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그인정애가 웃으며 곧바로 말을 받아쳤다.
처음 느꼈던 충격은 어느새 지나간 듯했고, 그녀는 이미 평정을 되찾은 상태였다.
“아버님, 이 집은 아무리 적게 잡아도 10억은 할 거예요. 진짜 사람 놀라게 한다니까요. 저랑 남편이 앞으로 몇십 년을 더 벌어도 이런 집은 꿈도 못 꿔요.”
미애는 집에 들어온 뒤로 줄곧 웃지 않았고, 말도 거의 하지 않은 채 조용히 앉아 있었다.
그러다 지금 이 말을 듣고는 차갑게 코웃음을 쳤다.
“셋째 오빠는 좋은 딸 둔 덕을 제대로 보는 거지. 남들은 부러워해도 못 따라 해.”
“맞아요, 맞아.”
정애도 재빨리 거들었다.
“유진이는 예쁘기까지 한데다가, 효성도 지극하고 돈도 그렇게 잘 벌잖아. 어느 집 딸이 그런 재주가 있겠어요? 우리 지혜는 죽었다 깨어나도 못 따라 하지.&rdq
정애가 웃으며 곧바로 말을 받아쳤다.처음 느꼈던 충격은 어느새 지나간 듯했고, 그녀는 이미 평정을 되찾은 상태였다.“아버님, 이 집은 아무리 적게 잡아도 10억은 할 거예요. 진짜 사람 놀라게 한다니까요. 저랑 남편이 앞으로 몇십 년을 더 벌어도 이런 집은 꿈도 못 꿔요.”미애는 집에 들어온 뒤로 줄곧 웃지 않았고, 말도 거의 하지 않은 채 조용히 앉아 있었다.그러다 지금 이 말을 듣고는 차갑게 코웃음을 쳤다.“셋째 오빠는 좋은 딸 둔 덕을 제대로 보는 거지. 남들은 부러워해도 못 따라 해.”“맞아요, 맞아.”정애도 재빨리 거들었다.“유진이는 예쁘기까지 한데다가, 효성도 지극하고 돈도 그렇게 잘 벌잖아. 어느 집 딸이 그런 재주가 있겠어요? 우리 지혜는 죽었다 깨어나도 못 따라 하지.”겉으로 들으면 칭찬처럼 들리는 말이었지만 말끝마다 묘하게 사람 기분을 긁는 가시가 숨어 있었다.기영의 눈빛이 미세하게 흔들렸다.“그러고 보니 유진이가 서울에서 무슨 일을 하는지는 아직 못 들었네? 아무래도 평범한 일은 아닐 것 같은데? 보통 사람은 그렇게 몇억씩 벌 수 없잖아.”유진은 눈살을 살짝 찌푸렸지만, 그 순간 이민이 조용히 그녀의 손을 잡았다. 눈빛에는 자신에게 맡기라는 뜻이 담겨 있었다.“큰형님, 둘째 형님 말씀 너무 과하세요.”이민은 차분한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유진이는 대학 졸업하고 대학원 진학은 안 했지만, 그렇다고 가만히 놀고만 있었던 건 아니에요. 중간에 직장도 여러 번 옮겼고, 그렇게 조금씩 돈을 모아온 거예요.”미애가 비웃듯 입꼬리를 비틀었다.“진짜 자
윤선의 눈이 크게 떠졌다.“별장? 새 집이 별장이라고? 설마… 임대한 거겠지?”“무슨 소리야. 새로 샀대. 근처에 새로 지은 단지 있잖아! 이름이 뭐더라… 대명이었나?”“대명 프로젝트 단지?”“맞아, 그거!”윤선은 숨을 들이켰다.“말도 안 돼…”“며칠 전에 우리 남편이 꽃 배달 도와주면서 집 안도 잠깐 봤다는데, 와! 정말 넓고 예쁘대! 앞뒤로 마당도 있고, 얼마나 좋을까… 나 먼저 간다! 떡 받아야지. 혹시 좋은 기운 좀 받을지 누가 알아. 나도 나중에 별장에 살게 될지… 하하하!”웃음소리는 점점 멀어졌지만, 윤선은 그 자리에 못 박힌 사람처럼 꼼짝도 하지 못한 채 서 있었다.얼굴은 화끈거릴 만큼 뜨겁게 달아올랐다.