 형장을 지켜보던 여인.붉은 꽃을 코에 대고, 오래 해 온 일을 마치던 얼굴.그 얼굴이 지금, 종묘의 뒤쪽에 서 있었다. 두 생을 건너, 같은 얼굴이었다.주름이 더 깊어졌을 뿐, 눈매도 입매도 그대로였다. 전생에 그 얼굴은 비를 맞고 있었고, 이번 생에 그 얼굴은 종묘의 향 아래 있었다. 자리는 달랐으나, 얼굴은 하나였다.위지헌의 손이, 옥대 위에서 잠깐 굳었다. 두 생 만에, 그 여인의 얼굴을 확인했다. 제 아이를 지우려는 손의 얼굴을.*그런데, 그 여인도 위지헌을 보고 있었다.늙은 후궁의 눈이, 종묘의 향 너머로 위지헌에게 닿아 있었다.그 눈에, 놀람이 없었다. 두려움도 없었다. 다만, 오래 기다린 것을 마주한 사람의 고요가 있었다. 마치, 위지헌이 그 얼굴을 알아볼 것을 이미 알고 있었다는 듯
설련이 왕부에 든 것은, 그날 밤이었다. 걸음이 아직, 처소를 나설 때처럼 빨랐다."그 후궁이… 이상합니다."설련이 낮게 말했다."총애를 잃어 잊힌 처소인데, 그 후궁은 잊힌 사람의 눈이 아니었습니다. 제 내력을 다 알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손에, 마른 붉은 잎을 쥐고 있었습니다."월령의 손끝이 식었다."…붉은 잎.""붉은 기가 도는, 마른 잎이었습니다. 그리고 처소에, 향이 배어 있었습니다. 남쪽에서 나던, 그 향이요."*월령은 그 말을, 위지헌에게 옮겼다.궁 옷을 입은 여인. 붉은 꽃. 향. 오래 산 만큼 안다는 눈.위지헌의 형장 기억과, 하나씩 겹쳤다.잊으려 묻어 둔 기억이라, 한꺼번에 떠오르지 않았다. 향 하나, 붉은 잎 하나가 그 묻어 둔 자리를 한 겹씩 열었다."비를 맞으며 형장을 지켜보던 그 여인이."위지헌이 낮게 말했다."붉은 꽃을 들고 있었다. 오래 해 온 일을 마치는 얼굴이었다. 늙은… 여인이었다."두 사람의 기억이, 한 얼굴 위에서 만났다. 전생의 형장에서 붉은 꽃을 들고 있던 여인과, 이번 생에 잊힌 처소에서 붉은 잎을 쥔 늙은 후궁이, 같은 얼굴일지도 몰랐다.월령은 전생에, '연'의 얼굴을 보지 못했다. 죽어 가는 사람은, 저를 죽이는 자리의 얼굴을 다 보지 못했다. 그 얼굴을 본 것은, 늦게 형장에 닿은 위지헌뿐이었다. 두 사람의 기억을 겹쳐야만, 그 얼굴이 드러났다.*그러나 '일지도 모른다'로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늙은 후궁은 내명부의 사람이었다. 아무리 잊힌 처소라 해도, 후궁은 후궁이었다. 그 얼굴이 '연'이라는 확신 없이 손을 대면, 그것은 후궁을 모함한 죄가 되었다.확신하려면, 위지헌이 그 얼굴을 봐야 했다. 전생의 형장에서 그 여인을 본 것은, 위지헌이었다. 그 얼굴을 이번 생에 다시 보면, 확인할 수 있었다.그러나 위지헌은, 내명부에 들 수 없었다.후궁의 처소는, 사내의 걸음이 닿지 않는 자리였다. '연'이 두 생에 걸쳐 그 자리를 골라 숨은 까닭이, 거기 있었다. 사내들의 손
"그 처소가 고모님과 가깝다는 건, 나도 알아."월령이 낮게 말했다."그래서 너에게 부탁하는 게 미안해. 네가 어렵다면, 안 해도 돼."설련은 오래 생각했다.자녕궁을 떠난 뒤로, 그녀는 어느 손에도 매이지 않으려 했다. 그런데 이 부탁은, 자녕궁 가까운 처소를 들여다보는 일이었다. 잘못하면, 고모를 겨누는 손이 되었다.그러나 설련은, 지난겨울 이미 한 번 정했다. 제 발로 서겠다고. 옳은지 그른지를 스스로 재겠다고.고모를 겨누는 일이라면, 설련은 하지 않을 것이었다. 그러나 상궁이 두고 간 것을 보는 일이라면, 그것은 고모를 겨누는 일이 아니라 진실을 보는 일이었다. 