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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화

Penulis: 叶叉叉
물론 그것은 추 이랑을 궁지에 빠뜨리기 위한 설은영의 계략이었다.

설충을 비롯한 사람들이 허둥지둥 달려왔을 때, 그들은 안색이 창백하게 질린 채, 두 눈을 꼭 감고 있는 설은영을 목격했다.

설충은 이글거리는 분노를 참으며 호통치듯 물었다.

“대체 이게 어찌된 일이냐!”

그는 차가운 눈빛으로 망서각 시종들을 훑어보았다.

비록 조정에서는 고작 3품 관직에 불과하지만, 시랑부에서 설충은 하늘과도 같은 존재였다.

부인 강씨를 제외한 모든 이가 그의 위엄에 벌벌 떨며 무릎을 꿇었다.

취아가 울먹이며 입을 열었다.

“나으리, 아씨는… 아씨는….”

그녀는 울음 섞인 목소리로 말을 잇지 못했다.

옆에 있던 추 이랑은 그 광경을 보고 혼비백산하여 꼼짝도 못하고 있었다.

설은영이 정말로 자결을 택할 줄은 예상치 못했던 것이다. 그녀는 매서운 눈으로 취아를 노려보며 무언의 협박을 보냈다.

그러나 지금은 예전과 상황이 많이 달랐다.

설은영은 황제의 교지를 받들어 진국공부와 혼인해야 하는 몸, 그런 그녀가 자결을 시도했다는 소문이라도 퍼지면 이는 황명을 거스른 불경죄로 처벌을 받을 것이다.

“더듬거리지 말고 자세히 말해 보거라.”

설충이 근엄한 목소리로 재촉하듯 말했다.

취아는 온몸을 부들부들 떨며 이마를 바닥에 바짝 조아렸다.

“아씨가 방으로 돌아오셨을 때, 추 이랑께서 기다리고 계셨습니다. 아씨가 진국공부에 시집간다는 사실을 알고, 추 이랑은 둘째 아씨가 큰 아씨의 혼사를 빼앗았다고 꾸짖으시며… 나가서 죽으라고 하셨습니다.”

추씨는 경악한 얼굴로 고개를 번쩍 들더니 독기 품은 눈으로 취아를 응시했다.

“천한 계집종 따위가, 감히 나으리 앞에서 거짓을 고하는 것이냐!”

그러고는 당황한 표정으로 설충을 바라보며 말했다.

“나으리, 저 아이는 거짓말을 하고 있습니다. 은영이는 제 딸인데 어느 어미가 제 자식에게 죽으란 말을 한단 말입니까!”

“닥치거라!”

설충이 분노한 목소리로 호통쳤다.

추씨는 결국 말문이 막혀 온몸을 부들부들 떨었다.

설충은 고개를 숙여 무표정한 얼굴로 취아를 바라보며 말했다.

“계속 말해 보거라.”

취아는 부들부들 떨며 말했다.

“추 이랑께서는 정원에 우물이 있다며 큰 아씨의 앞길을 막는 사람은 다 죽어 마땅하다고 하셨어요.”

추 이랑은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었다.

‘내가 언제 그런 말을 했다고!’

하지만 음침하게 변한 설충의 안색을 보고 있자니 머릿속이 새하얘져 아무런 변명도 할 수 없었다.

부인 강씨마저도 의심의 눈초리로 추 이랑을 바라보고 있었다.

‘내 딸을 위해서 제 딸을 죽음으로 내몰다니… 이게 가능한 일인가?’

설충은 치미는 분노를 억누르며 매서운 눈초리로 추 이랑을 노려보았다.

“이 아이는 황명을 받고 진국공과 혼인을 해야 하는 몸이다. 그런데 넌 이 아이를 죽음으로 내몰았지. 우리 설씨 가문을 무너뜨리려는 속셈이냐?”

추 이랑은 멍하니 설충을 바라보았다. 설충의 첩실이 되기 전에 그녀는 노부인의 심복이었다. 배운 것이 적으니 이런 이치를 알 리가 없었다.

강 부인은 의식을 잃고 쓰러진 추 이랑을 보고 있자니 혐오스럽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

“나으리.”

그녀는 부드러운 목소리로 설충에게 물었다.

“이제 어찌해야 할까요?”

추씨는 아름다운 용모 덕분에 설충에게 적지 않은 총애를 받았다. 그러나 지금은 그의 분노가 이미 극에 달한 상태라 눈에 뵈는 게 없었다.

