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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원의 딸들
낙원의 딸들
Autor: 설다

1화

Autor: 설다
last update Data de publicação: 2026-04-07 13:52:49

이 거대한 궁정의 밤은 언제나 균열 없이 완벽했다.

창밖으로 흘러 들어오는 달빛은 황금빛 황궁을 유령처럼 차갑게 비추었지만, 이 빛조차 닿지 못하는 어둠 속에서 레위는 홀로 침잠했다.

그의 처소는 침실이라기보다 거대한 관(棺)에 가까웠다.

마흔이 넘은 나이의 황제.

제국의 가장 강력한 심장인 그에게서 느껴지는 것은 끓어오르는 권력의 열기가 아닌, 영원히 녹지 않는 빙하의 냉기였다.

16년 전 그날, 유리디체 황후가 발코니에서 뛰어내리며 스스로 생을 마감했을 때.

그때 레위의 영혼도 함께 부서져 내렸다.

세상은 유능하고 냉철한 황제의 가면만을 보았지만, 그 가면 아래의 실체는 매일 밤마다 들이키는 독한 술과 진정제의 쓴맛으로 겨우 지탱되는 공허한 허물이었다.

어둠이 짙게 깔린 방 안에 앉아 황제는 늘 그렇듯 텅 빈 허공을 응시했다.

황태자 아이아스와 똑같이 차가운 하늘색 눈이었지만, 그 안에는 깊은 심해처럼 허무함만이 맴돌았다.

깊은 피로로 인해 왼쪽 눈 밑의 흉터는 더욱 선명하게 그림자를 드리웠다.

흉터는 단순한 육체의 상처가 아니었다.

그것은 그의 이성의 경계에 내려앉은 균열이었고, 그의 정신병이 나날이 깊어지고 있음을 증명하는 어두운 표식이었다.

“...유리디체.”

환영이었다.

혹은 유령.

발코니의 난간끝에 위태롭게 서서 길고 검은 머리칼을 휘날리던 그녀의 모습.

그리고 그 차가운 얼굴에 드리웠던, 그를 향한 뼛속 깊은 증오와 경멸.

그 모든 것이 그의 눈앞에서 선명하게 재현되었다.

레위는 목이 타는 갈증에 허우적거리며 협탁 위의 술잔을 집어 들었다.

알코올이 타는 듯한 고통을 주며 식도를 넘어갈 때마다 환영은 잠시 희미해졌다.

하지만 잠은 오지 않았다.

진정제를 잔뜩 삼켜야만 그는 겨우 몇 시간의 피폐한 휴식을 얻을 수 있었다.

그의 침실은 생명력이 모두 빨려나간 사막의 오아시스 같았다.

아침 해가 궁정의 창문을 비집고 들어와 어둠 속에 갇혀 있던 황제의 처소를 깨우는 순간이 있었다.

레위가 겨우 생기를 되찾는 순간.

그것은 오직 아델 드 에스테반 황녀를 만날 때뿐이었다.

아델은 그의 황궁에 드리워진 긴 밤을 끝내는 새벽별과 같았다.

레위는 굳게 닫혀 있던 마음의 문을 열고 딸의 처소로 향했다.

성년이 된 아델은 실로 눈부셨다.

레위를 전혀 닮지 않고, 죽은 황후를 그대로 빼다 박은 외모.

길게 구불치는 밤하늘처럼 검은 흑발, 빛나는 회색 눈, 그리고 흠잡을 데 없이 눈처럼 새하얀 피부.

레위는 그녀를 볼 때마다 과거의 죄와 현재의 구원을 동시에 느꼈다.

만약 유리디체가 선황의 학대를 받지 않고, 그에게 강간당하는 비극을 겪지 않았다면.

이토록 귀한 황녀로 애지중지 자랐다면, 아마도 아델처럼 찬란하게 빛났을 것이다.

“아바마마!”

아델이 해맑게 웃으며 그에게 달려왔다.

표정과 손짓 하나하나에 묻어나는 사랑스러움과 천진난만함이 레위의 공허한 눈동자에 잠시나마 생기를 불어넣었다.

우아하고 가냘픈 몸은 훌쩍 자랐지만, 여전히 그에게는 손 안의 작은 새와 같았다.

레위는 마치 귀한 보물을 다루듯 조심스럽게 딸을 안아 올렸다.

“잘 잤니, 나의 아델. 밤새 악몽은 꾸지 않았고?”

