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IN“떠나거라. 떠나고자 하는 사람의 마음이 이리도 확고한데, 어찌 나 혼자 관계를 유지할 수 있겠느냐.”“……”절벽을 사이에 둔 깊은 절명의 침묵이 흘렀다.“내... 너를 놓아줄 것이다.”그가 연화의 연약한 어깨에 고개를 떨궜다.하지만 그녀의 어깨를 잡고 있는 그의 손은 아직 미련이 남은듯 그녀를 꼭 쥔 상태였다.축 처진 그 고귀한 남자의 모습에, 연화의 마음은 이미 산산이 무너졌다.제가 뭐라고… 이 남자는 이렇게 까지 무너지는 것일까.하지만 이런 자신의 약한 마음을 들켜서는 안 되었다.그의 마음이 바뀌기 전에 아니, 자신의 마음이 바뀌기 전에 자리를 떠나야 했다.담담히 그를 떨치고 일어나, 자신을 거둬주고 아껴주었던 주군이자 연인을 향해 절을 했다.그는 차마 그녀를 바라보지 못하고, 시선을 내리 깔았다.이윽고 그녀가 돌아서 그의 방을 나서려고 할 때, 등 뒤로 연모하는 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연화야. 네가 떠나도 너를 연모하는 내 마음은 변하지 않을 것이다.그러니 언제든 돌아오너라. 나는 이 자리에서 너를 기다리고 있을 것이니.”대답하지 못했다. 떨리는 목소리를 들킬까 봐.등을 돌리자 참아왔던 눈물이 더 이상 견디지 못하고 왈칵 쏟아져 내렸다.연화는 그 눈물이 그에게 들킬세라, 황금히 밖으로 빠져나왔다.끝끝내, 그의 이별을 받아내고야 말았다.달을 바라보던 상선이 연화의 인기척에 몸을 돌렸다.눈물을 흘리며 나오는 연화를 발견하고는 그녀에게 천천히 다가왔다.“오늘이 홍연 대장을 보는 마지막 날입니까?”그녀는 황급히 소매로 눈물을 닦아냈다.눈물이 소매로 미처 다 흡수되지 못하고, 그녀의 얼굴에 들러붙었다.그는 그녀가 왜 우는지 묻지 않았다.“예, 상선 어른. 아마 그럴 듯싶습니다.”상선이 눈을 감고 고개를 끄덕였다.모든 것을 알고 있다는 듯.“상선께서는.. 모두 알고 계셨지요?”연화의 물음에, 상선이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저도 알고 있었습니다. 전하와 시간을 보낼 때마다 궁인들을 모두 물리시는 것을 보고,
“떠나거라. 떠나고자 하는 사람의 마음이 이리도 확고한데, 어찌 나 혼자 관계를 유지할 수 있겠느냐.”“……”“내... 너를 놓아줄 것이다.”그가 연화의 연약한 어깨에 고개를 떨궜다.축 처진 그 고귀한 남자의 모습에, 연화의 마음은 이미 산산이 무너졌다.제가 뭐라고… 이 남자는 이렇게 까지 무너지는 것일까.하지만 이런 자신의 마음을 들켜서는 안 되었다.연화는 그의 마음이 바뀌기 전에 자리에서 일어나야 했다.담담히 그를 떨리고 일어나, 자신을 거둬주고 아껴주었던 주군이자 연인을 향해 절을 했다.그는 차마 그녀를 바라보지 못하고, 시선을 내리 깔았다.이윽고 그녀가 돌아서 그의 방을 나서려고 할 때, 등 뒤로 연모하는 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연화야. 네가 떠나도 너를 연모하는 내 마음은 변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니 언제든 돌아오너라. 나는 이 자리에서 너를 기다리고 있을 것이니.”대답하지 못했다. 떨리는 목소리를 들킬까 봐.등을 돌리자 참아왔던 눈물이 더 이상 견디지 못하고 왈칵 쏟아져 내렸다.연화는 그 눈물이 그에게 들킬세라, 황금히 밖으로 빠져나왔다.끝끝내, 그의 이별을 받아내고야 말았다.달을 바라보던 상선이 연화의 인기척에 몸을 돌렸다.눈물을 흘리며 나오는 연화를 발견하고는 그녀에게 천천히 다가왔다.“오늘이 홍연 대장을 보는 마지막 날입니까?”