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그인새벽이었다.바람은 멎었지만, 어딘가에서 오래된 금속이 울리는 소리가 지하실의 습한 공기를 흔들었다.여진이 남긴 파일은 단 하나의 문장으로 시작됐다.“너희가 믿는 어떤 진실도, 이미 누군가의 거짓말 위에 세워져 있다.”수진은 말없이 화면을 바라보았다.그 문장은 죽은 사람의 목소리처럼 차갑게 번졌다.그녀의 눈동자에 희미한 떨림이 스쳤다.파일은 단순한 보고서가 아니었다.흑거미 조직 내부의 통신 기록,국정원이 삭제한 실험 아카이브,그리고 ‘LIN PROJECT’의 원본 설계도.거기엔 짧은 문구가 붉은색으로 강조돼 있었다.LZM-01: 김수진LZM-02: 김수민강혁의 숨이 짧게 멎었다.“……02가 네 언니였어.”수진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대신 오래전부터 알고 있었던 사실처럼 눈을 감았다.“우릴 만들었어.”그녀가 낮게 말했다.“목소리를 훔치는 기술, 기억을 조작하는 방식…우린 누군가가 설계한 ‘이름’이었어.”백사는 이를 악물고 모니터를 내리쳤다.“그럼 이 모든 게”“배신구의 작품이지.”강혁이 끝맺었다.그리고 마지막 화면이 떠올랐다.좌표: 해남 폐등대LZM KEY – ACCESS GRANTED그들은 동시에 시선을 들었다.오늘 밤, 끝이 열린다는 것을 모두가 알고 있었다.폐등대는 바람의 시체처럼 서 있었다.유리창은 오래전 깨졌고, 계단은 녹이 슬어 있었다.바다는 잿빛으로 일렁였고, 빛은 이미 사라진 지 오래였다.등대 아래, 숨겨진 문이 있었다.문 너머는 어둡고 길었다.마치 오래된 진실이 스스로를 숨기기 위해 만든 뱃속 같았다.배신구는 그 안쪽에서 그들을 기다리고 있었다.세상에서 제일 상냥한 얼굴로.“왔군.”백사가 총을 들이밀었다.그러나 배신구는 오히려 미소를 지었다.“너희는 아직 모르지? 왜 내가 수민을 죽여야 했는지.”수진의 눈빛이 흔들렸다.“수민은 LZM-02였어. 네가 LZM-01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지. 그리고… 널 지키려 반역을 선택했다.”그 한 문장이 수진의 가슴을 칼처럼 갈랐다
방 안의 공기가 완전히 식어갈 무렵, 수진은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첫 번째 자가 사라진 자리엔 그 어떤 흔적도 없었다.피도, 체온도, 생의 마지막 경련조차도 남아 있지 않았다.마치 누군가가 시간이 지나기 전에 서둘러 지워버린 흔적처럼,그 자리는 처음부터 비어 있었던 것처럼 보였다.그러나 빈자리는 언제나 말이 많았다.침묵보다 많은 것을 말하는 구멍이었고 수진은 그 침묵의 모양을 오래 바라보았다.“나를… 지켜보고 있었나 봐.”그녀가 낮게 말했다.“언니 얼굴을 한 그 아이를 누가 만들었든, 그들은 내가 어디까지 갈지 알고 있었던 거지.”그녀의 목소리는 떨리지 않았지만 말끝이 희미하게 마른 숨에 잠겼다.강혁은 몇 걸음 뒤에서 그녀를 지켜보다가 무릎을 굽혀 그 빈자리에 손끝을 가져갔다. 차갑다.차갑다는 감각조차 빠르게 사라진다.“흔적이 너무 깨끗해.”그가 중얼거렸다.“흑거미도, 국정원도… 이런 방식은 안 써. 이건… 당신 언니 사건 이후로 우리가 놓친 세력이 있다는 뜻이야.”수진은 그의 말에 완전히 시선을 돌렸다.그녀는 그가 말한 ‘놓친 세력’이라는 단어에 수민의 그림자를 보았다.그림자는 오래전 폭설 속에서 사라진 언니의 모습을 따라갔고 그 뒤를 쫓는 자신의 뒷모습까지 포개어졌다.“배신구가 나한테 한 말이 있어.”수진은 잠시 망설였지만, 결국 꺼냈다.“언니가 죽기 전, 마지막으로 남긴 기록은 배신구에게 바로 가지 않았다고 했어.그 위에 누가 있었다고… 그 사람한테 먼저 보고가 들어갔다고.”