설련은 그 둘을 나누어, 나눌 수 있는 만큼만 하기로 했다."…하겠습니다."설련이 낮게 답했다."다만, 고모님을 겨누는 일이라면 하지 않겠습니다. 그 처소의 상궁이 무엇을 두고 갔는지, 그것만 보겠습니다.""그거면 충분해."*설련은 그 처소에, 차를 올리는 걸음으로 들었다.총애를 잃은 늙은 후궁의 처소였다. 드나드는 발이 거의 없어, 차를 올리는 것도 오랜만이라 했다. 설련이 차를 들이자, 늙은 후궁이 발을 반쯤 걷고 그녀를 보았다.주름진 얼굴이었다. 오래 총애를 잃어, 궁의 셈에서 잊힌 얼굴.그런데 그 눈이, 잊힌 사람의 눈이 아니었다.잊힌 사람의 눈에는, 바깥을 향한 관심이 없었다. 그런데 이 눈은, 설련이 든 순간부터 그녀를 살피고 있었다. 오래 잊힌 척, 오래 보아 온 눈이었다.설련은 그 눈길을 등으로 느끼며, 찻상을 놓았다. 손이 조금 굳었다. 잊힌 처소에 차를 올리러 든 것뿐인데, 도리어 저가 살펴지는 자리에 든 것 같았다.*"…네가, 독고가의 조카아이구나."늙은 후궁이 낮게 말했다.설련의 손이, 찻잔 위에서 잠깐 멎었다.총애를 잃어 아무도 찾지 않는 처소의 후궁이, 설련의 내력을 알고 있었다. 자녕궁의 조카라는 것도, 그 조카가 이제 자녕궁을 떠났다는 것도."…어찌, 소인을 아십니까.""이 궁에서 오래 산 사람은, 오래 산 만큼 안다."늙
'연'의 얼굴을 이 아이가 오기 전에 봐야 한다는 말에, 위지헌은 오래 답하지 않았다.궁 안 깊은 곳이었다. 순검도, 왕부의 눈도 함부로 닿지 못하는 내명부. 그 안에 든 얼굴을 보려면, 궁 안의 사람이라야 했다. 회임한 몸으로 그 깊은 곳을 뒤지는 것은, 위험했다."…네가 들어가는 것은, 안 된다."위지헌이 낮게 말했다."그 몸으로, 그 깊은 곳은 안 된다."회임을 안 뒤로, 위지헌은 그녀를 두고 하는 모든 셈에서 한 가지를 먼저 놓았다. 그녀의 몸. 두 생을 건너온 사람도, 이번 생에는 혼자의 몸이 아니었다."저도 알아요."월령이 답했다."제가 들어가겠다는 게 아니에요. 다만, 그 안을 아는 사람이 우리 편에 있어야 해요. 궁 안에서, 그 처소를 드나들 수 있는 사람이요."*그런 사람이, 하나 있었다.설련이었다.자녕궁을 떠난 뒤로, 설련은 내명부의 잔심부름을 제 삯으로 맡아 하고 있었다. 처소들을 드나들며 향을 대고, 명패를 나르고, 차를 올렸다. 궁 안 깊은 곳까지, 그 걸음이 닿았다.다만 설련은, 한때 자녕궁의 사람이었다. 그 걸음을 믿어도 되는지, 월령은 아직 다 알지 못했다.그러나 지난겨울부터, 설련은 조금씩 달라져 있었다. 자녕궁의 그늘을 벗고, 제 발로 명패를 돌려주고, 제 삯으로 궁을 걸었다. 도구였던 사람이, 제 뜻을 가진 사람이 되어 가고 있었다.*며칠 뒤, 월령은 설련을 왕부로 청했다.설련이 들었다. 지난겨울 자녕궁의 그늘 안에 있던 걸음이, 이제 제 발로 곧게 서 있었다.지난겨울 자녕궁 문을 나서던 걸음과는, 다른 걸음이었다. 누구의 뒤를 따르는 걸음이 아니라, 제가 어디로 갈지 아는 걸음이었다. 월령은 그 곧아진 걸음을 잠깐 눈에 담았다. 자녕궁에서 떨어져 나온 사람이 어디에 설지는, 그 걸음이 정할 것이었다."섭정왕비마마. 부르셨습니까.""부탁이 하나 있어."월령이 낮게 말했다."부탁하기 전에, 하나 물을게. 너는 지금, 누구의 편이니."설련은 그 물음 앞에서, 잠깐 말이 없었다.*"…저
