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are

제697화

Author: 적매화
김단은 말을 멈추고, 서있는 궁녀 몇 명을 바라보았다.

소리를 낮추어 자신과 서원 공자만 들을 수 있는 목소리로 물었다.

“공주 마마께서 실혈이 과다하였나이다. 제대로 추스르지 않으시면, 단시일에 기력이 회복되지 않사옵니다.”

김단의 말에 서원 공주는 그제야 눈을 떴다.

그리고는 서 있는 궁녀들을 향해 시선을 돌렸다.

고개를 아래로 떨구고 있는 그들을 보며, 일말의 동요도 보이지 않았다.

곧이어 김단에게 물었다.

“본궁이 어찌하면 좋소?”

서원 공주가 의술에 대해 까막눈이라고 해도, 낙태를 하고 먹어야 하는 약은, 한풍을 맞아 먹는 약과 다르다는 것을 알고 있다.

어선방의 사람들은 약방에 대해 잘 알지 못하나, 궁녀의 여인들이 낙태를 하면 무엇을 먹어야 하는지 알고 있었다.

만일 다른 이가 눈치라도 채면, 귀찮아지기 마련이다.

김단은 잠시 생각하고는 입을 열었다.

“공주 마마의 보양을 핑계삼아, 소신이 친히 약을 끓어 드리겠나이다. 손수 다룬 약재이기에 다른 이가 발견하는 일은 없을 것이옵니다.”

서원 공주는 만족하지 않았다.

“수 어의가 때를 맞추어 약재를 정리하니, 어떻게든 알게 될 것 이오.”

김단이 미간을 찌푸렸다.

“공주마마, 소신이 빈궁들의 보양을 핑계삼아, 처방을 몇 가지 더 내리면 되옵니다. 약재도 섞으면 수 어의 께서도 알아보지 못할 것이옵니다.”

서원 공주는 그제야 미소를 지어 보였다.

“좋은 생각이오.”

김단이 답했다.

“아뢰옵기 송구하오나, 빈궁들은 공주 마마께서 나서야 할 것 같사옵니다.”

고작 칠품 의녀가 빈궁들의 보양을 도와준다 하여도, 귀를 기울이는 자는 없을 것이다.

서원 공주는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

“작은 일에 마음 둘 필요 없소, 술시에 사람을 보내겠소.”

“예.”

김단이 공손하게 대답했다.

어쩌면 그녀의 공손한 태도가 마음에 들었는지, 서원 공주가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김단을 향해 말했다.

“또 한 가지 일. 자네와 상의할 게 있소.”

그리고 옆에 있던 윤이를 한 번 바라보았다.

윤이는 눈치를 채고 궁녀들과 함
Continue to read this book for free
Scan code to download App
Locked Chapter

Related chapters

  • 대군, 사랑에 살다: 무수리의 반격   제698화

    김단은 서원 공주의 살기를 느꼈다.하나 당황하지 않았다.“소신은 소 장군을 감싸는 것이 아니옵니다. 소 장군께서 총령으로 봉직된 지 얼마 되지 않았사옵니다. 어떤 자가 금군을 이리 다스렸는지, 내막을 알아야 하지 않겠사옵니까?”곧이어 서원 공주의 눈빛이 변했다.“이전에 금군을 맡은 자가 누군지 알고 있소?”옆에 있던 윤이가 서둘러 답했다.“공주 마마께 아룁니다. 덕빈의 친 아우인 손헌이라는 자 이옵니다.”“그래, 손헌 이구나!”서원 공주의 눈빛이 차갑게 변했다.“그래. 자신의 누이가 덕빈 인 것을 핑계 삼아, 그 손헌 이라는 자가 본궁을 몇 번이나 무시했는지 모른다.”서원 공주는 무언가를 떠오른 것처럼,말투에 냉기가 돌았다.“어쩌면 그 일은 모두 그놈이 계획 한 일이지도 모른다!”김단은 공주의 말에 심장이 철렁했다.그녀는 그저 소하의 억울함을 풀고 싶었을 뿐이다.이때, 서원 공주가 물었다.“손헌은 지금 어디 있는가?”윤이가 대답했다.“노비가 듣기로는 손 대감께서 파직 되신 이후에, 덕빈과 주상 전하가 많은 대화를 나누셨다 하옵니다. 하나, 전하께서는 좀처럼 윤허를 내리지 않으셨다 합니다.”서원 공주가 코웃음을 쳤다.“본궁에게 그러한 수모를 겪게 하고도, 어찌 감히 위로 오를 생각을 하는 것이야?”그녀는 금방 어찌 손헌을 해칠지 생각을 끝냈다.김단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한 순간이라도 마음을 약하게 먹어서는 안된다.서원 공주의 방식은 흉악하기 그지없다.만일 소하 오라버니에 대한 살의를 품었다면, 아무리 무예가 좋은 그도 그녀에게 꼼짝 당하고 말 것이다.소하 오라버니와 손헌 중에 한 명만 죽어야 한다면, 죽어야 하는 자는 손헌이다!김단이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서원 공주는 그녀를 뚫어져라 보고 있었다.낮은 목소리로 물었다.“자네의 뜻은 소하가 아무런 연관이 없다는 것이오?”김단이 고개를 들어 그녀를 한번 바라보았다.떠보려는 서원 공주의 말에도, 김단은 깊게 숨을 들이켰다.“소한 총령께서 여러 도움을 받