강혁의 눈이 깊게 가라앉았다.그러나 놀라움보다는 이제 조각이 맞춰지는 느낌에 가까웠다.“그러니까 배신구도 꼭대기가 아니었다는 거지.”수진은 아주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그 끄덕임은 결심의 움직임이 아니었다.아직 반쯤은 상처였고, 나머지 반만 겨우 수면 위로 올라온 진실이었다.“난… 언니가 죽은 줄 알았던 밤부터 배신구만 보면 됐다고 생각했어.” 그녀가 말했다.“그 사람만 겨냥하면 모든 게 끝난다고… 그게 내 복수의 끝이라고… 그
바닥이 흔들린 뒤, 방 안에는 짧고 깊은 정적이 내려앉았다.먼지가 흩어지는 소리조차 크게 들릴 만큼 모든 공기가 갑자기 가벼워졌다.그러나 그 가벼움은 해방이 아니라 어딘가에서 차갑게 빠져나간 무게 때문이었다.봉인이 깨지자, 방 안의 온도는 서서히 떨어졌고첫 번째 자는 마치 실을 끊은 인형처럼 가볍게 무너졌다.그 움직임엔 생명도, 의지도 없었다.마지막까지도 ‘언니의 얼굴을 가진 껍데기’였다는 사실이 잔혹할 만큼 명확해졌다.수진은 그 모습을 똑바로 보지도 못했다.무너져가는 형체의 그림자가 바닥에 길게 늘어나자 그녀는 무의식적으로 시선을 아래로 내렸다.눈앞이 흐려진 것도 아닌데 경계가 흐트러지는 느낌이 들었다.그녀의 손끝은 아직도 첫 번째 자의 팔을 잡았던 자세 그대로 굳어 있었고손바닥에 남아 있는 ‘가벼움’이 오히려 무거운 죄처럼 느껴졌다.강혁이 먼저 다가왔다.몸을 숙여 수진과 눈높이를 맞추려는 그의 움직임은아까의 전투에서 보여줬던 속도와 전혀 다른 느리고 조심스러운 것이었다.“수진.”그는 그 한 단어를 부르며 숨을 아주 천천히 들이켰다.그녀의 눈이 흔들렸다.흔들린 이유는 방금 전의 폭력도, 봉인의 붕괴도 아니었다.그녀를 부르는 그의 목소리에 두려움이, 안도감이, 미안함이 함께 묻혀 있었기 때문이었다.수진은 떨림을 억누르던 입술을 조금 씹었다.“괜찮아.”입에서 나온 말은 그녀가 생각한 것보다 훨씬 조용했다.“다 끝났어.”“끝난 게 아니야.”강혁은 고개를 저었다.“네가 혼자 감당하는 방식으로는… 아직 끝이 아니야.”그 말은 그녀의 가슴에 조용히 박혔다.그녀는 순간적으로 눈을 내리깔았지만시선이 떨어진 곳에는 첫 번째 자의 몸이 점점 흐릿해지는 흔적이 있었다.강혁이 그걸 보고 말을 멈췄다.수진도 고개를 들어 살폈다.첫 번째 자의 몸은, 흐릿해지는 것이 아니라 사라지고 있었다.피도, 살도, 무게도 남기지 않은 채 그저 빛이 빠져나가듯 처음부터 이곳에 존재하지 않았던 것처럼.이것은 흑거미의 기술도, 국정원의
첫 번째 자가 바닥을 가르며 뛰어드는 순간, 방의 공기가 단숨에 찢어졌다.금속이 긁히는 소리는 없었다.살이 공기를 헤치며 나아가는 날것의 속도만이 귀를 때렸다.강혁은 예상보다 훨씬 빠르게 몸을 낮췄다.그의 어깨와 팔 근육이 순간적으로 수축하면서첫 번째 자의 팔꿈치가 지나가는 궤적을 비켜냈다.팔꿈치 하나에 함부로 스친다면, 골절 정도가 아니라 관절 전체가 뒤틀려버릴 정도의 힘이었다.수진은 뒤에서 숨을 들이마셨다.정확하게 말하면, 들이마신 게 아니라 숨이 ‘절로’ 끊겼다.오랜 시간 몸으로 기억해버린 공포흑거미가 키운 아이들이 가진 공격 방식은 마음보다 몸이 먼저 알아본다.첫 번째 자의 발끝이 바닥을 스치며 강혁 쪽으로 돌아섰다.금속 같은 무게를 가진 움직임. 그러나 소리는 없다.소리 없는 움직임일수록 치명적인 훈련을 견딘 아이들이었다.강혁은 공격을 막지 않았다.대신 ‘흐르는 방향’에 몸을 맡겨 첫 번째 자의 깊이를 읽었다.흑거미의 방식은 모두가 알고 있었다.수진도, 강혁도.직접 막는 순간, 죽는다.부딪히는 힘이 아니라‘흐름’을 읽어야 한다.첫 번째 자가 두 번째로 공격을 내리찍었다.이번엔 손날이었다.목을 자르는 각도. 