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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05 화

윤슬은 육재원과 유신우와 헤어진 후 아버지 집으로 왔다.

청소한 지 오래되어 방이 온통 먼지로 뒤덮여 있었다.

윤슬은 앞치마를 매고 방 청소를 시작했다.

청소를 하던 윤슬은 소파 아래에서 부시혁과 찍었던 결혼사진을 발견했다. 사진 속 그녀는 환하게 웃고 있었지만, 옆에 있는 부시혁은 차가운 얼굴로 눈살을 찌푸리고 있었다.

결혼사진 옆에는 윤슬이 썼던 일기가 있었다.

일기에는 부시혁이 좋아하는 음식, 물건, 취미 등이 적혀있었다.

윤슬은 부시혁에게 온 마음을 쏟았다. 그녀는 어렵게 한 결혼 생활을 어떻게든 유지하려고 했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았다.

눈시울이 붉어진 윤슬은 고개를 들어 눈물을 삼켰다.

그때, 문자 알림이 윤슬의 눈물을 멈추게 했다. 핸드폰을 확인하니 유신우에게서 온 문자였다.

【누나, 6년 전에 누나가 나 도와줬으니까 이제는 내가 누나를 도와줄게요. 아무것도 신경 쓰지 말고 용감하게 한 번 해봐요. 내가 누나 뒤에서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줄게요.】

윤슬의 마음이 따뜻해졌다.

유신우는 진심으로 보답하고 싶었지만 윤슬은 그 누구에게도 의지하고 싶지 않았다. 부시혁과 결혼하고 좋은 부인이 되기 위해 성질을 참고 살아서 자신이 얼마나 멋있는 사람이었는지 잊을 뻔했다.

윤슬은 핸드폰을 꺼내 전화를 걸었다.

“너 또 뭐 하려는 거야?” 전화기 너머로 부시혁의 무덤덤한 목소리가 들렸다.

윤슬은 여전히 낯선 사람처럼 차갑게 말했다. “내일 법원 가서 이혼 수속 밟는 거 잊지 마세요.”

부시혁이 눈살을 찌푸렸다. “너...”

윤슬은 부시혁의 말을 듣지도 않고 전화를 끊자 부시혁은 핸드폰을 꽉 움켜쥐며 표정이 어두워졌다.

“시혁아, 누구야?” 고유나는 방 안 침대 위에 누워 의아한 듯 베란다에 있는 부시혁에게 물었다.

부시혁은 핸드폰을 주머니에 넣고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고유나에게 다가가 이불을 덮어주며 말했다. “아무것도 아니야. 약부터 먹자.”

고유나의 창백한 얼굴이 부시혁의 마음을 아프게 했다. 그녀는 부시혁의 손을 꼬옥 잡으며 불쌍한 표정으로 말했다. “한약이 너무 써서 못 먹겠어.”

부시혁이 눈썹을 치켜올리며 말했다. “우리 펜팔 할 때 한약 잘 먹는다고 하지 않았어? 다 먹어야 낫지.”

부시혁도 아무 말이나 했을 뿐 고유나의 눈빛을 알아차리지 못했다.

고유나는 눈물 고인 얼굴로 말했다. “알겠어. 네 말 들을게.”

고유나는 6년 동안 혼수상태에 빠져 몸이 여위고 얼굴에 혈색이 없고, 성격은 아직도 학창 시절에 머물러 있다.

그런 그녀를 보며 부시혁은 마음이 아팠다. “장 비서한테 양약으로 바꾸라고 할게.”

고유나는 방긋 웃으며 부시혁의 팔을 끌어안고 애교를 부렸다. “시혁이가 최고야!”

부시혁이 아래층으로 내려오자 왕수란이 인삼탕을 들고 오며 말했다. “유나는 좀 괜찮아?”

“방금 약 다 마시고 아버지랑 통화하고 있어요.”

왕수란이 웃으며 말했다. “시혁아, 유나 아버지가 삼성그룹 회장님이래. 유나를 이 집으로 보낸 건 너랑 결혼을 허락한다는 거지. 그러니까 우리도 유나한테 잘 해줘야 돼.”

부시혁은 왕수란이 고유나를 챙기는 모습을 보니 작년에 윤슬이 감기에 걸려 아팠을 때가 생각났다.

그때 당시 왕수란이 화를 내며 물건을 던지자 윤슬은 아픈 몸을 이끌고 밥을 차렸다.

복잡한 마음으로 부시혁을 끊어내고, 교유나가 교통사고 난 틈을 타 부시혁에게 시집온 것은 윤슬의 잘못이다.

왕수란이 주위를 둘러보며 말했다. “민혁이는 어디 갔어? 오늘 하루 종일 안 보이네.”

왕수란의 말을 끝나자마자 ‘쾅’ 하고 대문이 열리며 부민혁이 화가 잔뜩 난 얼굴로 들어왔다.

“민혁아 너 왜 그러니?” 왕수란이 인삼탕을 내려놓으며 부민혁에게 향했다.

부민혁이 왕수란의 손을 뿌리치며 말했다. “아무것도 아니에요 엄마.”

그리고 부시혁을 쳐다보고 우물쭈물하며 말했다. “형, 오늘 술집에서 윤슬 봤어. 어떤 남자 모델이랑 찰싹 붙어 있는 게 보통 사이가 아닌 것 같았어.”

부시혁은 싸늘하게 물었다. “그게 누군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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