……일주일 내내 이어진 분주함 끝에, 마침내 그들은 새 집에 완전히 자리 잡았다.종욱은 직접 주방에 들어가, 한 상 가득 정성껏 음식을 차려냈다.이민이 잔을 들어 올렸다.“새 집, 새로운 시작. 모든 일이 순조롭기를.”쨍!세 개의 유리잔이 맞부딪히며 맑고 경쾌한 소리를 냈고, 그들의 웃음은 창문을 넘어 조용한 정원까지 은은하게 퍼져 나갔다.달빛은 부드럽게 내려앉아 있었고, 밤은 온화한 빛으로 고요히 물들어 있었다.이사 다음 날 아침, 종욱은 모친 영덕에게서 전화를 받았다.“어머니?”“새 집으로 이사했다면서?”“…네.”“원래 이런 일에는 집들이를 하는 법이지. 마침 내일이 정월 대보름이니, 예년처럼 큰아들 집이 아니라, 올해는 네 집에서 한 번 모이는 게 어떻겠니?”종욱이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그럼 제가 먼저 아내랑 이야기를 좀 나눠보고 나서…”“이야기?”영덕의 목소리가 순간 싸늘하게 가라앉았다.“무슨 이야기를 한다는 거냐? 너는 사내고, 한 집안의 가장이야! 이런 사소한 일 하나 결정하는 데도 아내 허락을 받아야 하는 거야?”종욱은 난처한 얼굴로 미간을 눌렀다.“어머니, 그건 가장이고 뭐고의 문제가 아니에요. 아무리 그래도 아내한테는 먼저 말해야죠. 그게 기본적인 존중이잖아요…”“참 한심하
그 말은 충분히 분명하고도 선을 긋는 표현이었다.정상적으로 듣고 이해할 수 있는 사람이라면, 더 이상의 오해를 이어갈 여지는 없을 정도로 명확한 선이었다.“그리고 별장은 제가 부모님께 드린 거예요. 계약도 이미 끝났고요. 반납하는 일은 없을 겁니다.”그녀는 마지막으로 덧붙였다.“앞으로 인생 이야기를 나누실 때는, 적절한 선을 지켜주셨으면 좋겠어요. 조언은 괜찮지만, 명령까지 하실 필요는 없잖아요.”그녀가 아무렇지도 않게 던진 ‘반납해’라는 한마디는, 사실상 타인의 인생을 대신 결정해버린 것이나 다름없는 말이었다.좋게 보면 호의일 수 있었지만, 다른 시선으로 보면 불필요한 간섭이자 넘지 말아야 할 선을 넘어선 행동이었다.그리고 유진은, 그런 태도를 받아줄 생각이 전혀 없었다.예상대로, 미애는 끝내 분을 이기지 못하고 자리에서 일어났다.떠나면서도 끝내 한마디를 남겼다.“말만 번지르르하고, 반성할 줄을 모르네!”그 말을 들은 종욱은 얼굴을 찌푸렸다.“유진아, 신경 쓰지 마.”이민이 곧바로 말을 받았다.“아무것도 모르면서 와서는 훈계만 하고 가네.”그 말 속에는, 돈의 출처가 떳떳하지 않을 것이라는 은근한 의심이 짙게 깔려 있었다.자기 딸을 그렇게 보는데, 이민이 가만히 있을 리 없었다.하지만 유진은 의외로 크게 개의치 않았다. 오히려 그녀가 더 신경 쓰는 것은, 미애가 이미 알게 되었다면 다른 사람들 역시 곧 알게 되는 것은 아닐까 하는 점이었다.혹여 사람들이 하나둘씩 찾아온다면, 상대하는 것 자체는 어렵지 않겠지만, 그로 인한 번거로움은 결코 가볍지 않을 것이었다.그런데 의외로, 그 이후로 일주일 동안은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찾아오는 사람도, 괜한 소문을 들고 들이닥치는 이도 없었다.이사는 조용하고 차분하게, 계획대로 착착 진행되어 갔다.종욱은 집에 있던 화초들을 쉽게 포기하지 못했다. 화분은 옮기는 데 큰 문제가 없었지만, 십수 년 동안 마당에 뿌리를 내리고 자라온 나무들은 옮겨 심는 데 적지 않은 시간과 정성이
