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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77화

Author: 꽃미소
감히 나한테 들어가서 좀 앉아 있으라는 말도 안 해?

21세기에 이런 말을 들었다면, 그건 분명 의도가 뻔한 말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 시대에, 그것도 남백훈의 입에서 나온 말이라면 달랐다.

이경은 그가 자신한테 긴히 할 얘기가 있을 거라고 믿게 되었다.

"들어와."

그렇게 이경은 잠시의 망설임도 없이 방문을 열어젖히고는 그를 안으로 들였다.

남백훈은 방 안으로 들어서자마자 방문을 굳게 닫았다.

이내 그가 고개를 돌리는 순간, 목덜미가 서늘해지더니 차가운 비수가 그의 경동맥을 찔렀다.

"방금 전 당신 목숨을 구해준 은인한테, 이렇게 구는 건 배은망덕한 거 아닌가?”

"왜 나를 도와준 거지?"

이경은 그를 압박하며 천천히 방 안쪽으로 걸어 들어갔다.

그렇게 문과 멀어지고 나서야 그녀는 목소리를 낮추고 물었다.

"대체 무슨 꿍꿍이인 거야, 남백훈."

그러나 남백훈은 그저 조용히 그녀를 바라만 볼 뿐, 아무 말도 없었다.

굳게 다문 입술 사이로는 서늘한 기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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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다시 태어난 구공주, 그녀의 당찬 인생   제656화

    얼마 뒤 남백훈은 잠에서 깨어났고, 여전히 머리가 무겁게만 느껴졌다.새벽녘에 이경이 자신에게 대체 무슨 약을 먹인 건지는 알 수 없었지만, 그는 그다지 신경 쓰지 않았다. 그나저나 한잠 자고 일어나니, 눈앞의 모든 것이 변해 있었다.그는 뜻밖에도 장암이 급히 구해 온 수레에 실려 있었다. 울렁거리는 수레 위에서도 편히 잠들어 있었으니, 이경이 그에게 먹인 약이 얼마나 강력한지 대충 짐작할 수 있었다.그래도 다행히 어젯밤보다 몸은 훨씬 가벼워졌고, 내상도 꽤 나은 듯했다.“이미 하루나 먼저 출발했다고?”장암의 말을 들은 남백훈은 순간 얼굴이 어두워졌다.“네. 구공주 마마께서 말씀하시길 삼황자께서는 하루 동안은 주무실 거라고 하셔서, 저희 모두 가만히 있었던 겁니다.”한편 장암은 내심 차마 말할 수 없는 억울함이 밀려왔다.이렇게 덩그러니 남겨져 지긋지긋한 전하를 상대해야 한다는 생각 때문이었다.게다가 공주는 분명히 말했다. 이서영이 대군을 제대로 이끌지 못할 거라고 생각하기에, 반드시 믿음직한 사람을 남겨 둬야 한다고.구공주가 자신을 믿어 주니 장암은 물론 매우 기뻤다. 하지만 그렇다고 정말 남고 싶은 건 아니었다.그녀는 공주와 함께하며 형제들과 같이 피를 흘리며 싸우고 싶었다.“삼황자님, 마마께서 떠나시기 전에 말씀하시길 북란관은 더 이상 버티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하더군요. 관문 안 백성들이 점점 더 고통받게 되는 건 아닌가 걱정하셨습니다.”“마마께서 말씀하시길, 삼황자님께서는 북란성의 노약자와 부녀자들을 보호할 방법을 어떻게든 찾아내실 수 있을 거라고 하셨습니다.”순간 남백훈은 머리가 아파 왔다. 약기운이 아직 완전히 가시지 않아 정신은 여전히 흐릿했다.이 상황에 나더러 북란성의 노약자와 부녀자들을 보호하라니... 아직도 나를 믿는 건가?그는 이경이 분명히 알고 있을 거라 생각했다. 자신이 그녀 곁에 머물고 있는 데에는 다른 의도가 있다는 것을.“삼황자님, 저희는 하루 반 정도만 더 가면 북란성에 도착할 수 있습니다.”장암은 여

