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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화

Author: 루에나
“나도 알아봤어. 위에 적힌 내용들 모두 법적으로 합당한 요구사항이야.”

강솔은 재산을 탐내지 않았다.

“그리고 애는... 당신처럼 도덕적으로 문제 있는 사람에게 절대 맡길 수 없어.”

“결혼 5년 동안, 넌 돈을 한 푼도 번 적이 없잖아.”

중현의 목소리는 차갑게 떨어졌다.

“그런데, 왜 내가 번 돈을 절반이나 네게 나눠줘야 해?”

강솔은 담담하게 말했다.

“당신하고 지안이 일상을 내가 다 챙겼어. 먹고 자고 돌보는 모든 걸 다 내가...”

중현의 시선은 싸늘했다.

“그래서?”

‘그래서라니?’

강솔은 처음 보는 사람처럼 낯선 눈빛으로 멍하니 중현을 쳐다봤다.

이윽고 중현이 입을 열었다.

“만약 당신 엄마 병원비를 재산분할로 감당할 생각이라면... 꿈 깨.”

중현은 이혼 서류를 탁자 위에 던졌다.

“무슨 뜻이야?”

강솔의 눈빛이 매섭게 바뀌었다.

“우리 집에 공동 재산이 어딨어?”

그는 담담히 말했다.

“못 믿겠으면, 등기 떼 봐, 계좌를 확인해 보던가...”

갑자기 강솔의 머릿속이 하얘졌다.

짧은 정적, 모든 게 퍼즐처럼 맞춰졌다.

‘그래서였구나.’

처음 남편에게서 낯선 향수가 나던 날부터, 남편은 대비했다.

개인 이름으로 되어 있는 모든 재산을 조금씩 다른 사람 명의로 옮겨 놓았던 것이다.

그러고나서 셔츠 깃에 묻힌 립스틱 자국,

신중한 성격임에도 언론에 퍼진 아연과의 스캔들 사진.

다 의도적이었다.

‘모두 계산된 시나리오였어.’

‘판을 다 짜고, 나한테 들키기만 기다리고 있었던 거야.’

그제야, 중현의 말이 떠올랐다.

“가정은 지켜야지. 밖의 일은... 네가 몰라도 돼.”

그래야 결국 ‘집엔 아내, 밖엔 애인’을 두고,

두 집 살림을 하겠다는 얼토당토않은 요구를 당당하게 내세울 수 있으니까.

‘하중현, 정말 대단하다.’

“됐어.”

강솔은 조용히 숨을 내쉬었다.

“재산 따윈 바라지 않아. 애 양육권만 줘. 사인해”

중현은 망설이지 않았다.

그는 펜을 들어 매끄럽게 자신의 이름을 적었다.

그의 글씨는 여전히 곱고 단정했다.

하지만 지금은 그 모든 게 역겨웠다.

다음 날 아침.

두 사람은 함께 법원으로 향했다.

이혼 접수를 마치기까지, 중현은 단 한 번도 강솔을 붙잡지 않았다.

미안함도 후회도 없었다.

그의 표정은 평소와 다름없이, 완벽하게 정제된 무표정이었다.

서류에 사인을 하며, 강솔은 이런 생각이 스쳤다.

‘이 사람...대체 뭐야?’

‘어떻게 사랑하지도 않는데, 다정한 척 연기하면서 그 오랜 시간 날 속였을까?’

‘우리에게 사랑은, 애초부터 없었던 걸까?’

“이혼 신청이 접수되었습니다.”

접수하는 직원이 차분하게 말했다.

“한 달의 숙려 기간이 있습니다.”

“5월 13일부터 30일 이내에 어느 한쪽이라도 철회 의사를 밝히면...”

“이혼은 무효 처리됩니다.”

“6월 13일부터 7월 12일 사이에 신분증과 관련 서류를 지참해 오면...”

“법적으로 이혼이 확정됩니다.”

두 사람은 각자 ‘접수증’을 받아 들었다.

그 어떤 눈 맞춤도, 말 한마디도 없이.

법원을 나서는 길, 햇볕이 따사로웠다.

강솔은 남편의 차 대신 택시를 탔다.

그러고는 곧장 절친 소담의 집으로 향했다.

이 일을 혼자만 가슴에 묻어두고 있기엔, 가슴이 너무 답답했다.

소담의 아파트.

강솔이 벨을 눌렀다.

막 잠에서 깬 소담이 헝클어진 머리로 문을 열었다.

“뭐야, 얼굴이 왜 그래?”

