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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결코 무너지지 않아
난 결코 무너지지 않아
작가: 루에나

제1화

작가: 루에나
결혼 5년 차.

강솔은 생각했다.

남자는 다 그런 걸까?

집에는 아내가 있는데, 밖에는 또 다른 여자를 두다니...

하지만 그런 말도 안 되는 일이, 자기한테도 일어날 줄은 꿈에도 몰랐다.

강솔은, 절대 그런 말도 안 되는 상황을 받아들일 리 없었다.

J시 사람들은 다 안다.

몰락한 재벌가의 딸, 강솔이 HS그룹 차남 하중현의 전부라는 걸.

강솔이 원하면, 중현은 뭐든 들어주었다.

강솔이 눈길만 줘도 바로 대령했다.

집 안에는 명품 한정판이 산처럼 쌓였고, 보석과 가방, 명품 시계가 벽장을 가득 메웠다.

차고에는 슈퍼카들이 줄지어 있었다.

파티에 갈 때면, 중현은 언제나 강솔의 손을 꼭 잡고 있었다.

불면 날아갈까, 쥐면 부서질까 중현은 늘 강솔을 유리 인형 다루듯 아꼈다.

남편의 지극정성은, 모든 사람의 부러움을 샀다.

심지어 강솔조차도 남편이 자신을 많이 사랑한다고 믿었다.

“엄마.”

아직 잠에서 덜 깬 어린 남자아이의 목소리가 들렸다.

눈이 반쯤 감긴 아이가 이불 속에서 고개를 들었다.

“오늘... 엄마 기분이 안 좋아요?”

강솔은 조용히 미소 지으며, 아이의 이불을 다시 덮어주었다.

“아니야. 엄마 괜찮아.”

아이의 눈동자가 반짝였다.

침대에서 내려온 아이는, 엄마의 품으로 달려와 안겼다.

“엄마, 내가 안아 줄게요!”

강솔은 순간 멈칫했다.

아이는 두 팔로 그녀의 허리를 꼭 끌어안았다.

“근데 난 엄마가 슬퍼 보여요. 엄마가 슬프면 나도 슬퍼...”

“엄마, 힘내세요, 우리가 있잖아요... 엄마, 힘내세요. 우리가 있어요.”

아이의 따뜻한 말에 강솔의 가슴이 먹먹해졌다.

강솔은 아이의 등을 가볍게 토닥이면서 다짐했다.

‘그래, 이제는 두려워하지 말자.’

...

밤 11시.

아이는 이미 깊은 잠에 빠졌다.

강솔은 거실 소파에 앉아 시계를 봤다.

시계 초침이 몇 번이나 돌았는지 몰랐다.

시계가 12를 향해 가고 있을 때였다.

삐비빅.

도어락 누르는 소리가 들렸다.

중현은 언제나처럼 깔끔했다.

흰 셔츠에 맞춤 검정 수트.

흠잡을 데 없는 완벽한 얼굴에, 태생부터 세련된 남자.

그는 늘 그랬다.

세상의 모든 편애를 받은 사람처럼.

“아직 안 잤어?”

중현이 자연스럽게 강솔의 어깨를 감싸 안았다.

손끝이 슬그머니 허리 안쪽으로 파고들었다.

강솔이 그 손을 잡으면서 말했다.

“잠깐, 할 얘기 있어.”

“할 거 하면서 해도 되잖아.”

그의 목소리는 낮고 부드러웠다.

“안 돼.”

강솔이 단호하게 말했다.

“돼.”

중현의 입술이 그녀의 입술을 덮었다.

하지만 그 순간, 강솔의 머릿속에 번쩍 떠오른 건,

남편의 셔츠에 남은 낯선 립스틱 자국,

그리고... 사진들이었다.

강솔은 속이 울렁거렸다.

어디서 그런 힘이 났는지 모르지만, 있는 힘껏 남편을 밀어냈다.

“왜 그래?”

중현은 미간을 찌푸렸다.

아내의 거부가 의아하다는 듯.

강솔의 심장은 쿵쾅거렸지만, 이제는 피하지 않을 생각이다.

잠시의 침묵 후, 강솔이 결심한 듯 남편을 바라보며 말했다.

“봤어.”

“뭘?”

“당신이랑 아연이, 워터사이드 별장에서 밤새 같이 있던 사진...”

거실 공기가 얼어붙었다.

중현은 말없이 그녀를 바라보다가,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

“그래. 잘됐네.”

남편의 그 한마디에, 강솔의 가슴이 무너져 내렸다.

아무런 변명도, 미안함도 없었다.

“이미 알았다니까, 나도 말할 게 있어.”

중현의 목소리는 낮고 차분했다.

“말해.”

강솔은 간신히 목소리를 눌렀다.

“아연을 받아들여 줬으면 좋겠어.”

“뭐라고?”

“아연은 나한테... 중요한 사람이야.”

중현은 차분히 시선을 마주했다.

강솔의 눈빛이 얼어붙었다.

“하지만, 넌 여전히 내 아내야. 그건 변하지 않아. 누구도 네 자리를 흔들 수 없어.”

“당신... 지금 무슨 말을 하는 건지 알아?”

언제나 온순하던 강솔의 목소리가 떨렸다.

소아연, 강솔의 대학 동기이자, 한때 가장 가까웠던 친구.