어차피 숨긴다 해도 결국은 알게 될 일이었다.종욱이 입을 열었다.“근처에 새로 개발된 단지가 하나 있는데, 대명 프로젝트 단지라고 해.”“고층 아파트?”“아니.”그는 고개를 가볍게 저으며 말했다.“별장이야.”미애의 얼굴에 절묘하게 계산된 듯한 놀라움이 떠올랐다. 마치 방금 처음 들은 이야기인 것처럼 자연스럽고도 완벽한 표정이었다.“셋째 오빠, 돈은 어디서 난 거야? 호숫가 별장이면 제일 싼 것도 칠팔억은 할 텐데, 설마…”그녀는 말을 흐리며 잠시 멈췄다. 그리고 눈빛에 은근한 걱정을 담아 물었다.“혹시… 불법적인 일에 손 댄 건 아니지?”“아니야, 아니야. 내가 그럴 배짱이 어디 있다고.”종욱은 난처한 웃음을 지으며 손사래를 쳤다.“그럼 그 돈은…”“유…”“아빠!”그 순간, 발코니 쪽에서 들어온 유진이 그의 말을 단번에 끊어 세웠다.“왜 아빠 얘기만 하고 있어요? 작은고모가 갑자기 왜 오셨는지는 안 물어봐요?”“아, 맞다.”종욱은 그제야 고개를 돌렸다.“미애, 무슨 일로 온 거야?”평소에는 좀처럼 발걸음도 하지 않던 사람이 갑자기 찾아왔으니, 분명 그럴 만한 이유가 있을 터였다.“어… 그…”소미애는 순간 말문이 막혔다.이 타이밍에 유진이 끼어들 줄은 예상하지 못했고, 그것도 단 한마디로 자신의 의도를 가로막을 줄은 더더욱 생각하지 못했다.“오늘 이 근처에서 고객을 만날 일이 있어서… 가까운 김에 잠깐 들른 거야.”“아, 그러셨구나. 고모 이번에 지점 책임자로 승진하셨다면서요? 많이 바쁘시겠네요.”미애는 억지로 미소를 지었다.“바쁜 와중에 잠깐 시간 낸 거지… 아, 그리고 유진아, 지난번 큰아버지 댁에서는 사람이 너무 많아서 제대로 얘기를 못 했잖아.”유진은 눈썹을 살짝 들어 올리며 물었다.“저랑 무슨 얘기를 하시려고요?”“설 지나고 나면 다시 올라갈 거야?”“별일 없으면, 서울로 돌아갈 생각이에요.”“거기서 지금 뭐 하고 있어? 일? 공부? 아니면 다른 거?”소유진은 잠시 말을 고르듯 침묵했다.“
“그건 괜찮아. 물건값만 회수해서 자금에 조금이라도 숨통이 트이게 되면, 그때 가서 값을 조금 더 얹어 다른 사람에게서 다시 사오면 되지.”기영은 입술을 달싹이며 무언가를 말하려다가, 끝내 입을 다물었다.신혼집을 중고로 사고 싶지는 않다고, 그 말이 목구멍 끝까지 차올랐지만 이미 남편이 이만큼까지 결정을 내린 데다 회사 사정 또한 실제로 빠듯한 상황이었으므로, 더는 반박할 여지가 없었다.결국 그녀는 그 말을 삼킨 채, 억지로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그러나 호숫가 별장에 대한 생각은 그녀의 마음속 깊은 곳에 단단한 응어리처럼 자리 잡았다.사지 않자니 마음이 편치 않았고, 그렇다고 사자니 턱없이 부족한 자금이 발목을 잡았다.그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채, 갈피를 잡지 못하는 심정이었다.“정말… 그 호숫가 별장이 맞아?”기영은 수화기를 귀에 댄 채, 다시 한 번 확인하듯 물었다.정애는 입꼬리를 슬쩍 끌어올렸다. 역시나, 누구라도 쉽게 믿지 못하는 반응이었다. 