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정언과 순왕오늘 잔치에 온 손님 중에 냉정언도 있는데 오늘은 드물게 흰옷 대신 짙은 감색 옷을 입었는데 가슴팍에 꽃이 한 송이 수 놓아져 있어 눈에 확 튀는 차림이다.손왕, 제왕, 회왕, 순왕 남자들 한 무리가 본관에서 얘기하는데 안왕이 왔다. 하지만 안에서 남자들이 얘기하고 있어 하는 수 없이 자기는 초왕부를 거닐었다. 사실 별로 오고 싶지 않았지만 안왕비가 온다고 하니 혼자 보내는 게 안심이 안돼서 어쩔 수 없이 따라왔다. 그래서 와서도 사람들과 어울리지 않고 혼자 나가서 외롭게 산책이나 했다.우문호는 냉정언 가슴의 꽃에 자꾸 눈이 가는 게 거슬렸다. 냉정언이 이렇게 화려하게 입은 적이 거의 없었다.원 선생의 말이 생각나서 웃으며, “정언아, 밖에 너에 대한 소문 어떤 지 알아?”“응?” 냉정언이 고개를 들고 쳐다보는데, 눈은 맑고 찻잔을 든 손가락은 가늘고 흰 데가 밝은 햇살이 비쳐 들면서 도자기처럼 반짝였다.다같이 냉정언에 대한 소문을 듣고 의아해하며 일제히 우문호를 봤다. 냉정언 이 사람은 세속에 전혀 물들지 않았는데 이 사람을 이러쿵저러쿵 하는 사람이 누구야? 구사는 마음 속으로 짚이는 데가 있지만 헤벌쭉하게 웃었다.그 자리에 있는 사람 중에 형제를 제외하면 구사정도밖에 없다. 다들 우문호 사람인 데다 구사는 소문을 이미 알고 있다. 우문호가 웃으며, “내 말이. 냉정언과 관원의 부인이 불륜 관계라니.”친왕들이 전부 하하 웃으며 ‘그게 어떻게 가능해? 황당무계한 말이네.’손왕이 웃으며 조롱하길, “난 그 말이 진짜였으면 좋겠는데, 그럼 냉대인이 동성애자가 아니란 걸 증명하는 거니까.”냉정언이 호기심이 가득해서, “제가 어느 관원의 부인과 불륜이라고 합니까? 연상? 연하?”“몰라, 태자비가 탕양한테 가서 알아보라고 했으니 돌아오면 알겠지.” 제왕이 냉정언을 보고, “화 안 나나?”냉정언이 느긋하게 차를 마시며, “하늘을 우러러 부끄러울 게 없는데 화 날게 뭐가 있겠습니까?”“자네 성격은 여전히 이해득실을 초월해서 인간미가
몹쓸 유언비어“아직 어리다니? 너 설써 스무 살 넘었다고 그러지 않았어?” 우문호가 말했다.동생의 혼사에 형들이 관심이 없을 수가 있나? 그 자리에서 이집 저 집 아가씨들 얘기가 총출동이다.아홉째가 부끄럽기도 하고 다급해서 뭐라 변명도 못하고 형들이 이집 아가씨가 좋네, 저 집 아가씨가 참하네 하는데 솔직히 하나도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우문호가 아홉째를 보고 갑자기, “그럼 그냥 만아로 하자!”“아뇨, 전 아직 혼인하고 싶지 않으니 좀더 미뤘다가…….” 잠깐만 만아라고? 아홉째가 막 고개를 젓다가 정신을 차리고 다섯째 형이 만아라고 얘기하는 걸 듣고 당황해서, “헉, 사실 스무 살도 적은 건 아니죠. 일찍 혼인했으면 벌써 집안을 일궜을 나이인데.”우문호가 미소를 띠고 혼내며, “말하는 것 좀 봐. 너랑 만아가 서로 눈에 콩깍지가 씐 건 벌써 알고 있어.”아홉째가 두 손을 무릎에 몇 번을 비비더니 어색하게 웃으며, “그런 뜻이 아니라, 그게 굳이 혼인을 해야 하면 어느 집 아가씨든 같지 않겠어요? 저도 딱히 가린 적 없어요.”“그렇다는 말이지? 나중에 황귀비 마마께 너에게 비를 뽑는 연회를 베풀어 달라고 하마.” 우문호가 아무렇지 않게 말했다.아홉째가 애원하며, “다섯째 형!”다들 아홉째의 부끄러워하는 모습을 보고 마음속에 깊은 한숨이 나오는 것이 아홉째도 혼인을 하고 싶어 하다니 정말 세월이 쏜살같구나.아홉째 마음이 확실히 정해지면 우문호는 원경릉에게 만아의 의사를 물어보게 할 작정이었다.그런데 아직 만아에게 묻기도 전에 탕양이 돌아와서, “냉대인 일을 알아봤습니다. 밖에 거론하는 사람이 없지만 구대인이 말씀하시기를 집에 직은 어머니께서 얘기를 들은 적이 있다고 하셔서, 구씨 집안에 있는 사람에게 은자를 좀 써서 이 말을 둘째 부인께서 어디서 들었는지 알아봤습니다. 널리 전해진 소문은 아니고 둘째 부인 몸종인 고참 시녀가 이 일은 밖에 함부로 얘기할 수 없다며 둘째 부인이 입막음을 당할 수도 있다고.”“구씨 집안의 둘째 부인이?” 우문