소담이 눈을 비비며 물었다.

“무슨 일 있었어?”

“나... 이혼했어.”

말은 평온했지만, 속은 갈기갈기 찢어지고 있었다.

진심으로 사랑했던 사람에게 버림받는 건, 죽는 것보다 더 아픈 일이었다.

“뭐? 뭐라고?”

소담의 눈이 동그래졌다.

“장난하지 마. 하중현은 ‘아내 바라기’잖아. 세기의 사랑꾼...”

“넌 그 인간 눈에 보물 같은 존재야. 그런 하중현이 널 놓아준다고? 말이나 돼?”

“진짜야.”

강솔의 눈빛은 흔들리지 않았다.

그제야, 소담은 농담이나 장난이 아니라는 걸 알아챘다.

“대체 무슨 일이야?”

강솔은 천천히 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모든 이야기를 처음부터 털어놓기 시작했다.

이야기를 다 듣고 난 소담은 그대로 폭발했다.

“미친놈 아냐?! 하중현, 진짜 개쓰레기 같은 놈! 어디서 그런 요구를 해?!”

“하중현이 너랑 아연이 친구인 거 알아?”

소담이 물었다.

“응, 알아.”

강솔은 담담히 대답했다.

중현은 결혼 전부터 강솔의 인간관계를 낱낱이 조사해 온 사람이었다.

“알고도 그랬다고?”

소담의 목소리가 높아졌다.

“진짜 돌아이네! 와, 이건 못 참지. 인간 말종 새끼.”

“가자, 당장 찾아가자. 그 인간, 내가 직접...”

“우리 그 인간 근처에 얼씬도 못할 걸?”

강솔이 조용히 되물었다.

소담은 입을 다물었다.

‘그래, 그 새끼 재벌이지. 보통 방법으로는 손끝도 못 대겠지.’

“근데, 정말 그 인간 명의로 된 재산이 하나도 없어?”

잠시 생각하던 소담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혹시 일부러 속이려고 그런 말 한 거 아닐까?”

“이제 그런 건 중요하지 않아.”

강솔의 목소리는 이미 모든 걸 내려놓은 사람 같았다.

“안 중요하다고? 야, 그게 왜 안 중요해?!”

“있다고 해도 괜찮아.”

그녀가 덤덤하게 말했다.

“나, 그 인간 성격 잘 알아. 아마 나한테 단 한 푼도 주지 않을 거야.”

“게다가 소송으로 가면 증거도 부족하고...”

“설사 증거가 있다고 해도 대부분 ‘참고 자료’ 수준이야.”

“법정에서 직접적인 증거로 채택되기 힘들 거야.”

하중현 같은 사람과의 이혼 소송은, 말처럼 단순한 게 아니다.

그는 언제나 치밀했고, 흔적을 남기지 않았다.

아연에게 쓴 돈의 흐름조차 절대 강솔의 손에 들어오지 않게 만들어 둘 사람이다.

결국 강솔이 지금 할 수 있는 건 하나뿐이다.

아이를 데리고 이 지옥 같은 곳을 벗어나는 것.

...

“내 생각엔... 이혼하지 말고...”

소담이 다시 입을 열었다.

“그냥 본처 자리 지켜.”

“그 인간 돈 펑펑 쓰면서, 그 년은 평생 ‘그림자’로 살게 만들면 돼.”

“그게 그 인간이 바라는 거야.”

강솔의 대답은 단호했다.

소담은 할 말을 잃었다.

“아, 그러네. 진짜 돌아버리겠다.”

한때는 하중현을 이 바닥에서 보기 드문 ‘완벽한 남자’라고 생각했다.

이제 와서 생각하니, 이 또한 중현이 철저히 만들어진 이미지였을 뿐이었다.

“그럼 너, 이제 어떻게 할 거야?”

소담이 묻자, 강솔은 짧게 숨을 고르고 대답했다.

“이사부터 할 거야. 자리 잡으면 일자리도 구할 거고.”

“네가 유책 배우자도 아닌데, 네가 왜 거기서 나와?”

소담은 이해할 수 없다는 듯 눈을 부릅떴다.

“지안이 데리고 그대로 살아. 그 인간이 설마 너희들을 내쫓겠어?”

“직접 내쫓진 않겠지. 대신 못 버티게 만들 거야.”

강솔은 어젯밤 일을 곱씹으며 말했다.

‘하중현 그 인간은 생각보다 훨씬 더 잔인해.’

소담은 이를 악물었다.

