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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선님, 숙박비주터 내세요

Penulis: 유월
last update Tanggal publikasi: 2026-10-13 07:57:33

그런데 해온이 무심코 그의 소매를 붙잡았다.

두 사람의 시선이 마주쳤다.

해온은 자신이 무슨 짓을 했는지 깨닫고 황급히 손을 놓았다.

“아, 아니…….”

서령은 움직이지 않았다.

그저 그녀를 바라보았다.

청금색 눈동자가 달빛 아래 깊어졌다.

“해온아.”

처음으로 성을 빼고 부른 이름이었다.

그 짧은 부름에 해온의 심장이 이상하게 뛰었다.

“……왜요?”

“내가 가까이 있는 것이 불편하냐?”

해온은 대답을 망설였다.

불편한 것은 아니었다.

다만 그가 가까이 있으면 평소와 달리 숨을 쉬는 일조차 의식하게 되었다. 그가 자신을 바라볼 때마다 시선을 피하고 싶다가도, 막상 시선을 거두면 다시 바라봐 주었으면 하는 마음이 들었다.

그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해온은 아직 알고 싶지 않았다.

“조금…… 이상해요.”

“어떻게?”

“그냥요.”

서령은 잠시 그녀를 바라보다가 천천히 몸을 물렸다.

“그렇다면 여기까지 하마.”

해온은 그가 물러나는 모습을 바라보았다.

어쩐지 아쉬웠다.

그녀는 자신의 마음이 이해되지 않아 괜히 겉옷을 여몄다.

“저 먼저 들어갈게요.”

“그래.”

해온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방으로 돌아가기 전, 그녀는 문득 고개를 돌렸다.

“신선님.”

“말해라.”

“내일 아침에는 죽 말고 국 끓일 거예요.”

서령의 입가에 희미한 웃음이 번졌다.

“기대하마.”

“그리고 설거지는 신선님이 하시는 거예요.”

“알겠다.”

해온은 만족스럽게 웃고 방으로 들어갔다.

문이 닫히고 나서도 서령은 한동안 그 자리를 바라보았다.

그녀가 앉아 있던 자리에는 아직 희미한 온기가 남아 있었다.

서령은 천천히 손을 들어 자신의 가슴에 얹었다.

이상했다.

천 년 동안 한 번도 흔들린 적 없던 심장이 조금 전부터 낯설게 뛰고 있었다.

그때였다.

창밖의 바람이 갑자기 멎었다.

서령의 표정이 굳었다.

그는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달빛이 비치는 마당 한가운데, 검은 그림자 하나가 서 있었다.

사람의 모습을 하고 있었지만 얼굴이 없었다.

그림자는 고개를 숙였다.

그리고 바람이 아닌 목소리로 속삭였다.

“상선 서령.”

서령의 눈빛이 차갑게 가라앉았다.

“누가 보냈지?”

“천계 감찰부의 명입니다.”

그림자가 한 걸음 다가왔다.

“귀천인의 봉인이 훼손되었습니다.”

서령은 대답하지 않았다.

“천제께서 봉인을 손댄 자를 찾으라 명하셨습니다.”

그림자의 얼굴 없는 머리가 천천히 해온의 방을 향했다.

“이 집에…… 인간 여인이 하나 있군요.”

순간, 마당을 가득 채운 공기가 얼어붙었다.

서령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의 발끝에서 은빛 바람이 피어올랐다.

“그쪽은 보지 마라.”

낮고 차가운 목소리였다.

그림자가 멈췄다.

“상선께서는 지금 천계의 명을 거역하시는 겁니까?”

서령은 천천히 웃었다.

그러나 그 웃음에는 조금 전 해온에게 보여 주었던 따뜻함이 조금도 남아 있지 않았다.

“내가 언제부터 천계의 허락을 받고 움직였지?”

그림자가 뒤로 물러섰다.

서령의 눈동자가 금빛으로 물들었다.

“돌아가서 전해라.”

바람이 일었다.

마당의 돌바닥에 가느다란 균열이 생겼다.

