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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화

ผู้เขียน: 노을
한참 발버둥치고 나서야 난 겨우 자리에서 일어설 수 있었다.

후들거리는 다리 때문에 계단을 내릴 때 그만 발목까지 삐긋하고 말았다.

엎친 데 덮친 격이라고 미어지는 가슴에 이어 온몸으로 통증이 파고 들어왔다.

‘웨딩 드레스뿐만 아니라 웨딩슈즈도 내 것이 아니었구나...’

난 그전까지 이 모든 것을 정훈의 세심하지 못한 성격 때문이라고 여겼었다.

고개를 들어 보니 정원에는 온통 하얀 장미와 스톡뿐이었다.

그렇다, 그 역시 지현이가 가장 좋아하는 꽃들이었다.

‘처음부터 끝까지 나를 위한 결혼이 아니었어...’

발에 맞지 않은 신발을 신고서 정원을 지나 예식장으로 향했을 때 나의 발은 이미 다친대로 다쳐있었다.

이제 발목까지 삐끗한 상황에서 다시 자갈로 가득 깔린 길을 걸어야 하니 가시밭이 따로 없었다.

내 앞을 지나가던 도우미들은 나에게 시선 한번조차 주지 않고서 쟁반을 들고 연회장으로 부랴부랴 달려갔다.

그 누구도 날 부축해주는 사람이 없었다.

예식장을 박차고 나왔을 때 내가 뒤돌아서자마자 그 누구도 나한테 관심을 보이지 말라면서 도와주지 말라면서 정훈이가 지시를 내렸기 때문이다.

난 차라리 맞지도 않은 신발을 확 벗어버렸다.

처음부터 내 것이 아니었던 그 신발을.

따라서 맨발로 자갈 길을 걷게 되었고 서서히 반상출혈 현상이 나타날 때쯤 난 겨우 출구에 이르게 되었다.

콜택시를 불러서 병원에 가려고 했으나 은행 카드 잔액 부족으로 그럴 수 없었다.

순간 먹구름이 우르르 밀려오면서 당장이라도 비가 쏟아내릴 것만 같았다.

‘잔액 부족? 그럴 리가... 매달 600만 원씩 월급이 들어올 것인데...’

믿어지지 않은 상황에 난 다시 확인해 보았지만, 잔액은 여전히 0원이었다.

콜을 받고 온 택시 기사는 돈이 없어서 쭈뼛거리고 있는 나에게 차가운 시선을 보냈다.

“돈 없으면 걸어서 다녀! 괜히 시간만 낭비하게 하고 말이야!”

‘돈이 어디로 갔을까?’

난 한참이나 생각했고 그 끝에는 뱀파이어와 같은 가족들이 서 있었다.

가족의 지지와 사랑이 가장 필요할 시기인데 그들은 몰래 숨겨둔 칼로 나에게 치명적인 일격을 가했다.

온 세상이 나랑 등진 것만 같아 난 무릎을 꽉 끌어안고서 길거리에 앉아버렸다.

핸드폰 벨소리에 정신을 차리기까지 말이다.

수신 버튼을 누르는 순간 길냥이에게 먹이라도 주듯이 베푸는 듯한 뉘앙스가 수화기 너머 들려왔다.

[절차는 다 끝났어. 이제 와서 사진이라도 찍고 가. 결혼기념일에 봐야 할 건 있어야 하잖아.]

“그럴 필요 없어.”

난 두 눈을 가려버린 빗물을 닦아버리면서 단호하게 대답했다.

갑작스럽게 쏟아진 비는 무려 한 시간이나 계속되어 난 홀딱 젖어버리고 말았다.

[소이현! 좋은 말로 할 때 순순히 기어와! 대체 언제까지 이럴 거야!]

[너한테 땡전 한 푼도 없잖아. 거지꼴로 다녀봐야 정신 차릴래?]

“나한테 돈 없다는 거... 네가 그걸 어떻게 알아?”

나의 주머니 사정을 똑똑히 알고 있는 정훈의 말에 난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네 가족들 욕심이 한도 끝도 없어야 말이지.]

정훈은 하찮다는 듯이 덧붙였다.

[내가 무슨 은행이야? 허구한 날 나한테만 손 벌리잖아. 내가 하도 귀찮아서 네 은행 카드 비밀번호 알려줬거든.]

[근데 걱정하지 않아도 돼. 너 하나쯤은 내가 얼마든지 먹여살릴 수 있는데, 네 가족까지 내가 챙겨야 할 의무는 없잖아.]

‘그런 거였어... 내가 힘들게 번 돈을... 그렇게 탕진한 거야... 가족이 어떻게 이럴 수 있어...’

[너 하나로도 한없이 귀찮은데 주렁주렁 가족들까지... 우리 지현이 좀 봐봐, 얼마나 깔끔하고 좋아.]

정훈은 나의 가족을 향해 입에 담기도 힘든 막말을 퍼부었고 그와 반대로 지현의 가족을 높이 추켜세웠다.

부드럽고 자상하며 예의범절까지 갖춘 집안이라고.

‘정말 네 생각대로 그런 사람들일까?’

난 문득 임신초기 때 일이 생각났다.

돈을 요구하는 가족에게 난 앞으로 일어나게 될 소비로 거절을 했었는데, 그때 동생은 홧김에 나를 계단에서 밀어버렸었다.

그때 난 아이를 잃을 뻔했었고 본능적으로 아이를 지키느라 팔까지 탈곡되었다.

난 바로 정훈에게 전화를 했었고 정훈은 그때 아빠와 싸우고 가출한 지현과 함께 있었었다.

정훈은 우리 가족과 관련된 일이라는 걸 듣고 난 뒤 바로 귀찮아하면서 전화를 훅 던졌었다.

이윽고 계속 지현이를 위로하면서 앞으로 지현의 부모님이 또다시 아들을 편애하면 자기가 나서서 본때를 보여주겠다고 했었다.

난 탈곡된 팔을 부여잡고서 계속 전화를 걸었지만, 돌아오는 건 혼자서 해결하라는 차가운 말뿐이었다.

인간이길 포기한 짓을 그동안 그렇게 많이 하고서도 가족에게 은행 카드 비밀 번호를 알려준 것을 자랑스럽게 알려주고 있다.

나 대신 일을 해결했다는 뉘앙스로 말이다.

어처구니없는 가운데 수화기 너머 지현의 간드러진 목소리가 들려왔다.

[오빠, 이현 언니는? 오지 않는데? 우리 둘만 중간에 서서 사진 찍으면 언니가 질투하지 않겠어?]

[괜찮아. 전화까지 했는데 싫다고 한 사람은 걔잖아. 사진 찍으러 오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너한테 사과는 무조건 해야만 할 거야.]

지현에게 하고 있는 말이지만 정훈은 나에게 협박을 더하고 있었다.

하지만 난 주저없이 바로 전화를 끊어버렸다.

이윽고 친구에게 돈을 빌려서 바로 산부인과에 연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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