  • 대군, 사랑에 살다: 무수리의 반격   제699화

    윤이의 말에 서원 공주가 코웃음을 쳤다.곧이어 입가에 미소가 지어졌다.“본궁도 같은 생각이다. 이전에는 큰 소리도 치더니, 어제 겸인의 시체를 보고는 조용하기 그지없다.”윤이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그저 미소를 지어 보였다.뇌리에는 평양 원군 관저에 있을 때,김단이 그녀를 위해 해준 말이 맴돌았다.그 말 때문인 것일 까.공주 마마께서는 김단을 해하려고 하지 않았다.오히려 그녀를 더 신뢰하기 시작했다.마냥 좋은 일은 아닐 수 있다.하나 공주 마마께 신뢰를 얻었으니,살 길은 하나 생긴 것이 아닌가.마침 공주 마마의 곁에 일을 할 자가 필요하다.김단은 서원 공주의 침소에서 나간 뒤, 어의원으로 돌아갔다.돌아가는 내내, 김단은 마음이 불안했다.방금 공주의 앞에서 한 말이, 소하 오라버니를 도울 수 있는 말이었을까.이번에는 넘어갔다 하여도, 다음에는 쉽게 넘어갈 수 없을 것이다.그녀는 자신이 계속 ‘수’의 입장에 서 있을 수는 없었다.하나 ‘수’ 에서 ‘공’으로 바꿀 방법이 생각나지 않았다.곧이어 어의원 안으로 들어갔다.문을 열자마자, 목소리가 들려왔다.“드디어 김 낭자께서 도착하셨나이다,소 장군께서 낭자를 오래 기다리셨나이다!”김단이 걸음을 멈추었다.고개를 들어 방 안을 바라보았다.곧이어 소한이 교의에서 일어나 그녀를 향해 걸어왔다.그녀는 미간을 찌푸리는 동시에, 예의를 갖추어 인사를 건넸다.“의녀 김단, 소 장군을 뵙습니다. 소 장군께서 어찌 어의원에 행차 하셨나이까?”“낭자를 찾아 왔소.”소한이 부드럽게 답했다.하나 그의 미간에는 강렬한 감정이 숨겨 있었다.“낭자가 의녀로 봉직 되었다는 소식을 들었소. 경축하는 마음에 가져왔소.”그리고는 보석함 하나를 건넸다.김단은 받지 않았다.계속 미간을 찌푸리며 대답했다.“감사하옵니다. 하나 소인은 그저 마음만 받겠나이다. 오는 것이 있다면 주는 것이 응당한 터인데, 소인은..”“낭자와 그리 생소한 사이는 아니지 않소?”소한은 김단의 말을 끊었다.보석함을 쥐

  • 대군, 사랑에 살다: 무수리의 반격   제700화

    김단이 한숨을 내쉬었다.끓어오르는 분노를 억지로 눌렀다.“어찌 마노로 만든 이환 이옵니까?”소한은 그제야 김단의 분노의 근원을 알아차린 것 같았다.그는 미간을 살짝 찌푸리고는 고개를 숙였다.마치 무언가를 잘못한 아이와 같은 모습이다.“그 이환은 낭자에게 좋지 않은 기억을 떠올리게 하오. 내가 가져온 이환으로 마음을 달랠 수 있지 않을 까 하여..”이전에 그가 김단에게 이환을 전해 주었을 때, 그녀가 얼마나 기뻐했는지 생생하게 기억한다.어쩌면 마노로 만들어진 이환을 좋아할지도 모른다, 라는 마음에 가져 온 것이다.하나 그 이환은 결코 좋은 기억이 없기에, 다른 장식의 이환을 사왔다.혹여 김단이 알아차렸을 까.이환의 금장식은 매화다.소한의 이러한 모습에 김단은 그제야 눈치를 챘다.새로운 기억으로 이전의 안 좋은 기억들을 덮으려는 의도다.그녀는 고개를 떨구고는, 보석함을 닫았다.무슨 말을 해야 할 지 몰랐다.그가 다 아는 것처럼 굴어도, 다 아는 것은 아니었다.김단이 말한다고 할지 언정, 소한이 이해를 할 수 있는지는 알 수 없다.그녀는 그저 감사 인사를 건넸다.“잘 받았 나이다. 장군께 감사 인사드리옵니다.”김단은 소한이 금방 자리를 뜰 줄 알았다.하나 자리에서 움직이지 않았다.작은 목소리로 그녀에게 말했다.“약을 갈아야 할 듯 하오.”김단이 움찔했다.“군의관을 찾아 가시 지오!”군의의 약이 어의원의 약보다 좋은 것은 누구나 알고 있다.소한은 억울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군의관이 약을 다 썼다 하여, 어의원으로 보낸 것이오.”김단은 그의 말이 거짓이라 생각했다.하나 군의관이 거짓을 고하는 것 인지, 소한이 거짓을 고하는 것 인지 알수 없었다.그저 미간을 찌푸리고 답했다.“사람을 시켜 약을 갈아 드리겠나이다.”그리고 자리를 떠나려 하자, 소한이 다시 그녀를 잡았다.“다 시간이 없다 하오.”김단이 그를 바라보았다.“그걸 어찌 아십니까?”소한은 사실대로 말할 수 없었다.방금 전, 김단이 자리에 없을 때