“그 여인의 이름을 입에 올리는 순간.”

서령이 낮게 말했다.

“천계의 바람길 하나가 영원히 닫힐 것이다.”

그림자는 더 이상 대답하지 못했다.

은빛 바람이 마당을 휩쓸었고, 검은 형체는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다시 고요가 찾아왔다.

서령은 한동안 해온의 방문을 바라보았다.

문 너머에서는 규칙적인 숨소리가 들려왔다.

그녀는 아무것도 모르고 잠들어 있었다.

서령은 천천히 눈을 감았다.

천 년 전.

그는 한 번 인간을 지키려다 모든 것을 잃었다.

그리고 다시는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겠다고 맹세했다.

그런데 이제 와서.

고작 사흘 전에 만난 인간 여인 때문에 그 맹세가 흔들리고 있었다.

“……윤해온.”

그는 아주 낮게 그녀의 이름을 불렀다.

그리고 처음으로 인정했다.

자신이 이 집을 떠나지 못하는 이유는 단순한 호기심만이 아니었다.

그녀에게서 느껴지는 익숙한 신력 때문만도 아니었다.

그저.

내일 아침에도 그녀가 자신을 향해 웃어 주었으면 좋겠다는 마음 때문이었다.

그 마음이 얼마나 위험한 것인지, 서령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그러나 이미 늦었다.

천 년 동안 굳게 닫혀 있던 그의 마음에, 인간 여인이 바늘 하나로 작은 틈을 만들어 버렸으니까.

그리고 그 틈으로 들어온 것은 바람이 아니었다.

