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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선님, 숙박비부터 내세요

Penulis: 유월
last update Tanggal publikasi: 2026-10-13 07:54:24

“다시 숙박비를 내셔야죠.”

“계속 머물러도 된다는 뜻이냐?”

“돈을 내시고 규칙을 지키시면요.”

서령은 그녀를 한참 바라보았다.

“그렇다면 오래 머물러야겠군.”

“얼마나요?”

“네가 허락하는 동안.”

해온은 대수롭지 않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는 아직 알지 못했다. 천 년을 살아온 신선에게 한 달이라는 시간이 얼마나 짧은지, 그리고 그가 이미 이 작은 바느질방에 얼마나 오래 머물 생각을 하고 있는지.

서령의 첫 번째 문제는 아침 식사에서 발생했다.

“이것이 무엇이냐?”

“죽이요.”

“죽?”

“쌀을 끓인 음식이요. 설마 죽도 처음 보세요?”

서령은 자신 앞에 놓인 그릇을 내려다보았다. 잘게 썬 버섯과 채소가 들어간 흰죽이었다. 따뜻한 김이 피어오르고 있었지만 그는 숟가락을 들 생각을 하지 않았다.

“신선은 음식을 먹지 않아도 된다.”

“그럼 안 드셔도 돼요.”

해온은 태연하게 자신의 그릇을 끌어당겼다.

서령이 그녀를 바라보았다.

“먹지 말라고?”

“배가 안 고프시다면서요.”

“그렇지.”

“그럼 굳이 드실 필요 없잖아요.”

서령은 잠시 침묵했다.

천계에서는 그가 식사를 하지 않는다고 하면 산해진미를 차려 놓고도 먹어 달라고 청하는 신선들이 있었다. 그러나 해온은 달랐다. 먹지 않겠다는 말에 조금도 아쉬워하지 않았다.

그것이 어쩐지 마음에 들지 않았다.

“먹겠다.”

“배 안 고프시다면서요?”

“맛이 궁금해졌다.”

“그럼 드세요.”

해온은 다시 그릇을 밀어 주었다.

서령은 숟가락을 들어 죽을 한 입 떠먹었다. 인간의 음식은 오랜만이었다. 입안에 퍼지는 따뜻함과 버섯의 향이 낯설면서도 묘하게 편안했다.

“어떠세요?”

“나쁘지 않군.”

“맛있다는 말은 못 하시고요?”

“맛있다.”

해온은 피식 웃었다.

“그렇게 억지로 말씀하지 않으셔도 돼요.”

“억지가 아니다.”

서령은 다시 한 숟가락을 떠먹었다.

해온은 그런 그를 바라보다가 자신의 그릇으로 시선을 돌렸다. 별것 아닌 아침이었다. 매일 혼자 먹던 죽을 오늘은 누군가와 마주 앉아 먹고 있다는 사실만 달랐다.

그런데 그 사소한 변화가 생각보다 어색하지 않았다.

문제는 식사가 끝난 뒤였다.

“신선님, 그릇은 저쪽에 놓아 주세요.”

“알겠다.”

“아니, 거기 말고요. 물통 옆이요.”

“여기?”

“예. 그리고 씻어 주세요.”

서령이 움직임을 멈췄다.

“……내가?”

“그럼 제가 씻어요?”

“보통 인간들은 손님에게 그런 일을 시키지 않는다고 들었다.”

“손님이 아니라 하숙인이시잖아요.”

“하숙인.”

“숙박비 내고 머무는 사람이요.”

서령은 그 말을 잠시 곱씹었다.

그리고 조용히 소매를 걷었다.

해온은 그 모습을 보다가 하마터면 웃음을 터뜨릴 뻔했다. 천하를 내려다볼 것처럼 고고한 신선이 나무 대야 앞에 앉아 그릇을 씻고 있었다. 길게 흘러내린 은백색 머리카락이 물에 닿을까 봐 조심하는 모습이 우스우면서도 이상하게 눈길을 끌었다.

“머리카락 묶어 드릴까요?”

그 말에 서령이 고개를 들었다.

“묶어 준다고?”

“계속 흘러내리잖아요.”

서령은 잠시 그녀를 바라보더니 고개를 숙였다.

“부탁하마.”

해온은 바느질함에서 남색 끈 하나를 꺼냈다. 그의 뒤로 다가가자 서늘한 매화 향이 희미하게 풍겼다. 인간의 머리카락과 달리 서령의 은발은 놀라울 만큼 부드러웠다. 손가락 사이로 미끄러지는 감촉에 해온은 잠시 감탄했다.

