เข้าสู่ระบบ“맞아, 아버님과 어머님께서 아직 경성에 떡하니 버티고 계시니까, 진청산 쪽 반역자 놈들도 함부로 날뛰진 못할 거야.”소우연은 문밖을 바라보고 있었지만, 머릿속에서는 용강한의 얼굴에 순간 스쳐 지나갔던 두려운 기색이 자꾸만 떠올라 좀처럼 마음을 가라앉힐 수 없었다.주익선은 몇 번이나 소우연의 눈치를 살피다가, 오늘 그녀의 기분이 어딘가 평소와 다르다는 것을 알아차렸다.하지만 섣불리 무어라 말을 꺼낼 수는 없었다. 주익선은 그저 선황 폐하께서 도착하시면 알아서 태후 마마의 근심을 풀어주실 거라 생각하며 입을 다물었다.일각 뒤.이육진, 이영, 심초운, 그리고 심연희 네 사람이 도착했다.이진이 의아하다는 듯 말했다. “어라? 어마마마, 분명 큰 오라버니도 오신다고 하지 않으셨어요? 오라버니는요?”그녀는 이육진과 이영 일행을 보며 물었다.이육진이 대답했다. “천이는 오지 않았다.”용강한은 분명 이천도 올 것이라고 했으나, 그들은 오늘 일부러 출발을 늦추며 기다렸음에도 끝내 이천이 나타나지 않자 결국 먼저 출발할 수밖에 없었다.“아…”이진의 얼굴에 실망한 기색이 역력했다.이영이 미간을 살짝 찌푸리며 이진의 머리를 톡 건드렸다.“왜, 오라버니가 안 오고 내가 와서 기분이 별로인 게냐?”이진이 멋쩍게 웃었다.“그럴 리가요. 그저 우리 가족이 다 함께 모인 게 너무 오랜만이라, 오라버니까지 오시면 더 기쁠 것 같아서 그랬어요.”“말이나 못 하면.”이영이 웃으며 말하곤 소우연을 향해 걸어갔다.소우연이 두 팔을 벌렸다. 모녀가 서로를 부둥켜안는 순간, 소우연은 곁에 있던 심연희까지 끌어안았다. 그렇게 세 사람은 서로를 걱정하고 그리워했던 마음을 나누며 한동안 떨어질 줄 몰랐다.소우연이 심연희를 다정하게 바라보며 물었다.“우리 연희, 그새 살이 쏙 빠졌구나. 아이들 돌보느라 너무 애쓴 게냐?”심연희가 고개를 저었다. “아닙니다. 그저 제가 원래 살이 잘 붙지 않는 체질이라서요.”소우연이 안쓰럽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이영이 물었다.
용강한은 소우연의 이마에 살며시 입을 맞추었다.그는 그녀의 머리를 부드럽게 쓰다듬으며 말했다. “쓸데없는 생각은 하지 마라. 알겠느냐?”소우연이 짧게 대답했다.“네.”“무슨 일이 생기든, 나는 영원히 연이 너와 함께 헤쳐 나갈 것이다.”용강한이 그렇게 말하며 조금 몸을 물렸다. 두 사람의 시선이 허공에서 애틋하게 마주쳤다.“나는 이제 문산으로 가봐야겠구나.”“다녀오세요.”용강한이 자리에서 일어나자, 소우연도 따라 일어나 그를 문밖까지 배웅했다.화랑과 령이는 용강한이 방에서 나오는 모습을 보고도 별다른 놀라움을 보이지 않았다. 두 사람은 이미 이육진이 매일 밤 찾아오는 모습에 익숙해져 있었고, 이 대단한 분들이 지닌 능력이 얼마나 놀라운지 어느 정도 짐작하고 있었기 때문이다.소룡진이든 문산이든 운하 군영이든, 서로 까마득히 먼 곳에 떨어져 있는데도 매일같이 오갈 수 있다니. 이쯤 되면 그야말로 신선이나 다름없지 않은가!용강한이 떠난 뒤, 소우연은 도무지 마음을 가라앉힐 수가 없었다. 하늘 끝에 걸린 노을이 서서히 어둠에 잠겨가는 모습이, 마치 오늘 용강한이 한 말들이 그녀의 마음을 무겁게 짓누르는 듯했다.본래 그녀는 이 세계가 허망한 곳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 뒤로, 웬만한 일은 모두 담담하게 받아들이고 있었다.하지만 용강한이 말한 그 '더 높은 차원의 세계'에 관한 이야기와, 그가 그녀를 처음 보았을 때 눈빛에 스쳤던 일말의 두려움을 잊을 수 없었다. 그것은 소우연에게도 까닭 모를 두려움을 안겨주었다.운하 군영 전체에 암묵적인 합의가 이루어진 덕분에 소우연의 식사 수준도 크게 향상되었다. 매일같이 누군가 신선한 식재료를 보내오면, 화랑과 령이 부부가 작은 부엌에서 정성스레 음식을 만들었다.날이 완전히 어두워지기 전, 아주 진수성찬은 아니어도 무척 정감 가는 가정식 볶음 요리들이 상 위에 한가득 차려졌다.하지만 여태 이육진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이진이 조급한 기색으로 입을 열었다. “이번엔 언니랑 형부가 아바마마와 함께 오려나