  • 대군, 사랑에 살다: 무수리의 반격   제701화

    김단은 머리속의 혼란을 잠재우고 앞으로 나아갔다.소한은 꼿꼿하게 앉아 있었고, 표정에는 약간의 초조함이 느껴졌다.김단은 이를 못 본 척 소한의 붕대를 풀기 시작했다.하지만 그의 덩치가 매우 컸기에 등쪽 붕대를 풀 때 김단은 그의 앞으로 다가가야 했다. 얼핏 보면 그녀가 그를 안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그녀는 숨을 죽인 채 최대한 그의 몸에 닿지 않도록 노력했다.그 역시 그녀의 거부감을 눈치챘고, 이내 미간을 찌푸리며 실망을 들어냈다.붕대가 풀리자 가슴 위 흉한 상처가 김단의 눈에 들어왔다.김단은 끝내 한숨을 내쉬었다.이 모습을 본 소한은 황급히 말했다. “이제 아프지 않소.”김단은 멈칫했다. 그녀는 걱정하지도 않았는데, 왜 안심시키려는 걸까?하지만 김단은 아무말도 하지 않고 약을 꺼내 상처에 조심스럽게 발라주었다.방 안은 조용했다.두 사람의 숨소리가 또렷하게 들릴 정도로 조용했다.그리고 그의 심장 박동 소리도 점점 더 크게 들렸다.김단의 심각한 표정을 보며 소한은 자신이 왜 과거 소중함을 몰랐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그녀는 그의 곁에 있었고, 십여 년 동안 그를 중심으로 곁에 맴돌았다.끝내 그는 그녀를 밀어냈다.하지만 지금, 그는 그녀가 자신에게서 더 멀어질까 두려워 필사적으로 붙잡고 있다.자업자득 아닌가!소한은 속으로 그렇게 생각하며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김단은 그에게 약을 발라주고 다시 붕대를 감기 시작했다.역시 안는 듯한 자세였다.하지만 아까와는 달리 이번에 김단은 더욱 여유롭게 붕대를 감았다.심지어 그녀는 소한의 귓가에 속삭였다. “공주가 오라버니에게 해를 끼칠 수도 있습니다.”말을 마친 김단은 몸을 일으켜 소한을 바라보았다.순간 소한의 표정에 방금 전까지의 남녀 간 애틋한 감정이 완전히 사라졌다. 대신 싸늘한 기운만이 감돌았다. “왜 그렇게 생각하오?”그가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김단은 밖을 한 번 쳐다보고는 다시 붕대를 감는 척하며 귓가에 속삭였다. “세 달 전에 공주가 금군에게 농락당했습니다.”

  • 대군, 사랑에 살다: 무수리의 반격   제702화

    김단은 너무 깊이 생각에 빠진 나머지 손동작을 잠시 멈췄다.김단의 이상한 낌새를 눈치챈 소한이 물었다. “무슨 생각을 하는 것이오?”김단은 정신을 차리고 고개를 저었다. “아무것도 아닙니다.”소한은 옆에 있는 옷을 집어 입고 그녀를 한 번 쳐다본 후 말을 이었다. “형님 일은 내가 알아서 처리할 테니 낭자가 나설 필요 없소. 서원 공주는 낭자가 감당할 수 있는 사람이 아니오.”김단은 소한의 말에 호의가 담겨있다는 것을 알았다.하지만 소한은 그녀가 이미 공주를 처리할 마음을 먹었다는 것을 알지 못했다.병서에 기록되어 있기를 ‘적을 공격하는 것보다 좋은 방어는 없다’고 했다.물러서는 것만으로 더 이상 자신을 보호할 수 없을 때, 공격하는 것이야 말로 자신을 보호하는 최선의 방법이다!김단은 고개를 숙인 채 대답하지 않았다.과거 십여 년간 함께 지낸 세월 탓에 소한은 김단에 대해 어느 정도 알고 있었다.김단이 아무 말 없이 침묵하는 것을 본 소한은 눈을 가늘게 뜨고 물었다. “무슨 꿍꿍이를 꾸미고 있는 것이오?”김단은 그제야 고개를 들어 소한을 바라보았다.이미 들킨 이상 숨길 필요도 없었다.어찌 됐든 소씨 집안 두 도련님들은 주상을 등에 업고 잘나가는 사람들이었고, 그녀보다 더 많은 발언권을 갖고 있었다.서원 공주가 주상에게 이간질하여 그로 하여금 소씨 집안에 원한을 품게 하는 것보다 지금 당장 소한과 손을 잡고 서원 공주를 주상의 눈 밖에 나게 하는 편이 나았다.이에 그녀는 천천히 입을 열었다. “저는 주상의 신임을 얻고 싶습니다.”그녀가 말한 것은 총애가 아니라 신임이었다.총애를 얻는 것은 사실 쉽다. 그 예로 그녀의 의술로 주상의 눈에 들면 총애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하지만 주상의 신임을 얻는 것은 매우 어렵다.그녀는 이에 대한 방법을 몰랐으나, 소한은 알고 있을 것이다.소한은 의미심장한 눈빛으로 김단을 바라보았다. “낭자가 서원 공주를 상대하려는 것이오?”그녀가 이렇게 커다란 야심을 품고 있을 줄은 몰랐다.그

  • 대군, 사랑에 살다: 무수리의 반격   제703화

    그말에 중전은 의미심장하게 말했다. “다른 사람은 그렇지 않을 수도 있지.”김단은 이 방 안에서 다른 사람이라면 아마 자신을 가리키는 것이라 생각했다!안타깝게도 그녀는 황후와 맞설 용기가 없었고, 지금은 공주만을 상대할 생각이었다.이에 그녀는 반응하지 않았다.하지만 서원 공주는 김단을 보며 질책하듯 말했다. “김씨 낭자, 왜 아무 말도 안 하는 것이오?”지금 상황이라면 당황하여 머리를 조아리고 충성을 맹세해야 하는 것이 아닌가?김단은 아무것도 모른다는 듯 서원 공주를 보며 말했다. “소신이 무슨 말을 해야 합니까?”서원 공주는 당황했다.중전이 거의 김단을 저격하며 그녀가 해칠 마음을 품고 있을지도 모른다 말했는데, 그 뜻을 알아듣지 못했단 말인가?정말 멍청하기 짝이 없지 않은가! 일단 그녀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중전을 바라보았다.중전은 김단을 바라보며 엄숙한 표정으로 말했다. “궁궐에서는 김씨 낭자가 명의에게 사사받아 의술이 매우 뛰어나다고 소문이 나있소. 더욱이 지금은 공주의 신임을 얻어 궁궐에 들어와 의녀가 되었지. 하지만 낭자가 세답방에서 나온 지 1년도 채 되지 않은 시점에서, 나는 낭자의 의술을 믿을 수가 없소.”비록 소씨 집안 큰 아들의 다리를 그녀가 치료했다 하더라도 중전은 여전히 의심을 품고 있었다.김단은 대답했다. “주상 전하께서 소신에게 마마님들의 몸조리를 도우라고 명하셨지만, 마마님들께 꼭 소신의 약을 드셔야 한다고 강요하지는 않으셨습니다. 중전 마마께서 소신을 믿지 못하신다면 소신의 약을 받으시고 바로 버리시면 됩니다.”그녀들의 몸조리를 돕는 이유는 어의원에서 약재를 점검할 때 공주의 유산 후 몸조리를 위한 처방을 내렸다는 것을 숨기게 하려는 것뿐이었다.그러니 중전이 그걸 마시든 안 마시든 그녀는 신경 쓰지 않았다.중전은 김단이 적어도 두세 마디의 변명이라도 할 줄 알았지, 이렇게 바로 약을 버리라고 할 줄은 상상도 못 했다!사실 그녀는 주상이 갑자기 궁궐 비빈들의 몸조리를 명한 것에 의심을 품었다.

