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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칼

Author: moominkiller
last update Petsa ng paglalathala: 2026-05-23 23:20:08

"살려 주십시오."

월령이 속삭이자, 위명서의 눈에 옅은 빛이 스쳤다. 끝내 그녀가 무너졌다고, 사랑이 아니어도 두려움 앞에서는 모두 무릎을 꿇는다고 여겼을지도 몰랐다.

월령은 진흙 속에서 손끝을 움켜쥐었다. 흰 소매 안쪽으로 손톱이 손바닥을 눌렀다.

"아란을. 그 아이만은 살려 주십시오."

위명서의 얼굴에서 빛이 사라졌다.

대답은 돌아오지 않았다.

그 침묵만으로 충분했다.

이미 늦었구나.

황제는 처음부터 누구도 살릴 생각이 없었다. 목숨을 저울에 올려 흥정하는 사람이 아니라, 저울 자체를 손에 쥔 사람이었다.

"시각이 되었습니다, 폐하."

형부상서가 젖은 관복을 끌며 머리를 조아렸다. 위명서는 더 이상 월령을 보지 않았다.

소매 끝에 묻은 먼지를 털듯, 가볍게 손을 들었다. 그 손짓 하나에 처형인이 움직였다.

월령은 눈을 감지 않았다.

마지막까지 보리라 했다.

자신을 버린 황제의 얼굴을. 충신의 피를 먹고도 태연한 붉은 담을.

그리고 기억하리라.

눈을 감아도 잊지 않으리라.

칼날이 들어 올려졌다.

빗물이 칼등을 따라 흘렀다. 그 얇은 빛이 눈앞에 닿는 순간, 형장 밖에서 땅이 울렸다.

처음에는 천둥인 줄 알았다. 그러나 천둥은 그렇게 일정하게 달려오지 않는다.

쇠붙이가 부딪치는 소리를 내지 않고, 말의 콧김과 군화의 진동을 데려오지 않는다.

"북경군이다!"

누군가 외쳤다.

군중이 갈라졌다.

검은 갑옷의 기병들이 형장으로 밀려들었다. 우산이 뒤집혔고, 호위병들이 검을 뽑았고, 형부의 관리들이 젖은 종잇장처럼 질려 물러났다.

그 선두에 한 남자가 있었다.

위지헌.

대연의 섭정왕.

선황의 아우이자 현 황제의 숙부.

북쪽 변경을 침묵시킨 왕.

황궁 안에서조차 이름을 낮춰 불러야 하는 사람. 월령이 황후로 있던 세월 동안 단 한 번도 마음을 놓고 마주한 적 없는 남자.

그가 빗속을 가르고 달려오고 있었다. 흑마가 계단 앞에서 앞발을 들었다.

위지헌은 말이 멈추기도 전에 뛰어내렸다. 검은 장포는 빗물에 무겁게 젖었고, 허리의 장검은 이미 뽑혀 있었다.

"위지헌! 여기가 어디라고 감히 군사를 이끌고 드느냐!"

위명서가 처음으로 목소리를 높였다. 위지헌은 황제를 보지 않았다.

그의 시선은 월령에게 박혀 있었다. 월령은 그 눈을 보고 숨을 멈췄다.

그는 늘 차가운 사람이었다. 황제 앞에서도 등뼈를 굽히지 않는 왕.

연회에서 누구와도 쉽게 잔을 나누지 않던 사람. 그녀가 황후가 된 뒤에도 예를 다했으되, 그 예에는 온기가 없었다.

그런데 지금 그는, 무너지는 순간까지 자세만은 흐트러뜨리지 않는 사람의 얼굴을 하고 있었다. 늦었다는 것을 이미 아는 얼굴이었다.

"칼을 치워라."

낮은 목소리였다.

처형인의 손이 떨렸다.

"짐의 명이다. 폐후 심씨의 형을 집행하라."

위명서가 이를 악물었다.

처형인이 다시 칼을 들어 올렸다. 다음 순간, 빗속에 은빛 선 하나가 그어졌다.

월령의 머리 위로 떨어지려던 칼날이 허공에서 튕겨 나갔다. 처형인이 비명을 지르며 쓰러졌고, 그 손목에서 솟은 피를 빗물이 곧장 돌계단 아래로 끌고 갔다.

위지헌은 어느새 월령의 앞에 서 있었다.

검끝에서 피가 떨어졌다.

"한 번만 더 황후께 손을 대면."

그가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오늘 이 형장에 살아 돌아갈 자는 없다."

사람들이 숨을 삼켰다.

월령은 그 넓고 곧은 등을 바라보았다. 피와 철 냄새가 뒤엉킨 한복판에서, 이상하게도 아주 낮은 향이 스쳤다.

젖은 나무와 식은 차, 오래된 약재 같은. 꽃향을 부르지 않는 서늘한 기척이었다.

그가 왜 왔는지 알 수 없었다. 심가가 무너질 때도, 그녀가 곤원전에서 끌려 나올 때도, 아란이 불길 속으로 사라질 때도 그는 보이지 않았다.

어쩌면 있었는데, 그녀가 황제만 바라보느라 — 제 벼랑으로 데려간 손을 끝까지 붙잡고 있느라 — 보지 못했을 뿐인지도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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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나를 죽인 황제에게 돌아가지 않겠습니다   5. 뼘

    그 말은 아직 공중에 있었다.그대가 내 곁에 있다면.이 황궁도 외롭지 않을 것 같군요.위명서의 목소리는 살구꽃잎처럼 가볍게 내려앉았다.너무 가벼워서, 처음 듣는 사람은 그것이 칼집에 숨은 소리라는 것을 모를 터였다.한때의 월령도 몰랐다.그녀는 그 말을 오래 품었다. 황궁의 붉은 담 안에 한 사람의 온기를 들이면, 그 외로움이 조금은 녹을 줄 알았다.높은 처마와 긴 회랑과 밤마다 닫히는 문들 사이에 자신이 봄을 들일 수 있을 줄 알았다.이제는 안다.황궁의 외로움은 사람 하나로 채워지는 것이 아니었다.사람 하나를 삼

  • 나를 죽인 황제에게 돌아가지 않겠습니다   3. 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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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나를 죽인 황제에게 돌아가지 않겠습니다   1. 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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