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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화

Autor: 벼 위의 나뭇잎
나는 무표정하게 몸을 돌려 무거운 마당 문을 닫았다.

찬 바람과 진흙탕이 된 바닥, 차마 돌아보고 싶지도 않은 지난날의 모든 것을 철저히 문밖으로 밀어내고 문을 잠갔다.

이서준이 뒤에서 다가와 따뜻하고 넓은 두 손으로 나의 차가운 손을 가만히 감쌌다.

그날 밤, 핸드폰에 지역 뉴스 알림 하나가 떴다.

[어젯밤, 남쪽 도시의 한 낡은 지하실에서 남성의 시신 한 구가 발견됐습니다.]

[조사 결과 사망자는 전직 e스포츠 프로게이머로, 사인은 자살로 추정됩니다. 또한 시신은 손에 검은 우산을 쥐고 있었습니다.]

이름도 언급되지 않았고 사진도 없는 데다가 그 흔한 댓글 하나조차 달리지 않았다.

“뭐 봐?”

이서준이 내가 멈칫한 것을 알아채고 고개를 숙여 다가오자 나는 아무렇지도 않고 평온하게 그 뉴스를 넘겼다.

“아무것도 아니야. 스팸 알림일 뿐이야.”

창밖에는 비가 그친 뒤에 별이 하늘 가득 펼쳐져 있었다.

운명이 안겨 준 상처를 품은 채, 내 인생의 새로운 7년이 다시 시작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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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마우스도 못 쥐는 내가 널 쓰러뜨렸어   제10화

    나는 무표정하게 몸을 돌려 무거운 마당 문을 닫았다.찬 바람과 진흙탕이 된 바닥, 차마 돌아보고 싶지도 않은 지난날의 모든 것을 철저히 문밖으로 밀어내고 문을 잠갔다.이서준이 뒤에서 다가와 따뜻하고 넓은 두 손으로 나의 차가운 손을 가만히 감쌌다.그날 밤, 핸드폰에 지역 뉴스 알림 하나가 떴다.[어젯밤, 남쪽 도시의 한 낡은 지하실에서 남성의 시신 한 구가 발견됐습니다.][조사 결과 사망자는 전직 e스포츠 프로게이머로, 사인은 자살로 추정됩니다. 또한 시신은 손에 검은 우산을 쥐고 있었습니다.]이름도 언급되지 않았고 사진도 없는 데다가 그 흔한 댓글 하나조차 달리지 않았다.“뭐 봐?”이서준이 내가 멈칫한 것을 알아채고 고개를 숙여 다가오자 나는 아무렇지도 않고 평온하게 그 뉴스를 넘겼다.“아무것도 아니야. 스팸 알림일 뿐이야.”창밖에는 비가 그친 뒤에 별이 하늘 가득 펼쳐져 있었다.운명이 안겨 준 상처를 품은 채, 내 인생의 새로운 7년이 다시 시작했다.(끝)

