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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7화

Author: 네입클로버
“그만!”

온하준은 햇빛에 반사된 칼끝이 번쩍이는 걸 보고 서둘러 목소리를 높여 말렸다.

회색 옷을 입은 남자가 입꼬리를 올리며 물었다.

“결정했어? 먼저 네 애인부터 풀어줄까?”

온하준은 고통스러운 눈빛으로 강지연을 바라보았다. 반면 강지연은 놀랍도록 평온했다.

담담하게 그를 그리고 땅을 바라보았다. 해가 더 높이 떠올라 땅 위에 넓은 빛을 쏟아냈고 그 빛이 황금빛으로 반짝이고 있었다.

온하준이 계속 망설이자 회색 옷을 입은 남자가 히죽이며 말했다.

“그러면 좀 더 재미있게 놀아볼까? 네가 계속 망설여진다면 우리가 결정을 내리도록 도와주지.”

회색 옷을 입은 남자가 크게 웃으며 말했다.

“나중에 풀어주는 쪽은 어떻게 될지 몰라. 이제 어떡할래?”

“무슨 뜻이야?”

온하준이 분노에 찬 목소리로 묻자 회색 옷을 입은 남자가 미친 듯이 웃음을 터뜨렸다.

“나중에 풀어주는 사람은 실수로 얼굴에 칼자국을 낼 수도 있다는 뜻이야. 우리가 지금 너무 지쳤거든.”

말이 끝나기 바쁘게 두 사람의 날카로운 칼이 동시에 이하나와 강지연의 뺨을 스쳤다.

“너희들...”

온하준은 고통으로 일그러진 표정으로 강지연과 이하나를 번갈아 봤다.

이하나는 그제야 비로소 공포에 사로잡힌 듯 입술을 파르르 떨며 말 한마디 꺼내지 못했다.

“빨리 결정해! 우린 너랑 오래 놀아줄 시간 없어. 설마 지금 경찰이 오기를 기다리는 거야?”

초록색 옷을 입은 남자가 소리쳤다.

“셋을 셀 거야! 그 전에 결정을 못 내리면 두 사람 얼굴 다 망가질 줄 알아!”

회색 옷을 입은 남자는 이미 빠르게 숫자를 세기 시작했다.

“하나, 둘, 셋...”

“이하나를 풀어줘!”

온하준의 절규가 터져 나왔다. 그 절규는 공기를 가르는 듯했고 심장이 찢어질 듯한 비명이었다.

잠깐의 정적 그리고 이어진 광기 어린 웃음소리.

회색 옷을 입은 남자도 초록색 옷을 입은 남자도 뒤에 서 있던 다른 인간들도 모두가 박장대소했다.

다들 격양된 표정이었다.

빚쟁이들에게는 재미있는 구경거리였고 강성호는 사위가 다른 여자를 선택했다는 사실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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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다섯 번째 결혼기념일에서   제221화

    강지연은 온하준의 머릿속에 도대체 뭐가 들어있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어떻게 하면 네 사람이 함께 여행을 가는 일이 자연스러울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걸까?’“온하준, 나 좀 물어볼게.”그녀는 짧게 웃으며 그를 바라봤다.“우리 넷이 여행을 가면 방은 어떻게 잡을 건데?”뜻밖의 질문에 온하준은 잠시 굳어졌다.“내가 할머니랑 한방을 쓰면 너랑 이하나가 한방을 쓰겠네?”그 말이 떨어지자마자 그의 얼굴빛이 싸늘하게 변했다.“너 지금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우리가 방 세 개도 못 잡을 만큼 가난해?”강지연은 입꼬리를 비틀며 담담히 말했다.“그런 짓을 안 해본 것도 아닌데 왜 그래? 진경시에 있을 때도 나 혼자 방 쓰고, 너는 이하나랑 같이 나갔잖아.”“그건...”온하준이 말끝을 흐리자 강지연이 곧바로 받았다.“그게 뭐? 이하나한테 약속이라도 했어? 나랑은 부부 사이에 해야 할 일 같은 건 안 하겠다고?”온하준은 냉소를 터뜨렸다.“역시 그 일을 아직도 마음에 담아두고 있었구나.”온하준은 몸을 돌려 강지연 위로 올라타며 말을 이었다.“바라는 게 이런 거야?”강지연은 저항하지도, 그를 밀어내지도 않고 그저 느긋하게 그를 바라봤다.“나 생리야.”거절이라면 더 거칠게도 할 수 있었다. 예전처럼 몸싸움을 벌이며 또다시 피가 날 정도로 그를 물어뜯을 수도 있었다.하지만 이제는 지쳤고 그런 에너지조차 아까웠다.온하준은 말없이 그녀의 얼굴을 내려다봤다.“그렇다면 섬으로 가는 건 불편하겠네.”“아니, 섬이 아니라 너희랑 같이 여행을 가는 게 불편해.”강지연의 말은 거짓 하나 섞이지 않은 진심이었다.그녀와 할머니가 떠나는 여정 속에 온하준이 들어설 자리는 애초부터 없었다.“할머니도 너희 보는 걸 달가워하시진 않을 거야.”그녀에게 온하준은 오래전 살갗 깊숙이 박힌 흉터 같은 존재였다.이제 막 새 삶을 향해 걸음을 떼려는 이 시점에서 이제는 그 흉터를 도려내 새살이 돋게 해야 했다.홍순자 역시 그걸 누구보다 간절히 바라는 사람이었다.하지만

  • 다섯 번째 결혼기념일에서   제220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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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다섯 번째 결혼기념일에서   제218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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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다섯 번째 결혼기념일에서   제217화