  • 다시 태어난 구공주, 그녀의 당찬 인생   제655화

    “장암에게 명하노니, 당장 정예병 3천 명을 선발하거라. 본 공주가 친히 대오를 이끌고 북란관으로 속히 진군할 것이야.”이서영의 방해로 너무 많은 시간을 빼앗긴 탓에, 이경의 표정은 날카롭고 차갑기 그지없었다.더 이상 북란관의 백성과 병사들을 방치할 수는 없었다.“이서영은 전투를 앞두고 내분을 일으켰으니, 군법에 따라 처벌하는 것이 마땅하다. 초범임을 감안하여 가볍게 처벌하노라.”이경의 손에는 병부가 쥐어져 있었고, 누구든 따르지 않으면 군명을 어기는 것이나 다름없었다.그녀는 단호하게 말을 이었다.“곤장 세 대를 때리거라!”“감히!”겨우 곤장 세 대.군대 안에서는 처벌이라고 하기도 어려울 만큼 가벼운 벌이었다.하지만 이서영은 엄연히 남진의 전하였다.신분이 지극히 존귀한 사람이기에, 세 대는커녕 한 대도 감히 때릴 자가 없었다.그렇기에 이서영은 한층 더 당당한 모습을 보였다.“감히 날 건드리려는 자가 있어?”“냉전!”그러자 이경은 냉전을 향해 병부를 치켜들었다.여전히 물어뜯긴 자신의 상처를 바라보던 냉전은 이경의 말에 그녀와 시선을 마주했고, 순간 그의 가슴에 전율이 스쳤다.“목숨 바쳐 따르겠습니다!”“네가 직접 이서영을 곤장 치거라!”“감히!”이서영은 화를 내며 소리 질렀다.“어디 감히!”“냉전, 네가 혈기 넘치는 남진의 병사가 맞다면 지금 당장 집행하거라!”이경은 이 말만 남기고 장암에게로 시선을 돌렸다.“장암, 지금 당장 정예병 3천 명을 뽑아 와. 미리 말해 두마. 이 길은 관문 밖으로 나가는 길이니 죽음을 피할 수는 없어!”“그러니 내가 친히 군사를 지휘하며 모두와 생사를 같이할 것이다. 그리고 집에 형제자매가 없는 이들은 나서지 말거라.”“저! 저는 집에 아직 형제가 있습니다! 저는 죽음이 두렵지 않습니다!”구공주가 생사를 같이하겠다고 말하는 순간, 병사들의 가슴속에서는 다시금 뜨거운 피가 끓어올랐다.초나라의 공주가 자신들과 함께 기꺼이 죽음을 맞이하겠다니, 이토록 용감하고 두려움 없는 사람은 본 적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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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뭐라고?구공주더러 냉전과 싸우라고?냉전이 절정의 고수라는 걸 모르는 사람은 없었다.이경의 몸 상태가 아무리 최상이라고 해도 상대가 될 수는 없었다.하물며 지금 그녀의 상황은…“전하, 구공주 마마께서는 아직 중상이 채 낫지 않으셨습니다. 그런데…”“중상이 채 낫지 않았다는 건, 지금 당장은 싸울 능력이 없다는 뜻이네!”이서영은 장암을 노려보며 날카로운 눈빛을 보냈다.“장암, 그걸 알면서도 이렇게 무능한 사람더러 병사들을 이끌고 관문 밖으로 나가 싸우게 하려는 거야? 병사들을 전부 죽음으로 내몰 작정인 건가?”아무도 끼어들지 못했고, 순간 적막만이 흘렀다.그들은 요사스러운 이서영이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무능한 자를 순순히 따르고 싶지도 않았다.이서영의 말대로, 구공주의 몸이 아직 회복되지 않은 상황인데 어떻게 그들을 이끌고 나가 싸울 수 있겠는가?만약 제대로 된 계획도 없이 병사들만 앞세워 적을 막으려는 허술한 생각뿐이라면…그런 거라면 병사들은 당연히 따르고 싶지 않았다.형제들이 피 흘려 싸우는 와중에, 구공주 홀로 진영에 숨어 세자와 뜻깊은 시간을 보내려는 건 아닐까 두렵기도 했다.이서영의 말 한마디에 이경을 향한 신뢰는 순식간에 위태로워졌다.전세가 역전된 이유는 결국 이서영이 남진의 전하이기 때문이었다.아무리 무능해도, 그녀는 남진 황실의 핏줄이었다.반면 구공주는 비록 지혜롭고 영명하며 용맹무쌍하긴 했지만, 엄연히 초나라의 공주이지 남진 사람은 아니었다.장암은 마음 같아서는 구공주의 편을 들고 싶었지만, 병사들의 의심을 마주한 이 순간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했다.“나도 병사들과 함께, 생사를 같이할 거야.”이경의 목소리는 다소 낮았지만, 병사들에게는 또렷이 들렸다.그러자 이서영은 차갑게 웃었다.“말로만 그렇게 내뱉으면 어떻게 믿어? 넌 우리 남진 황실 사람도 아니고, 이 전쟁이 초나라에 무슨 이익이 된다고 볼 수도 없는데 다들 어떻게 널 믿냐고?”바로 그때, 윤세현이 말을 이끌고 이경의 곁으로 다가왔다.그는 차가운