“머릿결이 정말 좋으시네요.”

“그런가.”

“비단보다 부드러워요.”

“네가 좋아하는 것이냐?”

“좋은 비단을 싫어하는 바느질꾼이 어디 있겠어요?”

서령은 대답하지 않았다.

해온은 그의 머리카락을 가지런히 모아 끈으로 묶었다. 그 과정에서 손끝이 그의 목덜미를 가볍게 스쳤다.

순간 서령의 어깨가 굳었다.

해온은 눈치채지 못했다.

“다 됐어요.”

그녀가 손을 떼려는 순간, 서령이 고개를 돌렸다.

두 사람의 시선이 가까운 거리에서 마주쳤다.

“윤해온.”

“예?”

“인간들은 누구에게나 이렇게 쉽게 손을 대느냐?”

해온은 눈을 깜빡였다.

“머리 묶어 준 게 뭐 어때서요?”

“그렇군.”

서령은 다시 고개를 돌렸다.

그러나 그의 손끝은 한동안 움직이지 않았다.

천 년 동안 수많은 신선이 그에게 다가왔지만, 허락 없이 그의 머리카락을 만진 이는 없었다. 신선에게 머리카락은 신력의 일부였고, 특히 서령처럼 강한 신력을 가진 존재에게는 함부로 접촉하는 것조차 위험했다.

그런데 해온의 손끝은 아무런 저항 없이 그의 신력을 통과했다.

더욱 이상한 것은 그가 그 접촉을 불쾌하게 여기지 않았다는 사실이었다.

오히려 그녀의 손이 떨어진 뒤에도 목덜미에 남은 온기가 신경 쓰였다.

서령은 물속에 담긴 자신의 손을 내려다보았다.

‘이상하군.’

인간의 손길이 이렇게 오래 남는 것이었던가.

점심 무렵, 달실방에 첫 손님이 찾아왔다.

“해온아!”

익숙한 목소리에 해온이 고개를 들었다.

문을 열고 들어온 사람은 청운마을의 젊은 의원 강이준이었다. 그는 한 손에 약재 꾸러미를 들고 있었고, 다른 손에는 작은 종이봉투를 들고 있었다.

“지난번에 부탁한 약 가져왔어.”

“벌써? 고마워.”

해온은 반갑게 웃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서령은 그 모습을 조용히 지켜보았다.

이준은 해온에게 약재 꾸러미를 건네며 자연스럽게 그녀의 손을 살폈다.

“손가락은 좀 어때?”

“괜찮아. 별것도 아닌데.”

“별것 아니라니. 지난번에 바늘이 깊게 들어갔잖아.”

“약도 발랐어.”

“어디 봐.”

이준이 해온의 손목을 잡으려는 순간이었다.

탁.

서령이 찻잔을 내려놓았다.

소리는 크지 않았다.

그러나 방 안의 공기가 순간적으로 서늘해졌다.

이준이 고개를 돌렸다.

“……누구십니까?”

서령은 대답하지 않았다.

해온이 얼른 나섰다.

“아, 이쪽은 서령 님이야. 당분간 우리 집에서 지내시기로 했어.”

“뭐?”

이준의 표정이 굳었다.

“네 집에서?”

“응.”

“남자가?”

“그럼 여자로 보여?”

“해온아.”

이준은 낮게 한숨을 쉬었다.

“네가 혼자 사는 집이잖아.”

“알아.”

“그런데 정체도 모르는 남자를 들였다고?”

해온은 잠시 고민했다.

정체를 모르는 남자라는 말은 틀리지 않았다. 신선이라는 사실은 알지만, 어디서 왔는지, 왜 날개옷이 찢어졌는지, 천계에서 어떤 일을 하는지 제대로 아는 것이 없었으니까.

그러나 이준에게 그 모든 것을 설명할 수도 없었다.

“나쁜 사람은 아닌 것 같아.”

그 말에 서령의 시선이 그녀에게 향했다.

이준은 어처구니없다는 듯 웃었다.

“그걸 어떻게 알아?”

“숙박비를 선불로 냈거든.”

“……그게 이유야?”

“그리고 설거지도 해.”

이준은 한동안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서령은 그제야 입을 열었다.

“그대는 누구지?”

이준이 고개를 돌렸다.

“강이준입니다. 이 마을에서 의원 일을 하고 있습니다.”

“의원.”

“해온이와는 어릴 때부터 알고 지냈습니다.”