적어도 당분간은 그녀의 얼굴을 마주하고 싶지 않았다.

“둘째가 혼례를 마칠 때까지 이 여자는 처소에서 한 발짝도 못 나오게 하거라.”

부인 강씨는 저도 모르게 주먹을 꽉 쥐었다.

이렇게 큰 사고를 저질렀는데 고작 금족이라니!

————

“아버지, 어머니….”

원하던 상황이 이뤄졌으니 설은영은 천천히 눈을 떴다.

그녀는 침상 옆에 서 있는 두 사람을 보고 놀란 듯, 눈을 동그랗게 떴다.

그러고는 억지로 몸을 일으키려다 다시 침상에 쓰러졌다.

“넌 방금 전에 물에 빠졌다가 어렵게 다시 정신을 차렸으니, 그리 예의 차릴 것 없다.”

강 부인은 관심 어린 어투로 그녀에게 말했다. 추 이랑이 금족을 당한 데는 그녀의 공로가 컸으니 적어도 지금의 설은영은 전보다 마음에 들었다.

강씨는 시선을 내려 눈빛에 스친 실망감을 감추었다.

‘애가 죽을 뻔했는데 겨우 금족이라니.’

설은영은 자신이 추 이랑이 아버지 마음속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과소평가했음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천천히 바꿔나가자.’

오늘은 금족에 미쳤지만 내일은 그녀의 목숨을 앗아갈 수도 있었다.

가장 이상적인 그림은 혼례를 올리기 전에 자신의 인생을 망가뜨린 추 이랑을 제거하는 것이었다.

그녀는 고개를 들어 감격과 선망이 담긴 눈빛으로 강씨를 바라보았다.

“괜히 아버지와 어머니께 폐만 끼쳤네요.”

창백하게 질려 초췌한 그녀의 얼굴은 누가 봐도 측은지심이 들게 만들었다.

부인 강씨는 속으로 딱히 와닿는 게 없었지만, 겉으로는 관심의 말을 건넸다.

“너도 참. 생모가 각박한 말 좀 했다고 정말 우물에 뛰어들다니. 하마터면 진짜로 저승강을 건널 뻔했잖니.”

그 말을 들은 설은영은 눈시울을 붉혔다.

그녀는 수많은 서러움을 말할 길 없다는 듯, 입술을 깨물었다.

“어머니의 가르침, 마음에 깊이 새기겠습니다. 제가 철이 없었네요.”

강씨는 총애를 한껏 받고 있는 추 이랑을 오랜 세월 누르고 살았을 만큼 지략이 뛰어난 사람이었다.

그녀는 다가가서 설은영의 손을 꼭 잡으며 관심 조로 말했다.

“그동안 서러움이 많았던 모양이구나. 대체 무슨 일이길래, 이 어미에게 말해 보거라. 어미가 네 서러움을 씻어주마.”

설은영은 일부러 고통스러운 듯, 눈을 감았다.

한줄기 눈물이 그녀의 뺨을 타고 흘렀다.

“걱정해 주셔서 감사해요, 어머니… 저는… 서럽지 않습니다.”

지금은 패를 드러낼 때가 아니었다.

강씨는 속으로 실망했지만 계속 캐묻지는 않았다.

설충은 그 광경을 보고 떠날 채비를 했다.

“아씨를 잘 돌보거라. 또 한번 너희의 게으름으로 아씨의 신변에 문제가 생길 시에는 모조리 팔아버릴 테니!”

딸을 향한 걱정일까?

아주 없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그보다는 그녀가 자포자기하여 극단적인 선택을 할까 봐 경계하는 것에 가까웠다.

그렇게 되면 진국공부로 시집을 가야 할 사람은 적녀인 설은비가 될 것이기 때문이었다.

관직과 지위는 중요하지만, 지금의 진국공에게 남은 것은 오직 그것뿐이었다.

강씨가 밖으로 나오자, 설충은 하늘에 떠도는 구름을 바라보며 말했다.

“추 이랑의 녹봉을 반으로 줄이시오.”

“예, 나으리.”

강씨는 그제야 속이 좀 편안해졌다.

청람원으로 돌아오니 설은비는 재봉사의 도움을 받아 옷감을 고르고 있었다.

그녀는 설가의 장녀이니 당연히 설은영보다 먼저 혼례를 치러야 했다.

최씨 가문에서 요 며칠 사이에 찾아와 혼담을 청하고 날짜를 잡을 것이다.

강씨는 여전히 내키지 않았지만 연 장군의 현 상황을 생각해 보면 최가의 아들은 신분과 지위를 빼고는 그에 뒤처지지 않았다.