소우연은 용강한을 바라보았다. “오라버니께서 꿈속에서 보았다는 그것들은 지금 이곳의 모든 것과는 너무나도 달라요. 마치 훨씬 고차원적이고, 더…”“뭐라 더 정확하게 표현할 단어를 찾지 못하겠네요.”“내가 꿈속에서 본 그 세계에서는 이야기책을 소설이라 부르더구나. 확실히 한 차원 더 높은 존재가 맞는 듯해.”두 사람의 시선이 허공에서 얽혔다. 소우연이 조심스레 물었다. “혹시, 강한 오라버니께서 제 회귀를 도와준 그 순간부터 이 모든 것이 그저 작가의 붓끝에서 창조된 세계에 불과했던 건 아닐까요? 그리고 소위 말하는 그 주인공 무리가 사실은 얄팍한 조연이었던 거고요.”용강한은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 역시 같은 생각이었다.소우연은 작게 입술을 달싹였다. “만약 정말 그렇다면… 우리의 미래는 어찌 되는 걸까요? 모든 것이 그 작가의 뜻대로 결정되는 건가요?”용강한도 알 수 없었다. 그는 잠시 침묵하다 입을 열었다. “꼭 그런 것만은 아닌 듯싶다. 나도 명확하게 설명하기는 어렵지만… 내가 누군가에게 조종당하는 인형 같으면서도, 또 한편으로는…”이 모든 것을 주관하는 지배자 같기도 했다.그는 소우연을 응시한 채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소우연이 말했다. “강한 오라버니, 오라버니는 도를 닦는 분이시잖아요. 이미 이 세상의 이치를 꿰뚫어 보시고는, 모든 것이 다 허상일 뿐이라 여겨 더 이상 미련조차 남지 않으신 건가요?”“너 하나만 빼고 말이다.”용강한이 소우연의 눈을 깊이 들여다보며 대답했다.그는 제 마음이 이미 잔잔한 호수처럼 고요해졌다고 여겼으나, 오직 소우연만큼은 도저히 내려놓을 수가 없었다.“결국 저 때문에 마음을 다 비우지 못하셨군요.”“내가 그 기꺼움조차 달콤하게 여긴다는 걸 네가 어찌 알겠느냐.”용강한은 소우연의 손을 쥔 채 자리를 옮겨 그녀의 바로 곁에 바짝 다가앉았다. 소우연의 고개가 아주 자연스레 그의 단단한 어깨 위로 기울어졌다.소우연이 속삭이듯 물었다. “제가 영원을 바란다고 하면, 우리는 영원히 이리
용강한이 막 돌아서려던 순간이었다. 소우연이 여전히 그의 옷소매를 꼭 붙잡고 있었다. 용강한은 잠시 그 손을 내려다보다가 입을 열었다.“사실 별일 아니란다.”“별일이 아닌데 저를 보러 일부러 오셨단 말씀이신가요?”소우연이 용강한의 옷소매를 살짝 잡아당기며 그를 바라보았다. 이번에는 그가 시선을 피할 틈도 주지 않고 물었다.“무엇을 두려워하시는 겁니까?”“나는… 두려운 게 아니다.”“그럼 무엇인가요? 오라버니께서 이렇게 당황하시는 모습은 처음 봅니다.”당황이라니… 평소의 용강한이라면 좀처럼 감정을 드러내지 않는 사람이었다. 그런 그가 지금 이토록 흔들리고 있다는 사실이 소우연에게는 오히려 두려웠다.용강한은 그 단어를 듣는 순간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본인이 당황했다고?실소를 터뜨린 용강한은 그제야 소우연의 손을 맞잡으며 담담하게 말했다.“아마 잠시 마음이 조급해졌던 모양이구나.”“아까 하신 말씀 말이에요. 내가 내가 아니라는 둥, 어쩌면 우리의 영혼이 육체에 갇혀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는 둥… 어째서 그런 말씀을 하신 겁니까?”소우연은 용강한을 뚫어지게 바라보았다. 그의 얼굴에 스치는 작은 감정 하나라도 놓치고 싶지 않았다.“제게도 말씀해 주지 않으실 건가요?”