  • 마우스도 못 쥐는 내가 널 쓰러뜨렸어   제9화

    비시즌이 되자 나는 원래 있던 곳으로 돌아왔다.팀을 이끌고 마을에 마당이 있는 집을 빌려 쉬었다.아침 햇살이 푸른 덩굴이 뒤덮은 돌담 위로 내려앉았다.날마다 어김없이 일찍 일어나는 이서준은 뜨거운 수건으로 몇 번이고 반복해서 서툴지만 지극히 참을성 있게 다쳤던 내 손의 재활을 도왔다.고개를 숙인 이서준은 세상에 둘도 없는 보물을 다루듯 온 마음을 쏟았다.나는 김에 붉어진 이서준의 귓불을 바라보자 마음이 한없이 고요해졌다.지난 7년 동안 고한결 곁에서 지나치게 자신을 소모하고, 필사적으로 모든 것을 쏟아붓는 동안, 한 번도 느껴 보지 못했던 평범한 다정함이었다.나는 나의 삶이 이렇게 잔잔하게 흘러갈 거라고 생각했다.그런데 고한결이 찾아오는 바람에 모든 아늑함은 깨져 버렸다.하지만 감히 가까이 다가오지는 못했다.해지고 얇은 외투를 걸친 채, 집 없는 떠돌이 개 같은 모습이었다.종일 마당에서 멀리 떨어진 어둑어둑한 그늘 속에 숨어 있었다.낮은 담장 너머로 마당 안을 뚫어지게 바라보았는데 마치 호시탐탐 사냥감을 노리는 사냥개와도 같아 보였다. 나와 새 팀원들이 화로에 둘러앉아 차를 끓이는 모습, 그리고 따뜻한 불빛 아래서 웃고 장난치는 모습을 바라보았다.그것은 고한결이 오랫동안 보지 못했던 모습이었을 것이었다.며칠 동안 진눈깨비가 내리며 기온이 뚝 떨어졌다.어느 날 저녁, 나는 무거운 쓰레기봉투 몇 개를 들고 마당 문을 열었다.줄곧 어둠 속에 숨어 있던 고한결은 추위에 온몸을 떨고 있었다.내가 힘겨워하는 모습을 보자 고한결은 본능적으로 그늘에서 뛰쳐나와 쓰레기봉투를 들어주려고 했다.하지만 진작 스스로 망가뜨린 그 오른손은 힘을 조금도 쓸 수 없었다.쓰레기봉투가 와르르 바닥에 떨어지며 안에 있던 찌꺼기와 과일 껍질이 온통 흩어져 깨끗한 내 신발까지 더럽혔다.이윽고 고한결은 그 자리에 굳어 버리더니 자기 잘못으로 망가진 오른쪽 손목을 바라보았다.오랫동안 쌓이고 쌓였던 절망감이 그제야 폭발했는지, 고한결은 차가운 진눈깨비 속에서 무너

  • 마우스도 못 쥐는 내가 널 쓰러뜨렸어   제8화

    가볍게 던진 몇 마디였지만, 눈앞에 서 있는 고한결은 그 자리에 얼어붙었다.지난 기억이 슬금슬금 고한결을 잠식시키며 목을 조이는 것 같았다.순간 숨조차 쉴 수 없어 헉헉거리는 고한결을 담담하게 한 번 바라본 뒤, 그대로 지나쳐 떠났다.고한결은 그런 나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단 하룻밤 사이에 고한결의 팀은 해체되었다.원래라면 팀원들의 마음을 하나로 모으고 다시 일어설 때였지만 고한결은 완전히 미쳐 버린 것 같았다.명의로 된 고급 저택과 스포츠카 값나가는 물건이란 물건은 전부 팔아 치웠다.그리고 억지로 팀의 지분을 전부 사들였다.눈시울을 붉힌 고한결은 직접 무조건 전액 양도하겠다는 계약서를 작성했다.고한결은 아마 꽤 순진하게 생각했을 것이었다.7년이라는 청춘을 바친 이 모든 것을 온전히 돌려주기만 하면 내가 자신을 용서해 줄 거라고.고한결은 내가 묵고 있는 호텔 정문 앞까지 찾아왔다.품에는 20억 원어치의 지분 양도서를 품고 있었고, 두 손에는 진흙투성이가 된 메달 하나를 꽉 쥐고 있었다.며칠 전, 윤아린의 집 근처 쓰레기장을 미친 듯이 뒤진 끝에야 되찾아온 가장 아름다운 추억이었다.그래서 그런지 그 메달에서는 썩은 냄새가 풍겨 나왔다.호텔 밖으로 비가 내리기 시작했으나 고한결은 아랑곳하지 않고 문밖에 두 무릎을 꿇었다.나는 위층 통창 앞에서 한 시간 동안 차갑게 고한결을 바라보다가 내려갔다.물론 내가 직접 우산을 들고 나가진 않았다.이서준이 검은 우산을 받쳐 들고 비 한 방울 맞지 않도록 나를 감싸 주었기 때문이었다.고한결이 고개를 들었다.우산 아래에서 다정하게 가까이 붙어 마치 천생연분처럼 보이는 우리 두 사람의 모습을 바라보았다.고한결의 눈에 극심한 고통으로 동공이 흔들렸지만 아랑곳하지 않고 주인을 잃고 싶지 않은 개처럼 무릎으로 내 발치까지 기어 왔다.고한결은 창백하고 흙탕물로 범벅된 얼굴을 들어 올리더니 계약서와 메달을 높이 치켜들었다. 비바람 속에서 고한결의 목소리는 형편없이 쉬어 있었다.