서령은 찻잔을 내려놓았다.

“오래된 사이로군.”

“그렇습니다.”

“얼마나 오래되었지?”

“열다섯 해쯤 됐습니다.”

서령은 잠시 생각했다.

열다섯 해.

그에게는 눈을 한 번 감았다 뜨는 것보다 짧은 시간이었다. 그러나 인간에게는 결코 짧지 않은 세월일 터였다.

그 사실이 묘하게 거슬렸다.

“그렇군.”

서령은 더 묻지 않았다.

하지만 이준이 해온의 손을 살피기 위해 다시 가까이 다가가자, 그의 눈매가 가늘어졌다.

“손에 상처가 있느냐?”

해온이 돌아보았다.

“예?”

“아까 그 의원이 손을 보려 하지 않았느냐.”

“아, 바늘에 찔린 거요. 괜찮아요.”

“보여라.”

“정말 괜찮다니까요.”

서령은 그녀에게 손을 내밀었다.

해온은 어이없다는 듯 웃었다.

“두 분이 왜 이러세요? 제가 어린애도 아니고.”

그러나 서령은 손을 거두지 않았다.

“상처를 확인하려는 것이다.”

그의 목소리는 차분했지만 어쩐지 물러날 생각이 없어 보였다.

이준이 두 사람을 번갈아 바라보았다.

“해온아, 이 사람 정말 괜찮은 사람 맞아?”

“……나도 지금 조금 헷갈리네.”

해온이 중얼거렸다.

서령은 그 말을 듣고도 태연했다.

다만 이준이 돌아갈 때까지 해온의 손목에서 시선을 떼지 않았을 뿐이었다.

해가 기울 무렵, 해온은 바느질방 안쪽에서 오래된 옷감들을 정리하고 있었다.

서령은 창가에 앉아 책을 읽는 척하고 있었다.

정확히는 책장을 펼쳐 놓고 해온을 보고 있었다.

“신선님.”

“말해라.”

“책이 재미있으세요?”

“그럭저럭.”

“그런데 왜 한 장도 안 넘기세요?”

서령은 천천히 책장을 넘겼다.

해온은 고개를 저었다.

“정말 이상한 분이야.”

그녀는 옷감 더미를 정리하다가 문득 한 가지를 떠올렸다.

“아, 맞다. 신선님.”

“왜 그러느냐?”

“날개옷 좀 다시 보여 주실 수 있어요?”

서령의 시선이 달라졌다.

“어째서?”

“어깨 부분이 조금 마음에 걸려서요. 처음 수선할 때는 몰랐는데, 실이 이상하게 당겨지는 느낌이 있었거든요.”

서령은 잠시 침묵했다.

“어떤 느낌이었지?”

“누가 반대쪽에서 잡아당기는 것 같았어요.”

그의 눈동자가 가늘어졌다.

해온은 그 변화를 눈치채지 못한 채 말을 이었다.

“혹시 다시 확인해 봐도 될까요? 제가 고친 부분이 잘못되었다면 다시 손봐 드릴게요.”

서령은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러지.”

그가 손을 펼치자 허공에서 은백색 비단이 나타났다. 날개옷은 바람을 타고 부드럽게 내려와 그의 팔 위에 걸렸다.

해온은 여전히 그 광경이 신기했다.

“몇 번을 봐도 놀랍네요.”

“곧 익숙해질 것이다.”

“그럴까요?”

“내 곁에 오래 있으면.”

해온은 고개를 들었다.

서령은 아무렇지 않은 얼굴이었다.

그녀는 괜히 헛기침을 했다.

“일단 옷부터 볼게요.”

해온은 날개옷을 작업대 위에 펼쳤다. 손끝으로 어깨 부분을 살피던 그녀는 미세하게 인상을 찌푸렸다.

“이상하네.”

“무엇이?”

“제가 꿰맨 실이 아니에요.”

서령이 가까이 다가왔다.

해온은 옷감 안쪽을 가리켰다.

“여기 보세요. 이 금빛 실이요.”

서령의 얼굴에서 표정이 사라졌다.

그는 그 실을 알고 있었다.

천계의 귀천인.

신선이 천제의 명령을 거역할 경우 강제로 천계로 소환하는 봉인의 일부였다.

그런데 해온이 가리킨 곳에는 원래 있어야 할 문양이 없었다.

대신 누군가 금빛 실을 다시 엮어 놓은 듯한 작은 매듭이 있었다.

“……네가 이것을 건드렸느냐?”