  • 다시 태어난 구공주, 그녀의 당찬 인생   제652화

    지금 북란관 밖은 창랑족 전사들로 가득차 있었는데, 모두 하나같이 늑대 같은 혈기를 품은 듯했다.관 밖에서 수년간 풍상을 겪으며 험난한 환경 속에서 고난과 추위, 빈곤에 시달려 온 이들이었다.그러나 그런 열악한 환경은 오히려 그들을 강철 같은 몸으로 단련시켰다.그들은 관 안에서 오랫동안 안일하게 지내 온 병사들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용맹했고, 마치 잔혹한 늑대와도 같았다.그런 이들과 관 안의 병사들이 과연 겨룰 수 있겠는가?성조차 지키기 어려운 지금, 성 밖으로 나간다는 것은 자살이나 다름없었다.“공주 마마…”장암이 무언가 말을 꺼내려 했지만, 말 위에 당당히 앉아 있는 구공주의 모습을 본 순간 끝없는 희망이 피어올르기 시작했다.그 가냘픈 몸속에는 마치 무한한 힘이 깃들어 있는 듯했다.방금까지만 해도 장암은 구공주가 병사들을 성 밖으로 내보내려는 것을 걱정했었다.그러나 그녀의 눈동자 속에 서린 차가운 빛을 본 순간, 장암은 몸을 떨며 누구보다 가장 먼저 앞으로 나섰다.무조건 그녀를 믿기로 한 것이다.병사들 중에는 망설이는 자들도 있었지만, 기꺼이 앞으로 나서는 자들도 있었다.주저 없이 곧장 앞으로 나선 이들이었다.하나둘씩 앞으로 나서자, 망설이던 다른 병사들도 뒤따라 앞으로 나섰다.자고로 전장에서는 결코 도망쳐서는 안 되는 법이다.게다가 북란관에는 그들의 가족이 있었다.가족뿐만 아니라 그들의 동포들도 있었다.그들 모두 남진의 형제이자 자매이며, 모두 남진의 일원이었다.그렇기에 병사로서 남진을 지키는 건 마땅히 해야 할 일이었다.“좋습니다. 형제분들의 결의와 용기에 감사드립니다. 하지만 지금 제게 필요한 것은 삼천 명뿐입니다...”“이경, 네가 무슨 자격으로 내 사람들을 움직이려는 거야?”바로 그때, 누군가의 목소리가 멀리서 다가왔다.막 화장을 마친 이서영이 천막에서 나와 급히 달려오고 있었다.기나긴 치맛자락이 걸음을 방해해 몇 번이나 넘어질 뻔했지만, 그녀는 몸을 살짝씩 돌려가며 간신히 균형을 잡았다.이서영은 춤

  • 다시 태어난 구공주, 그녀의 당찬 인생   제651화

    “뭐라고요?”연지는 깜짝 놀라며 벌떡 일어섰다.“어디 감히! 제가 당장 가서 죽이겠습니다!”그가 막 몸을 돌려 달려 나가려는 순간, 이경의 싸늘한 목소리가 들려왔다.“다시 한번 이렇게 성급하게 굴면, 다음엔 내 비밀 안 알려 줄 거야.”비밀이라니…그 말에 연지는 순간 멍해졌지만, 내심 영광스럽다는 생각이 들었다.공주가 자신에게 말하는 비밀이라면, 세자는 모르고 있다는 뜻이었기 때문이다.하지만 여전히 화가 나는 것은 똑같았기에 당장이라도 남백훈을 갈기갈기 찢어 죽여버리고 싶었다.“어떻게 그럴 수가 있는 겁니까? 공주 마마, 왜 그놈을 살려 주신 겁니까?”“그래도 결국 나를 구하려다가 장풍을 맞고 다쳤잖아.”이경은 의자에 앉은 채 그를 올려다보며 말했다.“일단 앉아. 나 목이 좀 아파.”연지는 곧바로 그녀 앞에 쪼그려 앉아 키를 낮췄다.목이 아픈 공주가 고개를 들지 않아도 되게 하려는 것이었다.“하지만...”“그 사람의 진짜 목적이 뭔지는 아직 모르겠어. 하지만 이 일에 대해서는 당분간 아무에게도 말할 생각이 없으니, 너도 아무것도 모르는 척해.”약간의 긴장감을 줘 연지가 얼른 자신을 위해 움직이게 만들려는 게 아니었다면, 그녀는 사실 이 비밀을 그에게도 말할 생각이 없었다.그러나 연지는 직설적이면서도 의외로 달래기 쉬운 사람이었다.“저 아무한테도 말하지 않을 겁니다. 남백훈도 제가 알고 있는 줄 모르겠죠. 그런데 만약 이 비밀이 새어 나간다면, 그건 공주 마마께서 소문낸 겁니다.”“그러니 마마, 안심하십시오. 죽어도 결코 한마디도 누설하지 않겠습니다.”그러나 이 비밀을 이렇게까지 감추는 게 무슨 의미가 있는지는 알 수 없었다.이럴 때일수록 당장 남백훈을 쳐 죽이는 게 맞는 것 아닌가?만약 또 공주를 해치려 하면 어쩌려고?“걱정 마. 이번에 나를 죽이지 않고 도리어 구해 줬으니, 다음번에도 차마 해치지는 못할 거야.”이경은 연지를 가까이 끌어당긴 뒤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절대 티를 내서는 안 돼. 아무것도 모르는 척

