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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원수의 목숨은 내 것
내원수의 목숨은 내 것
Author: STARGIL

1화. 원수의 잠버릇

Author: STARGIL
last update publish date: 2026-09-24 12:03:09

칠 년 전, 설연의 집에 군사들이 들이닥쳤다.

가족은 반역자라는 죄명을 쓰고 죽었다.

혼자 살아남은 설연에게는 복수할 사람이 있었다.

대군 무강. 황제의 동생이자, 가족을 죽이라는 명령에 서명한 남자였다.

그날 이후 설연은 이름을 숨기고 살았다. 남의 목숨을 빼앗는 일을 하며 칼을 배웠다. 밤마다 죽은 가족의 얼굴이 떠올랐지만, 울다가도 칼을 쥐었다. 언젠가는 무강 앞에 서야 했다.

그리고 오늘 밤, 그 기회가 왔다.

정보를 사고파는 친구 백현이 대군 저택의 경비가 바뀌는 시간을 알아냈다. 낮에는 호위들이 무강 곁을 지켰다. 혼자 잠드는 침실이 그에게 접근할 유일한 틈이었다.

“창문 아래서 기다릴게. 일이 틀어지면 바로 나와.”

담을 넘기 전 백현이 속삭였다. 설연은 고개를 끄덕이고 어둠 속으로 들어갔다.

호위들의 발소리가 멀어지자 침실 창문을 넘었다. 침상에는 무강이 누워 있었다. 설연은 소리 없이 다가가 칼을 꺼냈다.

이 남자를 죽이면 끝난다.

그런데 칼끝이 목에 닿기도 전에 무강이 눈을 떴다. 설연은 숨을 멈췄다. 그가 소리를 지르면 호위들이 몰려올 터였다.

무강은 오히려 희미하게 웃었다.

“살아 있었구나.”

“날 알아?”

무강은 그녀의 복면 위로 드러난 흉터를 보았다. 눈썹 끝에 남은 작은 자국이었다.

“알아.”

“그럼 왜 사람을 안 불러?”

“네가 도망갈 테니까.”

설연은 칼끝을 그의 목에 댔다. 그 말투가 더 화났다.

“내 가족을 죽이라고 명령했지?”

“내가 서명했다.”

“아이들까지 죽이라는 명령에?”

무강의 턱이 굳었다. 그는 이번에도 부인하지 않았다.

“그랬다.”

칼끝 아래로 피 한 방울이 맺혔다. 설연은 이를 악물었다. 변명이라도 하면 더 쉽게 죽일 수 있을 것 같았다. 무강은 피가 나는데도 그녀만 보았다.

“그럼 살려 달라고도 하지 마.”

그 순간 무강이 그녀의 어깨 너머를 보았다.

“숙여!”

그의 팔이 설연의 허리를 감아 끌어당겼다. 몸이 기울면서 그녀의 칼이 그의 쇄골을 길게 그었다. 거의 동시에 화살이 베개에 박혔다.

조금 전까지 설연의 머리가 있던 자리였다.

무강은 그녀와 함께 침상 아래로 굴렀다. 그의 손이 설연의 뒤통수를 받쳐 바닥에 부딪치지 않게 했다.

죽이러 온 사람을 구하고 있었다.

“놔!”

설연이 밀어내자 무강은 바로 팔을 풀었다. 대신 등잔을 걷어차 방을 어둡게 만들었다. 열린 창으로 검은 옷의 사내 둘이 들어왔다.

첫 사내의 칼이 설연을 향했다. 그녀는 몸을 낮춰 발목을 찌르고 달려드는 몸을 넘어뜨렸다. 짧은 몸싸움 끝에 사내가 움직이지 않았다. 무강에게 붙잡힌 다른 사내도 숨겨 둔 독을 깨물고 쓰러졌다.

방 안이 조용해졌다. 설연은 곧장 무강에게 칼을 돌렸다.

“당신이 부른 놈들이야?”

“그랬다면 내 몸으로 네 앞을 막을 이유가 없겠지.”

무강의 옷깃이 피에 젖고 있었다. 설연의 눈이 자꾸 상처로 갔다. 자기가 낸 상처인데, 기쁘지가 않았다.

복도에서 호위들이 달려왔다. 그녀가 창문 쪽으로 물러서자 무강이 먼저 명령했다.

“아무도 들어오지 마라. 내가 부를 때까지 기다려.”

발소리가 멎었다.

설연이 낮게 물었다.

“왜 나를 숨겨 줘?”

무강은 죽은 사내의 소매에서 접힌 종이를 꺼냈다. 죽일 사람의 특징과 대금이 적혀 있었다.

스물셋인 여자. 왼손 손바닥에 화상. 선금 은 삼백 냥.

설연은 흉터가 있는 손을 움켜쥐었다. 마지막 줄은 더 분명했다. 대군의 침실에 들어온 뒤 죽일 것.

오늘 밤 무강을 노린 것은 자신이었다. 그런데 누군가는 그 자신을 기다리고 있었다.

창밖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렸다.

“설연. 살아 있으면 손 좀 줘.”

백현이었다. 담에 매달린 그가 한쪽 팔을 뻗었다.

“복수하는 데까진 도왔는데, 담 때문에 죽으면 억울하잖아.”

설연이 그를 끌어 올렸다. 백현은 시신을 보고 웃음을 거두었다.

“우리 쪽에서 네가 올 길이 샌 것 같아. 연락책도 죽었어.”

그가 붉은 봉투를 내밀었다. 죽은 연락책의 몸속에 숨겨져 있던 문서라고 했다. 설연이 펼치자 자신의 이름이 나왔다.

내일 새벽, 북문 형장에서 설연을 처형한다.

죄목은 대군 무강을 죽인 죄였다.

설연은 살아 있는 무강을 보았다. 아직 저지르지도 않은 죄로 처형 날짜가 정해져 있었다.

무강이 그녀의 칼끝을 천천히 밀어 내렸다.

“지금 나를 죽이면 저들의 뜻대로 된다.”

설연의 손이 멈췄다. 그가 그녀를 보며 말했다.

“내가 살아 있어야 네가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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