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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화

Author: 유화
물론 그것은 추 이랑을 궁지에 빠뜨리기 위한 설은영의 계략이었다.

설충을 비롯한 사람들이 허둥지둥 달려왔을 때, 그들은 안색이 창백하게 질린 채, 두 눈을 꼭 감고 있는 설은영을 목격했다.

설충은 이글거리는 분노를 참으며 호통치듯 물었다.

“대체 이게 어찌된 일이냐!”

그는 차가운 눈빛으로 망서각 시종들을 훑어보았다.

비록 조정에서는 고작 3품 관직에 불과하지만, 시랑부에서 설충은 하늘과도 같은 존재였다.

부인 강씨를 제외한 모든 이가 그의 위엄에 벌벌 떨며 무릎을 꿇었다.

취아가 울먹이며 입을 열었다.

“나으리, 아씨는… 아씨는….”

그녀는 울음 섞인 목소리로 말을 잇지 못했다.

옆에 있던 추 이랑은 그 광경을 보고 혼비백산하여 꼼짝도 못하고 있었다.

설은영이 정말로 자결을 택할 줄은 예상치 못했던 것이다. 그녀는 매서운 눈으로 취아를 노려보며 무언의 협박을 보냈다.

그러나 지금은 예전과 상황이 많이 달랐다.

설은영은 황제의 교지를 받들어 진국공부와 혼인해야 하는 몸, 그런 그녀가 자결을 시도했다는 소문이라도 퍼지면 이는 황명을 거스른 불경죄로 처벌을 받을 것이다.

“더듬거리지 말고 자세히 말해 보거라.”

설충이 근엄한 목소리로 재촉하듯 말했다.

취아는 온몸을 부들부들 떨며 이마를 바닥에 바짝 조아렸다.

“아씨가 방으로 돌아오셨을 때, 추 이랑께서 기다리고 계셨습니다. 아씨가 진국공부에 시집간다는 사실을 알고, 추 이랑은 둘째 아씨가 큰 아씨의 혼사를 빼앗았다고 꾸짖으시며… 나가서 죽으라고 하셨습니다.”

추씨는 경악한 얼굴로 고개를 번쩍 들더니 독기 품은 눈으로 취아를 응시했다.

“천한 계집종 따위가, 감히 나으리 앞에서 거짓을 고하는 것이냐!”

그러고는 당황한 표정으로 설충을 바라보며 말했다.

“나으리, 저 아이는 거짓말을 하고 있습니다. 은영이는 제 딸인데 어느 어미가 제 자식에게 죽으란 말을 한단 말입니까!”

“닥치거라!”

설충이 분노한 목소리로 호통쳤다.

추씨는 결국 말문이 막혀 온몸을 부들부들 떨었다.

설충은 고개를 숙여 무표정한 얼굴로 취아를 바라보며 말했다.

“계속 말해 보거라.”

취아는 부들부들 떨며 말했다.

“추 이랑께서는 정원에 우물이 있다며 큰 아씨의 앞길을 막는 사람은 다 죽어 마땅하다고 하셨어요.”

추 이랑은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었다.

‘내가 언제 그런 말을 했다고!’

하지만 음침하게 변한 설충의 안색을 보고 있자니 머릿속이 새하얘져 아무런 변명도 할 수 없었다.

부인 강씨마저도 의심의 눈초리로 추 이랑을 바라보고 있었다.

‘내 딸을 위해서 제 딸을 죽음으로 내몰다니… 이게 가능한 일인가?’

설충은 치미는 분노를 억누르며 매서운 눈초리로 추 이랑을 노려보았다.

“이 아이는 황명을 받고 진국공과 혼인을 해야 하는 몸이다. 그런데 넌 이 아이를 죽음으로 내몰았지. 우리 설씨 가문을 무너뜨리려는 속셈이냐?”

추 이랑은 멍하니 설충을 바라보았다. 설충의 첩실이 되기 전에 그녀는 노부인의 심복이었다. 배운 것이 적으니 이런 이치를 알 리가 없었다.

강 부인은 의식을 잃고 쓰러진 추 이랑을 보고 있자니 혐오스럽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

“나으리.”

그녀는 부드러운 목소리로 설충에게 물었다.

“이제 어찌해야 할까요?”

추씨는 아름다운 용모 덕분에 설충에게 적지 않은 총애를 받았다. 그러나 지금은 그의 분노가 이미 극에 달한 상태라 눈에 뵈는 게 없었다.

적어도 당분간은 그녀의 얼굴을 마주하고 싶지 않았다.

“둘째가 혼례를 마칠 때까지 이 여자는 처소에서 한 발짝도 못 나오게 하거라.”

부인 강씨는 저도 모르게 주먹을 꽉 쥐었다.

이렇게 큰 사고를 저질렀는데 고작 금족이라니!

————

“아버지, 어머니….”

원하던 상황이 이뤄졌으니 설은영은 천천히 눈을 떴다.

그녀는 침상 옆에 서 있는 두 사람을 보고 놀란 듯, 눈을 동그랗게 떴다.

그러고는 억지로 몸을 일으키려다 다시 침상에 쓰러졌다.

“넌 방금 전에 물에 빠졌다가 어렵게 다시 정신을 차렸으니, 그리 예의 차릴 것 없다.”

강 부인은 관심 어린 어투로 그녀에게 말했다. 추 이랑이 금족을 당한 데는 그녀의 공로가 컸으니 적어도 지금의 설은영은 전보다 마음에 들었다.

