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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화

작가: 설다
last update 게시일: 2026-04-07 13:52:53

다음날 오후 황녀궁의 백합 온실에서 소규모의 다과회가 열렸다. 아델의 생일 즈음을 기념해 황제가 또래의 귀족 영애들을 모아 열어준 자리였다.

레위와 아이아스가 준 생일 선물만으로도 방 하나를 가득 채울 지경이라 아델은 선물을 뜯어보는 일에 이미 지쳐버렸다.

그녀에게 가장 즐거운 일은 선물의 가치보다, 제국에서 가장 강력한 두 남자—아버지와 오빠—가 자신을 향해 쏟아내는 광적인 애정과 헌신 그 자체였다.

온실은 만개한 백합 향으로 가득했다. 아델의 바로 옆에는 그녀의 놀이친구이자 황태자 아이아스의 약혼녀인 레오노라 폰 밀라이터가 앉았다.

“황녀님께서는 정말 축복의 별 아래에서 태어나신 분 같아요.”

레오노라가 아델을 향해 말했다. 그녀의 커다란 헤이즐넛색 눈에는 숨길 수 없는 동경과 열렬한 애정이 담겼다.

레오노라는 아델보다 키가 조금 작았지만, 오빠 미하엘을 닮은 긴 금발 곱슬머리가 햇빛 아래서 빛나는 미인이었다.

그녀의 상냥한 성품은 아델의 해맑음과 완벽하게 조화를 이루었다.

“레아, 재미있는 표현이네. 정말 그렇게 보여?”

아델이 상냥하게 대꾸하며 레오노라의 손을 잡았다.

“네. 아델님은 천사처럼 아름다우시고... 제국에서 가장 고귀하신 분이시니까요. 황제 폐하와 황태자 전하께서는 황녀님이 원하신다면 하늘의 별이라도 따다 주실 분이시잖아요. 황녀님의 남편이 되실 분은 이 제국에서 가장 행운아이실 거예요.”

레오노라의 목소리에는 한 점의 질투도 없었다. 오직 순수한 숭배만이 존재했다.

사실, 레오노라는 아이아스와의 정략결혼을 앞두고 있었으나 그를 사랑하지 않았다.

그녀의 모든 애정과 열망은 오직 아델 황녀에게만 쏠렸다.

아델의 곁에 있을 수 있다면, 그녀의 가족이 될 수 있다면 아이아스의 차가운 무관심이나 어떤 굴욕도 기꺼이 감수할 수 있었다.

그녀에게 아이아스는 아델에게 다가가는 ‘통로’에 불과했다.

“어머, 나는 평생 아바마마와 함께 살고 싶은걸.”

아델이 농담처럼 말했다.

레오노라는 웃었지만 그 웃음 뒤로 미묘한 안도감을 느꼈다.

아델이 결혼을 늦추거나 혹은 영원히 하지 않는다면, 그녀가 아델의 곁을 지킬 수 있는 시간은 그만큼 길어질 테니까.

그때, 미하엘 폰 밀라이터가 온실 문을 열고 들어섰다.

그는 훤칠한 키에 밝은 금발 곱슬머리를 가진 쾌활하고 선량한 미남이었다. 아델의 약혼 상대로 물망에 오르고 있는 청년이었다.

“황녀님, 늦어서 죄송합니다. 레아, 왜 혼자 나와 있어? 황태자 전하께 폐가 되어서는 안 되지.”

미하엘은 예의 바르게 아델에게 인사하고 여동생을 다정하게 걱정했다.

“괜찮아, 미하엘. 레아랑 같이 온실 구경하고 있었는걸.”

아델이 웃으며 말했다.

미하엘은 아델을 향해 진심 어린 연모의 감정을 보였지만 아델은 그에게 큰 관심이 없었다.

그녀에게 쏟아지는 귀족 영식들의 사랑 편지는 편지 전담 시녀를 따로 두어야 할 정도로 이미 넘쳐났다.

하지만 그 진부한 고백들은 아델에게 아무런 감흥도 주지 못했다.

그들의 사랑 고백은 아델에게 시시했고 아델은 편지들을 뜯어보지도 않고 벽난로에 던져버렸다.

모두가 자신을 사랑하는 것이 당연한 세상.

이것이 아델이 레위와 아이아스의 광적인 사랑 속에서 깨달은 진리였다.

이토록 천진난만한만큼이나, 그녀는 자신을 사랑하는 이들에게 아무렇지 않게 상처를 주는 잔혹한 일면을 가졌다.

그것은 유일하게 아버지에게서 물려받은, 세상의 무게를 무시하는 황족의 오만함이었다.