설은비가 한 말처럼 설가의 도움이 있다면 아무리 몰락한 가문이라도 재기할 가능성이 있었다.

그녀는 공들여 키운 딸이 진국공부로 가서 평생 생과부로 사는 것도 원치 않았다.

“어머니, 망서관 쪽에 무슨 일이 생겼나요?”

설은비는 서녀이자 동생인 설은영을 좋아하진 않지만, 딱히 괴롭힌 것도 없었다.

지금은 그저 동생이 잘 살아 있기만을 바랄 뿐이었다.

만약에 동생이 죽는다면 그녀는 전생의 고통을 또 반복해야 할 것이다.

전생의 그녀는 진국공 부인이 되면 무한한 부와 영광을 누릴 수 있을 거라고만 생각했다.

하지만 그 집에 시집간 후에야 그곳이 지옥인 것을 알았다.

그녀의 부군은 용모가 완전히 망가진 상태였다.

신혼밤에 그의 얼굴을 본 순간, 그녀는 겁에 질려 그대로 정신을 잃었다.

비록 수많은 시종을 거느리고 부귀영화를 누렸지만, 그녀는 진국공부에 갇혀서 지내야 했다.

하루이틀, 혹은 한두 달이면 아무것도 아니라 생각했을 것이다.

그러나 수년이 지나도록 갇혀서만 지내니 버티기 힘들었다.

결국 그녀는 저택 내 호위의 유혹에 넘어가 완전히 타락해 버렸다.

일이 들통난 이후 그녀는 처참한 혹형을 받았다.

숨이 끊어지던 날이 마침 최진겸이 승상이 되던 날이었다.

그래서 이번 생의 설은비는 진국공부의 부귀영화를 거절할 수밖에 없었다.

그처럼 아무런 희망도 없는 나날은 설은영의 몫이어야 했다.

그리고 이번 생의 그녀는 일품 고명부인이자 준수하고 뛰어난 학식을 갖춘 최진겸의 곁에서 영광을 누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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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다시 쓸 운명   제30화

    깊은 밤, 설은영은 정자에 앉아 밤바람을 쐬고 있었다.그녀의 앞에는 화로가 타고 있고 그 위에 올려진 단지에서는 감미로운 향기가 퍼져 나왔다.그녀는 느긋하니 의자에 기댄 채, 술잔을 들며 호수 속 물고기들을 감상했다.“아씨, 곧 있게 될 성인식에서 아씨를 위한 격식이 그분보다 높을 것 같습니다.”취아가 술안주를 탁자에 내려놓으며 말했다.“어쩌면 그때 아씨의 신분을 사람들에게 밝히려고 그러는지도 몰라요.”설은영은 말없이 술잔을 입가로 가져갔다. 취기가 오른 그녀의 뺨은 붉게 물들어 있었다.취아는 그녀가 답이 없자 계속해서 말했다.“그분이 어찌 생각할지 모르겠네요.”오후가 되어 청람원에서는 수많은 물건들을 보내왔다. 텅텅 비었던 망서관은 하루사이에 화려하게 바뀌었다.바람이 불어와 주변의 수풀이 흔들리며 스산한 소리가 났다.“그분의 성인식은 곧 치러질 것이고 혼수는 전보다 많이 줄었다고 하네요. 처소에서 누군가 벌을 받았다는 말도 있고요.”취아는 꿀물을 타서 설은영의 앞으로 건넸다.“밤바람이 차니 술은 적당히 마시는 게 좋겠어요, 아씨.”설은영이 이렇게 술을 마시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취아는 차마 마시지 말라고 말릴 수 없었다.오전에 그런 일이 있었으니 속이 많이 불편할 것이다. 마음 착한 아씨는 주변 시종들에게 진심으로 잘해주었고 한 번도 그들에게 매를 들거나 욕을 한 적이 없었다.그러니 술로 마음을 달래는 것은 그녀가 유일하게 감정을 해소할 수 있는 방법일 것이다.설은영은 취아가 건넨 꿀물잔을 밀어놓고는 초점 없는 눈길로 어딘가를 바라보았다.그녀는 어떻게 하면 강씨 부인에게 아침 문안을 가지 않을지 생각하고 있었다.예전에는 안 가도 절대 신경을 안 쓸 테지만,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다.취아는 계속해서 저택에서 벌어진 일들을 이야기해 주었지만 정작 설은영은 조용히 있고 싶었다.“여긴 내일 치우고 너는 먼저 들어가서 쉬렴.”취아는 뭐라고 하려다가 그녀의 표정을 보고 입을 다물었다.다음 날, 아침.“아침은 먹었니?”강