  • 대군, 사랑에 살다: 무수리의 반격   제704화

    김단의 말에 중전과 서원 공주는 깜짝 놀랐다.서원 공주가 먼저 정신을 차리고 낮은 목소리로 꾸짖었다. “낭자, 자네가 나를 위해 입바른 말 몇 마디를 해줬다고 함부로 지껄이지 마시오! 우리 어마마마는 그 누구보다 건강하신 분이오. 1년 전쯤 한 번 편찮으셨던 것 말고는 아무 이상이 없으셨는데, 어떻게 독에 중독될 수 있단 말이오?”김단도 불안했다!그녀는 서원 공주의 몸조리를 해주려고 왔다가 우연히 중전의 맥을 짚은 것이지, 이렇게 큰 일이 벌어질 줄은 생각도 못 했다!사실 그녀도 이를 말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 망설였다.어쨌든 중전은 서원 공주의 친어머니고, 중전이 독살되면 서원 공주는 뒤에서 그녀를 도와줄 사람이 줄어드는 것이다.하지만 의원으로서 죽어가는 사람을 외면할 수는 없다고 생각했고, 중전의 신임을 얻으면 훗날 자신에게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했다.이에 김단은 사실대로 말한 것이다.“공주 마마께 아룁니다. 소신이 감히 거짓말을 할 수는 없사옵니다. 중전 마마의 맥은 특이하여 소신이 명의께서 주신 의서를 보지 않았더라면 맥에 아무 이상이 없다고 생각했을 것입니다!”이 말을 들은 중전은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 “그러니까 낭자 말은 내 맥을 다른 사람이 짚었더라면 내가 중독되었다는 것을 알아내지 못했을 수도 있다는 것이오?”어조에는 김단을 향한 불신이 뚜렷하게 느껴졌다.서원 공주도 말을 거들었다. “김단, 자네가 공을 세우고 싶어 안달이 난 것은 알겠지만, 중독이라는 것은 자네가 함부로 입에 올릴 수 있는 것이 아니오!”“소신은 그런 생각을 한 적 없습니다.”김단은 미간을 찌푸린 채 말했다. “중전 마마의 맥을 보니 중독되신 지는 이미 10년도 넘은 것 같습니다!”“말도 안 되는 소리!”중전은 분노하며 소리쳤다. “난 지난 10년 넘게 건강했단 말이오!”“그것이 바로 이 독이 무서운 이유입니다!”김단은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다. “이 독은 안색을 붉게 만들 뿐, 천천히 몸 속으로 잠식합니다. 겉보기에는 건강해 보이지

  • 대군, 사랑에 살다: 무수리의 반격   제705화

    그 말인 즉, 김단은 이미 중전이 월경불순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는 뜻이었다.하지만 김단은 계속해서 말했다. “월경불순 외에도 마마께서는 복통 증상이 있으셨을 것이고, 최근 몇 달 동안 더욱 심해지셨을 겁니다. 월경량은 적고 그 색은 검은색을 띠며, 종종 진행이 끊겼다 이어졌다 하며 보름 간 지속되셨을 겁니다.”이 말을 들은 중전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어의원에 궁궐 여인들의 월경 기간을 기록하는 담당자가 있다 하더라도 이렇게 자세하게 기억할 수는 없을 것이다.김단이 이렇게 정확하게 말할 수 있다는 것은 어딘 가에서 본 내용만으로 말하는 건 아니라는 뜻이었다.순간 그녀의 표정이 험악하게 바뀌었다.서원 공주는 중전의 안색을 살피고 무언가를 알아차린 듯 미간을 찌푸린 채 김단을 보며 말했다. “또 할 말이 있는 것이오?”김단은 잠시 생각하다 입을 열었다. “중전 마마께서는 최근 잠자리에 드는 것이 매우 어려우셨을 것이고, 간신히 잠들어도 악몽에 시달리셨을 겁니다. 다음 날 일찍 자리에서 일어나셔도 기력이 없으셨을 겁니다.”모두 맞는 말이었다.하지만 중전은 심호흡을 하고 말했다. “네가 말한 것들은 별로 특별한 일이 아니다.”수 어의가 말하기를 걱정과 생각이 너무 많아도 잠자리에 들기 어렵고 악몽을 꿀 수도 있다고 했다.그럼에도 김단은 이어서 말했다. “특별한 일은 아니지만, 신기한 것은 중전 마마께서 잠을 잘 못 주무시는데도 안색이 붉고, 기력이 없으심에도 정신은 매우 또렷하시다는 것입니다. 이러한 증상들이 바로 방금 소신이 말한 독이 몸 안에 잠복하여 겉모습을 정상으로 보이게 만든다는 것입니다.”말이 끝나자 방 안은 조용해졌다.중전도 아무 말도 하지 않았고, 서원 공주도 입을 꾹 다물었다.다만 두 사람의 표정에는 놀라움이 담겨 있었다.김단은 고개를 숙인 채 두 사람의 얼굴을 보지 않았다. 한참을 기다렸음에도 두 사람이 입을 열지 않자, 김단이 참다 못해 말했다. “중전 마마께서 소신을 믿지 않으신다면 좀 더 기다려 보시지요.