파리 주명양탕양이 웃으며, “태자 전하, 삼가시지요. 다들 전하와 태자비 마마께서 서로 아끼시는 것을 알고 있으니 새삼 티 내지 않으셔도 됩니다. 사랑 받지 못하는 사람 마음도 헤아리셔서 자제하셔야 합니다.”우문호가 원경릉의 어깨를 안고 눈을 치켜 뜨더니, “사랑을 받지 못하는 사람이 절대로 너 자신은 아닐 테고. 부인과 서로 사랑하니까 맞아. 어제 왜 부인을 데려와서 얘기를 좀 하기 그랬어?”탕양이 미소를 짓고 나가며, “아내는 조용한 걸 좋아합니다!”탕양의 뒷모습을 보면서 원경릉은 탕양의 미소 뒤에 뭔가 숨기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하지만 탕양과 부인은 사이가 좋고 부인도 탕양을 좋아한다는 건 알 수 있다.우문호는 사람을 보내 주명양과 우문군을 지켜보게 했는데 이 두사람이 무슨 소란을 피우지 않도록 대비해야 했기 때문이다.그런데 이들을 지켜보다가 큰 발견을 하게 될 이때만 해도 몰랐다.우선 우문호는 손전무를 경계했다. 강남의 거상이 처음이 아닌 게, 전에 우문군이 딸 희열이를 강남의 거상 이초 아들에게 시집보내려 했으나 성사되지 않았다. 하지만 이들 거상의 눈이 계속 기왕을 주목한 것이 똥파리가 똥을 호시탐탐 노리는 것처럼 속셈이 있다.우문호가 손전무에게 의심스러운 구석이 있는지 조사했다.그리고 손전무와 왕래하는 또 한 사람, 그 자는 몸집과 눈빛 그리고 행동이 어떤 사람과 아주 닮았는데, 다름 아닌 우문호가 경성을 다 뒤져서 찾고 있는 임소다.우문호는 소홍천에게 가서 확인하도록 하고, 임소라는 걸 알아보더라도 큰 소리를 내서는 안된다고 신신당부 했다. 일을 그르칠 수도 있기 때문이다.소홍천은 임소에게 뼈 속 깊이 한이 맺혔지만 계속 우문호를 위해 일해 왔다. 하지만 정서 감응력이 높아서 임소임을 알아봤을 때 당장 검을 날리고 싶은 충동이 들었지만, 꾹 참은 채 돌아와 우문호에게 보고했다.우문호는 귀영위에게 이들이 도대체 뭘 하려는 것인지 살피도록 했다. 임소가 주명양에게 접근한 건 주명양의 미모를 탐해서 일 리가 없기 때문이다.
평남왕과 남강왕주명양이 300만냥이나 빌릴 수 있다는 사실에 우문호는 상당히 충격을 받고 말았다.소홍천마저 주명양에게 탄복하며, “경성에서 추문이 자자하다더니 어떻게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주명양을 믿을 수가 있죠? 그건 쳐주는 이자가 높다는 것 밖에 생각할 수 없어요. 재물을 탐하니 주명양에게 속는 거죠. 손전무가 빌려갔다고 인정하지 않는 한 주명양이 이렇게 엄청난 돈 못 갚죠. 그리고 손전무와 임소는 본래 암암리에 결탁하고 있었으니 이건 일종의 짜고 하는 연극에 불과해요.”우문호가 임소를 언급하는 소홍천을 살펴봤다. 비록 이를 악 물긴 했지만 미움만 있을 뿐 상처는 없는 것이 배신의 아픔에서 빠져 나온 모양이다. “계속 지켜보는데 주의를 끌어서는 안돼. 그들이 도대체 뭘 하려는 건지 보자.”“목적이 주재상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탕양이 옆에서, “그리고 임소는 평남왕부를 들락거렸으니 평남왕부를 조사할까요? 평남왕 전하 신분이면 헌제 왕조의 황태손으로 만약 제위에 미련을 가지고 계신다면 역모의 행동을 취하시지 못할 것도 없습니다.”우문호가 고개를 젓고, “평남왕 전하는 그러실 리 없어, 오히려 임소가 평남왕부에 간 속셈이 있을 거야. 평남왕께서 직접 태상황폐하께 편지를 쓰셨어 임소가 출입한다고……”우문호가 말하다가 잠시 머뭇거리더니 천천히 눈살을 찌푸리며, “그런데 이것도 말이 안돼.”“어떻게요?” “평남왕이 사람을 보내 임소를 따라잡아 잡아 두겠다고 했는데 내가 보기 분명 쫓아가지도 않았어. 나중에 임소가 다시 왔는데 임소는 평남왕이 자신을 잡으려는 걸 알고도 과연 왔을까? 그리고 두번째는 독 안에 든 쥐인데 평남왕부 안에 있는 임소를 못 잡았다고?”“임소는 똑똑해서 분명 알았을 거라, 그 말대로라면 두번째는 절대로 갈 리 없어요.”“임소가 일부러?” 탕양이 우문호를 보고, “평남왕이 선비사람을 몇을 집에 들였다고 냉대인이 전에 말씀하셨는데 이 일이 전에 있었으면 별 지장이 없었겠지만 어쨌든 지금 전란이 그쳐 양국이 왕래를 회복