목소리가 낮아졌다.

해온은 고개를 저었다.

“아니요. 저는 찢어진 부분만 꿰맸어요.”

“확실하냐?”

“제 손으로 한 일인데 모르겠어요?”

서령은 대답하지 않았다.

해온은 그의 표정이 심상치 않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왜 그러세요? 무슨 문제라도 있어요?”

서령은 잠시 침묵하다가 날개옷을 내려다보았다.

천 년 동안 그를 속박해 온 봉인이 약해지고 있었다.

인간 여인의 바느질 때문에.

그 사실을 천계가 알게 된다면 무슨 일이 벌어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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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런데 해온이 무심코 그의 소매를 붙잡았다. 두 사람의 시선이 마주쳤다. 해온은 자신이 무슨 짓을 했는지 깨닫고 황급히 손을 놓았다. “아, 아니…….” 서령은 움직이지 않았다. 그저 그녀를 바라보았다. 청금색 눈동자가 달빛 아래 깊어졌다. “해온아.” 처음으로 성을 빼고 부른 이름이었다. 그 짧은 부름에 해온의 심장이 이상하게 뛰었다. “……왜요?” “내가 가까이 있는 것이 불편하냐?” 해온은 대답을 망설였다. 불편한 것은 아니었다. 다만 그가 가까이 있으면 평소와 달리 숨을 쉬는 일조차 의식하게 되었다. 그가 자신을 바라볼 때마다 시선을 피하고 싶다가도, 막상 시선을 거두면 다시 바라봐 주었으면 하는 마음이 들었다. 그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해온은 아직 알고 싶지 않았다. “조금…… 이상해요.” “어떻게?” “그냥요.” 서령은 잠시 그녀를 바라보다가 천천히 몸을 물렸다. “그렇다면 여기까지 하마.” 해온은 그가 물러나는 모습을 바라보았다. 어쩐지 아쉬웠다. 그녀는 자신의 마음이 이해되지 않아 괜히 겉옷을 여몄다. “저 먼저 들어갈게요.” “그래.” 해온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방으로 돌아가기 전, 그녀는 문득 고개를 돌렸다. “신선님.” “말해라.” “내일 아침에는 죽 말고 국 끓일 거예요.” 서령의 입가에 희미한 웃음이 번졌다. “기대하마.” “그리고 설거지는 신선님이 하시는 거예요.” “알겠다.” 해온은 만족스럽게 웃고 방으로 들어갔다. 문이 닫히고 나서도 서령은 한동안 그 자리를 바라보았다. 그녀가 앉아 있던 자리에는 아직 희미한 온기가 남아 있었다. 서령은 천천히 손을 들어 자신의 가슴에 얹었다. 이상했다. 천 년 동안 한 번도 흔들린 적 없던 심장이 조금 전부터 낯설게 뛰고 있었다. 그때였다. 창밖의 바람이 갑자기 멎었다. 서령의 표정이 굳었다. 그는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달빛이 비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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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령은 생각을 끝내기도 전에 해온의 손을 잡았다. “앞으로 이 옷을 다른 사람에게 보여 주지 마라.” “……예?” “누가 묻더라도 네가 수선했다는 사실을 말하지 말고.” 해온의 표정이 굳었다. “왜요?” “위험해질 수 있다.” “무엇 때문에요?” 서령은 그녀를 바라보았다. 설명해야 했다. 그러나 어디서부터 이야기해야 할지 알 수 없었다. 인간에게 천계의 법도와 봉인을 설명하는 일은 쉽지 않았다. 무엇보다 그는 해온이 두려워하는 모습을 보고 싶지 않았다. “아직은 말할 수 없다.” 그 대답에 해온의 눈썹이 올라갔다. “신선님.” “…….” “저한테 위험할 수 있다고 하셨죠?” “그렇다.” “그럼 제가 알아야 하는 거 아닌가요?” 서령은 입을 다물었다. 해온은 잡힌 손을 내려다보았다. 그의 손은 크고 서늘했다. 그러나 손목을 감싼 힘은 강하지 않았다. 그녀가 조금만 움직이면 놓아줄 수 있을 만큼 조심스러웠다. “저는 신선님처럼 도술을 쓰지도 못하고, 하늘로 날아갈 수도 없어요. 그러니까 위험한 일이 생기면 미리 대비해야 해요.” 서령의 눈빛이 흔들렸다. “……그렇군.” 그는 천천히 손을 놓았다. “네 말이 옳다.” 해온은 조금 놀랐다. 서령은 날개옷을 접으며 낮게 말했다. “이 옷에는 천계의 봉인이 걸려 있다. 본래는 누구도 손댈 수 없는 것이지.” “봉인이요?” “그렇다. 그리고 네가 수선한 뒤 그 봉인이 약해졌다.” 해온은 자신의 손을 내려다보았다. “제가요?” “아직 이유는 모른다.” 서령은 그녀를 똑바로 바라보았다. “다만 천계가 이 사실을 알면 너를 찾아올 수 있다.” 해온의 얼굴에서 웃음기가 사라졌다. “……저를 데려가려고요?” “그럴 가능성이 있다.” 잠시 침묵이 흘렀다. 