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이]열두 시 이십 분. 나는 신부대기실 문고리를 잡고 숫자를 셌다.삼, 이, 일.입장 신호를 줄 때의 버릇이다. 오늘은 다른 이유로 셌다. 안이 너무 조용했다. 신부대기실은 원래 시끄럽다. 드라이어, 헤어핀 통, 누군가의 엄마. 조용한 대기실은 둘 중 하나다. 신부가 자거나, 없거나."언니, 들어갈게요."대답이 없었다.문을 열었다. 거울 앞 의자가 비어 있었다. 화장대 위에 면사포가 곱게 개켜져 있었다. 그 옆에 쪽지 한 장.[채이야, 미안해. 나 못 하겠어.]두 번 읽었다. 세 번째는 참았다. 예식장 오 년 차가 배운 것 하나. 쪽지는 세 번 읽어도 글자가 안 바뀐다.왼손목 시곗줄에 꽂아 둔 안전핀을 딸깍 열었다 닫았다."……부케는?"없었다. 흰 작약 부케가 통째로 사라졌다. 도망가면서 부케는 챙겼다. 우리 언니는 그런 사람이다. 마지막까지 사진발은 포기하지 않는다.나는 무전기를 입에 댔다."준수야, 3층 신부대기실. CCTV. 신부님 나가신 시간.""네? 나가셨어요?""조용히.""……네."복도 끝에서 구두 소리가 났다. 큰어머니였다. 연분홍 한복 치맛자락이 바닥을 쓸었다."채이야, 세라 화장 다 됐니? 도원 쪽 회장님 벌써 오셨대."나는 문을 등으로 막고 섰다. 웃었다. 오 년 동안 갈고닦은 웃음이다. 하객 백 명이 신부 드레스 밑단을 밟아도 유지되는 웃음."속눈썹 붙이는 중이에요. 손 떨린다고 아무도 들이지 말래요.""걔가 또 예민하게.""그러니까요. 로비 가 계시면 제가 모시고 갈게요."치맛자락이 계단 아래로 사라졌다. 거짓말은 하나 늘었고, 시간은 삼십 초 벌었다. 수지가 맞는 장사는 아니었다.무전기가 지직거렸다."누나, 12시 14분이요. 비상계단으로 혼자요. 부케 들고, 트렁크 끌고.""트렁크?""미리 계단에 갖다 놨나 봐요."준비한 도망이었다. 계획성 있는 사람이라 다행이다. 적어도 납치는 아니니까.식은 오후 한 시. 남은 시간은 사십 분.그리고 오늘 신랑은 도원그룹 회장의 손자였다.봄
آخر تحديث : 2026-10-18 اقرأ المزي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