    “강지연, 그 사람들은 나한테 피를 나눈 형제 같은 친구들이고 넌 내 아내야. 네가 걔네랑 사이가 안 좋으면 곤란한 건 나야. 사실 다들 너랑 잘 지내고 싶어 해. 특히 하나는 오늘 오전 일 때문에 아주 미안해하고 있어. 제대로 얘기 좀 하고 싶대. 내 얼굴을 봐서라도 오늘은 편한 마음으로 같이 밥 먹자. 내 친구들도 다 좋은 뜻으로 이러는 거야.”온하준의 말에 강지연은 어이가 없어 웃음이 터졌다.“온하준, 그러니까 정리하자면 네 친구들이 뒤에서 내 욕을 하고 절름발이라고 비웃었던 것도 다 나한테 좋은 뜻으로 그랬다는 거야? 그 좋은 뜻을 이해하지 못한 내가 문제고 결국 지금껏 내가 전부 잘못하고 있었다는 거네?”온하준은 난감한 듯 미간을 좁혔다.“강지연, 걔네도 나중에 와서 사과했잖아. 왜 그렇게 끝까지 물고 늘어지는 건데?”강지연은 피식 웃었다. 사람이 너무 어이가 없으면 오히려 웃음이 나올 수도 있다는 걸 지금 이 순간 뼈저리게 실감하고 있었다.‘그래서 결국 사과 한마디면 다 끝이라는 거네.’“그러면 이하나가 알몸으로 너랑 한 침대에 누워 잔 것도 나에 대한 좋은 뜻이었겠네? 내가 대범하지 못해서...”말이 끝나기도 전에 쾅 하고 테이블을 내리치는 소리가 실내를 울렸다.“지금 그게 무슨 소리야.”온하준이 매섭게 노려보자 강지연은 그저 입꼬리만 올렸다.‘아이고야, 또 온 대표 역린을 건드렸나 보네.’분노를 쏟아낸 뒤에야 오늘 이 자리를 만든 목적을 떠올린 온하준은 길게 숨을 내쉬었다.“강지연, 넌 꼭 사람을 화나게 만들고야 마는구나. 그만하자. 방금 화낸 건 내 잘못이야. 미안해. 그렇지만 너도 너무 속 좁게 굴지는 마.”‘그래, 남편이 다른 여자와 한 침대에서 자도 아무렇지 않게 넘어가야 하는데 그걸 따졌으니 내가 속이 좁은 거지. 온하준이 어떤 사람인지 뻔히 알면서도 괜히 홧김에 쓸모없는 말을 했네. 두 번 다시 온하준과 그 무리 때문에 감정 낭비하지 않겠다고 다짐해 놓고 또 바보같이 참지 못했어.’강지연이 자리에서 일어서자

  • 다섯 번째 결혼기념일에서   제216화

    ‘로맨틱? 로맨틱한 분위기를 즐길 줄 몰랐던 게 과연 나일까?’강지연도 한때는 사랑하는 사람과의 로맨스를 꿈꾸던 소녀였다.온하준과 함께 로맨틱한 집에서 로맨틱한 삶을 만들고 싶어 애써 다가갔던 순간들이 몇 번이었는지 셀 수도 없었다.하지만 그럴 때마다 그는 무심함으로, 냉담으로 매번 그 꿈을 잘라냈다.그랬던 온하준이 이제 와서 강지연을 로맨틱하지 못하다고 비난했다.“아마 내가 생각하는 로맨틱과 네가 말하는 로맨틱이 달라서겠지.”강지연은 찬장을 열어 국수를 꺼내며 화제를 돌렸다.“저녁 먹었어?”온하준은 성큼 다가와 그녀 손에서 국수를 채 가며 미간을 찡그렸다.“오늘 내가 밖에서 밥 먹자고 했잖아. 벌써 식당도 예약해 놨는데.”‘아, 맞다. 아까 그랬었지.’잠깐 멈칫한 그녀를 본 온하준의 표정이 즉시 굳어졌다.“설마 잊어버린 거야? 어떻게 내가 하는 말은 한마디도 기억을 못 해? 대체 무슨 생각을 하면서 사는 거야.”강지연은 그를 힐끔 쳐다봤다. 입 밖으로 내지 않은 대답 하나가 속으로 떠올랐다.‘너랑 이혼할 생각만 했지.’“몇 마디 좀 했다고 벌써 기분 상한 거야?”온하준은 그녀의 눈빛을 다른 뜻으로 받아들인 모양이었다. 그는 가스불을 끄며 말을 이었다.“빨리 옷 갈아입어. 나가서 밥 먹자.”‘그래, 그러자. 마지막 만찬이라 생각하면 되지 뭐.’온하준이 예약한 곳은 일식집이었다. 강지연은 예상치 못한 그의 선택에 조금 의외라는 생각이 들었다.온하준은 원래 자극적인 음식을 좋아했고 생선회 같은 날것은 입에도 대지 않는 사람이었으며 강지연 역시 회를 즐겨 먹는 편은 아니었다.“새로 생긴 집이라 어떤지 한 번 보려고.”온하준은 그녀를 데리고 넓은 다다미방으로 들어갔다.커다란 방에 두 사람만 앉아 있으니, 마치 손님이 둘밖에 없는 것처럼 공간이 휑하고 썰렁했다.종업원이 메뉴판을 들고 와 오픈 기념 특선 코스 메뉴를 한참 소개했다.“일단 놔두고 일 보세요. 우리 먼저 좀 볼게요.”온하준이 말을 잘랐다.“네, 필요하시면 벨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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