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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화. 외가 쪽 사촌 아닙니까?

작가: 서담
last update 게시일: 2026-10-19 06:13:23

그로부터 며칠이 더 지났다.

디자인실에는 묘한 변화가 생겼다.

정확히 말하면 윤시우 때문이었다.

“선배님!”

“네?”

“그거 제가 들어드릴게요.”

시우는 하랑이 샘플 상자를 들자마자 달려왔다.

“아, 괜찮은데.”

“무겁잖아요.”

“고마워요!”

하랑이 환하게 웃었다.

시우의 귀가 빨개졌다.

그 모습을 기태가 보고 있었다.

잠시 후.

“어!”

하랑이 의자 다리에 발이 걸려 휘청거렸다.

기태가 자리에서 일어나려던 순간.

“선배님!”

시우가 먼저 하랑의 팔을 붙잡았다.

“괜찮으세요?”

“네!”

하랑은 활짝 웃었다.

“시우 씨 덕분에 안 넘어졌어요!”

“다행입니다.”

시우는 또 얼굴이 빨개졌다.

기태는 천천히 의자에 다시 앉았다.

마우스를 잡은 손에 힘이 들어갔다.

딸깍.

딸깍딸깍.

로로가 고개를 들었다.

기태의 마우스 소리.

하랑을 바라보는 시선.

그리고 시우의 빨개진 얼굴.

로로의 입꼬리가 올라갔다.

“야, 한기태.”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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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네 이름을 부르는 사이   246화. 먼저 와서 기다릴게

    두 번째 집은 첫 번째 집보다 거실이 작았다. 복도 양쪽으로 방들이 나뉘어 있었다. 중개사의 안내가 끝나자 기태가 안쪽 문을 열었다. “여기 좀 볼게.” 하랑도 따라갔다. 기태가 창문을 열어 바깥 소리를 듣고 다시 닫았다. 벽의 길이를 살피다가 한쪽을 가리켰다. “책장은 여기 두면 되겠다.” “책상은?” “저쪽.” 하랑은 그가 가리킨 곳에 서봤다. 책상과 의자가 놓이고도 뒤로 움직일 공간이 남았다. 하랑이 제자리에서 빙글 돌았다. “오빠, 나도 들어와도 돼?” “벌써 들어왔잖아.” “아니, 같이 살 때!” 기태가 웃었다. “와.” “책 읽을 때도?” “응.” “질문해도?” “지금도 하잖아.” 하랑은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여기 작은 의자 하나 더 놓자.” “네 자리?” “응. 바닥에 앉으면 엉덩이 아프니까.” 기태가 문 옆 빈 곳을 봤다. “거기면 되겠네.” 하랑은 휴대전화를 꺼내 메모했다. 기태가 이번에는 맞은편 방을 열었다. “여긴 네가 봐.” 창 아래로 햇빛이 들었다. 하랑이 두 손을 벌려 작업대의 너비를 가늠했다. “이쪽에 앉으면 문 열리는 게 보이겠다.” “응.” “오빠 들어오면 바로 알겠네.” 하랑은 벽을 따라 몇 걸음 옮겼다. “재료장은 여기. 잠금장치 있는 걸로.” “메롱이 때문에?” “응. 반지 케이스 또 깔고 앉으면 어떡해.” 기태의 입꼬리가 올라갔다. “그때 많이 울었지.” “잃어버린 줄 알았잖아!” 하랑은 얼른 왼손을 들어 보였다. “이제 안 잃어버려. 여기 있으니까.” 기태가 그 손을 잡아 내렸다. 엄지가 백금 반지 가장자리를 천천히 쓸었다. “알아.” 두 사람은 마지막으로 침실을 둘러봤다. 하랑은 침대가 놓일 벽 앞에 섰다가 반대편을 봤다. 그러고는 기태의 소매를 잡아당겼다. “오빠.” “응.” “침대는 큰 거 사자.” “얼마나.” “메롱이도 올라오잖아.” 기태는 잠시 하랑을 내려다봤다. “그래도 너 내 쪽으로 붙어 잘 텐데.” 하