“네! 아바마마께 선물해주신 예쁜 인형이랑 같이 잤더니 좋은 꿈을 꿨어요.”

레위는 그녀의 이마에 입을 맞추고 평소처럼 화장대 앞에 앉혔다.

오늘 아침, 다른 시녀들은 모두 물러났다. 레위가 직접 딸의 머리를 만져줄 차례였다.

그는 빗을 들어 조심스럽게 아델의 흑발을 빗었다.

굵고 풍성한 검은 머리채가 그의 거친 손가락 사이로 비단처럼 흘러내렸다.

이 의식은 레위에게 단순한 부성애를 넘어선, 과거와의 연결고리이자 속죄의 행위였다.

옛날에, 아주 어릴 적에, 유리디체의 머리를 땋아주던 때처럼.

증오와 멸시만이 가득했던 죽은 아내의 얼굴이, 지금은 순수한 애정과 신뢰로 가득한 아델의 얼굴로 바뀌었다.

레위는 천천히 그러나 섬세하게 머리를 땋기 시작했다.

그의 손은 황제의 서명을 휘갈기던 손이 아닌, 과거의 상실과 현재의 헌신을 표현하는 예술가의 손과 같았다.

“오늘 다과회에 미하엘이 온다고 했지. 불편하면 말하렴. 짐은 억지로는 네 곁에 누구도 두지 않을 것이다.”

아델은 그의 손길을 즐기며 말했다.

“괜찮아요, 아바마마. 미하엘은 좋은 사람인걸요. 하지만... 저는 평생 아바마마와 오빠 곁에서 함께 살고 싶어요.”

그녀의 말은 순수한 애교였지만 레위의 심장에는 깊은 울림을 주었다.

평생...

딸에게는 이 제국을 다 주어도 아깝지 않다고 생각하는 레위에게 그 말은 절대적인 헌신을 향한 족쇄이자 그가 살아야할 유일한 이유였다.

아델의 부탁이라면 하늘의 별이라도, 심지어 이깟 황제의 자리라도 기꺼이 내어줄 수 있었다.

레위가 잠들지 못하는 밤.

황궁의 다른 한편에서는 아이아스 드 에스테반 황태자가 깨어 있었다.

갓 스물을 넘긴 아이아스는 아버지와 놀라울 만큼 닮았다.

훤칠하게 큰 키와 차가운 인상.

그러나 레위보다 조금 더 호리호리한 체형이었고, 아버지처럼 눈 밑에 깊게 패인 흉터가 없다는 점만이 그들을 구분하는 유일한 차이였다.

아이아스의 밝은 하늘색 눈은 레위의 눈을 그대로 빼닮았으나 공허함은 존재하지 않았다.

대신 고귀한 혈통과 황태자의 지위에서 우러나는 우아함, 오만함, 그리고 냉랭함만이 가득했다.

그의 성격은 아버지를 닮아 총명하고 냉철했지만, 레위가 가진 어딘가 천박하고 무례한 분위기는 찾아볼 수 없었다.

그는 태생부터 완벽한 황태자였다.

그의 방은 서늘했다.

아이아스는 창가에 기대어 밖을 내려다보았다.

그의 시선은 어둠에 잠긴 정원에 멈추지 않고, 언제나처럼 멀리 떨어진 아델의 처소에 닿아 있었다.

그가 유일하게 애정과 다정함을 쏟는 대상은 하나뿐인 여동생 아델뿐이었다.

그의 아델을 향한 애정은 이제 잘못된 집착의 경계를 위험하게 넘나들었다.

극도로 화가 났을 때 때조차, 아이아스는 아델에게만큼은 완벽하게 자상하고 다정한 오빠를 연기했다.

아버지에게는 철저하게 예의를 갖추고 ‘폐하’라고 부를 뿐 친부자 사이라고는 생각하기 어려울 만큼 냉담했지만, 아델에게는 무한한 애정을 담아 이름을 불렀다.

아이아스는 길쭉한 손가락을 천천히 펴보았다.

이 손으로, 그는 매일 밤 그녀의 침실에 몰래 들어갔다.

달빛이 비추는 아델의 침실은 신전처럼 고요했다.

아델은 새하얀 이불 속에 파묻혀 깊은 잠에 빠졌다.

아이아스는 그녀의 침대 옆에 무릎을 꿇고 앉았다.

그의 눈은 여동생의 자는 얼굴을 응시하며 끓어오르는 갈망과 갈증으로 채워졌다.

