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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공작 대신 하녀를 살리다

Penulis: 데이지
last update Tanggal publikasi: 2026-07-22 18:50:11

전생이라면 바로 성력을 끌어올렸을 것이다.

상처를 봉합하고 손상된 힘줄을 연결하기 위해 자신의 생명력을 밀어 넣었을 것이다. 

그러나 어머니의 연구도, 성전의 정식 교육도 받기 전인 열아홉 살의 몸이었다. 

힘의 흐름이 전생과 같을 것이라고 단정할 수 없었다.

세레나는 먼저 유리 조각의 위치를 확인했다.

그 순간 에마의 피부 아래에서 빛이 번졌다.

처음에는 창문으로 들어온 햇빛이 피 위에서 반사된 것이라 생각했다. 

그러나 은은한 빛은 상처를 따라 움직이고 있었다. 

손목에서 손바닥으로, 손바닥에서 각 손가락으로 뻗어 나가는 가느다란 선들이었다.

생명력이 흐르는 성맥.

전생에도 수없이 보았던 것이지만 전혀 달랐다. 

그때는 눈을 감고 집중해야 겨우 느낄 수 있었고, 

환자의 맥박과 자신의 성력을 연결한 뒤에야 흐름의 방향을 짐작할 수 있었다.

지금은 맨눈으로 보였다.

잘린 힘줄 주변에서 빛이 끊겼고, 

유리 조각 아래에 눌린 작은 성맥은 막힌 물길처럼 흔들리고 있었다. 

손바닥 깊은 곳에서 시작된 출혈의 위치까지 선명하게 드러났다.

세레나의 손이 멈췄다.

“아가씨?”

에마가 불안하게 불렀다.

세레나는 대답하지 못했다.

펜던트의 균열이 옷깃 안쪽에서 차갑게 피부에 닿았다.

회귀하며 사라진 것은 시간이 아니었다.

전생의 경험도 기억도 그대로 남아 있었다. 

그런데 몸 안에 흐르는 힘만은, 죽기 전보다 훨씬 또렷하고 깊어져 있었다.

세레나는 에마의 손을 받친 채 천천히 숨을 들이마셨다.

끊어진 성맥 사이에서 빛 한 줄기가 그녀의 손끝을 향해 움직였다.

끊어진 성맥 사이에서 흘러나온 빛은 세레나의 손끝에 닿기 직전 방향을 틀었다.

에마의 손바닥 안쪽을 따라 가느다랗게 흔들리던 선이 

유리 조각 주변에서 엉키며 몇 번이나 맥박쳤다. 

힘줄이 끊어진 자리는 흐름 자체가 사라진 것이 아니라, 

찢어진 천의 올처럼 서로 다른 방향으로 벌어져 있었다. 

전생의 세레나라면 환자의 손을 붙잡고 눈을 감은 뒤, 

자신의 성력을 밀어 넣으면서 반응을 더듬었을 것이다. 

지금은 피부 아래의 움직임이 등잔불보다 선명했다.

보인다고 해서 곧바로 손댈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세레나는 에마의 손목을 받치던 손에 힘을 늦췄다. 

놀라거나 서두르는 순간 가장 먼저 다치는 것은 환자였다. 

전생에 수없이 확인했던 사실을, 

열아홉 살의 몸이 다시 기억하도록 호흡부터 가다듬었다.

“에마, 제 목소리 들리세요?”

“네. 괜찮아요.”

괜찮다는 말과 달리 에마의 입술은 핏기가 없었다. 

이마에는 식은땀이 맺혔고, 다치지 않은 손은 앞치마를 세게 움켜쥐고 있었다.

세레나는 상처에 얹힌 천을 걷어 내며 말했다.

“유리 조각이 안쪽에 남아 있어요. 지금 뽑으면 피가 더 날 수 있으니 

의원이 올 때까지 움직이지 않을 겁니다. 손가락도 더 구부리지 마세요.”

옆에 서 있던 하녀가 끓인 물이 담긴 대야를 내려놓았다. 

너무 급하게 뛰어온 탓에 물이 가장자리로 넘쳐 치맛자락을 적셨지만, 

세레나는 그것을 지적하지 않았다.

“깨끗한 천은요?”

“세탁실에서 가져오고 있습니다.”

“사용하지 않은 것으로 가져오라고 하세요. 

바닥을 닦던 천은 아무리 삶아도 지금은 쓰지 않습니다.”

하녀가 고개를 끄덕이고 다시 달려갔다.

복도 끝에서는 사용인들이 모여 웅성거리고 있었다. 

약품 냄새와 피 냄새가 섞였고, 

깨진 병에서 흘러나온 녹빛 액체가 바닥의 틈을 따라 천천히 번졌다. 

누군가는 세레나가 피로 얼룩진 바닥에 무릎을 대고 앉은 것을 보고 얼굴을 찌푸렸고, 

누군가는 귀족 영애가 하녀의 손을 직접 잡고 있는 광경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구경할 일이 아닙니다.”

세레나가 고개를 들지 않은 채 말했다.

“약병을 치우고 창문을 여세요. 

무슨 약인지 모르는 액체가 바닥에 섞였으니 맨손으로 만지지 마시고요.”

굳어 있던 사용인들이 뒤늦게 움직였다. 

빗자루와 두꺼운 장갑이 오갔고, 좁은 복도의 창문이 열리면서 찬 공기가 밀려들었다. 

한꺼번에 섞이던 소리가 각자의 일로 나뉘자 에마의 호흡도 조금씩 안정됐다.

세레나는 손바닥 가까이 얼굴을 기울였다.

유리 조각은 길고 얇았다. 끝이 힘줄 옆을 스치며 작은 혈관을 누르고 있었고, 

빼는 방향을 잘못 잡으면 지금보다 깊이 파고들 수 있었다. 

성맥의 흐름만 보고 상처를 닫아 버리면 유리는 그대로 살 안에 갇힌다. 

상처가 겉으로 멀쩡해 보여도 며칠 뒤 염증이 생기고, 손가락 감각을 잃을 가능성이 컸다.

전생의 초기에는 그런 실수를 본 적이 있었다.

신성력이 뛰어난 치료사가 찢어진 피부를 눈 깜짝할 사이에 붙였으나, 

안쪽에 남은 화살 파편을 확인하지 않았다. 

환자는 모두가 기적이라 칭송하는 가운데 걸어서 치료실을 나갔고, 

사흘 뒤 고열과 괴사로 팔을 잃었다.

세레나는 그날 이후 상처보다 원인을 먼저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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