Latest chapter

  • 대군, 사랑에 살다: 무수리의 반격   제790화

    이튿날 아침, 김단은 궁무를 맡지 않았기에 평양관저에 머물며 맹영지와 함께 시간을 보냈다.낯선 환경에 적응하지 못한 탓인지 맹영지의 눈빛에는 두려움이 서려 있었다. 그러나 다행히도 김단의 곁에 있을 때만큼은 그녀의 표정이 한결 편안해졌다.조용한 정원, 김단은 맹영지와 함께 은은한 향기를 풍기는 계수나무 아래에 앉아 있었다. 그녀의 손에는 숙희가 건네준 과자가 들려 있었고 입가에는 옅은 미소가 번져있었다. 맹영지는 고개를 들어 만개한 계화를 바라보며 평온한 표정을 지었다. 어제 소하가 평양관저를 찾아왔으나 그는 맹영지와의 만남을 최대한 피하려 애썼다. 아마도 불필요한 오해를 사지 않기 위함이었을 것이다.김단은 맹영지를 바라보며 과거 소하가 왜 그리도 그녀를 칭찬했는지 알 것 같았다. 한때 소하의 마음을 사로잡았던 여인답게 그녀는 고운 자태를 뽐내고 있었다.하지만 동시에 의문이 들었다. 그렇게 가까웠던 두 사람이었는데 맹영지는 어쩌다 소하에게 독을 먹이려 했던 것일까?김단은 서두르지 않기로 했다. 맹영지의 몸과 마음이 회복되면 그때 자연스럽게 그 답을 들을 수 있을 것이라 믿었다.김단이 생각에 잠겨 있던 찰나 평양관저의 겸인이 급히 달려와 말했다.“아가씨, 맹가 사람들이 도착했습니다.”이런 큰일이 발생했으니 맹씨 집안에서 그녀를 보러 오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김단은 조금도 당황하지 않고 그저 고개를 끄덕이며 겸인에게 말했다.“알겠소. 이리로 모셔오시오.”잠시 후, 맹씨 부인이 정원으로 들어섰다. 그녀는 김단에게 예를 갖추어 인사한 뒤 슬픈 눈으로 자신의 딸을 바라보았다. “김 의원님께 정말 감사드립니다. 의원님이 아니었다면 제 딸이 그 짐승 같은 자에게 학대받으며 살 거라고는 생각지도 못했을 것입니다.”말을 마친 맹씨 부인의 눈동자가 붉어졌다.김단은 자리에서 일어나 그녀를 맞이하며 부드럽게 미소 지었다.“과찬이십니다, 맹씨 부인. 민태훈, 그 자의 말에 따르면 맹영지 아가씨의 병은 이미 4~5년 전부터 시작되었다고 합니다. 완전히 회

  • 대군, 사랑에 살다: 무수리의 반격   제789화

    소한은 코웃음을 치며 말없이 등을 돌렸다. 그때 뒤에서 들려오는 소하의 조용한 목소리가 방안의 침묵을 깨뜨렸다.“이번에는 정말 잘했어.”영의정 저택에서 벌어진 일은 소한이 형벌을 받은 후에야 비로소 소하의 귀에 들어갔다. 만약 소한이 과감하게 영의정 저택에 침입하지 않았다면 김단은 쉽게 그곳을 빠져나오지 못했을 것이다.비록 민씨 사람들이 직접적으로 김단을 해치지 못한다고 해도 그녀가 겪었을 모욕과 고통은 상상하기 어려웠다.소하의 갑작스러운 칭찬에 소한은 많이 당황한 듯했다.“제가 충동적이었다고 생각하지 않습니까?”“때로는 그 충동이 좋은 결과를 가져오기도 하지.”소한은 아무 말 없이 그저 김단의 얼굴을 떠올렸다. 처음에 그녀도 자신을 발견하고 놀란 듯했지만 곧 냉랭한 표정으로 일관하였다. 김단은 마차에 오를 때까지 자신에게 한마디도 건네지 않았다.과거의 그녀였다면 그가 나타나자마자 바로 그의 품에 안기며 그를 향해 미소 지었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의 그녀는 너무나도 차갑게 변해버렸다. 자신을 외면하는 그녀가 소한의 가슴을 아프게 했다.그는 자신이 무엇을 잃었는지 그리고 얼마나 큰 실수를 저질렀는지를 다시금 깨달았다. 그는 무의식적으로 주먹을 꽉 쥐며 굳게 결심했다.그는 잃어버린 것을 되찾기 위해 이미 어떤 대가든 치를 준비가 되어 있었다.반 시진 후, 김단은 방 안에서 멍하니 앉아 있었다.그러자 숙희가 조심스럽게 그녀를 불렀다.“아가씨?”김단은 정신을 차리고 숙희를 바라보았다.“무슨 일이냐?”“두 도련님께서는 모두 돌아가셨습니다.”김단은 고개를 끄덕이며 방금 전 발생한 일을 되새겨 보았다. 그녀는 소한이 오랫동안 계획해 온 것을 포기하면서까지 자신을 선택했다는 것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과거에도 그는 소가를 위해, 전하를 위해 심지어 임원을 위해 모든 것을 바쳤다. 그러나 그녀만은 제외였다.그녀는 소한이 자신의 어머니를 걱정하는 척하며 평양관저로 따라온 것도 단지 자신의 동정심을 얻기 위한 수단이라고 생각했다. 그의 상처