그는 조심스럽게, 세상의 어떤 보물보다 소중한 것을 만지듯 그녀의 부드럽고 따뜻한 입술에 손가락을 가져갔다.

그의 손가락 끝에 닿은 아델의 입술은 붉은 장미의 꽃잎처럼 섬세하고 보드라웠다.

나의 아델.

아이아스의 심장은 고요한 정욕 속에서 폭주했다.

그녀는 너무나 아름답고 너무나 순수하며 너무나 자신에게만 의존했다.

이 완벽한 존재를 향한 그의 갈망은 고통스러울 정도로 강렬했다.

그것은 순수한 오빠의 감정을 넘어선, 소유욕과 독점욕으로 뒤섞인 어둠이었다.

그는 자신이 느끼는 이 감정이 얼마나 부도덕하고 위험한지 알고 있었지만, 그녀의 존재 자체가 그의 냉철한 이성을 마비시켰다.

“나는 네가 필요해, 아델.”

아무도 들을 수 없는 낮고 쉰 목소리가 그의 입술 사이로 새어 나왔다.

그는 손가락을 천천히 떼어냈고, 공허한 만족감과 더욱 커진 갈증을 동시에 느끼며 아델이 깨기 전에 그림자처럼 그녀의 방을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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Último capítulo

  • 낙원의 딸들   13화

    아버지의 발작과 혼수상태는 아델에게 충격을 주었으나, 아이아스와의 금지된 관계는 그 충격을 잊게 해주는 안락하고 새로운 세계를 제공했다.아델은 오빠와의 관계에 대해 죄책감을 느끼지 않았다.그녀에게 황제와 황태자의 애정은 이 제국에서 가장 고귀한 존재인 자신이 당연히 누려야 할 특권이자 공기처럼 필수적인 것이었다.그녀의 잔혹함은 여기에 있었다.타인의 광적인 사랑과 헌신을, 자신의 고귀함을 증명하는 당연한 자양분으로 여기는 것.아이아스와의 관계는 무너진 세계를 다시 세우는 유일한 기둥이었다.그의 품은 아버지의 광기가 미치지 못하는 완벽하게 안전한 성역이었다.그리고 그 품속에서 느끼는 격렬한 쾌락은 그녀의 불안을 완전히 잠재워 주었다.아델은 이제 아이아스의 왜곡된 사랑과 집착을 자신에 대한 절대적인 헌신으로 받아들이고 완전히 수용했다.아델의 흑발에는 늘 아이아스가 갖다바친 온갖 보석이 휘황찬란하게 빛났고 그녀의 눈에는 그 누구에게도 허락되지 않은, 오직 아이아스만이 주는 만족감이 깃들었다.한번 금지된 선을 넘어버린 아이아스와 아델은 서로의 육체에 정신없이 빠져들었다.아델을 향한 아이아스의 갈망과 욕구 그리고 사랑은 이제 통제 불가능한 지경에 이르렀다.그는 그녀의 순수한 수용과 무죄함에 더욱 광분했고, 그녀는 그의 뜨거운 열망 속에서 자신의 존재가 가장 고귀하게 빛난다고 느꼈다.황제는 여전히 깊은 혼수상태에 빠졌다. 아이아스는 섭정 황태자로서 제국의 모든 권력을 완전히 장악했다.그는 아델의 주변을 철저히 통제했다.헬름 경과 같은 레위의 직속 신하들은 모두 좌천되거나 감시받았고, 아델의 시녀들까지 모두 아이아스가 심어놓은 인물들로 교체되었다.아이아스는 모든 쓸데없는 정보를 아델에게서 차단했다.황제의 상태, 미하엘의 추방 사유, 레오노라와의 관계 등 아델이 알면 불안해하거나 의문을 품을 만한 모든 것들을 완벽하게 걸러냈다.그는 아델의 침실을 자신의 처소처럼 드나들었다.섭정으로서의 공무를 끝마친 후 아이아스가 가장 먼저 찾는 곳은 언제나