  • 다시 태어난 구공주, 그녀의 당찬 인생   제49화

    구공주 이경의 뒤에 서 있던 연지는 그 모습을 넋 놓고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가녀린 몸으로 강한 장궁을 거침없이 당기는 그 결연한 눈빛과 손끝에는 두려울 것 없는 강인함이 깃들어 있었다. 분명 작고 여린 여인일 뿐인데도 지금 이 순간만큼은 아무도 함부로 대할 수 없는 위엄이 느껴졌다.연지는 이경에게 이런 모습이 있을 줄은 미처 몰랐다. 차가운 옆모습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절로 무릎을 꿇고 예를 올리고 싶을 만큼 경외심이 들었다. 이경이 활을 들어 당길 때마다 심장이 두근거리고 그 화살이 공중을 가를 때면 숨이 멎는 것 같았다.

  • 다시 태어난 구공주, 그녀의 당찬 인생   제40화

    이 세상은 정말 미쳐 돌아가는 것만 같았다.하찮은 궁녀가 감히 고귀한 공주를 해치려 들다니 이제는 무슨 일이 일어나도 이상할 게 없었다.이경은 잠시도 동요하지 않고 차분한 얼굴로 바닥에 앉아 있었다.눈빛은 차갑게 가라앉았지만 겉으론 아무런 감정의 기색도 보이지 않았다.초아는 이경이 겁에 질려 아무 말도 못 하는 줄 알고 망설임도 없이 몸을 일으켜 앞으로 달려들려 했다.“누구 없어요? 공주마마를 해치려 합니다! 제발, 누가 좀 도와주세요!”초아가 아무리 소리쳐도 밖에서는 아무런 응답이 없었다. 그 사이 궁녀의 발길질이 이경

  • 다시 태어난 구공주, 그녀의 당찬 인생   제35화

    귀를 때릴 듯한 뺨 소리가 방 안을 울렸다. 방금 전까지만 해도 침상 곁에 있던 이경이 순식간에 이서영 앞으로 달려가 그녀의 뺨을 힘껏 후려칠 줄은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다.이서영은 그 힘에 그대로 뒤로 나가떨어져 책상에 부딪혀 바닥에 고꾸라졌고 입을 열 틈도 없이, 너무 아파 정신이 아득해졌다. 순간, 방 안의 모든 이들이 얼어붙었고 숨소리조차 작아질 만큼 정적이 흘렀다.구공주인 이경이 현주인 이서영을 그토록 사납게 때린 것이다. 그 기세가 얼마나 거칠었는지, 누구도 쉽게 말을 잇지 못했다.한참 만에야 임수연이 놀라 정신을 차

  • 다시 태어난 구공주, 그녀의 당찬 인생   제30화

    초아는 그 말을 듣자 화가 치밀어 올랐다.“우리 공주마마께서 친히 황명을 받들어 출정하신 몸이시거늘, 어찌 세자 저하와 나란히 입성하지 못한단 말입니까!”만일 지금처럼 입성할 때조차 공주마마를 세자 곁에 세우지 않는다면 앞으로 대군의 장졸은 물론 멀리 변방 백성들까지 모두 공주마마를 업신여기게 될 터였다.문정수는 무표정한 얼굴로 대답했다.“송구하오나, 소인은 세자 저하의 뜻을 전할 뿐이니 감히 거역할 수 없사옵니다. 그리고 공주마마, 이곳은 황명이라 하나, 군영 안에서는 세자 저하 말씀이 곧 법이니 소인이 전한 뜻을 받으시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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