  • 대군, 사랑에 살다: 무수리의 반격   제788화

    김단은 아무 말 없이 소한을 부축하며 걸었다. 궐에서 나오는 길은 유난히 길고 고요했다. 그들의 발걸음은 무겁고 느렸으며 말없이 흐르는 시간 속에서 서로의 존재를 느끼고 있었다.궐문에 도착했을 때 소한의 마차가 보이지 않는 것으로 보아 그는 아마도 말을 타고 왔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 그의 상태로 다시 말을 타는 것은 무리라고 판단된 김단은 곁에 있던 경씨에게 부탁했다.“도령님, 장군님을 먼저 집으로 모셔다 주실 수 있겠습니까?”그러자 소한이 놀란 듯 김단을 바라보며 물었다.“내게 약을 발라주지 않겠다는 것이오?”김단도 당황해하며 되물어 보았다.“소가에는 의원이 없습니까?”소한은 김단의 물음에 할 말을 잃었다. 자신의 의도가 너무 노골적이었다는 것을 깨달은 그는 어색하게 웃으며 말했다.“어머니께서 내가 또 다쳤다는 걸 아시면 얼마나 걱정하겠소? 그러니 그냥 근처에서 치료받을 것이오. 낭자는 신경 쓰지 말고 먼저 돌아가시오.”김단은 그의 말을 듣고 잠시 생각에 잠기더니 결심한 듯 입을 열었다.“그렇다면, 먼저 평양관저로 함께 가서 약을 바르시죠.”소한은 그녀의 제안에 놀란 기색을 내비쳤다.“불편하지 않겠소?”김단은 그를 바라보며 단호히 말했다.“괜찮습니다.”그렇게 소한은 김단과 함께 평양관저로 향했다. 그곳에서 그들을 맞이한 것은 김단의 몸종 숙희였다.소한을 발견한 그녀는 깜짝 놀라 그 자리에 얼어붙었다.그러자 김단이 숙희를 달래는 듯한 목소리로 차분히 말했다.“숙희야, 장군님을 객실로 안내해 주거라. 나는 약을 준비하러 가야겠구나.”그녀는 그제야 정신을 차리고 김단의 지시를 따랐다.객실에 혼자 남은 소한은 조심스럽게 상의를 벗고 등을 드러냈다. 그의 등에는 형벌로 인한 상처가 선명하게 남아 있었다.그는 거울을 통해 자신의 등을 바라보며 오늘의 형벌이 생각보다 가볍지 않았음을 깨달았다.하지만 그는 김단이 이 상처를 보면 마음 아파할 것이라 생각하며 기대감으로 가슴이 부풀어 올랐다.잠시 후 문이 열리고 누군가가 약을 들고

  • 대군, 사랑에 살다: 무수리의 반격   제787화

    긴장감이 맴도는 분위기 속에서 전하는 이해 안 되는 듯한 어투로 물었다,“조선의 장군인 네가, 수많은 전공을 세운 네가, 원하는 여인 하나 얻는 것이 그리 어렵단 말이냐? 어찌 김단 하나 때문에 수년간 공들여 쌓아온 모든 것을 무너뜨리려 하는 것이야? 그 낭자가 그럴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느냐?”전하의 말투는 엄중했지만 그 속에는 실망과 안타까움이 섞여 있었다.그러자 소한은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단호하게 한 마디를 내뱉었다.“그렇습니다.”전하는 눈썹을 찌푸리며 시선을 창밖으로 돌렸다.“김 의원, 들었소?”그 순간 소한은 깜짝 놀라 고개를 들었다.그의 시선이 향한 곳에는 조용히 서있는 김단이 있었다. 그녀는 두 손을 가지런히 모은 채 담담한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소한은 그녀의 존재를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 그녀가 이 모든 대화를 들었다는 사실에 당황했지만 그녀의 표정에서는 어떠한 감정도 읽을 수 없었다.소한은 조심스럽게 그녀에게 물었다.“김단, 왜 이곳에 있는 것이오?”그녀는 천천히 방 안으로 들어와 무릎을 꿇고 전하에게 예를 올렸다.“소녀 김단, 전하를 뵙습니다.”전하는 손짓으로 그녀를 일으키며 말했다.“일어나거라. 오늘 발생한 일에 대해 자세히 말해 보거라.”김단은 소한을 보지 않기 위해 시선을 정면에 고정한 채 차분하게 사건의 전말을 설명했다. “제가 직접 목격한 바는 없습니다. 하지만 민대부를 제외하고는 영의정 댁 장남의 부인에게 감히 손을 댈 수 있는 자는 없을 것입니다.”전하는 그녀의 말을 듣고 깊은 생각에 잠겼다.“맹 낭자의 상처를 확인하기 위해 두 명의 궁녀를 보내겠다. 평양관저에서 확인해 보도록 하거라.”학대의 이유가 무엇이든 맹영지는 필시 중전의 친척이었다. 만약 폭력을 가한 사람이 민대부라고 할지라도 이는 중전의 가문을 모욕하는 행위와 다름없었기에 결코 그를 용납할 수 없을 것이다.전하는 소한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어쩌면 네 죄가 묻힐 수도 있겠구나.”민씨 가문의 잘못이 드러나게 된다면

  • 대군, 사랑에 살다: 무수리의 반격   제786화

    소한은 곧바로 병사들과 함께 어서재에서 물러났다. 그가 다시 돌아왔을 때는 이미 향 한 자루가 탈 정도의 시간이 흘러 있었다.소한이 걸어 들어오는 것을 본 전하는 하던 일을 멈추고 냉랭하게 물었다.“영의정이 너를 더 때리라고 명하지 않았느냐?”소한은 조용히 전하 앞으로 걸어가 무릎을 꿇고 허리를 곧게 세운 채 대답했다.“전하의 깊은 뜻을 아는 자입니다. 그러니 더 심한 처벌을 요구하지 못했을 것입니다.”전하는 코웃음을 치며 다시 물었다.“그렇다면, 내 뜻이 무엇이더냐?”소한은 고개를 들어 전하를 바라보며 단호하게 말했다.“전하께서는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대한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을 겁니다. 그래서 영의정을 불러 제가 벌을 받는 장면을 직접 목격하게 하셨죠. 그리고 동시에 제가 전하의 사람이라는 것을 명확히 하셨습니다. 전하께서는 영의정이 이 사실을 눈치채기 바라신 것 아니었습니까?”전하는 분노를 참지 못하고 손에 들고 있던 붓을 책상에 내던지며 소리쳤다.“이 불경한 자식아! 내 너를 아낀다고 해서 이렇게 제멋대로 행동해도 된다고 생각하느냐? 영의정 저택 외에 또 어디에 첩자를 심어두었느냐?”소한은 눈을 내리깔며 낮은 목소리로 대답했다.“3품 이상의 모든 관료의 집에 첩자를 두었습니다.”그 말을 들은 전하는 깜짝 놀라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그는 떨리는 손으로 소한을 가리켰지만 제대로 말을 잇지 못하였다.그는 기가 막히다는 표정을 짓더니 한참 동안 방안을 서성이었다.잠시 후 그는 분노를 억누르지 못하고 다시 한번 소리쳤다.“네가 감히! 그렇게 많은 곳에 첩자를 심어두고 무슨 일을 꾸미려는 것이냐? 이렇게 행동하면 내가 소씨 집안을 멸문시켜도 할 말이 없을 것이다.”소한은 여전히 고개도 들지 못한 채 조용히 말했다.“저도 위험한 짓이라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전하께서 기억하실지 모르겠지만 다섯 해 전, 저희 소가는 거의 멸문 당할 뻔했습니다.”그 해 소하가 지닌 병권은 다른 집안의 탐욕스러운 먹잇감이 되었고 그로 인해 조정의 문