“진짜 치졸하다. 내가 그런 놈을 인간 대접해 준 게 짜증 나고 억울해.”

강솔은 입술을 다물고 고개를 숙였다.

예전엔 믿었다.

아버지와의 지옥 같은 삶에서 자신을 끌어내 준 사람이라고.

하지만 아니었다.

또 다른 형태의, 더 깊은 수렁에 불과했다.

남은 재산을 들고 도주한 아버지,

재산을 빼돌리고, ‘일부이처제’를 하겠다는 남편.

‘피 한 방울 안 섞여도 이렇게 닮는구나.’

소담은 여전히 어떻게든 강솔을 도와주려 머리를 굴리고 있었다.

“그래도 뭔가 방법이 있을 거야. 법적으로든 언론 쪽으로든...”

그때, 강솔의 핸드폰이 울렸다.

병원이었다.

“여보세요?”

강솔이 급히 전화를 받았다.

[강솔 님, 안녕하세요. 여기는 어머님이 입원해 계신 병원입니다.]

[하 대표님께서 다음 달부터 어머님 치료비 지원을 중단하겠다고 하셨습니다...]

간호사의 목소리가 차분하게 들려왔다.

[가능하시면, 오늘 안으로 병원에 오셔서 추후 치료 방안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시죠.]

강솔의 손끝이 싸늘하게 식었다.

“네, 지금 바로 갈게요.”

짧게 대답하고 전화를 끊었다.

소담이 걱정스러운 눈으로 물었다.

“무슨 일 있어?”

“병원에서 온 전화야. 엄마 문제 때문에 잠깐 다녀올게.”

그녀는 가방을 급히 챙겨 자리에서 일어났다.

...

병원에 도착한 강솔은 주치의의 진료실로 찾아갔다.

주치의 주승현과 함께 있는 사람은, 다름 아닌 하중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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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수정
왜 이렇게 같은 내용들이 많은거지! 이름만 다르고 스토리는 똑같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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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현은 강솔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예전과 다름없이 단정하고 부드러운 분위기였다.“오랜만이에요.”“저와 지난 이야기나 하러 오신 건 아니겠죠.”강솔의 말투는 예전처럼 곧고 담백했다.“우리 엄마가 저를 찾으신다고 하셨어요. 무슨 일인가요?”도현이 물었다.“중현이가 쓰러진 건 알고 있어요?”“알고 있어요.”“돌아가서 중현이를 한번 보세요.”“우리는 이미 이혼했습니다.”강솔은 누구에게나 같은 말을 했다. 감정은 조금도 밖으로 드러내지 않았다.“찾아올 곳을 잘못 오셨어요.”“예전에 제가 강솔 씨와 거래를 이야기했을 때, 강솔 씨는 중현이 목숨만은 살려 두겠다고 약속했잖아요.”도현은 오래전 일을 꺼냈다. 말투는 느긋했고 여전히 온화했다.“그 약속을 지키게 하려고 왔어요.”“그때 우리는 스스로 떠났잖아요.”“맞아요.”“그러니 거래는 성립되지 않았죠.”“거래의 성립 여부는 제가 약속한 일을 지켰는지로 판단하는 거예요. 강솔 씨가 그 약속을 실제로 썼는지가 아니라요.”도현이 조용히 바로잡았다.“그 정도는 의강소프트웨어 대표인 강솔 씨도 아실 겁니다.”강솔은 알고 있었다.다만 도현의 목적이 그렇게 단순하다고는 생각하지 않았다.도현이 갑자기 말했다.“중현이는 곧 죽을 것 같서요.”강솔의 눈동자가 작게 흔들렸다. 망설임 없이 말이 튀어나왔다.“그럴 리 없을 거예요.”“강솔 씨가 돌아가지 않으면 중현이는 설을 넘기지 못할 거예요.”도현은 매정할 만큼 담담하게 사실을 말했다.“두 사람이 이혼한 한 달 동안 중현이는 엉망으로 지냈고, 끼니마다 먹긴 했고 밤마다 제때 침대에 눕기는 했지만, 먹은 건 전부 토했고 잠은 거의 들지 못했어요.”강솔의 가슴이 조여들었다.도현이 강솔을 바라봤다.“중현이는 제대로 살아 보려고 했어요. 그런데 정신과 감정이 뜻대로 따라주지 않았어요.”도현이 이어 말했다.“중현이가 병원을 싫어한다는 건 강솔 씨도 잘 알고 있잖아요. 그런데도 가장 질색하던 정신건강의학과까지 찾아가서 수면제를 처방받았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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