그렇게나 존재감 없고 눈에 띄지 않던 셋째 집에서 별장을 샀다니, 납득하기 어려운 것이 당연했다.“구매 계약서도 제가 직접 봤어요. 종이에 또렷하게 적혀 있었으니 틀릴 리가 없죠! 게다가 셋째 동서도 직접 인정했다니까요. 유진이가 부모님께 효도하려고 사드린 거라더라고요. 아이고, 나는 왜 저렇게 능력 있는 딸 하나 없을까?”“유진이가 여자아이라 해도, 지금 보니 진홍이보다 훨씬 낫네요!”진홍은 회사를 차린 뒤로도 부모님께 별장 하나 사드린 적이 없었다.그 말을 듣는 순간, 기영의 목소리는 미묘하게 식어 들었다.“유진이가 효심이 깊은 건 맞지만… 그 아이가 어떻게 그렇게 큰돈을 가지고 있지?”“그건 저도 모르죠. 형님, 요즘 젊은 여자애들 너무 만만하게 보지 마세요.”기영은 더 이상 별장 이야기를 이어가지 않았다. 대신 담담한 어조로 말을 마무리했다.“시간 날 때 와서 물건 가져가.”“내일 갈게요. 남편한테 운전해서 가자고 할게요.”“응, 그래.”통화를 마친 정애는 휴
종수는 잠시 침묵했다.이상하지 않을 리가 있나.너무나도 이상했다.마치 거지가 하루아침에 부자가 된 것처럼, 납득하기 어려운 일이었다. 그 이유를 궁금해하지 않을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동서가 말했잖아. 유진이가 샀다고…”정애는 코웃음을 쳤다.“하, 이유진 같은 애가 어디서 그런 돈이 나? 몸이라도 판 거야?”“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야!”종수가 인상을 찌푸렸다.하지만 그 순간, 정애의 생각이 문득 멈췄다.‘몸을 팔아서 번 돈…?’‘왜 이제야 그 가능성을 떠올렸지?’그녀의 눈빛이 번뜩였다. 겉으로는 노골적인 경멸과 혐오를 드러내고 있었지만, 그 밑바닥에는 분명 질투와 불만이 짙게 깔려 있었다.정애는 곧바로 휴대폰을 꺼내 번호를 눌렀다.“여보세요, 아가씨? 바빠?”“둘째 올케, 무슨 일이세요?”“나 오늘 대명 프로젝트 단지에 집 보러 갔다가 누구 만났는지 알아?”미애는 별 관심 없다는 듯 건성으로 되물었다.“누군데요?”“아가씨 셋째 올케랑 유진이!”“그 사람들이 분양사무소를요?”정애는 일부러 숨을 고르듯 말을 끊었다가, 천천히 덧붙였다.“그것도 그렇고… 별장까지 샀다니까.”“…뭐라고요?”미애는 순간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 아니면 정애의 말이 잘못된 건가 싶었다.‘별장’이라는 단어가 셋째네와 연결된다는 것 자체가, 애초에 상상조차 해본 적 없는 일이었기 때문이다.“정말 셋째 올케 맞아요? 큰오빠네 아니고요?”정애의 입꼬리가 미묘하게 떨렸다.“내가 설마 사람도 못 알아보겠어?”게다가 큰올케 기영과 이민은 분위기부터 전혀 달라, 헷갈릴 가능성조차 없었다.미애는 침을 꿀꺽 삼켰다.“셋째 오빠네가 별장을 샀다고요? 잘못 본 거 아니에요?”“내가 계약서까지 직접 봤다니까. 그게 가짜겠어?”“말도 안 돼…”정애는 한숨을 길게 내쉬며, 일부러 체념한 듯한 목소리를 흘렸다.“처음엔 나도 아가씨랑 똑같이 생각했어. 그런데 뭐 어쩌겠어? 유진이가 잘 나가니까. 몇 년 동안 집에도 안 오더니, 큰돈 벌어서 돌아오자마자 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