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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화

Author: 꽃미소
이경의 맑은 눈동자와 고운 미소, 어느 하나 흐트러짐 없는 자태는 그 순간 모두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짧은 찰나였지만 윤세현의 마음에도 미묘한 파장이 일었다.

이토록 미워하던 새 신부였지만 어젯밤 그 당돌한 태도와 지금 이 자리에서 장수들마저 넋을 잃고 그녀를 바라보는 모습을 떠올리자 그 순간 일었던 감정도 이내 흔적 없이 사라지고 말았다.

‘구공주가 이렇게 아름다운 사람일 줄이야.’

지금껏 얼굴을 직접 본 적 없는 장수들은 모두 놀라움에 넋을 놓았다. 하지만 부장이 단호하게 명령하자 모두 다시 정신을 차리고 감히 더 바라보지 못했다.

“공주마마, 마차로 오시지요.”

곁에 서 있던 연지가 낮은 목소리로 이경에게 다가와 조심스레 말했다.

이경은 한 걸음 내딛고 나서야 화려한 예복이 생각보다 거추장스럽다는 걸 새삼 느꼈다. 하지만 오늘은 황궁으로 돌아가 폐하와 대왕대비께 인사를 드려야 하니 이 예복 역시 빠질 수 없는 예법이었다.

몇 걸음 더 걷던 이경은 말 위에 앉아 있는 윤세현의 모습을 보고 한순간 멈춰 섰다. 그의 장대한 키에 햇살에 반짝이는 새하얀 갑옷을 걸친 모습은 아무리 멀리서도 단번에 눈에 띄었다.

날카롭고 고운 이목구비, 한 점 흐트러짐 없는 얼굴은 어디서 봐도 완벽했다.

특히 그의 눈빛은 차가우면서도 빛이 나, 함부로 마주보기 어려울 정도였다. 어젯밤에는 얼굴조차 제대로 볼 틈이 없었는데 이렇게 잘생긴 남자가 서방님이라니 황실의 모든 공주들이 그를 동경했다는 말이 절로 이해됐다.

괜히 심장이 미친 듯이 뛰었지만 이경은 곧 정신을 다잡고 아무렇지 않은 듯 연지의 안내에 따라 마차에 올랐다. 윤세현은 시선을 거두며 말고삐를 잡고 얼굴에는 차가운 기색을 띤 채 앞장서 말을 몰았다.

황궁은 공가와 멀지 않았다. 예상치 못하게 혼례를 치른 지 얼마 되지 않아 출정과 이별의 순간이 닥쳐왔다.

머리가 하얗게 센 대왕대비는 친히 배웅을 나와 구공주와 작별 인사를 나눴다. 오랜만에 만난 궁인들과 친지들 사이에서도 이경은 당황하지 않고 차분히 예를 갖췄다. 이별을 앞두고 갑자기 또렷한 여자 목소리가 들려왔다.

“폐하, 저도 공주마마와 함께 전장에 나가고 싶사옵니다!”

이서영은 소식을 듣자마자 곧장 달려온 듯했다. 황제 앞에서 각별한 사랑을 받아서인지 말하는 태도도 남다르게 당당했다.

“폐하, 신도 어릴 적부터 무예를 익혔습니다. 비록 실력은 보잘것없으나 나라에 보탬이 되고자 하옵니다.”

이서영은 하얀 말을 이끌고 오늘은 가벼운 무장 차림으로 나타났다. 여럿이 지켜보는 가운데 말에 가볍게 올라탔다가 다시 힘들이지 않고 우아하게 내리는 동작까지 보여주었다.

그 모습이 얼마나 능숙하고 당찬지 누구라도 한 번쯤 감탄할 만큼이었다.

“폐하, 공주마마께서 몸이 약하니 제가 곁에서 잘 돌볼 수 있습니다.”

황제와 대왕대비는 두 사람을 번갈아 바라보며 미소를 지었고 대왕대비가 흐뭇한 듯 말했다.

“서영이도 무술을 익혔다 하니 이제야 마음이 놓이는구나. 경이 곁에 네가 있으니 더욱 든든하겠다.”

황제 역시 아쉬운 듯했지만 이서영이 굳이 따라가겠다는 의지를 내비치자 고개를 끄덕였다.

“네 뜻이 그러하다면 함께 하거라.”

그때 이경이 조용히 입을 열었다.

“폐하, 제가 비록 부족하오나, 몸은 약하지 않으니 서영 언니의 보살핌까지는 필요 없을 듯하옵니다.”

이경은 연지를 바라보며 살짝 눈짓했다. 연지는 잠시 망설이다가 공주께서 진심으로 말을 타시려 한다는 것을 알아차리고 자신의 말을 이경 앞으로 이끌고 왔다.

이서영은 미소를 띠며 말했다.

“공주마마, 혹시 오늘 말 타는 솜씨를 뽐내시려는 겁니까?”

예전에 구공주도 말을 배운 적이 있었지만 더럽고 힘들다며 금세 포기한 사실을 모두가 알고 있었다.

이서영은 다시 한번 미소를 머금으며 말했다.

“오늘 입으신 곱고 고운 옷이 혹시라도 더러워지면 어떡하시려고요? 이렇게 치장하고도 말을 타신다니 정말 대단하십니다.”

이런 차림으로 말을 타겠다고 나서는 것은 누가 봐도 분수를 모르는 짓이었다.

말타기에 능한 여자라 해도 이렇게 번거로운 예복을 입고는 쉽지 않을 텐데 하물며 구공주처럼 아무것도 제대로 배운 적 없는 이가 과연 해낼 수 있을지 의심스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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