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IN주말이다 보니 많은 가족들과 연인들이 아쿠아리움을 찾았다. 사람이 많은 곳을 선우는 좋아하지 않았다. 은성과 단둘이서만 있고 싶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집에서만 있자니 은성과 많은 것들을 하지 못한 게 아쉬웠다. 헤어져 있을 동안 그녀와 하지 못한 것들이 눈에 밟혀서 내내 그를 괴롭혔기 때문이다.
은성의 초롱초롱한 눈으로 해마를 구경했다. 옆에 있는 해마에 대한 설명을 읽는 것도 빼놓지 않았다.
“짝을 잃은 해마는 심각한 스트레스로 인해 먹이 활동을 줄이거나 활동량이 저하된대. 불쌍하다.”
“나보다 더?”
부러 선우가 시무룩한 표정을 지었다. 그러자 은성은 말도 안되는 소리 하지 말라는 듯 인상을 썼다.
“내가 있는데 불쌍하다고?
은성이 눈치를 보면서 말했다.“안 그랬을거라고 생각하면서도 그런 생각이 자꾸 들었어.”“그 여자가 멋대로 나한테 손을 대긴 했어. 그렇지만 나는 바로 쳐냈고 토할 거 같아서 화장실로 달려갔던 거야. 그 여자랑 아무 상관도 없어.”“알아. 그런데 그냥 좀 찜찜했어.”그냥 찜찜하다고 표현했음에도 선우는 그것이 무엇으로 기인한 것이 알아차렸다.“검은 노트 때문이야…?”은성은 답하지 않았지만 흔들리는 눈빛은 그의 말이 맞다는 것을 시인했다. 선우의 심리 상태상 그것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알았다.검은 노트가 없었더라면 그러한 생각은 하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그것이 준 파장은 생각보다 컸다. 해나도 그런 상대가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선우의 얼굴이 일그러졌다.자신을 죽이고 싶었다. 은성하고 자신의 사이에 벌어진 모든 간극의 시작에는 빌어먹을 검은 노트가 있었다. 자신이 사랑한다는 사람들은 모두 자신을 떠난다는 망상에 빠져서 가장 소중한 사람을 상쳐입혔다.스스로가 혐오스러워서 견딜 수가 없었다. 밑이 없는 검은 구덩이 속으로 끝도 없이 떨어지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그때 따스한 체온이 그를 현실로 데려왔다.“미안해. 내가 말했어야 하는데…”어깨로 뜨거운 눈물이 뚝뚝 떨어져 내렸다. 선우는 은성의 얼굴을 확인했다. 그녀가 울고 있었다. 그가 더듬거리면서 말했다.“내,내가 잘못한 거야. 너는 잘못한 거
이상하게도 묘하게 거슬렸다. 선우의 핸드폰으로 손이 가려는 그때 전화가 끊겼다. 은성이 손을 거두어드리려고 할 때였다. 지이잉 소리가 연달아 들렸다. 메시지 내용이 떴다.[나랑 자고 싶어서 이래? 한은성 모르게 한번 해줄게. 그러니까 연락해.]은성이 멈칫했다. 한 사람의 얼굴이 떠올랐다.‘서해나.’핸드폰을 들어올려 비밀번호를 눌렀다. 그의 비밀번호는 은성의 생일이었기에 원하면 언제든지 핸드폰을 확인할 수 있었다. 여태까지 사귀면서 은성이 선우의 핸드폰을 홀로 확인한적은 한번도 없었다.그를 믿었고 개인 프라이버시를 지켜주고 싶었다. 그래야 관계가 오래갈 수 있다고 생각했지만 이건 이야기가 달랐다.그 번호로 온 문자 내역을 확인하자 가슴이나 노골적으로 몸의 부위를 찍은 사진들이 연달아 나왔다. 은성의 얼굴이 서서히 굳어져가는 그때 선우가 욕실에서 나왔다.“왜 머리를 안 말리고 있어?”선우는 한박자 늦게 은성의 손에 자신의 핸드폰이 들려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다른 여자의 신체부위가 적나라게 드러난 사진을 보고 있다는 사실도 말이다.“은,은성아…”“이게 뭐야?”빨리 말을 해야하는데 입안이 말라서 말이 나오지 않았다. 마른 침을 삼키고 나서야 겨우 입술을 뗐다.“그때 호텔에서 본 이후로 서해나가 계속 그런 사진을 보냈어.”“그래서?”“그래서 고소했어. 이번에는 민사 소송