  • 마우스도 못 쥐는 내가 널 쓰러뜨렸어   제7화

    고한결의 팀은 잇따른 스캔들로 완전히 바닥까지 떨어졌다.한때 다들 입 모아 찬양했던 세계 챔피언은 이제 플레이오프 문턱에서 간당간당하게 승부를 치를 처지였다.상대는 예선부터 한 계단씩 치고 올라온 다크호스이자 강력한 우승후보였다.경기 시작 전, 고한결은 넋 나간 사람처럼 방음 부스 안에 멍하니 앉아 있었다.경기장의 조명이 갑자기 환하게 켜지자 고한결은 무감각하게 고개를 들어 넓은 무대 너머로 시선을 옮겼다.상대 팀 감독석을 똑똑히 본 순간, 표정이 그대로 굳어 버렸다.나는 재단이 깔끔하게 떨어지는 맞춤 정장을 입고 있었다.화장은 깔끔했고 분위기는 찬 바람이 쌩쌩 부는 것처럼 차가웠다.오른손은 힘없이 몸 옆에 늘어져 있었지만, 나는 성한 왼손으로 작전판을 흔들림 없이 들고 있었다.고한결은 경악한 나머지 숨조차 멎은 것처럼 멍하니 자리에서 나를 쳐다봤다.경기가 정식으로 시작되자, 나는 작전판에 빠르게 선을 그으며 침착하게 지시를 내렸다.7년이라는 시간 동안 나는 고한결에 대해 너무나 잘 알고 있었다.동선 하나하나뿐만 아니라 습관, 표정 하나하나에 담긴 전술 의도도 꿰뚫고 있었다.내가 내리는 지시 하나하나가 고한결이 이끄는 팀의 치명적인 급소를 정확히 찔렀다.단 세 판이었으나 아무런 변수 없이 압도적인 실력으로 상대를 찍어 눌렀다.내가 이끄는 무명 팀은 한때 세계 챔피언으로 이름을 날리던 고한결을 그 자리에서 3대0으로 완벽하게 제압했다.끊임없이 공격에 공격을 가했고, 상대는 손쓸 틈조차 없이 처참히 무너져 내렸다.경기가 끝난 순간, 경기장 전체가 고요해졌다.나는 무표정하게 두 손을 바들바들 떨고 있는 고한결을 바라보았다.기자들이 순식간에 나를 둘러싸고 연달아 질문을 쏟아 냈고, 고한결은 미친 사람처럼 취재진을 밀쳐 내고 내 앞을 가로막았다.두 눈이 시뻘게져 있었고 예전의 그 오만하던 모습은 어디에도 없었다.고한결은 떨리는 두 손을 뻗어 울음이 가득한 목소리로 나를 안으려 했다.“다연아, 내가 잘못했어.”“아린이는 감옥에 보

