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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손바닥 벽에 붙여

Author: 디브
last update publish date: 2026-09-03 17:59:04

"자네가 요청한 프로그램 장비일세."

"감사합니다."

윤국장과 승주는 검은색 자동차에서 은밀하게 접촉했다. 의외로 윤국장은 직접 차를 운전하고 승주와 약속한 장소로 나왔다. 정명 국제학교와 차로 30분거리에 떨어져 있는 인적이 드문 공터였다. 

"아직 정명쪽에서는 이렇다할 움직임이 없네. 그건 자네의 정체를 전혀 모르고 있다는 뜻이겠지."

"..."

"장비의 사용법은 익히 알테고. 어디에 쓸건가?"

"... 결과로 말씀드리겠습니다."

'혹시 발견 못하면 윤국장이 어떻게 나올지 몰라.'

승주는 속마음을 들키지 않게 포커페이스를 윤국장에게 말했다. 하지만 윤국장은 마치 승주의 그런 속마음을 알기라도 한다는듯 한쪽 입꼬리를 올리며 너그러운 헛웃음을 지었다.

"허허, 실패를 두려워말게. 지나고보면 피가되고 살이되는 법이니까."

"...네."

"몸 조심해. 가봐."

승주는 고개를 살짝 돌려 윤국장에게 목례한뒤 윤국장의 차에서 내렸다. 윤국장의 차는 빠르게 공터를 빠져나갔고, 승주는 그 자리에서 차가 안 보일때까지 움직이지 않았다. 요청한 물건을 즉시 자신에게 가져다주었던 상사에 대한 예의를 지킨 것이었다. 승주는 더욱 증거를 잡겠다는 각오를 다지며 장비를 든 손에 힘을 주었다. 

'반드시 증거를 잡아낼거야, 정명그룹을 조각조각 찢어발겨버릴거니까.."

..

새벽 1시. 칠흑같은 어둠이 정명 국제학교의 정원을 에워싸고 있었다. 우아하고 찬란하던 정원은 어둠이 내려앉아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유난히 달빛까지도 구름에 가려 한치앞도 잘 보이지 않는 어둠이었다. 승주는 블랙의 전신수트를 입었다. 두건을쓰고, 마스크를 눈 바로 밑까지 끌어올려 성별을 구분할 수 없었지만, 몸에 밀착된 수트는 승주의 굴곡진 몸매를 그대로 드러내고 있었다. 

'새벽1시부터 3시까지. 단 두시간이다.'

승주는 경비원도 잠시 눈을 붙이는 시간이라는 걸  퇴근할때 경비원가 짧은 대화로 알고 있었다. 경비원은 신입 사서인 승주에게 그 어떤 경계심도 갖지 않고, 막간의 눈을 감는 타임이 있어 할만하다는 투로 말했다.

승주는 학교의 cctv 사각지대를 파악하고 재빨리 학교 안으로 진입했다. 경비실에서 경비원이 눈을 붙이고있는것을 창문으로 보고, 조심스럽게 문을 열고 들어가 경비원 근처에 있는 출입카드를 집었다. 

[드르렁~ 드르렁~]

경비원은 세상모르게 잠들어있었다. 그의 휴대폰이 책상위에 있었지만 타이머가 120분에서 조금씩 줄어들고 있었을뿐 그 어떤 존재감도 없었다. 승주는 출입증으로 학교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낮에 다녀왔던 데이터센터가 있는 5층으로 올라갔다. 불이 꺼져서 어두워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지만 바로 몇 시간 전에 와봤던 곳이라 짐작하기 어렵지 않았다. 그리고 승주가 학교에 진입하자 구름이 점차 걷어지면서 학교 안으로 푸른 달빛이 들어왔다. 

'헉...헉..'

숨도 쉬지 않고 몇 분을 달렸을까. 5층 데이터센터 앞에 섰다. 배낭에 메고 있던 장비를 꺼냈다. 생각보다 첫 출근부터 수확이 있는것 같아 승주는 흥분되었다. 일이 잘 풀리는 것 같았다. 승주는 자신은 역시 '현장 스타일' 이라는 생각이 들어 실웃음이 나오려는걸 억지로 참았다. 