  • 다시 쓸 운명   제29화

    그녀는 피식 웃으며 말을 이었다.“언니만 원한다면 저는 바꿔줄 의향이 있어요.”그녀는 이번 생의 설은비가 절대 연준을 선택하지 않을 거라는 확신이 있었다.이 도박에서 승리한다면 그녀는 진국공부의 힘을 빌려 최진겸을 죽음으로 내몰 수 있었다.만약 도박에서 진다면 그대로 혼례를 치르고 신혼밤에 그와 함께 자결하는 게 그녀의 계획이었다.설은비는 저도 모르게 몸을 흠칫 떨었다.그녀는 기대에 찬 추 이랑의 표정을 무시하고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그런 말은 하지 말거라. 너와 진국공은 폐하께서 정해주신 혼약이야. 신부가 바뀌었다는 것이 들통난다면 우리 가문은 멸문에 처할지도 모르지.”전생에 연준의 잔혹함을 몸소 체험한 그녀가 다시 그 선택을 할 리 없었다.혼인이 아니라 연준의 이름만 들어도 그녀는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추 이랑의 희망의 불씨는 그렇게 꺼졌다.설은영은 사람들을 등지고 문밖으로 향했다.“이제 진실이 밝혀졌고 먼저 태어난 것은 나이니, 더 이상 날 동생으로 대하지 말아 줬으면 해.”설은비가 어떤 표정을 지을지 궁금했지만 그녀는 계속해서 말했다.“언니라고 부르기 싫다면 앞으로 서로 이름을 불러도 좋아.”말을 마친 그녀는 당당하게 밖으로 나갔다.밖에서 기다리고 있던 진주가 다가와 그녀를 부축하여 자리를 떴다.진주는 설은영의 표정을 보고 안의 상황의 어땠을지 대략 짐작이 갔다.그녀는 몰래 속으로 욕설을 퍼부었다.‘어리석은 사람들, 아씨가 빨리 시집을 가시는 게 더 나을 수 있겠어.’타인의 냉대와 가족의 무관심 중에 어느 쪽이 더 아플지는 말할 필요가 없었다.그렇다면 차라리 빨리 진국공부로 시집을 가는 게 나았다.한편, 강씨는 한참을 정신을 차릴 수 없었다.그녀는 친딸을 측은하게 생각하는 자신이 왜 조금 전에 그런 감정이 들었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하지만 곱게 키운 설은비가 설은영의 앞에서 무릎을 꿇는 순간, 감정을 주체할 수 없었다.지금 생각해도 소름이 돋았다.“설민준!”자리에서 일어선 강씨는 성난 얼굴로 설민준

  • 다시 쓸 운명   제28화

    설은영은 싸늘한 눈빛으로 이 모든 상황을 지켜보고 있었다.전생에 겪었던 상상을 초월하는 고통은 그녀의 공감 능력을 소실되게 만들었다.그리고 강씨 부인에게서는 기대했던 애틋한 감정이 느껴지지 않았다.다만 추 이랑이 자신을 속였다는 굴욕감만 있을 뿐이었다.만약 지금 강씨 부인에게 선택지를 준다면 그녀를 비롯한 모든 이는 설은비를 택할 것이다.추 이랑의 죽음을 선고하면서도 양녀를 포기한다는 말을 절대 하지 않은 강씨 부인이었다.15년을 쌓아온 모녀의 정이 한순간에 무너질 리가 없었다.설민준은 이 순간에 아무런 말도 하고 싶지 않았다.하지만 울고 있는 설은비를 보는 것도 힘들었다.아버지인 설 시랑은 이 시국에 나서기 적절하지 않았다.하지만…“은영아, 넌 따로 하고 싶은 말 없니?”그는 설은영에게 물었다.사람들의 시선이 모조리 설은영에게로 향했다.추 이랑은 아무 말없이 애원의 눈빛을 그녀에게 보냈고 설은비는 그녀의 앞으로 달려와서 무릎을 꿇었다.강씨가 주먹을 불끈 쥐는 것을 보고 설은영은 다시 한번 마음의 상처를 받았다.‘난 아픔을 못 느끼는 사람이 되었을 텐데….’그녀의 감정은 오래전에 이미 사라진 상태였다. 마비 상태라고 표현하는 것이 적절할 것이다.“제발 추 이랑 좀 살려줘.”“비록… 용서받을 수 없는 죄를 저질렀지만 그래도 지난 15년간 네 어머니였잖아.”“내가 그동안 너에게 속했던 것을 빼앗은 걸 인정할게. 하지만 너도 가슴에 손을 얹고 생각해 봐. 난 한 번도 널 괴롭힌 적이 없어. 비록 자매의 정은 옅을지라도, 적어도 원한을 진 적은….”“은영아, 제발.”그녀는 설은영의 손을 꽉 잡고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다.설은영은 고개를 들고 사람들을 바라보았다.음침한 표정을 짓고 있는 설충과 불쾌한 얼굴의 설민준, 그리고 싸늘한 표정을 짓고 있지만 안쓰러움을 숨기고 있는 강씨 부인, 당연하다는 듯이 자신을 바라보는 추 이랑.결국 그녀는 참지 못하고 웃음을 터뜨렸다.설은영은 놀란 사람들의 시선을 뒤로하고 손을 휘휘 저었다.

