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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봄

Autor: moominkiller
last update Data de publicação: 2026-05-23 23:23:05

"숙부."

위명서가 차갑게 불렀다.

일부러 그렇게 불렀다.

피를 나눈 어른이 황명을 거역했다는 사실을, 군중과 관리들 앞에 더 또렷이 세우려는 목소리였다.

"그 여인은 역적이다."

폐후 심씨도, 황후도 아니었다.

그 여인.

위명서는 월령에게서 마지막 이름마저 벗겨 내듯 말했다. 위지헌은 피 묻은 검끝을 내리지 않았다.

월령을 돌아보지 않은 채 낮게 받았다.

"황후께서는 역적이 아니시다."

폐후라 적힌 죄패가 월령의 목에서 빗물에 젖어 흔들렸다. 그러나 그의 입에서 나온 호칭은 조금도 흔들리지 않았다.

"증좌는 모두 나왔다."

위지헌이 마침내 황제를 보았다. 그 눈빛에 군중이 한 걸음 물러났다.

신하가 군주를 보는 눈도, 숙부가 조카를 꾸짖는 눈도 아니었다. 오래 칼집 안에서 잠들지 못한 칼의 눈이었다.

"네가 내놓은 증좌겠지."

그의 목소리는 낮고 정확했다.

"찾았다. 네가 황후를 죽이려 덮어 둔 것들. 옥새의 붉은 자국도, 북문을 더럽힌 명부도, 심 장군의 이름을 훔친 글씨도."

월령의 손끝이 얼어붙었다.

그가 알고 있었다.

아버지가 누명을 썼다는 것을. 심가가 배신하지 않았다는 것을.

자신이 황제에게 버려졌다는 것을.

그런데 왜 이제야.

왜 하필 모든 것이 끝난 뒤에야.

"거짓이다!"

위명서가 소리쳤다.

목소리가 높아지는 순간, 황제가 아니라 궁지에 몰린 사내가 먼저 드러났다.

"섭정왕이 역적의 딸에게 미혹되어 황명을 거역한다! 금군은 들으라, 당장 저자를—"

그 말은 끝까지 이어지지 못했다. 북경군의 화살이 일제히 금군을 겨눴다.

활시위가 빗속에서 낮게 울었다. 금군은 한 걸음도 내딛지 못했다.

위지헌은 그 소란 속에서 월령 앞에 무릎을 꿇었다. 대연에서 황제 다음으로 높은 남자가, 진흙탕 형장 위에서 죄패를 건 여인 앞에.

"월령."

그가 그녀의 이름을 불렀다. 황후도, 폐후도, 심씨도 아니었다.

그 두 글자는 빗속에서도 이상하게 젖지 않았다.

"늦었습니다."

그의 손이 그녀의 뺨 가까이에서 멈췄다. 닿기 전 한순간, 허락을 구하듯 숨을 멈추었다가, 아주 조심스럽게 피와 빗물을 닦아 냈다.

차가울 줄 알았던 손은 뜨거웠다.

"조금만 버티십시오. 제가 데리고 나가겠습니다."

월령은 묻고 싶었다.

어디로요.

왜요.

왜 이제야 왔어요.

그러나 입에서 나온 것은 말이 아니라 피였다. 위지헌의 얼굴에서 피가 가셨다.

그제야 월령도 느꼈다.

칼날은 아직 목에 닿지 않았으나, 형장으로 끌려오기 전 삼킨 탕약이 이미 속을 태우고 있었다. 황제는 혹시 모를 손길마저 계산해 두었다.

죽음은 칼끝에만 있지 않았다. 이미 몸 안 깊은 곳에서 조용히 문을 닫고 있었다.

"령아."

그가 그녀의 이름을 다시 불렀다. 처음으로, 아무 예도 남기지 않은 목소리였다.

"눈 감지 마. 나를 봐."

이상했다.

그가 그렇게 말하니, 정말 눈을 감고 싶지 않았다. 월령은 힘겹게 손을 들어 그의 젖은 옷자락을 붙잡았다.

검은 옷감 아래에서 낮은 약재 향이 희미하게 스몄다.

살구꽃은 아니었다.