주말이다 보니 많은 가족들과 연인들이 아쿠아리움을 찾았다. 사람이 많은 곳을 선우는 좋아하지 않았다. 은성과 단둘이서만 있고 싶었다.하지만 그렇다고 집에서만 있자니 은성과 많은 것들을 하지 못한 게 아쉬웠다. 헤어져 있을 동안 그녀와 하지 못한 것들이 눈에 밟혀서 내내 그를 괴롭혔기 때문이다.은성의 초롱초롱한 눈으로 해마를 구경했다. 옆에 있는 해마에 대한 설명을 읽는 것도 빼놓지 않았다.“짝을 잃은 해마는 심각한 스트레스로 인해 먹이 활동을 줄이거나 활동량이 저하된대. 불쌍하다.”“나보다 더?”부러 선우가 시무룩한 표정을 지었다. 그러자 은성은 말도 안되는 소리 하지 말라는 듯 인상을 썼다.“내가 있는데 불쌍하다고?”“네가 없으면 불쌍해지는 거지. 그러니까 절대 내 곁을 떠나면 안돼?”“알았어.”그때 작위적인 헛기침 소리가 들렸다. 고개를 돌리니 초등학생 남자 아이를 손에 잡은 아빠가 보였다. 아이 앞에서 애정행각이 벌어지는 것이 여간 불편한 거 같았다. 뻔뻔하게 선우는 모르는 척했지만 은성은 그러지 못했다.“화,화장실 좀 다녀올게.”많이 민망했는지 얼굴까지 벌게진채로 화장실로 도망갔다. 그런 그녀를 보면서 선우는 미소 지었다. 문득 요양원에서 경자와 은성의 대호가 떠올랐다.“그래서 너 선우랑 결혼 안 할거야?”“…”&nb
경자가 두 사람을 번갈아 보면서 얕은 한숨을 쉬었다.“매주 올거 없다니까. 영상통화도 매일 하면서 뭘 매주 와.”은성과 선우는 매일 영상 통화를 했고, 주말마다 요양원을 찾았다. 경자는 좋아하면서도 조금 귀찮아 했다. 은성이 새침하게 대꾸했다.“회사 나갈 때까지만 매주 올거야. 그 이후엔 나도 몰라. 엄마가 지금을 그리워할 수 있어.”“퍽이나.”하나도 그리워하지 않을 것이라는 듯 경자가 고개를 휙 돌렸다. 은성도 덩달아 고개를 돌렸다. 똑 같은 모녀를 보면서 피식 선우가 웃었다.“선우야. 음료수 좀 사와줘.”“네. 아주머니.”대답을 하면서도 선우는 쉽게 발이 떨어지지 않았다. 경자는 은성과 따로 할말이 있을 때마다 이렇게 그에게 심부름을 시켰다. 무슨 이야기가 나올지는 예상됐다. 그가 궁금한 건 은성의 반응이었다.‘은성이는… 원할까?’궁금함을 뒤로 하고 병실을 나섰다. 그러자마자 경자가 문을 한번 쓰윽 보고는 입을 열었다.“이제 어떻게 할거야?”“뭘 어떻게 해.”경자가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뻔히 알면서도 은성은 모르는 척했다.“결혼 할거야? 안 할거야?”“아직 서른도 안됐는데 무슨 결혼이야.”말은 그렇게 하면서도
은성은 창밖을 응시했다. 빠르게 스쳐갔지만 구경하기엔 충분했다. 천천히 나무가 물들어 간다. 그 모습들이 아름다웠다. 주말마다 두 사람은 경자의 요양원에 갔다.한시간 반이 넘게 걸리는 거리였지만 창밖의 풍경이 아름다워서 지루하지 않았다. 옆자리에 앉은 선우는 그런 그녀의 손을 잡으며 앙탈을 부렸다.“창밖만 보지말고 나도 좀 봐줘.”“기사님 계시잖아.”은성이 눈치를 주는데도 선우는 상관없다는 듯 그녀의 어깨에 기댔다. 그녀는 어쩔 수 없다는 듯 어깨를 내어주고 자신에게 기대게 했다.‘이제 이럴 시간도 많이 안 남아있어.’어제 면접을 봤던 회사에서 합격했다는 연락을 받았다. 2주후부터 출근하면 된다고 했다. 좋기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선우와 지내는 시간이 적어진다는 것이 아쉽기도 했다. 그의 반응은 훨씬 격했다.“보통 첫 출근까지는 한달 정도 걸리는 거 아니야?”2주전에 합격은 알려주는 건 경우없는 회사라면서 은성이 다른 회사를 찾아볼 것을 강력하게 권고했다. 물론 그 말은 씨알도 먹히지 않았다. 그가 뭐라고 하든 그녀는 회사에 갈 것이다. 이건 그를 위해서도 필요했다.‘선우도 회사에 가야하니까.’서로만으로 가득차있는 생활은 건강하지 못하다. 지금 생활이 좋지만 그럼에도 어느 정도 균형감이 필요했다. 은성이 손에 감기는 선우의 머리카락을 쓸어주면서 물었다.“회사는 언제부터 나갈거야?”“너 나가