사랑이라는 이름조차 아직 붙이지 못한, 낯선 온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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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령은 생각을 끝내기도 전에 해온의 손을 잡았다. “앞으로 이 옷을 다른 사람에게 보여 주지 마라.” “……예?” “누가 묻더라도 네가 수선했다는 사실을 말하지 말고.” 해온의 표정이 굳었다. “왜요?” “위험해질 수 있다.” “무엇 때문에요?” 서령은 그녀를 바라보았다. 설명해야 했다. 그러나 어디서부터 이야기해야 할지 알 수 없었다. 인간에게 천계의 법도와 봉인을 설명하는 일은 쉽지 않았다. 무엇보다 그는 해온이 두려워하는 모습을 보고 싶지 않았다. “아직은 말할 수 없다.” 그 대답에 해온의 눈썹이 올라갔다. “신선님.” “…….” “저한테 위험할 수 있다고 하셨죠?” “그렇다.” “그럼 제가 알아야 하는 거 아닌가요?” 서령은 입을 다물었다. 해온은 잡힌 손을 내려다보았다. 그의 손은 크고 서늘했다. 그러나 손목을 감싼 힘은 강하지 않았다. 그녀가 조금만 움직이면 놓아줄 수 있을 만큼 조심스러웠다. “저는 신선님처럼 도술을 쓰지도 못하고, 하늘로 날아갈 수도 없어요. 그러니까 위험한 일이 생기면 미리 대비해야 해요.” 서령의 눈빛이 흔들렸다. “……그렇군.” 그는 천천히 손을 놓았다. “네 말이 옳다.” 해온은 조금 놀랐다. 서령은 날개옷을 접으며 낮게 말했다. “이 옷에는 천계의 봉인이 걸려 있다. 본래는 누구도 손댈 수 없는 것이지.” “봉인이요?” “그렇다. 그리고 네가 수선한 뒤 그 봉인이 약해졌다.” 해온은 자신의 손을 내려다보았다. “제가요?” “아직 이유는 모른다.” 서령은 그녀를 똑바로 바라보았다. “다만 천계가 이 사실을 알면 너를 찾아올 수 있다.” 해온의 얼굴에서 웃음기가 사라졌다. “……저를 데려가려고요?” “그럴 가능성이 있다.” 잠시 침묵이 흘렀다. 창밖에서 바람이 불었다. 해온은 한참 동안 생각하다가 입을 열었다. “그럼 신선님.” “말해라.” “이제 정말 돌아가셔야 하는 거 아니에요?” 서령의 눈동자가 굳었다. “무슨 뜻이냐?” “신선님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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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시 숙박비를 내셔야죠.” “계속 머물러도 된다는 뜻이냐?” “돈을 내시고 규칙을 지키시면요.” 서령은 그녀를 한참 바라보았다. “그렇다면 오래 머물러야겠군.” “얼마나요?” “네가 허락하는 동안.” 해온은 대수롭지 않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는 아직 알지 못했다. 천 년을 살아온 신선에게 한 달이라는 시간이 얼마나 짧은지, 그리고 그가 이미 이 작은 바느질방에 얼마나 오래 머물 생각을 하고 있는지. 서령의 첫 번째 문제는 아침 식사에서 발생했다. “이것이 무엇이냐?” “죽이요.” “죽?” “쌀을 끓인 음식이요. 설마 죽도 처음 보세요?” 서령은 자신 앞에 놓인 그릇을 내려다보았다. 잘게 썬 버섯과 채소가 들어간 흰죽이었다. 따뜻한 김이 피어오르고 있었지만 그는 숟가락을 들 생각을 하지 않았다. “신선은 음식을 먹지 않아도 된다.” “그럼 안 드셔도 돼요.” 해온은 태연하게 자신의 그릇을 끌어당겼다. 서령이 그녀를 바라보았다. “먹지 말라고?” “배가 안 고프시다면서요.” “그렇지.” “그럼 굳이 드실 필요 없잖아요.” 서령은 잠시 침묵했다. 천계에서는 그가 식사를 하지 않는다고 하면 산해진미를 차려 놓고도 먹어 달라고 청하는 신선들이 있었다. 그러나 해온은 달랐다. 먹지 않겠다는 말에 조금도 아쉬워하지 않았다. 그것이 어쩐지 마음에 들지 않았다. “먹겠다.” “배 안 고프시다면서요?” “맛이 궁금해졌다.” “그럼 드세요.” 해온은 다시 그릇을 밀어 주었다. 서령은 숟가락을 들어 죽을 한 입 떠먹었다. 인간의 음식은 오랜만이었다. 입안에 퍼지는 따뜻함과 버섯의 향이 낯설면서도 묘하게 편안했다. “어떠세요?” “나쁘지 않군.” “맛있다는 말은 못 하시고요?” “맛있다.” 해온은 피식 웃었다. “그렇게 억지로 말씀하지 않으셔도 돼요.” “억지가 아니다.” 서령은 다시 한 숟가락을 떠먹었다. 해온은 그런 그를 바라보다가 자신의 그릇으로 시선을 돌렸다. 별것 아닌 아침이었다. 매일 혼자 먹던