달콤한 기억도 아니었다.

그런데 그 향 아래에서는 숨이 조금 덜 흩어졌다. 위지헌은 그녀를 품에 끌어안았다.

형장의 진흙도, 황제의 시선도 아랑곳하지 않았다. 팔 안에 든 몸이 너무 가벼운 듯, 그의 숨이 한 번 멎었다.

"나는 너를 택했어."

빗소리 사이로 그의 목소리가 떨어졌다. 짧고 낮았으나, 그 말은 황궁의 붉은 담보다 무거웠다.

"늦은 게 아니야. 내가 되돌릴 거야. 이 비도, 이 칼도, 네가 혼자 견뎌야 했던 모든 날도."

그는 그녀가 아직 들을 수 있다고 믿는 사람처럼, 한 글자씩 귀에 심었다.

"다시 봄이 오게 할게. 네가 그 꽃그늘 앞에서, 이번에는 다른 길을 고를 수 있게."

월령은 웃으려 했다.

다정하다 믿은 목소리는 그녀를 죽였고, 차갑다 여긴 침묵은 그녀를 살리려 황명을 거역했다.

어리석었다, 심월령.

너는 참으로 어리석었다.

흐려지는 시야 너머로 위명서가 보였다. 검은 우산을 잃은 용포 위로 빗물이 흘렀다.

화려한 금실 문양 아래, 그의 얼굴만 이상하게 빈약해 보였다. 그 얼굴을 보자, 마지막 남은 체념이 천천히 식었다.

식은 자리에는 분노가 남았다.

만약.

만약 살구꽃이 한 번 더 피어난다면. 그 꽃그늘 아래로 돌아가지 않으리라.

황후의 자리에 앉지 않으리라.

그의 손을 잡지 않으리라.

심가의 이름을 진흙에 묻은 자들을 — 소연화 뒤의 독고연화를, 자녕태후를, 심서윤을, 위명서를 — 하나도 잊지 않으리라.

그리고 이 남자.

제 마지막을 품에 안고도 무너지지 않으려 애쓰는 위지헌을. 이번에는 외면하지 않으리라.

"만약…"

월령이 피 섞인 숨으로 속삭였다. 위지헌이 그녀의 입가에 귀를 기울였다.

"봄이… 한 번만 더 온다면…"

"온다."

위지헌의 팔이 떨렸다.

"내가 오게 할게."

월령은 마지막 힘을 다해 그의 옷자락을 움켜쥐었다.

"저는, 황후가 되지 않겠습니다."

그 말이 끝나자 빗소리가 멀어졌다. 형장의 비명도, 말발굽도, 황제의 외침도 물속에 잠기듯 흐려졌다.

세상은 멀어지는 등불처럼 하나씩 꺼졌다. 마지막으로 남은 것은 위지헌의 목소리였다.

그가 그녀의 이름을 불렀다.

몇 번이고, 몇 번이고.

어둠의 문턱에 손을 걸고 끝내 닫히지 못하게 버티는 사람처럼.

그리고 침묵이 내렸다.

완전한 어둠 속에서, 월령은 문득 살구꽃 향을 맡았다.

너무 먼 봄의 향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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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나를 죽인 황제에게 돌아가지 않겠습니다   256. 내명부의 봄

