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IN봄 싸움은 봄에 나지 않았다.
빌린 돈으로 삯군을 들이고 공성 기구를 짰다. 투석기 팔 하나에 쓸 참나무를 베어 말리는 데만 두 달이 걸렸다. 여름엔 성채 둘레에서 작은 싸움만 오갔다. 가을비가 오자 링겐 고개 아랫길이 무릎까지 진창이 되었다.
레오폴트는 서두르지 않았다.
“성벽은 기다려도 안 무너진다. 사람은 서두르면 무너진다.”
그렇게 두 번째 겨울이 왔다. 루엔은 열여덟 살이었고, 이른 봄 생일까지는 석 달이 남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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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를 강 아래쪽, 본진에서 이틀 걸음 떨어진 벌판에 「모이는 진지」가 있었다.
새로 뽑은 병사들이 거기서 창 쥐는 법을 배우고 본진으로 올라왔다. 여섯 영지에서 보낸 농부의 아들들. 팔천 명 남짓. 진지는 본진보다 넓었고 본진보다 어수선했다.
진지 끝에 야전 병원 천막이 셋 있었다.
루엔은 첫 천막 입구에서 걸음을 멈
“한 벌에 금화 서른 닢이오.”재무대신 발터 크로이츠가 종이를 탁자에 내려놓았다. 황색탑이 보낸 값 목록이었다.왕은 진지마다 병원 결계를 치라고 했다. 루엔 혼자서는 하루에 천막 하나였다. 그래서 일을 나눴다. 탑 결계장이들이 천막마다 여섯 모 결계 틀을 먼저 쳐 두고, 루엔은 그 틀 위에 병 죽이는 빛만 얹는다. 빛만 얹으면 그릇이 오분의 일밖에 안 들었다. 텔레포트로 진지를 돌면 하루에 천막 다섯.문제는 틀이었다.여섯 모 결계는 속을 세모 조각으로 나눠 채워야 섰다. 어떻게 나누는지가 탑마다 비법이었다. 황색탑은 「부채」, 「두 겹 부채」, 「누운 번개」, 「바른 번개」 넷을 팔았다. 한 벌을 쓸 때마다 금화 서른 닢. 적색탑도, 청색탑도, 백색탑도 저마다 이름 붙인 나누기를 셋씩 가지고 있었다. 검은탑은 하나를 가졌는데 이름을 알려 주지 않았다.“병원 천막이 스물셋이오.” 크로이츠가 말했다. “천막 하나에 한 벌. 칠백 닢 가까이. 게다가 탑마다 자기 나누기가 가장 튼튼하다 하오. 어느 걸 사야 하오.”“몇 가지나 됩니까. 탑들 것 다 합쳐서.”“이름으로는 열넷이오.”루엔은 그 숫자를 적었다. 그리고 물었다.“이름 말고, 그림으로는 몇 가지입니까.”크로이츠가 셈판 알을 멈췄다.“그걸 누가 세오.”*루엔은 공방 탁자에 여섯 모를 그렸다. 꼭짓점 여섯. 그 안을 꼭짓점끼리 잇는 곧은 금으로만 나눠 세모를 만든다. 금끼리는 서로 엇갈리지 않는다. 탑 결계장이들이 지켜 온 규칙이었다.“다 그리면 되잖아.” 테오가 말했다. “하나씩.”“하나씩 그리
봄 싸움은 봄에 나지 않았다.빌린 돈으로 삯군을 들이고 공성 기구를 짰다. 투석기 팔 하나에 쓸 참나무를 베어 말리는 데만 두 달이 걸렸다. 여름엔 성채 둘레에서 작은 싸움만 오갔다. 가을비가 오자 링겐 고개 아랫길이 무릎까지 진창이 되었다.레오폴트는 서두르지 않았다.“성벽은 기다려도 안 무너진다. 사람은 서두르면 무너진다.”그렇게 두 번째 겨울이 왔다. 루엔은 열여덟 살이었고, 이른 봄 생일까지는 석 달이 남아 있었다.*메를 강 아래쪽, 본진에서 이틀 걸음 떨어진 벌판에 「모이는 진지」가 있었다.새로 뽑은 병사들이 거기서 창 쥐는 법을 배우고 본진으로 올라왔다. 여섯 영지에서 보낸 농부의 아들들. 팔천 명 남짓. 진지는 본진보다 넓었고 본진보다 어수선했다.진지 끝에 야전 병원 천막이 셋 있었다.루엔은 첫 천막 입구에서 걸음을 멈췄다. 