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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화. 예비일 지정

Author: Jino
last update publish date: 2026-10-18 12:06:06

[채이]

"조건이요?"

민혁이 원장님 찻잔을 내려놓았다. 두 손으로. 이 사람은 오늘 모든 걸 두 손으로 했다.

"토요일 연회. 식순에 제 순서 하나 넣어 주세요."

"……무슨 순서요."

"삼 분이요. 할머니 앞에서. 직접 말할 기회. 기자 없이, 이사 없이. 매니저님이 식순 짜시잖아요."

매니저님. 제수씨가 아니었다.

수첩을 폈다. 연회 식순. 낮 열두 시 개회, 할머니 인사말, 개관 연회 메뉴 소개, 봄빛 사진전, 직원 가족 소개, 복주머니 나눔. 빈칸이 없었다.

"식순은요, 원래 양가 합의가 필요해요. 신랑 측, 신부 측."

"……농담이죠."

"반은요. 반은 진짜예요. 할머니 인사말 앞에 넣을게요. 할머니가 말씀하시기 전에. 할머니가 대답하실 수 있게."

민혁이 나를 봤다. 그리고 원장님을 봤다. 원장님이 고개를 끄덕였다. 식순은 매니저 권한이다. 원장님이 오 년 전에 그렇게 정했다.

"삼 분이면 되겠어요?"

"……모르겠어요. 삼십 년 치 말이라."

"그럼 사 분 드릴게요. 예비로 일 분."

예식장에서는 늘 예비를 둔다. 예비일, 예비 부케, 예비 안전핀. 사람 말에도 예비 일 분이 필요하다.

[재헌]

수요일 오후 세 시. 할머니 전화. 이번엔 본론이 늦게 나왔다.

"재헌아."

"네."

오 초. 할머니가 오 초 넘게 말을 안 하는 건 드물다. 결혼식 날 이후 두 번째.

"네 작은아비가 왔다 갔다. 아침 일곱 시에. 혼자 운전해서."

"……네. 형한테 들었습니다."

"쉰다섯 해 만에 물었다. 어머니, 제 돌잔치를 하셨습니까."

할머니 목소리가 흔들렸다. 두 번째로 듣는 흔들림.

"그래서 말해 줬다. 했다고. 영감 몰래 봄빛 작은 방에서. 내 혼례 치마를 뜯어 입혔다고. 한복집 새댁이 돌복 삯을 안 받았다고. 지갑에서 사진을 꺼내 줬다. 쉰다섯 해 만에 주인한테 갔다."

"……작은아버지는요."

"울더구나. 쉰여섯 살짜리가. 내 앞에서. 그리고 버선을 한 켤레 얻어 신고 갔다. 네 처가 두고 간 무명 버선. 발에 꼭 맞는다더라."

전화 너머에서 찻잔 소리가 났다. 들었다가 내려놓는 소리. 오늘은 빨랐다.

"간담회는 취소했단다. 대신 토요일에 연회에 온다더구나. 가족석에."

"가족석."

"그래. 네 처한테 말해라. 좌석 배치 다시 하라고. 작은아비 자리는 내 옆이다."

[채이]

수요일 오후 네 시. 엄마 전화.

"채이야. 가게에 누가 왔어."

"누구."

"몰라. 양복 입은 할아버지. 너희 시댁 쪽 같은데. 네 아빠랑 한 시간째 재단대 앞에 서 있어. 둘 다 말도 안 하고."

봄빛에서 한복집까지 택시로 십오 분. 셔터 밑으로 들어갔다.

재단대 앞에 부회장님이 서 있었다. 강태준. 기사님 없이 혼자 운전해서 할머니 댁에 갔다가, 할머니 댁에서 나와 여기로 왔다고 했다. 양복 소매에 실밥이 붙어 있었다. 한복집에 한 시간 서 있으면 누구나 그렇게 된다.

아빠가 흰 무명실을 꼬고 있었다. 여러 가닥을 한데 모아 손바닥으로 비벼 꼬았다. 부회장님이 그걸 보고 있었다.

"……하가네 한복 맞지요."

부회장님이 나를 보고 말했다. 상견례 때 객실 점유율을 십오 분 말하던 목소리가 아니었다.

"네, 부회장님."

"쉰다섯 해 전에 내 돌복을 여기서 지었다고. 어머니 혼례 치마로. 어머니가 그러시더군. 삯을 안 받았다고."

아빠가 손을 멈췄다.

"그거 갚으러 왔는데. 이 양반이 안 받겠다고 하네."

아빠가 꼬던 실 끝을 매듭지었다. 가위로 끝을 가지런히 잘랐다. 그리고 그걸 두 손으로 부회장님 앞에 내밀었다.

"우리 어머니가 안 받은 걸 제가 받을 순 없지요. 대신 이거 매 보세요. 쉰다섯 해 만에 매는 돌띠라고 생각하시고."