  • 날개옷을 돌려드렸는데 왜 안 가세요   신선님, 숙박비부터 내세요

    천 년을 살아온 신선에게도 처음 겪는 일이 있었다.이를테면 인간 여인에게 숙박비를 내라는 말을 듣는 것이라든가, 밥을 먹었으면 설거지를 하라는 명령을 받는 것이라든가, 남의 집에 머물려면 반드시 지켜야 할 규칙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는 것 말이다.서령은 지금 그 모든 일을 한꺼번에 겪고 있었다.“첫째, 허락 없이 제 방에 들어오지 마세요. 둘째, 바느질방에 있는 물건은 함부로 만지지 마시고요. 셋째, 식사는 정해진 시간에만 드립니다. 넷째, 손님이 오시면 괜히 이상한 말씀 하지 마세요.”해온은 작은 목판에 붓으로 글씨를 적으며 손가락을 하나씩 접었다. 서령은 그녀의 맞은편에 앉아 그 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었다. 청운산의 바람을 다스리는 상선이 인간 여인의 집에서 지켜야 할 규칙을 듣고 있다는 사실이 우스웠지만, 정작 그는 조금도 불쾌해 보이지 않았다.오히려 흥미롭다는 표정이었다.“다섯째, 밤에는 조용히 해 주세요. 저는 새벽까지 바느질하는 날이 많거든요.”“밤에는 무엇을 하면 안 되느냐?”“시끄럽게 굴지 마시라고요.”“시끄럽게 굴 생각은 없다.”“어제는 바람으로 창문을 전부 열어 놓으셨잖아요.”“답답해 보여서 그랬다.”“그 바람 때문에 제가 정리해 놓은 실타래가 전부 엉켰어요.”서령은 잠시 생각하더니 고개를 끄덕였다.“그것은 미안하군.”해온은 붓을 멈췄다.이 신선은 참 이상했다. 처음에는 세상에서 가장 오만한 사람처럼 굴더니, 막상 잘못을 지적하면 생각보다 쉽게 인정했다. 다만 사과한 뒤에도 똑같은 실수를 반복할 것 같은 얼굴이라는 게 문제였다.“그리고 마지막으로.”해온이 목판을 내려놓았다.“숙박비는 선불입니다.”서령의 시선이 그녀에게 향했다.“어제 금을 주지 않았느냐?”“그건 날개옷 수선비고요.”“그렇군.”“숙박비는 별도예요.”“얼마를 원하느냐?”해온은 잠시 고민했다. 사실 낯선 남자를 집에 들이는 일 자체가 마음에 걸렸다. 상대가 인간도 아닌 신선이라니 더욱 그랬다. 그러나 서령은 어제 약속했던 금덩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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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창문이 자꾸 열리기는 했어요.” “그뿐이냐?” “바람이 불 때마다 실이 엉키기도 했고요.” “…….” “아, 바늘이 부러진 적도 없어요. 그건 좀 신기했네요.” 서령은 말없이 그녀를 바라보았다. 어떤 신력도 느껴지지 않았다. 지극히 평범한 인간이었다. 손가락 끝에는 바늘에 찔린 흔적이 여럿 남아 있었고, 손등에는 오래된 화상 자국이 있었다. 그는 무심코 손을 뻗었다. 해온의 오른손이 그의 손안에 들어왔다. “……어?” 손바닥에 닿은 온기가 낯설었다. 서령은 수많은 인간을 보았지만 이렇게 가까운 거리에서 손을 잡은 적은 드물었다. 인간의 체온은 쉽게 식었고, 그들의 생은 바람에 흩날리는 꽃잎처럼 짧았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이 여인의 손은 놓기가 싫었다. “신선님?” 해온이 눈을 깜빡였다. “제 손에 뭐라도 묻었나요?” “아니다.” “그럼 놓아주셔야죠.” 서령은 천천히 손을 놓았다. 그 짧은 순간이 어쩐지 아쉬웠다. 그는 자신이 무엇을 아쉬워하는지 이해하지 못했다. 그날 밤, 서령은 마침내 날개옷을 되찾았다. 그는 바느질방 앞에 서서 은백색 옷을 어깨에 걸쳤다. 달빛 아래 비단이 길게 펼쳐졌고, 잔잔하던 공기가 물결처럼 흔들렸다. 해온은 그 광경을 넋을 잃고 바라보았다. “……정말 신선이셨네요.” “이제 믿겠느냐?” “예.” 해온은 잠시 망설이다가 덧붙였다. “그런데 신선님.” “말해라.” “수선비는요?” 서령은 그녀를 내려다보았다. 그러더니 처음으로 희미하게 웃었다. “내일 가져오마.” “정말이죠?” “신선은 거짓 약속을 하지 않는다.” “그럼 내일 기다릴게요.” 그 말에 서령의 웃음이 멎었다. 기다린다. 누군가 자신을 기다린다는 말을 듣는 것이 얼마 만이던가. 천계에는 그를 기다리는 사람이 없었다. 모두 그를 두려워하거나, 필요로 하거나, 명령을 내릴 뿐이었다. 그런데 이 여인은 고작 수선비 때문에 내일 자신을 기다리겠다고 말했다. 이상하게 기분이 나쁘지 않았다. “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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