  • 낙원의 딸들   12화

    그녀의 새하얗고 탐스럽게 커다란 젖가슴이 달빛 아래 드러나자 아이아스의 눈빛은 더욱 격렬하게 타올랐다.완벽한 대리석 조각처럼 아름다운 몸.그는 그녀의 가슴골에 얼굴을 묻고 깊게 숨을 들이마셨다.그녀의 달콤한 체향에 그는 이성의 끈을 완전히 놓아버렸다.“아아...” 아델은 나지막이 신음 소리를 냈다. 수치심이 아닌, 낯선 감각에 대한 놀라움이었다.아이아스는 그녀의 젖꼭지를 혀로 부드럽게 핥았다.그녀의 가슴은 그의 입 안에서 부드럽게 출렁거렸고, 젖꼭지는 단단하게 솟아올랐다.“오빠...”아델이 속삭였다.아이아스는 그녀의 부러질 듯이 가는 허리를 감싸 안고 그녀의 아랫배와 음부로 향했다.그녀의 음부는 완벽하게 감춰졌다. 그는 아델의 허벅지를 부드럽게 쓸어 올리며 밑을 애무했다.그의 손가락이 그녀의 입구와 음핵을 조심스럽게 건드리자, 아델은 몸을 움츠렸다.“아!”짧은 신음이 그녀의 입술 사이로 새어 나왔다.“아파? 나의 아델. 아프지 않게 해줄게. 긴장 풀고 오빠만 바라봐.” 아이아스는 부드럽고 자상하게 속삭이며 그녀를 안심시켰다.아이아스는 밑으로 내려가 음핵을 혀로 부드럽게 애무했다.“아... 흐윽...”아델의 신음소리는 점차 커지고 길어졌다.그녀의 몸은 격렬하게 떨리기 시작했고, 음부는 촉촉하게 젖어들었다.아이아스는 자신의 옷을 벗어던지고 아델의 몸 위에 자리 잡았다.새하얗고 부드러운 몸과 그의 탄탄한 몸이 맞닿는 감촉은 짜릿했다.그는 아델의 다리를 조심스럽게 벌렸다.그녀의 입구는 아직 닫혔고, 떨고 있었다.“괜찮아, 아델. 조금 아플 거야. 하지만 곧... 너는 오빠가 주는 쾌감을 알게 될 거다.”아이아스는 자신의 성기를 그녀의 입구에 조심스럽게 맞추었다.그는 천천히, 그리고 조심스럽게 밀어 넣기 시작했다.첫경험이라 굳게 닫혀 있어 성기는 잘 들어가지 않았다.“아... 아윽! 오빠, 아파...!” 아델은 고통에 물을 글썽였다.아이아스는 그녀의 이마에 입을 맞추며 사랑하는 여동생의 투정을 달래주었다. “미

  • 낙원의 딸들   11화

    충격으로 온몸의 힘이 빠진 아델은 시녀들의 부축을 받아 자신의 침실로 돌아왔다.그녀의 새하얀 몸이 얇은 잠옷 아래에서 덜덜 떨렸다. 아델은 침대에 엎드려 소리 없이 펑펑 울었다.제국에서 가장 고귀하고 강한 두 남자, 황제와 아이아스 황태자가 세워준 그녀의 세계는 안락하고 완벽하고 따뜻했다.그녀는 그들의 사랑 속에서 한 점의 불행도 알지 못했다.그러나 아버지의 발작은 그녀가 평생 외면하고 싶었던 황궁의 어둠, 그리고 레위의 깊은 정신병을 그녀에게 강제로 보여주었다.그녀의 울음은 소리 없는 절규였다.아델의 새까만 흑발은 눈물로 젖어 얼굴에 들러붙었고 그녀의 부러질 듯이 가는 몸은 흐느낌에 따라 크게 흔들렸다.한참을 그렇게 울고 있을 때 침실 문이 조용히 열렸다.걱정이 되어 아델을 살펴보러 온 아이아스였다.그는 냉철한 황태자의 가면을 벗고, 오직 아델을 향한 지독한 애정만을 품은 한 사내의 모습으로 그녀에게 다가왔다.“아델.” 아이아스는 낮은 목소리로 그녀의 이름을 불렀다.아델은 울음을 멈추지 않고 고개를 들었다.눈물로 얼룩진 그녀의 얼굴은 초상화 속에 그려진 어머니의 슬픔과 잠시 겹쳐지는 듯했다.“오... 오빠.”아델은 비틀거리며 침대에서 내려와 아이아스에게 달려갔다.그녀는 아이아스의 품에 안겨 더욱 서럽게 흐느꼈다.“오빠... 무서워. 아바마마가... 나를 알아보지 못했어. 너무 무서워...”아이아스는 그녀의 가냘픈 몸을 단단하게 끌어안았다.달콤한 체향이 훅 끼쳐왔고, 부드럽고 따뜻한 살결의 감촉이 그의 단단한 몸에 감겨왔다.이 감촉과 향기는 아이아스가 매일 밤 몰래 갈망해왔던, 바로 그것이었다.그의 심장은 격렬하게 요동쳤다.레위의 붕괴는 아이아스에게 모든 통제권과 권력을 넘겨준 것이나 다름없었다.이제 아무도 그를 방해할 수 없다.아이아스는 아델의 흐느낌을 들으며 부드러운 흑발을 떨리는 손으로 쓰다듬었다.그의 이성은 순식간에 마비되었다.레위의 발작과 광기는 아이아스가 품고 있던 금지된 욕망을 정당화시키는 방아쇠가