  • 네 이름을 부르는 사이   245화. 오빠 자리도 있어야지

    토요일 오전. 첫 번째 집의 현관문이 열리자 하랑이 기태의 손을 꼭 쥐었다. 사진으로만 보던 거실이었다. 큰 창으로 들어온 햇빛이 바닥까지 길게 내려앉아 있었다. “오빠, 저기!” “응.” “메롱이 누우면 딱이겠다.” 중개사가 웃으며 거실로 안내했다. 하랑은 신발을 가지런히 벗고 들어가 창가부터 살폈다. “여기 캣타워 놓고, 저쪽에 소파 놓으면 되겠지?” “창문부터 확인하고.” 기태가 창문 잠금장치를 살피는 동안 하랑은 소파가 놓일 자리에 섰다. “이 정도면 둘이 누워도 되겠다.” 기태가 돌아봤다. “소파에서?” “응. 영화 보다가 잠들면.” “침대 가서 자.” “오빠가 옮겨줘.” 기태의 입꼬리가 올라갔다. “벌써 계획이 다 있네.” “응!” 하랑은 웃으며 그의 손을 다시 잡았다. 주방은 사진보다 아담했다. 하랑이 조리대 앞에 서서 팔을 뻗어보자 기태가 옆에서 동선을 살폈다. “어때?” “괜찮아.” “그럼 여기서 요리할 때 내가 옆에 있어도 돼?” “뜨거운 거 옮길 때는 비켜주고.” 하랑이 고개를 끄덕였다. “알았어. 나 식탁에서 말할게.” “그건 안 시켜도 하잖아.” “오빠!” 하랑이 그의 팔을 가볍게 쳤다. 기태는 웃으며 다음 방으로 향했다. 침실 옆 방에도 빛이 잘 들었다. 하랑은 문턱에서 잠시 멈췄다가 안으로 들어갔다. 벽을 따라 시선을 움직이던 얼굴이 금세 진지해졌다. “여기에 작업대 놓으면 되겠다.” “응.” “재료장은 문 쪽에 두고. 작은 부품은 메롱이가 못 열게 잠그고.” 기태가 빈 벽 쪽으로 한 걸음 옮겼다. “조명은 따로 달아야겠네.” “맞아. 저녁에도 작업하니까.” 하랑은 휴대전화에 메모를 남겼다. 화면을 보는 입술이 조금씩 앞으로 나왔다. 기태는 그 모습을 보다가 조용히 물었다. “마음에 들어?” “응. 엄청.” 하랑이 웃으며 고개를 들었다. “오빠 서재도 보자!” 마지막 방은 두 사람이 나란히 서자 조금 좁게 느껴졌다. 작은 창 너머로는 옆 건물 벽이 가까이

  • 네 이름을 부르는 사이   244화. 아빠, 우리 집 알아보려고!

    월요일 오전. 업무 시작까지 삼십 분 남았을 때, 전무실 문 앞에 두 사람이 나란히 섰다. 하랑은 문을 두드리기도 전에 기태를 돌아봤다. “오빠, 아빠 놀라겠지?” “집 알아보는 게?” “응! 어제부터 내가 얼마나 신났는지 모르잖아.” 기태는 하랑이 들고 있는 태블릿을 내려다봤다. 어젯밤 둘이 고른 매물 사진이 잔뜩 저장돼 있었다. “일단 들어가.” 똑똑. “들어오세요.” 문을 열자 무혁이 서류에서 고개를 들었다. 딸과 기태가 함께 서 있는 모습을 보고 안경을 벗었다. “두 사람이 아침부터 웬일이야?” “아빠!” 하랑이 책상 앞으로 성큼 다가갔다. “나 오빠랑 집 알아보려구~!” 무혁의 손이 멈췄다. “……집?” “응! 우리 신혼집!” 무혁은 딸을 한 번, 그 뒤에 선 기태를 한 번 바라봤다. 기태가 정중히 인사했다. “안녕하십니까, 전무님. 출근 전에 잠깐 말씀드리려고 왔습니다.” “그래요. 앉아요.” 하랑은 기다렸다는 듯 맞은편 의자에 앉았다. 기태가 옆자리에 앉자 태블릿부터 펼쳤다. “아빠, 여기 봐! 거실에 햇빛 엄청 잘 들어온대.” “벌써 보러 갔어?” “아니! 이번 주말에 가보려고.” “그럼 아직 사진만 본 거네.” “응. 그래도 예쁘지?” 무혁은 화면을 들여다봤다. 넓은 창이 있는 거실, 방 세 개, 단정한 주방. “방이 세 개네.” “하나는 침실, 하나는 내 작업실, 하나는 오빠 서재!” “메롱이는?” “거실에서 우리랑 살아!” 하랑은 손가락으로 창가를 가리켰다. “여기 메롱이 자리도 만들 거야. 안전장치 달고!” 무혁은 딸이 신나게 설명하는 모습을 가만히 바라봤다. 하랑은 이미 혼자 살고 있었다. 그런데도 지금 이야기는 달랐다. 혼자 지낼 집이 아니라, 누군가와 평생 함께 살아갈 집을 정하고 있었다. “하랑아.” “응?” “집은 사진만 보고 결정하면 안 돼.” “알아! 그래서 직접 보러 갈 거야.” 무혁이 기태에게 물었다. “출퇴근 거리는 생각했습니까?” “네. 두