둘째 부인을 떠보다주명양이 구씨 둘째 부인에게 퍼트린 낭설에 우문호는 계속 신경이 쓰였다. 원 선생과 냉정언의 명성에 해를 입힘과 동시에 지금은 밖에 새나가지 않았지만 앞으로도 그러리라는 보장이 없기 때문이다.특히 냉씨 집안이 혼사를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구씨 둘째 부인과 구정민의 성격에 반드시 이 일을 천지사방에 떠들고 다닐 것이다.그래서 우문호는 구사에게 돌아가서 처리하도록 했는데 이 일을 깔끔하게 밝히는 제일 좋은 방법은 주명양의 상황을 심각하게 만들고 사태를 더욱 악화시켜 이 사람들의 최종 목적이 무엇인지 보는 것이다.구사는 이런 일을 잘 못해서 원경병에게 전부 맡겼다.원경병에겐 식은 죽 먹기다. 원경병은 어느 날 둘째 부인과 구정민을 불러 수다를 떨다가 무심코, “맞아요, 작은 어머니. 어머니께 말씀 드릴 일이 하나 있는데 조심하셔야 돼요.”둘째 부인이, “무슨 일인데?”원경병이 두 손으로 배를 만지며 느긋하게, “며칠 전에 제왕비 마마께서 경조부에서 지금 사기 사전을 조사중인데 자칭 강남의 거상이라고 사람이 사업 자금을 회전시키려고 경성에서 사기를 친다고 해요. 많은 사람들의 돈을 빌려서 처음에는 이자를 주더니 한참 지나자 그자가 돈을 들고 튀어서 원금도 돌려받지 못하고, 피 같은 본전이 날아갔다며 제왕비 마마께서 저더러 주의하라고 했어요. 이자들의 사기에 당하면 안된다고. 작은 어머니도 주의하세요. 친한 부인들께도 설명해 주시고요. 사기 당하지 마시라고.”둘째 부인과 구정민이 이 말을 듣고 안색이 새하얘지더니 서로 마주봤다.둘째 부인이 원경병에게 약간 목소리가 꺾이며, “강남의 거부?”“맞아요, 어쨌든 조심하는 게 좋아요. 은자를 모으는 게 쉬운 일이 아니잖아요.”“그 사람들 전부 잡혔나?”원경병이 고개를 흔들고, “그건 몰라요. 어쨌든 지금도 신고하는 사람이 있는데 자기가 빌려준 돈을 못 받았다고 제일 큰 금액은 몇 십만 냥이래요.”원경병은 찻잔을 내려놓고 둘째 부인의 당황한 얼굴을 보고 놀라며, “작은 어머니, 설마 은
약은 자들의 대결원경병이 놀라서, “아가씨, 그게 무슨 뜻이예요?”구정민이 정색했으나 눈에 분노가 사그라들 지 않고, “아뇨. 이건 너무했다 싶어서요.”“확실히 너무 했죠. 우리 언니가 첫째 황자비 마마께 잘못한 것도 없는데 사랑에 눈 멀어서 증오심을 가진 거니까, 그만하죠. 그 사람들 얘기는 하지 않기로 해요. 저도 딸을 데리러 돌아가야 해서요 이제 잘 시간이라.” 원경병의 목적이 달성되었으니 더 이상 묻지 않고 일어섰다.원경병이 나가자 구정민이 흥분해서, “어머니, 마마께서 너무 하셨어요. 냉대인을 어떻게 그렇게 말할 수가 있어요? 제가 반드시 똑똑히 물어볼 거예요.”둘째 부인이 천천히 일어나, “만나야겠어. 하지만 냉대인 일은 급하지 않아. 관건은 은자를 얼른 가져오는 거야. 지난번에 이자를 연기했을 때 좀 이상했어. 부유한 상인이라면 어떻게 신용을 따지지 않을 수가 있어? 스스로 퇴로를 끊어버린 거 아냐?”“그럼 얼른 사람을 보내서 오라고 하세요.” 구정민도 마음이 급한 게 그 돈은 자신의 혼수로 앞으로 남편 집에서 대접을 받는 건 전부 혼수를 얼마나 해가는지에 달렸다.둘째 부인도 약은 사람이라 딸에게 경고하기를, “주명양이 오거든 절대로 질문을 퍼부어서는 안돼. 은자가 지금 걔 수중에 있으니 걔와 잘 상의해서 은자를 내놓게 한 다음 앞으로 다시는 왕래를 안 하면 돼.”“알았어요 어머니.” 구정민은 열 받아서 눈에서 김이 날 지경이다. 자신은 원래 고결한 인간인데 지금 은자때문에 주명양과 잠시 타협해야 하는게 속으로 더 열 받게 했다.둘째 부인은 주명양에게 사람을 보내 비취를 하나 구했는데 와서 감정 좀 해달라고 했다.무턱대고 주명양을 오라고 하면 분명 의심할 것이고, 안 오면 골치 아프기 때문에 일부러 핑계를 만든 것으로 주명양은 비취 골동품 보석 장신구를 좋아해서 이렇게 말하면 반드시 올 것이다.과연 점심이 되자 주명양이 왔다.은색 망토를 입고 있는데 목둘레 밍크 털이 약간 누렇게 된 게 이 밍크 망토가 귀한 것이긴 한데 옛날