  • 낙원의 딸들   10화

    혼식이 끝나고 며칠 후.레위는 마지막 계획을 실행에 옮기기 위해 밤중에 은밀하게 움직였다.그는 가장 신뢰하는 신하인 헬름 경을 궁전 뒤편의 비밀 통로로 불렀다.레위의 얼굴은 창백하고 수척했지만, 그의 눈은 필사적인 결의로 빛났다.그는 헬름 경에게 문서가 담긴 봉투를 건넸다.“헬름 경. 이 문서를 아델이 성년이 되는 날 그애에게 전달해 주게. 짐은... 짐은 아이아스에게서 아델을 지켜야 해. 아이아스는 짐과 똑같은 병에 걸렸다! 짐은 아델을 그놈에게 줄 수 없어!” 레위는 잔뜩 쉰 목소리로 속삭였다.헬름 경은 황제의 정신 상태가 매우 위험하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황제의 눈빛에서 느껴지는 간절함과 아델 황녀를 향한 진실된 부성애를 외면할 수 없었다.“폐하, 명심하겠습니다.”헬름 경이 황궁을 빠져나가는 순간 아이아스가 그림자처럼 그의 앞에 나타났다.아이아스는 황제의 이상 행동과 은밀한 호출을 수상하게 여겼다. 그의 냉철한 지성은 아버지의 마지막 발악을 예감했다.“헬름 경. 밤늦게 어딜 그리 서두르십니까? 폐하를 뵙고 오신 듯한데 제게는 보고하실 것이 없습니까?” 아이아스는 차가운 미소를 지었다.그의 하늘색 눈동자는 헬름 경의 손에 들린 봉투에 향했다.헬름 경은 경직되었다. 황태자의 시선은 칼날처럼 날카로웠다. 그는 굴욕적으로 고개를 숙였다.“황태자 전하. 폐하께서는 저에게... 와병 중에 필요하신 약품의 목록을 전달하셨을 뿐입니다.”아이아스는 헬름 경의 거짓말을 간파했다.황제는 자신에게서 아델을 떼어놓기 위해 마지막 발악을 준비하는 것이 분명했다.“약품 목록이라. 폐하께선 요즘 많이 불안정하십니다. 폐하의 건강에 대한 일은 저에게도 함께 보고되어야 하죠. 그 봉투를 제게 주십시오.”아이아스의 목소리에는 거절할 수 없는 강압적인 힘이 실렸다.헬름 경은 절망적인 눈빛으로 아이아스를 바라보았지만, 황태자의 권위와 그의 뒤에 도사린 냉혹함 앞에서 결국 봉투를 넘겨줄 수밖에 없었다.아이아스는 봉투를 손에 넣고 헬름 경에게 차갑게 경