이제는 남편의 여자가 되어버린 사람.

지금, 남편은 뻔뻔하게도 ‘일부이처제’를 하겠다고 말하고 있다.

중현의 눈빛은 차갑고도 담담했다.

“잘 알지.”

“그런 말도 안 되는 상황을 내가 왜 받아들여? 절대 안 돼.”

강솔은 낯선 눈으로 남편을 바라봤다.

“당신 제정신이야? 정상적 사고를 가진 사람이라면 어떻게 이런 얘기를 꺼내?”

“정상인지 아닌진 중요하지 않아.”

중현은 단호했다.

“당신 의사와 상관없이, 난 아연을 평생 책임질 거야.”

“그럼에도 지금 말하는 건...”

“당신이 이 집의 안주인으로서 알고는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야.”

강솔의 손끝에 서서히 힘이 들어가면서, 목소리는 냉소로 물들었다.

“그래서... 내가 고맙다는 말이라도 해야 해?”

“그런 거라면, 나도 사양하지는 않을게.”

중현의 무심한 태도에, 강솔은 가슴이 벌렁거렸다.

‘이게, 내가 사랑하던 그 사람 맞아?’

한때 강솔이 믿었던 남편의 품위, 절제와 매너가 지금 이 순간 산산이 부서졌다.

...

“여보, 중현 씨...”

강솔은 마지막으로, 그에게 한 번만 기회를 주기로 했다.

중현이 시선을 들었다.

“말해.”

“그 여자, 꼭 곁에 둬야겠어?”

강솔은 단호한 눈빛으로 남편을 바라봤다.

“내가 죽을 만큼 싫다고 해도... 마음을 바꿀 생각 없어?”

‘지금이라도 아니라고 말해 줘. 그러면 다 용서해 줄게.’

하지만, 중현은 일 초의 망설임도 없이 대답했다.

“응, 없어.”

그 한마디가, 날카로운 비수처럼 그녀의 가슴을 찔렀다.

“이 결정은 누구도 바꿀 수 없어.”

“그래?”

강솔의 눈빛이 차가워졌다.

“그럼 우리... 이혼해.”

그녀의 목소리는 담담했다.

“당신이 송아연을 평생 책임진다며...”

“그럼 하 대표 사모님 자리도 그 여자에게 양보할게.”

...

보통의 부부라면, 시댁의 중재라도 기대할 수 있다.

하지만 중현과 강솔의 결혼은 처음부터 시부모의 강한 반대를 뚫고 이루어졌다.

시부모 하준호와 이정희는 늘 입버릇처럼 말했다.

“집안에 걸맞은 사람을 들였어야지...”

강솔의 집안이 한때 J시에서 내놓으라 하는 재벌가였다는 사실은 전혀 중요치 않았다.

집안이 몰락하자, 아버지는 돈을 들고 도망쳤다.

그러자, 강솔은 재벌가들 사이에서 며느리감으로서의 ‘가치’를 잃게 되었다.

“다시 잘 생각해 봐.”

중현의 목소리는 낮고 단단했다.

‘상대방에 대한 기본 예의와 믿음은 내 결혼 생활의 마지막 마지노선이었어.’

“충분히 생각했어.”

중현은 잠시 강솔을 바라보다가 피식 웃었다.

“그래.”

의외로, 너무 쉽게 결론이 났다.

중현의 그 한마디에 강솔의 마음은 서늘해졌다.

‘결국, 나는 이 사람에게 그저 별 볼 일 없는 사람에 불과했어.’

‘지금껏 내게 보여준 다정함은, 그저 자기 기분이 내켜서 그런 거지.’

강솔은 묵묵히 2층으로 올라갔다.

서랍 속에 미리 준비해 둔 이혼 서류를 꺼냈다.

사실, 오늘 같은 날이 올 거라는 걸 일찍이 알았다.

세 달 전.

강솔은 남편의 셔츠에서 낯선 향수 냄새를 맡았다.

남편에게 묻자, 대수롭지 않다는 듯이 말했다.

“비행기 안에서 누가 지나가다가 묻은 모양이지.”

강솔은 그 말을 믿었다.

하지만 지금 생각해 보면, 비행기는 단지 변명일 뿐이었다.

그 무렵, 아연이 막 귀국한 시기였다.

시간이 딱 맞아떨어졌다.

...

“이혼 서류야.”

강솔은 중현의 앞에서 사인을 마친 서류를 내밀었다.

“확인해 보고, 문제가 없으면 내일 법원에 가자.”

“당신 잘 생각해, 이혼이 당신한테 어떤 의미인지는 알아?”

남편의 목소리는 여전히 여유로웠다.

강솔의 손끝이 약간 떨렸지만, 눈빛은 단호했다.

“그건 당신이 걱정할 문제가 아니야.”

중현은 서류를 집어 들었다.

“결혼 5년 동안 너 일한 적도 없잖아.”

그의 말은 잔인했다.

“네 엄마 병원비는 어쩔 건데? 그 돈, 어디서 구할 건데?”

중현은 이혼 서류를 펼쳤다.

그리고 눈썹을 찌푸렸다.

“재산 반반씩 분할? 아이의 양육권은 네가 갖겠다고?”

시선이 천천히 강솔에게로 향했다.

“당신... 생각보다 뻔뻔하네. 맹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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