  • 마우스도 못 쥐는 내가 널 쓰러뜨렸어   제6화

    캠프 전체가 중심을 잃고 흔들리고 있었다.팀원들이 저마다 고한결을 위로했고 회사 임원진도 직접 찾아와 설득했으며 윤아린은 문밖에서 잠시도 떠나지 않고 고한결을 지키고 있었다.그러나 아무런 소용이 없었다.술잔은 바닥에 어지럽게 흩어져 있었고 고한결은 바닥에 웅크리고 있었다.고한결은 무언가 떠올랐는지 비틀거리며 한때 나를 가두었던 그 창고로 걸어갔다.그러더니 미친 듯이 옛 트로피들을 뒤졌다.마치 나의 흔적을 조금이라도 찾아내 내가 존재했다는 사실을 증명하려 했다.그렇게 정신없이 뒤지던 중, 뜻밖에 CCTV 하나를 발로 건드렸다.고한결은 떨리는 손으로 메모리 카드를 컴퓨터에 꽂았다.화면에 몇 달 전의 장면이 또렷하게 재생되었다.고한결이 문을 쾅 닫고 나간 뒤, 윤아린이 몰래 창고로 들어와 발을 들어 깁스한 내 오른손을 힘껏 짓밟았다.그러고는 지독하게 악랄한 미소를 지었다.[한결 오빠는 진작부터 마우스 하나 제대로 못 쥐는 당신을 역겨워했어요.][근데 왜 아직도 안 죽는 거예요!]악독한 말들에 고한결의 심장이 순식간에 멎는 듯했다.그러나 영상은 속절없이 재생되었다. 고한결은 화면 속에서 그날 깊은 밤 문을 밀고 들어오는 자신을 보았다.이윽고 지독하게 냉혹했던 자신의 조롱어린 목소리가 똑똑히 들려왔다.[망가진 손목을 그어서 누구를 겁주려고?][정말 죽어서 나한테 죄책감을 주고 싶으면 이 정도로는 안 돼. 다음엔 높은 곳에 가서 뛰어내리든지 해.]고한결은 화면을 뚫어지게 바라봤다.화면에는 핏기 하나 없이 텅 빈 눈빛을 한 내가 보였다.내가 절망 속에서 나직이 알겠다고 말하는 것을 보았고 영혼이 나간 빈 껍데기 인형처럼 3층 창문에서 조금의 미련 없이 뒤로 넘어가는 모습도 보았다.“안 돼!”고한결은 귀신에 홀린 사람처럼 화면 속의 나를 붙잡으려 손을 뻗었다.그러나 무슨 소용이 있을까?고한결은 몇 걸음 뒷걸음질 치다가 다리에 힘이 풀려 바닥에 주저앉더니 제 뺨을 연거푸 몇 차례 세게 후려쳤다.이윽고 고통스러운 흐느낌이 새어 나

  • 마우스도 못 쥐는 내가 널 쓰러뜨렸어   제5화

    사망 알림이 몇 번이고 거듭해서 뜨는 가운데 고한결은 지친 듯 미간을 문질렀다.이때, 윤아린이 쭈뼛쭈뼛 다가와 고한결의 손을 잡으려 했다.“오빠, 상대가 나만 너무 노려요.”고한결이 눈을 들어 윤아린을 바라보았는데 순간 역겨움과 짜증이 한꺼번에 치밀어 올랐다.고한결은 곧 윤아린의 손을 거칠게 뿌리쳤다.“꺼져!”“스킬 하나 제대로 못 써? 손은 뒀다가 뭐에다 쓸 건데!”고한결은 치밀어 오르는 불쾌감을 억지로 억누른 채 굳은 얼굴로 연습실을 나서서 비서에게 전화를 걸었다.“송다연이 어느 호텔에 숨어 있는지 알아봐요.”“돈 다 떨어지면 어차피 돌아오긴 하겠지만 찾는 즉시 캠프로 와서 회의에 참석하라고 해!”이게 내가 벌이는 밀당일 뿐이라고 확신한 고한결은 내게 물러설 기회를 줬다고 여겼다.그런데 비서는 결국 땀을 뻘뻘 흘리며 뛰어 돌아왔다.“고 대표님, 다연 씨 은행 계좌가 해지됐어요. 지분 정리 대금은 전부 현금으로 인출했고요.”“휴대폰 번호는 결번이고 메신저 계정도 탈퇴했어요. 기차나 비행기도 실명으로 예매한 기록이 없습니다.”고한결의 머릿속이 윙 하고 울리더니 외투도 걸치지 않은 채 그대로 빗속으로 뛰어나갔다.머릿속에는 내가 떠나기 전 허둥대던 표정만 가득했다.고한결은 차를 몰아 우리가 함께 살던 외풍이 드는 추운 지하실, 무허가 PC방, 그리고 자주 가던 재활 치료실로 달려갔다.마지막으로 지하실의 쓰러질 듯 위태로운 나무문을 발로 걷어찼다.안에는 거미줄만 가득했고 어디에도 사람의 흔적을 찾아볼 수 없었다.고한결은 곰팡내가 밴 지하실에 그대로 굳어 서 있었다.온몸의 피가 조금씩 식어 가더니 고한결은 마침내 내가 투정을 부리는 게 아니었다는 것을 깨달았다.고한결이 미친 사람처럼 거리를 뒤지고 다니던 그때, 나는 남부 쪽의 어느 외진 도시에 있는 해체 직전인 무명 팀의 낡은 연습실에 서 있었다.단출한 흰 셔츠만 입은 나는 오른손을 힘없이 몸 옆으로 늘어뜨렸다.나는 몹시 어색하지만 왼손으로 단단하게 마커를 쥐고 화이트보드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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