  • 낙원의 딸들   9화

    레위는 침실에 틀어박힌 채 유리디체의 초상화가 아델에게 보여졌다는 소식을 들었다.아이아스가 자신의 명령을 어기고 아델에게 어머니의 얼굴을 보여준 사실은, 레위에게 엄청난 충격과 함께 아이아스가 자신의 권위를 완전히 무시하고 있음을 재확인시켜 주었다.그는 침대에서 떨리는 몸을 일으켰다.그의 눈 밑 흉터는 분노와 피로로 인해 더욱 짙어졌다.그는 이제 황제가 아닌, 모든 것을 잃은 나약한 아버지에 불과했다.'아이아스. 네놈은 나를 멸시하고 내 딸까지 파멸시키려 든다.'레위는 아이아스가 아델을 향해 품은 병적인 집착이, 과거 자신이 유리디체에게 가했던 폭력적인 소유욕과 똑같음을 깨달았다.그는 유리디체를 파멸시킨 죄를 용서받기 위해서라도, 아델만큼은 이 저주받은 궁정에서 벗어나게 해야 했다.그는 무거운 금고를 열어 양피지 한 장을 꺼냈다.그것은 레위가 자신이 황제로서 직무를 수행할 수 없게 되거나 아델에게 해를 끼칠 위험이 있을 경우, 아델이 제국 밖의 안전한 곳으로 망명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하는 내용의 비밀 문서였다.이 문서는 아이아스로부터 아델의 자유를 보장할 수 있는 레위의 마지막 발악이었다.레위는 펜을 들고 맹세하듯 자신의 서명을 휘갈겼다.그의 손은 떨렸지만 의지는 확고했다. 그의 눈동자는 여전히 공허했지만, 아델을 지키려는 부성애만큼은 끓어오르는 용암과 같았다.“유리디체... 짐은 아델을 지킬 것이다. 네가 겪었던 고통을 그녀에게 물려주지 않겠다.”그는 이 문서를 아델이 성년이 되는 날 신뢰할 수 있는 대신에게 전달할 계획을 세웠다.시간이 없었다. 아이아스의 집착이 그녀를 완전히 덮치기 전에.며칠 후 아이아스 드 에스테반 황태자와 레오노라 폰 밀라이터의 공식 약혼식이 황궁의 대연회장에서 거행되었다.화려한 연회장과 대조적으로 식장의 분위기는 미묘하게 차가웠다. 황제가 와병을 이유로 참석하지 않았기 때문이다.아이아스는 황제의 부재 속에 모든 시선이 자신에게 쏠린 상황을 즐기는 듯했다. 그는 완벽한 황태자의 모습으로 레오노라의 곁

  • 낙원의 딸들   8화

    아이아스는 이 모습을 멀리서 지켜보며 만족감을 느꼈다.미하엘은 제거되었다. 아버지는 무력해졌다.아델은 오직 자신에게만 의존하게 될 것이다.아이아스는 아델에게 다가가 레오노라를 차갑게 물리쳤다.“레오노라, 나가. 아델은 나와 할 이야기가 있다.”레오노라는 순순히 물러섰다.아이아스는 아델의 어깨를 감싸 안았다. 그의 손길은 강했고, 그의 눈빛은 소유를 넘어선 광기를 담았다.“봐, 아델. 아무도 널 데려갈 수 없어. 오직 나만이 네 곁에 영원히 있을 수 있단다.”아델은 오빠에게 기대며 행복하게 웃었다.그녀의 미소는, 이 모든 비극의 중심에서 피어난 가장 아름답고 가장 잔혹한 꽃이었다.아이아스는 그녀의 흑발에 입을 맞추었다.그의 집착은 이제 완성 단계에 접어들었다.이 황궁은 완전히 그의 손아귀에 들어왔고 아델은 그의 영원한 감옥 속 가장 아름다운 죄수가 되었다.아이아스가 주도한 숙청은 밀라이터 백작 가의 파멸 대신, 미하엘의 국경 지역 추방으로 마무리되었다.밀라이터 백작가는 충성스러운 유력 귀족 가문이었기에 주요 대신들이 심한 처벌에 반대했기 때문이다.아이아스는 양보할 수밖에 없었으나 미하엘을 아델의 곁에서 영원히 떼어냈다는 사실만으로 만족했다.미하엘은 제국의 변방으로 쫓겨났다.서재에서 이 결정을 통보받았을 때, 아이아스의 얼굴에는 어떤 동요도 없었다. 그는 냉철하게 승리를 받아들였다.추방. 그것으로 충분하다.미하엘 폰 밀라이터는 더 이상 아델에게 아무런 위협도 되지 못한다.그의 집착은 이제 완벽하게 절제된 승리로 포장되었다.그는 황제가 이 절차에 개입하지 못하도록, 황제의 와병을 명분으로 모든 공식 문서를 자신의 손으로 처리했다.그날 오후, 아델은 몸이 좋지 않아 침실에 머물던 레위를 찾아갔다.레위는 여전히 술과 진정제의 영향으로 피폐한 상태였으나 아델이 오자 필사적으로 흐트러진 모습을 감추려 애썼다.“아바마마, 많이 편찮으세요? 제가 아바마마를 위해 연주를 해 드릴게요.”아델은 피아노 앞에 앉아 우아하게 손가락을 움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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