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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2화. 구해주자마자 고백받았다

Author: 갱구네
last update publish date: 2026-08-15 18:30:06

그 순간.

텐트 문이 열렸다.

한채린이었다.

태블릿을 들고 들어오던 그녀는 눈앞 장면을 보고 아주 잠깐 멈췄다.

엘리아나는 시온 가까이에 앉아 있었고,

시온은 얼굴이 붉어진 상태였다.

짧은 정적.

공기 흐름이 미세하게 바뀌었다.

멀리 있던 오민석이 작게 중얼거렸다.

“아… 공기 바뀌었다.”

한채린은 평소와 같은 목소리로 말했다.

“각하, 보고드릴 사항이 있습니다.”

완벽하게 차분한 말투였다.

너무 차분해서 오히려 위험했다.

시온은 본능적으로 느꼈다.

‘큰일 났다.’

“아, 네! 바로 가겠습니다!”

엘리아나는 웃으며 손을 흔들었다.

“벌써 도망가네요?”

“도망 아닙니다.”

“비슷해 보여요.”

“오해입니다.”

“대통령님.”

“네?”

“다음엔 안 도망가죠?”

시온은 대답하지 못했다.

그 순간 한채린이 조용히 입을 열었다.

“각하.”

“…네!”

“시간 없습니다.”

“예!”

시온은 거의 반사적으로 텐트를 빠져나왔다.

밖으로 나오자 한채린이 앞서 걸었다.

그를 돌아보지도 않은 채 말했다.

“걸음이 느리십니다.”

“죄송합니다.”

“왜 사과하십니까?”

“그러게요…”

둘은 나란히 걷게 됐다.

잠시 어색한 침묵.

시온은 괜히 눈치를 보다 먼저 입을 열었다.

“오해하신 거 아니죠?”

“아무 생각 없습니다.”

“그 말이 제일 무서운데요.”

“정말입니다.”

대답은 차분했다.

그런데 걸음은 평소보다 조금 빨랐다.

시온은 힐끗 그녀를 바라봤다.

흐트러짐 없는 자세.

차가운 표정.

늘 완벽한 한채린.

그런데—

태블릿 가장자리를 쥔 손끝에 힘이 들어가 있었다.

“한 실장님.”

“네.”

“손.”

“……?”

“태블릿이요.”

한채린은 순간 멈칫했다.

그리고 아주 자연스럽게 힘을 풀었다.

“…미끄러졌습니다.”

“그 정도로요?”

“집중하십시오.”

시온은 웃음을 참았다.

이상했다.

조금 전까지 엘리아나 때문에 정신없었는데, 지금은 또 한채린 반응이 신경 쓰였다.

그리고 그 사실이 더 혼란스러웠다.

그때 한채린이 문득 입을 열었다.

“각하.”

“네?”

“사람은 원래 위기 상황에서 감정 판단이 흐려집니다.”

“……?”

“그러니 방금 들으신 말도 너무 깊게 받아들이지 마십시오.”

시온은 잠시 그녀를 바라봤다.

차분한 말투.

하지만 이상하게도 그 말은 업무 조언처럼 들리지 않았다.

“한 실장님.”

“말씀하십시오.”

“그거 조언입니까?”

“네.”

“진짜로요?”

한채린은 대답하지 않았다.

대신 시선을 살짝 돌렸다.

그 순간 시온은 이상하게 확신했다.

이 사람 지금 신경 쓰고 있다.

많이.

잠시 뒤.

임시 상황실.

한채린은 곧바로 업무 모드로 돌아갔다.

“배후 세력 관련 자금 흐름 일부 확인됐습니다.”

“해외 계좌와 가짜 법인 다수 연결되어 있습니다.”

임태건도 짧게 덧붙였다.

“조직 규모가 큽니다.”

시온도 표정을 바로잡았다.

“쉽게 끝날 일은 아니네요.”

“네.”

한채린은 태블릿 화면을 넘기다 잠시 멈췄다.

그리고 낮게 말했다.

“그러니 개인 감정에 영향받으실 상황 아닙니다.”

시온이 의아한 얼굴이 됐다.

“제가요?”

“……”

한채린은 대답하지 않았다.

하지만 시선을 아주 미세하게 피했다.

오민석이 작게 중얼거렸다.

“두 분 다 지금 영향받고 계신데…”

“오 비서관.”

“예!”

“회의록 정리하십시오.”

“또 저만 혼납니다…”

그때였다.

멀리서 밝은 목소리가 들렸다.

“대통령님!”

엘리아나였다.

의료 검진을 끝낸 그녀가 텐트 밖으로 나오며 손을 흔들고 있었다.

햇빛 아래 금빛 머리카락이 반짝였다.

“점심 같이 하시죠!”

상황실 공기가 순간 조용해졌다.

시온은 어색하게 웃었다.

“아, 그게…”

한채린 손이 다시 멈췄다.

“…회의 준비하겠습니다.”

목소리가 이전보다 조금 더 차가워졌다.

시온이 당황했다.

“갑자기 더 차가워졌는데요?”

“기분 탓입니다.”

전혀 기분 탓이 아니었다.

서유진은 그 모습을 멀리서 지켜보다가 작게 웃었다.

“재밌네.”

위기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배후 세력도 잡히지 않았다.

하지만 강시온은 처음으로 깨닫기 시작했다.

세상을 설득하는 것보다—

한 사람의 마음을 이해하는 게 더 어려울 수도 있다는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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