주명양의 흑심둘째 부인이 이 말을 듣고 앞뒤가 꿰 맞춰지면서 어쩐지 계속 냉대인 얘기를 조작하 더라니 태자비의 얼굴에 먹칠을 하려던 것만이 아니라 냉정언과 혼사를 막으려던 거였구나. 혼사가 정해지지 않으면 은자를 돌려 달라고 하지 않을 테니까. 그날 은자를 돌려 달라고 해서 냉대인과 태자비 일을 말했군. 진짜 계략이 심해도 너무 심했다.둘째 부인은 당장 은자를 돌려받지 않았으니 주명양의 심기를 거스를 수 없어 미소를 지으며, “사람을 시켜 물어보니 전에 그들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알 방법이 없었지만 최근 2년간 왕래가 전혀 없었 다니 그만 하려고. 나쁜 마음 품어보지 않은 남자가 어디 있나? 결국 마음을 돌렸으면 됐지. 그리고 민이 성격을 너도 알지. 고집을 부리면 바꿀 수가 없어.”주명양은 마음 속으로 ‘구정민 이 남자에 빠진 병신’하고 욕을 하면서도 겉으로는 유감스럽다는 듯, “그리 되었으니 사촌 언니인 제가 더 할 말은 없네요. 축복해요. 이모 안심하세요. 손 주인장에게 얘기해서 얼른 은자를 받아올 게요.”둘째 부인이 이 말을 듣고 마음이 다소 안정돼서, “명양이가 고생 좀 해줘, 걱정하지 마, 나중에 원금을 받으면 이모가 널 섭섭하게 하지 않을 테니.”“고마워요 이모!” 주명양이 건성으로 대답했다.“언제 돌려 받을 수 있을까? 내일 아니면 모레는 받을 수 있나?”주명양의 표정이 별로 좋지 않고 냉랭하게, “왜요? 이모는 절 못 믿으세요? 가서 손 주인장에게 얘기해도 돈이 돌고 있으니 당장 되는 건 아니죠.”“그럼 구체적으로 언제? 할 일이 많이 있어서 미리 알아야 준비하기 좋아서 그래, 절대 널 못 믿어 서가 아니야. 왜 걸핏하면 그런 얘기를 해? 이모가 널 못 믿으면 몇 십만 냥을 너한테 줄 수 있겠어?” 둘째 부인이 주명양의 낯빛이 좋지 않고 내켜 하지 않는 것을 보고 확답을 해주지 않으면 본인도 안심이 안되는 것이 만약 은자를 돌려받지 못하면 정말 죽을 수밖에 없다.“3~5일정도, 일단 가서 물어볼 게요. 손 주인장에게 준비
임소를 찾은 주명양“그야 그렇지. 늙은 구렁이라니까.” 원경릉이 웃었다.원경병이 깊이 탄복하며, “그럼 이제 우리는 어떻게 해요?”원경릉이 느릿느릿, “아무 것도 할 필요 없어, 떡이나 먹고 굿이나 보면 돼. 당연히 둘째 부인께 한두마디 일깨워 줘도 되지, 구정민의 명성을 다치게 하지 않으려면.”원경병의 손가락이 도자기로 만든 잔을 쥐고 담담하게, “불쌍하지 않아요. 걔가 다른 사람의 명성을 상하게 한 게 한둘 이예요? 주명양이 이 일을 날조했지만 다른 남자였으면 구정민이 분명 떠들고 다녔을 거예요. 그런데 냉대인은 자기가 좋아하는 사람이니까 조용히 입다물고 있는 거잖아요.”원경릉은 동생이 지금 비록 둘째 부인과 화목하지만 원래 시집 갔을 때 그 모녀에게 얼마나 괴롭힘을 당했는지 생각했다.경병이는 그렇게 만만한 사람이 아니고 둘째 부인도 그렇다. 둘 다 집안의 안녕을 위해 태평한 척 가장하고 있지만 정말 심각한 고비를 맞닥뜨리면 넘어진 사람에게 손 내밀 사이는 아니지 안 그래?맞아, 원한이 있는데 언제나 부처님 가운데 토막처럼 그들을 상대할 수 없는 거다.주명양이 구후부에서 나간 뒤 바로 임소를 찾아갔다.임소의 만 냥을 받은 날 당장 우문군 앞에 고비는 넘겼지만, 그 뒤로 우문군이 그녀를 철저하게 원수로 여겨서 집에 가도 좋은 낯으로 맞아줄 리 없으니, 둘째 부인 일이 아니어도 주명양은 임소를 찾아가야 했다.임소 집 앞에서 한숨을 쉬고 문을 두드렸다. 어찌 됐든 해결방안을 찾아야 하는데 당장 찾아갈 사람이 없다. 임소는 은자 만 냥을 기꺼이 줬으니 분명 그녀를 더 도와주고 싶을 것이다.주명양은 임소가 자신을 돕고 싶어하는 건 자신을 좋아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다.문이 열리고 임소가 직접 나와서 맞았다. 이렇게 중시해주자 주명양의 마음도 으쓱해진 것이 그간 모든 사람에 업신여김을 당하며 이런 존중을 누려본 지 오래됐기 때문이다.주명양은 처음에 임소가 자신을 속인 것이 싫었지만 지금 그가 유일하게 자신을 중시해주는 사람이라 억울함을 누르며,