흑거미가 심장 다음으로 즐겨 노리던 부위.강혁은 뒤로 내딛으며 팔목을 피하려 했지만 완벽하게 피할 수는 없었다.손날이 스친 자리에서 피가 아주 얇게, 필름처럼 번졌다.“강혁!”수진의 목소리가 튀어나왔다.감정이 억눌려 있는 목소리.이름을 부르는 그 짧은 울림만으로 어린 연변 사투리가 조금 섞여 있었다.강혁은 대답하지 않았다.대신 몸을 비틀며 첫 번째 자의 손목을 잡았다.그러나 잡는 순간 깨달았다.힘이 너무 가볍다.사람의 팔을 잡은 느낌이 아니라깃털이 붙은 금속 막대를 잡은 것 같은 비현실적인 공허함.수진도 그걸 느낀 듯 숨이 멎은 얼굴로 중얼거렸다.“…몸이… 비어 있다…”바로 그 순간 첫 번째 자가 몸을 비틀어 강혁의 손을 빠져나갔다.움직임이 너무 빠르고 가볍게 돌아서 강혁의 중
강혁이 앞을 막아선 순간, 방 안의 온도는 더 낮아진 듯했다.그 차가움은 봉인의 압박 때문이 아니었다.수진의 가슴 깊은 곳에서 일어난 급격한 변온,마치 심장이 잘못된 기억을 찾아 맥박을 얼려버리는 듯한 느낌이었다.수민의 얼굴을 한 그 존재는 미세하게 고개를 기울이며 수진을 바라보았다.그 눈동자는 살아 있지도, 죽어 있지도 않았다.그저 ‘남겨진 껍질의 눈’처럼 조용히 흔들릴 뿐이었다.그런데 바로 그 침묵이 수진의 폐 안쪽을 파고들어 숨을 막았다.“자오밍.”그 존재는 한 번 더 그녀를 불렀다.수진은 무릎이 풀릴 것 같은 순간, 강혁의 손이 그녀의 팔을 붙잡았다.힘이 아니라 온기였다.지금 이 방에서 유일하게 ‘살아 있는 사람의 온기’.“수진. 네가 알고 있는 건 기억이고, 지금 저기 있는 건… 흑거미가 만든 윤곽이야.”그의 목소리는 낮았지만 단단했다.그러나 말은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수진의 시야가 흔들렸다.눈앞에서 천천히 다가오는 얼굴이 과거의 어느 겨울밤과 겹쳐졌다.눈 속에 묻혀 있던 자매. 언니의 손.“자오밍, 언니한테 와.”그 목소리. 그 부름. 그 따뜻함을 가장한 잔인한 모조품.수진은 무의식적으로 한 발 나갔다.그러나 강혁이 그녀를 붙잡아 멈추게 했다.“가지 마.”그는 속삭였지만, 그 속삭임은 명령 같았다.“저건 너를 무너뜨리려고 만든 거야. 네가 언니를 잃은 그 순간을 다시 꺼내서, 네 마음을 갈라버리려는.”수진의 목 안에서 작은 숨이 튀어나왔다.“강혁… 내가… 언니 이름을… 들었어.”“그래. 너만 아는 거니까 흑거미가 더 노린 거야.”강혁이 수진의 눈을 바라보았다.“흑거미가 그걸 알아냈다는 건… 네 마음을 가장 아픈 데서 찌르려고 했다는 뜻이야.”그 존재는 여전히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다.수민의 얼굴. 그러나 수민에게 단 한 번도 없었던 ‘감정의 공백’이 있었다.그 공백이 수진의 심장을 칼처럼 찔렀다.“자오밍.”이번엔 한발 더 다가와서 불렀다.수민의 입 모양, 수민의 톤, 수민의 미세한 호
바닥이 아주 미세하게 울렸다.진동이라 부르기도 애매한, 그러나 ‘몸이 먼저 느끼는 종류의 진동’이었다.지하 흙층이 아닌, 철골이 흔들릴 때 나는 낯선 떨림.수진은 귀 아래까지 심장이 치밀어 오르는 걸 느끼면서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말을 내뱉으면, 그 순간 들이킨 숨의 떨림이 자신의 공포를 그대로 드러낼 것 같아서였다.강혁은 바닥 중심에 시선을 고정하고 있었다.그의 눈동자는 작은 흔들림도 허용하지 않는 위험한 집중의 빛으로 가라앉아 있었다.수진 뒤에 서 있는 그 여자는 이미 손등에 핏기가 모두 빠져 있었다.수진이 어깨를 붙잡아 겨우 버티게 했지만봉인의 압박과 천장 위에서 내려오는 ‘무언가의 존재’가 그녀의 체온을 급격히 떨어뜨리고 있었다.