그녀는 황급히 소매로 눈물을 닦아냈다.눈물이 소매로 미처 다 흡수되지 못하고, 그녀의 얼굴에 들러붙었다.그는 그녀가 왜 우는지 묻지 않았다.“예, 상선 어른. 아마 그럴 듯싶습니다.”상선이 눈을 감고 고개를 끄덕였다.모든 것을 알고 있다는 듯.“상선께서는.. 모두 알고 계셨지요?”연화의 물음에, 상선이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저도 알고 있었습니다. 전하와 시간을 보낼 때마다 궁인들을 모두 물리시는 것을 보고, 상선께서도 알고 계신다는 걸요.”그는 눈을 감고 작은 숨을 내쉬었다.“감사합니다. 그동안 저와 전하의 비밀을 지켜주셔서요.”“마땅히 제가 해야 할 일을 했
분노에 찬 그의 눈이 연화를 꿰뚫었다.연화는 처음 보는 그의 눈빛에 잔뜩 겁이 났다. 저런 눈도 가진 사람이었구나.하지만 물러설 수는 없었다. 그을 단념시켜야만 그가 살 수 있다.“생가를 오가던 그 전장에서 정신이 피폐해지셨던 전하를 떠올려 보십시오.”“……”“정신과 마음이 약해지셨던 그날 전하께서 저를 안으셨습니다. 전하께서 얼마나 힘드신지 알기에 기꺼이 몸도 내어 드렸습니다.”“!”파르르- 핏줄이 솟은 그의 팔이 떨리고 있었다.그가 겪을 격동을 외면한 채 그녀는 말을 멈추지 않았다.“그때의 소인은 전하께 맹목적이었습니다. 소인이 전하께 해드릴 수 있는 전부를 내어드린다고 생각했습니다.처녀의 몸인데도 불구하고 말입니다.“……”“전하께서는 그때의 그 강렬했던 기억을 가지고 사신 겁니다.고된 전장에 맛본 달콤한 행위에 중독되셨던 겁니다.”“홍연화!”“그 기억이 지금껏 전하께서 저를 붙잡고 있으신 이유입니다.첫 정이란… 그런 것입니다. 그러니 이제 그 기억을 깨고 나오셔야 합니다.이제는 하등 쓸모없는 그 왜곡된 기억에서 말입니다.전하. 저를 잘 보십시오. 얼마나 별 볼일 없는 계집인지 말입니다.”불길이 치솟는 그의 눈빛을 피하지 않으려, 애써 눈을 부릅뜨고 온몸에 힘을 주었다.“너는! 우리의 소중한 시간마저 별 볼 일 없게 만드는 것이냐? 그래? 연화야? 너와 몸을 섞는 것이 너의 충성심이었고, 절대자의 욕정이었다면 말이다. 연화야. 그렇다면 지금 내가 너를 여기서, 아무렇게나 취해도 상관없겠지?” 별안간 그의 손에 뒷머리가 붙들렸다.전에 본 적 없는 그의 격한 태도에 떨리는 몸을 가누기 힘들었다.“지금 내 정신이 피폐해졌으니 말이다. 네가 얼마나 별 볼일 없는 계집인지 지금 똑똑해 확인해 봐야겠다.”그는 연화의 옷자락을 거칠게 잡아당겨 벗기기 시작했고, 그녀의 앞섶이 파헤쳐지며, 뽀얀 젖가슴이 툭, 떨어졌다.연화는 눈을 질끈 감았다. 스스로를 굳게 붙잡으려 할수록 몸은 더욱 경직되어 갔다.그녀를 할퀴는 그의
당장이라도 무언가 부술 것 같은 분노가 서린 얼굴이었다.전에는 본 적 없는 무시무시한 그의 기세에 연화의 눈이 사정없이 흔들렸다.“네가 내 곁을 떠나겠다고”“……”“네가 감히 나를 떠나 어디로 가겠다는 것이냐.”고저 없는 그의 목소리는 먹잇감을 앞에 둔 산군의 모습과도 같았다.그러나 물러설 수는 없었다. 그렇게 되면 그를 망칠 수도 있기에.“제가 사라져야 전하께서 살시고, 전하께서 사셔야 제가 살 수 있습니다.”“안 된다.”“……”“불허한다.”“이번만은 소인도 절대 물러서지 않을 것입니다.”"연화야!"“전하께서는 이 관계가 영원히 유지될 수 있으리라 생각하셨습니까?”“그래. 제가 많이 힘들었겠지. 미안하다. 하지만… 나도… 방법을 찾지 못해서… ”치솟았던 분노가 어느새 죄책감으로 변해, 그는 애절한 눈으로 그녀를 바라봤다.“이제… 그만하고 싶습니다. 소인을 놓아주십시오. 떠나고 싶습니다. 전하.”그녀의 단호한 태도에도 그는 물러서지 않았다.“나는 절대 너를 떠나보낼 수는 없어. 