미하엘이 아델에게 예쁜 카나리아가 앉아있는 황금 새장을 선물하며 쾌활하게 말을 걸 때였다.

온실 입구에 아이아스가 나타났다.

그는 미하엘과는 달리 궁정의 어둠을 닮은 듯 검은색 제복을 입었다.

그의 차가운 밝은 하늘색 눈동자는 미하엘을 향해 잠시 멈추었다가 이내 아델에게로 곧장 향했다.

그의 눈빛은 아델에게만은 언제나 깊은 애정과 자상함으로 가득 찼다.

“아델. 미하엘이 벌써 와 있었구나.”

“오빠! 이리 와서 앉아. 미하엘이 귀여운 카나리아를 선물해줬어.”

아델은 오빠를 보자마자 반갑게 손을 내밀었다.

아이아스는 미하엘에게는 형식적인 인사만을 건네고 아델의 곁으로 다가갔다.

그의 눈빛에는 미하엘을 향해 미묘한 불만이 담겼다.

이 자가 나의 아델의 약혼자가 될 수도 있다고?

아이아스는 그 가능성 자체가 역겨웠다.

레오노라는 그들의 모습을 숨죽여 지켜보았다.

아이아스는 그녀의 약혼자였지만, 그는 그녀에게 어떤 관심도 보이지 않았다.

지금 그가 아델에게 보내는 뜨거운 집착의 시선과는 완전히 대비되었다.

‘황태자 전하께서는 황녀님을 사랑하고 계셔. 나처럼.’

레오노라는 생각했다.

아이아스의 사랑은 위험하고 부도덕한 영역에 발을 들여놓고 있었지만, 그녀의 사랑도 그에 못지않게 깊고 병적이었다.

그녀는 아이아스와 정략결혼을 통해 아델의 ‘올케’가 되어 가장 가까운 곳에서 그녀를 평생 숭배할 작정이었다.

“황녀님, 잠시만요.”

레오노라가 아델의 어깨에 내려앉은 꽃잎을 조심스럽게 털어주었다. 그녀의 손길은 마치 성스러운 유물에 닿는 것처럼 경건했다.

아이아스의 시선이 처음으로 레오노라에게로 쏠렸다. 그 시선은 차가웠다.

“레오노라. 미하엘과 이야기 나누고 와.”

그는 명령조로 말했다.

“아델은 나와 잠시 할 말이 있어.”

“네, 황태자 전하.”

레오노라는 고분고분하게 대답했지만 그녀의 마음속은 복잡했다.

아이아스가 아델을 독점하려는 이 시도 자체가 그녀에게는 더욱 강한 결심을 주었다.

‘나는 당신의 아내가 될 것이고, 그렇게 되면 누구보다도 아델님께 가까이 있을 수 있어.’

미하엘과 레오노라가 온실을 나간 후 아이아스는 아델의 곁에 앉아 그녀의 어깨를 감싸고 장밋빛 뺨에 가볍게 키스했다.

온실 가득 퍼지는 백합 향기 속에서, 그의 밝은 눈동자는 어제의 밤처럼 뜨거운 갈증으로 반짝였다.

“아델.”

“응, 오빠.”

아델은 천진하게 오빠에게 기대었다.

그녀에게 아이아스는 세상에서 가장 든든하고 가장 다정하며 가장 아름다운 존재였다. 그녀는 그의 사랑이 얼마나 위험한지 그의 다정함 뒤에 어떤 어둠이 도사리고 있는지 전혀 알지 못했다.

아이아스는 굳게 다문 입술을 가까이 가져가 아델의 새까만 머리칼에 부드럽게 입 맞췄다.

오빠의 순수한 애정표현으로 보였지만, 그에게는 어젯밤의 은밀한 접촉을 대신하는 절제된 갈망이었다.

“네가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 말해. 이 세상의 모든 것을 가질 수 있는 것은 너뿐이야. 아델.”

그의 목소리는 너무나 낮고 부드러웠기에 백합 향과 섞여 온실에 희미하게 울렸다.

이 말은 황제가 그녀에게 하는 말과 정확히 일치했다.

두 남자에게 아델은 단순한 황녀가 아니었다.

그녀는 그들의 삶의 이유였고, 가장 아름다운 집착의 대상이었으며 영원히 벗어날 수 없는 족쇄였다.

그리고 아델은 이 격렬하고 병적인 애정과 헌신을 그저 당연한 특권으로 여겼다.

상냥하고 잔혹한 아델은 이 두 남자의 헌신을 끝없이 빨아들이는 깊은 수렁과 같은 여자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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