바닥 한가운데가 아주 조금 사람 한 명의 무게보다 가볍게 하지만 분명히 눌렸다.수진이 숨을 멈췄다.강혁은 말을 잃었다.그리고 순간, 천장에서 떨어지는 건 그림자도, 사람도, 발걸음도 아니었다.기척이었다.흑거미가 키운 자들은 절대 발소리를 내지 않는다.기척을 먼저 내고, 다음에 발을 내딛는다.그 기척은 오랜 세월 어둠 속에서만 살아온 존재들이 가진 형체 없는 그림자의 느낌이었다.바닥이 다시 눌렸다.그리고 세 번째 진동이 왔다.그 순간 수진은 깨달았다.“…하나가 아니야.”강혁이 미세하게 머리를 돌렸다.“뭐가?”“여긴 ‘한 명’만 내려오는 구조가 아니야.흑거미는 늘 첫 번째 자를 보낼 때 그녀와 짝을 이루는 ‘그림자’를 함께 붙여.”그 말은 흑거미의 방식에서 거의 예언이나 다름없었다.첫 번째 자는 정면을 맡고, 그림자는 뒤에서 심장을 노린다.강혁은 순간 숨을 가볍게 들이켰다.“그럼… 벌써 둘이 내려왔다는 건가.”수진은 천장을 올려다보았다.그녀의 눈동자에 아주 작게, 금속판이 들리는 틈이 보였다.그리고 그 틈 사이로 ‘눈’이 있었다.사람의 눈이라 부르기엔 너무 차갑고,짐승의 눈이라 부르기엔 너무 조용한 그런 눈이었다.수진의 손끝이 차갑게 식었다.그 눈은 과거의 자
수진은 손안에서 미세하게 떨리는 휴대폰을 잠시 내려다보았다. 화면은 아직 잠금 해제조차 되지 않았는데, 그 화면 뒤편에 숨어 있는 무게가 손가락 하나로는 감당할 수 없을 것처럼 느껴졌다. 그녀는 깊게 숨을 들이켰다가 아주 천천히 내쉬었다. 강혁은 말없이 그 모습을 바라보고 있었고, 그녀가 숨을 고르는 그 짧은 순간조차 그의 눈은 흔들리지 않았다. 오히려 더 선명한 결심이 펼쳐지는 듯한 빛을 머금고 있었다. 그녀가 잠금 화면을 밀어 올리려다 멈추었고, 그 손끝이 떨리는 것을 강혁은 보았다. 그는 손을 뻗지도, 끌어안지도
해가 기울 무렵, 꽃집 안은 붉은 빛이 스며들며조용히, 아주 천천히 어두워지고 있었다.수진은 조명을 켜지 않은 채 탁자에 놓인 꽃다발을 바라보고 있었다.그 꽃다발 속 작은 쪽지는 손에 닿기만 해도 심장이 쿵 내려앉는 것처럼묘하게 차가운 공기를 품고 있었다.그녀는 조심스레 그 쪽지를 다시 꺼냈다.글씨는 짧고, 명확하고, 잔혹했다.잘하고 있다.흔들리지 마. 흑거미.이 글자들의 획 사이로 십여 년 동안 몸으로 새겨진 명령과 통제,절대적인 위계와 공포가 되살아났다.언니와 자신을 길렀던 보호자이자 감시자 그 여자의 냉정
그날 밤 해남의 바다는 유난히 잔잔했다. 표면만.수진과 강혁의 그림자도 그렇게 고요해 보였지만,내부에서는 서로 다른 파도가 흔들리며 부딪히고 있었다.강혁이 물끄러미 어둠 속을 바라보고 있을 때,수진은 조금 떨어진 자리에서 휴대폰 화면을 켜놓은 채 숨을 고르고 있었다.사진 속 수민은 또렷했고, 마치 금방이라도 말을 걸어올 것처럼 생생했다.수진은 오래 전 버릇처럼 사진 속 언니의 눈을 손끝으로 쓸어내렸다.“언니… 나 진짜 잘하고 있는 거 맞소?”낮게, 들리지 않게, 연변 사투리가 스며 나왔다.서울 말투로 감추고 숨겨왔
수진은 화면이 꺼진 휴대폰을 바라본 채 한동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깊은 밤, 꽃집 뒤편의 작은 방 안은 바람조차 숨을 죽인 듯 고요했고, 어둠은 두 사람 사이에 놓인 침묵만을 더 짙게 만들었다.그러나 그 침묵이 길어질수록,그녀의 가슴 안에 쌓여 있던 어떤 오래된 균열이 천천히 움직이며 울리는 듯했다.오랜 시간 봉인해 둔 돌문 같은 감정이 서서히, 아주 조금씩 벌어지는 소리.그 틈에서 튀어나오는 건 공포도, 희망도, 애증도 아닌 차마 이름 붙일 수 없는 감정의 혼합이었다.강혁은 그녀를 지켜보며 지금 어떤 말도 섣불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