강씨는 시선을 내려 눈빛에 스친 실망감을 감추었다.

‘애가 죽을 뻔했는데 겨우 금족이라니.’

설은영은 자신이 추 이랑이 아버지 마음속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과소평가했음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천천히 바꿔나가자.’

오늘은 금족에 미쳤지만 내일은 그녀의 목숨을 앗아갈 수도 있었다.

가장 이상적인 그림은 혼례를 올리기 전에 자신의 인생을 망가뜨린 추 이랑을 제거하는 것이었다.

그녀는 고개를 들어 감격과 선망이 담긴 눈빛으로 강씨를 바라보았다.

“괜히 아버지와 어머니께 폐만 끼쳤네요.”

창백하게 질려 초췌한 그녀의 얼굴은 누가 봐도 측은지심이 들게 만들었다.

부인 강씨는 속으로 딱히 와닿는 게 없었지만, 겉으로는 관심의 말을 건넸다.

“너도 참. 생모가 각박한 말 좀 했다고 정말 우물에 뛰어들다니. 하마터면 진짜로 저승강을 건널 뻔했잖니.”

그 말을 들은 설은영은 눈시울을 붉혔다.

그녀는 수많은 서러움을 말할 길 없다는 듯, 입술을 깨물었다.

“어머니의 가르침, 마음에 깊이 새기겠습니다. 제가 철이 없었네요.”

강씨는 총애를 한껏 받고 있는 추 이랑을 오랜 세월 누르고 살았을 만큼 지략이 뛰어난 사람이었다.

그녀는 다가가서 설은영의 손을 꼭 잡으며 관심 조로 말했다.

“그동안 서러움이 많았던 모양이구나. 대체 무슨 일이길래, 이 어미에게 말해 보거라. 어미가 네 서러움을 씻어주마.”

설은영은 일부러 고통스러운 듯, 눈을 감았다.

한줄기 눈물이 그녀의 뺨을 타고 흘렀다.

“걱정해 주셔서 감사해요, 어머니… 저는… 서럽지 않습니다.”

지금은 패를 드러낼 때가 아니었다.

강씨는 속으로 실망했지만 계속 캐묻지는 않았다.

설충은 그 광경을 보고 떠날 채비를 했다.

“아씨를 잘 돌보거라. 또 한번 너희의 게으름으로 아씨의 신변에 문제가 생길 시에는 모조리 팔아버릴 테니!”

딸을 향한 걱정일까?

아주 없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그보다는 그녀가 자포자기하여 극단적인 선택을 할까 봐 경계하는 것에 가까웠다.

그렇게 되면 진국공부로 시집을 가야 할 사람은 적녀인 설은비가 될 것이기 때문이었다.

관직과 지위는 중요하지만, 지금의 진국공에게 남은 것은 오직 그것뿐이었다.

강씨가 밖으로 나오자, 설충은 하늘에 떠도는 구름을 바라보며 말했다.

“추 이랑의 녹봉을 반으로 줄이시오.”

“예, 나으리.”

강씨는 그제야 속이 좀 편안해졌다.

청람원으로 돌아오니 설은비는 재봉사의 도움을 받아 옷감을 고르고 있었다.

그녀는 설가의 장녀이니 당연히 설은영보다 먼저 혼례를 치러야 했다.

최씨 가문에서 요 며칠 사이에 찾아와 혼담을 청하고 날짜를 잡을 것이다.

강씨는 여전히 내키지 않았지만 연 장군의 현 상황을 생각해 보면 최가의 아들은 신분과 지위를 빼고는 그에 뒤처지지 않았다.

설은비가 한 말처럼 설가의 도움이 있다면 아무리 몰락한 가문이라도 재기할 가능성이 있었다.

그녀는 공들여 키운 딸이 진국공부로 가서 평생 생과부로 사는 것도 원치 않았다.

“어머니, 망서관 쪽에 무슨 일이 생겼나요?”

설은비는 서녀이자 동생인 설은영을 좋아하진 않지만, 딱히 괴롭힌 것도 없었다.

지금은 그저 동생이 잘 살아 있기만을 바랄 뿐이었다.

만약에 동생이 죽는다면 그녀는 전생의 고통을 또 반복해야 할 것이다.

전생의 그녀는 진국공 부인이 되면 무한한 부와 영광을 누릴 수 있을 거라고만 생각했다.

하지만 그 집에 시집간 후에야 그곳이 지옥인 것을 알았다.

그녀의 부군은 용모가 완전히 망가진 상태였다.

신혼밤에 그의 얼굴을 본 순간, 그녀는 겁에 질려 그대로 정신을 잃었다.

비록 수많은 시종을 거느리고 부귀영화를 누렸지만, 그녀는 진국공부에 갇혀서 지내야 했다.

하루이틀, 혹은 한두 달이면 아무것도 아니라 생각했을 것이다.

그러나 수년이 지나도록 갇혀서만 지내니 버티기 힘들었다.

결국 그녀는 저택 내 호위의 유혹에 넘어가 완전히 타락해 버렸다.

일이 들통난 이후 그녀는 처참한 혹형을 받았다.

숨이 끊어지던 날이 마침 최진겸이 승상이 되던 날이었다.

그래서 이번 생의 설은비는 진국공부의 부귀영화를 거절할 수밖에 없었다.

그처럼 아무런 희망도 없는 나날은 설은영의 몫이어야 했다.

그리고 이번 생의 그녀는 일품 고명부인이자 준수하고 뛰어난 학식을 갖춘 최진겸의 곁에서 영광을 누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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