유혹적으로 선우를 바라보면서 부드러운 키스를 했다. 그를 달래주고 싶었다. 미안해서 어쩔 줄 모르는 모습을 보고 싶지 않았다. 처음 안에 한거라 불안하기도 했지만 사실 그 감각이 나쁘지 않았다.‘어차피 한번이잖아.’딱 한번이었다. 그러니 크게 문제는 되지 않을 것이다. 이제 선우가 조심스럽게 빠져나갈거라고 은성은 막연하게 그렇게 여겼다. 하지만 어째서인지 그는 빠져나갈 생각을 안 했다.달아오른 볼을 하고 그녀를 빤히 응시했다. 그것뿐만 아니었다. 그의 아래가 그녀의 안에서 점점 커지는 게 느껴졌다.“선우야…”그만 빼라는 말을 하고 싶었다. 하지만 그 말을 할 수 없었다. 선우가 은성의 입술을 삼켜버렸기 때문이다. 밀어내려던 것도 잠시 키스의 감각에 정신이 팔려 그녀는 흐물거리기 시작했다. 선우는 그때를 놓치지 않고 허리를 쳐올렸다.“읏…! 핫!”신음소리와 질척이는 소리가 다시 거실에 울렸다.*“으으…”은성이 앓는 소리를 내면서 몸을 뒤척거렸다. 선우가 그 앞에서 어쩔줄 몰라하다가 뭔가 떠올렸다.“의사 부를게.”“부르지 마!”“하지만… 네가 아픈데.”그 말을 듣자마자 은성의 눈초리가 매서워졌다.&ldquo
“한번도 사랑한다고 말한 적 없으니까…”그는 한번도 사랑한다는 말을 한적이 없었다. 사랑한다는 말을 자주하는 유치원 시절에도, 가까운 친구이던 시절에도, 연인이 된 이후에도 단 한번조차고 말한적이 없었다. 은성이 용기내어 말해도 그는 사랑한다고 말한적이 없다.“내가 괜히 쓸데없는 거에 집착하는 건가?”겨우 한마디 말에 불과한데 고집을 부리고 있는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선우의 행동은 ‘사랑한다’는 말을 넘어서 있다는 것을 안다. 그런데도 자꾸만 그것이 마음에 걸렸다. 게다가 가끔 그의 시선이 유라에게 향할 때 알 수 없
“네가 가면 나도 가.”“내가 안 가면?”“나도 안가.”어이없다는 듯 그녀가 피식 웃었다.“그런게 어딨어.”“여기 있어.”고집 부리는 아이를 보는 것처럼 얼굴에 걱정이 떠올랐다.“회사 물려받으려면 유학 다녀와야하는 거 아니야?”“너랑 떨어지면서까지 가야할 정도로 회사가 의미있지 않아.”물끄러미 그의 얼굴을 내려다 보다 입을 열었다.“그럼 유학 가고 싶어?”“응. 가고 싶어.”선우의 입꼬리가 슬며시 올라왔다.“왜 가고 싶은데?”“같이 유학 가면 우리 둘만 있을 수 있잖아.”어이없는 이야기를 들은 사람처럼
“네.”긴장한 은성이 무슨 일이냐는 듯 선우를 봤다. 선우는 빙그레 웃을 뿐 별 말을 하지 않았다. 그도 선희도 찻잔을 향해 손을 뻗었고 아주 잠시 손이 닿았다. 더러운 것이라도 만진것처럼 손을 황급하게 거둬드린 그가 구토를 했다.“우욱…!”스치는 접촉에도 그의 몸은 정직하게 반응했다.선우가 화장실로 달려갔다. 은성은 따라가고 싶었지만 선희의 눈치가 보여서 가지 못했다. 그녀의 얼굴에는 당혹감이 가득했다. 이 세상에 불편한 모자 사이는 많았지만 잠깐 손이 닿는 접촉만으로도 이렇게 격렬한 반응을 보이는 경우는 없었다. 한성그
은성은 방문 앞에 서 있었다. 비밀번호만 누르면 방문을 열 수 있었다. 일반적으로 방은 안에서 잠글 수 있게 되어 있었지만 이 방은 특이하게도 밖에 번호키가 있어 안에서는 문을 열고 나올 수 없었다.비밀번호는 자신의 생일이라서 잊어버릴 수가 없었지만 손은 선뜻 움직이지 않았다. 방안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을지 두려움이 컸다. 그 안에는 그녀의 남자친구인 선우와 유라가 있을 것이다. 바람 현장을 잡으러 온 것이냐 하면 그건 아니었다.최음제를 선우에게 먹이고 유라와 이 방에 집어넣은 것이 바로 은성이었다. 그럼에도 확인하는 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