경화제가 자리에서 일어선 뒤로, 궁이 움직였다.며칠 뒤, 어전에서 경사가 반포되었다.섭정왕비의 회임이 국가의 경사로 선포되었고, 왕부와 섭정왕비의 처소에 황실의 호위가 더해졌다. 아직 오지 않은 아이가, 태어나기도 전에 황제의 조카로 종묘의 그늘 아래 놓였다.온 궁이 그 경사를 감축했다.왕부의 대문에 황실의 등이 걸렸고, 심가에도 경사의 기별이 닿았다. 유씨는 그 기별을 받고 오래 울었다. 전생에 딸을 잃은 어미가, 이번 생에는 딸의 아이를 기다리게 된 봄이었다.심가의 대문에도, 오랜만에 붉은 등이 걸렸다. 지난 생에 딸이 형장으로 끌려가던 집이, 이번 생에는 경사의 등을 다는 집이 되었다.*그 경사 앞에서, 가장 먼저 무너진 것은 노가의 명분이었다.정비가 후사를 보는데, 측실을 들일 까닭이 없었다. '후사를 돕는 자리'라던 노가의 명분은, 경사 하나로 흔적 없이 사라졌다.노예원은, 그 경사가 반포되던 자리에 있었다.제가 다회에서 알아낸 소식이, 며칠 만에 온 나라의 경사가 되어 돌아왔다. 몰래 쥐려던 패가, 남의 손에서 크게 펼쳐졌다. 그 여인의 얼굴이 하얗게 굳었다.월령은 그 자리에서, 노예원을 한 번 보았다. 미워하는 눈이 아니었다. 다만, 네가 본 것을 내가 먼저 밝혔다는 눈이었다.노예원은 그 눈을 오래 견디지 못하고, 먼저 고개를 돌렸다. 재색으로도 야심으로도, 두 생을 건너온 눈을 마주 보기는 어려웠다.*경사가 반포된 그 밤, 왕부에 강무진이 들었다.이번에는, 걸음이 빠르지 않았다. 도리어 무거웠다."안쪽 처소의 상궁이… 사라졌습니다."월령이 고개를 들었다."사라져?""경사가 반포된 그날 밤, 처소를 나가 자취를 감췄습니다. 노 소저에게서 받은 서찰도, 남쪽으로 띄우던 길도, 모두 끊겼습니다."*월령은 그 말을 오래 들었다.소식을 먼저 밝혀, '연'이 이 경사를 몰래 겨누지 못하게 막았다. 여기까지는, 월령이 그린 대로였다.그런데 '연'은, 겨누지 못하게 되자 물러난 것이 아니었다. 상궁을 거두고, 서찰을
"저들보다 먼저?"위지헌이 되물었다."네."월령이 낮게 말했다."'연'이 이 소식을 무섭게 쓰는 건, 이게 감춰진 소식일 때예요. 감춰진 걸 저들이 알아내면, 몰래 겨눌 수 있으니까요. 그런데 이게 온 나라가 아는 경사가 되면요?"위지헌의 눈이 잠깐 움직였다."…몰래 겨눌 수 없다.""온 나라가 아는 경사를 몰래 겨누면, 그건 곧 역심이 돼요. 저들이 이 아이를 겨누는 순간, 저들이 먼저 드러나요. 그러니까 이 소식은, 숨기는 게 방패가 아니라 드러내는 게 방패예요."위지헌은 그녀를 오래 보았다.지난겨울 그가 '연'의 눈을 뽑지 않고 돌려 썼듯, 이번에는 그녀가 감출 소식을 도리어 드러내 방패로 삼으려 했다.*이튿날, 월령은 황후에게 들었다.내명부의 경사는 황후의 손을 거쳐 알려지는 것이 법도였다. 월령은 그 법도를, 이번에는 제 방패로 썼다."마마. 소녀, 회임하였습니다."황후의 부채가, 잠깐 멎었다."…경사로구나.""경사이옵니다. 다만 소녀, 이 경사를 조용히 두기보다 마마의 손으로 밝혀 주시기를 청하옵니다. 온 궁이 함께 기뻐하는 경사로."황후는 월령을 오래 보았다.이 영리한 며느리가 왜 경사를 조용히 두지 않고 크게 밝히려 하는지, 황후는 다 묻지 않았다. 다만, 그 청 뒤에 무언가가 있다는 것만은 알았다."…네 뜻이 그러하다면."황후가 낮게 말했다."이 경사는, 이 자리가 밝히마."황후는 그 이상 캐지 않았다. 다만, 며느리가 경사를 방패로 쓰려 한다는 것만은 눈으로 알았다. 그리고 그 방패를 함께 들어 주기로, 말없이 정했다.*같은 날, 위지헌은 경화제에게 들었다.형과 아우가 마주 앉는 자리였다."형님."위지헌이, 오랜만에 그 호칭을 썼다."제게, 아이가 생겼습니다."경화제의 손이, 붓 위에서 멎었다.늦둥이 아우였다. 오래 혼자였던 아우였다. 그 아우가 곁에 사람을 두더니, 이제 그 사이에서, 아이가 오려 하고 있었다.경화제는 붓을 내려놓았다."…지헌아."황제가 아니라, 형의 목소리였다.