소우연이 재촉하듯 물었지만, 용강한은 여전히 말하고 싶지 않은 기색이었다.두 사람은 그렇게 한동안 아무 말 없이 서로의 눈을 바라보았다.“제게도 말씀해 주실 수 없는 건가요?”그녀가 그의 이름을 부르며 다시 한번 물었다.용강한은 미간을 살짝 찌푸리며 고개를 저었다. “말할 수 없는 게 아니라, 어디서부터 어떻게 말해야 할지 모르겠구나.”“그렇게 복잡한 일인가요?”“복잡하지.”그가 계속해서 미간을 찌푸렸다. 소우연은 그런 그의 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평소에 그가 인상을 찌푸리는 일은 드물었다. 하지만 오늘은 벌써 몇 번이나 미간에 주름을 잡고 있었고, 그 모습에 소우연의 마음속에도 슬그머니 걱정이 피어올랐다.“전 서두르지 않을 테니, 오라버니께서도 조급해하지
심연희가 가볍게 입을 달싹였다.“제가 이곳에 간다고 했을 때, 영남에 경장명이 있다는 말씀을 하시긴 했어요. 하지만 제가 단호하게 선을 그었지요. 저와 경장명은 그저 전생의 악연일 뿐이라고요. 이번 생에서 그자가 감히 저를 다시 건드리지는 못할 것이며, 저 또한 그에게 단 한 발짝도 다가가지 않을 거라고 말이에요.”이영이 그 말을 듣고 풋, 웃음을 터뜨리며 말했다.“말이야 그렇지만, 오라버니께서는 분명 속으로 꽤나 긴장하고 계실 거예요.”“저와 전하 사이에는 벌써 아이가 둘이나 있는걸요.”심연희가 두 손을 펴 보이며 장난스레 어깨를 으쓱했다.그 모습에 이영과 심초운이 마주 보며 소리 내어 웃었다. 세 사람은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며 걸음을 옮겼다.*한편, 용강한은 두 눈을 굳게 감은 채 침상 위에 다리를 포개고 꼿꼿이 앉아 있었다. 두 손은 가지런히 모아 도법을 익힐 때 취하는 자세를 갖추고 있었지만, 미간은 살짝 찌푸려져 있었다.최근 들어 까닭 모를 생각들이 머릿속에서 뒤엉켜 마음이 몹시 심란했다. 특히 밤이 깊어질 때면, 소우연과 아무 거리낌 없이 정인 사이의 깊은 정을 나누는 꿈을 꾸곤 했다.그것은 환영 속에 존재했던 과거 같기도 했고, 어쩌면 아득히 번영한 먼 미래의 모습 같기도 했다. 그는 수억만 명의 사람들이 새장처럼 다닥다닥 붙어 있는 네모난 방들에 갇혀 있는 기이한 광경을 보았다. 밤이어도 불빛이 대낮처럼 환히 빛났고, 흙길 위에는 마차 대신 쇳덩어리 같은 것들이 무서운 속도로 질주하고 있었다.또 어떨 때는 그가 아득하고 몽롱한 텅 빈 허공에 홀로 서 있는 듯했다. 곁에는 사람 같기도 하고 사람이 아닌 것 같기도 한 기이한 존재가 서서, 차가우면서도 몹시 흡족한 눈빛으로 그를 내려다보았다.조그만 창문 너머로는 무수한 행성들이 둥둥 떠 있었다. 수많은 시공간과 그가 알고 있는 역대 왕조들, 그리고 전혀 알지 못하는 낯선 왕조들이 차례로 눈앞을 스쳐 지나갔다. 온갖 피부색을 지닌 사람들이 살아가는 모습과 이름조차 알 수 없는
“보아하니 굳이 서두를 필요도 없이, 모든 일이 순조롭게 풀리고 있는 듯하구나.”이육진이 담담한 어조로 입을 열었다.그의 곁에서 용강한은 손가락을 하나씩 짚어가며 가볍게 점을 치더니, 문득 심연희를 바라보았다.심연희는 흠칫 놀랐다. ‘용 대인께서 왜 나를 저런 눈으로 보시는 거지?’그러자 이육진과 이영, 심초운의 시선까지 일제히 심연희에게로 쏠렸다. 심연희는 짐짓 당황하여 제 얼굴을 이리저리 만져보다가 심초운에게 물었다.“오라버니, 제 얼굴에 뭐라도 묻었나요?”“아니.”심초운이 짧게 대답하고는 곧바로 용강한을 바라보았다.“연희에게 무슨 일이라도 있습니까?”그 말에 모두의 시선이 다시 용강한에게로 향했다. 이육진이 거들었다.“무슨 일인지 말씀해 보십시오. 설마 또 뜸을 들이실 작정입니까?”용강한이 옅은 미소를 지었다.“크나큰 상운국을 다섯 살배기 어린아이 손에 맡기다니, 참으로 제 상식을 뒤엎는 일입니다. 