돌띠였다. 흰 무명실을 여러 겹 꼰 띠. 실처럼 길게 살라고 돌쟁이 허리에 매 주는 것. 아빠가 한 시간 동안 말없이 꼰 게 그거였다.

부회장님이 돌띠를 받았다. 양복 윗도리 위로 허리에 한 바퀴 둘렀다. 매듭은 아빠가 지어 줬다. 부회장님이 한참 내려다봤다.

"……내가 이걸 기억하는 건 말이 안 되는데."

"기억 못 하셔도 돼요. 몸이 맸으니까."

아빠 말은 가끔 다듬이 방망이처럼 정확하다. 탁, 한 번에.

부회장님이 돌띠를 풀어 곱게 감았다. 안주머니에 넣었다. 왼쪽. 소매의 실밥은 떼지 않았다. 그리고 복주머니 백 개를 주문했다. 토요일 연회 가족석 몫. 값은 받았다. 이번엔 아빠가 받았다. 삯은 받아야 한복집이 산다고. 옛날 일은 옛날 값으로, 오늘 바느질은 오늘 값으로.

[채이]

목요일 오후. 호텔 정원. 연회 리허설.

하우스키핑 여섯 명과 지호가 쟁반을 들고 주방 뒷문에서 정원까지 사십 미터를 걸었다. 반장님이 선두. 이순옥 님이 두 번째. 지호가 맨 뒤.

"지호 씨, 두 개만."

"세 개 들 수 있어요!"

세 번째 쟁반이 분수대 앞에서 기울었다. 빈 그릇이었다. 다행이었다. 반장님이 돌아서서 지호를 봤다. 지호가 쟁반을 두 개로 줄였다. 말없이.

엄 셰프가 주방 창에서 동선을 보다가 한 줄을 적어 보냈다. 문자로.

[갈비찜은 뚜껑 덮어서. 사십 미터면 식습니다.]

한 줄짜리 사람들은 문자도 한 줄이다. 그런데 그 한 줄에 사십 미터가 들어 있다.

[재헌]

목요일 오후. 봄빛. 그녀는 호텔에서 연회 리허설 중이었다. 그 시간을 골랐다.

원장실. 원장님, 은비 씨, 준수 씨, 탁 실장님, 폐백 이모님. 다섯 명이 나를 봤다. 면접관 얼굴이었다. 장모님 면접보다 무서웠다.

"일요일 밤에 그랜드홀을 빌리고 싶습니다. 연회 다음 날."

원장님이 볼펜을 내려놓았다.

"뭐 하게요."

"청혼하려고 합니다."

은비 씨가 비명을 질렀다. 준수 씨가 휴대폰을 떨어뜨렸다. 탁 실장님이 헛기침을 했다. 폐백 이모님이 탁 실장님 팔을 쳤다. 원장님만 조용했다.

"결혼은 했잖아요."

"식장에서 부탁만 했습니다. 당신이 서요. 청혼이 아니었습니다. 은비 씨가 그랬답니다. 청혼 없이 바로 식장이라고."

은비 씨가 입을 막았다. 그 말을 그녀가 나한테 전한 줄은 몰랐던 얼굴.

"그래서 순서를 바로잡고 싶습니다. 늦었지만."

원장님이 한참 나를 봤다. 그리고 장부를 폈다. 예순한 번째 권. 일요일 칸. 비어 있었다.

"홀 대관료는."

"……얼마든지."

"버선으로 받을게요. 하가네. 한 켤레."

원장님이 볼펜으로 적었다. 일요일 밤. 그랜드홀. 신랑 강재헌. 청혼. 대관료 버선 한 켤레.

"조명은 제가요."

준수 씨가 손을 들었다.

"음악도 제가요. 입장 음악이요. 누나가 하루에 세 번씩 트는 거."

"채이는 제가 붙잡고 있을게요. 일요일 저녁에. 연회 뒷정리 핑계로."

은비 씨가 눈물을 닦으며 말했다.

"대신 부사장님. 무릎 꿇으셔야 돼요. 도경 오빠도 꿇었어요."

탁 실장님이 한마디 했다.

"떨지 마요. 아니다. 떨어요. 채이는 떠는 걸 좋아해."

폐백 이모님이 탁 실장님을 봤다. 이십 년 된 부부의 눈빛.

"당신은 그때 안 떨었어?"

"……떨었지. 그래서 당신이 돌아온 거고."

원장실이 조용해졌다. 그러다 다 같이 웃었다.

원장님이 장부를 덮으며 한마디를 보탰다.

"그리고 부사장님. 식장에서 청혼하는 사람은 예순한 해 동안 딱 한 명 봤어요. 도경이. 부사장님이 두 번째예요. 장부에 적을 거예요. 떨었는지 안 떨었는지."