  • 네 이름을 부르는 사이   243화. 오빠, 우리 집부터 알아볼까?

    일요일 오전. 하랑은 침대에 엎드려 휴대전화를 보고 있었다. 옆에서는 기태가 책을 읽고 있었고, 메롱이는 두 사람 사이에 누워 있었다. “오빠.” “응.” “우리 집부터 알아볼까?” 기태가 책에서 시선을 들었다. “집?” “응! 우리 결혼하면 같이 살아야 하잖아.” “그렇지.” 하랑은 몸을 벌떡 일으켰다. “나 어제 생각했거든!” “뭘.” “결혼식장도 중요하고 드레스도 중요한데, 우리가 살 집이 제일 중요하지 않을까?” 기태는 책을 덮었다. “맞아.” 하랑의 얼굴이 환해졌다. “그치?” “응. 어디서 살고 싶어?” 하랑은 기다렸다는 듯 휴대전화를 내밀었다. “여기 봐!” 화면에는 여러 아파트 매물이 떠 있었다. 기태가 눈썹을 올렸다. “언제 찾았어?” “아까!” “몇 시부터?” “일곱 시!” 기태는 시계를 봤다. 오전 열 시였다. “세 시간째?” “응!” 기태가 웃었다. “잠도 안 자고?” “잤지! 오빠 옆에서!” “그러다 일어나서 집 찾은 거야?” “응!” 하랑은 화면을 넘겼다. “여기는 거실이 넓고, 여기는 주방이 예뻐. 근데 여기는 방이 세 개야!” “방 세 개?” “응!” 기태가 물었다. “방은 어떻게 쓸 건데?” 하랑은 손가락을 하나씩 접었다. “우리 침실 하나.” “응.” “내 작업실 하나!” “응.” “그리고 하나는…….” 하랑은 잠시 생각했다. “메롱이 방!” 기태가 웃음을 터뜨렸다. “메롱이?” “응! 메롱이도 자기 방 있으면 좋잖아!” 마침 고양이가 기지개를 켰다. 기태는 메롱이를 내려다봤다. “얘는 네 옆에서 자잖아.” 하랑의 눈이 커졌다. “아, 그러네!” “방 하나 남겠다.” “그럼 오빠 서재!” 기태가 고개를 끄덕였다. “좋네.” 하랑은 만족스럽게 웃었다. 그러다 다시 휴대전화를 들여다봤다. “근데 오빠.” “왜.” “우리 회사랑 너무 멀면 안 되겠지?” “응. 둘 다 출퇴근해야 하니까.” “그럼 회사에서 너무 멀