  • 다시 쓸 운명   제27화

    그녀는 분노한 눈길로 두 남매를 바라보며 비웃듯 말했다.“남매지간에 사이가 참으로 좋구나.”설민준은 싸늘해진 어머니의 눈빛에 당황했다.그는 자신이 뭘 잘못해서 어머니가 이런 눈길로 자신을 바라보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강씨 부인이 냉랭하게 말했다.“그동안 은영이가 이 집에서 어떤 삶을 살았는지는 내가 말하지 않아도 너희가 잘 알겠지. 우리야 아이가 바뀐 걸 몰라서 그랬다지만, 추 이랑은!”그녀는 손가락으로 무릎을 꿇고 있는 추 이랑을 가리키며 말을 이었다.“이 모든 일의 범인인 저 여자의 행동은 어찌 설명할 거지? 내 딸을 바꿔치기하고 온갖 악랄한 말로 목욕하고 박대를 하였다.”강씨는 추 이랑의 앞으로 다가가 강제로 턱을 들어 올렸다.“넌 아주 의기양양했겠지. 속으로 얼마나 비웃었을까. 모든 걸 지배하는 느낌이었겠지.”강씨는 추 이랑을 내친 후에 바깥을 바라보았다.나무가 우거지고 따뜻한 햇살이 내리쬐고 있었다.“내가 친히 널 벌하지는 않을 것이다.”강씨는 싸늘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그녀는 추 이랑의 눈빛에 스친 환희의 감정을 보고는 피식 냉소를 지었다.“네가 가야 할 곳은 경조부 감옥일 테지.”추 이랑은 경악한 표정으로 고개를 들고 설충을 바라보았다.그녀는 눈물을 쏟으며 가련하게 고개를 저었다.“나으리, 제가 그때는 정신이 나갔었나 봅니다. 일부러 악의를 품고 그런 건 아니었어요. 제발 저를 내치지 말아주십시오, 나으리….”조금 전까지 어떤 벌이든 혼자 짊어지겠다던 여인이 울며 불며 애원하고 있으니, 강씨는 상실감이 들었다.이렇게 어리석은 여인에게 15년을 속았다니.“애원해도 소용없어.”상석으로 돌아간 강씨는 설은영의 손을 잡고 무언의 위로를 건넸다.딸을 위해서라도 그녀는 만족스러운 답을 내놓아야 했다.“폐하께서 내 딸과 진국공의 혼사를 정해주셨다. 내 딸은 앞으로 진국공 부인이 될 사람이지.”“경조부윤의 엄 대인의 조부는 폐하의 스승이고 폐하께서 가장 신뢰하는 사람이지. 엄 대인은 이 일을 엄폐할 수 없을 거라고