네가 원해서 동궁전으로 너를 보내주었다.그것만으로도 내겐 힘든 결정이었어. 더는 안 된다.더 멀리는 안돼. 나는 너를 보낼 수는 없어.”“전하. 사사로운 감정일 뿐입니다. 시간이 지나면 사라질 감정일 뿐입니다.”“아니다! 네가 없으면 나는 당장… 나는… 살 수 없단 말이다. 연화야.”작아진 그의 어깨를 보고 마음이 무너져 내렸지만, 그럴수록 더 마음을 다잡아야 했다.“이제 지쳤습니다. 누군가의 그늘인 채로, 세상을 속이고 사람들을 속이는 것에 지쳐버렸습니다. 전하를 연모하는 그 마음하나로 버틴 세월입니다. 더 이상… 더 이상은 힘이 들어 버틸 수가 없습니다.”“그래. 힘들었겠지. 그럼 내가 어찌하면 좋으냐? 당장이라도 너를 내 후궁으로 들이면 되는 것이냐”“전하! 어찌 그런 그런… 말씀을… 하실 수 있으십니다. 그 말 한마디에 닥칠 파장들은 생각하지 않으십니까?”“그렇겠지. 폭풍이 몰아칠 테지, 하지만 네가 나를 떠나는 고통만 하겠느냐
"소인이.. 조용히 물러나겠습니다.”홍연의 굴복에 정귀인은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어쩔 도리가 없을 테지.화산처럼 폭발하던 분노가, 순식간에 가라앉았다.“잘 생각했다. 전하께 내 얘기는 하지 말고, 알아서 떠나거라. 입을 잘못 놀려 전하께서 오늘 너와 나의 일을 알게 되는 날에는, 나 혼자 죽진 않을 것이다. 그러니 잘 판단하여 처신하거라.”연화의 눈시울이 빨개졌다. 언젠가는 이런 날이 올리도 모른다고 막연하게 상상을 해왔던 일이다.그러나 막상 이 순간이 닥치자, 감당할 수 없는 슬픔과 고통이었다.물러나야 했다. 그를 위해서.“예, 알겠습니다. 그러니 귀인 마마께서도 꼭 약조를 지켜주십시오. 전하께서 고초를 겪지 않게 하시겠다고요.”“당연하지. 주상 전하께서는 내 지아비신데, 어찌 그리되길 바라겠느냐.그리고 이제 그것은 네가 걱정할 것이 아니니, 어서 하루라도 빨리 떠나거라.”자신의 처소를 나서는 그녀를 보자 입술이 휘어지며 야릇한 미소를 지었다.당당하던 품이 한낱 볼품없는 여인이 되었다.정말 오랜만이었다. 이렇게 신이 난 적은.‘아, 십 년 묵은 체증이 내려가는 것 같구나. 이제 저것이 사라졌으니 전하께서는 분명, 나를 찾게 되실 거야. 이번에 정말 내게 마지막 기회일지도 모르니, 놓치서는 안돼.’정귀인은 왕의 옆에서 서 있을 자신의 모습을 상상하자, 절로 웃음이 지어졌다.***꽉 찬 달은 밝고 아름다웠다.그런 달을 바라보며 눈물을 흘리고 있는 연화의 마음은 어두웠다.‘언젠가는 일어날지도 모른다고 생각은 했었다. 그런데 이렇게 갑자기...’서 있는 것조차 버거워 이내 주저앉아 울고 말았다.언젠가는 겸을 떠나야 한다고 생각했다.비밀이 오래갈 수 없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하지만 애써 외면해 왔던 그 일이 닥치고야 말았다.하지만 선택의 여지는 없다.자신이 떠나야만 겸이 정치적으로 곤란을 겪지 않을 것이다.하지만 떠나는 자신을 겸이 쉽게 보내줄 리도 만무했다.슬픔도 잠시, 연화는 그에게 어떻게 떠나야 할지 막막한
시는 겁니까?”연화는 오히려 강하게 그녀에게 반박을 하기로 했다. 감히 입에 담지 못한 말을 한 그녀에게 겁을 줄 생각이었다.“예? 어찌 그런... 그런 말씀을 하십니까? 그 말을 감당하실 수 있으시겠습니까?혹여, 누가 들을까 저어 되옵니다. 마마께서 위험해지지 않겠습니까?”그의 당당한 태도에 정귀인은 살짝, 겁이 났다.설마 아니라면, 그의 말대로 어마어마한 뒷감당을 해야 할 수도 있으니까.하지만 그녀는 이미 잃을것이 없었다. 그리고 아무리 생각해도 자신의 생각이 꼭 맞을 것 같은 어떤 확신이 있었다.