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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화

Author: 쌍춘
last update publish date: 2026-04-16 21:35:33

하필이면 눈이 내린다.

서울 외곽에서 한참 벗어난 산길.

지아는 운전대를 움켜쥔 손에 힘을 줬다.

입술은 바짝 말라 있었고, 머릿속은 새하얘졌다.

조수석에 앉은 지희가 그야말로 죽어가고 있었기때문이다.

가까스로 도착한 새벽녘 산속의 공기는 유난히 차가웠다.

지아는 땀을 뻘뻘 흘리며 지희를 부축해 명옥의 집 대문 앞까지 도달했다.

처음엔 지희의 본가에 도움을 요청하려고 했지만 지희가 본가에 연락하면 평생 안보겠다고 협박하여 그만 두었다.

결국 옥신각신 끝에 둘이 명옥의 집으로 가는걸로 타협하여 서둘러 이곳으로 온 것이다.

지아는 대문 앞에 도착하자마자 조심스럽게 문을 두드렸다.

"저기요. 이른 시간에 죄송하지만 도와주세요! 문좀 열어 주세요!"

마침 마당에서 쌓인 눈을 쓸고 있던 독고춘이 그 소리를 듣고 대문을 열어 주었다.

지아는 독고춘을 보자마자 떨리는 목소리로 눈물을 글썽이며 애원했다.

“언니가 죽을것 같아요. 제발 명옥님좀 만나게 해주세요.”

"지아야, 호들갑 그만 떨어. 나 안죽어. 윽...좀 고통스럽긴 한데 죽을 정도는 아니야."

독고춘은 빗자루를 멈추고 조용히 그녀들을 바라보다가 딱 잘라 말했다.

“지금 여기에 없습니다.”

"네? 어디 가셨는데요? 금방 오시겠죠?"

"모릅니다."

독고춘의 말에 크게 실망한 지아는 다리에 힘이 풀려 그대로 주저 앉았다.

옆에서 간신히 서 있던 지희가 지아의 팔을 붙들며 말했다.

"됐어, 지아야. 병원으로 가자. 가서 수면제 맞고 한숨 자고 일어나면 괜찮아 지겠지...크윽!"

말이 끝나기도 전에 엄청난 고통이 지희의 아랫배를 순식간에 덮쳤다.

숨을 쉴 때마다, 살갗을 찢는 고통에 정신이 나갈것만 같았다.

그 고통에 지희가 정신을 잃을때 쯤, 독고춘이 그녀를 번쩍 들어올려 빈 방으로 향했다.

들어오라는 소리는 없었지만 당연하다는 듯이 지아도 따라 들어갔다.

독고춘은 대충 방에 지희를 눕힌후, 천천히 그녀의 아랫배 위에 시선을 고정했다.

거기엔, 검은 연기가 선명하게 피어오르고 있었다.

다른 사람은 몰라도 독고춘의 눈에는 뚜렷하게 보였다.

마치 살아 있는 그림자처럼, 지희의 아랫배를 휘감고 있었다.

그 순간, 독고춘의 표정이 굳었다.

머릿속에 잊혀진 기억이 번쩍 떠올랐다.

어린 시절, 부모님이 돌아가신날,

그 때도 이런 검은 연기가 부모님 몸에서 피어나고 있었다.

그는 깊게 숨을 들이쉬고 조심스레 지희의 아랫배에 오른손을 얹었다.

독고춘의 돌발행동에 화들짝 놀란 지아가 버럭 소리를 질렀다.

“잠깐, 지금 뭐 하시는 거예요!”

하지만 독고춘은 대답하지 않았다.

손바닥이 지희의 아랫배에 닿는 순간, 공기가 미묘하게 울렸다.

찰나의 정적 후, 지희의 몸이 부르르 떨렸다.

“으…으흑…”

고통스러운 신음이 새어나왔지만, 곧 표정이 서서히 이완되기 시작했다.

지희의 눈썹이 펴지고, 얕은 숨이 점점 고르게 바뀌었다.

불규칙하던 심박수도 안정되어 갔다.

지아는 놀란 눈으로 그 모습을 바라봤다.

"이게 무슨…어떻게 하신 거에요?”

독고춘은 대답 대신, 더 깊이 집중하듯 눈을 감았다.

이마에 식은땀이 맺히기 시작할때, 무언가가 보이기 시작했다.

---

눈부신 흰빛 속에서, 독고춘은 낯선 장면들을 마주했다.

젊은 여자가 절규하며 울고 있었다.

좁은 원룸, 부서진 거울, 바닥에 나뒹구는 임신 테스트기.

그녀의 손엔 초음파 사진이 구겨져 있었다.

“왜 하필 지금이야…!”

그녀의 울음 뒤에서, 남자의 목소리가 차갑게 흘러나왔다.

“아, X팔! 그냥 없애. 나 아직 준비 안 됐어.”

여자는 소리쳤다.

“그게 말이 돼? 나보고 애를 지우라고?"

“그럼? 네가 키울 수 있겠어? 미리 말하지만 난 절대 못 키운다. 잘난 네가 잘 키워 보던가.”

남자는 비릿하게 비웃었다.

여자의 울음은 점점 커지고, 방 안에는 욕설과 절망만이 남았다.

날이 지나며 여자는 점점 말라갔다.

먹지 못하고, 잠도 자지 못했다.

그녀의 뱃속에서 작은 생명이 움찔거릴 때마다 그녀는 오히려 더 크게 울었다.

“미안해…미안해…”

그러던 어느 날, 흰 병원복을 입은 여자는 차가운 수술실 불빛을 올려다봤다.

눈가에 눈물이 고였지만, 입술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리고, 모든 게 멈췄다.

아기의 울음소리, 그리고 어둠.

그저 태어나고 싶었던 아기의 울음만이 독고춘의 귓가에 맴돌았다.

곧 그 어둠 속에서, 작은 영혼이 푸른 불꽃으로 깨어났다.

시간이 흐르며 푸른 불꽃은 검은 연기로 변했다.

사랑 받지 못한 아기의 영혼은 스스로를 태워 한없이 울기만 하였다.

그리고 마침내, 그 검은 연기는 지희의 몸속으로 흘러들어왔다.

순간, 독고춘이 숨을 거칠게 몰아쉬며 눈을 번쩍 떴다.

한순간이지만 파랗게 변해버린 두 눈동자를 지아가 쳐다보고 순간 흠칫했다.

지희의 얼굴은 한결 편안해졌고, 그녀의 복부 위를 감싸던 검은 연기는 잠시 고요해졌다.

잠자코 지켜보던 지아가 꿀꺽 침을 삼키며 조심스레 물었다.

“지금… 무슨 일이 있었던 거에요?”

독고춘은 손을 거두며 낮게 말했다.

“...뱃속에 '원귀'가 있습니다”

지아가 눈을 크게 떴다.

“원귀...라구요? 그게 뭔데요? 설마 귀신 같은건가요?”

그는 살며시 고개를 끄덕였다.

왜인지 모르게 눈빛은 분노로 떨리고 있었다.

지아는 편안한 얼굴로 곤히 자고 있는 지희의 얼굴을 바라보며 조용히 물었다.

“…그럼, 언니는 어떻게 되는거에요? 원귀라는건 없앨수 있는거죠?”

독고춘은 고개를 저었다.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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