냄새가 먼저 나왔다. 거적이 두 줄로 깔려 있었고, 거적마다 사람이 누워 있었다. 몇은 열에 떨었고, 몇은 거적째 젖어 있었다. 칼에 다친 사람은 안쪽 구석에 넷뿐이었다.천막 가운데서 종군 사제가 설교를 하고 있었다. 마흔 줄의 키 큰 사람이었다. 목에 굵은 나무 묵주를 걸었다.“물로 몸을 씻지 마라. 물은 살갗 구멍을 열고, 열린 구멍으로 악한 기운이 든다. 기도로 버텨라. 때는 참회의 표시다.”앓는 병사들이 기운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루엔은 설교가 끝날 때까지 기다렸다. 그리고 사제에게 물었다.“이 천막 사람들, 어디 물을 마십니까.”“진지 옆 개울이오.”“뒷간은 어디 있습니까.”사제가 눈썹을 찌푸렸다. 그런 걸 묻는 마법사는 처음이라는 얼굴이었다. 그는 손을 들어 천막 뒤를
봉화는 한 가지밖에 말하지 못했다.왔다.불이 오르면 적이 왔다는 뜻이었다. 몇이 왔는지, 어디로 왔는지, 기병인지 보병인지는 싣지 못했다. 그걸 알려면 봉화대 옆에서 말 탄 전령이 따로 달려야 했다. 본진에서 왕도까지 전령은 말을 갈아타며 이틀. 봄 싸움이 시작되면 이틀은 너무 길었다.루엔은 하르트령 망루 둘 사이에서 거울 신호를 처음 해 본 게 열두 살 여름이었다. 형이 보낸 첫 신호가 「대충 잘 지냄」이었다. 그때는 망루 둘, 거리 이십 리, 주고받는 사람도 둘이었다.이번엔 본진에서 왕도까지였다.*루엔은 점과 선 그림을 다시 폈다.이번엔 길이 아니라 산등성이를 점으로 찍었다. 황색탑 측량 기록에서 높은 곳만 골랐다. 한 점에서 다음 점이 보이는지. 보이면 선을 그었다. 산이 가리면 긋지 않았다.그다음은 셈이었다.탑을 촘촘히 세우면 탑 사이가 가까워 흐린 날에도 잘 보인다. 대신 탑이 많아진다. 신호 하나가 탑마다 한 번씩 받아 적히고 다시 쏘아진다. 탑이 많을수록 그 받아 쏘는 시간이 쌓인다.탑을 드문드문 세우면 빠르다. 대신 흐린 날 안 보인다. 안 보이면 멈춘다.루엔은 날씨 기록을 모았다. 하르트 서기들이 본진에 온 날부터 날마다 적은 반년 치, 그리고 하르트령 망루 둘이 몇 해 동안 적어 둔 것. 맑은 날, 흐린 날, 안개 낀 아침. 흐린 날에 거울 빛이 몇 리까지 보였는지 망루 둘로 재어 둔 값이 있었다. 이십오 리까지는 흐린 날에도 대개 보였다. 삼십 리가 넘으면 열흘에 사흘은 안 보였다.“이십 리 안팎으로 세웁니다.” 루엔이 레오폴트에게 말했다. “본진에서 왕도까지 탑 열여섯. 한 탑에서 받아 적고 다시 쏘는 데 작은 모래시계 네 번. 열여섯이면 예순네 번. 한 시간이 조금 넘습니다.”“한 시간.&rdqu
지도는 너무 많은 걸 그리고 있었다.막료 천막 벽에 걸린 베스트리아 동부 지도였다. 황색탑 측량사들이 그린 것. 산은 산 모양으로, 숲은 나무 모양으로, 강은 굽이굽이 그대로. 마을마다 교회 첨탑이 그려져 있었다. 아름다운 지도였다.그런데 루엔이 알고 싶은 건 하나였다. 어디가 끊기면 안 되는가.산 모양도, 나무 모양도, 강 굽이도 그걸 가리고 있었다.루엔은 새 종이를 폈다. 그리고 점을 찍었다.본진. 창고 마을. 왕도. 여섯 영지의 곡식 창고. 역참 열두 곳. 여울 셋. 모두 점 하나씩.그다음 점과 점 사이에 선을 그었다. 수레가 다니는 길이면 선 하나. 다리가 있으면 선 위에 짧은 가로줄. 거리도 산 높이도 그리지 않았다. 이어져 있는지 아닌지만.마흔한 개의 점과 예순 개 남짓의 선이 남았다.테오가 어깨 너머로 보았다.“이게 지도야? 거미줄 같은데.”“지도에서 필요 없는 걸 다 뺀 겁니다.”“뭐가 필요 없는데.”“어디로 이어졌는지 빼고 전부 다.”*루엔은 선을 하나씩 손가락으로 가렸다.선 하나를 가리고, 본진에서 출발해 점을 따라가 보았다. 모든 점에 닿으면, 그 선은 끊겨도 괜찮은 선이었다. 돌아가는 길이 있었다. 닿지 못하는 점이 생기면, 그 선은 끊기면 안 되는 선이었다.예순 번을 가렸다.대부분은 괜찮았다. 길이 거미줄처럼 얽혀 있어서, 하나를 끊으면 옆으로 돌아가면 되었다. 멀어지긴 했지만 닿았다.세 선만 달랐다.메를 강 중류의 돌다리. 창고 마을로 들어가는 지류 위 나무다리. 그리고 왕도 동쪽 문 밖, 늪 사이로 난 둑길 위 다리.셋 중 하나만 끊겨도 점들이 두 덩이로 갈라졌다