  • 대군, 사랑에 살다: 무수리의 반격   제785화

    김단은 그제야 잊고 있었던 민태훈을 떠올렸다.그녀는 맹영지를 몸종에게 맡기고 민태훈 곁으로 다가가 조심스럽게 손을 뻗어 그의 허벅지에 박힌 은침을 뽑아냈다.침이 빠져나가자마자 민태훈은 마치 고통에서 해방되기라도 한 듯 온몸의 긴장이 풀리며 거친 숨을 몰아쉬었다.이를 지켜보던 사람들은 한 가닥의 은침이 이토록 큰 효과를 발휘할 수 있다는 사실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큰 마님은 김단을 바라보며 속으로 생각했다.그녀는 결코 만만한 상대가 아니라고 말이다.그때 경씨가 마차를 몰고 도착했다. 김단과 몸종이 맹영지를 부축하며 걸어 나오자 경씨는 놀란 얼굴로 다가와 안부를 물었다.“낭자, 괜찮소?”방금 전 김단이 영의정 저택에서 곤란한 상황을 겪고 있다는 소식을 접한 소한은 급히 그녀가 있는 곳으로 달려왔다.덕분에 한발 늦게 도착한 경씨는 자신이 더 일찍 김단을 챙기지 못한 것을 자책하며 말했다.“내가 미처 신경 쓰지 못했소.“김단은 고개를 끄덕이며 부드럽게 대답했다.“저는 괜찮습니다. 먼저 맹 아가씨를 평양관저로 모시고 가야 할 것 같습니다.“그는 즉시 고개를 끄덕였다. 김단과 몸종이 맹영지를 부축하며 마차에 오르자 경씨는 바로 마차를 출발 시켰다.김단은 마차에 오르기 전 문득 뒤를 돌아보았다. 그녀의 시선은 조용히 서 있는 소한에게로 향했다. 소한은 그녀를 바라보며 무언가 말하려 했지만 김단은 아무 말 없이 고개를 돌려버렸다. 소한은 그런 김단의 뒷모습을 씁쓸하게 바라보더니 옅은 미소를 지었다.그 후 소한은 곧장 궁으로 향했다.어서재에 도착한 그는 곧바로 무릎을 꿇고 앉아 오늘 영의정 저택에서 있었던 일을 전하에게 보고했다.그의 말을 들은 전하는 노여움을 감추지 못하며 소한을 꾸짖었다.“네가 감히 허락도 없이 영의정 저택을 침입했단 말이냐? 정말 대담하구나! 내가 너를 벌하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느냐?”그러나 소한은 그저 묵묵히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벌을 달게 받겠습니다.“전하는 그의 담담한 태도에 더 분노하며 외쳤다.“민가

  • 대군, 사랑에 살다: 무수리의 반격   제784화

    김단은 민씨 부인의 말에 담긴 의미를 정확히 파악했다.보내서는 안 된다라...오늘 이 자리에서 맹영지뿐만 아니라 김단 자신도 민가를 벗어날 수 없다는 뜻이었다. 김단은 민씨 부인이 자신의 아들을 위해 이런 결정을 내릴 줄 몰랐다.그녀는 자신의 아들을 보호하기 위해 어떤 선택도 마다하지 않을 것이다.김단의 눈빛이 서서히 날카롭게 변해갔다. 그녀의 내면에서는 분노와 실망이 교차했다.큰 마님은 민씨 부인의 표정을 보고 심각한 상황임을 직감했다.맹영지의 몸에는 증거가 남아있었고 그 사실이 세간에 알려지게 된다면 엄청난 파장을 불러올 것이다.하지만 지금 김단을 보내지 않는다면 그녀는 분명 궐로 들어가 이 일을 고발할 게 뻔했다.지금 김단을 적으로 돌린다면 그에 따른 후과도 감당하기 어려울 것이다.큰 마님은 사랑하는 손자를 바라보며 깊은 고민에 빠졌다.김단을 보내면 민태훈의 입지가 위험해질 것이고 보내지 않는다면 민가 전체가 위태로워질 수 있었다. 그러기에 그녀는 쉽게 결정을 내리지 못했다.그때, 한 하인이 급히 달려와 외쳤다.“큰 마님! 소 장군님께서 오셨습니다!”소 장군? 소한을 말하는 것인가?그의 이름이 언급되자 큰 마님은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소한이 이렇게 빨리 이곳에 올 줄은 몰랐기 때문이다.김단도 그가 왜 이곳에 나타났는지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그녀가 생각에 잠긴 사이 뒤에서 차가운 목소리가 들려왔다.“큰 마님 이렇게 실례를 무릅쓰고 찾아뵙게 되어 송구합니다.”모두들 소리가 나는 방향으로 고개를 돌리자 보이는 것은 당당하게 정원으로 걸어 들어오는 소한의 모습이었다.“소한, 주인의 허락도 없이 들어오다니! 대체 영의정 저택을 무엇으로 보시는 것이오? 이곳은 마음대로 들락날락할 수 있는 곳이 아니오.”소한은 그 말을 한 사람을 차가운 눈으로 바라보더니 입을 열었다.“이런 무례를 범한 것은 제 잘못입니다. 곧 전하 앞에서 사죄드리지요.”그는 정원에 있는 사람들을 하나하나 살펴보더니 큰 마님에게 다가가 정중히 인사했다.