    세임을 당하는 사람이 할 수 있는 일은, 두 가지였다.숨거나, 보여 주고 싶은 것만 보이거나.월령은 마 어멈을 통해, 저쪽이 물어 온 종이에 답을 돌려보냈다. 왕부의 안주인은 요즘 내명부 다회에 든다는, 사실이되 무해한 답이었다. 감출 것을 감추려면, 감춰도 될 것 하나는 먼저 내주어야 했다.그러고는, 제가 세일 차례를 세는 대신 저쪽을 세러 궁으로 들었다.*두 번째 다회에서, 월령은 지난번보다 더 오래 앉았다.말은 여전히 아꼈다. 다만, 지난번에 그려 둔 자리의 지도를 다시 폈다. 누구의 처소가 밤에 조용하고, 누구의 처소가 밤에 문을 여는지.류담희가 그 곁에서, 여전히 웃음을 감추지 못하고 재잘거렸다."왕비마마, 저는 밤에 잠이 없어서요. 청화각 뒤뜰에 앉아 있으면, 가끔 다른 처소 가마 나가는 소리가 들려요.""가마가, 밤에 나가더냐.""예. 한 처소가 사흘에 한 번쯤, 밤에 가마를 내보내요. 표도 없이요. 저는 그게 신기해서, 세어 봤어요."류담희는 그 말을 아무 셈 없이 했다. 신기한 것을 신기하다 말하는 얼굴이었다.월령은 그 말을 아무 무게 없이 받았다. 다만, 사흘에 한 번이라는 말을 마음에 눌러 두었다.석중이 남쪽 절터에 드는 것도, 사흘에 한 번이었다.우연일 수도 있었다. 궁의 어느 처소가 밤에 가마를 내보내는 사흘과, 성 밖의 사내가 절터에 드는 사흘이 그저 나란히 놓인 것일 수도 있었다.그러나 월령은 우연을 셈에 넣지 않는 법을 오래전에 배웠다. 두 개의 사흘이 같은 걸음으로 도는 것을, 우연이라 부르기에는 걸음이 너무 고왔다.*월령은 그 처소를 바로 짚지 않았다.류담희의 뒤뜰에서 보이는 처소는 하나가 아니었다. 밤에 가마를 내보내는 처소가 어디인지를 짚으려면, 한 번의 다회로는 부족했다.다만, 궁 안에 사흘에 한 번 밤 가마를 내보내는 처소가 있고, 그 가마가 표를 떼고 남쪽 절터에 든다는 것만은 두 개의 점으로 이어졌다.월령은 그 두 점을 장부에 적지 않았다. 궁 안의 일을 종이에 적으면, 그 종이가

  • 나를 죽인 황제에게 돌아가지 않겠습니다   255. 절터의 가마

    강무진이 남쪽 절터를 멀리서 지킨 지, 이레가 지났다.이레 동안, 절터에는 사람이 끊이지 않았다. 병을 얻은 자들이 향 대는 어른을 찾아 들었고, 그 앞에서 갓을 벗었다. 석중은 그 문을 지키는 자들 가운데 하나였다.강무진은 그 어른의 얼굴을 아직 보지 못했다. 향 대는 어른은 낮에 나오지 않았다. 사람을 들일 때도, 발을 드리운 안쪽에서만 말했다.강무진은 조바심을 내지 않았다. 그림자로 사는 자의 이레는, 조바심으로 세는 이레가 아니었다. 그는 절터 건너 마른 갈대밭에 몸을 낮추고, 드는 자와 나는 자를 하루하루 세었다.병을 얻어 드는 자들의 얼굴에는 절박함이 있었다. 나오는 자들의 얼굴에는, 절박함 대신 옅은 홀림이 있었다. 향 한 대에 병이 낫는 것이 아니라 향 한 대에 마음이 기우는 것임을, 강무진은 그 얼굴들에서 보았다.*이레째 저녁, 절터에 가마 하나가 들었다.병을 얻은 백성의 가마가 아니었다. 휘장이 깨끗했고, 가마꾼의 걸음이 훈련된 걸음이었다.강무진은 그 가마를 오래 보았다.궁에서 나온 가마였다. 다만 궁의 어느 처소에서 나왔는지를 알리는 표는, 떼어 내고 있었다. 표를 뗀 가마는, 보이면 안 되는 걸음을 하는 가마였다.가마가 절터 앞에 멎자, 향 대는 어른의 발 안쪽에서 사람이 나와 그 가마를 맞았다. 백성을 맞을 때와 걸음이 달랐다. 허리가 더 깊이 숙여졌다.병자를 맞던 향집이, 그 가마 하나에만은 예를 갖추고 있었다. 병을 고치러 온 가마가 아니라, 향집이 받드는 윗사람의 가마라는 뜻이었다.가마는 향 대는 어른의 발 안으로 들었다가, 향 한 대가 탈 동안 머물고 나왔다.강무진은 그 가마를 뒤쫓지 않았다. 뒤쫓으면, 절터가 왕부의 눈을 알아챘다. 다만 그 가마가 성문 어느 쪽으로 드는지만, 멀리서 세었다.가마는, 궁성 쪽으로 들어갔다.*그 밤, 강무진이 왕부에 낮게 옮겨 왔다."절터에 궁의 가마가 들었습니다. 표를 뗀 가마였습니다."월령은 그 말을 오래 들었다.향 대는 어른의 절터에, 궁의 사람이 몰래 다녀