창밖에서 바람이 불었다. 해온은 한참 동안 생각하다가 입을 열었다. “그럼 신선님.” “말해라.” “이제 정말 돌아가셔야 하는 거 아니에요?” 서령의 눈동자가 굳었다. “무슨 뜻이냐?” “신선님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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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천 년을 살아온 신선에게도 처음 겪는 일이 있었다.이를테면 인간 여인에게 숙박비를 내라는 말을 듣는 것이라든가, 밥을 먹었으면 설거지를 하라는 명령을 받는 것이라든가, 남의 집에 머물려면 반드시 지켜야 할 규칙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는 것 말이다.서령은 지금 그 모든 일을 한꺼번에 겪고 있었다.“첫째, 허락 없이 제 방에 들어오지 마세요. 둘째, 바느질방에 있는 물건은 함부로 만지지 마시고요. 셋째, 식사는 정해진 시간에만 드립니다. 넷째, 손님이 오시면 괜히 이상한 말씀 하지 마세요.”해온은 작은 목판에 붓으로 글씨를 적으며 손가락을 하나씩 접었다. 서령은 그녀의 맞은편에 앉아 그 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었다. 청운산의 바람을 다스리는 상선이 인간 여인의 집에서 지켜야 할 규칙을 듣고 있다는 사실이 우스웠지만, 정작 그는 조금도 불쾌해 보이지 않았다.오히려 흥미롭다는 표정이었다.“다섯째, 밤에는 조용히 해 주세요. 저는 새벽까지 바느질하는 날이 많거든요.”“밤에는 무엇을 하면 안 되느냐?”“시끄럽게 굴지 마시라고요.”“시끄럽게 굴 생각은 없다.”“어제는 바람으로 창문을 전부 열어 놓으셨잖아요.”“답답해 보여서 그랬다.”“그 바람 때문에 제가 정리해 놓은 실타래가 전부 엉켰어요.”서령은 잠시 생각하더니 고개를 끄덕였다.“그것은 미안하군.”해온은 붓을 멈췄다.이 신선은 참 이상했다. 처음에는 세상에서 가장 오만한 사람처럼 굴더니, 막상 잘못을 지적하면 생각보다 쉽게 인정했다. 다만 사과한 뒤에도 똑같은 실수를 반복할 것 같은 얼굴이라는 게 문제였다.“그리고 마지막으로.”해온이 목판을 내려놓았다.“숙박비는 선불입니다.”서령의 시선이 그녀에게 향했다.“어제 금을 주지 않았느냐?”“그건 날개옷 수선비고요.”“그렇군.”“숙박비는 별도예요.”“얼마를 원하느냐?”해온은 잠시 고민했다. 사실 낯선 남자를 집에 들이는 일 자체가 마음에 걸렸다. 상대가 인간도 아닌 신선이라니 더욱 그랬다. 그러나 서령은 어제 약속했던 금덩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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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창문이 자꾸 열리기는 했어요.” “그뿐이냐?” “바람이 불 때마다 실이 엉키기도 했고요.” “…….” “아, 바늘이 부러진 적도 없어요. 그건 좀 신기했네요.” 서령은 말없이 그녀를 바라보았다. 어떤 신력도 느껴지지 않았다. 지극히 평범한 인간이었다. 손가락 끝에는 바늘에 찔린 흔적이 여럿 남아 있었고, 손등에는 오래된 화상 자국이 있었다. 그는 무심코 손을 뻗었다. 해온의 오른손이 그의 손안에 들어왔다. “……어?” 손바닥에 닿은 온기가 낯설었다. 서령은 수많은 인간을 보았지만 이렇게 가까운 거리에서 손을 잡은 적은 드물었다. 인간의 체온은 쉽게 식었고, 그들의 생은 바람에 흩날리는 꽃잎처럼 짧았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이 여인의 손은 놓기가 싫었다. “신선님?” 해온이 눈을 깜빡였다. “제 손에 뭐라도 묻었나요?” “아니다.” “그럼 놓아주셔야죠.” 서령은 천천히 손을 놓았다. 그 짧은 순간이 어쩐지 아쉬웠다. 그는 자신이 무엇을 아쉬워하는지 이해하지 못했다. 그날 밤, 서령은 마침내 날개옷을 되찾았다. 그는 바느질방 앞에 서서 은백색 옷을 어깨에 걸쳤다. 달빛 아래 비단이 길게 펼쳐졌고, 잔잔하던 공기가 물결처럼 흔들렸다. 해온은 그 광경을 넋을 잃고 바라보았다. “……정말 신선이셨네요.” “이제 믿겠느냐?” “예.” 해온은 잠시 망설이다가 덧붙였다. “그런데 신선님.” “말해라.” “수선비는요?” 서령은 그녀를 내려다보았다. 그러더니 처음으로 희미하게 웃었다. “내일 가져오마.” “정말이죠?” “신선은 거짓 약속을 하지 않는다.” “그럼 내일 기다릴게요.” 그 말에 서령의 웃음이 멎었다. 기다린다. 누군가 자신을 기다린다는 말을 듣는 것이 얼마 만이던가. 천계에는 그를 기다리는 사람이 없었다. 모두 그를 두려워하거나, 필요로 하거나, 명령을 내릴 뿐이었다. 그런데 이 여인은 고작 수선비 때문에 내일 자신을 기다리겠다고 말했다. 이상하게 기분이 나쁘지 않았다. “그래.”