[재헌]

목요일 저녁. 반지 가게. 소율이 따라왔다. 따라오지 말라고 했다. 소율은 들은 척도 안 했다.

진열장 앞. 소율이 반지를 열 개쯤 가리켰다. 나는 하나만 봤다. 아무 장식 없는 반지. 흰 실을 감을 필요가 없는 반지.

"이거요. 치수는."

안주머니에서 옛 반지를 꺼냈다. 흰 실 열 바퀴 감긴. 오늘 아침 그녀가 샤워하는 동안 세면대 옆 접시에서 몰래 가져왔다. 삼십 분 안에 돌려놔야 한다. 소율한테 그 얘기를 하자 소율이 웃다가 진열장에 머리를 박았다.

"실 감은 채로 치수 재 주세요. 이 크기로."

직원이 옛 반지를 받아 들고 한참 봤다. 흰 실을. 그리고 조용히 쟀다.

"각인 하시겠어요?"

"J와 C."

직원이 적었다. J&C. 옛 반지 안쪽의 J&S를 봤는지는 모르겠다. 봤다면 아무 말도 안 해 줘서 고마웠다.

옛 반지를 돌려받아 안주머니에 넣었다. 집에 와서 세면대 옆 접시에 도로 놓았다. 그녀는 부엌에 있었다. 소리 없이. 원래 자리에. 원래 자리가 정확히 어디였는지 기억이 안 났다. 대충 놓았다. 호텔에서 자란 사람이 물건 원위치를 못 한다. 반장님이 알면 웃을 것이다.

[채이]

목요일 밤. 뭔가 이상했다.

은비가 전화를 받다가 내가 들어가자 끊었다. 준수가 음향실 문을 잠갔다. 봄빛 음향실은 잠금장치가 없는 줄 알았는데 있었다. 원장님은 장부를 펼쳐 놓고 있다가 내가 오자 덮었다. 장부를 덮는 원장님은 처음 봤다.

집에 왔다. 세면대 옆 접시에 반지가 있었다. 흰 실 열 바퀴. 아침에 둔 자리에서 오 센티쯤 옆으로 가 있었다.

반지를 끼웠다. 그를 봤다. 그는 식탁에서 연회 식순을 보고 있었다. 단추가 돌고 있었다. 네 바퀴. 신기록이었다.

"재헌 씨."

"네."

"뭐 숨겨요?"

"……네."

거짓말은 안 했다. 대답이 빨랐다.

"말 못 하는 거예요?"

"일요일까지만. 거짓말은 아닙니다."

내가 두 달 동안 한 말이었다. 그대로 돌려받았다. 빚은 실밥처럼 옮겨 붙는다.

"알았어요. 기다릴게요."

그가 웃었다. 입까지.

[채이]

목요일 밤 열한 시. 연회 이틀 전. 호텔 정원 배치도를 식탁에 펼쳤다.

낮 잔치는 정원이었다. 할머니가 원한 자리. 사십 년 전 개관 연회도 정원에서 했다고. 그때는 정원이 공터였고, 천막을 쳤다고.

원형 테이블 서른 개. 가족석 두 개. 할머니 옆자리에 부회장님. 수첩에 적었다. 좌석 배치 변경. 봄빛 사진 벽은 정원 입구. 복주머니 나눔 천막은 분수대 옆. 하우스키핑 서빙 동선은 주방 뒷문에서 정원까지 사십 미터.

그가 휴대폰을 보다가 멈췄다.

"채이 씨."

"네."

화면을 내밀었다. 기상청 속보.

[제19호 태풍 북상. 토요일 오후 수도권 직접 영향. 강풍 및 호우 예상.]

토요일 오후. 정원. 테이블 서른 개. 천막. 복주머니. 할머니. 봄빛 부부 찾기로 초대한 옛 손님 스무 쌍. 그중엔 휠체어를 타고 오시는 분도 있었다. 봄빛 사진 백육십 장.

예식장 매뉴얼에 있는 항목이 떠올랐다. 우천 시 실내 진행. 우리 홀은 원래 실내라서 우산꽂이 얘기뿐이던 그 항목. 호텔 정원엔 그 항목이 없었다.