게다가 감국 대신조차 하나 없다니요.”“뭐라고요?”이영이 두 눈을 동그랗게 떴다.“외삼촌, 그게 무슨 뜻인가요? 오라버니께서 이 강산을… 윤이에게 맡긴다는 말씀이신가요?”용강한은 픽 웃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보아하니, 내가 문산에 한번 다녀와야겠구나.”“지금요?”“그래.”이육진이 용강한을 향해 말했다.“영이 일행도 모두 왔는데, 함께 회포라도 풀지 않으시렵니까?”“만날 때가 있으면, 헤어질 때도 있는 법입니다.”용강한이 담담히 답했다.“그런 애매모호한 소리는 마십시오. 만남만 있을 뿐, 헤어짐은 없습니다.”이육진이 용강한을 똑바로 쳐다보며 말을 이었다.“괜히 뜬구름 잡는 소리로 사람 심란하게 하지 마시지요.”용강한이 이육진의 시선을 마주하며 대답했다.“헤어짐이 있어야 언젠가 다시 만나는 법이고, 만나면 또 헤어지는 날이 오는 것입니다.”그때 이영이 재빨리 용강한의 앞을 막아섰다.“외삼촌, 대체 무슨 일인가요? 어딜 가시려는 건가요? 어마마마께는 말씀드리고 가시는 건가요?”용강한은 입을 달싹였다. 확실히
이영도 심초운과 같은 생각이었다. 하지만 마음이 얼마나 많이 흔들렸는지는 아무도 알 수 없는 일이다.“가끔 이런 짓까지 한 우리가 너무한 게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드는구나.”이영의 말에 심초운이 대답했다.“너무한 건 없습니다. 연희와 경장명 그자의 혼약은 애초부터 잘못된 것입니다. 연희의 참 인연이 형님이 아니라고 해도 절대 경장명일 수는 없는 것입니다.”심초운의 부모님, 그리고 황태후와 태상황에 이어 주익선의 부모님까지, 그들은 전부 일부일처를 고집하여 왔으며 평생 다들 행복하게 잘 살고 있다.이런 모습을 보면서 이제는 부
“제가 좋아하는 꽃이네요.”그녀가 가늘고 고운 손으로 꽃을 받아들며 향기를 맡았다.경장명이 물었다. “낭자, 아까는 무슨 생각에 그렇게 빠져 있었던 겁니까? 혹시 걱정되는 일이라도 있는 겁니까?”그는 알 수 없었다. 혹시 자신이 괜한 걱정을 하는 걸까. 처음에는 그녀가 잘 감추고 있는 듯했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어딘가 마음이 산만해 보였다.이 모든 것은 그녀가 이천이 장안거리에서 점을 본다는 사실을 알게 된 후부터였다.“아닙니다.”그녀는 청년의 시선을 피하며 교외를 흐르는 강을 바라보았다. 강 양쪽으로는 잡초가 무성했지
’만약 일찍 이 사실을 깨달았더라면, 궁궐에 들어가 호위무사가 되든지, 아니면 마음잡고 글공부를 하여 과거를 봤을텐데… 그랬다면 이렇게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신세는 되지 않았을 텐데.’그는 가슴이 쓰렸다.이진은 주익선의 얼굴에 분을 바르고, 눈썹을 그리며, 고운 입술선을 그려주기 시작했다.“아씨…”하녀 염이가 복숭아꽃 가지 몇 개를 안고 들어왔다. 방 안에서는 공주가 또다시 주익선에게 화장을 시키고 있었는데, 이제는 그런 광경이 전혀 낯설지도 않은 모양이었다.다만 이번에는 주익선의 화장된 얼굴을 본 순간 눈이 동그래지더니 깜
이튿날, 경문과 이천은 말을 달려 운불사에 당도하였다.달리는 내내, 이천의 가슴 속엔 설명할 길 없는 불길한 예감이 깊게 드리워져 있었다.큰일이 아니고서야, 사부님께서 경문을 보내어 자신을 부를 리 없었다.“사부님.”이천은 용강한의 얼굴을 보자 안절부절못한 채 입을 열었다.“이영 누님은 사부님께서 누님 때문에 경성을 떠나셨다 생각하실지도 모릅니다.”용강한은 조용히 응하였다.“그 일은 이미 심초운에게 부탁하였다. 그 아이가 영이를 잘 달랠 것이다.”“경성을 떠나신 것이 누님 때문이 아니라면…”이천은 비로소 안도의 숨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