삼대 거두는 늦은 시각이 되어서야 일어났고, 숙취에서 깨어나니, 이미 날이 밝아져 있었다. 그들은 아직 잠에서 깨지 않아, 눈앞의 모든 것이 몽롱해 오늘이 무슨 날인지조차 모를 정도였다.태양이 서서히 떠오르며 하늘에 떠 있는 주황빛 구름은 점점 짙은 금빛으로 변했고, 금빛 가장자리에는 붉은색이 덧씌워져, 눈부시게 아름다웠다.소요공이 눈을 비비며 말했다."꿈을 꿨네."추 어르신과 무상황은 동시에 그를 바라보며 이구동성으로 물었다."무슨 꿈을 꿨는가?""꿈에서 숭이가 사내에게 속았는데, 우리가 직접 나서서 복수를 해줬다네."추 어르신과 무상황은 놀라서 동시에 숨을 들이켜며, 눈을 동그랗게 떴다."귀신이 곡할 노릇이네."말이 끝나자, 두 사람은 서로를 바라보며 깜짝 놀라 외쳤다."자네도 꾼 것인가?""그렇네!""그렇네!""설마 우리 셋이 똑같은 꿈을 꾼 것이오?"소요공도 깜짝 놀랐다.그 일은 그렇게 중요한 일도 아니었고, 어떻게 된 일인지 가물가물할 정도로, 그저 그런 일이 있었다는 것만 어렴풋이 기억할 정도였는데, 꿈에서는 그 장면 장면이 또렷하게 떠올랐다.그리고, 이 꿈은 당시 엄청난 부담을 받고 있던 그들에게 정말 훌륭한 감정 해소가 되었다. 그들은 모든 고통과 억울함, 스트레스를 주먹질로 시원하게 풀어냈다.한편, 무상황은 자신이 황후를 소홀히 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그때 무슨 상황이었는지 기억하는가?"추 어르신이 흥분한 듯 말했다."물론 기억은 나네. 당시엔 소봉이가 궁에 들어온 지 얼마 되지 않았고, 적성루 사람들을 많이 그리워했네. 게다가 나도 자네들과 어울리느라 바빠서 황후를 소홀히 했네. 그래서 적성루 상궁과 숭이를 궁으로 불러, 이야기를 나누게 했지."사실 기억이 가물가물했지만, 꿈속에서 다시 겪은 덕분에 자세히 생각났다.그때 어서방의 회의가 끝나고, 소복이 무심히 물었다."폐하, 황후 마마를 오랫동안 못 뵙지 않으셨습니까?"그는 소복의 말이 소봉을 보러 가자는 암시라는 것을 단번에 알아차렸다.
개혁은 가장 어려운 일이었다. 특히 나라가 이미 망가진 뒤라, 보수파들은 북당이 더는 흔들림을 견딜 수 없다고 여겨, 더 이상 변화를 원하지 않았다. 그러자 소국공은 소복을 부상으로 임명했고, 소복은 부상이 된 후, 온갖 수단으로 보수파를 하나 하나씩 무너뜨렸다.그는 협박, 욕설, 생떼, 무례, 끈질긴 설득 등 다양한 방식으로 보수파를 공략했고, 심지어 마지막에는 돗자리를 말아, 상대의 대문 앞에 깔고는, 저녁엔 문 앞에서 잠을 청하고, 낮에는 문 앞에서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며 북당의 발전을 가로막는 자라고 비난까지 했다.그렇게 보수파가 무너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2년이 지나, 휘 형과 형수가 대주에서 돌아왔다. 그는 드디어 애써 노력한 끝에, 그들에게 기대에 부응할 만한 모습을 보여 줄 수 있었다. 하지만 성공의 길은 여전히 멀었다. 가난 때문에 발생한 난장판은 아직도 평정되지 않았다.휘 형과 형수는 사실 그의 혼례를 치르기 위해 돌아온 것이었다.그는 이제 황후를 책봉해야 할 시기였고, 황후 후보는 일찌감치 정해져 있었다. 바로 숙왕부에서 지낸 적 있는 소복의 딸이었다.소복의 딸이 원래 무슨 이름이었는지, 그는 이미 기억나지 않았다. 왜냐하면 소복이 부상 자리에 오른 뒤, 딸의 이름을 소봉으로 새로 지었기 때문이다.소복의 꿈은 언제나 직설적이었다. 소봉의 이름은 '소가에서 나온 봉황'이라는 단도직입적인 뜻을 담고 있었다.소봉은 아버지 소복과는 달리 성격이 반듯하고 강직했다. 당시 그는 온갖 일로 정신이 없어 남녀 간의 감정 따위는 생각할 겨를이 없었다. 사모의 감정보다 그에게 나라가 더욱 중요했었다.하지만 황제로서, 그도 후사를 마련하는 것이 북당 안정에 도움이 된다는 것은 잘 알고 있었다.그에게 사모의 정에 대해 조금 느낀 적 있는지 묻는다면, 아마도 소가의 셋째 딸, 소낙연의 이름을 들었을 때이다.다만 그도 그녀의 이름만 알고 있었을 뿐, 나중에야 소낙연이라고 자칭했던 여인이, 사실 그의 형수인 라만이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그 시절