  • 다시 쓸 운명   제26화

    설민준은 애써 기억을 되짚어 보았다.그가 기억하는 설은영은 나약하고 겁이 많으며 생기가 없는 모습이었다.용모에 대해 거의 기억에 남은 게 없었다.저택의 하인들마저 투명인간 취급을 했으니 제대로 그 아이를 눈여겨본 사람이 없는 게 정상이었다.설씨 가문에서 그녀를 신경 쓴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단 한명이라도 그녀에게 관심을 주었다면 시종들이 그런 태도로 그녀를 대하진 않았을 것이다.설은영은 담담한 표정으로 그에게 예를 행했다.“오라버니를 뵙습니다.”예를 행하는 그녀의 자태는 완벽하다고 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런 완벽한 모습이 설민준에게는 너무 낯설고 심지어 눈에 거슬리기까지 했다.“남매끼리 그리 격실 차릴 필요 없다.”어머니와 똑같은 얼굴을 한 존재가 자신에게 예를 행하니 불편한 마음도 들었다.설은영은 순순히 고개를 끄덕이고는 부드러운 미소를 지었다.그 순간 설민준은 이런 동생도 괜찮다는 생각이 들었다.남매 사이의 분위기가 점점 화기애애해지자, 설은비는 조바심이 났다.강씨는 이미 설은영에게 마음이 기울었고 아버지는 명확한 태도를 취하지 않았다.만약 오라버니인 설민준마저 설은영에게 기운다면 모든 게 끝날 것 같았다.“오라버니….”그녀는 눈물을 머금고 설민준의 옷깃을 잡아당겼다.“그래, 은비야.”그는 설은비의 머리를 쓰다듬고는 강씨에게 말했다.“어머니, 은비는 무고하니 이 무거운 책임을 은비에게 떠넘기는 건 불합리합니다.”추 이랑은 그 말을 듣고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그녀는 기대를 가득 품고 설충을 바라보며 말했다.“나으리, 부인, 이 모든 건 제 잘못이고 큰 아씨는 무고합니다. 벌하실 거면 저만 벌하여 주십시오.”쾅!강씨가 찻잔을 힘껏 탁자에 내려놓았다.설은영을 제외하고 모두가 화들짝 놀라며 강씨를 바라보았다.“벌이라 하였느냐?”강씨는 냉소를 지으며 말했다.“그렇게 하면 처벌을 피할 수 있을 것 같으냐? 무고하다는 말로 내 15년의 굴욕을 씻을 수 있다고 생각해?”그녀는 독기 어린 눈빛으로 추 이랑을 노려보았다

  • 다시 쓸 운명   제25화

    너무도 닮아 있는 두 얼굴을 보고 설은비는 인정하기 싫어도 답은 이미 나와 있었다.추 이랑이 그녀의 생모라는 사실, 그리고 그녀가 그동안 누려왔던 모든 것이 사실은 설은영의 것이었다는 사실이 그녀를 괴롭게 했다.강씨는 담담한 눈길로 두 사람을 바라보았다.그들이 원치 않아도 바뀌는 건 없었다.추 이랑과 설은비는 너무도 닮아 있었다.강씨 부인은 곁눈질로 설충을 힐끗 보았다.그가 알고 있었든, 모르고 있었든 강씨 부인은 이미 그에게 원망이 생겨 버렸다.첩실을 향한 그의 편애가 추 이랑으로 하여금 이렇게 교활한 마음을 품게 만든 것이다.가장 무고한 피해자는 결국 그녀의 딸 설은영이었다.부인 강씨는 진국공과의 혼사가 떠올랐다.이틀 전까지 이 혼사가 못마땅했던 그녀였다.서녀가 자신의 딸보다 더 높은 집안에 시집간다는 이유에서였다.하지만 지금은 달랐다.사람과 사람간의 정도 정이지만 가문의 이익이 무엇보다 중요했다.“앞으로 내 개인 예산에서 나가는 부분은 모두 망서관으로 보내게.”강씨는 추 이랑과 설은비의 경악한 표정을 무시한 채, 임씨 어멈에게 말했다.그녀는 경악한 추 이랑과 설은비의 표정을 무시하고 온화한 눈빛으로 설은영을 바라봤다.자신과 비슷하게 생긴 이 얼굴을 봐서라도 강씨는 이 아이를 무시할 수 없었다.“처소를 바꾸는 게 좋지 않겠니?”설은영은 생각지도 못한 강씨의 부드러운 목소리에 놀란 표정을 지었다.그 모습을 본 강씨는 씁쓸한 마음이 들었다.“망서관은 내가 있는 청람원과 거리가 좀 멀어서….”설은영은 감격 어린 눈길로 강씨를 바라보며 말했다.“감사해요, 어머니. 다만 저는 곧 혼인을 하게 될 테니….”말하고자 하는 의미는 명확했다.이사하는 것도 시간과 정력을 소비하는 일이고 거처를 옮긴다고 해도 며칠 있지도 못할 테니 괜찮다는 뜻이었다.그 말을 들은 강씨는 고개를 돌려 추 이랑을 바라보았다.그녀의 눈빛에는 무한한 증오와 원한이 담겨 있었다.그동안 딸을 학대한 추 이랑에 대한 분노였다.적절한 때에 설민준이 안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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