  • 네 이름을 부르는 사이   242화. 네 옆에 남을 사람

    토요일 저녁. 기태가 설거지를 하는 동안 하랑은 소파에서 메롱이의 털을 빗겼다. “오빠.” “응.” “우리 내일 뭐 해?” “가고 싶은 데 있어?” “음. 오빠랑 있으면 어디든 좋은데.” 기태의 손이 잠시 멈췄다. “그럼 내일 정하자.” “좋아!” 하랑이 주방으로 왔다. “나 닦을까?” “됐어.” “왜? 접시는 안 태우잖아.” 기태가 웃었다. “내가 할게.” “치. 나도 잘하는 거 많거든.” “알아.” 기태는 접시를 정리했다. “잠깐 앉아 있어.” “왜?” “줄 게 있어.” 하랑의 눈이 커졌다. “또 선물?” “응.” “오빠, 나 생일 아닌데?” “알아.” 기태는 미리 준비해 둔 꽃다발과 봉투를 꺼냈다. “우와! 꽃이다!” 기태는 꽃다발을 내밀었다. “네 거.” “너무 예쁘다! 근데 오늘 무슨 날이야?” “우리한테 중요한 날.” “무슨 날인데?” 기태는 대답 대신 봉투를 건넸다. 하랑은 겉면의 글씨를 보고 멈칫했다. ‘하랑에게.’ “……오빠가 쓴 거야?” “응.” “편지를?” “응.” “진짜?” 기태가 작게 웃었다. “읽어봐.” 하랑은 조심스럽게 봉투를 열었다. 하랑아. 처음에는 네 질문이 끝이 없다고 생각했어. 그런데 어느새 네가 조용하면 무슨 일 있나 먼저 보게 되더라. 네가 웃으면 나도 웃고, 네가 속상해하면 어떻게 해야 웃게 할 수 있을지 생각해. 네가 좋아하는 일을 포기하지 않았으면 좋겠어. 앞으로도 네 자리에서 마음껏 빛났으면 해. 그리고 하루가 끝나면 그 이야기를 가장 먼저 듣는 사람이 나였으면 좋겠어. 내일도, 그다음 날도. 오래오래. 좋아해, 하랑아. 마지막 줄을 읽는 순간 눈물 한 방울이 종이 위로 떨어졌다. “오빠…….” 기태가 손수건을 건넸다. “편지 젖어.” 하랑은 울면서 웃었다. “오빠가 울렸잖아.” “응.” “안아줘.” 기태는 곧장 그녀를 품에 안았다. 하랑은 편지를 든 채 그의 가슴에 얼굴을 묻었다. “나 이거 평생 간직할

  • 네 이름을 부르는 사이   241화. 주방 출입 금지

    토요일 오전. 하랑의 오피스텔 주방에서 수상한 소리가 들렸다. 달그락. 덜그럭. 기태는 침실 문을 열고 나왔다. “하랑아.” 대답이 없었다. 대신 주방에서 작은 목소리가 들렸다. “어? 왜 이러지?” 기태는 걸음을 멈췄다. 익숙한 불길함이었다. “이하랑.” “아!” 하랑이 화들짝 돌아봤다. 한 손에는 국자, 다른 손에는 휴대전화가 들려 있었다. “오빠! 일어났어?” 기태의 시선이 가스레인지로 향했다. 냄비 하나가 불 위에 올라가 있었다. “뭐 해?” 하랑은 활짝 웃었다. “아침!” “……네가?” “응!” 기태는 잠시 눈을 감았다. 하랑은 입술을 삐죽였다. “왜 그런 표정이야?” “냄비.” “응?” “전에 태운 거 기억 안 나?” 하랑은 눈을 깜빡였다. “기억나지!” “그런데?” “이번에는 안 태울 거야!” 기태는 곧장 가스레인지 앞으로 다가갔다. 냄비 안에는 물과 정체를 알 수 없는 재료들이 들어 있었다. “이게 뭐야?” “계란국!” 기태가 냄비를 내려다봤다. “……계란은?” 하랑은 당당하게 대답했다. “아직!” “파는?” “없어!” “간은?” “그거 지금 찾아보는 중이야!” 기태는 가스 불을 껐다. 하랑의 눈이 커졌다. “오빠!” “응.” “왜 꺼!” “일단 꺼.” 하랑은 억울한 표정으로 휴대전화를 내밀었다. “나 레시피 보고 있었거든?” 기태는 화면을 확인했다. 검색창에는 '계란국 쉽게 끓이는 법'이 떠 있었다. 그 아래에는 다른 검색어도 있었다. '계란국에 계란 언제 넣어요' 기태는 웃음을 참았다. “하랑아.” “응?” “이건 내가 할게.” “안 돼!” 하랑은 얼른 냄비 앞을 막아섰다. “오늘은 내가 오빠 밥 해주려고 했단 말이야!” 기태의 표정이 조금 부드러워졌다. “왜?” “맨날 오빠가 해주잖아.” “괜찮아.” “나는 안 괜찮아!” 하랑은 국자를 꼭 쥐었다. “나도 한번쯤 해주고 싶어.” 기태는 하랑을 잠시 바라봤다. 그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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