그렇게 그들은 만취해 하늘을 이불 삼고 땅을 침대 삼으며, 마치 처음 전장에 나섰던 그 시절로 돌아간 기뿐을 느꼈다.그 시절에는 전쟁이 치열해, 종종 땅바닥에 몸을 웅크린 채 잠을 청하곤 했다. 여섯째는 당시에 항상 설사를 했었다. 셋이 몰래 전장에 나가려 했기에, 선생과 형수를 속이기 위해, 스스로 배탈을 자초한 후, 돈을 조금 챙기고는 전장으로 향했었다. 전쟁터에서 정말 죽을 수도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다들 마음속으로 두려움이 가득했었다. 가난을 제외하고, 죽음보다 무서운 것은 없었다.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 사람이 누가 있겠는가? 그들은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 사람을 거의 본 적이 없었다.하지만 시간이 지나, 그러지 않는 사람도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적군이 승전가를 부르며 전우를 죽이고, 나라를 침탈할 때, 그들은 한 번도 죽음을 생각해 본 적 없었다.죽음에 관해 생각한다고 해도, 죽더라도 이 땅을 지켜야 한다는 마음뿐이었다.그들은 그렇게 잠에 들었고, 꿈속에서 막 즉위하던 시절로 시간여행을 떠났다.숙왕부도 여전히 그대로였고, 적성루는 인파로 붐볐으며, 전쟁으로 인해 찢어지게 가난했다. 휘 형과 형수는 대주로 빚을 갚으러 갔다. 북막과의 전쟁을 위해 대주의 30만 대군을 빌려왔지만, 갚을 돈이 없어 휘 형을 인질로 넘겼다.휘 형이 떠난 후, 조정은 서출의 어린 새 황제를 신경 쓰지 않았다.그들은 조정에서 대신들과 첨예하게 대립해야 했고, 매번 언쟁 후에는 식은땀으로 흠뻑 젖은 채, 어서방에 돌아가 주저앉곤 했다.즉위할 때 휘 형은 최선을 다하면 좋은 황제가 될 수 있다고 격려해 주었다.그래서 그도 그렇게 믿었지만, 막상 황위에 올라보니 전혀 쉬운 일이 아니었다. 때로는 있는 힘껏 버텨도 소용없었다.하지만 퇴로 또한 없었다. 휘 형이 말했듯이, 퇴로가 없는 것이 오히려 가장 좋은 길이었다. 두 눈 질끈 감고 힘껏 돌진하다 보면, 결국 승리하게 된다.다행히 조정에 그들을 도와주는 이들도 있었다. 장 대인과 소복이 큰 도움을
그들은 사생활을 모조리 보여주는 것 같아, 팬들이 따라오는 것을 막았다.하지만 팬들은 놀랄 만큼 열렬한 애정을 보이며 기어코 그들 뒤를 따랐다.그 모습에 다들 처음엔 못마땅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결국 이해하기로 했다. 모두 예전에 많은 사람이 따르고, 시중을 받으며 전성기를 가졌던 사람들이었기 때문에 익숙하기도 했다.어쨌든, 그들은 지금 행복하게 차를 몰며 독고 도로를 달리며 아름다운 풍경을 마음껏 만끽할 수 있었다. 팬들도 그들의 모습을 기록했다. 다투기도 하고, 술을 마시며 농담을 주고받고, 무술을 연습하는 모습 등, 그들의 사소한 순간들 모두 영상으로 편집되어 올라갔다 .그리고 곧 사람들은 퇴직 여행 계정에 한 명이 아닌, 세 명이 함께하는 것을 알게 되었다. 영상에 등장한 사람은 '십팔매'라 불렸는데, 많은 네티즌이 그 이름을 듣자마자 웃음을 터뜨렸다.얼굴에 약간의 여드름 자국이 있고, 항상 무표정으로 자기를 과인이라고 부르는 노인은 '여섯째'라 불렸다. 비록 엄숙해 보이지만, 실은 장난기가 많아 두 사람을 몰래 놀리고는 입을 막고 웃기도 했다.항상 핸드폰으로 독서하는 노인은 '주대'라고 불렸다. 박학다식하며, 말할 때마다 고사성어를 인용해, 십팔매와 여섯째가 싸울 때 몇 마디로 갈등을 풀어낼 정도로 인품이 뛰어났다.팬들은 이들의 이름만 들어도 웃음이 터질 지경이었다.그리고 그들의 대화를 듣고, 어릴 때부터 함께해왔고, 나이가 들어서도 여전히 함께 여행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자, 많은 사람들이 깊이 감동하였다.그렇게 어느 날 밤, 그들은 야외에서 술을 마시고 반쯤 취한 채, 바닥에 누운 채로 별이 가득한 하늘을 바라보며 대화를 나누기 시작했다.이 장면 역시 팬들에게 촬영되었다.늘 털털한 십팔매는 두 손을 머리 뒤에 괴고 은하수를 바라보다가 갑자기 감탄하며 말했다."우리 정말 많이 늙었네. 앞으로 몇 년이나 더 살 수 있을까?"여섯째가 그의 머리를 한 대 가볍게 쳤다."길 위에서는 불길한 말 금지네."십팔매가 입을 열었다."