  • 나를 죽인 황제에게 돌아가지 않겠습니다   4. 결

    해시가 가까워질 무렵, 남쪽 연못에는 안개가 내려앉았다.봄밤의 안개는 사람을 해치지 않는 얼굴을 하고 있었다.얇고 희어서, 손을 뻗으면 손바닥 위에서 곧장 풀어질 듯했다.그러나 그 안에 오래 서 있으면 숨이 조금씩 낮아졌다.물 위의 달도,버드나무 아래 그림자도,멀리 별채 처마에 걸린 등불도 한 겹씩 지워졌다.소리가 먼저 숨었다.벌레 우는 소리는 물가의 돌 틈으로 잦아들었고, 회랑 아래 고인 밤공기는 젖은 약재처럼 싸늘했다.월령은 회랑의 어둠 속에 서 있었다.흰 장삼 위에 짙은 남색 겉옷을 걸쳤다. 밤 안으로 스며

  • 나를 죽인 황제에게 돌아가지 않겠습니다   5. 뼘

    그 말은 아직 공중에 있었다.그대가 내 곁에 있다면.이 황궁도 외롭지 않을 것 같군요.위명서의 목소리는 살구꽃잎처럼 가볍게 내려앉았다.너무 가벼워서, 처음 듣는 사람은 그것이 칼집에 숨은 소리라는 것을 모를 터였다.한때의 월령도 몰랐다.그녀는 그 말을 오래 품었다. 황궁의 붉은 담 안에 한 사람의 온기를 들이면, 그 외로움이 조금은 녹을 줄 알았다.높은 처마와 긴 회랑과 밤마다 닫히는 문들 사이에 자신이 봄을 들일 수 있을 줄 알았다.이제는 안다.황궁의 외로움은 사람 하나로 채워지는 것이 아니었다.사람 하나를 삼

  • 나를 죽인 황제에게 돌아가지 않겠습니다   2. 향

    살구꽃 향이 났다.빗물에 젖은 진흙 냄새도, 목 안쪽을 태우던 비린 독향도 아니었다. 부드럽고 희미했다. 오래 닫혀 있던 창문 틈으로 먼 봄이 숨을 죽이고 들어오는 듯했다.심월령은 숨을 들이켰다.그리고 곧바로 기침을 토했다."아가씨!"누군가 비명을 질렀다.월령은 손으로 목을 움켜쥐었다. 칼날이 닿기도 전부터 속을 태우던 열기가 아직 목 안쪽에 남은 것 같았다. 피와 비가 뒤섞이던 형장의 냄새가 혀끝에 되살아났다.아니.칼이 아니었다.그녀를 끝까지 붙들고 놓지 않던 것은 칼날보다 조용한 것이었다. 탕약의 밑바닥에 가라앉

  • 나를 죽인 황제에게 돌아가지 않겠습니다   1. 흰

    비가 내렸다.그러나 비는 피 냄새를 씻어 내리지 못했다.젖은 흙은 피를 먹은 뒤 오래된 쇠처럼 비렸다. 낮은 돌계단 틈마다 붉은 물이 고였고, 빗방울은 그 위에 닿을 때마다 잘게 부서져 흩어졌다. 형장 둘레에 몰린 백성들은 숨조차 함부로 쉬지 못했다. 누군가의 젖은 소매에서 눅눅한 마 냄새가 났고, 멀리 황궁 쪽 붉은 담은 비안개에 잠겨 마치 아직 마르지 않은 상처처럼 서 있었다.심월령은 그 붉은 담을 보다가, 천천히 시선을 내렸다.무릎이 진흙 속에 반쯤 잠겨 있었다.한때 대연에서 가장 고운 비단만 몸에 두르던 황후의 무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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