  • 날개옷을 돌려드렸는데 왜 안 가세요   프롤로그. 날개옷의 주인을 찾습니다

    청운산에는 오래된 금기가 하나 있었다.달이 둥글게 차오르는 밤에는 계곡으로 내려가지 말 것. 물 위에 떠 있는 비단을 발견하더라도 손대지 말 것. 그리고 사람의 것이라고는 믿기 어려울 만큼 아름다운 옷을 발견한다면, 절대로 집으로 가져오지 말 것.윤해온은 그 세 가지 금기를 한꺼번에 어겼다.“아니, 이렇게 좋은 비단을 물에 떠내려 보내라고?”그녀는 젖은 치맛자락을 걷어 올린 채 계곡 한복판에 서 있었다. 무릎 아래까지 차오른 물은 뼛속까지 시릴 정도로 차가웠지만, 해온의 시선은 물가의 바위에 걸린 옷에서 떨어질 줄 몰랐다. 은백색 비단이었다. 달빛을 받아 반짝이는 옷감에는 금실인지 은실인지 모를 가느다란 선들이 수놓아져 있었고, 소맷자락은 바람도 불지 않는데 물결처럼 흔들렸다.평생 바느질로 먹고살아 온 해온이었지만 이런 옷감은 처음이었다.“대체 어떤 부잣집 도련님이 옷을 이렇게 험하게 입고 다니신담.”해온은 한숨을 쉬며 옷을 건져 올렸다. 오른쪽 어깨에서 등판까지 길게 찢어져 있었고, 옷깃 안쪽에는 붉은 얼룩이 희미하게 번져 있었다. 손끝으로 천을 살피던 그녀는 잠시 인상을 찌푸렸다. 붉은 얼룩은 물에 씻기지 않은 피처럼 보였다.그 순간, 계곡 위쪽에서 바람이 불었다.이상한 바람이었다. 나뭇잎 하나 움직이지 않는데 해온의 손에 들린 비단만 허공으로 부풀어 올랐다. 마치 누군가 옷 안에 들어가 팔을 펼치는 것 같았다.“……뭐야?”해온이 놀라 손을 놓으려는 순간, 옷자락 안쪽에서 은은한 금빛이 번졌다. 빛은 그녀의 손목을 한 차례 휘감더니 이내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해온은 한참 동안 멍하니 손목을 내려다보았다.“비단이 비싸서 그런가. 별 희한한 일도 다 있네.”그녀는 그렇게 중얼거리며 옷을 품에 안았다.그리고 그날 밤, 청운산 정상에서는 천 년 동안 한 번도 흔들린 적 없던 봉인석에 가느다란 금이 생겼다.사흘 뒤.달실방에는 낯선 사내가 찾아왔다.바느질을 하던 해온은 문밖에 드리운 긴 그림자를 보고 고개를 들었다. 문턱 너머에는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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