사건은 결국 크게 번져지고 말았다. 의도가 불순한 사람들이 소요공 일행에게 해명하라고 했지만, 그들은 이미 신시의 유명한 목호에 도착한 뒤였다. 목호의 아름다움에 빠져서 댓글이나 메시지를 볼 시간조차 없었다.지금 추 어르신은 노인이 시를 읊고 글을 짓는 데만 정신이 팔려, 어디를 가든 꼭 한 편의 시를 남긴 후, 돌아가서 희 상궁에게 보여주려고 했다.그들에게 있어 인생은 이미 반 이상 지나온 것이었다. 과거에 300년을 살겠다고 다짐한 만큼, 수많은 일을 겪고 수많은 적을 마주했기에, 이번에 만난 유아독존은 그냥 한 번 겨루었을 뿐이기에 바로 잊혀졌다.목호 여행을 마친 뒤, 그들은 차로 독고 도로로 향했다.그들은 캠핑카를 타고 북쪽으로 쭉 올라가며 길가의 아름다운 풍경을 감상했다. 영상도 많이 찍었지만, 편집할 시간이 없어 업로드는 하지 못 했다. 편집으로 추 어르신의 시간을 많이 빼앗었다 보니, 그가 그동안 풍경을 놓치는 일도 많았었다. 눈도, 손도 한 쌍뿐인 데다, 다른 두사람은 편집을 전혀 몰랐기에 북당의 수보인 추 어르신 혼자 애써야 했다.그래서 영상 업데이트는 잠시 미루고, 길가의 풍경을 잘 감상하기로 한 것이었다. 그들은 짧은 영상 제작에 정신을 빼앗겨 소중한 순간을 놓치고 싶지 않았고 초심을 잃고 싶지도 않았다.하지만, 그들을 진심으로 좋아하는 팬들과 여행 중인 배낭 여행객, 캠핑카 족들이 줄줄이 따라붙으며 영상을 빨리 올리라며 재촉했다.댓글을 작성하는 것이 아니라, 직접 쫓아와서 소리치며 재촉하는 모습에 추 어르신은 그만 깜짝 놀라고 말았다. 그리고 내심 이렇게 자신들을 좋아해 주는 팬들의 기대를 저버릴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그날 저녁, 추 어르신은 무상황과 십팔매에게 대결을 시켰다. 그리고 편집 없이 원테이크로 촬영해, ‘사나이로 태어나서’라는 배경음악과 함께 바로 영상을 올렸다.영상에 무상황이 처음 등장하기는 했지만, 대부분 등을 돌리고 있었다. 무상황의 무공은 소요공만큼 뛰어나지는 않았지만, 기술이 다양해서
유아독존은 깜짝 놀라 기절할 뻔했다.그는 링 위에서 인생을 마감할 것 같은 공포를 느꼈고, 평생 이렇게 큰 공포를 느낀 적 없었다. 눈앞의 이 노인은 공격할 때, 눈빛에 살기가 서려 있었던 데다가, 전장에서 수많은 사람을 죽인 장군과도 같은 위압감을 뿜어내고 있어, 그저 한 번 눈만 마주쳤을 뿐인데 온몸이 얼어붙을 정도였다.그는 다시는 이런 공포를 겪고 싶지 않아졌다.끊임없이 터져 나오는 박수 소리 속에서 그는 자신의 거만함과 어리석음, 그리고 비열함 때문에 앞으로 모두의 조롱거리가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이때 소요공이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살려달라고 빌지 않겠다면, 그냥 일어나거라. 난 어린애랑 진지하게 겨룰 생각이 없으니."처음에는 소요공도 유아독존이 꽤 대단한 인물이라 생각했었는데, 알고 보니 그저 밥이나 축내는 무능한 자였다. 이런 사람이 수백만 팔로워를 가지고 있다는 게 어이없을 정도였다. 자신의 팔로워 수가 그보다 적다는 사실을 떠올리자, 괜히 기분까지 상했다.유아독존은 수치와 분노가 치밀어 올랐지만, 소요공의 표정에 갑자기 불쾌한 기색이 드러나자, 다시 겁에 질리고 말았다. 그는 파랗게 질린 얼굴로 아무 말도 하지 못한 채 터벅터벅 무대를 내려갈 뿐이었다.소요공은 이번 대결로 엄청난 스타가 된 반면, 유아독존은 몰아치는 욕설에 정신을 차릴 수 없었고, 더 이상 아무런 영상도 올리지 않았다. 팬들은 그의 이전 영상이나 D을 통해 사과를 요구했다. 유아독존은 과거 소요공의 영상에 댓글로 욕설을 퍼부었지만, 그는 이 점에 대해서 사과하지 않았고, 마치 죽은 사람처럼 아무 반응도 보이지 않았다.며칠 동안 여러 매체가 어르신들에게 연락을 보내 방송 출연을 요청했지만, 그들은 DM도 보지 않고, 어떤 연락에도 응하지 않았다. 그들은 철저하게 신비주의를 유지하며 인기를 이용하지 않았다.게다가, 이 일로 일정을 늦추지도 않았다. 새로 올라온 영상을 보고 나서야, 팬들은 그들이 이미 새로운 도시로 가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영상에는 그
붉은 피가 아치형을 그리며 공중에서 뿜어져 나왔고, 두 개의 이가 튀어 나가 버렸다. 그에게 전해진 강한 힘 때문에, 유아독존은 제대로 서 있지도 못하고 바로 쓰러져 버리고 말았다. 관객들은 모두 비명을 지르며 일제히 자리에서 일어났고, 믿을 수 없는 광경에 박수를 치는 것도 잊어버렸다.발목이 묶여 있는데도 이렇게 유연하게 뛰어올라 무릎으로 유아독존의 턱을 가격하고, 착지까지 안정적으로 해내다니!이 모든 것은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었다.하지만 곧이어 더 충격적인 상황이 벌어졌다. 소요공은 간신히 몸을 일으킨 유아독존을 향해 다시 뛰어올랐다. 이번에는 무려 3미터 높이까지 뛰어오른 후, 세 바퀴를 돌며 내려와 두발로 유아독존의 뺨을 쳤다.다시 한번 핏줄기와 함께 이빨이 튀어나왔고, 유아독존은 또다시 바닥에 쓰러져 버렸다.짧은 정적 후, 경기장 천장을 날릴 것 같은 큰 박수 소리가 터져 나왔다.이전까지 유아독존을 지지했던 네티즌들은 소요공의 첫 번째 영상이 특수효과라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소요공은 이 싸움을 통해 직접 특수효과가 아니라 진정한 무예라는 것을 증명해 보였다.