재무대신 발터 크로이츠는 숫자를 좋아하는 사람이었다.루엔은 그걸 첫눈에 알았다. 왕궁 재무실 벽에 장부가 천장까지 꽂혀 있었다. 등마다 해가 적혀 있었고, 해마다 빠진 권이 없었다. 탁자 위 셈판은 알이 반들반들 닳아 있었다. 크로이츠는 쉰 남짓, 머리가 희고 손가락이 가늘었다. 루엔이 들어서자 일어나지 않고 셈판 알을 마저 튕겼다. 한 줄을 다 셈하고서야 고개를 들었다.“앉으시오. 폐하께서 곧 오시오.”왕 레지날드 2세는 정말 곧 왔다. 이번에도 작은 금테만 둘렀다. 앉자마자 본론을 꺼냈다.“봄 싸움 돈이 모자란다.”크로이츠가 장부 한 권을 펼쳤다. 숫자가 빼곡했다. 옛 셈, 금화와 은화와 동화가 스물과 열둘로 얽힌 셈이었다. 그러나 줄이 반듯했고, 끝자리가 맞았다. 루엔은 곁눈으로 합계 셋을 속으로 셈해 보았다. 다 맞았다.“가을 싸움과 겨울 대치에 든 돈이 옛 금화로 만 사천 닢.” 크로이츠가 말했다. “봄에 레오폴트 장군이 국경 성채를 되찾으려면 삯군과 공성 기구를 더 들여야 하오. 새 금화로 이천 닢이 더 있어야 하오. 세금은 가을에 걷히오. 그때까지 빌려야 하오.”왕이 루엔을 보았다.“하르트 상단이 빌려줄 수 있나.”*루엔은 대답하기 전에 수첩을 폈다.클라리사가 어젯밤 적어 준 숫자가 있었다. 하르트 상단이 제 것으로 가진 금과 은, 창고의 물건, 받을 삯. 새 금화로 치면 삼천이백 닢 남짓. 보움 상단과 왕도 상인 조합 둘이 나눠 댄 몫까지 넣은 것이었다.“빌려드릴 수 있습니다.” 루엔이 말했다. “삼백이십 닢까지.”크로이츠의 손가락이 셈판 위에서 멈췄다.“이천이라 했소.”
첫 롱 텔레포트는 눈 녹는 날 아침에 했다.참호 뒤 빈터에 원진을 그렸다. 지름 열두 걸음. 테오가 말뚝과 끈으로 원을 잡고, 루엔이 안쪽 선을 그었다. 원진 가운데에 짐 상자 둘, 그 옆에 루엔과 테오.도착지는 왕도 아스테른, 루엔 공방 뒷마당이었다. 거기엔 클라리사가 같은 크기의 원을 그려 두었다. 사흘 전 편지로 보낸 그림대로.루엔은 보정표를 펼쳤다. 여기서 왕도까지의 거리, 두 곳의 위도, 오늘 해가 뜬 시각. 땅은 하루에 한 바퀴 돈다. 여기와 왕도는 도는 빠르기가 조금 다르다. 그 차이만큼 도착하는 몸을 미리 돌려 놓는다. 열여섯 살 겨울, 모래 자루 두 개로 보인 그 셈이었다.그때는 교장과 파비오가 루엔 식으로 걸었다. 루엔은 옆에서 보기만 했다. 여섯째 고리가 없었다.지금은 있었다.“무섭냐?” 테오가 물었다.“무섭지 않습니다. 셈을 세 번 했습니다.”“나는 무서운데.”“그럼 제 옷자락을 잡으십시오. 떨어지면 셈이 틀어집니다.”테오가 루엔 옷자락을 꽉 쥐었다.루엔은 걸었다.한 번 눈을 감았다 뜨는 사이. 발밑의 흙이 진창에서 마른 돌바닥으로 바뀌었다. 코끝의 냄새가 참호 연기에서 빵 굽는 냄새로 바뀌었다. 구스타프 분점이 두 골목 건너였다.짐 상자 둘이 발치에 그대로 서 있었다. 기울지도, 밀리지도 않았다.테오가 비틀거렸다. 루엔 옷자락을 놓지 않은 채 주저앉았다.“어, 어…… 됐어?”“됐습니다. 원 가운데서 손가락 한 마디 어긋났습니다.”뒷마당 문간에서 클라리사가 팔짱을 끼고 서 있었다. 원 끝에 분필로 적어 둔 작은 표를 가리켰다.&l