'집중해, 집중. 여기서 들키면 끝이야.'

장비세팅이 끝난 승주는 데이터센터의 문을 경비원의 출입카드로 열었다. 학교가 멈춘 이 시간에도 서버는 24시간 돌아가고 있었다. 바깥세상과 단절된듯한 이 곳은 낮과 밤이 없는 오로지 기계음만 가득한 시간이 멈춘듯한 곳이었다. 승주는 적막속에 기계의 세상으로 삼켜진듯한 느낌이 들었다. 안으로 한발짝 더 들어선 순간이었다.

[탕!!]

'헉!!!'

승주는 누군가에게 손목을 우악스럽게 잡혀 벽에 가둬지고 말았다. 상대의 얼굴을 알아볼 수 없도록 승주의 얼굴은 벽에 짓이겨지고 있었다. 놀랍게도 그 사람은 한 손으로 승주의 양손을 뒤로 제압하고 있었다. 

온몸을 비틀며 빠져나오려고 했지만 사내의 육중한 몸은 승주의 움직임에 아무 영향도 받지 않는듯 바위처럼 단단하게 미동하지 않았다. 

승주는 그럴수록 더욱 그에게서 빠져나오려고 했고, 급기야 벽을 발로 밀어 사내를 밀어내려는 순간 그는 승주의 두건을 거칠게 벗겨버렸다. 그리고 얼굴을 밀착해서 승주의 귓가에 입술을 대고 서슬퍼런 목소리로 말했다. 

"밀어내는 순간, 너는 죽는다."

승주는 그가 자신의 양손을 한 손으로 제압하고 다른 한 손으로는 옆구리에 총을 겨누고 있다는 것을 본능적으로 깨달았다. 총구-가 승주의 옆구리에 단단히 꽂아져 있었다. 잘록한 허리는 그 사내가 승주의 치명적인 명치를 파악할 수 있게 도와주었다. 

"...누구야, 당신."

"상황파악이 안되나본데, 그 질문을 스스로 하다니."

"!!"

승주는 자신이 이 공간의 침입자입을 깨달았다. 급작스러운 공격에 실수한 자신을 자책했지만, 한시라도 빨리 여기서 벗어나야만 했다.

"이거 놔."

"못 하겠다면?"

"놓으라고, 개자식아."

"개자식이라. 역시 입이 거치네."

승주는 사내의 목소리가 낯설지 않은 이유를 알아냈다. 승주의 귓가에서 들리는 소름돋는 그 저음의 보이스는

오늘 아침 커텐 뒤에 있던 그 남자의 목소리였다.

남자가 두건을 벗겨버리면서 머리를 감싸고 있던 비니까지 함께 벗겨졌고, 승주의 머리카락이 풀어헤쳐졌다.

잠입하면서 체력을 소모한 탓에 땀이 났고, 땀에 늘러붙은 승주의 머리카락은 승주의 기분을 더 나락까지 가게 만들었다. 

"손바닥 벽에 붙여."

남자는 총구를 더욱 옆구리에 밀착시켰다. 그리고 승주의 양손을 제압하고 있던 손에 힘을 풀었다. 어찌나 힘이 센지 잡힌것 만으로도 승주의 양손이 얼얼할 정도였다. 총구를 느끼며 승주는 두 손을 들어올려 벽에 짚었다. 

그가 총을 쏠지도 모른다는, 옆구리에 총을 맞아 이 자리에서 죽을지도 모른다는 두려움 때문에 승주는 숨이 거칠어졌다. 

'첫 임무, 첫 현장에서 나는....결국.... 아니야, 안돼. 이렇게는... 그럴 수 없어!!'

승주는 그가 잠시 방심한 틈을 타 그대로 몸을 돌려 총구가 있는 쪽으로 돌려차기를 날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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