해시가 가까워질 무렵, 남쪽 연못에는 안개가 내려앉았다.봄밤의 안개는 사람을 해치지 않는 얼굴을 하고 있었다.얇고 희어서, 손을 뻗으면 손바닥 위에서 곧장 풀어질 듯했다.그러나 그 안에 오래 서 있으면 숨이 조금씩 낮아졌다.물 위의 달도,버드나무 아래 그림자도,멀리 별채 처마에 걸린 등불도 한 겹씩 지워졌다.소리가 먼저 숨었다.벌레 우는 소리는 물가의 돌 틈으로 잦아들었고, 회랑 아래 고인 밤공기는 젖은 약재처럼 싸늘했다.월령은 회랑의 어둠 속에 서 있었다.흰 장삼 위에 짙은 남색 겉옷을 걸쳤다. 밤 안으로 스며
그 말은 아직 공중에 있었다.그대가 내 곁에 있다면.이 황궁도 외롭지 않을 것 같군요.위명서의 목소리는 살구꽃잎처럼 가볍게 내려앉았다.너무 가벼워서, 처음 듣는 사람은 그것이 칼집에 숨은 소리라는 것을 모를 터였다.한때의 월령도 몰랐다.그녀는 그 말을 오래 품었다. 황궁의 붉은 담 안에 한 사람의 온기를 들이면, 그 외로움이 조금은 녹을 줄 알았다.높은 처마와 긴 회랑과 밤마다 닫히는 문들 사이에 자신이 봄을 들일 수 있을 줄 알았다.이제는 안다.황궁의 외로움은 사람 하나로 채워지는 것이 아니었다.사람 하나를 삼
"월령 언니, 여기 계셨어요?"문밖의 목소리는 봄비처럼 부드러웠다.심서윤은 늘 저렇게 말했다. 조심스럽게. 다정하게. 마치 자신이 누군가를 해칠 수 있다는 생각조차 해 본 적 없는 사람처럼.그때의 월령은 그 목소리를 좋아했다. 친자매처럼 가까운 사촌이라 믿었고, 어머니의 방 앞에 흰 천이 걸린 뒤에는 서윤의 품에 얼굴을 묻고 운 적도 있었다. 등을 토닥이던 작은 손의 감촉은 오래도록 남아 있었다.그리고 황후전의 어느 밤, 비녀함 안쪽에서 밀서를 꺼내던 그 손도.그 손등에 비치던 차가운 등불도.그래도 월령은 그 손을 기억할
살구꽃 향이 났다.빗물에 젖은 진흙 냄새도, 목 안쪽을 태우던 비린 독향도 아니었다. 부드럽고 희미했다. 오래 닫혀 있던 창문 틈으로 먼 봄이 숨을 죽이고 들어오는 듯했다.심월령은 숨을 들이켰다.그리고 곧바로 기침을 토했다."아가씨!"누군가 비명을 질렀다.월령은 손으로 목을 움켜쥐었다. 칼날이 닿기도 전부터 속을 태우던 열기가 아직 목 안쪽에 남은 것 같았다. 피와 비가 뒤섞이던 형장의 냄새가 혀끝에 되살아났다.아니.칼이 아니었다.그녀를 끝까지 붙들고 놓지 않던 것은 칼날보다 조용한 것이었다. 탕약의 밑바닥에 가라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