생방송 채팅창에는 소요공을 향한 칭찬의 댓글이 연이어 쏟아졌다."탄성을 자아내는 광경!""라이브가 아니었다면 믿을 수 없었을 거야!""이게 진정한 무술이구나!""아니, 이건 무공이야!""무협 영화를 보는 것 같아!""어르신, 최고!""어르신 최고!"그 이후 채팅창은 하나같이 '어르신 최고'로 도배되었다.그리고 칭찬을 한 몸에 받는 소요공은 아무런 도움도 받지 않고 스스로 밧줄에서 벗어났다. 그의 손목과 발목을 묶고 있던 밧줄은 힘을 받고 끊어지고 말았다. 그는 무상황과 추 어르신을 바라보며 의기양양하게 웃었다. 그는 눈빛으로 무상황에게 명대로 상대의 이를 부러트렸다고 전했다.추 어르신은 무표정으로 생각했다.‘역시 허세가 많아, 또 경공을 선보였군.’무상황은 아주 기쁜 듯 소요공에게 잘했다며 손짓을 보냈다. 어차피 오늘 밤 이후로 그들은 인기가 치솟을 것이었기에,
유아독존은 여전히 소요공에게 거만하게 말했다."노인네, 항복할 준비나 해요. 절대로 봐주지 않을 테니까!”무상황은 그의 거만하고 비아냥거리는 모습을 보며, 소요공의 귀에 속삭였다."저 누런 이빨을 모조리 부숴버려라. 이것은 명령이다!""명 받들겠습니다!"소요공은 쉬운 일이라는 듯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고는 허리를 곧게 폈다.생중계되는 대결이라, 카메라는 이미 링을 비추고 있었다. 잠시 후 사회자가 몇 마디 하며 관객들의 분위기를 끌어올리며, 무술은 건강을 위한 것이지 싸움을 위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 계속 강조했다.이 말은 소요공이 사회자에게 부탁한 것이었고, 추 어르신이 따로 소요공에게 이런 말을 부탁해달라고 시켰다. 사회자의 멘트가 끝나자, 이내 양측 선수를 소개해주었다.유아독존이 먼저 링에 올랐는데, 방금까지 거만했던 모습은 온데간데 없이, 용감하고 바른 자세로 이번 대결을 시작한 이유를 설명했다. 그는 노약자를 괴롭히려는 것이 아니라, 무술이 허울뿐이 아니라는 것을 증명하겠다고 했다.그리고 자신이 연세가 지긋한 소요공을 봐주겠다고 약속했다.번지르르한 말만 골라 하는 그의 모습에, 관객들은 그를 다시 보게 되었다. 소요공은 한쪽에서 그의 말을 듣고 있었는데, 누렇게 변색한 유아독존의 이빨을 보며 주먹을 꽉 쥐었다. 이번 대결은 별다른 제한 없는 자유 무술로 진행된다. 무기만 사용할 수 없을 뿐 손발은 물론, 머리 정도는 쓸 수 있었다. .대결 시작 전, 소요공은 무상황에게 자신의 두 손을 묶어달라고 부탁했다.유아독존에게 전하는 모욕과도 다름없는 행동에, 관객들은 충격에 빠졌다.라이브로 보고 있던 네티즌들도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이 노인네, 제정신이야? 손을 묶으면 발로만 싸우겠다는 거야?”하지만 더 충격적인 것은, 그가 두 발까지 묶어버린 것이었다. 그래서 결국 허수아비처럼 링 위에 곧게 서 있을 수밖에 없었다.그 모습을 보고 다들 그의 정신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했다.심판, 경기장 주인, 중계 사이트 관계자들 모두 당황
두사람의 대결은 많은 네티즌들의 관심을 끌었고, 이내 인기 화제가 되어, 검색어 상위에 올르며, 대립적인 의견을 불러일으켰다.일부 사람들은 유아독존이 어르신을 힘들게 한다고 했다. 그저 어르신이 퇴직 후의 삶을 기록하려 영상을 찍었을 뿐, 굳이 그가 대역을 썼는지 깊게 파고들 필요가 없고, 다들 영상도 재밌게 봤으니, 그만이다는 생각이었다.반면, 또 다른 사람들은 퇴직한 삶을 영상으로 기록하는 것은 괜찮지만, 무술을 더럽히는 것은 용납할 수 없다고 생각했다. 그들은 심지어 첫 번째 영상에서 소요공이 특수 효과를 사용한 것 같다고 주장했다. 게다가 영상 속 행위가 워낙 위험해 보였기에, 젊은이들도 해낼 수 없고, 노인이라면 더더욱 불가능할 것이라 생각했다.'무협 영화'를 찍는 것도 아니니 말이다.물론 이 사람들은 소요공을 직접 겨냥한 것이 아닌, 소요공 뒤에 있는 회사가 문제라고 생각했다. 수백만 명의 팬을 가진 계정은 대개 회사가 운영하고 있기에, 노인으로 사람들의 관심을 끄는 것이 너무 지나치다고 여긴 것이었다.청조 영상 사이트는 이번 독점 생중계 권한을 얻었다.추 어르신은 이번 대결이 온라인에서 화제가 되었다는 사실을 알고 기분 좋아했다. 무술에 관한 주제가 사람들 입에 자주 입에 오르고 있으니, 무술 발전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그들은 그들이 이곳에 존재했었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이곳에 무언가를 남기고 싶었다.원경릉의 오빠와 부모님도 이 사실을 알게 되었는데, 괜히 걱정되었다. 그들은 유아독존의 영상을 보고, 상대가 꽤 강한 사람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하지만 주진이 바로 그들을 안심시켰다."걱정하지 마세요, '유아독존' 백 명이 와도 상대가 되지 않아요."이상하게 믿음이 가는 주진의 말에, 두 사람은 마음을 놓을 수 있었다.하지만 신중히 처리하기 위해, 그들은 차를 타고 소요공 일행과 합류하러 길을 나섰다. 혹시 무슨 문제라도 생기면, 의사인 그들이 제때 응급처치를 할 수 있기 때문이다.드디어 대결의 날이 왔다.대결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