안전핀을 열었다 닫았다. 딸깍. 오랜만이었다. 그가 그 소리를 들었다. 손목을 잡지 않았다. 대신 배치도를 내 쪽으로 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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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재헌]목요일 밤 열한 시 오 분. 식탁. 그녀가 안전핀을 한 번 여닫은 뒤로 오 분 동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배치도만 봤다.나는 백 실장 흉내를 냈다. 수첩 대신 냅킨. 볼펜으로 적었다."뭐가 남아 있는지부터."그녀가 고개를 들었다."실내 공간. 그랜드볼룸. 밤 갈라 세팅이 금요일부터 들어갑니다. 형 쪽. 로즈룸, 백 명. 스카이라운지, 팔십 명. 로비, 서서 이백 명.""낮 잔치 하객이 몇이에요.""삼백 이십.""그럼 볼룸밖에 없어요.""볼룸은 형 겁니다. 밤 갈라. 샹들리에, 샴페인 타워, 외국 연주단. 금요일 오후부터 세팅."그녀가 배치도를 뒤집었다. 뒷면에 볼펜으로 선을 그었다. 시간표였다. 열두 시부터 세 시, 낮 잔치. 세 시부터 여섯 시, 전환. 일곱 시, 갈라."같은 방을 두 번 써요. 봄빛은 토요일마다 그랜드홀 하나로 식을 세 번 해요. 식 끝나면 사십 분 만에 꽃이랑 의자 다 바꿔요. 호텔은 세 시간이면 돼요.""형이 허락할까요.""물어봐야죠."그녀가 휴대폰을 들었다. 건물주, 라고 저장된 번호. 밤 열한 시 십 분.[채이]신호가 한 번 가고 받았다."매니저님.""전무님. 태풍이요.""봤어요. 지금 볼룸 배치도 보고 있었어요."이 사람도 안 자고 있었다. 형제가 같은 시간에 같은 배치도를 보고 있었다."낮 잔치를 볼룸으로 옮기고 싶어요. 열두 시부터 세 시까지. 세 시부터 여섯 시까지 전환하고, 일곱 시에 갈라. 갈라 세팅이 세 시간 늦어져요."전화 너머가 조용했다. 삼 초."……그래요.""그래요요?""샹들리에는 원래 늦게 켜는 거예요. 해 지고 나서. 낮에 켜면 촌스러워요."웃음이 났다. 그도 웃었다. 전화 너머로."갈라 세팅팀 금요일 출근 취소할게요. 토요일 세 시에 들어가라고 하고. 그리고 매니저님.""네.""전환 세 시간. 우리 팀 인력 다 쓰세요. 내 갈라 인력이지만 낮에도 쓰세요. 복주머니 나르게."전화를 끊었다. 그가 나를 보고 있었다. 냅킨을 든 채."……형이 뭐라

  • 대타 신부   35화. 예비일 지정

    [채이]"조건이요?"민혁이 원장님 찻잔을 내려놓았다. 두 손으로. 이 사람은 오늘 모든 걸 두 손으로 했다."토요일 연회. 식순에 제 순서 하나 넣어 주세요.""……무슨 순서요.""삼 분이요. 할머니 앞에서. 직접 말할 기회. 기자 없이, 이사 없이. 매니저님이 식순 짜시잖아요."매니저님. 제수씨가 아니었다.수첩을 폈다. 연회 식순. 낮 열두 시 개회, 할머니 인사말, 개관 연회 메뉴 소개, 봄빛 사진전, 직원 가족 소개, 복주머니 나눔. 빈칸이 없었다."식순은요, 원래 양가 합의가 필요해요. 신랑 측, 신부 측.""……농담이죠.""반은요. 반은 진짜예요. 할머니 인사말 앞에 넣을게요. 할머니가 말씀하시기 전에. 할머니가 대답하실 수 있게."민혁이 나를 봤다. 그리고 원장님을 봤다. 원장님이 고개를 끄덕였다. 식순은 매니저 권한이다. 원장님이 오 년 전에 그렇게 정했다."삼 분이면 되겠어요?""……모르겠어요. 삼십 년 치 말이라.""그럼 사 분 드릴게요. 예비로 일 분."예식장에서는 늘 예비를 둔다. 예비일, 예비 부케, 예비 안전핀. 사람 말에도 예비 일 분이 필요하다.[재헌]수요일 오후 세 시. 할머니 전화. 이번엔 본론이 늦게 나왔다."재헌아.""네."오 초. 할머니가 오 초 넘게 말을 안 하는 건 드물다. 결혼식 날 이후 두 번째."네 작은아비가 왔다 갔다. 아침 일곱 시에. 혼자 운전해서.""……네. 형한테 들었습니다.""쉰다섯 해 만에 물었다. 어머니, 제 돌잔치를 하셨습니까."할머니 목소리가 흔들렸다. 두 번째로 듣는 흔들림."그래서 말해 줬다. 했다고. 영감 몰래 봄빛 작은 방에서. 내 혼례 치마를 뜯어 입혔다고. 한복집 새댁이 돌복 삯을 안 받았다고. 지갑에서 사진을 꺼내 줬다. 쉰다섯 해 만에 주인한테 갔다.""……작은아버지는요.""울더구나. 쉰여섯 살짜리가. 내 앞에서. 그리고 버선을 한 켤레 얻어 신고 갔다. 네 처가 두고 간 무명 버선. 발에 꼭 맞는다더라."전화 너머에서 찻잔 소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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