  • 대군, 사랑에 살다: 무수리의 반격   제783화

    머뭇거리는 그들의 모습에 김단은 단호한 어조로 말했다.“마님, 만약 지금 이 자리에서 저를 막으신다면 저는 곧장 궐로 가 이 모든 일을 고할 것입니다.”그녀의 말은 칼날처럼 날카로웠고 그 안에는 확고한 결의가 담겨 있었다.김단의 말이 끝나자 민가의 사람들은 긴장한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특히 큰 마님은 눈썹을 찌푸리며 깊은 고민에 빠졌다.그녀는 김단이 단순한 의원이 아님을 잘 알고 있었다. 김단은 진산군 댁의 적녀이자 평양원군의 의남매이다. 그리고 그녀는 소가의 두 형제와도 깊은 인연이 있었다. 지금 그녀를 적대시하는 것은 곧 여러 권세 있는 가문을 적으로 만드는 것과 다름없었다.큰 마님은 민태훈을 바라보았다. 그는 고통에 찬 얼굴로 땀을 흘리며 바닥에 쓰러져 있었다. 그 모습을 보자 그녀의 마음은 찢어질 듯 아팠다.그러나 동시에 마음속에는 김단에 대한 의심도 피어올랐다. 만약 그녀의 말이 과장된 것이라면 민씨 가문은 부당한 비난을 받게 될 것이다.한참을 고민하던 큰 마님은 굳게 결심한 듯 민씨 부인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네가 직접 확인해 보거라. 만약 낭자의 말이 거짓이라면 반드시 그에 따른 대가를 치르게 할 것이다.”민씨 부인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김단과 함께 방으로 들어갔다.김단은 조심스럽게 맹영지의 소매를 걷어 올렸다. 그녀의 팔 안쪽에는 선명한 멍 자국이 여러 개 있었다. 그 모습을 본 민씨 부인은 숨을 들이켰다.“이런 상처가… 정말로…”그녀가 충격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자 김단은 차분하게 말했다.“다리 쪽은 더 심각합니다. 보시겠습니까?”민씨 부인은 고개를 저으며 물었다.“이 상처, 정말로 태훈이의 짓입니까?”김단은 잠시 침묵하더니 그녀의 말에 대답해 주었다.“제가 직접 본 것은 아닙니다.”그 말에 민씨 부인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우리 태훈이는 절대 그럴 애가 아닙니다. 어릴 적부터 착하고 작은 생명도 소중히 여기던 사람이었단 말입니다.”김단은 속으로 쓴웃음을 지었지만 겉으로는 아무런 감정도 드러내지 않았다.

  • 대군, 사랑에 살다: 무수리의 반격   제782화

    공주의 이름이 거론되자 민씨 일가의 얼굴에는 긴장감이 스쳤다. 그러나 큰 마님은 여전히 태연한 표정을 유지한 채 입을 열었다.“낭자가 공주의 명을 받고 우리 영의정 저택에 들어와 병자를 돌보는 것은 알겠소. 허나 공주의 허락 없이 사람을 해치는 것은 무엄한 일이오. 공주라 할지라도 국법을 지켜야 하지 않겠소? 그러니 함부로 공주의 이름을 빌어 협박하지 마시오.”그녀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김단은 박수를 치며 말했다.“참으로 옳은 말씀이십니다.”민가의 큰 마님은 김단이 드디어 사태의 심각성을 깨닫고 자신을 치켜세운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김단의 입가에는 더욱 짙은 미소가 떠올랐고 눈빛에는 경멸이 스쳤다.“공주님께서도 국법을 지키셔야 하는데 민가의 사람들은 더욱 그러셔야 하지 않겠습니까?”민가의 사람들은 일제히 소리를 높이며 반박했다.“그게 무슨 뜻이오? 우리 민씨 일가는 예로부터 법을 준수하며 국법에 어긋나는 일을 한 적이 없소!”“김 의원께서 자신의 잘못을 덮기 위해 우리 민가에 누명을 씌우려는 것 아니오?” 김단은 그저 조용히 서서 그들의 말을 듣고 있었다. 그녀의 얼굴에는 두려운 기색이 전혀 없었다. 오히려 김단의 이런 차분한 태도가 큰 마님의 신경을 건드렸다.험악한 분위기 속에서 김단이 드디어 입을 열었다.“여러분도 아시다시피, 큰 며늘 아씨는 중전마마의 친조카이시며 공주자가의 사촌이십니다. 그래서 제가 그분의 치료를 맡게 되었지요. 원래는 상태가 호전되고 있었으나 오늘 갑자기 증상이 악화되었습니다. 이는 분명 누군가가 큰 며늘 아씨의 회복을 방해하려는 의도가 있는 것입니다. 의원으로서 제 환자가 이곳에서 고통받는 것을 두고 볼 수 없으니 제가 데려가야겠습니다. 만약 제 앞을 가로막으신다면 다음번에는 민대부님의 다리에 은침을 꽂아 버릴 것입니다.”이에 큰 마님은 지팡이를 바닥에 세게 내리치며 외쳤다.“허튼소리 마시오! 낭자의 의술이 부족해서 생긴 일을 왜 우리한테 덮어씌우려는 것이오?”“맞소! 무슨 명의의 제자라더니... 다 헛소리구

Explore and read good novels for free
Free access to a vast number of good novels on GoodNovel app. Download the books you like and read anywhere & anytime.
Read books for free on the app
SCAN CODE TO READ ON APP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