정귀인은 그의 겁박에도 표정하나 변하지 않고, 오히려 그는 더 궁지에 몰 생각이었다.“그렇다면... 그대가 여인이라면, 이야기가 달라집니까?”바닥에 내다 꽂혔던 심장이 그녀의 말 한마디에 바스러지기 시작했다.연화는 떨리는 손을 들키지 않기 위해 온몸에 힘을 주었다.‘말리면 안 돼. 정신 차려, 홍연화!’“마마... 무슨 말씀이신지... 소인은 당최 알아들을 수가 없습니다.아까는 전하의 정인이 아니냐 물으시더니, 여인이라니요!”홍연의 목소리는 변함없는 듯했지만, 정귀인은 더욱 확신했다.표정을 읽히지 않기 위해 고개를 숙이고 두 손을 꽉 쥔 모습은 평소에 보던 당당한 홍연의 모습이 아니었기 때문이다.“내가 알아본 바에 따르면 홍 판서 대감댁에는 서자가 없다 하더이다.”“!”“그리도 그대가 당당하다면, 내 앞에서 옷을 벗어보세요. 그렇게 결백을 증명해 보세요!”“……”“못하겠으면, 아랫것들을 시켜 벗겨드릴까?”비웃는 입매와 서슬 퍼런 눈빛에 연화는 더 이상 제정신을 바로 붙잡을 수 없었다.“마마… 어찌… 외간 사내의 옷을 벗으라 하십니까?”정귀인은 그녀의 연극에 진저리를 쳤다. 이미 너는 표정에서 다 들켰어!“그 뒷감당은 내가 하겠습니다. 간통으로 나를 쳐 죽인데도 감당하겠다 이 말입니다. 그러니, 어쩌시렵니까?”연화는 들지 못하는 고개를 내저으며, 입술을 깨물었다.“여기서 모든 걸 인정하고 그대가 물러난다면, 그대를 욕
“그대는…!”그녀가 가까이 다가오자, 겸과 영도의 눈이 동시에 커졌다.“소인을 기억하시는지요?”방금 전까지 연무장에서 놀라운 실력을 보여준 그 왜소한 사내가, 다시금 겸 앞에 섰다.허나 지금 이 순간, 더 놀라운 것은 그 얼굴이었다.겸은 그를, 아니 그녀를 또렷이 기억하고 있었다.“실은, 오라버니보다 제가 한 수 위입니다.”돌직구처럼 날아드는 말에 연무장은 다시 한 번 술렁였다.“무술대회에 제가 나갔다면 장원은 제
행인은 겸을 한번 훑어보더니, 곧 반색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홍대감님 댁이라면 이 마을에서는 모르는 사람이 없습니다. 따라오십시오.” 겸은 자신도 모르게 미소가 흘러나왔다. 백성이 진심으로 존경하는 신하라니, 역시 스승다웠다. 그 덕분에 수월하게 홍양의 대문 앞까지 도착할 수 있었다.홍양대감의 저택 앞. 담장 너머로 하늘을 향해 부드럽게 치솟은 용마루들이 가문의 위엄을 드러내고 있었다.
“부인, 혼례라니… 너무 갑작스럽지 않습니까? 저러다 또 곡기라도 끊으면…” “대감, 대감께서는 어찌 저 아이하고만 있으면 천치가 되시는겁니까?” “천치라니! 거참, 말이 심하지 않소?” “보시고도 모르시겠습니까? 열흘 동안 곡기를 끊은 아이 혈색이랑 품이 저리 좋답니까?” “아… 생각해 보니 그렇구려… 내가 또 당했나 보오… 이것 참…” 부인은 보이지 않게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대감께서는 언제까지 저 과년한 아이를 끼고 사시렵니까?” “그것은… 혼사자리가 마땅치 않아…” “예, 마음에 드는 혼처
쿵쿵쿵- “또 밥을 다- 남기셨네! 이러다 정말 죽는다니까요!” 문 앞의 밥상 앞에 앉아 막둥어멈이 큰 소리를 쳤다. 누군가가 꼭 들으라는 듯이. “안 먹을 테니 헛수고 말고 가져가!” 방 안쪽에서도 누군가가 들으라는 듯 우렁찬 대답이 들려왔다. 그들의 바람이 통하기라고 한 듯, 홍양이 연화의 방 앞으로 걸어왔다. 그 모습에 막둥어멈이 자리를 비켜서자, 홍양이 문을 걸어 잠그고 있던 자물쇠를 풀었다. 덜컹-문을 잡아당겼지만 문은 여전히 열리지 않고 있었다. “이게 왜 이러는 것이냐?” 당황한 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